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년된 도서관이 제안하는 독서 문화의 혁신

뉴욕 공립도서관

2022.08.31

소셜 미디어에서 소설을 읽는다고요? 책보다 재미있는 것들이 쏟아지는 시대에, 뉴욕 공립도서관(이하 NYPL)이 선보인 아이디어예요. 도서관으로 사람들이 오기를 기다리기 보다, 도서관이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찾아간 거예요. 바로 인스타그램으로요. 


NYPL은 인스타그램에서 읽는 소설인, 인스타 노블(Insta Novels)을 기획했어요. 인스타그램의 스토리와 하이라이트 기능을 절묘하게 활용해, 인스타그램에서 고전 소설을 읽을 수 있게 만든거죠. 젊은 세대에서 다가서게 위해 새로운 포맷의 책을 개발한 셈이에요.


반응이 있었을까요? 24시간 만에 1.3만명, 그 이후 추가로 14만명이 팔로우 했으며, 인스타 노블은 30만회 이상 읽혔어요. 이뿐 아니에요. NYPL은 다양한 방법으로 독서 문화를 혁신하면서 사람들을 도서관으로 불러 모으죠. 그렇다면 NYPL이 이렇게 사람들을 모으는 데 진심인 이유가 무엇일까요?



뉴욕 공립도서관 미리보기

• #1. 독자가 오지 않는다면? ‘물리적’ 장벽을 없애본다, ‘북모바일’

 #2. 독자가 읽지 않는다면? ‘형태적’ 장벽을 없애본다, ‘인스타 노블’

 #3. 독자가 다시 찾지 않는다면? ‘심리적’ 장벽을 없애본다, 연체료 면제

 NYPL이 재정의한 ‘공립’의 의미, 공공에 의한이 아니라 공공을 ‘위한’






토마스 제퍼슨의 독립 선언문 자필본, 곰돌이 푸 동화작가인 앨런 알렉산더 밀른에게 영감을 준 동물 봉제 인형, 심지어는 베토벤의 머리카락 등 온갖 희귀한 아이템 약 250가지가 전시된 곳이 있어요. 어떤 박물관일까 싶지만, 놀랍게도 박물관이 아닌 도서관이에요.



NYPL에 전시된 토마스 제퍼슨이 자필로 쓴 독립 선언서예요. ⓒRobert Kato / The New York Public Library



런던에서 구매한 이 봉제 인형들은 앨런 알렉산더 밀른에게 영감을 줘 추후에 곰돌이 푸와 친구들의 모태가 되었어요. ⓒRobert Kato / The New York Public Library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뉴욕 공립도서관(The New York Public Library, 이하 NYPL)’에서는 ‘NYPL 보물의 폴론스키 전시(The Polonsky Exhibition of The New York Public Library’s Treasures)’라는 이름의 상설 전시가 진행 중이에요. 폴론스키 전시에서는 NYPL 개관 이래 수집해 온 소장품 중 일부를 선별해 대중들에게 공개했어요.



ⓒ시티호퍼스


이 전시는 수천 년의 시간 동안 쌓인 사람, 장소, 순간의 이야기를 ‘시작(Beginnings)’, ‘탐험(Explorations)’, ‘글(Written Words)’ 등 9가지 테마로 전달해요. 과거에서 온 원고, 예술 작품, 편지, 이미지 등 생생한 유물들을 통해 대중과 세상을 연결해요. 125년의 역사를 가진 NYPL의 레거시에 기반한 이번 전시는 세상에 대한 이해를 돕고, 다같이 더 나은 미래를 그리자는 뜻을 품고 있어요.



ⓒ시티호퍼스


NYPL은 유료로 운영되는 박물관도 아니라,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이에요. 그럼에도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전시를 주최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을 방문할 수 있도록 장려해요. 무료 이용이라는 혜택과 100년이 넘는 역사에 기댈 법도 한데, NYPL은 사람들을 도서관으로 불러모으는 데 누구보다 열심이에요. 덕분에 매년 약 1,600만 명이 NYPL을 방문하죠.


그런데 무료 공립 도서관인 NYPL이 이렇게 사람들을 모으는 데 진심인 이유가 무엇일까요? 무료인 것만으로는 뉴요커들의 발걸음을 이끌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궁극적으로는 NYPL이 더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에 찾아오도록 만들고자 하는 사명을 갖고 있기 때문이에요.


“NYPL의 미션은 평생 배움을 장려하고, 지식을 증진시키고, 우리의 커뮤니티를 강화하는 것이다.(The mission of The New York Public Library is to inspire lifelong learning, advance knowledge, and strengthen our communities.)”


NYPL의 강령(Mission statement)에 맞게 그간 NYPL이 도서관으로서 보여준 행보는 더 많은 사람들의 배움에 기여하고, 커뮤니티를 지원해 왔어요. 그런데 NYPL의 활동은 공공 기관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에서도 배울 점이 많아요. 사람들을 모이게 만들고, 재구매율이나 재이용율을 높이고, 커뮤니티를 강화하는 것은 모든 사업의 숙명이기도 하니까요.



#1. 독자가 오지 않는다면? ‘물리적’ 장벽을 없애본다, ‘북모바일’

NYPL은 맨해튼의 5번가에 위치해 있어요. 그런데 이 도서관은 NYPL의 ‘본점(Main Branch)’이라고 불려요. 본점이 있다는 건, 분점도 있다는 이야기죠. NYPL은 5번가의 본점을 중심으로 맨해튼, 브롱크스, 스태튼 아일랜드 등 3개 자치구(Borough)에 걸쳐 무려 92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어요. 본점 외 분점은 ‘동네 도서관(Neighborhood library)’으로 불리며 뉴욕 지역 사회 곳곳에 지식을 전파해요.



NYPL의 본점이에요. ⓒ시티호퍼스



도서관 본점의 내부 모습이에요. ⓒThe New York Public Library



ⓒ시티호퍼스


NYPL 92개 지점 중 본점을 포함한 4개 지점은 리서치 도서관으로 학술적으로 심층적인 자료들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어요. 나머지 88개는 일반 도서관으로 전문적인 시청각 자료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보다는 즐길 수 있는 읽을거리, 볼거리들을 찾는 지역민들을 위한 공간이에요. 그런데 NYPL은 어떻게 이렇게 많은 지점을 가지고 있는 걸까요?


NYPL의 지점 제도는 20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가요. 1901년에 NYPL은 당시 미국의 철강 산업을 이끌었던 사업가이자 한 때 미국에서 가장 부자로 손꼽혔던 ‘앤드류 카네기(Andrew Carnegie)’의 후원을 받아요. 앤드류 카네기는 생애 마지막 18년 간 전 재산의 약 90%에 해당하는 돈이자 현재 가치로 7조원이 넘는 돈을 기부했는데, 대부분이 도서관 건설, 과학 연구, 교육 등에 쓰였다고 해요. 미국 전역에 그의 이름을 딴 학교나 도서관, 연구 기관 등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죠.


앤드류 카네기는 뉴욕 전역에 분관 도서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에 당시 520만 달러(약 70억 원)를 기부했어요. 뉴욕 시가 부지를 공급하고, 유지와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대는 조건이었죠. 덕분에 그 해 말 NYPL은 뉴욕 시와 맨해튼, 브롱크스, 스태튼 아일랜드에 39개의 카네기 도서관을 세우고 운영하는 계약을 맺을 수 있었어요.



ⓒ시티호퍼스


이것을 시작으로 NYPL은 점차 도서관 지점을 확장해 왔어요. 동네 도서관이 도시와 협력하고 지역 사회를 지원하는 것이 전통이 되어 오늘날까지도 뉴욕 커뮤니티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죠. 단순히 책을 대여해 주는 것 뿐만 아니라 어른부터 아이까지 필요한 교육 프로그램을 무상으로 제공해 지역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시티호퍼스


NYPL은 도서관 분점 시스템에서 더 나아가 ‘북모바일(Bookmobile)’ 제도를 시행해 지역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요. 북모바일은 최대 1천 권의 책을 실은 빨간색 밴이 지역 커뮤니티로 찾아가는 이동식 도서관 서비스로, 분점 시스템의 보완책이에요. 특정 지점이 공사 등으로 인해 임시로 문을 닫았을 때 그 지역의 학교, 노인복지관,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 등에 북모바일의 빨간색 밴이 찾아 가죠.



북모바일의 일정과 위치는 NYPL 웹사이트나 트위터 등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The New York Public Library


NYPL 개관 이후 과거에도 비슷한 이동식 도서관 서비스를 종종 운영했어요. 한 동안 중단되었던 이동식 서비스는 2019년부터 서비스를 재정비해 북모바일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왔죠. 덕분에 지역 주민들은 길에서 책을 열람할 수도 있고, 신규 대여, 반납, 대여 기한 갱신 등 도서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요. 도서관이 문을 닫아도, 도서관과 지역민 간의 거리는 멀어지지 않는 거예요.



#2. 독자가 읽지 않는다면? ‘형태적’ 장벽을 없애본다, ‘인스타 노블’

도서관 분점 시스템은 지식과 정보를 물리적으로 지역민 가까이에 가져다 놓았어요. 하지만 물리적인 거리 좁히기만으로는 부족해요. NYPL은 책의 형태를 바꿔 사람들의 일상에 더 가까이 다가가죠. 특히 꼭 필요하지만 좀처럼 읽기 쉽지 않은 고전 문학에 대한 문턱을 낮추는 방안을 고민했어요.


고전 문학은 인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미래 사회를 준비하는 자양분이에요. 수백 년의 시간이 흘러도 고전 문학이 여전히 클래식으로 인정 받고, 고전 문학 읽기를 권하는 이유죠. 하지만 고전 문학은 중요도에 비해 낡고 오래된 이야기라는 선입견으로 인해 실용서나 현대 문학에 비해 인기가 없어요. 또한 편집 디자인이 다소 구식이라 물성을 가진 책으로서 매력이 떨어지기도 하고요.


그래서 NYPL은 2018년, 스마트폰과 SNS에 익숙한 모바일 세대들이 더 편한 방식으로 고전을 읽을 수 있도록 ‘인스타 노블(Insta Novels)’을 선보였어요. 인스타 노블은 고전 소설과 전문 일러스트레이터의 작업을 결합해 만든 인스타그램에 최적화된 콘텐츠예요.


예를 들어 첫 번째 인스타 노블이었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유명 아티스트인 마고즈(Magoz)와 협업해 책 내용을 한 장 한 장 이미지로 제작했어요. 감각적이고 현대적인 일러스트레이션에 더해 책 표지나 중간에 애니메이션이 필요한 부분은 영상으로 제작하니, 고전 소설에 보는 재미가 더해져요.



인스타 노블로 제작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도입부예요. ⓒMother New York


인스타 노블은 인스타그램의 ‘스토리’ 기능을 활용했어요. 스토리 기능은 스마트폰의 전체 화면을 가득 채우고, 텍스트와 사운드가 함께 재생되어 몰입도가 높은 포맷이에요. 게다가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탑재된 기능이 인스타 노블을 구현하기에 유리한 UI를 이미 갖추고 있기도 해요.


NYPL의 인스타 노블 소개 영상이에요. ⓒThe New York Public Library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15초 동안 한 페이지가 재생되고 다음 페이지로 자동으로 넘어가요. 그래서 마치 책장을 넘기는 듯한 느낌이 들죠. 또한 인스타그램 스토리에는 현재 페이지를 손으로 터치하고 있으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지 않고 해당 페이지에 머무르는 기능이 있어요. 인스타 노블도 페이지 오른쪽 하단에 아이콘을 넣어 그 페이지를 15초 이상 읽고 싶은 사람들이 누를 수 있도록 유도해요. 페이지가 넘어갈 때마다 아이콘이 바뀌어 소소한 재미를 주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업로드한 영상과 이미지들을 한 번에 ‘하이라이트’로 모아 프로필 상단에 고정시킬 수도 있어요. 24시간이 지나도 언제든 하이라이트에서 책처럼 넘겨볼 수 있는 것이죠. 책 내용은 그대로지만 젊은 유저들이 많이 이용하는 플랫폼의 기능을 활용해 새로운 포맷의 책을 개발한 셈이에요.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는 오래된 것들에 대한 흥미를 일으키는 데에 사용될 수 있다.(New types of media can be leveraged to encourage interest in old ones.)”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가 인스타 노블을 소개하며 한 말처럼, 인스타 노블은 고전 소설에 대한 흥미를 이끌어냈을까요? NYPL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인스타 노블 프로젝트 런칭 직후 24시간 동안 1.3만명의 신규 팔로워를 얻었고, 약 4만 명의 유저들이 인스타 노블을 열람했어요.


특히 젊은 나이대의 인스타그램 유저들이 고전 문학에 관심을 기울이고, 인스타그램 스토리나 하이라이트 공유 기능을 이용해 친구들과 공유를 한다는 점이 고무적이었죠. 이후 샬롯 퍼킨스 길먼(Charlotte Perkins Gilman)의 <노란 벽지(The Yellow Wallpaper)>,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의 <변신(The Metamorphosis)> 등 5개 소설이 인스타 노블로 제작되며 더 많은 젊은 이용자들을 고전 문학의 세계로 이끌었어요.



인스타 노블로 제작된 5가지 소설들의 커버예요. ⓒThe New York Public Library


또한 인스타 노블로 제공되는 책들은 NYPL의 무료 전자책 어플리케이션인 ‘심플리이(SimplyE)’로도 열람이 가능해요. 인스타 노블을 통해 고전 문학에 흥미를 느끼고 보다 편리하게 전문을 보고 싶다면 심플리이를 이용하게 되죠. 인스타 노블은 전자책으로 유저들을 유인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기도 해요. 결과적으로는 도서관 서비스의 이용률을 높이고, 책을 읽는 인구를 늘리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죠.



ⓒ시티호퍼스



#3. 독자가 다시 찾지 않는다면? ‘심리적’ 장벽을 없애본다, 연체료 면제

도서관에 있는 책, DVD 등의 자료들은 도서관의 자산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반납이나 연체를 관리해야 해요. 가장 단순하고 보편화된 방식은 연체에 벌금을 부과하는 거예요. NYPL도 예외는 아니었어요. NYPL이 설립된 19세기 후반부터 연체 벌금 제도가 시행되었고, 2019년에는 책 1권당 하루에 25센트, DVD는 더 높은 수준의 벌금을 부과했어요. 15달러 이상의 연체료가 밀려 있는 사람은 도서관에서 자료를 대여할 수 없었고요.


그런데 NYPL은 2020년 팬데믹이 발생한 이후 책과 기타 자료에 대한 연체 벌금 제도를 점차 완화하다 2021년 10월부터는 전면 폐지했어요. 그간 밀렸던 연체료를 모두 면제해주는 것은 물론이고요. 벌금 제도를 폐지하면 자료 반납 관리에도 어려움이 예상되고 매출도 줄어들텐데, 별안간 NYPL이 연체료를 없앤 이유는 무엇일까요?



ⓒ시티호퍼스


연체료는 도서관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만들어요. 이 불편한 감정은 결국 도서관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죠. 특히 연체료를 낼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에게 치명적이에요. 공공 도서관이 존재하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가 사회 취약 계층을 교육하는 것인데, 연체 벌금이 이 사람들로부터 도서관을 멀어지게 만드는 거예요.


그렇다면 심리적 장벽을 만드는 것만큼 도서관 재정 확보에 큰 효용이 있는 걸까요? 결론은 그렇지 않아요. 벌금 제도가 있었던 2018년의 NYPL 연차 보고서에 따르면 ‘벌금, 저작권 사용료, 기타 수익(Fines, royalties, and other revenue)’을 모두 포함한 항목이 전체 매출 중 약 4%에 불과해요. 이 중 벌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보다 더 낮은 수준이겠죠.


브루클린,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주요 도시에서 진행된 도서관의 벌금 제도에 관한 여러 연구들은 모두 같은 지점을 지적하고 있어요. 도서관의 벌금 제도는 재정 확보에 효과적이지도 않으면서, 반면에 가장 취약한 지역 사회가 도서관을 사용하는 것을 막는 주요 요인이라는 거예요. 즉 도서관의 연체료는 모든 사람들이 지식과 기회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공공 도서관의 뜻과 대척점에 있어요. 의례적으로 내려온 제도에 큰 허점이 있었던 것이죠.


이에 NYPL은 과감하게 연체 벌금 제도를 폐지했고, 결과는 놀라웠어요. 연체 벌금 제도 폐지 전까지 일정 기간 동안 패널티 면제 기간을 두자, 그간 회수되지 않았던 21,000개 이상의 자료들이 도서관으로 반환되었어요. 사람들은 자료를 반환하기 위해 다시 도서관을 찾았고, 새로운 도서관 카드를 만드는 사람들도 증가했죠. 특히 연체료를 낼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에게 큰 반응을 이끌었어요. 새로 돌아온 이용자의 약 30%가 저소득층이었죠.


“도서관의 진짜 미션은 제한없이 무료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지, 책임감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The real mission of the library is to provide free information without restrictions, not to teach responsibility.)”


펜실베니아 주에 위치한 ‘디믹 메모리얼 도서관(Dimmick Memorial Library)’의 도서관장(Library Director) 카라 에드먼드(Kara Edmonds)의 말이에요. 도서관 벌금 제도에 대한 회의론은 NYPL을 비롯해 미국 전역의 공공 도서관들의 공감을 사며 ‘연체료 면제 운동(Free-Fine Movement)’과 같은 움직임으로 이어졌어요. 



NYPL이 재정의한 ‘공립’의 의미, 공공에 의한이 아니라 공공을 ‘위한’

‘뉴욕 공립도서관’에서 ‘공립’의 사전적 의미는 ‘지방 공공 단체가 설립하고 운영하는 시설’이에요. 하지만 NYPL은 지방 자치 단체, 즉 뉴욕 시에서 세운 곳이 아니에요. NYPL은 설립될 당시부터 부호들이 막대한 개인 재산을 기부한 돈을 기반으로 만들어 졌어요. 그렇다면 왜 ‘공립’이라는 단어를 도서관 앞에 붙였을까요?


19세기 후반, 뉴욕의 인구는 가파르게 상승해 이미 파리를 뛰어 넘어 전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인 런던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었어요. 한 때 뉴욕 주지사였던 사무엘 존스 틸던(Samuel Jones Tilden)은 뉴욕이 파리나 런던을 뛰어 넘는 문화 중심지가 되기 위해서는 공공 도서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는 죽기 전 유언으로 뉴욕 시에 무료 도서관을 세우고 운영하는 데에 써 달라며 전 재산의 대부분인 약 240만 달러(약 32억)를 남겼죠. 이후 많은 부호들이 도서관 설립에 큰 재산을 기부하면서 NYPL이 시작될 수 있었어요. 애초에 뉴욕 시 정부와 민간 자선 단체의 파트너십으로 만들어진 NYPL은 지금까지도 뉴욕 시 기금과 민간자금으로 운영돼요. 또한 설립 취지에 맞게 모두를 위한 도서관을 지향하며 대중과 도서관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있고요.



뉴욕 공립 도서관을 위해 기부한 단체들의 이름이에요. ⓒ시티호퍼스


“뉴욕 공립 도서관은 125년 전에 모든 사람이 지식과 기회에 자유롭고 개방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이상을 바탕으로 설립되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직면한 최근의 도전은 특히 가장 격동의 시기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위해 이 핵심 목표를 재확인했습니다.(The New York Public Library was founded more than 125 years ago on the ideals of free and open access to knowledge and opportunity for everyone. The recent challenges we’ve all faced have reaffirmed this central objective—especially for those most vulnerable, amid the most turbulent times.)”


NYPL의 2021년 연차 보고서에 실린 ‘도서관의 말(LETTER FROM THE LIBRARY)’에 나오는 내용이에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지나며 공공 도서관은 설립 취지에 맞게 ‘모든 사람’을 위한 도서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재차 강조하고 있죠. 결국 NYPL이 말하는 공립이란, 공공에 의해 설립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공공을 위해 설립되었다는 의미예요. 


분점을 확장하면서 지역 사회에 가까이 다가서고,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젊은 세대와 소통하며, 연체료를 포기하면서 사회적 약자를 끌어 안는 NYPL. 이정도의 고민과 시도라면 공공이라는 단어를 자신있게 붙일 자격이 있지 않나요?







Reference

NYPL 공식 웹사이트

 Andre Carnegie, Wikipedia

 Should Libraries Get Rid of Late Fees?, The New York Times

 Annual Report 2018, The New York Public Library

 The Library Ends Late Fees, and the Treasures Roll In, The New York Times

 Rachel Kramer Bussel, Libraries Across The United States Are Ending Fines For Overdue Books, Forbes

 Deborah Fallows, Why Some Libraries Are Ending Fines, The Atlantic

나머지 스토리가 궁금하신가요?

시티호퍼스 멤버십을 시작하고
모든 콘텐츠를 자유롭게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