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비전 프로젝트(60VISION PROJECT)’
‘디앤디파트먼트 프로젝트’의 창립자인 나가오카 겐메이가 창설했던 또 하나의 프로젝트 이름이에요. 60비전 프로젝트는 이름처럼 1960년대에 생산된 제품들을 재조명해요. 1960년대는 제대로 된 제품, 견실한 디자인을 추구하던 시기로, 이 때 생산되었던 제품들의 가치를 발굴하는 거예요. 잘 만든 60년대 제품들을 큐레이션해 디자인은 유지하면서 동시에 요즘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재편집하는 프로젝트죠.
그런데 60비전 프로젝트의 첫 번째 브랜드로 선정된 가구가 있어요. 바로 일본 아이치현에서 시작한 ‘가리모쿠’예요. 1960년대 생산되었던 가리모쿠의 ‘K-체어’, ‘D-체어’ 등을 복원하되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 인체에 무해한 가구를 만들었죠. 이름하여 ‘가리모쿠60’.
가리모쿠60 시리즈는 높은 완성도와 동시에 한치의 낭비가 없는 디자인으로 유명해요. 덕분에 아직까지도 큰 사랑을 받고 있죠. 가리모쿠60 시리즈가 워낙 큰 명성을 얻기는 했지만, 사실 가리모쿠는 그 이상의 행보를 보여온 브랜드예요. ‘100년이 넘는 나무의 수명처럼 100년을 쓸 수 있는 가구를 만든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오래 가는 가구를 만들어 왔죠. 만드는 가구만큼이나 견고한 철학이 돋보이는 가구 브랜드, 가리모쿠를 소개할게요.
가리모쿠 미리보기
• #1. 토요타의 생산 방식을 보고 배운 가구 브랜드
• #2. 가구를 공간에 ‘놓지’ 않고 ‘맞추는’ 이유
• #3. 제품이 아닌 영감을 제안하는 방법
•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가구 회사의 딴짓
ⓒBearbrick
이 피규어,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거예요. 이 피규어는 일본의 장난감 회사, ‘메디콤 토이(Medicom Toy)’가 만드는 ‘베어브릭(Bearbrick)’이에요. 베어브릭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종류를 자랑하는데요. 조금만 들여다보면 우리에게 익숙한 캐릭터의 모습을 한 베어브릭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어요.
베어브릭은 다양한 브랜드와 활발한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해요. 이를 바탕으로 한정판 시리즈도 많이 만들어서, 베어브릭을 수집하는 마니아들도 많죠. 어떤 브랜드 혹은 어떤 캐릭터와 컬래버레이션을 했는지, 몇 개나 생산하는지에 따라 베어브릭의 가격은 천차만별이에요.
그중에서도 유독 비싼 시리즈가 있어요. 바로 ‘나무’로 만든 베어브릭이에요. 가격은 자그마치 99만 엔, 한화로 약 990만 원에 이르죠. 990만 원은 공식 가격이라 그나마 싼 편이에요. 워낙 갖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고 희귀한 탓에, 시중에서는 종종 더 비싼 가격에 거래되기도 하거든요.
ⓒBearbrick
금을 바르지도, 보석이 박혀 있지도 않은데, 도대체 왜 이렇게 비싼 걸까요? 먼저 자란 지 50년이 넘은 내구성 좋고 결이 아름다운 나무로 만들어졌어요. 게다가 나무로 베어브릭 특유의 곡선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소장 가치가 높기 때문이에요. 심미적으로도 아름다운 데다가, 나무로 베어브릭의 유려한 곡면을 구현한다는 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거든요.
ⓒBearbrick
그렇다면 이렇게 난이도 높은 기술로 목재 베어브릭을 만들어 낸 회사는 과연 어디일까요? 바로 일본의 프리미엄 가구 브랜드, ‘가리모쿠(Karimoku)’예요. 1940년 목재 제품을 하청 받아 제작하는 기업으로 시작한 가리모쿠는 1960년대부터 오리지널 가구를 선보이기 시작했어요. 이후 가리모쿠는 특유의 장인정신으로 일본을 넘어 세계적으로 유명해 졌어요. 현재는 약 30개 국가에 공식 딜러를 통해 가구를 수출하고 있어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는 물론, 덴마크, 스웨덴, 프랑스, 이태리 등 유럽이나 북미에도 진출해 있죠.
ⓒKarimoku
ⓒKarimoku
하지만 장인정신으로 가구를 만들었다고, 외골수 같이 브랜드를 키워 왔다고 생각한다면 오해예요. 베어브릭과의 협업에서 알 수 있듯이, 가리모쿠는 창립 이후 지금까지 ‘도전의 역사’를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선 넘는 수많은 도전을 하며 가구를 만들어 왔거든요. 그렇다면 가리모쿠는 어떤 도전들을 하며 글로벌 가구 브랜드가 될 수 있었을까요?
#1. 토요타의 생산 방식을 보고 배운 가구 브랜드
‘가리모쿠’라는 이름은 ‘가리’와 ‘모쿠’의 합성어예요. ‘가리’는 브랜드가 탄생한 지역인 일본 아이치현의 ‘가리’야시에서 따왔고, ‘모쿠’는 일본어로 나무를 뜻하는 단어죠. 가리모쿠의 부사장 카토 히로시는 ‘이름이 곧 가리모쿠의 정체성’이라고 말하는데요. 여기에는 이유가 있어요. 실제로 가리모쿠는 ‘지역’과 ‘나무’에 뿌리를 두고 있거든요.
먼저 아이치현 가리아시라는 지역은 가리모쿠의 생산 방식과 관련이 있어요. 가리모쿠는 오리지널 가구를 만들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좋은 가구를 전하는 걸 목표로 삼았어요. 대량으로 생산하고 널리 유통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은 건데요. 이를 위해서는 가구를 제작하는 공정을 효율적으로 개선하고 품질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했어요.
가리모쿠는 같은 지역에 먼저 자리를 잡아 승승장구 중이던 자동차 기업 토요타(Toyota)에서 힌트를 얻었어요. 1937년 설립된 토요타는 1950년대에 ‘토요타 생산 방식(TPS, Toyota Production System)’을 도입하며 가파르게 성장했어요. TPS는 자동화를 기반으로 하되 현장 기술자의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품질을 끌어올렸어요. 즉 TPS는 필요한 것만,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만큼 만드는 생산 방식이에요.
훗날 자동차 기업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이 TPS를 벤치마킹했어요. 미국에서는 TPS를 ‘린 생산(Lean Production)’이라는 용어로 새롭게 정의되기도 했고요. 가리모쿠 또한 토요타와 같은 지역에 위치한 덕분에 이 시스템을 빨리 받아들일 수 있었죠. 그리고 이게 가리모쿠의 성장에 ‘신의 한 수’가 된 거예요.
©Toyota
가리모쿠는 TPS에 착안해 나무를 정밀하게 절단해주는 고성능 기계와 장인의 기술을 결합해 대량 생산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어요. 이후엔 일관된 품질 관리를 위해 어떤 것도 다른 곳에 맡기지 않고 가리모쿠가 직접 운영하는 공장에서 제작하고 있죠. 또한 품질과 효율을 동시에 끌어올리기 위해 한 공장은 의자만, 다른 공장은 테이블만 만들게 하는 등 각각의 공장이 한 카테고리의 제품만 생산하고 있어요.
©Karimoku 공식 인스타그램
©Karimoku 공식 인스타그램
무엇보다 가리모쿠는 좋은 나무를 활용해 가구를 만들어요. 고품질 제품을 만들기 위해 좋은 재료를 쓴다는 게 당연해 보일 수 있지만, 들여다보면 그렇게 당연하지만은 않아요.
가리모쿠가 쓰는 나무는 50~100년에 걸쳐 자란 오래된 나무들이에요. 오래된 나무들은 어린 나무들에 비해 밀도와 강도가 높아 내구성이 뛰어나요. 오래된 만큼 나뭇결이 아름다워 미학적으로도 보기 좋고요. 가리모쿠는 100년 된 나무를 사용해 100년 넘도록 사랑 받는 가구를 만드는 걸 목표로 하고 있어요.
©Karimoku 공식 인스타그램
그런데 오래된 나무를 쓴다는 건 그만큼 오랫 동안 근처 생태계나 숲에 영향을 미치던 나무를 베어 낸다는 의미기도 해요. 그래서 가리모쿠는 각 지역의 전문 임업가와 논의하며, 숲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나무를 수급하고 있어요. 특히 나무의 나이가 50살이 넘어가면 온실가스 흡수량이 떨어지는데, 이런 나무들을 베어내면 오히려 환경에 도움을 줄 수 있죠. 어린 나무들이 다시 자라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셈이니까요.
©Karimoku 공식 인스타그램
뿐만 아니라 이렇게 수급한 나무를 견고한 재료로 만드는 데에도 힘써요. 나무를 가구로 만들 때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건조’예요. 물기가 남아있는 나무로 가구를 만들면 향후 균열이나 비틀림이 생길 수 있거든요. 이를 위해 가리모쿠는 온도와 습도의 균형을 맞춘 환경을 조성하고, 나무의 종류에 따라 기간과 방법을 다르게 적용하는 식으로 목재를 관리하고 있어요.
©Karimoku 공식 인스타그램
#2. 가구를 공간에 ‘놓지’ 않고 ‘맞추는’ 이유
“우리는 도전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많은 시도와 실패가 있었지만, 결국 목표를 달성해 아름다우면서도 편안한 제품을 만들어냈습니다.”
- 카토 히로시 가리모쿠 부사장, ZHD와 인터뷰 중
가리모쿠는 전 세계의 많은 건축가, 디자이너와 협업해 전에 만들어보지 않았던 새로운 가구를 만들며 도전에 도전을 거듭하고 있어요. 그 결과 ‘가리모쿠 케이스(Karimoku Case)’, ‘마스(MAS)’, ‘가리모쿠 뉴 스탠다드(KNS, Karimoku New Standard)’ 등 다양한 컬렉션이 탄생했는데요. 이 가운데 가리모쿠 케이스는 가리모쿠의 전문성과 장인정신이 극대화된 컬렉션이에요.
이름에서 유추해 볼 수 있듯이, 가리모쿠 케이스는 프로젝트에 맞는 ‘맞춤형’ 가구를 제작해요. 건축가들과 함께 특정 공간에 맞춰 가구를 디자인하고 제작하는데요. 가구가 단순히 집에 두는 물건이 아닌, 공간과 조화를 이루는 건축 요소로 기능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에요.
가리모쿠 케이스의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볼까요? 스웨덴의 ‘레스토랑 앵(RESTAURANG ÄNG)’ 사례예요. 이 레스토랑은 ‘자연스러운’ 요리를 서비스하고, 고객에게 좋은 식사 경험을 주는 걸 목표로 해요. 재료도 레스토랑 근처의 숲과 해변, 들판에서 구하고, 내부에서 판매하는 유기농 와인도 레스토랑에서 불과 100m 떨어진 곳에서 생산하죠. 자연 속에서 식사하는 느낌을 주고자, 레스토랑 건물 자체를 온실처럼 짓기도 했고요.
©RESTAURANG ÄNG 공식 인스타그램
©Karimoku Case
레스토랑 앵은 자연 속에서 식사하는 느낌을 식사 경험에도 반영하고 싶어 했어요. 이런 고객 경험을 디자인하기 위해 자연광과 주변 경관을 한껏 즐길 수 있는 ‘온실’을 모티브로 레스토랑을 디자인했어요. 온실처럼 투명한 통유리를 활용해 바깥 풍경과 햇빛 마저 있는 그대로 실내 공간으로 들여 왔어요. 덕분에 자연과 어우러져 식사하는 경험을 구현할 수 있었죠.
뿐만 아니라 고객들이 식사하는 동안 한 자리에 머무르는 대신 레스토랑 내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며 환경의 변화를 느끼도록 했어요. 각각의 빛과 풍경에 맞는 음식을 제공했고요. 이런 컨셉을 살리기 위해서는 가리모쿠의 힘이 필요했죠. 레스토랑 앵은 가리모쿠가 레스토랑의 컨셉을 반영한 가구를 제작해 주길 바랐어요.
레스토랑 앵의 의도를 들은 가리모쿠는 태양을 기준으로 오브제를 배치하고 고객의 이동 동선을 짰어요. 해가 지는 모습을 보며 식사할 수 있도록 창과 가까운 곳에 테이블을 배치하는 건 물론이고요. 시간에 따라 태양의 위치가 달라진다는 점을 감안해, ‘자연’이라는 테마와 어울리는 오브제를 배치했어요. 해가 어떻게 드느냐에 따라 오브제의 모습과 그림자가 다르게 보이도록 말이에요.
©Karimoku Case
©Jonas Bjerre-Poulsen
©Karimoku Case
뿐만 아니라 가리모쿠는 레스토랑 앵에 배치할 소파, 테이블 등의 가구를 유연하게 분리하고 결합할 수 있는 모듈형으로 제작했어요. 고객들이 어떤 조합으로 오더라도 의도된 식사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 거죠.
©Jonas Bjerre-Poulsen
이 밖에도 가리모쿠는 일본이나 중국의 블루보틀(Bluebottle) 매장 내 가구를 만들기도 했어요. 미국에서 시작한 블루보틀은 다른 나라에 진출할 때 그 나라의 문화와 분위기를 반영해 매장을 만드는데요. 일본이 간결함과 여백의 미를 중요하게 여겨 왔다는 점에서, 일본에서는 ‘미니멀리즘’을 핵심 테마로 매장을 열고자 했죠.
가리모쿠는 블루보틀의 이런 테마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고려해 따뜻한 톤의 나무를 선택하고 군더더기 없는 가구를 디자인하는 데 집중했어요. 또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만큼, 사용성도 끌어올렸어요. 예를 들어 의자의 경우 고객과 직원이 쉽게 옮기거나 정리할 수 있도록 가벼운 소재로, 쌓기 쉽게 디자인했죠. 블루보틀 매장 내 가리모쿠 가구는 콜렉션으로 출시돼 소비자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었어요.
블루보틀 시부야 ©Karimoku Case
블루보틀 시부야 ©Karimoku Case
블루보틀 미나토미라이 ©Karimoku Case
블루보틀 미나토미라이 ©Karimoku Case
블루보틀 장안 ©Karimoku Case
#3. 제품이 아닌 영감을 제안하는 방법
가리모쿠는 팬층이 견고해요. 세련된 디자인에 품질은 기본, 다양한 한정판 컬렉션으로 매번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죠. 2021년, 가리모쿠의 팬들이 환영할 만한 공간이 도쿄에 생겼어요. 가리모쿠의 쇼룸인 ‘가리모쿠 커먼즈 도쿄(Karimoku Commons Tokyo)’예요. 도쿄 쇼룸에 이어 2023년에는 교토에 ‘가리모쿠 커먼즈 교토(Karimoku Commons Kyoto)’의 문을 열었죠.
그런데 가구를 보기 위해 가리모쿠 커먼즈 도쿄를 방문하면 어딘가 다르다고 느낄 거예요. 일단 위치부터 유동 인구가 많은 상권이 아니에요. 복잡하고 바쁜 도심이 아니라, 레스토랑과 갤러리가 많은 주택가의 어느 골목에 위치해 있어요.
가리모쿠 커먼즈 도쿄 ⓒKarimoku
매장의 첫 인상도 남다른데요. 가리모쿠 커먼즈 도쿄에 도착해 문을 열면, 가구보다 작품들을 먼저 만날 수 있어요. 가리모쿠 커먼즈 도쿄 1층엔 ‘갤러리’가 있거든요. 이곳에는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작품 혹은 가리모쿠가 다른 디자이너, 건축가와 협업한 제품이 전시되곤 해요.
그렇다면 가리모쿠가 쇼룸에서 전시를 먼저 보여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쇼룸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얻고 싶어 한다는 점에 착안해, 그들에게 영감을 주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기 위해서예요. 전시를 통해 영감을 충전하면서, 본인의 공간을 꾸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바라는 마음을 담았어요.
가리모쿠 커먼즈 도쿄 1층 갤러리 ©케이지 아시자와 디자인 스튜디오
그래서 전시를 보고 계단을 통해 올라가면, 그제서야 2층부터 3층까지 본격적인 쇼룸이 펼쳐져요. 가리모쿠 커먼즈 쇼룸의 컨셉은 ‘체험’이에요. 고객에게 일방적으로 가구를 소개하지 않고, 최대한 실제 주거 환경과 비슷하게 구현해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했죠. 고객은 자유롭게 가구들을 체험하며 상주하는 직원에게 궁금한 점을 바로 물어볼 수 있고, 이를 통해 가리모쿠와 더 가까워질 수 있어요.
가리모쿠 커먼즈 도쿄 쇼룸 ©케이지 아시자와 디자인 스튜디오
가리모쿠 커먼즈 도쿄 쇼룸 ©케이지 아시자와 디자인 스튜디오
2층과 3층에 걸친 쇼룸을 구경하고 나면 건물 옥상에 또 하나의 히든 플레이스가 있어요. 가리모쿠는 이곳을 실외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구를 개발하는 ‘실험실’로 사용하고 있어요. 고객들 또한 이 테라스에서 가리모쿠의 실외 가구들을 체험하며 동시에 도쿄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요.
“나무와 함께 만드는 생활의 힌트를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교류하고 새로운 만남이 이루어지는 ‘공유지’로서의 기능도 갖추고 있습니다.”
- 가리모쿠 커먼즈 도쿄 공식 웹 사이트
가리모쿠 커먼즈 도쿄 4층 테라스 ©케이지 아시자와 디자인 스튜디오
비교적 최근 문을 연 가리모쿠 커먼즈 교토는 도쿄와 비슷하면서도 달라요. 가리모쿠 커먼즈 도쿄처럼 3층 건물에 들어섰지만, 교토 특유의 분위기를 반영해 전통적인 요소와 현대적인 요소를 균형 있게 배치했어요. 이곳은 쇼룸이면서 동시에 사무실 공간으로서, 고객과 직원이 한 데 모이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어요.
©가리모쿠 커먼즈
©가리모쿠 커먼즈
©가리모쿠 커먼즈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가구 회사의 딴짓
가리모쿠는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고품질의 가구를 만들고, 경계를 넘나드는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여요. 가리모쿠 커먼즈를 통해서는 팬들에게 영감을 제안하며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고요. 하지만 가구 회사이기에 필연적으로 짊어져야 하는 과제들이 있어요.
하나는 환경의 관점이에요. 가구를 제작하는 관점에서 어쩔 수 없이 버려지는 목재가 생기기 마련이에요. 아무리 온실가스 배출 능력이 떨어지는 오래된 나무를 베어 내고, 알뜰하게 목재를 활용한다 하더라도 가구 회사라면 피해갈 수 없는 문제예요.
또 하나는 구매 주기가 길다는 건데요. 가구는 자주 구매하는 항목이 아닌데다가, 가리모쿠는 오래 쓰는 가구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만큼 고객과 만나고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는 접점이 생기는 주기 또한 길어질 수 밖에 없어요.
가리모쿠는 가구 회사이기에 마주해야 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가구라는 틀에서 벗어나요. 가구가 아닌, 버려지는 목재를 활용해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제품 만드는 거예요.
스킨케어 브랜드 ‘바움(BAUM)’과 함께 개발한 화장품 케이스가 대표적이에요. 가구를 만들고 나오는 목재 찌꺼기를 바움의 화장품 용기를 만드는 데에 재활용한 거예요. 바움은 파라벤, 실리콘 등 인위적인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에서 유래된 소재로 화장품을 만드는 브랜드예요. 다양한 나무의 향기를 첨가하거나, 화장품 케이스의 일부를 나무로 만드는 등 나무가 사람에게 주는 가치가 크다고 생각하는 관점이 가리모쿠와 유사하죠.
스킨케어 브랜드 바움(BAUM)과 목재 찌꺼기 재활용 협업 ©Karimoku
또 하나의 재밌는 사례는 건축 설계 사무소인 토라푸 아키텍츠와 개발한 마사지 도구, ‘키키키(KiKiKi)’예요. 두 회사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 사람들의 피로를 조금이나마 풀어주고자 이 제품을 만들었어요. 키키키의 종류는 세 가지로, 각각 다른 나무를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디자인되었어요. 이는 ‘숲’을 의미하는 것으로,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가리모쿠의 의도가 담겨 있어요. 실제로 키키키의 재료 또한 가구 제조 과정에서 나온 목재 폐기물이에요.
토라푸 아키텍츠와 협업해 만든 마사지 도구 ©Karimoku
이처럼 가리모쿠는 가구 브랜드지만, 가구에만 얽매이지 않아요. 대신 나무를 소재로 가리모쿠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죠.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리모쿠와 철학적 관점을 공유하는 브랜드들을 협업 파트너로 선택해 시너지를 극대화해요. 시너지의 결과는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요. 이 가구 브랜드의 딴짓에 딴지를 거는 대신 응원을 보내고 싶은 이유예요.
Reference
최원석, 도요타 생산방식 가고, 테슬라 생산방식이 온다 [최원석의 디코드], 조선일보
Marie-Louise Schmidlin, Karimoku: Designing Small Sanctuaries In A Fast-paced World, ignant
Celebrating 20 years of Blue Bottle Coffee, worldcoffeeportal
Karimoku Commons Tokyo, PT magazine
Karimoku Commons Kyoto offers an intimate, home-like experience, wallpap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