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는 ‘마담 푸 그랑 카페 시누아’라는 레스토랑이 있어요. 무려 200평이 넘는 넓은 면적에 펼쳐진 매장이에요. 그런데 이 공간을 통째로 쓰는 게 아니라 각기 다른 크기와 구조의 7개 공간으로 나누어서 업장을 운영하고 있죠.
하나의 레스토랑인데 이렇게 공간을 분리해 둔 데에는 이유가 있어요. 하나의 이름으로 운영되는 곳이지만, 각기 다른 컨셉과 목적을 갖고 있거든요. 어떤 공간은 온통 핑크색 천지고, 어떤 공간은 유럽식 인테리어의 서재를 닮았고요. 어떤 공간은 에르메스 스카프를 휘감은 조명과 야자수로 자유분방한 분위기예요.
이 공간을 이렇게 기획한 사람은 ‘푸 부인’이라 불리는 인물이에요. 아름다운 외모에 독립적이고, 파리의 문화를 사랑하는 여성이죠. 이런 그녀가 자신이 동경하는 살롱 문화를 홍콩에 이식하고 있어요. ‘동서양의 만남’이라는 큰 뜻을 품고요. 푸 부인이 펼치는 이 곳에서, 동양과 서양은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있을까요?
마담 푸 그랑 카페 시누아 미리보기
• 가상 인물 ‘푸 부인’, 그리고 7개의 컨셉
• 공간의 컨셉을 살리는 콘텐츠
• 스토리와 선물, 마다할 이유가 없는 메뉴를 만들다
• 푸 부인의 끝나지 않을 잔치
타이쿤(Tai Kwun)은 홍콩이 1841년부터 1997년까지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는 동안 지어진 건물이에요. 1880년대에 건축해 영국 빅토리아 양식을 띄고 있으면서도 이 안에서 먹고 자고 생활했던 과거 홍콩인들의 흔적이 보존되어 있어요. 그런데 이 먹고 자고 생활했던 곳의 정체가 좀 특이해요. 옛 중앙 경찰서, 중앙 관공서, 그리고 교도소로 이루어진 건물이거든요.
옛 중앙 경찰서 본부가 ‘타이쿤’이란 이름을 달고 대중 앞에 다시 나타난 건 2018년 5월이에요. 홍콩 내 경마 사업을 관장하는 마사회, ‘홍콩 자키 클럽(Hong Kong Jockey Club)’이 홍콩 정부와 파트너십을 맺고, 세 시설이 합쳐진 건물을 화려한 문화 랜드마크로 개조했거든요. 옛 흔적을 남기면서도 공간을 효율적이고 기발하게 개조해 《타임》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장소 2018’에 뽑히기도 했죠. 2019년에는 유네스코 아시아 태평양 문화유산보존 우수상을 수상했고요.
ⓒ大館 TAI KWUN
타이쿤에는 200석 규모의 공연장과 갤러리, 최고의 아트북 출판사 타셴(TASCHEN)이 만든 편집샵, 로컬 브랜드 숍 등 다양한 공간들이 자리해 있어요. 전시, 퍼레이드 등 다채로운 이벤트가 열리는 건 물론이고요. 끊임없이 콘텐츠가 바뀌니 공간이 흡입력을 가져요. 개관 5년 만에 홍콩 인구의 2배에 가까운 1,300만명 이상이 방문했어요.
타이쿤에는 가보고 싶은 레스토랑들도 많아요. 이 곳들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어요. 브랜드 파워를 가진 레스토랑이라는 점이에요. ‘드래곤플라이(Dragonfly)’는 타임아웃(Timeout)이 선정한 ‘홍콩 최고의 바 50’ 중 하나예요.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등장하는 오필리아 등 상상 속 이야기를 칵테일 바로 구현하는 것으로 유명한 애슐리 서튼(Ashley Sutton)이 기획한 바예요. 19세기 말 유럽의 아르누보 스타일로 드래곤플라이를 장식했죠. 오묘한 유리 공예 작품과 라이브 밴드, 술과 음식이 공존하며 서양의 황금시대를 표현해요.
드래곤 플라이 ⓒ大館 TAI KWUN
보태니컬 가든 ⓒ大館 TAI KWUN
‘아한(Aaharn)’은 세계적 수준의 태국 요리를 선보이는 유명 셰프 데이비드 톰슨(David Thompson)이 만든 브랜드예요. 이미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은 오마카세 전문점 ‘스시 조(Sushi Zo)’도 홍콩의 첫 거점으로 타이쿤을 선택했죠. 현대 일본식 스타일을 따르는 카페 ‘비트윈(Between)’, 녹음이 우거진 영국식 안뜰에서 칵테일과 와인을 음미하는 ‘보태니컬 가든(Botanical Garden)’도 독특한 컨셉으로 화제를 모았고요. 프랑스 시인이자 극작가인 폴 클로델(Paul Claudel)의 이름을 딴 ‘카페 클로델(Café Claudel)’은 1920년대 파리 카페의 매력적인 인테리어를 타이쿤에 구현했어요.
혹시 또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하셨나요? 모든 레스토랑들이 메인 요리이든 컨셉이든 하나의 문화권을 따르고 있다는 점이에요. 영국, 태국, 일본, 이탈리아 등 다양하죠. 그런데 타이쿤의 꼭대기 층에 자리한 한 레스토랑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나라와 나라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어요. 아시아의 작은 영국, 타이쿤의 정체성을 꼭 닮아 이름부터 중국어와 프랑스어가 섞인 ‘마담 푸 그랑 카페 시누아(Madame Fù Grand Café Chinois, 이하 마담 푸)’죠. ‘시누아’가 프랑스어로 ‘중국의’라는 뜻으로, ‘푸 부인의 큰 중국 카페’ 정도로 번역할 수 있어요.
ⓒMadame Fù Grand Café Chinois
마담 푸는 타이쿤 꼭대기 층 전체에 걸쳐 있어요. 눈에 띄는 특징은 다양한 입맛을 사로잡을, 정말 다양한 메뉴를 선보인다는 점이에요. 또한 7개의 컨셉추얼한 공간에서 각기 다른 식사 경험을 할 수 있어요. 일반적인 식부터 프라이빗 미팅, 회식, 파티, 밤문화와 공연까지 다 가능하죠. 마담푸는 경계 없는 국적 만큼이나 경계 없는 공간의 용도를 디테일한 경험 설계로 채워요. 레스토랑의 한계를 뛰어 넘으며 차세대 레스토랑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지금 타이쿤의 꼭대기 층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가상 인물 ‘푸 부인’, 그리고 7개의 컨셉
1920년대, 마담 푸라고 불리는 여성이 있었어요. 아름다운 외모에 독립적이고 재치있는 여성으로 16세 때 청혼을 받았지만 거부하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기 위해 대도시 상하이로 탈출했어요. 상하이에서 푸의 문화적, 지적 호기심을 알아본 부유한 후원자를 만나 파리로 갈 수 있었어요. 그녀는 파리의 문화와 카페에 푹 빠졌어요. 파리는 단순히 청춘과 낭만의 도시가 아니라, 그녀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었죠. 다시 상하이로 돌아온 그녀는 자신만의 살롱을 만들었어요. 독특하고 우아한 매력의 파리 카페처럼, 상하이의 화가, 시인, 작가 등 예술가들이 모이는 공간이에요. 이게 바로 지금의 마담 푸였죠.
마담 푸 3D 조감도 ⓒMadame Fù Grand Café Chinois
푸 부인의 이야기가 극적이라고요? 그럴 만도 한 것이, 사실 푸 부인은 레스토랑 마담 푸가 만든 가상 인물이에요. 하지만 스토리에는 설득의 힘이 있어요. 구체적이고 환상적인 캐릭터와 스토리를 입은 덕에 마담 푸의 음식과 컨셉, 각 공간을 둘러싼 미적 요소는 설득력을 갖게 되죠. 마담 푸의 7개 공간은 8,000평방피트(약 224평)에 펼쳐져 있어요. 하나하나 들어설 때마다 비밀의 문을 연 것처럼 색다른 컨셉의 방이 나타나죠.
먼저 ‘그랑 카페’는 푸 부인의 스토리를 가장 강력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에요. 파리의 카페에서 영감을 받아 기다란 창문, 연회용 소파, 높은 목재 천장으로 웅장한 유럽식 인테리어를 완성했어요. 하지만 홍콩의 야자수와 동양의 현대 미술품을 함께 전시해, 서양과 동양의 미를 적절히 조합했죠.
그랑 카페 ⓒMadame Fù Grand Café Chinois
‘아티스트’는 긴 식탁에서 최대 12명이 식사할 수 있는 비밀스런 공간이에요. 1960년대 홍콩의 도장공 루이스 찬(Luis Chan)의 작품이 베네치아 풍 거울 벽에 반사돼 역시 동서양의 기묘한 만남을 나타내요. 중요한 미팅이나 기업 임원들의 회의 장소로 활용되곤 하죠.
또 다른 공간인 ‘위스키 라운지’는 우아한 금색 문 뒤에 숨어 있어요. 금색 문이 귀띔하듯, 호박색 조명과 페르시아 카펫, 벨벳 의자와 장식 같은 화려한 색상이 돋보여요. 여기에서도 어김없이 예술 작품이 등장하는데 홍콩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러시아 출신 콘스탄틴 베스메르트니(Konstantin Bessmertny)의 작품이에요. 그의 바이오그래피처럼 동서양과 고전과 현대를 오가는 작품을 주를 이뤄요.
위스키 라운지 ⓒMadame Fù Grand Café Chinois
이 세 공간을 다 지나고 나면 ‘레드 & 블루’라는 아주 긴 베란다가 나타나요. 한 면은 레드 컨셉, 이어지는 다른 한 면은 블루 컨셉으로 타이쿤의 퍼레이드 광장을 내다보며 식사와 커피, 티를 즐길 수 있는 휴식처 같은 공간이에요. 메뉴도 좌석도 공간도 ‘자유분방함’을 모토로 하죠. 그래서 콘서트, 브랜드 쇼, 대규모 칵테일 파티의 무대가 되기도 해요. 궁극의 럭셔리 브랜드, 에르메스의 스카프로 램프를 감쌌지만, 곳곳에 홍콩의 아열대성 식물이 위치해 있어 이국적이면서도 홍콩 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이에요.
레드 & 블루 베란다 ⓒMadame Fù Grand Café Chinois
레드 & 블루 베란다 ⓒMadame Fù Grand Café Chinois
베란다를 지나 만나볼 곳은 마담 푸를 SNS에서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핑크 룸’이에요. 런던의 아이코닉한 핑크빛 레스토랑 ‘스케치(Sketch)’에서 영감을 받아 구성한 공간이죠. 이름처럼 핑크색을 컨셉으로 감각적이고 예쁜 비주얼의 식사, 애프터눈 티, 디저트 등으로 여성 고객들에게 인기가 좋아요. 미디어 그룹 새시 홍콩(Sassy Hong Kong)은 마담 푸의 핑크 룸을 ‘홍콩에서 가장 인스타그래머블한 레스토랑’이라고 칭했을 정도예요.
핑크 룸 ⓒMadame Fù Grand Café Chinois
핑크 룸 ⓒMadame Fù Grand Café Chinois
핑크 룸은 2개의 공간과 연결되어 있는데, 하나는 ‘푸 바’고 또 하나는 ‘도서관’이라 불리는 공간이에요. 푸 바는 그야말로 ‘밤에 피는 꽃’이에요. 위스키 라운지와 비슷하지만 좀 더 캐주얼한 식사나 한밤중의 음주를 즐기기에 적합해요. 정적인 분위기보다 신나는 분위기가 감돌고 DJ의 공연도 자주 열리죠. 도서관은 유럽 바로크 양식을 띤 작은 간이 공간으로, 영국식 체스터필드 소파와 패션, 여행, 예술 등에 관한 책을 갖추고 있어요.
푸 바 ⓒMadame Fù Grand Café Chinois
도서관 ⓒMadame Fù Grand Café Chinois
공간의 컨셉을 살리는 콘텐츠
마담 푸는 각 공간의 컨셉을 분리해 7개의 각기 다른 정체성을 만들어 냈어요. 동시에 ‘동서양의 만남’이라는 컨셉이 7개 공간을 관통하게 설계해 하나의 레스토랑으로서 일관된 면모를 보여주고 있고요. 그런데 이런 공간들, 누가 디자인한 것일까요?
그 주역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크리스티안 롬베르그(Christian Rhomberg)예요. 그는 홍콩 사교계의 거물로, 1980년대 작고 조용한 골목이던 란콰이퐁을 현대 홍콩의 가장 화려한 밤거리로 만든 장본인이에요. 현재는 문을 닫았지만, 홍콩 사교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프라이빗 멤버십 클럽이었던 ‘키 클럽(Kee Club)’을 세우기도 했고요. 키 클럽은 한 동안 CNN과 같은 외신으로부터 ‘명망 높은 세계 10대 회원 전용 클럽’에 선정될 정도였죠.
이런 그의 손길이 닿은 마담 푸는 레스토랑 이상의 레스토랑이에요. 음식, 엔터테인먼트, 사교 등의 살롱 문화가 조화를 이룬 공간이죠. 덕분에 마담 푸의 활용도는 극강이에요. 마담 푸는 웨딩 베뉴로도 인기가 좋은데, 마담 푸 스스로도 ‘홍콩에서 가장 인스타그래머블한 결혼식장’이라고 소개해요. 결혼식이 열리는 날 하객들은 7개 공간을 가로지르며, 마담 푸의 사내 이벤트 팀이 준비한 결혼식을 맘껏 즐길 수 있어요.
ⓒMadame Fù Grand Café Chinois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에요. 마담 푸는 때로는 사무실이 되기도 하거든요. 마담 푸는 카페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타깃해 ‘워크 프롬 푸(#workfromFu)’라는 이벤트를 기획했어요. 눈치 보지 않고 한 곳에서 오래 일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연 이벤트예요. 주중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 사이에, 위스키 라운지와 베란다 등에서 단돈 135홍콩달러(2만 3,000원)에 공간과 커피, 딤섬 바구니를 제공했죠. 기본 이용 시간은 2시간이고, 필요한 사람들은 돈을 더 지불하고 더 긴 시간 동안 머무를 수 있도록 했어요.
ⓒMadame Fù Grand Café Chinois
마담 푸의 변신은 낮 시간대를 넘어 밤 시간대에도 이어져요. 일회성이 아니라 매주 토요일, 밤 8시부터 푸 바와 핑크 룸에서 ‘나이트 브런치’를 컨셉으로 드랙 쇼(Drag show)와 디제잉 파티 등을 열고 있어요. ‘토요일 밤은 브런치를 즐기기에 결코 늦지 않은 시간입니다’라고 강조하면서요.
ⓒMadame Fù Grand Café Chinois
한 동안 마담 푸의 푸 바는 일요일 밤마다 아늑한 영화관, ‘다인 인 씨어터(Dine-In Theatre)’로 변신하기도 했어요. 참석자들은 165홍콩달러(약 2만 8,000원)에 영화와 식사, 팝콘, 음료 등을 즐길 수 있었죠. 기획 의도는 고단한 한 주를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한 주를 준비할 수 있도록 쉼과 여유를 선물하는 것이었어요.
마담 푸는 다양한 컨셉의 공간만큼이나 다채로운 콘텐츠로 공간을 채워요. 다이닝과 결합해 일상적인 이벤트들이 마담 푸의 독특한 감성 위에 펼쳐지며 고객들에게 신선한 경험을 선물하죠.
스토리와 선물로 마다할 이유가 없는 메뉴를 기획하다
컨셉과 콘텐츠로 공간을 가득 채운 마담 푸지만, 마담 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음식이에요. 명색이 레스토랑인데 음식 메뉴가 허술할 수 없죠. 마담 푸의 시그니처 메뉴는 오후 시간대에 핑크 룸에서 판매하는 ‘애프터눈 티’예요.
핑크 룸의 고객 중 여성 비율은 압도적이에요. 핑크 룸의 애프터눈 티 세트 또한 여성 고객들의 마음을 저격하고 있죠. 마담 푸는 매년 F&B, 코스메틱, 도자기, 주얼리 등 여성들을 타깃한 분야의 브랜드들과 협업해 애프터 눈 티 세트를 개발해요. 그리고 이 컬래버레이션에도 디테일과 스토리, 때로는 혜택이라고 느껴질 정도의 선물을 준비해 고객 감동을 실현하고 있어요.
마담 푸 애프터눈 티 세트의 혜택은 화장품 브랜드와 만났을 때 특히 빛을 발해요. 코스메틱 브랜드의 컨셉을 메뉴에 녹이는 것은 물론, 애프터눈 티 세트를 주문한 고객들에게 해당 브랜드의 화장품을 증정하거든요. 그것도 제대로 된 화장품 세트를 구성해서요.
일본 코스메틱 브랜드 시세이도(Shiseido)와는 ‘궁극의 순간(The Ultimate Moment)’이라는 일본식 애프터눈 티 세트를 선보인 바 있어요. 1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가장 만족스러운 순간’을 창출하기 위해 달려온 시세이도의 뜻을 반영한 애프터눈 티 세트였죠. 유자, 팥 등 일본의 식재료가 들어간 일본식 디저트로 티 푸드를 구성했고요. 이 세트를 주문한 고객에게는 530홍콩달러(약 9만원) 상당의 화장품 세트가 증정되었어요.
한국 스킨케어 브랜드 ‘더 히스토리 오브 후(이하 더후)’와도 ‘더 로열스’라는 애프터눈 티 세트를 출시한 바 있어요. 더후의 대표 제품, 비첩 자생 에센스의 ‘비첩’의 개념을 애프터눈 티에 담았죠. 비첩은 피부 스스로 영양분을 갖게 하는 성분의 화장을 일컫는데, 이 개념에서 착안해 한식 목살과 정통 다과, 들깨, 야채말이 등 자연주의 한식 디저트를 내놓으며 비첩의 개념을 넌지시 이식했어요. 물론 티 세트를 시킨 손님은 역시 더후의 화장품 세트를 받아볼 수 있었고요.
ⓒMadame Fù Grand Café Chinois
주얼리 브랜드 스와로브스키와의 컬래버레이션에서는 크리스탈의 영롱함이 돋보이는 티 세트를 출시했어요. 콜드브루 얼그레이 젤리를 곁들인 딸기 무스, 루비 초콜릿이 들어간 하트 모양 팔미에 등 시각적으로 크리스탈의 반짝임을 표현한 티 푸드들이 중심이 되었죠. 여기에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탈 귀걸이까지 선물로 증정되어 큰 인기를 끌었어요.
티 세트는 1인에 338홍콩달러(5만 7,000원), 2인에 550홍콩달러(9만 3,000원)이에요. 이 가격에 매번 다른 구성의 애프터눈 티 세트와 브랜드의 선물까지 포함되어 있으니 고객을 혜택이라고 느낄 수 밖에 없죠. 컬래버레이션 파트너도 이득이에요. 제품을 무료로 증정하지만 큰 부작용 없이 잠재 고객들에게 브랜드 컨셉과 제품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어요. 아무 이유 없이 무료로 제품을 증정했다면 브랜드나 제품의 가치를 해칠 염려가 있겠지만, 기간 한정으로 애프터눈 티 세트와 묶어서 ‘판매’하는 개념이기 때문이에요. 브랜드 가치를 지키며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있어 모두가 만족스러운 컬래버레이션이죠.
푸 부인의 끝나지 않을 잔치
애프터눈 티 세트는 마담 푸가 선보이는 요리의 일부예요. 마담 푸는 광둥식 요리 전문점으로, 북경오리와 같은 클래식한 고급 메뉴부터 현지 재료로 만든 딤섬 등을 판매해요. 그리고 레스토랑에서도 마담 푸만의 잔치가 펼쳐져요.
월요일부터 목요일, 오후 4시에서 7시 사이 마담 푸에서는 ‘모든 시간을 해피 아워처럼 살자(Live Every Hour Like It’s Happy Hour)’라는 이벤트가 열려요. 딱 3시간 동안 술을 저렴하게 파는 거죠. 가장 비싼 스파클링 와인이 100홍콩달러(약 1만7천원), 와인과 칵테일이 약 80홍콩달러(약 1만4천원)에 제공돼요.
뿐만 아니라 곁들여 나오는 음식도 사쿠라 새우 토스트, 비건 스프링 롤, 옴니투나 라이스 케이크, 칼라마리 등 68~198홍콩달러(약 1만1천~3만4천원)에 불과해요. 여기에다 젠가, 체스, 백개먼 등의 보드게임도 즐길 수 있어 일석이조의 식사 경험이 완성돼요.
ⓒMadame Fù Grand Café Chinois
주말에는 ‘브런치에 사랑을(Love to Brunch)’이라는 이름으로 북경오리, 딤섬, 음료를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어요. 가격은 시간으로 책정되죠. 스탠다드 가격이 2시간에 858홍콩달러(14만 6,000원), 3시간에 998홍콩달러(17만원)예요. 고급 광둥요리를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으니, 웬만한 호텔 레스토랑의 대체재로 각광받고 있어요.
ⓒMadame Fù Grand Café Chinois
이 모든 걸 담당하는 건 마담 푸를 책임지고 있는 셰프들이에요. 독특하게도 마담 푸는 홈페이지와 SNS에 셰프들의 필모그래피를 올리고 마치 연예 기획사가 아티스트를 알리듯 셰프들을 홍보해요. 새로 온 셰프를 소개하거나 환영 인사를 남기기도 하고, 그들의 얼굴을 드러내며 시그니처 메뉴를 소개하기도 하죠. 마담 푸의 SNS 피드에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으니 마담 푸가 얼마나 음식에 진심이고 열정적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에요.
이렇게 화려하고 다채롭게 펼쳐지는 마담 푸의 중심을 잡아주는 건 가상인물, 푸 부인이에요. 그녀의 사교적인 성격과 비즈니스적인 감각이, 프랑스 살롱 문화에 대한 동경과 경험치가 오롯이 녹아있는 덕에 고객들은 설득의 구름을 타고 유유히 마담 푸라는 동화같은 공간을 여행할 수 있죠. 그렇게 마담 푸는 단지 F&B 업장을 넘어, 일상과 비일상을 오가는 브랜드예요. 문을 연 지 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마담 푸가 ‘새로움’으로 건재한 이유죠.
Refer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