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B 브랜드의 수명이 점점 짧아져요.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면서 한 때 뜨거운 인기를 누렸던 브랜드도 언제 그랬냐는 듯 시들해져요. 그렇다고 산업이 쇠퇴하는 건 아니에요. 글로벌 F&B 시장은 매해 4% 이상 성장 중이고, 한국도 그 이상의 속도로 성장 중이거든요.
즉, 시장은 성장하는데 살아 남기가 힘들다는 의미예요. 이럴 때 브랜드의 차별화는 생존의 필요 조건이에요. 차별화의 포인트가 되는 요소들은 여러 가지가 있어요. 그 중 메뉴의 맛은 기본, 비주얼에 스토리를 구현해 독자적인 컨셉을 개발한 브랜드들을 소개할게요.
1️⃣ 유니모크
유니모크는 오사카의 작은 카페예요. 8명이 정원이죠. 편하게 앉을 수 있는 의자도 없이, 테이블에 옹기종기 서 있어야 해요. 그렇지만 매일 예약이 꽉 차 있고, 카페에 가기 위해 오픈런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도 있어요.
비결은 레전드 화가들의 명화를 색상과 맛으로 재현한 오마주 음료, 아트 모크 드링크 때문이에요. 저으면 저을수록 인상주의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인상, 해돋이’, 고흐의 그림 속 반짝이는 풍경을 그대로 구현한 ‘별이 빛나는 밤’ 등 7가지 음료를 눈과 혀로 감상할 수 있죠.
게다가 손님은 이곳에서 수동적인 감상자를 넘어, 아예 작품에 참여하는 아티스트가 되기도 해요. 도대체가 미술관인지 카페인지 헷갈리는 카페인데요. 협소한 매장을 아트와 창의력이 넘치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면서, 유니모크가 그려나가고 싶은 미래는 어떤 풍경일까요?
2️⃣류노히게 바이 미타테
이 레스토랑 뭔가 엉뚱해요. 고급 레스토랑인데도 테이블에 포크, 나이프 등의 식기류를 세팅해주지 않아요. 대신 테이블에 앉으면 나무로 만든 가방을 하나 건네주죠. 이 가방을 열면 코스 요리에 대한 설명과 함께 식기와 와인잔 등이 들어 있어요. 그걸 꺼내서 스스로 세팅을 하면 되는 거예요.
그렇다면 ‘류노히게 바이 미타테’에서는 왜 이렇게 불편한 방식으로 식사를 시작하는 걸까요? 이 레스토랑의 컨셉이 ‘테이블에서 떠나는 교토 여행’이기 때문이에요. 제공해 준 가방도 여행 가방을 은유하는 거예요. 이 가방을 여는 순간부터 여행이 시작되죠. 결과적으로 테이블에 식기류가 세팅되는 건 동일한데, 이렇게 하니 새로운 의미가 생겼어요.
이건 시작일 뿐이에요. 류노히게 바이 미타테는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면서 교토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기발한 장치들을 마련했죠. 어떻게냐고요?
3️⃣우사기노네도코
광물을 먹을 수 있을까요? 우사기노네도코에서 운영하는 카페에서라며 가능해요. 물론 광물 그대로를 먹는 건 아니고, 광물을 모티브로 한 디저트를 먹는 거예요. 디저트 메뉴엔 광물 이름이 들어가 있는데요. 디저트의 비주얼은 각 메뉴의 이름 속 광물과 싱크로율이 높아요. 식재료를 활용해 광물의 색과 형태를 그대로 구현했거든요.
맛과 비주얼은 기본, 디저트를 즐기는 방법에서도 창작자의 고민이 묻어나요. 예를 들어 블루 쿼츠 파르페를 주문하면 빛을 쏠 수 있는 미니 레이저 포인터를 같이 서빙해 줘요. 이 포인터로 파란색 젤리에 레이저를 쏘면 마치 실제 블루 쿼츠가 반짝이는 것처럼 보랏빛으로 반짝거려요. 광물을 디저트화하는 것을 넘어 디저트의 시각적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 장치예요.
그렇다면 우사기노네도코는 왜 이렇게 광물을 가지고 디저트를 만들었을까요? 그 시작점엔 도쿄에 위치한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를 했던 창업자의 경험담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