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서 글로벌 패션 플랫폼으로, 전 세계의 ‘하입’을 받다

하입비스트

2024.12.17



‘하입비스트(Hypebeast)’는 스트리트 패션 업계에서 자주 쓰여 온 용어예요. 특정 제품이나 브랜드를 맹목적으로 좇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다소 부정적인 뉘앙스를 담고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부정적인 의미가 퇴색되고, 오히려 본인의 스타일을 추구한다는 긍정적인 뜻을 내포하는 단어로 달라졌어요. 


그 이유는 바로 홍콩에서 시작한 동명의 패션 매거진, ‘하입비스트’ 덕분이에요. 지금의 하입비스트는 2005년, 스니커즈를 사랑하던 한 개인의 블로그에서 시작되었어요. 시작은 미미했지만, 그후로 10여 년이 지난 2016년에는 홍콩 증시에 상장했고, 2022년에는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어요. 홍콩 증시에 상장 당시, 2억 7,000만 홍콩달러(약 486억 원)였던 기업 가치도 5억 3,400만 달러(약 7,209억 원)를 인정 받았죠.


20년도 안 되는 사이, 기업가치가 고공행진을 한 셈인데요. 하입비스트라는 미디어를 중심으로, 쌓아 올린 하입비스트 유니버스 덕분이에요. 그렇다면 개인 블로그로 시작한 하입비스트는 어떻게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었을까요?


하입비스트 미리보기

 #1. ‘좋아요’ 많은 콘텐츠 대신, 팀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지향한다

 #2. ‘유연한 확장’을 통해 하입비스트 유니버스를 구축하다

 #3. 오프라인으로 측정해야 할 건 매출이 아닌 ‘에너지’다

 스니커즈 덕후를 글로벌 기업 CEO로 만든 것은?




어린 시절부터 스니커즈를 좋아하던 한 소년이 있었어요. 이름은 ‘케빈 마(Kevin Ma)’. 이 소년은 커서 남부럽지 않은 은행원이 됐어요. 하지만 회사를 다니면서도 스니커즈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사그라들지 않았어요. 그래서 2005년부터 취미로 개인 블로그에 스니커즈에 대한 정보를 올리기 시작했죠. 그러자 관심사가 비슷한 스니커즈 마니아들이 그의 블로그에 모이기 시작했어요.


당시만 해도 스니커즈는 소수를 위한 리그였어요. 한정판 스니커즈가 발매되었다고 해도 요즘처럼 오픈런을 하거나, 프리미엄을 붙여 리셀하는 일은 거의 없었죠. 마이너한 영역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마니악한 영역이라 팬심의 밀도가 높았어요. 모수가 많지는 않아도 관심의 정도가 대단했던 거죠.


게다가 어떤 스니커즈가 출시되는지, 어디에서 구매해야 하는지 등 스니커즈에 대한 정보를 큐레이션해 피딩해 주는 단일 플랫폼도 없었어요. 개인이 각종 웹사이트와 커뮤니티에 흩뿌려져 있는 정보들을 찾아 다녀야 했죠. 이런 상황에서 케빈의 블로그는 스니커즈 마니아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어요. 다년 간 쌓아 온 스니커즈에 대한 애정과 그간 다져진 지식의 내공이 스니커즈 마니아들의 갈증을 해소시켜줬던 거죠.


이후 이 블로그는 사업이 되었어요. 처음 블로그로 수입이 생기기 시작했을 때에도 사업을 의도했던 건 아니었어요. 그저 약간의 브랜드 광고가 들어오고, 그 수입으로 서버 비용을 충당하거나 새 스니커즈를 구입하는 정도였죠. 그런데 점점 하입비스트에 올라온 정보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하입비스트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더 이상 재미에만 머무를 수는 없게 됐어요.


스니커즈 덕후의 재미를 사업화하면서, 지금의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하입비스트(Hypebeast)’가 탄생했어요. 이후 스니커즈뿐만 아니라 패션, 문화, 예술 등 영역을 넓혔고 무서운 성장세를 보였어요. 회사 설립 후 약 10년 만에 홍콩 증시에 상장하고, 2017년에는 한국에도 진출했어요. 2023년에는 뉴욕에 회사 건물을 짓기도 했고요. 현재는 15개 시장, 9개 언어로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사실 콘텐츠로 시작해 성장한 패션 회사의 이야기가 남다른 건 아니에요. 한국에도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스니커즈 커뮤니티에서 시작해 걸출한 패션 회사가 된 ‘무신사’가 있으니까요. 무신사의 사례처럼 미디어로 영향력을 얻으면, 커머스로 넘어가 수익화를 하는 게 일반적인 수순이에요. 그만큼 미디어만으로는 매출에 한계가 있기도 하고, 커머스로 넘어 가기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하입비스트도 마찬가지로 2012년, HBX라는 편집숍을 론칭하며 커머스 비즈니스를 시작했어요. 다만 하입비스트가 다른 점은 ‘여전히’ 커머스보다 미디어로 더 많은 수익을 벌어 들이고 있다는 거예요. 미디어와 커머스의 매출 비중을 따지면 미디어가 6, 커머스가 4 정도 되죠. 많은 미디어 회사들이 수익 모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온라인 매거진으로서 성공 방정식을 써 내려가고 있는 셈이에요. 그렇다면 하입비스트는 어떻게 미디어 회사로 지금의 존재감을 가질 수 있었을까요?



#1. ‘좋아요’ 많은 콘텐츠 대신, 팀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지향한다


‘하입비스트’라는 단어는 한때 특정 제품이나 브랜드를 맹목적으로 좇는 사람이라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담고 있었어요. 하지만 하입비스트의 등장 이후 본인의 스타일을 추구한다는 긍정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단어로 바뀌었죠.


단어의 뉘앙스를 바꿀 정도로 하입비스트는 본인의 스타일을 추구해요. 그래서 하입비스트는 독자가 좋아하는 콘텐츠가 아닌, 팀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만들죠. 그래야 콘텐츠에 진정성이 담기고, 그 진정성이 대중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보거든요. 독자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만 만들면 언젠가 진정성이 고갈되기 때문에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하죠.  


본인의 스타일을 중시하면서, 하입비스트는 점차 다루는 분야를 넓혔어요. 스니커즈에서 시작해 스트리트 패션, 하이 패션, 음악과 예술, 문화와 기술, 사회까지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했죠. 이제는 패션 미디어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성장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다루는 영역을 확장한 건 단순히 더 많은 독자를 끌어모으기 위한 게 아니었어요. 케빈 마의 관심사가 넓어진 데 따른 결과였죠. 


“기존의 하입비스트 스타일의 콘텐츠만 계속 다룰 수도 있었겠죠. 그런 건 예상대로 많은 ‘좋아요’를 받을 테니까요. 하지만 단순히 ‘인스타그램을 위한’ 콘텐츠만 한다면 금방 지루해질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진짜로 관심 있는 것들과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해요. 사람들이 그걸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저는 그게 우리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 케빈 마, 하입비스트 CEO, Quartz 인터뷰 중


하입비스트는 대중적인 브랜드나 인기 있는 콘텐츠를 다루면서도, 팀의 관심사를 반영해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확장했어요. 그 과정에서 다른 브랜드와 협업해 심도 깊은 콘텐츠를 만들기도 하고요. 인디 브랜드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는 ‘하입비스트 커뮤니티 센터’, 하입비스트의 신중한 큐레이션을 바탕으로 제품을 선정해 둔 ‘하입비스트 가이드’ 등 오리지널 시리즈를 만들며 하입비스트만의 색깔과 진정성을 유지했어요. 이 과정을 거치며 단순히 ‘좋아요’를 많이 받는 미디어를 넘어, 독자에게 신뢰받는 미디어로 자리를 잡았죠. 


“전통 패션 출판물은 다른 주제가 약간 섞여 있더라도 주로 패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하입비스트는 우리 팀의 관심사를 가져와 흥미로운 콘텐츠로 전환해 움직이기 때문에, 하입비스트가 다루는 범위는 훨씬 더 넓어요. 결국 하입비스트는 라이프스타일과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 거죠.”

- 케빈 마, 하입비스트 CEO, WWD 인터뷰 중


이런 진정성은 하입비스트의 광고 콘텐츠에도 반영돼 있어요. 보통 미디어에게 광고란 큰 딜레마 중 하나예요. 광고를 하면 돈을 벌 수는 있지만 독자의 신뢰를 잃을 수도 있거든요. 따라서 광고를 위한 콘텐츠가 아니라, 콘텐츠로서 가치를 가지도록 만드는 게 관건인데요. 하입비스트의 광고 콘텐츠는 그 균형을 잘 잡았어요. 여느 시리즈 콘텐츠로 착각할 만큼 창의적이고 유익하게 만들며 돈과 독자,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죠. 애드버토리얼의 정석인 셈이에요.


예를 들어 볼게요. 아디다스의 새로운 러닝화를 광고하는 콘텐츠는 이렇게 풀었어요. 하입비스트 뉴욕 지사 내 소셜클럽인 ‘하입비스트 런클럽’을 소개하는 신상 러닝화를 녹여냈죠. 많은 사람이 궁금해할 만한 하입비스트의 조직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실제로 러닝에 관심이 있고 러닝을 자주 하는 팀원의 생생한 리뷰를 전달한 거예요.


ⓒHypebeast


또한 아우디 자동차 광고는 ‘하입비스트 로드 트립 가이드: 로스앤젤레스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라는 제목의 여행 콘텐츠로 제작했어요. 로드 트립 중 갈 만한 숙소와 쇼핑, 카페, 맛집 등을 아낌없이 제공하며 아우디 자동차가 로드 트립에 적합한 이유를 넌지시 끼워 광고임을 알더라도 뒤로가기를 누를 수 없도록 만들었어요.


ⓒHypebeast


진정성과 함께 하입비스트가 중요하게 여기는 또 다른 가치는 ‘가벼움’이에요. 여기에서 말하는 가벼움이란, 콘텐츠를 얕게, 혹은 대충 만든다는 의미가 아니에요. ‘빠르게 확산시킨다’ 혹은 ‘가볍게 큐레이션한다’는 의미에 가깝죠.


케빈은 혼자 스니커즈 블로그를 운영할 때부터 ‘리포스팅(Reposting)’을 가장 많이 신경 썼어요. 하입비스트에 아무리 창의적인 콘텐츠가 늘어났다고 해도 여전히 전체 콘텐츠의 80% 정도는 다른 브랜드의 소식이나 뉴스 기사를 전달하는 리포스팅 콘텐츠죠.


“항상 뉴스와 혁신에 대해 포스팅하라, 그리고 빠르게 하라(Always post about news and innovations, and post it fast)”


하입비스트의 콘텐츠 포스팅 원칙이에요. 케빈 마는 흩어진 소식을 한곳에 모으는 리포스팅만으로도 독자를 모을 수 있다고 판단했고, 여전히 리포스팅을 통해 독자를 모으고 있어요. 다만 이때 가장 중요한 건 하입비스트만의 기준을 바탕으로 큐레이션을 해야 한다는 점과 불필요한 수식어와 문장은 과감히 없애 축약하고 또 축약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진정성과 가벼움을 원칙으로 삼은 결과, 하입비스트는 간결하면서도 흡입력 있는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어요. 덕분에 독자들의 충성도는 매우 높은 편이죠. 이런 높은 충성도와 신뢰도는 곧 커머스 비즈니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데요. 한 인터뷰에서 케빈 마는 하입비스트의 제품 관련 콘텐츠를 본 독자의 78%가 그 제품을 구매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2. ‘유연한 확장’을 통해 하입비스트 유니버스를 구축하다


그런데 이제는 많은 미디어들이 진정성에 기반한 애드버토리얼을 만들고, 엣지 있는 콘텐츠를 빠르게 리포스팅하고 있어요. 하입비스트의 성공을 비단 미디어 전략에서만 찾을 수는 없어요. 하입비스트의 성장에는 다른 요소들이 있죠.


먼저 하입비스트의 성장세와 성과를 살펴 볼게요. 2016년, 하입비스트가 홍콩 증시에 상장한 첫날, 주가는 한때 2,000%까지 오를 정도로 주목을 받았어요. 이후 2016년 아시아에서 상장한 종목 가운데 가장 성과가 좋은 종목으로 꼽히기도 했죠. 


상장 이후에도 하입비스트의 몸값은 계속 오르고 있어요. 하입비스트의 기업가치는 홍콩 증시에 상장할 때 2억 7,000만 홍콩달러(약 486억 원)였는데 2020년 22억 홍콩달러(약 3,960억 원)으로 약 4년 사이 8배 넘게 뛰었고요. 2022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할 땐 5억 3,400만 달러(약 7,209억 원)까지 올랐어요. 20년도 안 되는 사이, 기업가치가 고공행진을 한 셈이죠. 


미디어로 시작한 기업이 이렇게까지 빨리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미디어에 뿌리를 두고 ‘유연한 확장’을 했기 때문이에요. 하입비스트가 워낙 다양한 영역을 다루고 있는 만큼, 미디어 영향력을 등에 업고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는 거예요. 


먼저 패션 커머스 사업부터 볼게요. 하입비스트는 하입비스트가 큐레이션한 패션 및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을 판매하는 HBX를 2012년에 오픈했어요. 당시 하입비스트는 패션을 주로 다루고 있었는데요. 독자가 하입비스트를 읽고 원하는 아이템을 바로 구매할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HBX를 연 거예요. 


ⓒ시티호퍼스


지금이야 여러 카테고리의 수많은 제품들을 판매하지만, 처음에는 남성복 중심으로 시작했는데요. 그 이유는 하입비스트가 젊은 세대 남성을 타깃하는 미디어인 만큼, 하입비스트의 결과 맞지 않는 제품을 판매하는 게 어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하입비스트는 HBX를 효과적으로 확장하기 위해 기존의 미디어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미디어를 하나, 둘 늘렸어요. 젊은 세대 여성을 타깃하는 ‘하입베이(HypeBae)’, 젊은 부모를 타깃해 어린이의 패션을 다루는 ‘하입키즈(HypeKids)’, 골프웨어를 다루는 ‘하입골프(Hypegolf)’ 등을 인스타그램 매거진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이 과정을 통해 미디어와 커머스의 시너지를 극대화했죠.


두 사업 사이 시너지를 이끌어 낸 뒤 미디어가 다루는 영역을 점점 넓히는 과정에서는, 마케팅 에이전시인 ‘하입메이커(Hypemaker)’를 설립했어요. 본격적으로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하며 광고 콘텐츠를 제작하기로 한 건데요. 하입메이커는 화려한 이미지, 영상 등을 바탕으로 광고 제품에 서사를 부여하며 매력적인 방식으로 홍보하는 일을 해요. 하입비스트 애드버토리얼의 숨은 공신이죠. 이 밖에도 기획부터 콘텐츠 제작, 마케팅까지 올인원 서비스를 제공하며 하입비스트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죠.


이후 하입비스트는 사람들을 모으는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싶다는 목표를 세웠어요. 그와 관련된 사업도 하나, 둘 늘리고 있고요. 먼저 대규모 뮤직 페스티벌인 ‘하입페스트(Hypefest)’를 열고 있는데요. 하입페스트에서는 음악은 물론, 패션과 예술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만들며 참가자에게는 하입비스트의 문화적 비전을 경험할 기회를, 브랜드와 아티스트에게는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어요. 


“우리의 목표는 사람들이 단순히 배우거나 영감을 얻는 것뿐만 아니라 서로 연결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모두 사람이고, 소통이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할 수 있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거예요. 아티스트와 브랜드, 디자이너 등도 이야기할 무언가를 가져오겠지만, 참가자 역시 자신이 가진 지식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무언가를 가져올 수 있죠.”

- 케빈 마(Kevin Ma), Quartz 인터뷰 중


Hypefest 2018 ⓒHypebeast


Hypefest 2018 ⓒHypebeast


Hypefest 2018 ⓒHypebeast


Hypefest Hong Kong ⓒHypebeast


Hypefest Hong Kong ⓒHypebeast


그간 콘텐츠로 비슷한 관심사를 사진 사람들을 모았다면, 이번에는 ‘하입빈즈(Hypebeans)’라는 카페 브랜드로 대중과 더 가까이에 다가가기도 했어요. 하입빈즈는 독립 매장처럼 운영되기도 하지만, HBX 바로 옆에 문을 열기도 해요. 하입비스트의 팬들을 더 오래 붙잡아 두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패션보다 문턱이 낮은 카페로 잠재 고객들을 끌어들여, 마중물의 역할을 하기도 하죠. 이렇듯 하입비스트는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미디어를 바탕으로 유연한 확장을 하며, 하입비스트만의 세계관을 구축했어요.


ⓒ시티호퍼스



#3. 오프라인으로 측정해야 할 건 매출이 아닌 ‘에너지’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다면 앉은 자리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이에요. 콘텐츠도, 쇼핑도,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것까지 모두 디지털로 가능하죠. 그렇다 보니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던 많은 활동들이 자연스럽게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어요. 기업들 역시 더 빠르고 편한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웹이나 앱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집중하기 마련이죠. 


그런데 하입비스트는 반대예요. 미디어도, 커머스도 온라인으로 시작한 하입비스트는 2020년부터 HBX의 오프라인 매장를 열고, 하입빈즈(Hypebeans) 카페도 열기 시작했거든요. HBX는 홍콩에 2곳, 하입빈즈는 홍콩과 일본 도쿄에 진출해 있어요. 


그렇다면 온라인으로 시작해 이미 성공을 거둔 하입비스트가 오프라인 공간을 늘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하입비스트와 소비자, 다른 브랜드와 소비자, 소비자와 소비자를 연결해 교류의 장을 만들고, 하입비스트에 대한 브랜드 로열티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에요. 브랜드와 긴밀하게 연결되는 경험을 주기 위해서는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이 더 효과적이니까요.


그뿐 아니라 온라인으로만 소비자를 만나는 건 한계가 있어요. 아무리 소비자가 상품평을 남긴다고 해도, 브랜드의 어떤 점에 열광하고 어떤 점을 아쉬워하는지 관찰할 수 없고요. 하입비스트의 오프라인 매장 오픈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죠.


결국 하입비스트에게 오프라인 공간은 매출보다 더 유의미한 의미가 있어요.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매출보다 ‘에너지’를 측정하는 데 공을 들이죠. 소비자가 오프라인 공간에 방문해 어떤 표정을 짓는지, 하입브스트가 준비한 프로그램에 어떤 열정과 마음으로 참여를 하는지 관찰하는 거예요. 


“사람들이 단순히 구매 행위를 넘어 이 공간을 방문하고 상호작용하고 있는지를 봅니다. 물론 수익성과 매출은 중요하지만, 우리의 문화 프로그램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지, 초대하는 사람들과 브랜드의 다양성, 그리고 직원들이 이 공간에서 얼마나 얻어갈 수 있는지가 똑같이 중요합니다. 재정적 성공은 비즈니스에 항상 중요하지만, 커뮤니티와의 참여 수준도 마찬가지로 중요합니다.”

- 수진 리(Sujean Lee), 최고 경험 책임자, Vogue Business 인터뷰 중


이런 목적에 맞게 하입비스트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소비자를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해요. HBX 매장에서는 전시회나 워크숍, 라이브 예술 전시, 워크숍, 라이브 토크쇼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해 하입비스트의 문화적 가치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죠. 하입비스트는 크리에이티브 전문가와 독자가 교류하는 ‘하입토크(Hypetalks)’ 프로그램을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운영했는데요. HBX 매장을 연 이후에도 매장 내에서 꾸준히 이 프로그램을 개최하며 독자와 영감을 공유한 바 있어요.  


HBX 매장에서 휴먼메이드 팝업을 연 모습 ⓒHypebeast


하입빈즈도 마찬가지예요. 하입빈즈는 카페로서의 기능을 하는 건 물론, 국내외 아티스트와 협업을 통해 문화 플랫폼으로서의 면모도 보이고 있어요. 소비자들은 하입빈즈에서 아티스트의 작품을 감상하고, 다른 소비자와 교류하며 하입비스트라는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는 거예요.


ⓒHypebeans


ⓒHypebeans


ⓒHypebeans



스니커즈 덕후를 글로벌 기업 CEO로 만든 것은?


2024년 11월, 하입비스트는 편집숍을 넘어서기로 해요. 자체 의류 레이블인 ‘하입비스트 레이블(Hypebeast Label)’을 론칭한 거예요. 론칭과 함께 선보인 컬렉션은 원단에서 염색하는 게 아닌 하얀 옷에 염색을 하는 가먼트 다잉(Garment dyeing) 기법을 활용했어요. 이 기법을 사용할 경우 옷의 색감이 일정하지 않아 마치 물이 빠진듯한 빈티지한 느낌을 낼 수 있어요. 스트리트 패션 감성을 담은 베이직한 디자인으로 많은 소비자의 관심을 받고 있죠.


ⓒHypebeast Label


패션 콘텐츠나 아이템을 큐레이션하는 것을 넘어 제작까지 하게 된 하입비스트. 아이러니한 건 케빈 마가 패션에 대한 전문 지식이 있던 건 아니었어요. 은행에서 첫 커리어를 시작한 이력으로 추측할 수 있는 것처럼, 사실 하입비스트의 창업자이자 CEO인 케빈 마는 대학에서 경제학과 심리학을 전공했어요. 그래서 하입비스트를 시작한 이후에도 그에게는 ‘패션 비전공자’, ‘패션 무경력자’라는 꼬리표가 그를 계속 따라다녔어요.


미디어 브랜드로서 성장 및 성공 스토리를 썼다는 것 외에도, 하입비스트가 의미를 가지는 이유 중 하나예요. 전공이나 배경 없이도, 본인이 좋아하는 일에 대한 열정으로 쌓아 온 결과이기에 울림이 더 크죠. 스니커즈를 좋아하는 마음에서 시작해, 하입비스트를 세계적으로 키워냈고, 결국에는 하입비스트 레이블까지 론칭했으니까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세요. 저는 졸업 후 은행에서 일했지만, 하입비스트를 하는 데 마음이 더 가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열정을 갖게 되고, 일이 노동처럼 느껴지지 않을 겁니다.”

- 케빈 마(Kevin Ma), Fashionista 인터뷰 중


좋아하는 일이 있지만 선뜻 나서기는 두려운가요? 그렇다면 무언가에 푹 빠져 있는 마음을 일의 시작점이자 성장력의 원동력으로 삼은 케빈 마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물론 열정이 있다고 해서 누구나 케빈처럼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그럼에도 좋아하는 일을 향해 한 걸음 내딛는 용기가 있다면, 적어도 인생을 바꿀 기회를 만들 수는 있어요. 만약 개인적 열정을 일 또는 성공으로 키워내지 못했더라도, 무언가에 열정을 갖고 몰두하는 시간은 인생을 더 가득 채우니까요.





Reference

하입비스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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