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짝퉁 논란에 휩싸인 브랜드가 있어요. 로고는 유니클로를 닮았고, 가격은 다이소 수준이었죠. 제품 진열 방식은 무인양품을 떠올리게 했고요. 심지어, 간판에는 일본어가 크게 적혀 있었어요. 누가 봐도 일본 브랜드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죠. 그런데, 이 브랜드의 정체는 놀랍게도 중국 토종 브랜드였어요. 이름은 ‘미니소’. 모호한 정체성 때문에, 일본 브랜드를 흉내 냈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미니소는 이제 전 세계 110개국, 7,700개 이상의 매장을 가진 글로벌 브랜드가 됐거든요. 인기 캐릭터와 콜라보한 상품은 출시 하루 만에 5억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고, 놀이공원처럼 꾸민 테마 매장에는 매일 1만 5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체 세계관과 오리지널 캐릭터까지 구축하며 브랜드의 얼굴을 만들고 있죠.
한때는 짝퉁으로 불렸지만, 이제는 세계가 주목하는 ‘진짜’가 됐어요. 그렇다면 미니소는 어떻게 짝퉁 이미지를 벗고 자기 얼굴을 찾게 됐을까요?
미니소 미리보기
• 짝퉁 꼬리표를 잘라낸, ‘입문용 캐릭터’의 힘
• 수집의 시대에 올라탄 ‘몰입형 스핀오프’
• 글로벌과 로컬을 동시에 잡는 ‘711 전략’
• 카피캣을 오리지널로 바꾸는, 변화의 태도
한때 ‘짝퉁 다이소’, ‘가짜 무인양품’으로 불리던 브랜드가 있었어요. 유니클로를 닮은 로고, 무인양품을 연상시키는 진열 방식, 다이소와 비슷한 가격대까지. 간판에는 일본어가 크게 쓰여있었고, 제품은 어디선가 본 듯한 무난한 디자인이었죠. 성공한 일본 브랜드의 카피캣처럼 보였던 이 브랜드는, 놀랍게도 중국 토종 브랜드였어요. 지금은 Z세대의 중국 여행 쇼핑 리스트에 빠지지 않는 이름, ‘미니소(MINISO)’예요.
미니소가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10위안(약 2,000원)매장’으로 불렀어요. 전체 제품의 95% 이상이 50위안(약 10,000원)이하였고, 주요 품목은 대부분 10위안 선에서 구매할 수 있었거든요. 균일가 정책에, 제품 디자인도 단정하고 단순했어요. 여기에 일본풍 외관까지 더해지자, 소비자들은 미니소를 자연스럽게 일본 브랜드처럼 인식하기 시작했어요. 일본 스타일의 진열 방식과 디자인은 신뢰로 이어졌죠.
초반에는 일본풍의 전략이 잘 통하는 듯했어요. 하지만, 오래가진 않았어요. 일본 브랜드 코스프레라는 오명이 퍼졌고, ‘저렴한 중국산’이라는 이미지까지 겹치면서 브랜드에 대한 신뢰는 빠르게 무너졌어요. 미니소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오리지널리티의 부재였어요. 브랜드는 있었지만, 자기만의 이야기가 없었거든요. 미니소는 정체성부터 다시 만들기로 했어요. 가장 먼저 한 일은, 탈일본화예요.
간판과 로고에서 일본어부터 걷어냈어요. 대신 ‘명창우품(名创优品)’이라는 중국어 이름을 전면에 내세웠죠. 겉모습을 바꾼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미니소는 방향을 바꿨어요. ‘따라 하는 브랜드’에서 ‘큐레이션하는 브랜드’로요. 그 중심에는 캐릭터가 있었어요. 디즈니, 스누피, 마블과 같은 글로벌 IP를 기반으로 상품을 개발하기 시작했죠. 단순한 협업이 아니라, 팬심을 읽고 맞춤형 제품을 기획하는 방식으로요.
미니소의 변신에 시장이 반응했어요. ‘짝퉁’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압도적인 캐릭터 큐레이션 브랜드로 진화한 거죠.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미니소는 이제 전 세계 100개국, 7,700개 매장을 가진 글로벌 IP 유통사’로 자리 잡았어요. 물론 캐릭터 제품을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짝퉁의 이미지를 벗어나기 어려워요. 그렇다면 미니소는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했길래 짝퉁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었을까요?
짝퉁 꼬리표를 잘라낸, ‘입문용 캐릭터’의 힘
‘브랜드의 얼굴이 없다.’
미니소가 줄곧 받아왔던 비판이에요. 그래서 누구나 아는 얼굴을 제품에 입히기 시작했죠. 글로벌 캐릭터 IP를 정식 라이센스로 도입하면서요. 2019년 마블 첫 협업이 뜨거운 반응을 얻으면서, 미니소는 브랜드의 방향을 새롭게 정의해요. 단순히 이름만 빌리는 방식이 아니라, 제품 전체를 처음부터 다시 기획했죠. 지금까지 미니소가 제작한 IP 상품은 약 1만 종. 협업한 캐릭터는 150개를 넘었어요. 반응은 어땠을까요?
바비와 협업한 제품은 출시 5일 만에 전체 물량의 절반 이상이 품절됐어요. 치이카와 팝업스토어는 오픈 10시간 만에 5억 원, 3일 간 누적 매출은 15억 원을 기록했죠. 팬들은 미니소의 캐릭터 굿즈에 열렬히 반응했고, 미니소는 이에 응답하며 협업의 폭을 넓혀가고 있어요. 현재 매출의 40% 이상이 IP 상품에서 발생하고 있을 만큼, 캐릭터 팬덤이 브랜드의 성장을 이끌고 있죠. 이 성공의 핵심은 바로 가격 접근성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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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소는 캐릭터 굿즈를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예를 들어볼게요. 디즈니 공식 스토어에서 파는 15cm 정도의 봉제 인형은 약 4만 원대예요. 하지만 미니소에서는 같은 캐릭터를 19위안, 약 2만 원 수준에 살 수 있죠. 가격 차이가 있는 만큼 접근 방식이 달라요. 디즈니는 스토리의 감성을 담은 정식 굿즈라면, 미니소는 일상 속에서 가볍게 소비할 수 있는, ‘입문용 굿즈’예요. 굿즈를 접하는 소비자에게 부담 없는 선택지를 제안하면서, 캐릭터 소비의 문턱을 낮춘 거예요.
이 전략은 디즈니에게도 윈윈이에요. 저가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키우고, 일상 속 팬덤을 유입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미니소의 캐릭터 상품은 일반 생활용품보다는 가격이 조금 높아요.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 차이를 ‘가심비’로 받아들이고, 단순히 저렴한 제품이 아니라 ‘좋아하는 걸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브랜드’로 인식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미니소는 ‘가짜 다이소’라는 꼬리표를 하나씩 뗄 수 있었죠.
미니소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어요. 팬들이 모이고, 이야기가 생기자 이번엔 판을 키웠죠. 제품 속의 세계관을 매장 전체로 확장한 거예요. ‘미니소랜드(MINISO LAND)‘가 대표적이에요. 2024년 10월, 상하이 난징동루에 문을 연 미니소랜드는 약 2,000㎡, 3층 규모의 초대형 플래그십 매장이에요. ‘랜드’라는 이름이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매장이 마치 미니어처 테마파크처럼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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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들어서면, 회전목마와 미니 관람차가 반겨줘요. 또, 대형 캐릭터 조형물과 화려한 조명, 레트로한 컬러의 인테리어가 어우러져 놀이공원 분위기를 만들어요. 핑크빛으로 물든 인형 부스에는 바비 같은 캐릭터들이 자리잡고 있고요. 그 외에도 산리오, 포켓몬 등 없는 캐릭터가 없어요. 캐릭터들이 매장을 가득 채우고 있어, 구경하다보면 좋아하는 캐릭터를 우연하게 발견하는 재미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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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구성도 달라요. 전체의 70~80%가 캐릭터 IP 기반 상품으로 채워져 있죠. 미니소랜드에서만 만날 수 있는 한정판부터, 글로벌 출시 전 먼저 선보이는 신상품까지 다양해요. 소장욕구를 자극하는 블라인드 박스도 있고요. 제품부터 경험까지 남다른, 미니소랜드는 성공적으로 안착했어요. 오픈 첫 달에만 약 1,200만 위안(약 24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어요. 이제는 하루 평균 1만 5천 명 이상의 방문객이 다녀가며, 상하이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고요.
미니소랜드는 미니소가 새롭게 정의한 ‘최고 등급’ 매장이에요. ‘슈퍼 IP + 슈퍼 매장’이라는 공식 아래, 1,000~2,000㎡ 규모의 몰입형 체험 스토어로 설계됐죠. 현재는 베이징, 텐진, 청두 등 중국 주요 도시에 빠르게 확장 중이에요. 기존의 미니소는 가성비 제품을 빠르게 사고 나오는 곳이었어요. 하지만 미니소랜드는 달라요. 오래 머물며 경험하고, 사진을 찍고, 공유하며 가심비를 누리는 공간이니까요. 매장이 곧 콘텐츠가 된 거죠.
아이와 함께 온 가족부터 친구들과 놀러온 Z세대까지. 다양한 팬이 모이는 이 공간은 체류 시간을 늘리고, 자연스럽게 객단가를 높였어요. 실제로 일반 매장 대비 미니소랜드의 평균 객단가는 2배 이상이죠. 브랜드 이미지 역시 함께 올라갔고요. 이런 변화는 미니소의 매장 전략에도 영향을 미쳤어요. 많은 매장을 여는 대신, 하나의 매장을 ‘크게, 깊게’ 짓는 방식으로요.
그래서 미니소는 기존 매장을 리뉴얼하거나 통합하고, 새로운 플래그십 스토어는 더 크고 감각적인 공간으로 설계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 변화의 중심에는 IP에 대한 전략적 전환이 있어요. 그동안 미니소는 디즈니나 마블처럼 강력한 외부 IP와의 협업을 통해 대중적인 인지도를 키웠지만, 그것만으로는 브랜드의 고유한 정체성을 만들기 부족했어요. 그래서 미니소만의 얼굴을 갖기로 했죠. 어떻게냐고요?
(좌) 청두 미니소랜드 ©MINISO (우)베이징 미니소랜드 ©MINISO
수집의 시대에 올라탄 ‘몰입형 스핀오프’
미니소는 자신의 세계관을 만들기로 했어요. 디즈니, 마블 같은 글로벌 IP와의 협업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지만, 어디까지나 외부 자산에 기대는 전략이었죠. 그래서 자체적인 세계관을 설계하고 팬덤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로 했어요. 저렴한 굿즈 제작을 넘어, IP를 창작하는 브랜드로 확장하려는 시도였죠. 그 변화의 출발점이 미니소의 아트토이 브랜드, ‘탑 토이(TOP TOY)’예요.
2020년, 중국에서는 Z세대와 여성 소비자를 중심으로 ‘수집’이 하나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기 시작했어요. 블라인드 박스와 피규어 시장이 빠르게 커지기 시작했죠. 이 흐름에 맞춰, 미니소는 탑 토이를 론칭했어요. 탑 토이는 단순한 서브 브랜드가 아니에요. 오히려 브랜드의 정체성을 다시 쓰는 스핀오프 브랜드였죠. 오리지널 캐릭터를 개발하고, 자체 콘텐츠를 구축하며 ‘창작자’로서의 면모를 드러내기 시작했거든요.
예를 들어, 엉뚱한 표정으로 인기를 끈 ‘균(Gyun)’은 중국 광저우에서 딤섬 가게를 운영하는 양 캐릭터예요. 로컬 맛집을 돌아다니며 요리를 공유하는 일상을 살아가죠. 중국 소비자에게 친숙한 정서와 지역성을 담은 설정은, 강한 공감대를 형성했어요. 반면, ‘트윙클 아케이드 보이(TWINKLE Arcade Boy)’는 게임 기계를 통해 차원을 이동하는 캐릭터예요. 복고풍 게임 감성과 상상력을 녹인 이 캐릭터는 키덜트 덕후의 취향을 저격했죠.
탑 토이는 이렇게 세계관을 가진 오리지널 캐릭터를 중심으로 브랜드를 전개해요. 거기에 수집형 피규어, 블라인드 박스, 조립형 장난감 등 다양한 제품군을 통해 덕질의 깊이를 채워주죠. 저가형 브랜드 이미지를 벗고, 소장가치를 지닌 프리미엄 브랜드로 업그레이드한 건데요. 이는 실적에서도 나타나요. 탑 토이는 중국 40개 이상의 도시로 플래그십 매장을 빠르게 확장했고, 2024년엔 전년 대비 45%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어요.
(좌) 균 ©TOP TOY (우) 트윙클 아케이드 보이 ©TOP TOY
(좌) 베라 판타지 페어리 북 시리즈 ©TOP TOY (우) 타미즈 데일리 ©TOP TOY
여기에다가, 미니소는 ‘IP 하나에 몰입할 수 있는 경험’을 설계하기 시작했어요. 다양한 캐릭터를 한데 모으는 대신, 하나의 팬덤에 집중한 단일 캐릭터 ‘테마 스토어’를 만들었죠. 매장의 외관부터, 인테리어, 상품 구성까지 모두 캐릭터 하나의 세계관으로 꾸며져 있어요. 예를 들면, 스누피 매장은 거대한 스누피 조형물이 공간을 압도해요. 바비 매장은 입구부터 진한 핑크빛으로 물들여, 인형의 방에 들어선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죠.
이는 브랜드보다 캐릭터 자체를 사랑하는 팬들을 위한 전략이에요. 테마 매장은 특정 캐릭터 팬에게 강한 소속감을 줘요. ‘나를 위한 공간‘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하죠. 동시에, 단일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다는 건 브랜드가 그 캐릭터를 얼마나 진지하게 다루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태도이기도 해요. 브랜드의 태도가 분명할수록, 팬들은 진정성을 느끼고 신뢰하게 되죠. 그렇게 팬심이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는 미니소로 자연스럽게 전이되는 거예요.
(좌) 스누피 테마 스토어 ©MINISO (우) 바비 테마 스토어 ©MINISO
하지만 취향은 IP 하나만으로 다 설명되지 않아요. 그래서 미니소는 여성 소비자를 겨냥한 또 다른 실험도 시작했어요. 이름은 ‘미니소 핑크(MINISO Pink)’. 매장 전체를 핑크 톤으로 연출한 공간이에요. 겉보기엔 색만 바꾼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엔 전략적 의도가 숨어 있어요. 대형 매장이 때로는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여성 고객에게, 핑크 매장은 포근하고 편안하게 다가오거든요. 그래서 더 오래 머물고 천천히 둘러보게끔 만들어요.
제품 구성도 달라요. 미니소 핑크에는 향기, 뷰티, 인테리어처럼 감성적인 제품군이 중심이에요. 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보다는, 기분 전환이나 작은 만족을 위한 아이템들로 채워져 있죠. 실용성보다는, 일상의 분위기나 취향에 초점을 맞춘 큐레이션이에요. ‘누구나를 위한 미니소’에서, ‘핑크를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미니소’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세분화된 취향 시장을 공략하는 방법이죠.
©MINISO
미니소는 이제 가격 경쟁력이나 글로벌 IP에 의존하지 않아요. 탑 토이로는 창작의 가능성을, 단일 IP 매장으로는 팬덤 중심의 몰입을, 미니소 핑크로는 감성 취향 기반의 큐레이션을 구현하고 있어요. 각기 다른 소비자와의 접점을 만들면서도, 결국 미니소가 추구하는 목표는 하나에요. 짝퉁에서 큐레이터로, 큐레이터에서 창작자로. 이 변화의 한가운데서, 미니소는 비로소 자기 얼굴을 완성하고 있어요.
글로벌과 로컬을 동시에 잡는 ‘711 전략’
미니소의 성장 속도는 놀라워요. 2024년 한 해 동안 170억 위안(약 3.4조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2.8% 성장했어요. 특히, 해외 시장의 확장세가 눈에 띄어요. 2024년 한 해 동안 무려 42%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2025년 3월 기준 해외 매장 수는 3,213개에 달하죠. 확장 속도도 인상적이지만, 규모가 커졌음에도 여전히 ‘트렌디한 브랜드’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비결은 ‘711 전략’이에요. 7일마다 1만 개의 디자인 중 100개의 신제품을 출시한다는 뜻이에요. 소셜미디어에서 떠오르는 밈이나 캐릭터 트렌드를 빠르게 포착해, 즉시 제품 기획에 반영해요. 그 다음 가장 가능성 있는 제품만 골라 매주 시장에 내놓는 방식이죠. 이렇게 하면 연간 5,000개 이상의 신제품 출시가 가능한 구조가 돼요. 이 속도감 있는 전략을 실현할 수 있는 비법은 무엇일까요?
중국 남부에 집중된 생산 시스템 덕분이에요. 미니소는 현재 1,400개 이상의 공급사와 협업 중인데요. 그중 80% 이상이 중국 내, 특히 절반 이상은 광저우 인근에 몰려 있어요. 이 지역은 제조업 기반이 탄탄한 지역이에요. 빠른 납기와 생산 능력을 갖춘 파트너들이 밀집해 있죠. 덕분에 미니소는 기획에서 출시까지의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요. ‘오늘 뜬 트렌드’를 ‘다음 주에 출시할 제품’으로 바꿀 수 있는 거죠.
미니소의 빠른 제작 시스템은 글로벌 확장에서 진가를 발휘해요. 동일한 IP를 쓰지만, 풀어내는 방식은 지역별로 다르거든요. 예를 들어, 미국 매장의 경우 전체 상품 중 약 20~30%가 현지 맞춤형으로 구성돼 있어요. 바비, 스누피처럼 북미 소비자에게 친숙한 캐릭터가 주를 이루죠. 북미 전용 기획팀이 소비자 데이터를 분석해 제안한 제품들이에요. 이를 바탕으로 지금 미국 소비자가 원하는 트렌드를 반영해 매장 구성을 계속 조정하죠.
다른 나라는 어떨까요. 인도네시아는 산리오 IP에 집중하고 있어요. 헬로키티, 쿠로미 같은 캐릭터들이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2023년에는 아예 산리오 테마 매장을 열었죠. 그 결과, 오픈 첫 달 매출만 약 11억 원을 기록하며 인기를 입증했어요. 이 성공에 힘입어, 2024년에는 자카르타에 전 세계 최대 규모의 미니소 매장을 열었어요. 3,000㎡에 달하는 초대형 플래그십 스토어로, 오픈 첫날 매출만 약 2억 원. 일 기준 최고 실적을 기록했죠.
여기에 현지 환경에 맞춘 제품 기획도 함께 하고 있어요. 날씨가 덥고 비가 많이 오는 인도네시아에선, 방수 기능을 강화한 메이크업 라인을 새롭게 출시했어요. 또, 한여름과 어울리는 향수 제품군도 개발했죠. 유통 전략 또한 로컬화되어 있어요. 섬이 많은 인도네시아는 배송이 어려워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유통이 더 효과적인데요. 그래서 매장을 키우며 매장 중심의 유통 전략을 유지하고 있죠. 실제로 매출의 90% 이상이 오프라인에서 발생하고 있고요.
(좌) 미국 뉴욕 매장 ©MINISO (우) 세계 최대 규모 미니소 매장 인도네시아 ©MINISO
이처럼 미니소는 ‘IP는 글로벌하게, 제품은 로컬하게’라는 원칙을 지켜가고 있어요.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유연하게 조율하는 방식이죠. 결국 미니소의 생산과 유통 전략은 속도 경쟁이 아니라, 전 세계 소비자에게 맞춤화된 경험을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감각적인 캐릭터 큐레이션, 빠른 상품 회전 속도, 지역에 최적화된 기획까지. 미니소를 글로벌 유통 플랫폼으로 성장 시킨 핵심이에요.
카피캣을 오리지널로 바꾸는, 변화의 태도
미니소가 짝퉁 이미지를 걷어내기 시작한 건, 단지 캐릭터를 빌려온 덕만은 아니었어요. 더 근본적인 변화는 디자인에 대한 태도에서 비롯됐죠. 2018년, 미니소는 ‘미니소 디자인 아카데미(MDA)’를 설립했어요. 핀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한국 등 다양한 국가의 디자이너들과 협업해, 창의성과 실용성을 겸비한 생활 용품을 개발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그 결실은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iF 디자인 어워드와 같은 세계적인 디자인 어워드의 수상으로 이어졌어요.
대표적인 상품은 ‘라운드 폴더블 램프’예요. 접힌다는 점이 핵심적인 특징이에요. 쓰지 않을 땐 3cm 두께로 납작하게 접히고, 필요할 땐 부드럽게 펼치기만 하면 되죠. 둥근 형태의 베이스와 미니멀한 본체 덕분에 어느 공간에도 어울리고요. 기능은 단순하지만, 사용자의 행동을 고려한 디자인이죠. 이 제품은 일상의 불편을 세련되게 해소한 점을 인정 받아, 레드닷 어워드와 iF 디자인 어워드 등에서 수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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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제품은 ‘만 개의 미세모 칫솔’이에요.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한 이 칫솔은 겉보기엔 단순해 보여요.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브러시 한 가닥의 직경은 0.1mm. 초극세모 10,000가닥이 빽빽하게 심어져 있어요. 일반 칫솔로는 닿기 어려운 치아 사이까지 부드럽고 효과적으로 닦아주죠. 또, 손잡이에 먼지가 쌓일 홈이 없게 매끄럽게 처리했어요. 실리콘 코팅으로 그립감까지 고려했고요.
©MINISO
미니소 디자인 아카데미는 보기 좋은 제품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아요. 일상의 불편함을 감각적으로 해결하는 디자인을 제안하죠. 이 철학은 미니소의 성장 방식과 맞닿아 있어요. ‘저렴한 대안’이 아니라, ‘갖고 싶은 선택지’로 자리매김하려는 태도죠. 짝퉁처럼 시작한 미니소는 더이상 따라 하지 않아요. 고유한 캐릭터와 제품, 공간으로 자기만의 얼굴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중이에요. 그래서 일까요. 이제는 미니소의 다음 오리지널이 더 궁금해져요.
Reference
Miniso Focusing on U.S. Growth As a Joyful Lifestyle Retai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