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LVMH, 샤넬, 에르메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럭셔리 주얼리 회사가 있어요. 딜로이트(Deloitte)의 <글로벌 파워 오브 럭셔리 굿즈 2023>에서 매출 규모로 7위를 차지한 ‘초우타이푹(Chow Tai Fook)’이에요. 8위의 에르메스, 9위의 롤렉스보다 높은 순위에 있죠.
홍콩에 본사를 둔 초우타이푹의 2023년 연 매출은 약 946억8400만 홍콩달러예요. 한화로 환산하면 약 16조5,498억원이죠. 2023년 불가리, 티파니, 쇼메 등을 보유한 LVMH 그룹의 주얼리 및 시계 부문 총 매출액인 10,902백만 유로(약 16조1,945억원)보다 더 높은 수준이에요. 하나의 주얼리 브랜드로 이룬 성과로 보면 어마어마하죠.
초우타이푹은 한국, 일본, 미국 등에도 매장이 있지만, 대부분의 매출이 중국에서 발생해요. 중국에만 무려 7천 개가 넘는 매장이 있거든요. 그런데 한 가지 주목할 점은, MZ세대 사이에서의 인기라는 거예요. 1929년에 설립된 오래된 브랜드임에도, 심지어 ‘금’이라는 올드한 소재로 보석을 만드는 데도 말이죠. 초우타이푹은 과연 어떻게 늙지 않는 금 브랜드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일까요?
초우타이푹 미리보기
• 티파니 블루? 중국엔 초우타이푹 레드가 있다
• ‘궈차오 테마’로 주 고객층의 연령대를 바꾸다
• 단계별 출점 전략으로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다
• 콘텐츠로 투자 자산 이상의 가치를 만든다
‘궈차오(Guochao)’라는 표현 들어보셨나요? 영어로 ‘차이나-시크(China chic)’라고 번역하기도 하는 이 표현은, 중국어로 중국을 뜻하는 ‘궈’와 유행을 뜻하는 ‘차오’의 합성어예요. 중국인들의 자국 브랜드 선호 현상, 중국 고유의 전통 요소를 가지는 제품을 자랑스럽게 여겨 구매하는 경향을 가리키는 말이에요. 쉽게 말하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퍼지는 ‘중국 것이 힙하다’는 인식이죠.
중국의 대형 이커머스 회사 제이디닷컴(JD.com)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궈차오 요소가 더해진 상품의 종류가 세 배 이상 늘었고, 궈차오 관련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의 수는 70% 이상 증가했어요.
궈차오 트렌드와 젊은 세대 사이에서 안전 자산으로 주목받는 금의 가치가 만나, 요즘 중국 MZ 사이에선 자국 브랜드의 골드 주얼리가 인기예요. 그 중 ‘ 초우타이푹(Chow Tai Fook)’은 브랜드의 강점인 순금 보석에 궈차오 요소를 녹여내, 중국 내 젊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며 몸집을 키우고 있어요.
ⓒChow Tai Fook
티파니 블루? 중국엔 초우타이푹 레드가 있다
초우타이푹은 1929년 중국 광저우의 금세공 가게에서 출발했어요. 1년 후, 창업자 주치윤(Chow Chi Yuen)은 사업 확장을 위해 마카오로 위치를 옮겼어요. 이후, 홍콩과 마카오 지역을 중심으로 초우타이푹 지점을 열며 주얼리 가게로 입지를 다졌어요.
본격적으로 사업이 성장하기 시작한 건,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예요. 창업자의 딸과 결혼한 정유통(Cheng Yu-Tung)이 사업에 관여하며, 전쟁 이후 초우타이푹을 재건하는 데 힘썼어요. 당시 홍콩의 순금 주얼리 산업엔 여러 문제가 있었어요. 가장 큰 건, 금의 순도. 고객은 구매 시점에 제품의 정확한 금의 순도를 알 수 없었어요. 파는 사람의 말을 믿을 뿐이었죠. 초우타이푹은 이 문제를 해결하면,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있겠다고 판단했어요. 그 결과, 1956년 업계 최초로 ‘999.9순금 순도 보증제’를 도입했죠. 시간이 지나며 이는 곧 도시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고, 1984년엔 홍콩 정부가 999.9황금을 공식 산업 표준으로 채택했어요.
ⓒChow Tai Fook
ⓒChow Tai Fook
홍콩 경제가 성장하며 홍콩 내 주얼리 산업도 수혜를 입었어요. 가처분 소득이 늘어난 사람들은 금으로 된 사치품에 돈을 쓰기 시작했죠. 하지만, 홍콩의 주얼리 산업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었어요. 당시 홍콩의 금은방 상인들은 우선 소매 가격을 부풀려 책정한 후에, 고객에게 마치 엄청나게 할인해 준다는 식으로 제품을 판매했어요. 불투명한 제품 가격에 소비자만 우왕좌왕했죠.
초우타이푹은 이번에도 문제 해결사로 나섰는데요. 1990년 정가제를 도입해 이 문제를 해결했어요. 업계 최초였죠. 상품에 붙은 가격이, 최종 소매 가격이라고 고객에게 안내했어요. 안심한 고객의 만족도가 높아지며 자연스레 단골이 많아졌어요. 그제야 다른 주얼리 소매상들도 초우타이푹의 정가제를 따라 하기 시작했죠.
이처럼 초우타이푹은 수십 년에 걸쳐 홍콩의 골드 주얼리 소비문화를 바꾸고,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라는 평판을 쌓았어요. 그렇게 탄탄한 브랜드 이미지를 기반으로 1998년부터 다시 중국 본토에 매장을 내기 시작했어요. 성장 속도가 매서웠어요. 2010년에 베이징에 1천번째 매장을 열었는데, 2014년에 우한에 2천번째 지점을 낼 정도였죠. 4년 새에 매장 수가 두 배로 늘어난 거예요. 2023년 기준, 중국 본토에는 7천개 이상의 초우타이푹 매장이 있어요. 1929년부터 999.9순금 순도 보증제, 정가제 등을 업계 최초로 선보이며 ‘ 초우타이푹 주얼리=신뢰’라는 이미지를 쌓은 덕분이에요.
초우타이푹의 높은 위상은 힘, 자신감, 행운을 상징하는 초우타이푹의 시그니처 레드 컬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어요. ‘대복 레드(Tao Fook Red)’라는 이름으로 팬톤 컬러칩에 들어가기도 한 초우타이푹 레드는 종종 서양의 티파니 블루 컬러와 비교되곤 해요. 서양에 티파니 블루가 있다면, 동양엔 초우타이푹 레드가 있는 셈이죠. 팬톤은 이런 초우타이푹을 가리켜 특유의 아이코닉한 ‘차이니즈 레드’로 인식되는 브랜드라고 소개해요.
ⓒChow Tai Fook
ⓒPantone
‘궈차오 테마’로 주 고객층의 연령대를 바꾸다
과거 중국에서 금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연령대가 높은 편이었어요. 어느 정도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를 갖춘 사람들이 선물 또는 뇌물로 주고받는 대표 아이템 중 하나였죠. 그런데 요즘은 젊은 세대의 금 구매가 심상치 않다고 해요. 이유가 뭘까요? 부동산이나 주식 시장이 불안정하고, 이렇다 할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 시기에 금은 가치를 보전하기 좋은, 안전한 투자처라고 여기기 때문이에요. 여기에 궈차오 트렌드가 더해져 중국적 요소가 들어간 순금 주얼리가 MZ세대에서 큰 인기를 끌게 된 거죠.
용 같은 전통 중국 요소가 들어가기만 한다고 해서 궈차오 카테고리에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니에요. MZ세대는 궈차오 엘리먼트에 더해, 장인의 공예술, 제품에 녹아든 컨셉 그리고 이야기까지 고려해요. 이 요소들이 모두 충족되어야만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셈이죠.
“금의 순도와 가격을 중시하던 전통적인 소비자와 달리, 젊은 사람들은 점점 더 전반적인 구매 경험과 주얼리의 공예술, 그 너머의 이야기를 중시하고 있습니다.”
- 초우타이푹 매니징 디렉터 켄트 웡 시우 키(Kent Wong Siu-kee),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초우타이푹은 2017년부터 적극적으로 궈차오 테마 사용을 늘렸어요. 전통적인 금세공 기술을 혁신하고, 장인의 이미지를 가져가기 위해 중국 유수의 박물관, 대학들과도 협업했죠. 가장 상징적인 건 중국의 전통문화 요소에 현대적인 미학을 접목한 ‘더 화 컬렉션(The HUÁ Collection)’이에요. 고대 중국에서 축복의 의미를 띤 상징과 장식적 패턴을 재현했어요. 베스트 셀러인 용을 형상화한 999골드 팬던트는 40,366홍콩 달러(약 711만원)예요. 이 컬렉션에서 가장 저렴한 제품인 999골드 베이비 팔찌는 4,263홍콩 달러(약 75만원), 가장 비싼 제품인 999골드 목걸이는 91,848홍콩 달러(약 1619만원)죠.
“이 컬렉션은 젊은 소비자 사이에서 정말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들은 이 컬렉션이 미학적으로 매력적인 동시에, 그들의 뿌리와 연결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여겼어요.”
- 켄트 웡 시우 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Chow Tai Fook
ⓒChow Tai Fook
2021년 초우타이푹은 헤리티지 라인을 출시했는데요. 출시 후 첫 6개월간 구매한 고객의 56%가 MZ세대였어요. 이들은 대체로 중산층 가정 출신으로 기본적인 경제력을 갖췄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지 않아도 되며, 자국 브랜드를 소비하는 걸 좋아한다는 특징이 있어요.
MZ세대의 구매력을 확인한 초우타이푹은 여러 전략을 사용해 브랜드 이미지를 더 젋고, 어리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로고를 더 미니멀하게 바꾸는 것부터 서브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까지 다양하죠. 2016년엔 하트나 꽃 모양의 귀여운 요소를 메인으로 내세운 ‘모노로그’를 론칭하고, 2017년엔 밀레니얼 여성을 타깃으로 한 합리적인 가격대의 서브 주얼리 브랜드 ‘소인러브(SOINLOVE)’를 선보였어요.
또 디즈니, 도라에몽 등의 디자인을 담은 주얼리 라인을 만들고,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밀크티 브랜드 ‘헤이티(HeyTea)’, 유제품 브랜드 ‘데일리 프레시 밀크(Daily Fresh Milk)’와 협업 상품을 선보이기도 했어요.
“우리는 항상 어떻게 하면 고객에게 가치를 줄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고객이 왜 우리 물건을 사는가 질문하죠. 궁극적으로 보석을 사는 사람들은 꿈을 사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는 단순히 상품을 파는 게 아니라, 콘텐츠와 특별한 기회를 파는 거죠. 대부분의 경우 주얼리 산업은 제품에 지나치게 많이 집중하느라, 사람들의 경험을 무시합니다.”
- 켄트 웡 시우 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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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별 출점 전략으로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다
중국은 전 세계 금 소비 1위 국가예요. 초기에 초우타이푹은 중국 내 1선 도시 위주로 출점했어요. 1선 도시는 상하이, 베이징처럼 인구가 많고, 소비력이 높은 도시예요. 중국은 도시를 1선부터 5선까지로 분류해 관리해요. 지역의 소비 수준이나 생활 수준, 인구수와 경제력 등을 고려해 분류하죠.
초반엔 확실히 구매력이 높은 고객이 많은 1선 도시에 집중했어요. 그런데 구매 고객 데이터를 보니, 초우타이푹 매장이 없는 하위 도시에서 1선 도시로 이동해 골드 주얼리를 구매하는 고객의 수가 상당했어요. 판매처를 늘려 구매 경험을 더 편리하게 만들면, 매출 증대로 이어지겠다고 판단해 초우타이푹은 점차 하위 도시로까지 출점 지역을 넓혔어요. 2021년 상반기엔 624개의 신규 초우타이푹 매장이 문을 열었는데, 이중 절반이 3선 이하 도시였어요.
10년 전만 해도, 중국에서 금은 미적으로 아름다워서 산다기보다는 투자나 저축의 의미가 강했어요. 하지만 중국 정부가 사치품 규제를 시작하며 원래 골드 주얼리의 주 고객층이었던 중장년의 부유한 고객들 금제품 소비를 줄였죠. 외부 환경이 이렇게 변하자, 초우타이푹은 타깃 고객을 재설정할 필요를 느꼈어요. 때마침 점점 더 높은 구매력 있는 젊은 세대가 금을 투자처인 동시에 액세서리, 취향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보기 시작했어요. 또, 전반적인 골드 주얼리 구매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자연스레 이커머스 수요도 높아졌어요.
“지난 몇 년에 걸쳐 시장은 크게 변했습니다. 고객의 소비 패턴과 취향이 전과 같지 않아요. 젊은 고객들은 유형의 매장보다는 스마트폰이나 온라인으로 쇼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10년 전에는 리테일러들이 소매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데 집중했지만, 그 전략이 더는 먹히지 않을 수 있어요.”
- 홍콩 주얼리 제조사 협회 베니 두 유엔링(Benny Do Yuen-ling),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Chow Tai Fook
시장 변화에 발맞춰 초우타이푹은 기존 매장들을 순차적으로 리모델링하는 동시에, 온라인 쇼핑 경험을 개선하는 데 힘쓰고 있어요. 대표적인 건, 매장에 설치된 클라우드 키오스크예요. 고객은 화면을 터치해 원하는 제품을 커스터마이징해 주문할 수 있어요. 고객이 제품을 주문하고, 제품을 수령하는 시간을 단축한 게 특징이에요.
여기에 미니 게임 같은 걸 넣어 리테일테인먼트(Retailtainment) 개념을 접목했어요. AI 기반의 가상 어시스턴트가 성격 퀴즈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맞춤 주얼리 상품을 추천해 줘요. 이렇게 재미있고, 개인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해 디지털에 익숙한 젊은 고객의 관심을 끌고 있어요.
ⓒChow Tai Fook
콘텐츠로 투자 자산 이상의 가치를 만든다
중국 남부 광둥 지역의 초우타이푹 공장 안엔 바쁘게 일하는 금세공 장인들이 있어요. 고대 금세공 기술을 사용해 둔황 석굴 벽화부터 당나라 시대까지 여러 시대의 중국 문화 테마를 녹인 보석을 만들고 있죠. 중국 전통문화 요소를 상품 디자인에 접목하는 거예요. 초우타이푹의 품질 좋은 순금 이미지에 장인이 새겨넣은 헤리티지 엘리먼트가 브랜드의 경쟁력이 되고 있어요.
최근 몇 년, 시장의 가능성을 읽은 초우타이푹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 카테고리를 파고들 계획이에요.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거라고 확신하는 분위기예요. 단순한 보석이 아니라, 중국의 문화와 역사, 자부심을 담은 콘텐츠를 파는 회사로 자리매김하겠다며 말이죠.
“장기적으로 금은, 화폐 가치 절하에 대응하는 대비책으로서 여전히 가치가 있습니다. 또, 골드 주얼리의 디자인 측면에서도 여전히 충분히 탐구되지 않은 무수히 많은 문화적 테마와 창의적인 상품 아이디어가 있어요. 2024년에도 우리는 골드 주얼리의 인기가 계속해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 켄트 웡 시우 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초우타이푹은 금에 콘텐츠를 입혀 보이지 않는 가치를 더하고 있어요. 금이 투자 자산으로서만 가치를 가진다면, 경제 상황에 따른 변동성을 헷지하기 어려울 거예요. 하지만 초우타이푹만의 크리에이티브와 콘텐츠로 변하지 않을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기에, 초우타이푹의 골드 주얼리는 언제나 반짝일 거예요.
ⓒChow Tai F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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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초우타이푹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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