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환영하고 모든 걸 허락하는 클럽, 딱 3가지만 빼고요

하우스 오브 예스

2022.07.27

‘하우스 오브 예스’는 클럽이자 공연장이에요. 이름에서 벌써 어떤 곳인지 딱 감이 오죠?


인종, 성 지향성, 나이, 체형 등과 관계 없이 누구나 환영하는 클럽이에요. 보통의 클럽과 달리 하우스 오브 예스에서는 들어오려는 사람을 함부로 허락하거나 거절하지 않는 거예요. 클럽이 정한 모양새에 맞아서가 아니라, 스스로가 있는 그대로 인정받을 만한 사람임을 느낄 수 있게 해주죠.


클럽의 핵심을 포기했는데, 누구나 오라고 해서 사람들이 가겠냐고요? 브루클린에 위치한 이곳은 뉴욕에서 가장 핫한 클럽 중 하나예요. 인기의 이유는 철학에 있어요. 클럽을 세운 창업자는 이곳을 새로운 사회적 패러다임을 실험하고 수정해나가는 ‘리허설 스튜디오’로 표현하죠. 이곳의 구성원들은 그들이 꿈꾸는 사회의 모습을 실험하고, 누리고 싶은 자유를 연습해 보고 있는 거예요.


그렇다면 클럽 안에서는 어떤 흥미로운 실험들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뉴욕에서 가장 뉴욕다운 하우스 오브 예스를 소개할게요.



하우스 오브 예스 미리보기

• 새로운 사회적 패러다임을 실험하는 ‘리허설 스튜디오’

 #1. 마약 대신 진짜 경험을 선사합니다

 #2. HOUSE OF YES가 NO를 외칠 때

 #3. HOUSE OF YES의 시작이자 끝, 커뮤니티

 브루클린 최고의 화장실에서 마주한 마법 같은 순간






밤 9시, 개성 가득한 뉴요커들이 브루클린 부시윅에 모여듭니다. 뉴욕에서 가장 핫한 클럽 ‘하우스 오브 예스(House of Yes)’에 입장하려는 줄이죠. 그런데 화려하게 차려입은 몇몇 손님들이 입장을 하지 않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군요.


“여자 손님은 무료입장 아닌가요?”


뉴욕의 많은 클럽이 호객을 위해 여성 고객을 공짜로 입장시키고 있으니 이상한 질문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곳은 달라요. 직원은 차분히 설명합니다. 여성은 남성들을 호객하기 위한 상품이 아니라 똑같은 사람이며, 다른 손님들과 마찬가지로 돈을 내고 이 경험의 일부가 될 자격이 있다고요. 직원의 말에 손님들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흔쾌히 티켓을 구매하고 클럽 안으로 들어갑니다.


이뿐만이 아니에요. 이곳에선 보통의 클럽에서 보기 쉽지 않은 사람들이 클럽으로 들어가요. 날씬한 여자일 필요도, 돈 많은 남자일 필요도 없어요. 여자도 남자도 아니라 해도 막는 사람 없고, 중장년의 나이라도 “YES”입니다. 이상하죠? 일반 클럽이라면 환영받을 이에게는 “NO”를, 일반 클럽이면 제지당했을 이에게는 “YES”를 외치다뇨!



ⓒ시티호퍼스



새로운 사회적 패러다임을 실험하는 ‘리허설 스튜디오’

하우스 오브 예스는 이름에 ‘YES’가 들어가 있는 것처럼 인종, 성 지향성, 나이, 체형 등과 관계 없이 누구나 환영받는 클럽이에요. 하우스 오브 예스에서는 들어오려는 사람을 함부로 허락하거나 거절하지 않는 거예요. 클럽이 정한 모양새에 맞아서가 아니라, 스스로가 있는 그대로 인정받을 만한 사람임을 느낄 수 있게 해주죠.


클럽을 세운 ‘안야 사포니코바’는 하우스 오브 예스를 새로운 사회적 패러다임을 실험하고 수정해나가는 ‘리허설 스튜디오’로 표현합니다. 이곳의 구성원들은 그들이 꿈꾸는 사회의 모습을 실험하고, 누리고 싶은 자유를 연습해 보고 있는 거예요.


그렇다면 클럽 안에서는 어떤 흥미로운 실험들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하우스 오브 예스에서는 하루에 한 번 꼴로 공연이 진행되는데요. 오늘은 ‘케타민: 더 뮤지컬’(Ketamine: The Musical)이라는 쇼가 열리네요. 서커스, 뮤지컬, 현대 무용, 디제잉, 랩, 스탠딩 코미디, 드랙쇼, 미디어 아트가 결합된 형식이죠.


참고로 케타민은 동물용 마취제인데 환각효과 때문에 마약으로 남용된다고 해요. 마약 문제가 심각한 미국에선 도발적인 제목이네요. 공연 제목마저도 모든 게 “YES”.



#1. 마약 대신 진짜 경험을 선사합니다

공연은 시종일관 케타민에 취한 한 사람의 변화를 묘사합니다. 실제로 케타민의 약효가 지속되는 시간인 75분 동안 진행되죠. 마약을 복용했을 때 느껴지는 흥분과 환각, 부작용으로 남는 마비와 정신분열을 날아다니는 서커스 퍼포머의 몸짓이나 몽환적인 음악, 우스꽝스러운 탈을 쓴 댄서들의 정열적인 춤으로 표현했어요. 심지어 마약 같은 흰 가루를 날리기도 해요. 이보다 노골적일 수는 없습니다.



ⓒ시티호퍼스


공연을 진행하는 아티스트 ‘네이선’은 창작 랩과 디제잉, 스탠딩 코미디를 하며 공연의 메시지를 전달해요. 그러면서 환각이 끝난 뒤의 쓸쓸하고 허무한 감정에 대해 이야기할 뿐만 아니라, 현대사회의 미디어와 SNS를 케타민에 비유하기도 하죠.



ⓒ시티호퍼스


“우리는 쏟아지는 콘텐츠에 노출되어 수많은 것들을 간접적으로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어요. 하지만 이러한 경험은 진실된 것일까요?


그의 질문처럼 스마트폰과 컴퓨터, TV에 둘러싸인 우리는 마약을 한 것처럼 환각에 사로잡혀 오히려 스스로를 마비시키고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공연에서 퍼포머 중 한 명은 오늘 이 자리에서 케타민은 줄 수 없지만 절대 잊을 수 없는 광경, 소리, 감각을 선사하겠다고 말합니다. 관객에게 즐거움뿐만 아니라 진지한 고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진짜 경험’ 말이죠. 그리곤 공연 내내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재미와 의미에 취하게 합니다.


이 공연을 처음 기획한 2016년 당시, 뉴욕의 파티 씬(Scene)에서는 케타민 남용이 늘어나고 있었어요. 그러나 케타민은 지나친 환각, 정신 해리, 심하면 신체 마비를 일으키기 때문에 신나는 파티에 어울리는 약은 아니에요. 하우스 오브 예스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 공연을 기획했죠. 마약을 해라, 하지 말라고 명령하기보다는 마약의 효과를 묘사하는 공연을 만들어 모두가 이야기하기 꺼려하는 이 주제에 대해 함께 대화하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요. 시작한지 수년이 지났지만 이 공연은 지금의 시점에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새로운 철학적 질문들을 더하면서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어요.



#2. HOUSE OF YES가 NO를 외칠 때

화려한 공연이 끝나고, 이제부터는 파티입니다! 모두가 자신만의 매력과 아름다움을 발산하며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음악을 즐기죠. “YES!”를 외치는 클럽이니 얼마나 난장판일지 예상이 된다고요? 물론 이곳이 재미를 추구하는 공간인 건 맞아요. 하지만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다른 클럽들보다 진지하고 엄격하답니다. 누구에게나 “YES”라고 해서 모든 행동에 대해 “YES”인 건 아니거든요.



ⓒ시티호퍼스


하우스 오브 예스의 파티에서 춤을 추다 보면 이곳저곳에서 유니콘 뿔 모양의 머리 장식을 쓴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어요. 이 귀여운 유니콘들은 사실 하우스 오브 예스의 자랑, ‘콘센티콘’(consenticon)들이에요. 콘센티콘은 동의를 뜻하는 콘센트(consent)와 유니콘(unicorn)의 합성어로, 파티 참가자 간의 ‘동의 없는 행동’을 막는 역할을 해요.


모두를 포용하는 하우스 오브 예스이지만, 이곳에서는 ‘YES MEANS YES, NO MEANS NO’ 룰을 엄격하게 따라야 해요. 참가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상대방이 확실히 동의하지 않은 행동에 대해 하우스 오브 예스는 단호히 ‘NO’라고 말해요. 클럽 입구부터 배치되어 있는 콘센티콘들이 이 룰에 대해 설명해 주는데요. 다음과 같아요.


1. 모르는 사람이든, 친한 사람이든 확실한 동의 없이 접촉은 NO

2. 술에 취하면 동의할 능력이 없으므로 취한 사람에게 접촉은 NO

3. 사진촬영은 금지이니 우버를 부를 때 빼고 스마트폰은 NO


50여명의 자원봉사자 콘센티콘들은 참가자들의 이상한 행동이 눈에 띄면 제재를 가합니다. 가벼운 눈짓, 말 걸기 등으로 경고를 하는가 하면 심한 경우 두 사람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거나 퇴장 명령을 내리기도 하죠. 술에 취하거나 힘들어 보이는 사람에게 물을 건네 주기도 합니다. 재미보다 중요한 건 참가자 모두가 안전함을 느끼는 거니까요.


또 하나의 룰은 바로 복장입니다. 하우스 오브 예스는 특이한 테마 파티를 자주 여는데요, 테마 파티에 할인된 가격 혹은 무료로 입장하기 위해서는 컨셉에 맞는 옷차림을 해야 하죠. 반짝이 화장과 옷을 준비해야 하는 글리터 파티, 메탈 소재의 옷과 고글처럼 미래적인 룩을 입어야 하는 사이버펑크 파티 등 주제도 다양합니다. 아무리 멋진 옷을 입고 있다고 해도 드레스코드에 맞지 않으면 가격 할인 혹은 무료 입장은 어렵죠. 물론 입장은 가능해요.


테마 파티인지 모르고 오거나 미처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구제책도 마련해 놓았어요. 여름에는 클럽 밖에서 분장 트럭을 운영해 합리적인 가격에 멋진 모습으로 변신시켜 주거든요. 고객 입장에서는 분장을 하면 더 즐겁고 저렴하게 파티를 즐기니 좋고, 클럽 입장에서도 분장한 고객이 많아야 아이덴티티를 지키고 다른 고객들을 유인할 수 있으니 이득입니다.



#3. HOUSE OF YES의 시작이자 끝, 커뮤니티

하우스 오브 예스가 처음부터 클럽이었던 건 아닙니다. 2008년, 하우스 오브 예스를 세운 건 고교 동창이자 함께 뉴욕의 패션 스쿨에 다니던 스무 살의 ‘안야 사포니코바’와 ‘케이 버크’였어요. 둘은 친구들끼리 세상에서 제일 멋진 파티를 열고 싶어서 브루클린의 이스트 윌리엄스버그에 있는 허름한 창고를 빌렸죠.


둘은 창고를 서커스 공연을 할 수 있는 스튜디오이자 주거 공간으로 개조했어요. 방들을 미술가, 뮤지션, 댄서 등 다양한 예술가에게 싼 값에 렌트했고, 같은 꿈과 열정을 지닌 이들은 매일 디너 파티, 영화 상영회, 요가 세션, 댄스 파티 등을 주최하며 커뮤니티를 형성했죠. 이 활기찬 예술가 커뮤니티가 여는 매력적인 파티는 금새 입소문을 탔어요. 어느새 하우스 오브 예스는 뉴욕 최고의 클럽으로 거론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성장하던 하우스 오브 예스는 위기를 겪게 됩니다. 하우스 오브 예스가 있던 브루클린은 과거 강력범죄가 빈번히 일어나는 위험한 지역이었지만, 2010년 이후로 빈티지 숍, 카페, 갤러리 등이 들어서며 힙한 동네로 변하죠. 그러면서 동네의 임대료도 덩달아 올라갔어요. 2014년, 하우스 오브 예스 또한 렌트 인상을 버티지 못하고 운영을 접어야 할 상황에 처했어요.


이 때 위기에 처한 하우스 오브 예스를 살린 건 커뮤니티의 힘이었어요. 운영진들도, 하우스 오브 예스를 사랑하던 사람들도 하우스 오브 예스를 포기하지 않았어요. 하우스 오브 예스는 브루클린의 부시윅에 적당한 장소를 찾았고,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킥스타터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이 공간을 그리워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지지와 후원받아 10년 리스비를 충당했죠. 커뮤니티가 없었다면 지금의 하우스 오브 예스는 존재하지 않았을 거예요.



ⓒ시티호퍼스


커뮤니티의 지지를 통해 유지되어온 클럽인 만큼 하우스 오브 예스도 커뮤니티를 지원하고 돕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 일환으로 부시윅의 작은 학교 에버그린 미들 스쿨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어요. 6학년 아이들에게 극본을 쓰는 법과 작곡하는 법을 가르쳤고, 퍼포머들이 아이들의 이야기와 음악을 공연으로 만들었어요. 아이들에게 자신의 상상이 무대 위에 진짜 공연으로 펼쳐지는 일을 경험하게 해줬죠.


하우스 오브 예스에서 열리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은 지역사회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주기도 해요. 예를 들어, 지구의 날(4월 23일)이 있는 주간에는 무료로 환경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삶에 대해 다 함께 고민하는 행사를 개최했어요. 도시재생 전문가와 환경 교육자를 초대해 대담을 나누고, 친환경 브랜드들이 참여하는 에코 바자회를 열었죠. 환경에 무해한 화장품들로 에코 뷰티 바도 만들었고요.


이처럼 하우스 오브 예스 팀은 단순히 정신 나간 파티를 여는 게 아니라 스스로가 속한 커뮤니티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려고 노력하는, 커뮤니티를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브루클린 최고의 화장실에서 마주한 마법 같은 순간

공연이 끝나고 신나게 애프터 파티를 즐기다, 이번에는 기대감을 가지고 화장실을 찾아갑니다. 조금 웃길 수 있지만, 하우스 오브 예스의 화장실은 브루클린 최고의 화장실로 유명하거든요. 하우스 오브 예스에서도 화장실 셀카를 찍기를 권장할 정도죠! 지역 웹 매거진 ‘브루클린’(Brooklyn)은 이렇게 표현하기도 했답니다.


하우스 오브 예스의 화장실을 목격한 순간, 나라는 사람은 영원히 바뀌었다.”


과연, 그런 찬사를 받을만 한 화장실이었습니다. 화장실로 가기 위한 복도는 거울로 된 타일에 반사된 빛으로 반짝이고, 화장실 안은 눈부신 금색과 은색으로 도배되어 있어요. 화장실 칸 하나하나는 서로 다른 아티스트에 의해 독특하게 디자인됐고요. 화장실을 둘러보고 나서려는 찰나, 서로 대화하는 두 친구의 말소리가 들렸습니다. 둘은 아직도 공연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케타민: 더 뮤지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REBECCA SMEYNE


🗨️ 나 이 공연 5년 전에도 봤었어. 내용 중 60% 정도는 바뀐 것 같아.

💬 5년 전에 본 게 기억나?

🗨️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이런 공연을!


놀라운 순간이었습니다. 절대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하우스 오브 예스의 포부는 이미 마법처럼 이뤄지고 있었던 거예요. 그리고 저 또한 다시 돌아올 때까지 이곳을 잊지 못할 거라는 걸 알게 되었죠. 하우스 오브 예스는 누가 뭐래도, 뉴욕에서 가장 뉴욕다운 공간이니까요.







Reference

House of Yes 홈페이지

meet the performers of house of yes, brooklyn's iconic sex-positive nightclub

Ketamine: The Musical Proves Much More Stimulating Than Expected

Costumes, Consenticorns and the New Rules of Nightlife

Get That Life: How We Opened New York City’s Weirdest Nightclub

Against stall odds: The 8 best bar bathrooms in Brookl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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