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는 코카콜라만큼 유명하지만, 코카콜라와는 정반대의 길을 걷는 콜라가 있어요. 독일 제 2의 도시, 함부르크에서 시작한 ‘프리츠 콜라’ 이야기예요. 프리츠 콜라는 2003년, 2명의 대학생이 시작한 콜라 브랜드예요. 콜라에 대해 아는 것도, 음료 업계에 경험도 없이 그저 기존의 콜라보다 더 나은 콜라를 만들자는 일념 하나로 시작한 브랜드예요.
자본금은 약 1천만 원. 초기 3년 동안에는 변변한 사무실 하나도 없이, 오래된 밴에 콜라를 싣고 함부르크 시내를 돌며 일일이 거래처를 찾아 다녔어요. 콜라 자체도 카페인 함량이 높아 어린이나 노약자가 마시기에는 적합하지 않고요.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 연예인 모델을 섭외하지도 않아요. 그야말로 언더독, 그 자체예요.
그럼에도 프리츠 콜라의 인기는 식을 줄 몰라요. 독일을 대표하는 콜라 브랜드가 된 것은 물론, 국경을 넘어 넘어 유럽 주요 10개국에 진출해 있어요. 언더독이 정체성인 프리츠 콜라는 어떤 성장 공식을 찾은 걸까요?
프리츠 콜라 미리보기
• 탑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언더독, 프리츠 콜라
• 측면 승부 #1. 모두가 아닌 어른을 위한 콜라
• 측면 승부 #2. 좁게 팔아야 많이 팔리는 마법
• 측면 승부 #3. 홍보가 아닌 연대를 선택하는 이유
• 단 하나의 정면 승부: 미래에 기믹은 없다
“아마존이 한여름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대규모 할인행사인 ‘프라임 데이(Prime Day)’에서 142억 달러(약 19조 1,700억 원),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이런 뉴스를 접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드나요? 아마존의 주주라면 아마존의 호조에 기쁨의 박수를 칠 거예요. 매출이 좋으면 주가에 반영이 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거대 기업의 이야기에 경외심과 동시에 거리감을 느낄 거예요. 자주 사용하는 서비스라도 그 부의 크기가 너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이런 이야기는 어떨까요?
“제프 베조스는 자신의 집 창고에서 워크 스테이션 3개로 아마존을 창업했다.”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집 창고에서 아마존을 처음 시작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해요. 스프레이 페인트로 'amazon.com'이라고 써서 사무실 벽에 삐뚤게 걸어 둔 간판이 찍힌 사진도 덩달아 널리 알려져 있고요. 사람들은 초라했던 시절의 아마존을 상상하며 묘한 동질감을 느껴요. 눈물겨운 창업 이야기를 들으니 전 세계 시가총액 5위 기업과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듯하죠. 그리고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세상을 바꾼 현재의 모습에 존경심까지 들어요.
공룡 기업이 언더독(Underdog)이었던 시절의 이야기, 그리고 역경을 극복한 열정의 스토리에 사람들이 느끼는 동질감은 느낌적인 느낌이 아니에요. 소비자들은 언더독 브랜드를 스스로와 동일시하고 응원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언더독 효과(Underdog effect)'라 불러요. 조지타운 대학교(Georgetown University)의 니루 파하리아(Neeru Paharia) 교수가 연구팀과 함께 일련의 실험을 통해 그 효과를 논문으로 발표하기도 했죠.
언더독 효과는 브랜드가 외부의 어려움에 직면하고, 그 어려움을 의지로 극복했을 때 발생해요. 실제로 불리한 환경이나 단점을 극복하고 단단한 브랜드가 된 언더독 내러티브는 많은 성공한 기업들의 마케팅 자산이자 수단이에요. 브랜드의 생존기를 통해 소비자가 자아 브랜드 연결감(Self-brand connection)을 갖고 브랜드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자세를 가지기 때문이죠. 아마존뿐만 아니라 애플, HP, 디즈니 등 이미 탑독(Topdog)이 된 기업들이 자신들의 '차고 창업기'를 내세우는 이유이기도 해요.
탑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언더독, 프리츠 콜라
독일 함부르크에는 언더독 효과를 누리는 것을 넘어 영원한 언더독을 꿈꾸는 콜라 브랜드, '프리츠 콜라(Fritz-Kola)'가 있어요. 프리츠 콜라는 2003년에 2명의 대학생이 만든 콜라 브랜드예요. 프리츠 콜라의 공동 창업자 미르코 비거트(Mirco Wiegert)와 로렌츠 햄플(Lorenz Hampl)은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어요. 대학교까지 함께 간 두 친구는 기숙사에서 냉동 피자와 콜라를 먹다 ‘코카콜라보다 더 나은 콜라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우연한 생각을 만나요. 두 젊은 청년의 넘치는 패기로 시작한 프리츠 콜라, 그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프리츠 콜라 로고는 공동 창업자 두 명의 얼굴을 일러스트로 만들어 디자인했어요. ⓒFritz-kola
결론으로 가기 전, 프리츠 콜라 창업 당시의 상황을 이해할 필요가 있어요. 전 세계 어디나 그렇듯, 프리츠 콜라가 처음 만들어지던 당시에도 독일의 콜라 시장 또한 코카콜라와 펩시가 양분하는 구조였어요. 여기에 두 공동 창업자는 콜라를 어떻게 만드는지도 모르고, 콜라 제조, 유통 등에서도 전혀 네트워크가 없었죠. 아무 것도 모르는 2명의 대학생이 글로벌 거대 기업이 과점하고 있는 시장에 뛰어드는 건, 무모하기 그지 없는 일이었어요.
하지만 프리츠 콜라는 기존 콜라 브랜드와 정면 승부를 하는 대신, 전방위적인 측면 승부로 독일을 대표하는 콜라 브랜드가 됐어요. 먼저 판매량을 볼까요? 리서치 그룹인 닐슨(Nielsen)이 2019년 판매량을 조사한 바 있는데요. 닐슨의 수치에 따르면, 프리츠 콜라의 주력 용량인 330ml짜리를 기준으로 약 7,100만 병을 판매했다고 해요. 이는 같은 용량 기준, 33만7천 병을 판매한 펩시를 가볍게 제치고, 7,400만 병을 판매한 코카콜라의 뒤를 바짝 쫓은 수치예요.
시장도 점점 넓어지고 있어요. 독일의 함부르크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독일은 물론, 영국, 스위스, 덴마크 등 유럽의 10개국 이상에 진출해 있어요. 이에 따라 연 매출도 순항 중이에요. 2021년에는 8,600만 유로(약 1,290억 원)의 매출을, 2022년에는 1억1,040만 유로(약 1,656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어요. 두 명의 대학생이 기숙사에서 시작한 회사로서는 대단한 성과예요.
프리츠 콜라는 현재 직원 수만 해도 약 300명에 이르고, 업력도 20년이 넘어가요. 이 정도면 탑독이 되고도 남을 만한데, 프리츠 콜라는 여전히 언더독 정신을 잃지 않아요. 아이러니하게도 언더독으로서의 정체성이 프리츠 콜라를 탑독의 반열에 올린 원동력이기 때문이에요. 그렇다면 2명의 대학생은 어떻게 언더독으로서 거대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콜라 브랜드를 만들 수 있었을까요?
측면 승부 #1. 모두가 아닌 어른을 위한 콜라
프리츠 콜라의 창업자들은 '콜라 만드는 법'을 구글링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했어요. 콜라 제조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으니까요. 인터넷 서칭으로 알아낸 레시피를 토대로 함부르크에 있는 약국을 돌아 다니며 콜라의 원료를 구했어요.
동시에 자신들과 함께 콜라 레시피를 연구할 양조장을 찾아 다녔어요. 그들의 무모한 도전을 흔쾌히 함께 할 양조장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였죠. 수백 개의 양조장에 제안을 한 끝에 독일 서부의 한 작은 독립 양조장과 함께 작업을 할 수 있었어요.
ⓒFritz-kola
우여곡절 끝에 찾은 파트너와 함께 프리츠 콜라만의 레시피를 개발하기 시작했어요. 기존 콜라의 레시피를 답습한다면, 더 나은 콜라가 아닌 카피캣에 불과하다는 생각이었어요. 자체적인 레시피를 개발하는 데에 공을 들였죠. 카페인은 커피콩에서, 설탕은 사탕무에서 추출하고, 콜라너트 추출물을 더하는 등 천연 재료들을 활용했어요. 그 결과 맛부터 차별화된 프리츠 콜라가 탄생했어요. 기존 콜라대비 단맛은 줄어 들고, 청량함이 돋보여요.
맛도 맛인데, 프리츠 콜라의 가장 큰 특징은 카페인 함량이 높다는 점이에요. 기존 콜라는 100g당 10mg의 카페인이 들어 있는 데에 반해, 프리츠 콜라는 오리지널 맛 기준 25mg의 카페인이 들어 있어요. 그리고 이 점을 대놓고 드러내죠. 슬로건처럼 프리츠 로고를 늘 따라다니는 'vielviel koffein'은 독일어로 '아주 많은 카페인'이라는 뜻이에요.
ⓒFritz-kola
천연 원료로 만든 콜라에 대량의 카페인을 넣고, 단맛은 줄이되 상큼함을 높였어요. 어떤 사람들이 이런 콜라를 마시고 싶어할까요? 높은 카페인이나 레몬의 상큼함은 어린 아이나 노약자가 즐기기에는 부담스러울 거예요.
하지만 시험 기간에 늦게까지 공부하는 대학생, 야근이 일상인 직장인, 혹은 파티를 즐겨 밤새워 놀 에너지가 필요한 사람이라면요? ‘아주 많은 카페인’을 외치는 청량한 맛의 프리츠 콜라에 구미가 당길 수 밖에요. 모두를 위한 콜라는 아니었지만, 오히려 특정 타깃층에게 어필될 만한 특징이 있었기에 뾰족한 고객군이 생겼어요. 20~30대 젊은이들에게 반응을 얻은 프리츠 콜라는 이내 ‘어른’을 위한 콜라로 포지셔닝하기 시작했어요.
프리츠 콜라를 마시기 전(좌)과 후(우)의 모습 ⓒFritz-kola
어른을 위한 콜라를 만들자 재미있는 현상이 생겨나요. 콜라가 칵테일의 재료로 쓰이기 시작한 건데요. 물론 기존에도 잭 다니엘과 콜라를 섞어 만드는 잭콕같은 칵테일이 있었지만, 그 가짓 수가 제한적이었어요. 그런데 프리츠 콜라는 독일 전역의 바텐더와 소비자들 사이에서 여러 가지 칵테일을 만드는 재료로 활용되었어요. 현재 프리츠 콜라의 홈페이지에도 프리츠 콜라를 활용한 칵테일 레시피가 소개되어 있어요.
ⓒFritz-kola
ⓒFritz-kola
측면 승부 #2. 좁게 팔아야 많이 팔리는 마법
어른을 위한 콜라로 포지셔닝하는 데에는 프리츠 콜라의 유통 전략도 큰 역할을 했어요. 사실 전략이라기에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지만, 오히려 불리한 조건을 똑똑하게 활용했어요. 프리츠 콜라 초기의 상황을 한 번 살펴 볼게요. 프리츠 콜라는 사업 초기 3년 동안, 회사에는 직원 한 명 없이 두 명의 공동 창업자들이 회사를 운영했어요. 심지어 별도의 사무실도 없었죠. 7천 유로(약 1천만 원)의 자본금까지, 완벽한 언더독이었어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존 대기업들처럼 슈퍼나 마트 등 기성 유통 채널에 제품을 납품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프리츠 콜라가 유통 채널로 선택한 건, 대형 유통 체인보다는 함부르크 내 작은 독립 술집이나 레스토랑이었어요. 이런 선택은 현실적인 여건 때문이기도 했지만, 프리츠 콜라의 정체성을 드러내기에는 마트의 매대보다 작지만 정체성이 확실한 가게들이 더 적합했기 때문이기도 해요.
ⓒSuperunion
하지만 작은 유통 채널이라고 해서 거래를 트기가 쉬웠던 것은 아니에요. 어쨌든 바나 레스토랑 주인들을 설득하는 일이 남아 있었죠. 프리츠 콜라의 두 공동 창업자는 오래된 밴에 프리츠 콜라를 싣고 다니며 직접 콜라를 팔았는데, 만약 콜라 판매가 저조하면 잔여 재고들을 전부 환불해 주는 조건으로 거래를 제안했어요. 대부분의 도매 거래에서 소매업체가 재고 리스크를 부담하는 업계의 관행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제안이었어요.
ⓒSuperunion
그렇게 작은 거래처들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하자 프리츠 콜라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어요. 마트에서는 구할 수 없고, 술집이나 레스토랑에서만 찾을 수 있는 특별한 콜라로요. 희소성에 힘입어 유행이나 트렌드에 관심 있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어요. 심지어 함부르크 내 술집들이 프리츠 콜라가 있는 술집과 없는 술집으로 구분되기도 했어요.
'어른을 위한 콜라'라는 컨셉, 컨셉에 맞는 제품의 맛, 컨셉을 강화하는 유통 채널, 3박자가 맞으니 프리츠 콜라를 판매하고 싶어하는 거래처들도 늘어났어요. 선순환을 타기 시작한 거죠. 프리츠 콜라를 판매하기 시작한 첫 달에는 170병에 그쳤던 판매량이, 3개월 만에 월 4,080병을 기록했어요.
물론 어느 정도 규모가 커진 이후에는 고급 마트, 드럭스토어 등으로 유통 채널을 넓혔어요. 지금은 레베(REWE), 에데카(Edeka) 등의 대형 슈퍼마켓에도 입점했고요. 여전히 초기의 주력 채널이었던 바나 레스토랑에서 활발히 판매되고 있는 건 물론이고요. 덕분에 초기에 구축한 힙한 브랜드 이미지를 망치기 보다는, 오히려 ‘드디어 프리츠 콜라를 대형 마트에서도 구할 수 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어요.
측면 승부 #3. 홍보가 아닌 연대를 선택하는 이유
창립한지 20년이 넘은 지금, 그간 프리츠 콜라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2016년 말,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로렌츠 햄플이 프리츠 콜라를 떠났고, 미르코 비거트만 회사에 남게 되었어요. 이후 2017년에는 새로운 주주를 맞이했어요. 예거마이스터(Jägermeister)로 유명한 ‘마스트-예거마이스터(Mast-Jägermeister)’ 사와 생수 브랜드 아우부르크 크벨르(Auburg Quelle)의 소유주인 ‘디르크 루포크트(Dirk Lütvogt)’예요. 미르코 비거트가 약 70%를, 나머지 두 회사가 약 3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죠.
프리츠 콜라는 새 주주를 맞이하고, 회사가 커진 지금도 프리츠 콜라만의 정체성을 잃지 않아요. 여전히 소유 경영 체제를 유지하며 음료의 품질을 지키죠. 마케팅, 브랜딩도 자신들이 함께 일하고 싶은 독립 프리랜서들이나 독립 예술가들과 함께 해요. 유명인들의 유명세에 힘입어 인지도와 매출을 높이는 대신, 무명이지만 프리츠 콜라와 닮은 커뮤니티와 연대하죠.
“우리는 삶을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결정하고 싶었기 때문에 자영업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창립의 순간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 회사 문화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 미르코 비거트, Forbes
프리츠 콜라는 독립 예술가들의 페스티벌이나 행사에 음료를 지원하는 것은 기본, '프리츠 톤(fritz-töne)'이라는 무명 음악가들의 커뮤니티를 만들기도 했어요. 장르는 힙합, 스래시 메탈, 인디 팝 등 가리지 않았죠. 더 나아가 프리츠 콜라는 프리츠 톤에 속한 음악가들이 그들의 음악을 알릴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했어요. 사진, 영상, 재무 등 무명 인디 밴드들이 자기다움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지원하는 거죠.
ⓒFritz-kola
유명한 아티스트들의 홍보 효과를 생각했다면 애초에 고려도 안했을 시도예요. 그러나 프리츠 콜라는 대중적으로 유명해지는 것보다 자신들이 응원하는 문화를 알리고, 프리츠 콜라의 정체성을 알리는 데에 더 집중했어요.
제품 개발 역시 자본의 논리나 시장의 반응, 트렌드보다는 만들고 싶은 마음을 따를 때도 있어요. 프리츠 콜라는 다른 콜라 브랜드 대비 단일 브랜드 하에 훨씬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개발했어요. 2004년부터 오리지널 콜라 외에 다른 맛들을 개발하기 시작했는데, 그 가짓 수가 수십 가지가 넘어요. 2024년 8월 현재는 12종의 음료를 판매하고 있죠.
오렌지, 메론, 레몬 등 과일이 최대 23%가 들어간 과일에이드인 프리츠 리모(fritz-limo) 시리즈, 유기농 과일을 듬뿍 넣어 만드는 과일 주스 시리즈인 프리츠 스프리츠(fritz-spritz) 등이 그 예에요. 프리츠 리모나 프리츠 스프리츠는 지금도 판매되고 있지만, 잠시 판매하다 중단된 라인업도 있어요. 건조한 마테찻잎 추출물로 만들어 스모키한 차 맛이 강렬하게 나는 비건 음료, 프리츠 마테(Fritz-mate)가 대표적이죠.
ⓒFritz-kola
그 중 가장 낭만적인 제품 중 하나는 파인애플 레몬에이드인 '안욜라(Anjola)'예요. 안욜라는 프리츠 콜라가 개발한 음료는 아니에요. 원래 1952년 함부르크에서 요하네스 글레스케(Johannes Gleske)가 개발한 음료로, 원가가 너무 높아 2008년에 생산이 중단된 음료예요. 하지만 2013년, 안욜라는 프리츠 콜라의 산하 브랜드로 부활했어요. 어떻게 된 일일까요?
프리츠 콜라의 두 공동 창업자는 어릴 적 안욜라를 마셨던 추억을 갖고 있었어요. 그런데 마침 안욜라를 만든 창업주 가족이 안욜라를 부활시키기 위해 프리츠 콜라를 찾아 왔죠. 이 때 두 공동 창업자는 사업적 계산보다는 안욜라에 담긴 추억을 되살리고 싶었어요. 그저 하고 싶은 마음을 따른 거죠. 그 진심을 담아 제품 설명에도 '코스타리카에서 재배한 유기농 파인애플과 많은 사랑'이 담겨 있다고 썼어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아닐 수 있어도, 가장 프리츠 콜라다운 선택이기에 프리츠 콜라의 팬들은 늘 그들을 응원해요.
ⓒFritz-kola
단 하나의 정면 승부: 미래에 기믹은 없다
'세상은 깨어있는 사람의 것이다(Den Wachen gehört die Welt)'
ⓒSuperunion
프리츠 콜라의 병 아래에는 새겨져 있는 문구예요. 이 문구에는 프리츠 콜라의 뜻이 담겨 있는데요. 프리츠 콜라는 거대 기업보다 더 나은 콜라를 만드는 것으로 시작했을 뿐, 그게 궁극적인 목적이 아니에요. 하나의 음료 브랜드를 넘어 세상의 변화를 이끄는 브랜드가 되는 것을 꿈꾸죠.
그래서 프리츠 콜라는 환경, 차별, 정의 등과 같은 사회적 이슈에 대해 생각하고 실천해요. 사람들이 미래를 위해 변화가 필요한 문제들을 인지하고 행동을 바꾸기를 바라죠. 미래를 바꾸는 데에는 왕도가 없기에, 직면한 문제를 개선하는 데에 힘써요.
특히 '지속가능성'은 제조 회사인 프리츠 콜라에게 중요한 화두예요. 프리츠 콜라의 유리병은 최대 50번 재사용이 가능하고, 그 후에는 품질 저하 없이 100% 재활용이 가능해요. 콜라 유통을 위한 상자를 재활용 소재로 만드는 것은 기본, 콜라 상자도 재사용이 가능해요.
또한 지역 거점에 위치한 로컬 유리병 제조업체와 협력해 유리병을 만들어요. 포장 공급업체들도 모두 독일에 위치해 있죠. 콜라가 든 유리병이 이동하는 거리를 최소화해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을 줄이려는 목적이에요. 콜라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전 과정에 걸쳐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하고 있는 셈이에요.
창사 이래 환경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해 오던 프리츠 콜라는 UN의 1.5° 기후 목표를 준수하기 시작했어요. UN은 2015년 파리협정에서 지구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로 억제하고자 하는 이니셔티브를 발표했어요. 이에 따라 프리츠 콜라도 2019년부터 온실 가스 배출량을 등가의 이산화탄소 양으로 환산, 기록해 왔어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후 영향 모델을 사용해 기후에 끼치는 영향을 계산하고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어요.
프리츠 콜라의 이런 노력은 모든 사람에게 와 닿지는 않을 수 있어요. 하지만 의식이 깨어있는 사람이라면 프리츠 콜라의 노력에 공감할 거예요. 세상이 깨어있는 사람의 것이라면, 프리츠 콜라는 이런 사람들을 위한 콜라를 만들어요. 프리츠 콜라 스스로가 가장 깨어있기 위해 노력하는 건 물론이고요.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의 변화를 이끄는 프리츠 콜라이기에 그 여정에 기꺼이 동참하고 싶어져요.
Reference
https://www.bbc.com/news/business-53593138
HOW FRITZ-KOLA TOOK ON COKE, OZY
FRITZ-KOLA Brand attitude cast in glass, Superun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