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혁신적인 나이키가 혁신을 완성하는 매장

나이키 하우스 오브 이노베이션

2022.07.29

뉴욕의 5번가(Fifth Ave.)는 전 세계의 내노라하는 브랜드의 플래그십의 각축전이 벌어지는 곳이에요. 여기에 2018년에 나이키도 플래그십 스토어를 냈어요. ‘혁신’이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걸고 나이키 ‘하우스 오브 이노베이션(House of innovation)’을 오픈한 거죠. 6개 층으로 이루어진 2,000여 평의 공간을 나이키의 운동화, 운동복, 운동 용품은 물론이고 나이키가 추구하는 혁신으로 채웠어요.


이곳에서 매장에 들어서는 사람들의 신발을 관찰해보면 흥미로운 현상을 목격할 수 있어요. 나이키 신발을 신은 사람들도 많이 방문하지만, 경쟁사의 신발을 신고 들어오는 사람의 비중도 꽤 높아요. 나이키로 갈아타기 위해 들어오는 수요도 분명히 있을텐데, 꼭 구매하지 않더라도 나이키라는 브랜드 자체를 경험하고 나이키의 혁신을 배우려는 사람들도 몰려오는 거죠.


그렇다면 이미 혁신의 대명사인 나이키가, 혁신이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걸고 오픈한 매장 ‘하우스 오브 이노베이션’은 무엇이 혁신적인 걸까요?


나이키 하우스 오브 이노베이션 미리보기

• #1. 혁신적인 기술을 눈으로 보여준다

• #2. 혁신은 누구나 누릴 수 있다

• #3. 구매 경험을 혁신하니 매장이 쾌적해진다

• #4. 맞춤화를 혁신하면 사용성이 달라진다

• 아직 끝나지 않은, 앞으로도 끝나지 않을 나이키의 혁신 실험






수익 100배. 주식이나 코인 얘기가 아니에요. 한정판으로 발매된 나이키 운동화의 수익률이에요. 2020년 20만원에 발매된 운동화, ‘에어포스 1 파라노이즈'는 아티스트 지드래곤과 콜라보한 모델로 무려 100배인 2,000만원에 리셀되기도 했어요. 루이비통과 협업한 에어포스 1은 발매가 대비 9배, 힙합 아티스트 트래비스 스캇과 협업한 제품은 발매가 대비 8배가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고요.



ⓒNike


이처럼 한정판의 가격이 뛰는 현상은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어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수요와 공급 때문이에요. 한정판은 출시부터 태생적으로 공급이 정해져 있고, 팬덤이 강한 브랜드 혹은 아티스트 제품에 대한 수요가 줄을 서 있으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한정판을 구하려면 위의 사례처럼 높은 프리미엄을 내고 구매하거나, 한정판 출시일 새벽부터 매장 앞에서 기다리는, 소위 말하는 오픈런을 해야했죠.



ⓒNike


그런데 2015년, 나이키는 한정판 시장에 혁신을 시도해요. 바로 ‘나이키 더 드로우(Nike the draw)’예요. 온라인으로 구매를 원하는 제품에 응모하면, 당첨자에게 구매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시스템이죠. 물론 당첨이 되어도 꼭 사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제품이 바로 프리미엄이 붙으니 사지 않을 이유도 없어요. 2020년에 출시한 디올과 나이키의 협업 스니커즈의 추첨에는 무려 35만 명이 응모했죠.


지금이야 이러한 드로우 시스템을 여기저기서 도입했지만, 당시에는 혁신적이었어요. 모두가 원하는 한정판을 누구나 가질 수 있도록 만든 새로운 구매 경험이었죠. 구조적으로 프리미엄이 붙는 것은 어쩔 수 없어도, 사람들에게는 공평한 기회를 줄 수 있어요. 오프런에 비교하면 더 편하게 구할 수도 있고요. 또 수익만을 노리는 꾼들의 구매가 줄어들 수 밖에 없는 효과도 있겠죠.


이러한 혁신적인 시도들을 한 덕분에, 나이키에는 새로운 팬덤이 생겼어요. 바로 브랜딩,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이에요. 이들은 나이키의 헤비 유저까지는 아니더라도 혹은 심지어 나이키 제품을 쓰지 않는다 하더라도 나이키의 혁신과 틀을 깨는 시도에 팬이 되어 나이키를 스터디하죠. 이런 분들이 뉴욕 갔을 때 꼭 가봐야할 매장이 있어요. 나이키가 ‘혁신’이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걸고 만든 공간인 ‘하우스 오브 이노베이션(House of innovation)이에요.



ⓒ시티호퍼스


하우스 오브 이노베이션은, 뉴욕 5번가에 있어요. 5번가는 명품 브랜드의 플래그십 매장, 백화점 등이 즐비한, 세계에서 가장 비싼 거리 중 하나에요. 2018년, 나이키는 이곳에 2,000여 평 규모의 6개 층으로 이루어진 공간을 만들어요. 나이키의 운동화, 운동복, 운동 용품은 물론이고 나이키가 추구하는 혁신으로 채웠죠.



#1. 혁신적인 기술을 눈으로 보여준다

나이키는 기술 혁신의 대명사예요. 그 중에서도 시그니처는 1978년 개발한, 공기가 들어간 쿠션인 에어포켓이죠. 공기가 들어간 쿠션이 발을 딛을 때의 압력을 잡아주며 편안하게 신을 수 있어 인기였어요. 그런데 에어맥스 1을 출시하면서 에어포켓을 눈에 보이도록 디자인했죠, 같은 기술이지만, 눈에 보이니 고객들의 신뢰도도 높아졌어요. 이 방식이 하우스 오브 이노베이션에도 매장의 버전으로 녹아져 있어요.



ⓒNike


매장을 둘러보면 제품이 놓여있어야 할 공간에 기술 설명이 디자인 된 것을 볼 수 있어요. 새로 적용된 기술의 특징은 무엇이고, 신발에서는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무슨 소재가 들어갔는지 상세하게 알려주죠. 신발 분해도를 그림으로 보여주며 이해를 돕기도 하지만 필요하다면 제품을 분해해 전시하는 것 서슴치 않아요.


예를들어 ‘나이키 리액트(Nike React)’는 3년 간의 연구 결과 끝에 나온 신기술이에요. 400개 이상의 소재를 나이키 연구실에서 실험해보고 직접 현역 선수들이 테스트를 해서 나온 기술이죠. 부드러우면서 내구성이 있는, 양립하기 어려운 두 가지 특성이 양립하는 쿠션이 특징이에요.



ⓒ시티호퍼스


나이키 리액트의 성능과 기술을 고객들이 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나이키는 매장 1층 정중앙에 실제 제품을 쪼개어 분해도를 만들었어요. 각 부위가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신발은 무슨 장점이 있는지 설명하죠. 매대로 이용해 제품을 판매할 수도 있는 공간을 나이키는 기술 전시장으로 활용한 것이에요.



#2. 혁신은 누구나 누릴 수 있다

나이키 하우스 오브 이노베이션 매장 내 한켠에는 고객을 환영하는 멋진 문구가 있어요.


“모든 선수들이 소속되어 있는 나이키 커뮤니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Welcome to NIKE, Where all athletes belong.)


선수라면 누구라 할 것 없이 나이키와 함께 한다는 뜻이에요. 선수들이 쓸 만큼 나이키의 기술력은 혁신적이지만, 그렇다고 나이키는 이 혁신적인 제품을 선수를 위한 전유물로 생각하지 않아요. 일반인들도 혁신을 누려야 한다고 생각하죠. 나이키의 이런 지향점은 마네킹의 혁신에서 엿볼 수 있어요.



ⓒ시티호퍼스


나이키의 마네킹은 정형화된 모양이 아니에요.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누군가의 모습을 담고 있어요. 예를 들어 여성층에 가보면 요가나 필라테스의 광고에서 볼 수 있는 늘씬한 몸매를 가진 마네킹 대신 뚱뚱한 마네킹이 요가 포즈를 취하고 있어요. 임산부 마네킹의 모습도 보이고요.



ⓒ시티호퍼스


1층 입구를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코너도 마찬가지예요. 다양한 마네킹과 나이키 제품 등을 통해 나이키의 혁신을 아방가르드하게 표현해서 진열해 놓았는데, 여기에도 전면에 건장한 모습의 마네킹 대신 의족을 단 장애인, 뚱뚱한 사람을 내세웠어요. 모두를 위한 혁신을 말하려는 듯 하죠.



#3. 구매 경험을 혁신하니 매장이 쾌적해진다

나이키 하우스 오브 이노베이션에서는 직원을 찾기가 쉽지 않아요. 직원이 해야할 일을 어플리케이션이 대신하기 때문이죠. 물론 인건비 절감 등의 목적이 있겠지만, 매장을 쾌적하게 하려는 이유도 커요. 크고 북적거리는 매장일 수록 고객을 응대하기 위해선 직원이 많이 필요해지는데, 이럴 경우 매장이 직원 수로 인해 더 복잡해져요.



ⓒ시티호퍼스


그런데 아무래도 직원이 직접 응대하는 것보다 불편하지 않을까요? 꼭 그렇지는 않아요. 어떤 면에서는 더 편하죠. 어떻게 구매 경험이 바뀌는지 일단 궁금하니 위치 설정을 켜고 어플리케이션을 시작해봐요. 2층에 위치한, 나이키의 운동화가 모여있는 스니커 랩(Sneaker Lab)에서 운동화를 사는 경험을 같이 시작해 볼까요?



ⓒNike


매장에 진열된 신발을 둘러봐요. 그리고는 점원을 찾는 것이 아니라 어플리케이션을 켜요. 그리고 신발에 붙은 QR코드를 인식하고, 신어보고 싶은 신발 사이즈를 선택하면 점원이 바로 가져다줘요. 나이키 구매 경험이 있어 신발 사이즈가 이미 저장되어 있다면, 사이즈를 입력할 필요도 없죠.


근데 문제가 하나 있어요. 직접 받을 때죠.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원하는 신발을 요청했다고 하더라도, 정작 신발을 전달할 때에는 누가 요청했는지 알아야 하니까요. 독심술로 이 신발을 주문했을 것 같은 사람을 고를수도 없고, 매장 내에서 소리를 지르며 찾는 것도 비효율적이에요.



ⓒ시티호퍼스


그래서 나이키는 공간을 구분했어요. 천장을 보면, 픽업 존 A와 픽업 존 B가 있어요. 바로 고객이 신발을 신어볼 장소를 정할 수 있는 것이죠. 어플리케이션으로 사이즈를 고르면서, 받을 장소도 정할 수 있어요. 그러면 직원은 누가 주문했는지 헤멜 필요 없이 바로 요청한 픽업존으로 가면 되고 고객은 더 쾌적해보이는 곳에서 대기할 수 있죠. 심지어 예상 대기시간까지 표시되니 남는 시간동안 더 구경할 수도 있어요.



ⓒNike


원한다면 매장에 들어와서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고 제품을 살 수 있어요. 구경하다 마음에 드는 제품이 있다면 바코드를 스캔해요. 그리고 나이키 앱 상에서 등록된 카드로 결제를 하고, 셀프 포장대로 물건을 가져가요. 박스, 옷걸이 등은 회수함에 넣은 후 제품을 가방에 넣고, 떠나기만 하면 되죠.



ⓒ시티호퍼스



#4. 맞춤화를 혁신하면 사용성이 달라진다

5층에는 ‘나이키 바이 유(Nike by you)’가 있어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맞춤화를 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이곳에서는 다른 매장이나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원하는 문구, 자수 등을 제품에 새겨주는 맞춤화 서비스를 제공해요. 하지만 나이키 하우스 오브 이노베이션이 맞춤화 서비스를 하면서 이정도에서 만족할 리 없죠. 


ⓒ시티호퍼스


매장 1층에는 ‘프로그레스 허브(Progress Hub)’가 있어요. 이곳에는 흰색 로봇 팔 2개가 있는데 단순히 구경거리가 아니에요. 개인의 운동 패턴을 확인해서 맞춤 정보를 제공해주는 역할을 하죠. 그런데 맞춤으로 제공하는 이 정보가 흥미로워요. 화면에 나오는 몇가지 질문에 답하면 운동 패턴에 어울리는 나이키 제품을 골라주는 게 아니라, 운동을 하면서 들을 수 있는 음악, 스무디 레시피 등을 추천해주죠.



ⓒ시티호퍼스


다시 나이키 바이 유(Nike by you)가 있던 5층으로 가볼게요. 한켠에 ‘나이키 엑스퍼트 스튜디오(Nike Expert Studio)’가 있어요. 전문가와 1:1로 상담을 할 수 있는 공간이죠. 나이키 전문가가 고객에게 어울리는 제품을 추천하고 스타일링도 도와줘요. 미리 예약을 해야하고, 멤버 전용 공간이기에 쾌적한 쇼핑이 가능하죠. 앱을 통해 제품을 골라놓으면 피팅룸에 미리 제품들을 준비해놓기도 해요.


ⓒ시티호퍼스


그런데 여기에 또하나의 혁신이 숨어 있어요. 보통의 매장이라면 피팅룸이 단순히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곳이지만, 하우스 오브 이노베이션의 피팅룸을 다른 점이 하나 있어요. 바로 조명이에요. 제품을 착용하는 상황에 맞게 피팅룸의 조명을 조절할 수 있어요. 구글, 페이스북 등의 조명을 담당한 조명 스타트업 ‘케트라’와 협업해 이색적인 조명 체험을 제공하는 거예요.


단순히 밝고 어둡게 조절하는 수준이 아니에요. 요가를 하는 스튜디오의 조명과 축구를 하는 야외의 자연광은 차이가 있어요. 요가를 하더라도 아침이나 저녁에 따라서도 조명이 다르고요. 자신이 원하는 상황에서 가장 어울리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피팅룸 공간의 조명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어요. 요가 스튜디오의 조명, 자연광의 조명, 저녁의 느낌 등 원하는 조명으로 설정하여 제품을 비교해볼 수 있죠.


이처럼 나이키 하우스 오브 이노베이션에서는 제품을 맞춤화시켜줄 뿐만 아니라 제품을 사용하는 맥락까지도 맞춤화해서 제품을 고를 수 있어요. 작지만 큰 차이죠.



아직 끝나지 않은, 앞으로도 끝나지 않을 나이키의 혁신 실험

2022년 7월, 서울 홍대 지역에 세계 최초로 ‘나이키 스타일(Nike Style)’이 오픈했어요. 총 3층 규모인데, 성별의 개념을 허물고 취향에 따라 제품을 고를 수 있는 젠더 플루이드(Gender Fluid) 쇼핑 경험을 할 수 있어요. 남성용, 여성용이 아니라 핏과 사이즈에 따라 모든 옷을 진열했죠. 매장에서 남녀 구분을 없애는 혁신은 전 세계 나이키 매장 중 최초예요.



ⓒNike


SNS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스튜디오까지 있어요. 촬영 스튜디오에서 사용하는 초록색 배경인 크로마키를 두고 배경, 필터, 렌즈, 스티커 등을 자유자재로 선택하며 촬영할 수 있죠. 피팅룸에서는 룩북의 느낌으로 촬영할 수 있도록 다양한 조명을 제공하기도 하고요. 나이키 매장이 하나의 놀이터가 된 셈이에요.


이뿐 아니에요. 전문가들과 함께 운동하는 프로그램이 있는 ‘나이키 라이즈(Nike Rise)’, 2주마다 제품 라인업을 바꾸는 회원 전용 매장 ‘나이키 라이브(Nike Live)’ 등도 런칭했어요. 이처럼 나이키의 혁신 정신은 제품, 서비스, 매장, 커뮤니티, 마케팅 등을 넘나들며 끊임없이 이어져요.


이쯤되면 나이키가 하나의 브랜드를 넘어 접두사처럼 느껴질 정도예요. House of innovation, Style, Rise, Live 등 일반 명사 앞에 나이키를 붙이면 혁신적인 시도가 되니까요. 앞으로도 나이키가 접두사로 붙여나갈 혁신적인 미래가 궁금해지네요.

나머지 스토리가 궁금하신가요?

시티호퍼스 멤버십을 시작하고
모든 콘텐츠를 자유롭게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