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욕만 자극하는 디자인은 가라 소통력을 유도하는 디자인이 온다

굿바이마켓

2024.08.07



좋은 아이디어란 무엇일까요? 재미가 보장된 아이디어, 즐거움이 있는 아이디어, 장난스러워서 어린 시절의 천진난만함을 일깨워주는 아이디어, 이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이 늘어나는 아이디어가 좋은 아이디어라고 말하는 디자인 브랜드가 있어요. 시즈오카의 ‘굿바이마켓(goodbymarket)’이에요.


굿바이마켓은 일본인에게 일상적인 것에서 새로움을 도출해내요. 가령, 후지산을 테마로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가 하면, 한자를 리디자인해 새로운 의미를 도출해내죠. 굿바이마켓의 대표 제품은 ‘후지 티(Fuji T)’. 끝부분을 들어올리면 옷자락의 주름과 옷 안쪽의 푸른색 프린팅이 마치 후지산처럼 보이도록 한 티셔츠예요. 


이렇게 독특하고 장난스러운 제품은, 새로운 대화를 이어진다고 창업자 이케가야 치히로는 말해요. 그래서 브랜드의 이름이 ‘굿바이(goodby)’마켓이에요. 마켓에 안녕(goodbye)을 고하지 않고, 마켓으로부터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을 창조해내겠다는 뜻이죠. 그렇다면 굿바이마켓이 만들어내는 커뮤니케이션은 무엇일까요?


굿바이마켓 미리보기

• #1. 후지산 최정상에서 인생이 바뀌다

• #2. 아이디어는 끊임 없는 배팅 센터다 

• #3. 익숙함의 재해석이 커뮤니케이션을 낳는다

• 모든 것은 어린 시절 장난의 연장선 




여행의 아쉬움을 달래는 방법 중 하나는 기념품을 사오는 거예요. 특히 일본은 여행지에서 가족과 친구를 위해 선물할 기념품인 오미야게(お土産)를 구매하는 문화 덕에, 지역마다 특산품이 발달해있죠. 도쿄의 대표적인 오미야게인 ‘도쿄 바나나’는 말할 것도 없고, 가라쿠마의 호두 파이 과자 ‘구루밋코’, 홋카이도의 쿠키 ‘시로이 고이비토’ 등. 일본에는 이런 오미야게를 연구하는 ‘오미야게 학회’도 있을 정도예요.


후지산이 있는 시즈오카현의 오미야게로는 ‘콧코’라는 이름의 밀크 크림 케이크, 장어 파이 ‘우나기 파이’ 등이 유명해요. 하지만 시즈오카라면 뭐니뭐니 해도 후지산 기념품만 한 게 없겠죠? 열쇠고리나 그릇은 물론 후지산 모양의 부채, 타월, 후지산에서 길어온 물까지. 후지산 관련 기념품들이 넘쳐나요.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브랜드가 ‘굿바이마켓(goodbymarket)’이에요. 후지산을 테마로 다양한 아이디어 제품을 만들면서, ‘기념’과 ‘재미’를 동시에 주거든요. 보통의 기념품처럼 후지산을 모티브로 한다는 점은 같지만, 굿바이마켓은 기념품보다 아이디어 제품의 정체성이 더 강해요.


가령, 등산용 타월. 얼핏 보면 앞면은 푸른색, 뒷면은 하얀색을 한 일반적인 타월 같지만, 모양에 따라 접어서 배낭에 걸면 모양이 바뀌어요. 삼각형으로 접힌 타월은 마치 후지산을 연상케 하죠. 토트백 역시 겉에서 보면 평범하지만, 안쪽 밑바닥에 푸른색으로 프린팅 되어 있어 밑에 달린 붉은 고무줄을 끌어 올리면 후지산이 완성돼요. 


‘굿바이마켓’을 만든 사람은 디자이너 이케가야 치히로. 그렇다면 그는 왜 후지산을 기념하는 디자인 브랜드를 만들었을까요? 후지산은 그에게 어떤 의미인 걸까요?


ⓒgoodbymarket


ⓒgoodbymarket



#1. 후지산 최정상에서 인생이 바뀌다


뒤집으면 푸른색 후지산이 나오는 에코백, 종이 모서리에 붙여서 후지산 모양을 만들어낼 수 있는 푸른색 마스킹 테이프, 옷 주름으로 후지산 모양을 만드는 티셔츠, 휴지를 뽑으면 후지산이 완성되는 티슈 케이스 등. 굿바이마켓에는 오로지 ‘후지산’ 하나를 모티브로 디자인한 제품이 무려 30종류 이상인데요. 이케가야 치히로는 도대체 후지산에 이토록 집착하는 걸까요?


후지산에 큰 추억이 있다거나, 어린 시절부터 후지산을 좋아했다고 생각했다면 오산이에요. 초등학교 교가에는 가사에 ‘후지산’이 들어갔고, 고등학교는 후지산이 잘 보이는 곳에 있었지만 시즈오카에서 태어나고 자란 학생 이케가야에게 후지산은 그냥 그 자리에 당연하게 있는 것. 그래서 눈길이 안 가는 산일 뿐이었어요.


하지만 이케가야의 생각은 도쿄로 상경한 후에 바뀌어요.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전문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했고, 이후 23살까지는 밴드 활동에 전념했어요. 건축을 공부했기 때문에 CAD를 다룰 수 있었던 이케가야가 자연스럽게 CD 재킷이며 전단지 만드는 일을 맡았죠. 일이 거듭될수록 이케가야는 음악보다도 디자인 자체에 재미를 느끼게 됐죠. 그래서 23살의 나이로 밴드를 그만두고 인테리어 숍 매니저로 일하기 시작했어요.


동시에, 후지산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어요. 도쿄에 올라와 보니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뉘었어요. ‘후지산을 본 적 없는 사람’과, ‘후지산을 그리워하는 사람’. 시즈오카에 있을 때만 해도 이케가야에게 후지산은 관심 없는 산이었지만, 돌이켜 보면 후지산은 늘 곁에서 빛나고 있었죠. 학생 시절 연인과 제방을 걸으며 하교할 때에도, 후지산은 일몰을 담은 채 펼쳐져 있었어요. 도쿄에서 저 멀리 보이는 후지산을 바라보며 이케가야는 ‘저 너머에 내가 사랑하는 고향이 있다’는 생각에 잠기곤 했어요.


그러다 문득, 어린 시절 할머니에게 선물로 받은 후지산 열쇠고리가 눈에 들어왔어요. 장식 없이 단순한 기념품처럼 생긴 그 열쇠고리를 보고 이케가야는 생각했죠. ‘관점을 바꾸면, 후지산으로도 아직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에게 후지산은 낡은 관광 소재가 아니라, 여전히 새로운 게 발견될 수 있는 탄광이었어요. 그래서 이케가야는 2010년 7월에 처음으로 후지산을 등반했어요. 


“후지산에 오르면 인생관이 바뀐다든가, 이혼 직전의 부부 관계가 돌아온다든가,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어왔어요. 사람의 인생을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면, 오를 타이밍을 소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누군가 같이 후지산에 가자고 해도 ‘아직 아니야’라며 거절해왔습니다. 그러다 2010년, 독립에 대한 열정이 강해지던 시기에 때가 왔다고 생각했어요.”

-이케가야 치히로, 후지산 인터뷰에서


이케가야는 이왕 오를 거, 기념일 될 만한 물건을 가져가고 싶었죠. 등산 일주일 전, 우연히 티셔츠를 쥐어봤는데, 주름의 모양이 후지산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곧장 하얀색 티셔츠 위에 푸른색 마커로 후지산을 그려봤어요. 티셔츠의 아랫부분을 뒤집으면 안쪽의 푸른색으로 칠해진 부분이 나와서, 마치 후지산을 연상케 하는 디자인이죠. 


“티셔츠를 만들었을 때 흥분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소파를 두드리면서 ‘이거, 재밌다!’고 외쳤죠. 후지산 정상에서 처음 선보일 생각을 하니 두근거렸어요.”

-이케가야 치히로, 후지산 인터뷰에서


실제로 이케가야는 후지산 정상에 서서 후지산 티셔츠를 들춘 채 기념 사진을 찍었어요. 지나가던 등산객들도 ‘오오!’ 감탄을 내지르며 재밌어했고, 어떤 사람들은 ‘그 티셔츠 어디서 파냐’고 묻기도 했죠. 이케가야는 현장 반응을 보고 확신했어요. ‘아, 후지산은 여전히 새로운 아이템이 될 수 있다’. 그리고 후지산을 사업 아이템으로 활용해보기로 했죠.


2011년 4월, 이케가야는 후지산을 모티프로 한 제품 네 개를 만들어 ‘굿바이마켓’을 시작했어요. 그중 하나가 바로 대표 제품인 ‘후지 T(Fuji T)’입니다. 가슴팍에는 ‘3776’이라는 후지산의 고도를 알리는 숫자가 적혀 있고, 옷자락의 중앙을 집어서 들어올리면 후지산이 나타나요. 인기에 힘입어 지금은 오리지널 제품과 폴리에스테르 재질의 등산용 버전, 아이용 버전 등 세 가지로 늘어났어요.


ⓒgoodbymar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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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이디어는 끊임 없는 배팅 센터다


‘후지 T’는 시작에 불과했어요. 굿바이마켓에서는 후지산 테마의 제품만 총 31개에 달해요. 사이즈나 버전 차이를 제외하면, 29 종류죠. 이케가야의 목표는 36개의 아이템을 만드는 건데요.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판화 시리즈이자, 호쿠사이 지역에서 둘러볼 수 있는 경로인 ‘후지산 36경’에서 따왔죠.


오로지 후지산만으로 이루어진 굿바이마켓의 아이템들을 자세히 살펴볼까요? 간단한 키링이나 색종이부터 타월까지 다양한 제품군으로 구현되어 있어요. 키링 ‘후지산을 찾는 열쇠’는 직경 35mm의 동그란 아크릴 원판에 후지산 실루엣으로 구멍이 뚫려 있을 뿐이에요. 하지만 이 구멍은 어느 곳에서나 후지산을 찾을 수 있는 열쇠가 돼요. 가령, 하늘과 건물의 천장을 잇는 경계선, 흙과 잔디를 구분하는 경계선 등 경계선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후지산이 되죠.


받침대와 거울 두 부분으로 되어 있는 탁상 거울은 얼핏 보면 단순한 거울처럼 보여요. 하지만 받침대와 거울을 조립하고, 비스듬히 세우면 바닥에 빛과 그림자를 통해 후지산이 나타나죠. 거울의 방향, 불빛이나 외광에 의해 후지산의 풍경이 달라지고요. 특히 아침 빛이 흐릿할 때에 그림자를 만들면 눈 내린 후지산이 된다고 해요. 그는 이 모든 아이템을 만들 때 이케가야는 그냥 만들지 않아요. 메시지를 넣고자 하죠.


“누군가의 얼굴이 떠오를 때가 있을 거예요. 그 누군가가 바로 당신일 수도 있죠. 매일 거울을 쓰다가, 부드러운 후지산을 문득 발견한 순간, 그 후지산이 기억 속 그 사람과 당신을 이어주기를 바랍니다.”


그 외에도 사용할수록 끝 부분이 닳아서 후지산과 비슷해지는 기타 피크는 전면에 ‘TRY HARD’라는 메시지가 쓰여 있어요. 열심히 연습한 사람일수록 눈 쌓인 후지산을 더 빨리 만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죠. 제품 설명란에는 “아무래도 열심히 하자. 눈치채면 받으러 가자.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 받기를 목표로 하는 사람에게”라고 적혀 있어요.


ⓒgoodbymar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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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떻게 후지산 하나로 이렇게 많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을까요? 어쩌면 이케가야는 아이디어 천재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의외로, 이케가야가 수많은 아이디어를 떠올린 이유는 재능이 아니라 습관에 있었어요. 머리에 번뜩이는 생각이면 뭐든 메모하는 습관이죠.


인테리어 숍에서 일했던 24살부터 이케가야는 늘 마음 한 쪽에 자신만의 물건을 만들어 팔고 싶었기 때문에 모든 아이디어를 메모해두기 시작했어요. 심지어 자면서 꾼 꿈까지 일어나서 메모했죠. 그래서 모아보면 겹치는 생각들도 꽤 많아요. 이렇게까지 그가 메모가 집착하는 이유는 ‘아이디어는 늘 넘쳐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에요. 그는 “아이디어는 배팅 센터와 같은 것”이라고 말해요. 치지 않아도 공이 계속 튀어나와야 하죠. 이렇게 아이디어를 쌓아두려면 끊임 없이 생각하는 힘이 중요해요. 


“저는 생각하기 시작하면 계속 생각하고 있어요. 생각하면서 잠들기 때문에 꿈속에서도 그 생각이 나오죠. 결과적으로 수면의 질은 얕아지지만요. 다른 사람들에겐 힘들어 보일지도 모르지만, 저는 힘들다고 느끼지 않아요.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 동안에도 ‘어딘가에 분명 아이디어가 있을 것이다. 언젠가 그것이 나오는 타이밍이 분명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조금 기대가 되죠. 결국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아, 이거다!’ 하는 감각은 최고니까요.”

-이케가야 치히로, 후지산 인터뷰에서


아이디어의 힘은 디자인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적 없는 이케가야를 신선한 디자이너로 만들었어요. 이러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굿바이마켓은 여러 기업과 협업하는 디자인 스튜디오로도 활동하고 있죠. 외주 작업 역시 ‘아이디어 디자인’이라는 점은 변함 없고요.


몇 가지 살펴볼까요? 시즈오카시 환경 창조과와 협업해 제작한 니혼다이라 동물원 환경 학습 프로그램 책자는 그저 관람이 끝나면 버려지는 종이에 새로운 쓸모를 부여했어요. 책자에 ‘정보’만 넣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 요소를 넣었죠. 표지에 4종류의 동물 칼선과 작은 구멍을 뚫어서, 책자를 오려 가면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한 거예요.


시즈오카시 미술관의 의뢰로 제작한 차 판매를 위한 입간판은 ‘시간’과 ‘차’의 개념을 독특하게 연결했어요. ‘지금 몇 시야?’ 묻는 문구 아래에 한자로 ‘차(茶)’ 쓰여 있죠. 이 한자를 가르는 중앙의 획을 시계 바늘의 시침과 분침으로 표현했는데요. 7이 있을 자리에 3을 위치시키는 방식으로 시계의 숫자 배열을 조정해 다른 시간에는 한자가 묘하게 어긋나다가, 세 시가 되면 문자가 완성되는 구조죠. ‘찬 한 잔 하자’며 근로자를 쉬게 하려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차는 시간을 만든다’는 의미로 디자인한 거예요.


ⓒgoodbymar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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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익숙함의 재해석이 커뮤니케이션을 낳는다


후지산과 같은 자연물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의 물건들로 재탄생해요. 앞서 설명한 안내 책자와 입간판처럼, 굿바이마켓은 ‘이미 알고 있던 것의 새로운 맛’을 강조하죠. 이런 식으로 이케가야는 ‘익숙할수록 새로운 의미가 숨어있기 마련’이라고 생각해요. 


그의 아이디어 역시 익숙한 일상의 풍경에서 출발할 때가 많아요. 가령, 목장갑 ‘Work Glove Fuji’ 제품의 경우 제품을 출하하다가 구부러진 자신의 손가락을 보고 떠올렸죠. 그래서 손가락 관절 부분에 하얀 페인트를 칠해, 구부리면 손가락으로 후지산을 만들 수 있게 디자인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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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것을 재해석하는 이케가야의 능력은 ‘이모글리프(emoglyph)’ 프로젝트에서 빛을 발해요.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한자’를 가지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현하거든요. 우리나라로 치면 한글 디자인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죠. 


‘이모글리프’ 프로젝트는 2010년에 시작했어요. 하이힐을 신은 한 여성이 발 뒷꿈치에 반창고를 붙인 걸 보고, 반창고를 오려 붙여 ‘미(美)’라는 글자를 만들면서 시작한 일이죠. 이를 통해 이케가야는 ‘남녀 불문하고 외모나 내면의 아름다움을 위해 많은 것을 참고 있으며, 많은 통증과 상처를 안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이모글리프(emoglyph)’는 감정을 뜻하는 ‘이모션(emotion)’과 상형문자를 뜻하는 ‘히에로글리프(hieroglyph)’의 합성어로, ‘정형문자’라고 직역할 수 있어요. 감정으로 의사소통되는 문자를 의미하는데요. 이케가야는 다양한 한자를 조합해 새로운 의미를 가진 새로운 한자를 만들기도 하고, 기존의 한자에 무언가를 덧대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기도 해요. 이모글리프를 통해 다양한 전시회도 개최했죠. 그렇다면 그가 만든 ‘정형문자’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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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人)’의 실루엣을 갖추고 있지만 윗부분은 점선으로 비어 있는 이 문자는 ‘수행’을 의미해요. 불교의 윤회 사상에서 영감을 받았죠. 현재 내가 있는 곳은 현실 세계도, 내세도 아니라는 의미예요. 이 외에도 ‘팔(八)’의 모양이 하늘에서 이어져 ‘사람(人)’이 된다는 의미도 숨어 있어요. 이케가야는 “아직 ‘사람’이 되지 못한 미숙한 ‘팔’ 여러분! 사고팔고 하면서 살아갑시다’ 라며 위트 있게 말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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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자의 경우 해석하기가 더 쉬워요. ‘지지(地支)의 열째; 유; 닭’의 의미를 가진 ‘유(酉)’에 일백 ‘백(百)’을 붙여서 ‘100% 취했다’는 의미를 만들었어요. 이는 원래 ‘취할 취(酔)’의 뒷 부분을 ‘백’으로 바꿔서, ‘90%의 취(酔)만으로는 아쉽다, 100%로 취하자’는 의미를 담은 거예요. 


반면, 한자에 도구를 더해서 익숙한 의미에 새로운 메시지를 내포할 수도 있어요. 가령, ‘신용’이라는 작품은 자동판매기나 무인판매 등 신용이 바탕이 되는 판매 방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세로로 ‘일본(日本)’이 적혀 있는데, 각 한자 중 획 하나 씩을 1,000엔 짜리 지폐로 표현했죠. ‘일본인은 지폐를 훔치지 않는다’는 신용의 메시지를 담은 이 작품은, 누군가 1,000엔(약 1만원) 지폐를 훔쳐간다면 글씨가 ‘어리석을 매(呆)’로 바뀌고 말아요.


제품으로 구현된 이모글리프도 있어요. ‘혼다나’라는 제품인데요. 책을 꽂아야 비로소 ‘책(本)’이라는 글자가 완성되는 1권용 책꽂이예요. 책을 꽂기 전에는 나무를 의미하는 ‘목(木)’에서 그치지만, 책을 꽂음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는 형태죠. 


ⓒsurugabank


ⓒgoodbymar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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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이케가야가 ‘한자’와 같은 말에 주목하는 이유는 일본인들에게 한자가 익숙하기 때문도 있지만, 이케가야에게는 ‘커뮤니케이션’ 그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그가 제품을 만드는 이유가 바로 커뮤니케이션 그 자체에 있죠. ‘후지 T’를 만들었던 출발점 역시 후지산 정상에서 나눴던 사람들과의 소통이었듯이요.


“굿바이마켓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살짝 채우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창조하고 있어요. 마켓에서 ‘굿바이(goodbye)’라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마켓이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의 시작점이 될 수 있게 시도하고 있어요.”

-공식 홈페이지에서 


이케가야에게 제품이란 커뮤니케이션 도구예요. 그가 커리어 초반부터 디자인 스튜디오가 아닌 디자인 숍을 선택한 이유도 ‘접객’을 하고 싶어서죠. 이케가야가 제품을 디자인하는 원동력은 제품 그 자체가 아니라 ‘선물을 주고받는 장면’에 있거든요.


“2006년 당시 오모테산도의 디자인 숍에서 근무했어요. 접객을 하는 중 많은 대화와 고객의 즐거운 표정이 탄생했죠. 구입한 고객은 누군가에게 선물을 하고, 거기서 또 새로운 대화가 태어났을 거예요. 선물 받은 사람도 누군가에게 상품에 대해 말했을 수도 있고요. 저는 즐거운 대화를 만들 수 있는 물건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 마음으로 브랜드를 시작했죠. 내 창의력의 원동력은 그 날부터 지금까지 많은 커뮤니케이션에 있습니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모든 것은 어린 시절 장난의 연장선


어떻게 보면 이케가야가 만든 제품들은 장난스러워요. 하지만 이 장난스러움이, 그의 정체성이나 다름없죠. 그는 어린 시절부터 장난 치기를 좋아하고, 사람들이 놀라는 얼굴을 보는 걸 좋아했다고 하니까요. 


“모든 것은 어린 시절 장난의 연장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장난은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들, 떨어져 있어도 정기적으로 만나주는 친구들이 있기 때문에 계속될 수 있죠. 친구가 많은 타입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재미있는 일로 열정을 보이는 저를 모두가 좋게 봐줘요. 내가 고향을 좋아하는 이유도 거기 있을 거예요. 지금도 변함없이 어린 시절의 감각으로 일하고 있다니, 굉장히 축복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이케가야 치히로, 후지산 인터뷰에서


굿바이마켓의 ‘오야코모노(オヤコモノ)’ 제품 시리즈가 바로 이런 ‘아이들과의 놀이’라는 가치관에서 시작됐어요. 직역하면 ‘아이와 부모’ 그리고 ‘물건’의 합성어죠. ‘오야코모노’에는 총 현재까지 총 다섯 가지 놀이 제품들이 출시되어 있는데요. 잎을 주워서 뚫려 있는 구멍에 꽂으면 새가 완성되는 오브제 ‘오티바의 새’, 돌을 찾아서 끼우면 반지가 완성되는 종이 반지 ‘겐세키 헌터’가 그중 하나예요.


이 제품들은 부모가 아이들과 놀아주며 자연에 대해 알려줄 수도 있지만, 부모 역시 놀이에 참여하며 아이의 시선으로 자연을 다시금 돌아볼 수 있어요. 어쩌면 굿바이마켓의 제품은 이렇듯, 모든 사람들에게 어린 시절의 장난스러움, 세상을 장난스럽게 바라보던 쾌활함을 돌려주고 싶었는지도 몰라요. 그러하니 굿바이마켓의 제품이 늘어날수록 동심과 대화도 늘어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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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공식 홈페이지

공식 인스타그램

富士山を彩るデザイナーが語る漢字~視点を変えることで、新しい意味を発見~, SURUGA bank

人生初の富士登山が、人生の大きな転機になりました, National Council on Fujisan World Heritage

池ヶ谷知宏さん, COLO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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