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빙의'는 사람의 몸에 타인의 영혼 또는 악령이 들어가는 현상을 의미해요. 신내림을 받은 무속인에게나 필요한 능력이죠. 그렇다면 '빙의력'은 어떨까요? 마치 누군가의 영혼이 빙의된 것처럼 타인의 마음과 생각을 헤아리는 능력을 뜻해요. 기획자, 디자이너, 마케터 등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필수적인 역량이에요. 고객의 마음에 빙의되어 니즈를 헤아릴 줄 알아야 팔리는 제품을, 오래 가는 브랜드를 만들 수 있으니까요.
<퇴사준비생의 홍콩>에서 소개한 브랜드들 중에서도 뛰어난 빙의력으로 고객의 마음을 헤아린 곳들이 눈에 띄어요. 고객의 관점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캐치하고, 문제를 해결한 거죠. 그리고 그 문제 해결의 결과는 곧 브랜드의 컨셉이 되었고요. 이 빙의력 뛰어난 브랜드들은 어떤 문제에 주목하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했을까요?
1️⃣ 로젤
‘수리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Repair)’
홍콩의 캐리어 브랜드, ‘로젤’이 추구하는 디자인이에요. 애초에 제품을 설계할 때부터 고장 났을 때 ‘수리’를 염두에 두고 디자인한다는 건데요. 수리를 위한 디자인의 핵심은 ‘모듈화’예요. 부분적으로 고장이 나거나 소모되었을 때, 그 부분만 교체해서 제품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거든요. 제품의 수명이 길어지지만 그만큼 폐기물이 줄어 들고, 지속가능성에 기여할 수 있죠.
로젤은 지속가능성을 실천하는 데에 진심이에요. 제품 디자인을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설계했을 뿐만 아니라, 리테일 ‘매장’ 또한 지속가능성에 기여하죠. 2024년 4월에 홍콩 코즈웨이 베이에 플래그십 매장을 지을 때에는 파쇄된 로젤 가방, 재활용 플라스틱 타일 등 무려 700kg의 폐기물을 건축 재료로 전환했죠.
이와 같은 지속가능성 감수성은 로젤의 핵심 가치 중 하나예요. 그런데 로젤이 제품 디자인에서 고려한 건 지속가능성 뿐만이 아니에요. 더 중요하게는, 변화하는 여행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제품을 진화시켰어요. 어떻게냐고요?
2️⃣ 시프트캠
세계적으로 유명한 싱어송 라이터, ‘더 위켄드(The Weeknd)’의 신곡 뮤직비디오를 아이폰 16 프로 맥스로 촬영해 화제가 되었었어요. 그런데 그 퀄리티가 ‘스마트폰 치고는’ 훌륭한 게 아니라, 절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손색이 없어요.
물론 아이폰 16 프로 맥스의 성능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기에는 숨은 공신이 있어요. 바로 스마트폰을 고성능의 촬영 장비로 업그레이드 해 주는 홍콩의 ‘시프트캠(ShiftCam)’이에요. 시프트캠은 스마트폰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액세서리를 만들어요. 전문 카메라 못지 않은 그립감을 구현하고, 기능에 따라 렌즈를 세분화해 손쉽게 갈아 끼울 수도 있죠.
그런데 이 모든 과정이 복잡하거나, 불편하지 않아요. 스마트폰의 최대 장점인 편리성과 휴대성을 그대로 유지하며, 매번 쉽고 간단하게 문제를 해결해요.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