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선물로 회사를 받는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어느 날, 중국 틱톡에 한 남자가 등장했어요. 자신을 금수저라고 소개하며, 생일 선물로 회사를 받았다고 당당히 고백하죠. 혜성처럼 나타난 그는, 어색한 첫 출근 영상을 시작으로 어느새 30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모은 메가 인플루언서가 되었어요. 그런데 이 남자, 연출된 캐릭터일까요? 아니면 진짜 회사를 물려받은 후계자일까요?
그의 정체는, ‘홀리랜드’의 후계자 뤄청. 홀리랜드는 33년된 중국의 대표 베이커리 브랜드예요. 한때는 전통적인 동네 빵집 이미지에 가까웠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죠. 반숙 치즈케이크, 수건 케이크처럼 생소하지만 매력적인 신제품을 선보이며 중국 디저트 트렌드를 이끌고 있거든요. 또, 독특한 컨셉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Z세대의 사진 명소로 떠올랐죠.
30살이 넘은 브랜드가 다시 젊어진 비결은 무엇일까요? 홀리랜드는 위기의 순간마다 젊어졌어요. 시장에 없던 신제품을 만들고, 사장이 직접 틱톡커가 되어 브랜드를 알리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새로운 고객을 찾아냈죠. 그렇게 홀리랜드는 늙지 않는 브랜드가 되었는데요. 어떻게 했는지 하나씩 살펴볼까요?
홀리랜드 미리보기
• 없던 시장을 개척한, 비주얼의 차별화
• 먹는 온도를 뒤집은, 제품의 차별화
• 사장이 틱톡커가 된, 마케팅의 차별화
• 강아지도 축하하는, 고객의 차별화
• 늙지 않는 브랜드를 만드는, 공간의 차별화
이 생일 선물을 마다할 사람이 있을까요? 2021년 7월, 중국판 틱톡 더우인(抖音)에는 엄청난 생일 선물을 받은 남자가 등장했어요. 그의 첫 영상은 이렇게 시작하죠.
“저는 사교성 없는 금수저예요. 서핑하고, 클럽 다니고, 스키 타고, 골프 치며,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과만 어울렸죠. 그런데 어제 아빠가 생일 선물로 회사를 주셨어요.”
이 파격적인 영상은 엄청난 화제가 되었어요. 그는 이후로도 회사 생활을 담은 영상을 꾸준히 올렸어요. 첫 출근 날, 직원들 앞에서 숨도 제대로 못 쉬고 더듬거리며 인사하는 모습, 회의 중 발표하다가 ‘직원들과 어색할 때 해결 방법’이라는 검색 기록이 튀어나오는 모습까지. 어설프지만 솔직한 모습은 웃음을 자아냈고, 동시에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냈어요. 댓글 창엔 사장님이 귀여워서 입사하고 싶다는 반응이 쏟아졌고요.
계정을 연지 1년도 되지 않아, 팔로워 수는 198만 명, 누적 좋아요 수는 천만 회를 넘겼어요. 영상이 화제가 될수록, 그의 정체에 대한 관심도 커졌죠. 단순히 연출한 캐릭터인지, 진짜 금수저인지 여러 추측이 오갔고요. 그리고 몇 달 뒤, 그는 계정명을 본명으로 바꾸며 정체를 공개했어요. ‘사장 뤄청(老板罗成)’. 실제로 그는 중국 대형 베이커리 브랜드 ‘홀리랜드’의 후계자였어요.
홀리랜드는 현재 중국 전역에 956개 매장(2024년 12월 기준)을 운영하는 베이커리 대형 프랜차이즈예요. 한때는 동네 빵집 이미지였지만, 지금은 중국 디저트 트렌드를 선도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죠. 그중 최근 가장 주목받은 제품은 ‘수건케이크(毛巾卷)’예요. 얇은 크레이프에 크림을 가득 채워 말아 만든 이 케이크는, 마치 수건처럼 생긴 모양 덕분에 이런 이름이 붙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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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독특한 비주얼이 SNS에서 입소문을 타며, MZ세대의 호기심을 자극했어요. 수건 케이크는 중국을 넘어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기 시작했죠. 편의점에서 비슷한 제품을 출시될 만큼 화제가 되었고, 자연스럽게 원조 브랜드인 홀리랜드까지 다시 주목받았어요. 그런데, 궁금증이 생겨요. 30살이 넘은 프랜차이즈가 어떻게 요즘 세대의 취향을 저격하며, 디저트 신(scene)의 선두주자로 다시 떠오를 수 있었을까요?
없던 시장을 개척한, 비주얼의 차별화
지금으로부터 33년 전의 일이에요. 1992년, 사진작가로 활동하던 뤄홍은 어머니가 은퇴하고 맞는 첫 생일을 누구보다 특별하게 축하하고 싶었어요. 마음에 드는 케이크를 찾기 위해 베이커리를 돌아다녔지만, 그의 미적 기준을 충족할 만한 케이크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죠. 당시만 해도, 중국에는 디자인에 신경 쓴 케이크가 드물었거든요. 그래서 그는 결심했어요. 보기에도 아름답고, 맛까지 좋은 케이크를 직접 만들기로요.
그는 란저우에 ‘홀리랜드’라는 이름의 베이커리를 열었어요. 직접 케이크 디자인하며, 예술적인 케이크를 선보였죠. 마침, 중국에는 생일이나 기념일에 케이크를 사는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하던 때였는데요. 서구식 라이프스타일이 확산되며, 예쁘고 특별한 케이크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었죠. 뤄홍은 이 흐름을 포착했어요. 그의 디자인 감각을 녹여낸 케이크를 다양하게 선보이며, 홀리랜드는 선물용 케이크 시장의 문을 열었어요.
그렇게 시장에 없던, 예술적인 케이크는 뜨거운 화제가 됐어요. 입소문을 타며 점포 수가 하나둘 늘기 시작했고, 몇 년 사이 지역 프랜차이즈로 성장하게 되었어요. 브랜드 운영이 점점 복잡해지자, 뤄홍은 보다 전문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2004년, 외부에서 경영 전문가를 영입하며 본격적인 전국 확장에 나섰죠. 그리고 단 2년 만에, 전국 매장 수는 600개를 돌파하며 성공 가도를 달리는 듯했죠.
하지만 빠른 성장에는 빛과 그림자가 함께했어요. 매장 수는 늘었지만, 곳곳에 균열이 드러났어요. 직원 교육과 품질 관리는 확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어요. 지역마다 운영 편차도 커졌고요. 또한 수익성보다 확장에 집중하다 보니, 고정비가 급증하며 재무 부담으로 이어졌어요. 결국 2007년, 뤄홍 대표가 경영에 복귀했어요. 그리고 결단을 내렸죠. 무리한 성장을 잠시 멈추고, 브랜드의 기초 체력을 다지기로요. 그래서 2년 동안 무려 300개가 넘는 매장을 과감히 정리했어요.
조직을 재정비하던 이 시기, 브랜드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은 건 창업자 뤄홍의 두 아들, 뤄하오와 뤄청이었어요. 형제는 단순히 매장을 줄이는 것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브랜드의 본질인 제품부터 다시 손보기로 했죠. 아버지가 ‘세상에 없던 케이크’를 만들었던 것처럼, 형제도 이전에 없던 디저트를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그렇게 해답을 찾기 위해 디저트에 진심인 나라, 일본으로 향했죠.
1. 먹는 온도를 뒤집은, 제품의 차별화
형제는 일본에 수차례 다녀왔어요. 수백 가지 케이크를 맛보며, 중국에 없는 맛을 찾아내려 했죠. 그러던 중, 프랑스 제과를 전문으로 하는 일본의 유명 파티시에, ‘나카야마 미츠오’를 만났어요. 정교한 디테일과 깊은 풍미를 담아내는 그의 스타일에 감명을 받은 형제는 그에게 배움을 청했어요. 간곡한 부탁에 그도 함께해 보기로 했죠. 그렇게, 세 사람은 디저트 레시피를 뜯어보며 실험을 시작했어요. 그리고 오랜 고민 끝에, 하나의 키워드를 발견하게 돼요.
바로, ‘반숙’이에요. 반숙은 보통의 경우 계란 요리에 쓰이는 조리법인데요. 겉은 익히고, 속은 촉촉하게 남기는 방식으로, 반전 식감을 줄 수 있죠. 형제들은 이 조리법을 케이크에 적용하기로 했어요. 반죽의 온도와 밀도, 구움 시간을 섬세하게 조절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았죠. 그들은 여러 번의 테스트 끝에, 겉은 단단하지만 속은 부드러운 케이크를 완성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탄생한 디저트가 ‘반숙 치즈케이크(半熟芝士)’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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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은 어땠을까요? 출시와 동시에 화제가 됐어요. 맛있다는 평가를 넘어, 처음 먹어보는 식감이라는 반응이 이어졌죠. 출시 1년 만에 매출 1억 위안(약 200억 원)을 넘기며, 베스트 셀러가 됐어요. 그런데, 반숙 치즈케이크가 가진 힘은 매출 이상이었어요. 이 케이크를 계기로, 홀리랜드는 ‘감각적인 디저트 브랜드’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게 됐거든요. 생일 축하용 케이크에서, 일상의 디저트로 확장한 거예요.
기세를 탄 형제는 또 다른 차별화를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홀리랜드 케이크는 이미 충분히 맛있었어요. 하지만, 형제는 깨달았죠. 맛만으로는 더이상 특별해질 수 없다는 걸요. 그래서 이번에는 케이크 하나를 두고, 색다른 실험을 해보기로 했어요. 같은 케이크를 실온에 두고 먹어보기도 하고, 냉동실에 넣어 얼려도 봤죠. 또, 전자레인지에 살짝 데워도 봤어요.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요.
온도만 달라졌을 뿐인데, 전혀 다른 디저트가 되어버린 거예요. 질감도, 향도, 입안에 퍼지는 농도까지도 바뀌었죠. 형제는 이 온도의 마법을 그냥 넘기지 않았어요. 이 차이를 제품으로 만들기로 결심했죠. 그렇게 탄생한 제품이 바로 ‘빙산 용암 초콜릿 케이크(冰山熔岩巧克力蛋糕)’예요. 상자를 열어보면, 케이크 두 개와 전용 스푼이 들어 있는데요. 포장지에는 각각 ‘빙산 모드’와 ‘용암 모드’라고 적혀있죠. 이 케이크, 어떻게 먹는 걸까요?
이름만큼이나 먹는 방법도 직관적이에요. 빙산 모드와 용암 모드는 케이크의 온도를 뜻해요. 먼저, 빙산 모드는 차갑게 먹는 케이크예요. 냉장 상태(2~7도)에서 바로 꺼내 먹는 방식으로, 쫀득한 식감에 진한 초콜릿 풍미가 특징이죠. 반면, 용암 모드는 전자레인지에 30초 정도 데워 녹여 먹는 방식이에요. 퐁당 쇼콜라처럼 부드럽게 녹아내리며, 진득한 초콜릿이 입안 가득 퍼져요. 이렇게, 하나의 케이크를 차가운 맛과 따뜻한 맛을 모두 즐길 수 있게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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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맛에 먹는 방식을 바꾼 디저트는 곧바로 화제를 모았어요. 케이크를 여러 박스씩 사가는 고객들이 등장했고, 매장 앞에는 오픈런까지 벌어졌죠. 형제는 디저트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던 질감과 온도를 뒤집으며, 연달아 히트를 쳤어요.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았죠. 이번엔 식감과 온도를 넘어, 디저트에 담긴 ‘감정’에 주목했거든요. 맛있는 음식은 많지만, 오래 기억에 남는 음식은 드물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예요.
브랜드가 오래 사랑받으려면, 결국 감정과 연결된 경험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죠. 그래서 이번엔 케이크 위에 추억을 얹기 시작했어요. 그 방법이 바로, IP 콜라보예요. 해리포터, 엘사, 세일러문, 포켓몬까지. 누구나 한 번쯤 좋아했을 세계관을 케이크 위에 펼쳤어요. 단순히 로고를 얹는 수준이 아니에요. 색감, 장식, 디테일까지 테마에 맞춰 완성도를 높였죠. 예를 들어볼까요?
해리포터 케이크에는 호그와트 성과 퀴디치 경기장, 해리의 부엉이까지 디테일한 조형물로 마법 세계를 그대로 옮겨왔어요. 겨울왕국의 엘사 케이크는 영화 속 얼음 성을 그대로 재현했고요. 이런 디테일을 담은 케이크는 세계관을 가장 달콤하게 경험할 수 있는 방식이었죠. 콜라보 케이크 시리즈는 덕후들의 마음을 제대로 저격했어요. 출시 직후 브랜드 매출의 25%를 차지하며, 브랜드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았거든요.
반숙으로 식감을, 온도로 경험을, 콜라보로 감정을 확장한 홀리랜드는 케이크 하나로 다채로운 즐거움을 주는 브랜드가 되었어요. 맛을 넘어, 먹는 방식과 경험까지 제안하는 브랜드로 진화했죠. 이제 홀리랜드는 중국 케이크 브랜드 1위 자리(2024년 기준)를 지키고 있어요. 하지만, 이러한 성과는 단지 제품 덕분만은 아니에요. 고객에게 다가가는 법도 완전히 달라졌거든요. 그 변화의 출발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일어나요. 바로, 틱톡에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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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장이 틱톡커가 된, 홍보의 차별화
제품의 혁신을 추진한 두 형제는 각자 역할이 달랐어요. 형 뤄하오는 실행 총괄(CEO)로서 회사의 중심을 잡았고, 동생 뤄청은 브랜드 디렉터로서 브랜드의 얼굴이 되었죠. 그런데, 뤄청의 등장은 여느 후계자와는 달랐어요. 그는 ‘사교성 없는 금수저’라는 자기소개와 함께 틱톡에 등장했거든요. 금수저를 자청한 그의 고백은 단숨에 바이럴을 탔어요. 당시 금수저는 자기 뜻대로만 하는, 공감이 어려운 비호감 캐릭터였는데요. 이 편견을 깼죠.
그는 안하무인이 아니라, 어설프고 내성적인 모습으로 자신을 연출했어요. 첫 출근 날, 사무실에서 인사를 더듬고 사내 호칭을 몰라 당황하는 모습은 금수저보단 갓 입사한 신입사원에 가까웠죠. 자신을 포장하지 않고 어설픔까지 드러낸 사장은, 상상 속 ‘재벌 2세’ 이미지와 달랐어요. 이 낯선 진심에 공감하는 팔로워들이 늘기 시작했죠. 브랜드보다 사람을 먼저 주목하게 한 거예요. 그렇다고 부족한 모습만 보여준 건 아니에요.
팔로워가 늘어날수록, 그는 진지한 모습도 꺼내기 시작했어요. 회의를 주도하며 신제품 컨셉을 제안하고, 케이크 샘플 작업까지 직접 참여하는 장면들을 공유했죠. 실제로 홀리랜드의 베스트셀러 ‘반숙 치즈케이크’와 ‘빙산 용암 초콜릿 케이크’ 모두 그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제품이에요. 콘텐츠 속에선 허당처럼 보이지만, 실무에선 실력자였던 거죠. 그렇게 반전 매력을 보여주던 시기에, 짧은 영상 하나가 그의 유명세에 불을 붙였어요.
바로, 1만 위안(약 200만 원)짜리 ‘캐비어 케이크 사건’이에요. 영상의 내용은 이래요. 어느 날, 집에서 쉬고 있던 그에게 아래층 이웃이 메시지를 보내요. 아들의 18번째 생일에 케이크가 없다며 도와달라는 내용이었죠. 그는 망설임 없이 주방으로 향해요. 능숙하게 설탕 공예로 블랙스완 장식을 만들고, 고급 캐비어를 듬뿍 얹는 케이크를 완성하죠. 그러고는 정성스럽게 포장을 해서, 직접 배달을 가요. 선물을 받은 이웃집 아들은 기뻐하며 영상이 끝나죠.
이 짧은 2분 짜리 영상은 좋아요 126만, 댓글 7만, 공유 10만 회를 넘기며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냈어요. 그런데 이 콘텐츠가 주목받은 이유는 케이크 퀄리티 때문만은 아니었죠. 이미 금수저로 알려졌던 그가 보여준 건 과시가 아닌 진심이었거든요. 화려한 명품이나 재력을 드러내기 보다, 소박한 부탁 하나에 200만 원짜리 케이크를 직접 만들어 낸 거예요. 심지어 그 케이크도 평범하지 않았죠.
설탕 공예로 완성한 백조 장식, 고급 캐비어를 얹는 정교한 마무리까지. 정성과 기술이 모두 담겨있었죠. 사람들은 여기에 반응했어요. 겉으로는 낯 가리는 금수저지만, 실은 케이크에 진심인 실력자라는 매력에요. 심지어 이 콘텐츠는 광고처럼 보이지 않아 더 특별했어요. 그는 케이크로 일상을 채우면서도, 제품을 직접적으로 홍보하지 않았거든요. 브랜드보다 이야기가 먼저 보였기에 이 영상은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죠.
이후 그는 비호감 금수저가 아닌, 진심을 건네는 동네 삼촌으로 회자되기 시작했어요. 어떤 때는 실력 있는 디렉터로, 어쩔 때는 초보 직장인으로, 때로는 이웃집 친구로. 다양한 얼굴을 가진 그의 캐릭터는 점점 더 많은 사람과 연결되고 있었죠. 결국, 그의 모든 진심은 홀리랜드에 대한 신뢰로 이어졌어요. 그의 이야기가 곧 브랜드가 되었으니까요.
현재 뤄청은 팔로워 300만 명을 넘게 보유한 브랜드 인플루언서예요. 이제 사람들은 ‘홀리랜드에 가면, 친구 장사를 도와주는 기분’이라고 말하죠. 홀리랜드는 독특한 케이크를 파는 곳이 아니라, 케이크에 진심인 친구가 만든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 진심은, 사람 너머로도 확장되었어요. 이번엔, 홀리랜드가 강아지를 위한 생일 케이크까지 만들기 시작했거든요.
3. 강아지까지 축하하는, 고객의 차별화
중국 반려동물 시장이 달라지고 있어요. 더 커지고, 또 더 어려지고 있죠. 차이나 데일리에 따르면, 2024년 중국 반려견·반려묘 소비 시장 규모는 약 6,004억 원을 돌파했어요. 전년 대비 7% 이상 성장한 수치예요. 그런데 숫자보다 눈에 띄는 건, ‘누가 소비하느냐’예요. 반려동물 키우는 사람은 90년대생이 41%로 여전히 가장 많지만, 2000년대생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거든요. 1년 만에 15.5% 포인트나 증가해 전체의 25.6%를 차지했어요. 그렇다면 이 새로운 세대는 어떻게 다를까요?
가장 큰 차이는 관계의 밀도예요.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감정을 넘어, 생일을 챙기고 기념일을 나누는 관계로 깊이 들어왔죠. 그만큼, 소비 태도도 바뀌었어요. 사료와 간식은 반려동물의 건강을 위한 투자로 여겨요. 그래서 브랜드보다 성분표를 먼저 확인하며, 재료의 원산지와 정보의 투명성을 따지죠.
이는 자연스럽게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수요로 이어졌어요. 경기 둔화 속에서도, 믿고 먹일 수 있는 품질에는 지갑을 여는 거죠. 홀리랜드는 시장의 방향을 빠르게 읽었어요. 그래서 2024년 2월, ‘홀리랜드 펫(Holiland Pet)’이라는 이름으로 반려동물 전용 케이크 브랜드를 론칭했죠. 슬로건은 단순했어요. ‘생일을 함께 축하하는 케이크’. 그런데 왜 하필 생일 케이크였을까요?
생일 케이크가 홀리랜드의 시작점이어서만은 아니에요. 기념일이라는 감정을 상징적으로 담을 수 있는 형태가 케이크이기 때문이죠. 간식은 챙겨주는 음식이라면, 생일 케이크는 보호자와 반려 동물이 함께 시간을 나누는 제품이에요. 이 경험이 더해지면, 가격에 대한 기준도 달라지죠. 금액보다, 얼마나 더 특별한지가 선택의 이유가 되니까요. 그렇다면 홀리랜드 펫의 케이크 가격은 어떨까요? 대표 메뉴를 비교해볼게요.
반려견 전용 케이크(지름 10cm, 높이 9cm)는 219위안(약 4만 4천원), 사람용 홀리랜드 케이크(지름 14cm, 높이 7cm)는 199위안(약 4만원)이에요. 가격만 보면 엇비슷해보이지만, 부피당 가격을 따져보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반려견 케이크는 1cm³당 약 0.31위안, 사람용은 약 0.18위안이에요. 반려견 케이크가 70% 이상 비싼 수준이에요. 그런데 놀랍게도, 이 고가의 케이크는 출시 이틀만에 상하이 매장에서 품절이 되었어요. 비결이 뭘까요?
©HoliLandPet
홀리랜드 펫 케이크는 사료 형태가 아니에요. 비주얼부터 남달라요. 예를 들면, ‘뼈다귀’시리즈는 강아지용과 고양이용으로 나뉘는데요. 강아지용은 고기 뼈, 고양이용은 생선 뼈 모양으로 만들어 디테일을 살렸어요. 또 ‘장난감’ 시리즈는 강아지가 좋아하는 공 모양 장난감을 그대로 옮겨 입체감을 살렸죠. 화려한 컬러와 독특한 형태는 반려동물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보호자에겐 사진을 남기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해요. 덕분에 기념일이 오래 기억에 남죠.
©HoliLandPet
©HoliLandPet
그런데 홀리랜드 펫 케이크의 화룡점정은 따로 있어요. 바로, ‘생일 파티 키트’예요. 케이크를 주문하면, 파티 준비물이 통째로 따라오거든요. 발바닥 모양의 초, 생일 카드, 축하 깃발, 전용 플레이트까지. 상자를 여는 순간, 자연스럽게 파티 분위기가 연출돼요. 편리하게, 하지만 충분히 특별한 하루를 만들 수 있죠. 케이크를 넘어, 기념일을 설계해주는 제품인 거예요. 그렇다고 비주얼만 신경 쓴 건 아니에요. 중요한 건, 재료의 정직함이죠.
©HoliLandPet
홀리랜드 펫은 무방부제는 기본, 사람도 먹을 수 있는 식품 기준을 적용했어요. 새우, 치즈, 고구마 등 엄선한 식재료로 만들었죠. 이러한 접근 방식은 결국 브랜드의 신뢰로 이어졌어요. 반응은 어땠을까요? 다소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출시 이틀만에 상하이 매장에선 전 제품이 품절. 온라인 주문은 예약제로 전환 됐어요. 웨이보에서는 ‘#홀리랜드펫케이크(好利来宠物蛋糕)’ 해시태그가 40만 개를 돌파하며, SNS를 타고 전국으로 퍼져나갔죠.
이처럼 홀리랜드 펫은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감정에 집중했어요. 그래서 케이크를 고르는 순간부터, 포장 박스를 여는 순간까지 기념일을 축하하는 경험을 디자인했죠. 그렇게 홀리랜드는 케이크 하나로 사람과 반려동물 모두의 생일 문화를 새롭게 만들어 나가고 있어요.
늙지 않는 브랜드를 만드는, 공간의 차별화
홀리랜드는 케이크에만 진심인 브랜드가 아니에요. 공간에도 그에 못지 않은 애정을 쏟죠. 홀리랜드에게 매장은 빵을 진열하는 곳 이상이에요. 브랜드가 꿈꾸는 세계를 시각화한 무대로 여기죠. 그래서 홀리랜드는 전국 곳곳에 서로 다른 테마의 플래그십 매장을 선보이고 있어요. 각 매장마다 고유한 테마를 가지고 브랜드의 감각을 공간에다 구현했어요. 덕분에 이곳에선 사람들이 케이크를 구매하는 데에 그치지 않아요. 줄을 서서 사진을 찍고, 한정판 제품을 경험하며, 홀리랜드가 만든 세계 안으로 나서서 들어가죠.
그뿐 아니에요. 플래그십 매장은 홀리랜드의 실험실이기도 해요. 새로운 디저트와 서비스를 가장 먼저 선보이고, 고객 반응을 살피는 테스트 베드의 역할도 하거든요. 대표적인 예가 상하이의 ‘홀리랜드 랩’이에요. 실험실을 컨셉으로 꾸며진 이곳에선, 새로운 디저트를 과감하게 선보여요. 심지어 홀리랜드가 상상하는 미래의 우주 디저트를 내놓기도 하죠.
홀리랜드 랩 ©Holiland
또 다른 인기 매장은 시간 여행 테마의 ‘홀리랜드 트래블’이에요.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타임캡슐을 통과하는 기분이 드는데요. 메탈릭한 거울과 움직이는 우주 배경, 천장을 채운 운석 조형물까지. 빵을 사러 왔다가, 홀리랜드의 세계관에 빠져들게 되죠. 그 외에도 창립 연도에서 이름을 딴 ‘홀리랜드 1992’는 전통적인 벽돌과 기와 양식을 더해 클래식한 분위기를 살렸어요. ‘홀리랜드 핑크’는 아기자기한 색감과 사랑스러운 분위기로 감성을 자극하고요.
©Holiland
(좌) 홀리랜드 핑크 ©Holiland (우) 홀리랜드 1992 ©Holiland
이처럼 매장마다 뚜렷한 개성과 감각을 담아, 공간만으로도 홀리랜드의 상상력이 어디까지 확장되는지 보여줘요. 덕분에 손님들은 취향에 따라 공간을 선택하고, 각기 다른 세계의 홀리랜드를 경험할 수 있죠. 홀리랜드에게도 생일은 매해 돌아오지만 늙지 않는 이유이기도 해요. 모두의 생일 파티를 진심으로 준비하는 홀리랜드. 그들은 또 다음 생일을 맞아 어떤 변화를 준비하고 있을까요?
Refer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