청춘을 돌려다오, 놀 줄 알던 시니어의 고급진 귀환

도큐 플라자 시부야

2024.08.09





최근 들어 많은 기업들이 주목하는 소비자 집단이 있어요. 바로 시니어예요.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일본에서는 이미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비즈니스들이 생겨나고 있는데요. 시니어를 타깃한 다양한 시도 중에서 눈에 띄는 곳이 있어요. 바로 ‘도큐 플라자 시부야’예요. 


도큐 플라자 시부야는 40대 이상의 ‘젊은 시니어’를 핵심 고객으로 삼았어요. MZ세대가 모여드는 공간이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복합 문화 공간을 자처한 거예요. 젊은 시니어는 20대에 비틀즈를 듣고 맥도날드를 트렌드로 즐겼던 세대이니, 그들이 다시 젊은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한 건 물론이고 트렌디한 브랜드로 매장을 채웠죠. 


그뿐 아니라 젊은 시절을 시부야에서 보낸 시니어들을 위해 시니어가 과거를 추억할 수 있는 공간과 100세 시대의 중간에 온 만큼 남은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공간도 만들었는데요. 도큐 플라자 시부야가 어떤 식으로 젊은 시니어를 불러들이고 있는지 살펴볼게요.


도큐 플라자 시부야 미리보기

• 시니어 아이템도 힙하게

• 인생의 남은 절반을 위한 실마리

• 과거를 추억하는 세련된 방법

• 디지털 시대에 살아남는 공간 기획이란?




천지개벽. 하늘과 땅이 열리는 순간이라는 뜻의 사자성어예요. 그만큼 큰 변화가 일어날 상황을 말하죠. 이 사자성어를 쓰기에 적합한 지역이 있어요. 바로 도쿄의 시부야예요. 실제로 시부야 전경과 분위기는 2012년부터 10년 남짓한 시간동안 이전 모습은 생각도 안 날 정도로 확 달라졌거든요.


시부야는 하루 평균 300만 명의 유동인구가 있을 만큼 번화가예요. 이게 어느정도 수준이냐면요 강남역의 약 20배 정도 되죠. 이런 핵심 상권 치고는 높은 스카이라인을 가지고 있지 않았어요. 대부분이 저층 건물이라 10짜리 건물인 ‘시부야 109’가 랜드마크였죠. 


시부야 109 ⓒJapan travel by navitime


그랬던 시부야가 달라진 시점은 2012년 시부야 히카리에를 오픈한 때부터예요. 이후로 2017년엔 시부야 캐스트, 2018년엔 시부야 스트림이 세워졌고요. 2019년엔 시부야 스크램블 타워와 도큐 플라자 시부야도 문을 열었어요. 2012년 이후 약 10년 사이 고층 빌딩이 9개 더 지어지면서 지금은 화려한 스카이라인을 자랑하게 됐죠. 특히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는 47층 높이의 건물로, 도쿄 전역을 전망할 수 있을 정도로 우뚝 솟아 있어요.


ⓒshibuya hikarie


시부야 전경 ⓒshibuya scramble square


그렇다면 시부야가 확 달라진 이유가 뭘까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지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2012년부터 ‘100년에 한번 있을 재개발’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먼저 지형을 바꿨어요. 시부야(渋谷)의 한자를 풀어보면 ‘거친 골짜기’라는 뜻으로, 시부야는 경사가 급해 이동이 쉽지 않아요. 실제로 시부야역의 JP야마노테선이나 도쿄 메트로 긴자선에서 다른 라인으로 환승하려면 무려 7층 높이를 오르내려야 할 정도죠. 이렇게 들쭉날쭉한 언덕을 오고 가기 쉽도록 손봤죠. 


또한 시부야는 ‘비트밸리(Bit Vally)’라는 별명도 되찾을 계획이에요. 비트밸리는 2000년대 초반 시부야에 구글, 아마존재팬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자리를 잡자, ‘일본의 실리콘밸리’라는 뜻으로 붙은 별명인데요. IT 버블이 꺼지면서 잠잠해졌다가, 재개발로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서 편리하고 쾌적한 사무 공간들을 갖춘 덕에 다시금 IT 기업들의 보금자리로 거듭나고 있어요.


여기에 유행과 트렌드의 성지라는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요소도 배치하고 있어요. 시부야에는 IT 기업만큼이나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많이 입주해 있는데요. 덕분에 미디어 연출이나 음악, 아트 등을 자주 선보일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죠. 공연이나 전시 등의 행사도 적극적으로 유치할 계획이고요. 


이렇듯 시부야는 편안히 거닐 수 있는 데다 일도 하고 놀 수도 있는 도시로 탈바꿈 중이에요. 그런데 재개발로 생겨난 건축물 중, 특히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 받는 건축물이 있어요. 바로 젊은 시니어들의 성지로 불리는 도큐 플라자 시부야예요. 도큐 플라자 시부야가 어떻게 시부야에 녹아들고 있는지, 어떤 방법으로 젊은 시니어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는지 살펴볼게요.  



시니어 아이템도 힙하게


도큐 플라자 시부야는 40대 이상의 ‘젊은 시니어’를 핵심 고객으로 삼았어요. 젊은 고객들이 모여드는 공간이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복합 문화 공간을 자처한 거예요. 젊은 시니어는 20대에 비틀즈를 듣고 맥도날드를 트렌드를 즐겼던 세대이니, 그들이 다시 젊은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한 건 물론이고 트렌디한 브랜드로 매장을 채웠죠. 


“도큐 플라자 시부야는 다양한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어른의 광장’이 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오오쿠마 이쿠토, 도큐 부동산 주식회사 대표이사


시니어에게 젊은 감각을 줄 수 있는 브랜드를 몇 가지 소개해볼게요. 먼저 페이퍼 글라스(Paper Glass)예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안경 브랜드인데요. 노안이 찾아 온 젊은 시니어를 위한 ‘독서용 안경’을 주로 취급해요. 나이가 들면 수정체의 탄력성이 떨어지고 원거리에서 근거리로 초점을 바꾸는 근육 기능이 약해지는데요. 이를 흔히 노안이라고 불러요. 보통 40~50대에게 나타나죠.


시력이 아예 나쁜 경우엔 안경이나 렌즈를 매번 착용하면 돼요. 하지만 노안일 경우에는 가까이에 있는 글씨를 볼 때만 잠깐 안경이 필요한 경우가 있죠. 이럴 때 안경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는 불편함이 생겨요. 안경은 막 가지고 다니면 안경테가 망가지니까 안경통에 넣어야 하는데, 그러면 부피를 차지하는 게 문제죠.  


페이퍼 글라스는 그럴 때 딱이에요. 코 받침대를 없애고 두께를 3mm까지 얇게 만들었거든요. 덕분에 안경 다리를 접으면 종이처럼 평평해져서 책갈피로 사용하거나 셔츠 주머니, 지갑 등에 넣어둘 수 있을 정도로 휴대하기 좋아요. 보통 안경 무게가 20~30g인 데 반해 페이퍼 글라스 안경의 무게는 15g밖에 되지 않아 가볍고요. 견고성이 뛰어나 대충 보관해도 쉽게 망가지지 않아요.


ⓒPaper glass


페이퍼 글라스는 2019년 iF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어요. iF 디자인 어워드는 독일의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미국의 IDEA와 함께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로 꼽히는 디자인 어워드인데요. 일상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잘 디자인된’ 산업 디자인 제품을 높게 평가하는 어워드죠.


페이퍼 글라스 매장은 도큐 플라자 시부야 4층에 위치해 있어요. 매장에 가면 노안에 쓰는 다양한 도수의 렌즈들이 마련돼 있죠. 또 다른 특징은 일반 안경은 오더 메이드(Order made)로 시력을 측정한 후 안경을 맞출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노안 안경의 경우, 주문을 하면 바로 찾아갈 수 있도록 레디 메이드(Ready made) 방식으로 판매해요. 안경을 낄 정도가 아닌 노안의 경우의 수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으니 레디 메이드로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는 거예요. 


같은 층에는 ‘도쿄 히어링 케어 센터’도 있어요. 40~50대에게 보청기는 너무 이르지 않나고요? 그렇지 않아요. 현대 사회에선 난청을 겪는 젊은 사람들이 늘고 있거든요. 실제로 미국에선 18세 이상 인구의 15%가 청력 이상을 겪고 있어요. 일본의 경우엔 고령화 탓에 난청 인구 비율이 높은 편이기도 해요. 일본의 난청 인구는 전체의 11.3%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데요. 보청기 보급률은 난청 인구의 13.5%밖에 안 되는 수준이죠. 


그런데 보청기는 노인이 끼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젊은 사람 중에는 청력이 좋지 않아도 보청기를 찾는 사람들은 적은데요. 사실 이런 인식은 위험해요. 귀는 뇌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기관이에요. 청력에 이상이 있다면 치매 위험이 94%나 증가할 정도로요. 그만큼 청력에 이상이 있으면 빠르게 조치를 하고, 평소에도 청력이 나빠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하죠.


도쿄 히어링 케어 센터는 그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해요. 따라서 단순히 보청기를 판매하기 보다 보청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어떤 점이 불편한지, 어떤 보청기를 원하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상담을 먼저 하고 있어요. 이후 테스트를 거친 다음, 고객에게 딱 맞는 보청기를 판매하고자 하죠.


그뿐 아니라 젊은 사람들도 쉽게 청력을 진단해 볼 수 있도록 매장에 테스트기를 설치해놨어요. 본인의 나이와 가까운 나이를 누르면 그 나이에 맞는 소리가 나오며,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청력에 이상이 있음을 인지할 수 있죠.


그렇다면 도쿄 히어링 케어 센터에서 판매하는 무엇이 다를까요? 무엇보다 디자인을 혁신했어요. 보청기는 형태와 크기에 따라 크게 귀걸이형 보청기와 오픈형 보청기, 고막형 보청기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대부분 착용 여부가 눈에 띄는 데다 보기 좋지 않다는 이유로 보청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도쿄 히어링 케어 센터는 이런 이유로 보청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을 줄이기 위해 눈에 띄더라도 보기 좋게 디자인하고, 아예 눈에 띄기 어려울 정도로 초소형인 보청기를 만들어 팔고 있어요. 


이처럼 청력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도쿄 히어링 센터는 디자인을 한 단계 끌어올렸어요. 여기에다가 ‘난청과 보청기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수를 제로로 만들고 싶다’는 철학으로 제품을 디자인하고 있어 2020년 굿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하기도 했죠. 굿 디자인 어워드는 디자인과 사용성, 혁신성 등을 종합 평가하는 일본의 대표 디자인 공모전 중 하나예요.


ⓒ도쿄 히어링 케어 센터


ⓒ도쿄 히어링 케어 센터



인생의 남은 절반을 위한 실마리


일본에는 ‘슈카츠(終活)’라는 말이 있어요. ‘삶을 끝낸다’는 뜻으로, 본인의 장례식을 준비하거나 묫자리를 알아보고 재산 상속을 고민하는 등 죽음을 준비하는 활동을 뜻해요. 슈카츠는 2009년 등장해 2012년 신조어 대상을 탔을 정도로 일본의 사회 현상을 반영하는 말이 됐죠. 


일본에선 일찍이 슈카츠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저출산으로 자식이 없는 가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에요. 2023년 기준 일본의 합계 출산율은 1.2명으로 우리나라(0.73명)보다 높지만요. 한 명만 낳는 가구가 많은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의 경우 아이를 낳는 가구는 여러 명을, 안 낳는 경우는 아예 안 낳는 경우가 많아서 자녀 없는 가구의 비율이 높아요.


시부야 도큐 플라자는 그런 시니어를 위한 공간을 마련해 뒀어요. 5층 전체가 ‘시부야 라이프 라운지’로, 100세 시대의 고민을 해결하는 실마리를 제공하는 걸 테마로 하죠.


특히 5층의 라이프스토리즈 살롱에서는 슈카츠 상담을 받을 수 있고, 미쓰이 스미토모 신탁 은행 부스에서 대출과 자산 형성, 유언 등 다양한 재정 상담을 받을 수 있어요. 100세 시대에 맞춰 보험 상품을 재구성해주는 투자 및 자산운용 컨설팅 코너도 있고요.


ⓒ시티호퍼스


이밖에 수선 숍인 아틀리에 쿠츄리에르(アトリエ・クチュリエール), 명품 시계와 보석, 제품 등을 매입하는 난보야(なんぼや), 여성 전용 프리미엄 헬스케어 살롱 파우와우 프리미엄, 고가의 프리미엄 여행 코너 히스(High Premium HIS Hills Shibuya)등이 위치해 있어요.


ⓒ시티호퍼스


흥미로운 점은 시부야 라이프 라운지에 ‘로봇 카페’가 있다는 점이에요. 이 카페의 이름은 ‘페퍼 팔러(Pepper PARLOR)’인데요. 페퍼는 손정의 회장의 투자 회사인 소프트뱅크 산하의 소프트뱅크 로보틱스가 만든 반인간형 로봇이에요. 카페에 들어서면 사람 대신 페퍼 5대가 고객들의 주문을 받죠. 


ⓒPEPPER PARLOR


페퍼는 얼굴과 표정을 인식해 감정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메뉴를 추천해 주기도 해요. 홀에도 페퍼가 돌아다니는데요. 고객들은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페퍼와 간단한 대화를 할 수도 있고,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어요. 매장 한 가운데에는 춤을 추는 휴머노이드 로봇 ‘나오(NAO)’도 있고요. 음식의 서빙은 ‘세르비(Servi)’라는 로봇이, 바닥 청소는 ‘위즈 아이(Whiz i)’가 담당해요. 이렇듯 보통 카페라면 사람이 했을 일을 로봇이 도맡아 하고 있는 건데요. 시니어를 위한 공간에 로봇 카페를 배치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PEPPER PARLOR


페퍼 팔러는 단순히 고객에게 신기함과 흥미로움을 느끼게 하기 위함이 아니에요. 젊은 시니어들이 머지 않은 미래에 로봇과 사람이 공생하는 삶을 미리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걸 목표로 하는 거예요. 이 역시 미래를 준비하도록 하기 위함인 셈이죠. 어떤가요? 페퍼 팔러가 도쿄 플라자 시부야 5층의 ‘시부야 라이프 라운지’에 있는 이유가 설득력 있게 느껴지죠?



과거를 추억하는 세련된 방법


도큐 플라자 시부야를 찾는 40대 이상 고객은 단순한 시니어가 아니에요. 과거 ‘젊음의 거리’였던 시부야에서 10대와 20대를 보낸, 시부야에 추억이 많은 사람들이죠. 도큐 플라자 시부야는 그런 사람들에게 과거를 추억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간도 마련해 뒀어요.


먼저 7층에 위치한 포노 시부야(PHONO Shibuya)라는 레코드 카페예요. 레코드판은 CD가 등장하기 전까지 음반 시장을 주도했는데요. 1980년대 초반에 등장한 CD가 1990년대에 대대적으로 보급되면서부터 쇠퇴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자취를 감추는가 싶더니 역설적이게도 레코드판은 ‘레트로의 대명사’로 불릴 만큼 과거를 대표하는 물건으로 존재감을 되찾았죠. 


다만 같은 레코드판에 대한 감흥은 세대별로 다를 텐데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는 레코드판을 소위 ‘힙한’ 신문물처럼 받아들여요.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레코드 판으로 음악을 들어본 적도 없으니까요. 반면 젊은 시니어에게 레코드판이란 어렸을 때 음악을 듣기 위해 직접 사용했던 익숙한 방식인 거예요. 그래서 도큐 플라자 시부야는 이들에게 추억을 선사하기 위한 공간인 포노 시부야를 입점시킨 거예요. 


포노 시부야는 명반으로 손 꼽히는 LP판부터 희소한 LP판까지, 다양한 장르의 LP판을 두루 갖추고 있어요. LP판으로 음악을 감상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편안한 자리에 앉아 즐길 수 있고요. 또한 테마별로 레코드판을 큐레이션하고 테마 한정 메뉴를 만들기도 해요. 2024년 2월, 도큐 플라자 시부야에 문을 연 뒤 포노 시부야가 선정한 첫 번째 테마는 프레디 머큐리였어요. 1970~1980년대 세계적인 인기를 끈 퀸(Queen)의 리드 보컬로, 여전히 그를 그리워하는 팬이 많죠. 이밖에 한국 레코드판 특집을 진행한 적도 있고요.


ⓒPhono Shibuya


ⓒPhono Shibuya


추억을 되살려주는 매장으로 주얼리 리폼 샵인 유메지타테(夢仕立)도 있어요. 처음 샀을 땐 그 무엇보다 반짝거리던 보석도 시간이 지나면 빛을 잃기 마련이잖아요. 유메지타테는 그런 보석들이 다시 빛날 수 있도록 다듬는 일을 해요. 여기서는 시간이 흘러 보석이 떨어진 반지, 목걸이 등을 새 것처럼 리폼할 수 있죠. 더러워진 쥬얼리를 클리닝하고, 사이즈가 맞지 않게 된 악세서리의 사이즈 수선도 가능하고요. 


ⓒ유메지타테(夢仕立)


유메지타테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렇게 활용하는 경우도 있어요. 엄마가 본인 결혼식 때 받았던 소중한 악세서리를 딸에게 물려주고 싶을 때 유메지타테를 찾기도 하죠. 엄마의 악세사리를 요즘 시대에 맞게 리디자인해서 딸에게 전하는 거예요. 


약혼 반지를 펜던트에 보석 리폼 ⓒ유메지타테(夢仕立)


엄마에게 받은 네일 링을 펜던트에 보석 리폼 ⓒ유메지타테(夢仕立)


또한 도큐 플라자 시부야의 6~7층은 식당가로 이뤄져 있는데요. 이곳에는 과거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은 식당들이 모여 있어요. 최근 떠오르는 메뉴보다 전통적인 메뉴들이 많아, 이 식당가가 건강과 좋은 식재료에 관심이 많은 젊은 시니어를 겨냥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어떤 식당들이 있는지 살펴보면요. 먼저 도큐 플라자 시부야로 리뉴얼되기 전 빌딩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장어 요리 전문점인 ‘우나기 시부야 마츠카와’가 부활했어요. 그뿐 아니라 가고시마에서 5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일식집인 ‘가고시마 요리 마루만’, 1996년 설립돼 전통을 고수하는 스시 레스토랑인 ‘사사구레 츠키지 타마스시’ 등도 자리하고 있고요. 무려 480년 역사의 ‘교토 우지 후지이 메이엔’도 만나볼 수 있는데요. 말차로 유명한 후지이 차원의 단일 품종 차잎만 사용해 말차와 함께 먹는 식사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곳이에요. 


ⓒ교토 우지 후지이 메이엔



디지털 시대에 살아남는 공간 기획이란?


2023년에 시부야 도큐 백화점이 55년 만에 문을 닫았어요. 그뿐 아니에요. 2020년엔 320년의 역사를 지닌 야마가타현 오누마 백화점이 파산 절차를 밟았죠. 이렇듯 한때 일본인들의 많은 사랑을 받던 백화점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어요. 전문가들은 온라인 쇼핑의 확산으로 소비 패턴이 변화한 데 따른 결과라고들 진단해요. 


그런데 온라인 쇼핑으로 위협을 받는 건 백화점뿐만이 아니에요. 사실 모든 오프라인 매장이 편리하고 저렴한 온라인 쇼핑과 맞서 살아남을 걱정을 하고 있을 텐데요. 도큐 플라자는 지역별로 차별화하고 공간을 적극적으로 기획해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고 있어요. 


앞서 소개한 도큐 플라자 시부야가 젊은 시니어의 집결지였다면요. 2024년 4월에 오픈한 도큐 플라자 하라주쿠 ‘하라카도’는 유행의 최전선에 있는 젊은이들의 놀이터예요. 도큐 플라자 시부야의 공간이 고급스럽고 세련되게 꾸며졌다면, 하라카도의 공간 테마는 인스타그래머블 그 자체예요. 같은 도큐 플라자가 맞나 싶을 정도로 확연하게 다른 분위기로 고객들을 이끌고 있는 거예요. 또한 하라카도는 단순한 상업 시설에 머무르지 않아요. 본인의 소비와 경험을 개성으로 재탄생시키는 Z세대의 특성을 반영해 ‘창조 시설’로 만들었죠. 지하 1층에 목욕탕을 둔 이유도 새로운 경험을 주기 위함이고요. 


도큐 플라자 하라주쿠 ⓒLIVE JAPAN


도큐 플라자 하라주쿠 ⓒLIVE JAPAN


한편 2016년 문을 연 도큐 플라자 긴자도 통념을 깬 기획을 선보였어요. 긴자는 럭셔리 브랜드가 줄 서 있는, 비싸고 고급스러운 동네인데요. 보통의 경우 긴자에 문을 연 매장이라면 어떻게 더 고급스러워 보일지, 어떻게 더 비싸게 팔지를 고민하기 마련이죠. 하지만 도큐 플라자 긴자는 고급보다 문화에 집중했어요. 다양한 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을 꾸미기로 한 거예요. 


그래서 도쿄 플라자 긴자는 기존 백화점이나 아울렛처럼 상품 카테고리별로 매장을 배치하지 않아요. 의류 매장이 있는 층에 중고품 매장이나 과자점을 함께 두는 등 고객들이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다른 카테고리의 상품들을 과감하게 섞었죠. 단지 쇼핑몰이 아니라 도쿄 플라자 긴자를 공간으로서 즐길 수 있도록 했어요. 


이렇듯 도큐 플라자는 고객들에게 상품이 아닌 경험을 선물하는 방식으로 오프라인 경쟁력을 키우고 있어요. 도큐 플라자 시부야도 1965년 오픈한 시부야 도큐 빌딩을 새롭게 단장해 2019년 재오픈한 건데요. 이 역시 ‘젊은이의 성지’라는 시부야의 특성을 반영해 기획한 결과물이죠. 


누구나 한번쯤은 과거를 추억하고 싶기 마련이잖아요. 도큐 플라자 시부야는 그런 시니어들이 과거를 가장 세련되게 추억할 수 있는 공간을 연 거예요. 도큐 플라자 시부야에 연간 40만 명 정도가 방문한다고 하니, 도큐 플라자의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 궤도에 오른 것으로 보이는데요. 앞으로 도큐 플라자는 또 어떤 공간을 만들어 나가면서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을까요? 도큐 플라자의 행보가 궁금해지는 이유예요.








Reference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 공식 웹 사이트

도큐 그룹 시부야 재개발 공식 웹 사이트

도큐 플라자 시부야 공식 웹 사이트

페이퍼 글라스 공식 웹 사이트

Paperglass Sunglasses, iF DESIGN AWARD 2019

이정봉, 정수경, 이가진, 난청 생겨 병원 갈때까지 10년…그새 뇌 부피 확확 줄어든다, 중앙일보

도쿄 히어링 케어 센터 공식 웹 사이트

페퍼 팔러 공식 웹 사이트

포노 카페 공식 웹 사이트

유메지타테 공식 웹 사이트

정희선, 10대들의 패션거리는 옛말! 시부야가 달라졌어요, UNFOLD

신현암, '하루 300만명 북적' 시부야 만든 100년전 사업가의 꿈, 그리고 경쟁,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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