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이자 페스티벌 무대, 농구 코트, 바버샵, 오락실. 이 모든 걸 한 곳에서 경험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복잡하게 보일 수 있지만 ‘스트릿’의 관점에서 보면 공통분모가 있어요. 자유로운 분위기와 개성, 힙함을 추구하는 정열적인 태도예요. 호주의 스트릿웨어 편집샵 ‘컬처킹’은 이 모두를 하나의 매장 안으로 불러들였어요.
컬처킹에선 100개의 브랜드, 1만 개의 스트릿웨어 상품을 편집해서 판매하고 있는데요. 옷을 파는 것과 동시에 매일 DJ들이 라이브 공연을 하고 손님들이 농구 골대에 슛을 날리는 광경을 볼 수 있어요. 매장 안에선 저스틴 비버와 스눕 독,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나스, 앤더슨 팩 같은 스타의 팬사인회와 성대한 공연이 열리기도 하죠.
구하기 어렵다는 조던 신발을 볼 수 있는 것만큼이나, 유명인사를 발견할 가능성이 있는 곳인 컬처킹. 편집숍을 셀럽들이 찾아드는 문화 제국으로 만든 비결은 무엇일까요?
컬처킹 미리보기
• 편집숍 매장에 농구 코트를 설치한 실용적인 이유
• 한 번 방문에 1억 4천만원? 사실상 거절에 베팅하다
• 망할 뻔한 편집숍을 살려낸 SNS 활용법
• 셀럽 마케팅의 결정판, 독점 콜라보
• 경계를 넘나드는 문화왕이 꿈꾸는 문화 제국
힙하다. 고유의 개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유행에 밝고 신선한 걸 의미해요. 무형의 힙합을 가장 감각적이고 자유롭게 구현한 상업 시설은 아마도 편집숍일 거예요. 숍마다 각자의 개성에 맞춰 제품을 진열하거나 매장을 운영하는 등 트렌디함이 한스푼 담긴 형식없음을 보여주니까요. 호주의 ‘컬처킹(Culture Kings)’도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컬처킹엔 독특한 점이 있어요. 그것도 아주 많이요. 호주 10대들에게 컬처킹이 뭐하는 곳이냐고 물으면 최신 스트릿웨어를 사는 곳이 아니라 바버샵, 농구 코트, 게임 아케이드가 있는 곳이라고 답할 거예요. 매일 문을 여는 것만으로는 직성이 풀리지 않았던 컬처킹 창업자 사이먼 비어드의 집념에서 시작된 이야기죠. 그는 자신의 매장을 그냥 옷가게가 아니라 쇼처럼 만들고 싶었어요.
ⓒCulture Kings
그래서 DJ 부스와 농구 코트를 매장 안으로 불러들이고, 슈퍼스타까지 모셨어요. 라이브 DJ들은 컬처킹 매장을 순회하며 공연하고, 손님들은 농구 골대에 슛을 날려 각종 브랜드의 독점 상품을 얻죠. 매장 안에선 연예인과 유명인사의 팬사인회, 공연이 매일같이 성대하게 열려요.
사이먼이 이렇게 독특한 공간을 구성한 건 ‘사람들이 더 이상 제품을 구매하지 않기’ 때문이었어요. 그는 창업 초기 90%의 시간을 DJ인 척하며 매장에서 보냈어요. 그러면서 사람들이 제품을 구매하는 행위 뒤에 숨은 의미를 파악했죠. 바로 ‘자신의 감정을 사는 것’이었어요. 매장을 구경하는 손님들을 보니, 계획된 소비를 하는 게 아니라 스우시 로고와 빽빽한 신발벽을 보면서 나이키 신발을 사고싶다는 충동이 발동되는 것 같았죠. 여기에 컬처킹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이 보였어요.
그는 나이키처럼 충성도 있는 주요 스트릿웨어 브랜드 100여 개를 차례로 입점시키고, 스트릿웨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잠재의식을 건드릴 만한 구매 경험을 넣기 시작했어요. 스우시를 보면 구매충동이 올라오듯, 매장을 ‘제품을 안 사고는 못 배길’ 환경으로 만들어놓았죠. 농구대와 게임기, DJ들의 음악, 힙합 가수와 스포츠 스타들이 그 답안지였어요. 컬처킹의 도전은 성공적이었어요. 최신 조던 신발을 구입하는 것만큼이나, 유명인사를 발견할 가능성이 있는 곳이 되었거든요.
컬처킹 단골로 유명한 위즈 칼리파, 드레이크, 마시멜로, A$AP 록키, 저스틴 비버 등 ⓒCulture Kings
시드니를 비롯한 호주 여러 도시와 오클랜드, 라스베가스 등 9개 지역에 거점을 둔 컬처킹은 현재 지구에서 가장 힙한 편집샵이에요. 동시에 음악, 스포츠, 패션을 주축으로, 155만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거느린 견고한 브랜드이기도 하죠. 2008년에 골드코스트의 작은 가게에서 시작한 이 편집샵은 어떻게 컬트적 인기를 구가하는 브랜드가 될 수 있었을까요?
편집숍 매장에 농구 코트를 설치한 실용적인 이유
사이먼은 퀸즐랜드의 작은 마을에서 자랐어요. 세상에 멋진 옷이 너무나 많은데 해안가의 특성 때문인지 길거리에는 서핑 옷을 입은 사람들만 가득했어요. 시험삼아 사업을 시작했어요. 미국에 있는 친구가 디키즈 바지를 월마트에서 16달러에 구매해 보내면, 사이먼은 퀸즐랜드의 시장에 가서 100달러에 팔았어요. 더 사들이고 팔고, 더 사들이고 팔고. 사들이는 족족 팔려나갔어요.
호주 스트릿웨어 씬의 잠재력을 본 사이먼은 2008년에 골드코스트에 컬처킹 1호점을 열었어요. 브리즈번에 2호점, 시드니레 3호점으로 이어질 때마다 컬처킹만의 무언가를 확립해나갔죠. DJ 공연, 바버샵, 하프 농구 코트와 ‘CK 홀리 그레일’이라는 아케이드 게임기였어요. 왜냐고요? 불과 몇분 거리마다 늘어선 스포츠 의류 체인점과 옷가게들이 그의 눈에는 다 똑같아 보였거든요. 먼지 한 톨 없이 살균된 느낌, 그냥 옷을 전시하는 공간일 뿐인 매장. 보통의 패션 매장은 모든 게 천편일률적이었어요.
ⓒCulture Kings
ⓒCulture Kings
디제잉 공연을 펼친 스눕 독 ⓒCulture K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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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킹은 어떻게 달랐을까요? 먼저 라스베가스의 밤 문화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낮밤 없이 매장을 어둡게 해 나이트클럽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죠. 매장을 꽉 채운 건 라이브 DJ의 ‘익스클루시브’ 음악이에요. 유명 DJ의 사운드트랙을 오직 컬처킹 매장에서만 들을 수 있는 셈이죠. DJ들은 호주 전역의 컬처킹 매장을 순회하며 매일 공연 중이고요. 때로는 유명인사가 일일 DJ로 초청돼 팬들과 특별한 시간을 갖기도 해요. 2023년 3월에는 스눕 독이 멜버른점을 찾아 30분간 디제잉 공연을 펼쳤고, 팬들과 소통하며 사진을 찍었어요.
ⓒCulture Kings
농구 코트에선 누구나 자유롭게 공을 튀길 수 있어요. 그런데 만약 매장에서 한번에 300달러(26만원) 이상 지출했다면 ‘샤프 슈터’ 챌린지에 참여할 수 있어요. 10번 연속 골을 넣으면 인기 운동화나 각종 브랜드의 한정판 비매품, 컬처킹의 VIP 프리미엄 경험을 얻을 수 있는 거예요. CK 홀리 그레일 역시 특별 상품을 얻을 수 있는 뽑기 게임으로 매장에서 100달러(9만원) 이상 썼다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요.
스트릿웨어 브랜드의 특징 중 하나는 공급 수량을 제한해 희소성을 높인다는 점이에요. 웃돈을 주고서라도 한정판 상품을 사려는 수요가 늘 존재해요. 컬처킹의 샤프 슈터 챌린지나 CK 홀리 그레일은 이미 수백달러를 지출한 사람들이 희귀한 아이템을 놓고 또 한 번 경쟁하도록 해요. 리테일과 엔터테인먼트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허무는 셈이에요.
ⓒCulture Kings
컬처킹이 독점적으로 디자인한 한정판 PS5 컨트롤러도 얻을 수 있었어요. ⓒCulture Kings
사업 초기 사이먼은 ‘컬처킹’이라는 상호를 단 마이애미의 한 부티크 매장에서 상품을 수입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 가게가 파산하게 되면서 컬처킹의 상표권을 얻기 위해 자신의 전 재산이었던 3만달러(2,600만원)를 지불했어요. 컬처킹이라는 이름의 보편성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에요. 신발이나 의류만이 아니라, 비즈니스가 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 같았죠. 사이먼에게 컬처킹은 영원히 뻗어나갈 수 있는 ‘언리미티드’ 문화제국이었어요.
그렇게 독특한 정체성을 확립한 컬처킹이 초점을 맞춘 다음 스텝은 셀럽이었어요. 단순히 셀럽들에게 제품을 협찬하고 광고비를 지불하는 류의 일반적인 셀럽 마케팅은 아니었어요. 이들이 알아서 컬처킹으로 걸어들어오는 구조를 만들었죠. 어느새 컬처킹은 호주에 오면 반드시 들러야 할, 연예인들이 주목하는 편집숍이 되어 있었어요.
한 번 방문에 1억 4천만원? 사실상 거절에 베팅하다
스눕 독, 니요, 저스틴 비버, 크리스 브라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드레이크, 나스, 우탱 클랜, 위즈 칼리파, 앤더슨 팩, 스테판 제임스. 모두 컬처킹의 단골 VIP 고객들이에요. 사이먼은 명성의 힘이 중요하다고 봤어요. 어렸을 적 콘서트에서 래퍼 50센트를 본 것을 잊지 못하는 스스로의 경험이 근거였죠.
첫 단추는 스눕 독에서부터였어요. 2011년에 골드코스트 매장에서 스눕 독의 지인들이 쇼핑하고 있는 걸 발견한 사이먼은 그들에게 다가갔어요. 스눕 독을 매장으로 데리고 오면 2,000달러(173만원)를 주겠다고 제안했죠. 며칠 뒤 컬처킹을 찾은 스눕 둑은 그 자리에서 2만 5,000달러(2,160만원)를 몽땅 써버려요. 2,000달러의 배팅으로 10배 넘는 수익을 거둬들인 순간이었죠.
스눕 독 ⓒCulture Kings
그렇다고 당장 연예인들의 명소가 된 건 아니었어요. 2013년, 컬처킹이 아직은 아는 사람만 아는 음지에 머물러 있을 때 저스틴 비버가 시드니 매장을 방문했어요. 사이먼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매장을 전부 비운 뒤 저스틴 비버가 쇼핑하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어요. 세계 최고의 셀럽이 자연스럽게 쇼핑하는 모습을 숏폼 컨텐츠로 담아 SNS에 뿌렸죠. 이제 스트릿웨어 애호가들을 넘어 저스틴 비버 팬들의 눈이 컬처킹에게 향하기 시작했어요.
저스틴 비버(가운데) ⓒCulture Kings
2017년에는 이런 일이 있었어요. 드레이크가 호주 투어를 하고 있을 때였죠. 인맥을 총동원한 사이먼은 드레이크의 이발사에게 연락을 취해, 컬처킹의 바버샵에서 고객에게 이발 서비스를 해주면 하루 1,000달러(87만원)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어요. 그런데 며칠 뒤 이발사가 12만달러, 당시 호주 환율로 16만호주달러의 수수료를 주면 드레이크가 직접 출연할 것이라는 말을 전했어요. 무려 1억 4,000억원의 큰돈. 사실상의 거절이었죠. 하지만 사이먼은 자금을 모았고 마침내 드레이크를 매장 안으로 불러오는 데 성공했어요.
드레이크에게 협업 마케팅을 정식으로 제안했고 사진과 영상 광고까지 찍게 됐어요. 이 한 번의 집념과 배팅으로 컬처킹이 얻은 수익은 16만호주달러를 훨씬 넘어서 버렸죠. 그리고 2022년, 호주를 방문한 셀럽들의 성지로 소문이 났던 컬처킹이 미국 라스베가스에 문을 열었을 때 매장은 세계적인 아이콘들로 넘쳐났어요. 컬처킹은 스트릿웨어에 빠진 셀럽이라면 꼭 가야 하는 곳이 된 거예요.
드레이크(가운데)와 컬처킹 창업자 사이먼 비어드, 그의 아내 타니 비어드 ⓒCulture Kings
컬처킹은 ‘셀럽들이 찾아오는 매장’이란 자신들의 독보적인 장점을 영리하게 이용하고 있어요. 웹사이트에 ‘명예의 전당’ 탭을 만들어 마치 비밀스런 게임 전술 카드처럼 셀럽들의 매장 방문 소식을 전하고 있어요. 누가 어떤 지점에, 언제 다녀갔는지 소개하고 이들이 매장에 등장하는 장면, 쇼핑하는 모습을 SNS에서 콘텐츠화해요. 셀럽들은 매장에서 열리는 파티에서 공연도 하고, 팬사인회도 열죠. 앞으로 방문 예정인 셀럽들의 소식도 공식적으로 업데이트되고요. 셀럽 마케팅은 스트릿웨어를 잘 모르는 이들까지도 끌어들였고 그렇게 컬처킹의 모멘텀을 만들었어요.
명예의 전당 ⓒCulture Kings
나스 ⓒCulture Kings
ⓒCulture Kings
망할 뻔한 편집숍을 살려낸 SNS 활용법
그런데 2017년, 잘 나가던 컬쳐킹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어요. 창고 화재로 천만호주달러(87억원) 상당의 재고와 80만호주달러(7억원) 상당의 배송을 앞둔 제품이 불타버린 거예요. 직접적인 손실은 물론이고 이미 결제한 고객들에게 환불해주는 과정에서 현금 흐름도 나빠졌죠. 하지만 그동안 쌓아온 신의를 바탕으로 일부 거래처에서 새 상품을 배송해주면서, 컬처킹은 일차적인 위기를 넘기고 몇 달 뒤에는 완전히 일어서게 돼요. 기존보다 두 배 이상 큰 새 창고, 그리고 이전보다 더 많은 거래처를 유치하면서요.
추락했던 컬처킹이 대출과 투자 없이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비결엔 다름아닌 웹사이트 개편이 있었어요. 2017년 당시 컬처킹은 온라인 사이트 개발과 유지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으나, 실제로는 손해가 나고 있었어요. 셀럽의 마케팅으로 매년 40~60%의 고성장을 기록했는데, 오프라인 매출이 압도적이었죠. 컬처킹은 갑작스런 화재를 계기로 스스로를 돌아보고, 새로운 목표와 함께 완전한 쇄신을 다짐하게 돼요. ‘온라인에서도 우리의 트레이드 마크인 매장 내 경험을 구현하자. 오프라인 매장이 주는 느낌과 분위기를 달성해보자.’고요.
컬처킹 웹사이트 ⓒCulture Kings
그렇다면 컬처킹은 온라인 사이트를 어떻게 차별화했을까요? 컬처킹의 신발, 모자, 의류 제품은 1만 여개에 이르는데요. 컬처킹은 웹사이트를 인스타그램처럼 구성해 엄청난 수량의 상품을 지루하지 않고, 복잡하지 않게 담았어요. 상단에는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닮은 원 모양의 이미지가 둥둥 떠다니고, 각각은 카테고리를 담당하죠. 매장에서는 오락 요소를 통해 구매 충동을 자극하도록 했다면 온라인에선 SNS 고객 경험을 모방해 더 많은 시간동안 컬처킹의 세계를 염탐하도록 한 거예요.
이와 함께 틱톡을 활용하면서 글로벌 소비자도 끌어들였어요. 틱톡은 주로 사용자 엔터테인먼트를 위해 설계된 플랫폼으로 기업의 수익 창출 효과는 미미한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컬처킹은 틱톡을 소셜 마케팅의 핵심으로 삼았어요. 예를 들어 볼게요.
컬처킹은 155만 인스타그램 팔로워, 80만 틱톡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어요. ⓒCulture Kings
컬처킹의 틱톡 계정에는 대부분 직원이 재미로 찍은 영상이 일주일에 1~3개 올라와요. 매장에 있는 펀치 기계로 ‘직원을 이겨라’ 챌린지를 찍은 영상이나 CK 홀리 그레일에서 고객이 조던 경품을 타는 모습(무려 800만 조회수를 기록했어요), 신제품 운동화를 이용한 일상적이고 재밌는 아이디어 영상들이죠. 그러면서 밈이 형성되고 수많은 컨텐츠가 뒤따라 생겨요. 또한 스트릿웨어를 입고 춤을 추거나 운동하는 매력적인 사람들의 콘텐츠에는 구매 기능이 삽입돼 있기도 해요.
컬처킹이 틱톡을 운영하는 목적은 옷 판매가 아니라 팔로워 수를 늘리는 데 있어요. 어느 길로 가든 컬처킹을 홍보하겠다는 대전제는 같지만, 이렇게 팔로워 수에 초점을 맞추면 소셜 미디어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져요. 컬처킹을 기업이 아닌 한 명의 크리에이터로 인식해, 팔로우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끊임없이 찾아 연구하게 되니까요. 더 트렌디한 콘텐츠, 더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올 수 있죠. 실제 사내에는 제품 스토리에 맞춰 콘텐츠를 짜는 소셜미디어 마케팅 전문 부서가 있을 만큼, 컬처킹은 소셜 마케팅의 힘을 믿고 있어요.
ⓒCulture Kings
웹사이트 개편과 틱톡으로 컬처킹은 코로나발 위기에도 견고한 성장을 이어나갔어요. 적자를 기록하던 온라인 매출은 2020년 이후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할 만큼 껑충 뛰었죠. 또 웹사이트 방문자의 50% 이상이 틱톡을 통해 유입되고, 틱톡 시청자의 8%는 틱톡 피드를 통해 제품을 구매하고 있어요. 이해를 돕기 위해 이를 숫자로 계산하면 틱톡을 통한 판매액은 일 평균 780~3,000달러(70~260만원) 사이에요. 작다고 하기 어려운 수준이죠.
셀럽 마케팅의 결정판, 독점 콜라보
이제 컬처킹의 제품을 살펴보도록 할게요. 컬처킹에는 100개의 브랜드 제품과 함께 오직 컬처킹에서밖에 구할 수 없는 독점 컬렉션이 있어요. 컬처킹의 트레이드 마크인 셀럽을 이용한 셀럽 컬래버레이션이에요.
데니스 로드먼 ⓒCulture Kings
ⓒCulture Kings
데니스 로드먼은 90년대 시카고 불스 농구 왕조에서 상징적인 선수 중 하나로 손꼽혀요. 4년 연속 리바운드 부문에서 리그 1위를 차지한 역대 최고 리바운드왕이죠. 그러나 코트 밖에서는 무지개색 헤어스타일, 타투, 뛰어난 패션 감각으로 문화적 아이콘으로도 유명해요. 컬처킹은 엔터테이너로서의 그의 정신을 최대한 반영해 데니스 로드먼 독점 컬래버레이션 의류를 선보여요.
매장 등장이 예고된 아티스트의 경우도 마찬가지예요. 등장 전후로 한정 기간 동안 해당 아티스트의 독점 굿즈를 온오프라인에서 판매하죠. 사이먼은 “우린 래퍼들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고, 그들의 상품을 판매하면서 한번 더 진화한다.”고 말해요. 이들의 독점 굿즈를 제작하는 건 판매를 위해서기도 하지만, 스트릿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고 스트릿웨어의 대중화에 앞장선 힙합 뮤지션들에 대한 리스펙이기도 해요.
챔프 메디치 ⓒCulture Kings
최근에는 독점 상품 라인업에 독특한 이력을 추가했어요. 스눕 독의 아들 챔프 메디치와 협업해 만든 ‘지루한 유인원(Bored Apes)’ 컬렉션이에요. 지루한 유인원은 수십만달러를 호가하는 가장 유명한 NFT 아트 중 하나예요. 유인원의 수량이 1만마리뿐이기 때문에 공급이 제한적이고, 그 소유주도 스눕 독, 패리스 힐튼, DJ 칼리드, 포스트 말론, 저스틴 비버, 에미넴, 네이마르, 스테판 커리 등일 만큼 어마어마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어요. 컬처킹은 챔프 메디치와 스눕 독이 소유한 유인원 #6368의 캐릭터를 티셔츠에 인쇄했어요. 이 한 장의 티셔츠는 단순한 상품이라기보다 컬처킹이 얼마나 발빠른 트렌드 감각을 보유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예요.
이처럼 컬처킹은 오직 자신들의 매장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 자신들의 매장에서만 살 수 있는 제품을 갖추고 다방면으로 대중의 발길을 이끌어요. 처음에는 스트릿웨어를 사랑하는 젊은이들을 겨냥했지만, 이제는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의 팬, 가상 자산과 디지털 아트에 관심있는 네트워크까지 끌어당기고 있어요. 광범위한 영역에서 무한대의 문화적 영향력을 뻗어나가고 있는 중이죠.
경계를 넘나드는 문화왕이 꿈꾸는 문화 제국
2021년, 미국 액셀러레이터 ‘a.k.a. 브랜드(Brands)’가 컬처킹을 인수했다고 발표했어요. a.k.a. 브랜드는 MZ세대를 대상으로 흥미로운 소셜 콘텐츠와 개성있는 제품을 제공하는 패션 브랜드를 포트폴리오로 가지고 있는 곳이에요. 산하에 프린세스 폴리(Princess Polly), 페탈앤펍(Petal & Pup), 렙돌스(Rebdolls)와 함께 컬처킹을 두게 됐죠. 이 인수로 컬처킹은 총 6억호주달러(약 5,183억원)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았어요. 개인이 매각한 기준으로는 호주 리테일 업계에서는 최대 규모였죠.
라스베가스 플래그십 스토어 ‘The’ ⓒCulture Kings
그 이후의 행보를 보면 2022년 11월, 라스베가스에 플래그십 스토어 ‘더(The)’를 오픈했어요. 기존의 몰입형 경험에 더해 아티스트를 위한 녹음 스튜디오, 베스트셀러 아이템을 모아둔 시크릿 룸, 컬처킹이 독점으로 디자인한 18개 이상의 브랜드 협업 제품을 추가했죠. 2023년에는 유명 힙합 페스티벌 롤링 라우드(Rolling Loud)와 공식 파트너십을 맺었어요. 페스티벌 현장에선 팝업 스토어를 열고 참석자들만을 위한 한정판 컬렉션을 제작하고요. 상징적인 농구 코트도 페스티벌 한가운데로 가져와, 매장에서와 마찬가지로 독점 경품을 제공했죠.
또한 컬처킹의 브랜드 포트폴리오에는 고트크루(Goat Crew)라는 곳이 있어요.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캐릭터를 디자인에 녹여내 한정 수량을 드롭하여 매일 매진을 기록 중인, 떠오르는 대중문화 스트릿웨어 브랜드예요. 컬처킹은 고트크루와 함께 파라마운트와도 계약을 체결했어요. 앞으로 ‘기묘한 이야기’, ‘오징어 게임’, ‘나루토’, ‘진격의 거인’과 같은 TV 쇼 뿐 아니라 영화배우, 스포츠 스타와도 파트너십을 맺어 컬처킹이 직접 참여한 단독 의류를 출시할 예정이에요.
컬처킹, 알고보면 단순한 편집샵이 아니에요. 매장의 모티브가 되어줬던 라스베가스에까지 진출했으니, 이제 컬처킹이 그들만의 방식으로 미국을 물들이는 걸 지켜볼 일이 남았죠. 그다음 어느 순간엔 서울 한복판에 농구 골대와 라이브 DJ 부스가 있는 컬처킹이 들어서있을지 몰라요. 문화왕. 그 이름처럼 국경과 리테일과 엔터의 경계를 넘어, 거대한 문화제국을 이루는 것이 그들의 사그라들지 않을 꿈일 테니까요.
Reference
• Comeback Kings, Jason Buckland, Shopify
• Culture Kings co-founder Simon Beard reveals the secrets of his success, Sky News Australia
• Culture kings focuses on the art, not the science, of its ecommerce empire, Shopify
• Culture Kings’ shift from images to video drives a 50% interaction rate, Jarrod Hinvest, TolSt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