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 가득 스니커즈를 모아두고 예술품처럼 아끼는 ‘스니커즈 덕후’, 한 번쯤은 본 적 있을 거예요. 스니커즈 덕후를 보면서 왜 신지도 않을 운동화를 모으는지 궁금해했던 적도 있을 거고요. 그들에게도 다 이유가 있어요. 그들에게 스니커즈란 단순한 신발이 아니라, 개인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이에요. 스니커즈 하나에 한 사람의 세계가 온전히 담겨 있는 셈이죠.
수집하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수량은 정해져 있어요. 브랜드에서 희소성을 위해 한정된 수량만을 풀기 때문이죠. 그래서 인기가 좋은 스니커즈는 몇십 만원대에서 몇백 만원대까지 치솟기도 해요. 이러한 스니커즈는 주로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에서 내놓는데요, 스트리트 패션은 주류 문화에 대한 반발에서 시작해 지역적, 사회적 맥락과 함께 성장해 왔어요. 뉴욕 브롱스 지역의 경제적 불평등에서 힙합 문화가 시작하고, 캘리포니아 서핑 커뮤니티에서 스케이트 보드 문화가 시작된 것처럼요.
그런데 기존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와 완전히 다른 정체성을 내세우며 등장한 홍콩의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가 있어요. 설립하자마자 나이키와 콜라보를 하기도 하고, 스트리트 패션의 불모지였던 홍콩을 패션 피플의 성지로 바꿔놓을 정도로 영향력도 있고요. 클롯(CLOT)이에요.
클롯(CLOT) 미리보기
• #1. 옥스포드 셔츠에 중국의 ‘개구리 단추’를 달면?
• #2. 옷이 아닌 ‘움직임’을 만드는 브랜드
• #3. 제품을 넘어 문화를 파는 매장
• K-스트리트 패션, 클롯에게 배우다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영국을 대표하는 패션 디자이너이자 브랜드에요. 지금은 누구나 인정하는 하이엔드 패션으로 불리지만, 시작은 스트리트 패션이었어요. 스트리트 패션은 길거리 문화와 서브컬처에서 비롯된 스타일로, 본인만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정신이 핵심인 패션 스타일이에요.
지금까지도 많은 패션 브랜드에 영감을 줄 정도로,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스트리트 패션 업계에서는 입지전적인 인물이에요. 단순히 멋진 옷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전통과 사회, 성과 같은 주제를 탐구하며 숍에도, 옷에도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내며 영국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의 위상을 높였죠.
1997년 비비안 웨스트우드(우) ⓒgetty images
미국에서는 1980년 서핑 마니아였던 숀 스투시가 스투시를 만들었어요. 트럭을 타고 다니며 스투시 로고가 그려진 티셔츠와 서핑 보드를 판매했는데 서퍼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대중적으로 퍼지며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의 대중화를 이끌었죠. 이후 1990년대엔 스케이트보드 문화를 바탕으로 한 브랜드, 슈프림이 탄생하기도 했고요.
(좌) ⓒStüssy (우) ⓒSupreme
영국과 미국에서 각각 펑크 문화와 스케이트 보드 문화를 경험한 후지와라 히로시 덕분에 일본도 스트리트 패션 문화가 1980년대부터 시작할 수 있었어요. 특히 한정된 상품을 특정 날짜에 내어놓는 ‘드롭(Drop)’전략을 그때부터 구사해 일본 스트리트 패션에 한정판 문화를 성공적으로 정착시켰죠. 후지와라 히로시가 뿌려놓은 씨앗 언더커버의 준 타카하시, 휴먼 메이드의 니고 등으로 이어지며 일본 스트리트 패션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어요.
ⓒ후지와라 히로시 인스타그램
문화가 만들어지기 까지는 시간이 필요해요. 영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에서도 4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죠. 그 시간 동안 많은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가 생겨나고, 브랜드의 철학에 공감하는 팬들이 생기며 스트리트 패션 문화가 자리를 잡게 된 거니까요. 그런데 2003년 돌연 스트리트의 패션의 볼모지로 여겨진 홍콩이 주목받기 시작해요. 한 신생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때문이었어요.
이 브랜드의 이름은 클롯(Clot)이예요 클롯은 ‘엉긴 덩어리’라는 뜻으로, 새로운 아이디어와 트렌드세터들이 한곳에 모여 응집된다는 뜻을 담고 있는데요. 출시하자마자 차별화된 정체성으로 홍콩을 패션 피플의 성지로 만들었어요.
#1. 옥스포드 셔츠에 중국의 ‘개구리 단추’를 달면?
지금이야 옷을 여미고자 하면 지퍼를 올리거나 단추를 채우지만 의복 기술이 없던 과거에는 달랐어요. 우리나라의 전통 의상 중 저고리나 두루마기에는 옷을 여미기 위한 ‘고름’이 있었고요. 중국의 전통 의상에는 ‘개구리 단추(Frog Button)’가 있었죠.
개구리 단추는 옷에 매듭과 매듭을 넣는 구멍을 덧댄 형태인데요. 지금의 단추 역할을 하는 매듭 부분이 마치 개구리 다리처럼 생겼다며 붙은 이름이에요. 중국에서는 ‘둥근 매듭 단추’를 뜻하는 ‘판쿤(盘扣)’으로 불리죠. 화려한 디자인의 개구리 단추는 옷을 여미는 것은 물론, 의복의 매력과 아름다움을 살리는 역할도 했어요.
CLOT x Polo Ralph Lauren ⓒJUICE STORE
이 개구리 단추는 클롯 콜렉션의 핵심이에요. 스트리트 패션은 기존 패션보다 자유롭고 진보적인 것이 특징인데, 중국 전통 의상에 쓰인 개구리 단추를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클롯은 단순히 ‘힙한’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가 되기 보다, 동서양을 연결하는 걸 목표로 하는 브랜드거든요.
그래서 클롯은 개구리 단추를 비롯한 중국의 전통문화를 스트리트 패션에 적극적으로 녹여내요. 1970년대 비비안 웨스트우드에게 ‘펑크’가, 슈프림에게 ‘스케이트보드’가 영감을 주었다면, 클롯에겐 ‘전통 중국 문화’가 뮤즈인 셈이죠.
“클롯은 동서양을 연결하고 세심히 디자인된 의류와 상품을 만드는 걸 목표로 합니다(The aim of bridging the East and the West through 죠thoughtfully-designed apparel and goods)”
- 주스 스토어(JUICE STORE) 소개 페이지 중
CLOT x Levi's ⓒJUICE STORE
CLOT's Fall/Winter 2021 "NEW DYNASTY" Collection ⓒJUICE STORE
일반적으로 스트리트 패션은 서브컬처에 뿌리를 두고 있어요. 서브컬처는 주류 문화에 대한 반발에서 시작해, 지역적/사회적 맥락과 함께 성장해요. 뉴욕 브롱스 지역의 경제적 불평등 속에서 힙합 문화가 시작하고, 캘리포니아의 서핑 커뮤니티에서 스케이트 보드 문화가 시작한 것처럼요. 일본과 같이 서브컬처가 발달하지 않은 문화권이라면 스트리트 패션의 본거지인 영국과 미국의 영향을 받아 재해석했고요.
그런데 클롯은 정반대로 접근했어요. 주류 문화에 대한 반발이 아니라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주류 문화 그 자체인 역사적 유산에 뿌리를 두었으니까요. 거기에 기존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는 이미 커뮤니티가 형성된 서브컬처를 바탕으로, 그들이 원할 법한 패션 아이템을 만들곤 했는데요. 클롯은 전통문화를 녹여낸 패션 아이템을 바탕으로 팬을 모으는 식으로 기존의 방식을 비틀었어요.
CLOT x Nike Air Max 1 ‘Kiss of Death’ ⓒJUICE STOR
CLOT x Nike Air Max 1 ‘Kiss of Death’ ⓒJUICE STOR
새로운 관점으로 스트리트 패션을 바라본 덕분에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되었어요. 특히 설립한지 불과 3년 만에 나이와 콜라보를 하며 큰 주목을 받았죠. ‘키스 오브 데스’는 중국의 침술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모델이에요. 스니커츠 깔창에는 인체의 경혈과 기의 흐름을 나타내는 지도를 깔고 밑창에는 발바닥을 디자인하여 의미와 재미를 모두 담았어요.
(좌) Jordan XIII Low ‘Terracotta’ ⓒJUICE STORE (우) CLOT x Nike ’CLOTEZ’ ⓒJUICE STORE
2018년 조던과 콜라보한 ‘테라코타’는 중국의 문화유산 중 하나인 진시황 병마용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진시황 병마용은 진시황의 무덤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약 8,000개의 병사 조각상인데요. 그 병마용이 착용했을 거라 추정된 갑옷을 재현한 거예요. 2023년에는 ‘쿵후’와 이소룡의 점프 수트에 영향을 받은 ‘클로테즈’를 선보이기도 했어요. 이 스니커즈는 밖에선 운동화처럼 신을 수 있고요. 실내에서는 덧신같이 생긴 슬립온을 덮어 씌울 수도 있었죠. 실내에서 신발을 벗는 동양 문화와 신발을 신고 생활하는 서양 문화가 교묘하게 섞여있는 제품이에요.
CLOT x Polo Ralph Lauren ⓒJUICE STORE
CLOT x Tommy Hilfiger ⓒJUICE STORE
클롯은 폴로 랄프 로렌, 리바이스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와도 콜라보레이션을 했는데요. 개구리 단추와 같은 디테일은 물론, 중국의 전통 문양이나 색감, 용과 봉황 등 상징적인 요소를 스트리트 패션과 결합해 새로운 스타일로 재탄생시켰어요. 과거 중국에서 고급 소재로 쓰인 실크를 재킷과 셔츠, 팬츠 등에 활용해 중국 전통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현대적인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알리고 있는 거예요.
#2. 옷이 아닌 ‘움직임’을 만드는 브랜드
“클롯은 단순한 브랜드가 아닌, 움직임이다(CLOT is not just a label, it’s a movement)”
클롯이 브랜드를 소개할 때 하는 말이에요. 패션 아이템을 판매하면서 단순한 브랜드가 아닌 움직임이라니, 도대체 무슨 말일까요?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지며 소비자와 공감하는 브랜드가 되겠다는 뜻이에요. 실제로 클롯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전통과 현대를, 로컬과 글로벌을, 사회와 패션을 연결하고 있어요.
ⓒJUICE STORE
클롯은 특히 환경 보호에 진심이에요. 2022년 10월 27일, 클롯은 세계 판다의 날을 기념해 판다의 보호 활동을 위해 기부하는 캠페인을 펼쳤어요. 캠페인을 널리 알리고 기부금을 모으기 위해 스니커즈 브랜드 컨버스, 베어브릭을 만드는 메디콤 토이와 콜라보레이션을 해 판다를 컨셉으로 한 아이템도 출시했고요. SNS로 판다 댄스 챌린지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영상 한 건당 1위안(약 180원)씩 기부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소비자가 직접 기부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동기 부여를 하기도 했어요.
(좌) "ALIENEGRA" AUSTRALIA HOODIE ⓒJUICE STORE (우) "ONE EARTH" T-SHIRT ⓒJUICE STORE
호주 산불 이슈에도 목소리를 냈어요. 호주 국기의 색을 모티브로 디자인한 후디와, 호주가 강조된 지구 티셔츠를 제작하고, 판매된 금액을 기부했어요. 후디의 수익금은 산불로 피해를 입은 야생동물들을 돕는 데 쓰였고 티셔츠의 수익금은 산불로 위험에 처한 지역 사회를 지원했죠.
ⓒJUICE STORE
자체적으로 목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다른 브랜드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연대하기도 해요. 일본의 스트리트 패션 디자이너 후지와라 히로시는 1991년 LA 경찰이 음주운전 혐의를 받는 한 흑인을 구타한 사건를 비판하며 ‘인종차별을 끝내자(END RACISM)’라는 제품을 선보였는데요, 클롯에서도 메시지에 공감하며 티셔츠를 큐레이션 하여 판매하고, 탄생 배경을 전달하며 널리 알리는 움직임을 보였어요.
패션을 넘어 음악과 라이프스타일로 분야를 넓히며 콘텐츠를 만들어내기도 해요. 음악 프로듀서들과 DJ들을 초청해 믹스 테이프를 만들고 팬들이 접근하기 쉬운 음악으로도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죠. 이러한 다양한 움직임들 덕분에 소비자는 클롯의 목소리가 담긴 제품을 구매하고 콘텐츠를 소비하며 브랜드의 팬이 돼가요.
ⓒJUICE STORE
ⓒJUICE STORE
팬들이 오프라인에서 브랜드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공간도 마련해요. 중국 상하이에 홍콩의 전통 카페 형태인 ‘차찬텡’을 모티브로 ‘클롯 카페’ 팝업을 오픈했는데요. 차찬텡은 홍콩이 영국의 식민지던 시절 서양 음식이 홍콩에 들어오면서 나타난 형태의 카페에요. 비싼 서양 음식을 먹기 어려웠던 서민들을 대상으로 서양 음식을 재해석해 판매한 곳이죠. 동양과 서양의 문화를 연결한다는 클롯의 정체성과도 유사한 면이 있고요.
“만약 홍콩의 크리에이터나 중국의 창작자가 “에디슨 첸 덕분에 내가 할 수 있다고 느꼈다”라고 말해준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저는 새로운 문화의 문을 여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 에디슨 첸 클롯 CEO, 하입비스트 인터뷰 중
클롯의 브랜드 만큼이나 CEO도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진심이에요. 클롯의 CEO인 에디슨 첸도 여러 매체와 SNS를 통해 본인의 경험이나 실패담을 공유하고 있어요. 젊은 세대에게 도전에 대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하며 새로운 시도를 독려하죠.
#3. 제품을 넘어 문화를 파는 매장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는 단독 브랜드 매장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요. 태생적으로 특정 서브컬처와 연관되어 있고 독창적인 정체성을 기반으로 성장하다보니 다른 브랜드와 함께 진열되어 있으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약해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 여러 브랜드를 함께 판매하는 멀티 브랜드 스토어의 형태로 운영하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는 몇 안되는데요, 그 중 하나가 클롯이에요. 클롯의 설립자인 에디슨 첸과 케빈 푼은 클롯을 설립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스 스토어(Juice Store)를 열었어요. 단독 브랜드 매장이 아닌, 멀티 브랜드 스토어이었죠. 이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창업자들의 창업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JUICE Chengdu IFS ⓒJUICE STORE
클롯은 2000년대 홍콩의 슈퍼스타였던 에디슨 첸과 평범한 회사원이자 에디슨 첸의 소꿉친구던 케빈 푼이 설립했어요. 에디슨 첸과 케빈 푼은 홍콩 사람이라는 배경을 지녔지만 각각 캐나다와 미국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죠. 패션에 관심이 많던 그들은 자연스럽게 스트리트 패션 아이템을 접했고, 깊이 빠져들었어요.
특히 케빈 푼은 미국의 평범한 회사원이었지만, ‘스니커즈 덕후’가 되어버려, 개인적으로 스니커즈 수출하는 사업을 겸업할 정도였어요. 미국에서 회사를 관둔 케빈 품은 홍콩으로 돌아가는데요, 홍콩에서는 자신이 좋아했던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의 아이템을 쉽게 구하거나 찾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아요. 당시 홍콩은 스트리트 패션의 불모지였으니까요.
둘은 브랜드를 파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만든 클롯 브랜드 하나로만으로는 불가능했어요. 홍콩 사람들에게 스트리트 브랜드의 매력을 알리고, 쉽게 아이템을 구할 수 있는 환경어야 했어요.
그래서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 아이템과 로컬 브랜드 아이템을 큐레이션하고, 이들을 판매할 수 있는 멀티 브랜드 스토어인 ‘주스 스토어’를 만든 거예요. 성공적으로 홍콩 스트리트 패션인들의 마음을 뺏은 클롯은 베이징, 상하이, 타이베이, 청두, LA 등으로 뻗어나가면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고요.
K-스트리트 패션, 클롯에게 배우다
클롯의 제품은 홍콩의 젊은 세대에게 패션 아이템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어요. 중국 전통 문화를 녹여낸 아이템을 입고 착용하며 중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가면서도 뿌리를 잃지 않도록 하고 도와주니까요.
“우리의 지식, 경험, 이야기를 이 아이들에게 전해줌으로써, 다음 세대가 우리의 뒤를 이을 기회를 얻길 바랍니다. 그들은 이미 우리의 실수를 통해 배웠고, 우리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겁니다.”
- 에디슨 첸 클롯 CEO, SCMP 인터뷰 중
CEO 에디슨 첸의 말처럼 클롯은 글로벌 확장보다, 로컬의 성장을 우선해요. 제2, 제3의 클롯을 육성하는데 집중하려고 하는 거예요. 지난 20년 동안 클롯이 패션 업계를 주름잡는 브랜드와의 콜라보로 인지도를 얻었다면 앞으로의 20년은 인지도가 약한 중국의 로컬 브랜드와 협업해, 중국의 로컬 브랜드를 알리는 역할을 자처했어요.
클롯의 행보는 우리나라 패션 업계에도 영감을 줄 수 있어요. 아직 우리나라는 스트리트 패션이 활발히 발달한 국가들과 비교하면 영향력이나 기반이 강하지 않아요. 경제는 빠르게 성장했지만 길거리 문화나 서브컬처가 충분히 자리 잡지 못했거든요. 성장 이후엔 이미 다른 나라에서 자리 잡은 스트리트 브랜드를 받아들이기 바빴고요.
어느새 K-뷰티와 K-패션이 세계적으로 떠오르고, 본인만의 개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젊은 글로벌 세대에게 K-스타일이 멋지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어요. 그러면서 자신만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토종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도 하나, 둘 등장하고 있고요. 클롯이 홍콩의 스트리트 패션 문화를 새롭게 열어 젊은 세대에게 영감을 준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도 감각을 일깨워 줄 수 있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가 속속 등장하길 기대해 볼게요.
Reference
교사에서 영국 패션 대모로…‘창조적 괴짜’ 비비안 웨스트우드 별세
The Complete History of Ura-Harajuku - Tokyo’s Iconic Street Fashion Hub
아빠의 '우라하라' 패션이 딸의 스트리트 룩으로, 뉴진스 X 후지와라 히로시 컬렉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