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은 인간이 가진 초능력, 설명 대신 상상을 파는 이야기꾼

즈토리텔러

2024.12.16



‘다음 보기 중에서 화자가 의도한 바를 고르시오.’


학창 시절 문학 지문을 읽고 ‘출제자의 의도’를 고르던 경험, 누구에게나 있을 거예요. 학창 시절 내내 빠르고 정확하게 의도를 파악하는 훈련을 해왔잖아요. 학교를 졸업했다고 상황이 달라졌나요? 여전히 미술관이나 전시회에 갈 때마다 도슨트의 설명을 듣거나 도록을 보면서 작품의 의도를 찾아보곤 해요. 


하지만 출제자의 의도에 지나치게 집중하다 보면, 문제집을 풀 때 해답지부터 먼저 볼 때와 같은 일이 생겨요. 사유의 과정 없이 일단 문제 풀이만 보고 외우는 거죠. 이렇게 되면 감상의 주도권을 잃고 타인의 관점만을 주입식으로 받아들이게 돼요. 예술에는 정답이 없는데도 말이죠.


홍콩에는 출제자의 의도가 아니라 ‘보는 사람의 의도’를 더 중요시하는 브랜드가 있어요. 스토리텔링 아트 플랫폼 ‘즈토리텔러(ZtoryTeller)’죠. 즈토리텔러는 아티스트의 그림을 소개할 때 구체적인 설명 정보를 주지 않아요. 대중을 이해시키는 대신, 작품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게 도와주죠. 어떻게냐고요? 그림에 어울리는 ‘오리지널 스토리’를 지어서요. 


즈토리텔러 미리보기

 #1. 그림에 ‘오리지널 스토리’를 붙이다

 #2. 스토리텔링의 축을 다변화하다

 #3. 비유와 상징, 해체와 재구성을 활용하다

 상상력은 인간이 가진 초능력이다




나이가 지긋한 한 남자가 식당 안으로 걸어 들어와 자리에 앉아요. 여자 종업원이 테이블로 다가오자 남자는 베이컨을 곁들인 계란과 토스트, 그리고 커피를 주문하죠. 이윽고 종업원이 멀어지자 남자는 그 모습을 말없이 바라봐요.  


©BBDO New York


영상 속 장면은 여느 레스토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모습이에요. 특별할 것도, 흥미로울 것도 없죠. 그런데 이때, 같은 영상이 한 번 더 재생되면서 반전이 시작돼요. 영상은 장소부터 등장인물, 대사, 심지어 배경 음악까지 모두 동일하지만, 달라진 게 딱 하나 있죠. 남자의 내레이션이에요.


©BBDO New York


“내 딸을 찾기까지 14년 하고도 6개월, 그리고 8일이 걸렸다. 그러나 매일 아침 내가 그 아이에게 할 수 있는 말은 고작 이 말뿐이다. ‘베이컨을 곁들인 계란과 토스트, 그리고 커피 한 잔 주세요.’라고.”(It took me 14 years 6 months and 8 days to find my daughter and every morning Since all I can say to her is can I get two eggs over medium with bacon and toast and coffee please?)”


기존 대사에 짧은 내레이션이 추가됐을 뿐인데 평범한 장면에 드라마가 생겼어요. 14년 전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아버지가 딸에게 아는 척을 하지 못하는 사연은 무엇인지, 과연 딸은 아버지의 정체를 알고 있는 건지 온갖 호기심이 일면서 영상에 몰입하게 되죠. 이게 바로 스토리텔링이 가진 힘이에요. 


이 영상은 미국 HBO 방송사가 제작한 캠페인이에요. 광고 말미에 나오는 ‘세상에는 그냥 이야기, 그리고 HBO 이야기가 있습니다.(There are stories, and there are HBO stories.)’라는 문장은 언제나 남다른 스토리텔링으로 반전을 보여주는 HBO만의 강점을 강조하죠. IP 명가다운 개성을 간결하고 강렬하게 풀어낸 이 광고는 2008년 칸 라이언즈(Cannes Lions)에서 금상을 수상했어요. 


광고에서 볼 수 있듯이 스토리텔링엔 힘이 있어요. 순식간에 사람들의 상상력을 깨우고, 몰입도를 높이죠. 홍콩에는 이러한 이야기의 힘을 활용해 남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예술 작품을 소개하는 곳이 있어요. 스토리텔링 아트 플랫폼 ‘즈토리텔러(ZtoryTeller)’죠. 요즘 같은 시대에 스토리텔링 안 하는 곳이 어디 있느냐고요? 즈토리텔러가 어떤 이야기꾼인지 알게 되면 생각이 달라질 거예요. 



#1. 그림에 ‘오리지널 스토리’를 붙이다


‘다음 보기 중에서 화자가 의도한 바를 고르시오.’


문학 작품을 읽고 ‘출제자의 의도’를 고르던 경험, 누구에게나 있을 거예요. 지문을 보고 빠르고 정확하게 의도를 파악하는 훈련을 우리는 학창 시절 내내 해 왔죠. 물론 학교를 졸업해도 상황은 마찬가지예요. 세 살 버릇 여든 간다고, 미술관이나 전시회에 가서도 도록이나 팸플릿을 참고하면서 작품의 의도를 간파하기 위해 애쓰죠. 


사람들이 작품에 담긴 의미와 맥락을 궁금해하는 건 당연해요. 모든 작품 뒤에는 창작자가 있고, 결과 이전에 과정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무엇이든 과하면 문제가 생겨요. 감상보다 해답을 우선시하다 보면 마치 문제집을 풀 때 해답지를 먼저 보는 것과 같은 일이 벌어지죠. 이렇게 되면 감상의 주도권을 잃고 타인의 관점만을 주입식으로 받아들이게 돼요. 예술에는 정답이 없는데도 말이에요.


하지만 스토리텔링 아트 플랫폼인 즈토리텔러는 출제자의 의도가 아니라 ‘보는 사람의 의도’를 더 중요시해요. 그래서 대중에게 그림을 소개하면서 정보를 구체적으로 나열하는 대신, 작품을 더 잘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식을 택하죠. 어떻게 설명도 없이 감상을 도울 수 있냐고요? 이때 즈토리텔러가 활용한 게 바로 스토리텔링이에요. 그림에 어울리는 이야기를 지어서 보는 사람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거죠. 


©PureHay


예를 들어 볼게요. 위에 있는 그림은 홍콩 일러스트레이터인 ‘PureHay’의 작품이에요. 이 그림은 옛 홍콩을 배경으로 삼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공상 과학 분위기가 물씬 풍기죠. 만약  우리가 흔히 경험해 온 방식대로 그림을 소개한다면 아마 이런 식일 거예요. 


“PureHay는 대부분 옛 홍콩의 랜드마크들을 주제로 삼습니다. 현재는 이미 다 철거되거나 사라져버린 장소들이죠. PureHay는 이런 역사적 공간들을 그림을 통해 가상으로나마 보존하고자 합니다. ‘추억을 보존하는 것’을 자신의 소명이자 책임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죠. 어린 시절부터 공상 과학을 좋아했던 그는 옛 홍콩에 디지털 펑크 요소를 융합시켜서 마치 미래 가상세계에서도 여전히 옛 홍콩이 살아 숨 쉬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더불어 일부 작품에는 AR 기술을 접목시켜 이 풍경들을 좀 더 역동적으로 구현하죠.”


설명에는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이 궁금해할 법한 모든 정보가 들어 있어요. 창작자가 표현하려는 주제 의식, 배경 장소, 지향하는 컨셉, 그리고 작법까지 말이죠. 하지만 스토리텔링으로 작품을 소개하는 즈토리텔러의 방식은 전혀 달라요. 앞서 말한 정보를 제공하는 대신, 또 다른 작가가 이 그림을 보고 지은 짧은 소설을 보여주죠. 어떻게냐고요?


소설의 제목은 ‘고물상’이에요. 홍콩에 사는 한 소년은 매주 고물상에 찾아가 누군가 버린 핸드백, 카세트 플레이어, 결혼반지 같은 것들을 모아요. 소년이 보기에 홍콩 사람들은 더 이상 옛 것을 그리워하지 않아요. 오직 소년만이 도시에 몇 남지 않은 고물상들을 돌아다닐 뿐이죠.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교복을 입은 소녀를 만나고, 두 사람은 함께 시대별 기록을 수집해요. 비행체가 등장해 자동차마저 사라진 미래에, 소년과 소녀는 고물상의 주인이 되어 묵묵히 홍콩의 옛 기억을 지켜나가죠.


소설을 읽고 나면 자연스레 그림의 해상도가 더 올라가요. 소녀가 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소년이 소녀에게 건네주려는 것은 어떤 물건인지, 공간적 배경은 어디 즈음인지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죠. 이처럼 즈토리텔러는 설명 대신 소설로 사람들의 이해도를 높여요. 기존 방식에서는 출제자의 의도를 최대한 쉽고 흥미롭게 풀어내는 게 핵심이라면, 즈토리텔러는 2차 콘텐츠인 오리지널 스토리를 창작해 예술과 관객 사이의 사이를 좁혀 나가요.


초반에는 즈토리텔러 팀이 직접 그림과 글을 자체 제작했지만, 사람들의 호응을 얻게 되면서 예술가들의 참여가 늘었어요. 즈토리텔러는 누군가의 예술 작품을 또 다른 사람의 스토리에 매칭하며 2017년 창립 이후 현재까지 1,000개가 넘는 이야기들을 발행해왔죠. 그 결과 세계 곳곳에서 살아가는 예술가들을 서로 연결하면서 ‘이야기’라는 무형 자산을 사람들이 수집할 수 있는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켰어요. 이런 접근법이 마음에 든 것인지 즈토리텔러의 현재 온라인 팔로워는 11만 명 가까이 돼요. 


즈토리텔러는 2차 콘텐츠의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기고도 적극적으로 받고 있어요. 스토리 테마를 제시하고 관련 이야기를 모집하죠. 예를 들어 2024년 11월의 원고 주제는 ‘Ready to Rest’였는데요. 다가오는 연말을 맞이해 다들 휴식을 제대로 취한 게 언제였는지, 주로 어떻게 쉬고 있는지 등을 물었어요. 홍콩의 바쁜 번아웃 문화 속에서 오랜 시간 무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휴식은 곧 회복이다’라는 사실을 깨우쳐주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Ztoryteller Instagram



#2. 스토리텔링의 축을 다변화하다


즈토리텔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창작물이자, 아티스트를 연결하는 플랫폼이자, 프로와 아마추어 모두 자신의 감성을 표현하는 창구로 성장했어요. 플랫폼을 중심으로 서사를 중요시 여기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모였죠. 이렇게 온라인에서 기반을 다진 즈토리텔러는 전시회를 통해 오프라인으로 영역을 확장하는데요. 이때도 전통적인 방식을 깨뜨렸어요. 이번에는 전시에 스토리텔링을 적용해 작품을 입체화시켰죠. 


첫 전시 ‘Story Matters’를 예로 들어 볼게요. 이 전시에서는 서로 다른 스타일을 가진 6명의 예술가와 6명의 로컬 작가들이 각자 팀을 이루어 독특한 작품 세계를 선보였어요. 작가들은 예술가의 그림에 관한 자신만의 해석과 감상을 다양한 스토리텔링 장르로 전환했죠. 그림에서 출발했다는 점은 동일했지만, 작가들이 이를 전달하는 방식과 스토리텔링 스타일은 전부 제각각이었어요.


©Ztoryteller Gallery Instagram


작품을 입체화한 첫 번째 방법은 그림의 시나리오화예요. 한 시나리오 작가는 프랑스 예술가가 그린 목판화에 어울리는 대본을 썼죠. 여기에다가 관람객들에게 이 대본을 읽은 후 여자 주인공이 마지막에 말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대사를 적어달라고 요청했어요. 시나리오 작가가 최종적으로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대사를 고른 다음, 대본을 완성해 영상으로 제작할 수 있도록요. 


두 번째 방법은 그림의 음악화예요. 이번에는 스토리텔링의 폭을 글을 넘어 음악 장르로까지 확장시켰어요. 로컬 뮤지션은 화가의 섬세한 그림에 맞는 음악을 작곡했고, 전시장에서 그림 밑에는 이어셋이 설치됐어요. 관람객들은 멜로디를 들으며 그림에 관한 상상력을 키우는 한편, 믹서를 조절해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멜로디를 만들어 볼 수도 있었죠. 


©Ztoryteller Gallery Instagram


©Ztoryteller Gallery Instagram


한 마디로 즈토리텔러의 전시는 스토리텔링의 축을 다변화시키며 관람객을 이야기의 일부로 만들었어요. 관람객은 인터랙티브 전시를 통해 단순히 작품을 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이야기를 만들고 의미를 부여하는 역할에 참여했죠. 이렇게 하면 작품당 3가지의 각기 다른 이야기가 탄생해요. 하나는 원작이 가진 이야기, 두 번째는 작가가 만든 파생 작품의 이야기, 마지막으로는 관객이 만든 이야기였죠. 일반적인 전시가 도슨트의 설명으로 종결되는 것을 감안하면 차이가 있어요. 


보통 예술이라고 하면 고상한 사람들만 향유하는 것이라는 편견이 있기 마련이에요. 하지만 이야기의 힘을 중요시하는 즈토리텔러는 우리 모두에게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죠. 그래서 일부러 전시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해석을 끌어내는 것이고요. 덕분에 사람들은 작품을 마치 자신의 이야기처럼 받아들일 수 있어요. 즈토리텔러가 ‘당신 없이도 당신의 이야기입니다’라고 말한 것처럼요. 


©Ztoryteller Gallery Instagram


“저는 즈토리텔러가 단순한 갤러리가 아니라 대중이 함께 경험을 만들도록 초대하는 창의적인 공간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즈토리텔러의 창업자인 앨리스 리(Alice Lee)는 즈토리텔러를 단순한 갤러리가 아닌 그 이상의 존재라고 생각해요. 관람객이 예술 애호가이거나 예술을 잘 알지 못해도 ‘이야기’를 통해 작품들과 연결될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하죠. 모든 작품에 스토리가 더해지면 관람객 누구나 더 쉽게 몰입하고 상상하면서 감정을 대입할 수 있어요. 그게 바로 이야기의 힘이자 즈토리텔러가 수년 간 그림과 글을 통합했던 이유죠. 


©Ztoryteller Gallery Instagram



#3. 비유와 상징, 해체와 재구성을 활용하다


즈토리텔러는 그림, 글, 각본, 음악 등 예술 영역의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거나 결합하면서 독특한 스토리텔링을 선보여 왔어요. 그렇다면 즈토리텔러의 스토리텔링은 예술 분야 안에서만 유효한 걸까요? 그렇지 않아요. 이번에는 아예 산업의 카테고리를 뛰어넘어 타 분야에서 스토리텔링을 보여주기 시작하죠. 이때, 지금까지와는 달리 새로운 방식을 보여줘요. 정면 돌파보다는 위트 있는 접근법을 시도하면서요. 


신발이 대표적인 사례예요. 신발 브랜드 ‘더 코너(THE KORNER)’와 함께 ‘스토리 워커(Story Walker)’라는 신발 시리즈를 출시했죠. 그림과 글이라는 예술 작품만을 다루던 즈토리텔러가 신발에 이야기를 심는다는 것은 시도 자체로 새로울 뿐 아니라 다소 생경하기까지 한데요. 이번에는 어떻게 스토리텔링을 보여주었을까요?


©The Korner


즈토리텔러는 ‘비유와 상징’을 활용했어요. 신발 위에 책 한 권을 올려놓은 디자인으로 ‘신발에 스토리를 얹는다’는 것을 직관적이면서도 위트 있게 표현했죠. 이 책은 실제로 열고 닫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페이지를 넘겨볼 수도 있어요. 물론 내용은 공백으로, 스토리 워커를 구매한 사람이 앞으로 이 신발을 신고 어떤 이야기를 써 내려가느냐가 중요하겠죠. 비유와 상징을 활용한 결과, 신발 한 켤레가 남길 족적에 의미가 생겼어요. 


©The Korner Instagram


©The Korner Instagram


즈토리텔러는 홍콩의 크래프트 진 브랜드인 퍼퓸 트리 진(Perfume Trees Gin)과 협업하기도 했어요. 이번에 고전 문학을 ‘해체 후 재구성’ 했죠. 그 대상이 되는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열두 번째 밤(Twelfth Night)’으로, 원작은 쌍둥이 남매가 폭풍우로 인해 난파 후 한 도시에 머물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다뤄요. 사랑과 정체성에 관한 희극으로, 축제 분위기와 유쾌함이 돋보이죠. 


즈토리텔러는 퍼퓸 트리 진과 함께 이 고전 작품에서 ‘포옹, 미소, 밤의 정취, 석양, 봄바람, 파티’라는 여섯 개의 키워드를 뽑았어요.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상상 속 캐릭터들을 만든 뒤 이야기를 다시 써 내려갔죠. 이 이야기 속에서 토끼는 연인을 기다리고, 사람과 고양이가 서로 껴안고, 사막 여우는 우쿨렐레를 연주하며 흥을 돋우며 축제를 즐겨요. 


이렇게 다시 쓰인 이야기는 최종적으로 술로 재탄생했어요. 즈토리텔러가 쓴 단편과 폴란드의 아티스트인 마테우시 콜렉(Mateusz Kolek)이 그린 일러스트, 퍼퓸 트리 진이 만든 칵테일 레시피가 작은 나무 상자에 담겨 판매됐죠. 셰익스피어의 고전 작품은 해체 후 재구성되었을 뿐 아니라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맛볼 수도 있게 됐어요. 


©Perfume Trees Gin


©시티호퍼스


이처럼 즈토리텔러는 예술 분야만이 아니라 의류, F&B 등 타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스토리텔링을 적용하며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어요. 경계를 넓혀나갈수록 이야기의 힘도 점점 더 확산되는 중이죠. 그렇다면 즈토리텔러가 이토록 스토리텔링을 강조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그 시작점에는 홍콩의 재능 있는 창작자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 있어요. 


즈토리텔러의 창업자 앨리스 리는 원래 기업 홈페이지 및 SNS를 운영하는 아트 디렉터였어요. 어느 날 일러스트 수업에 등록했다가, 홍콩에는 수준 높고 열정적인 신진 일러스트레이터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죠. 다만 재능과 현실 사이의 거리는 멀었어요. 예술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정규직으로 창작 일을 하지 못하고, 퇴근 전후에 시간을 내어 작업을 하곤 했죠. 홍콩에서 크리에이터로 생계를 유지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거든요. 


무엇보다 그들에게 부족했던 것은 작품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플랫폼이었어요. 대다수는 소셜 미디어를 관리하는 법에 대한 경험도, 노하우도 전무한 상태였죠. 그래서 디자인과 디지털 마케팅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었던 앨리스 리가 직접 나서서 그 플랫폼을 만들기로 한 거예요. 예술과 이야기를 연결하는 플랫폼인 즈토리텔러에 관한 아이디어는 이때 탄생했죠. 


직접 징검다리가 된 즈토리텔러 덕분에 현재 홍콩의 창작자들에게는 많은 기회가 주어지고 있어요. 현재 즈토리텔러는 소규모의 팀으로 운영 중이지만, 그 뒤에는 수백 명이 넘는 일러스트레이터와 작가들로 구성된 거대한 네트워크가 있죠. 그야말로 스토리텔링이 산업의 지지 기반을 만든 셈이에요. 


©시티호퍼스



상상력은 인간이 가진 초능력이다


지금까지 타고난 이야기꾼인 즈토리텔러의 스토리텔링법에 대해 알아봤어요. 이제 어렴풋이 방법은 알 것 같지만 여전히 ‘창작’은 너무 먼 이야기 같다고요? 즈토리텔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요소에 대해 듣게 되면 생각이 달라질 거예요. 


©시티호퍼스


“상상력. 상상력의 힘은 정말 중요해요. 인간만이 가진 초능력이죠. 우리의 미래는 우리의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져요. 지금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일단 상상부터 한다면 좋은 일이 일어날 거예요.” 


더불어 보통 상상력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호기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어요. 빅 데이터 시대에 외부로부터 끊임없이 정보를 공급받다 보니, 의식적으로 멈춰 나만의 답을 고민하거나 정보를 검색해 보는 경험이 현저히 줄어들었죠. 그래서 때로는 외부의 소음과 알고리즘을 끄고 세상과 스스로에게 호기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해요.


만약 즈토리텔러의 조언대로 우리에게 주어진 초능력을 잘 활용할 수만 있다면, 자기 삶의 스토리텔러로서 인생 이야기를 더 잘 써 내려갈 수 있지 않을까요? 사람의 인생은 학문과는 달리 ‘출제자의 의도’같은 건 없으니까요.





Reference

즈토리텔러 공식 홈페이지

HBO - "Diner"

pure studio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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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土瓜灣的天空》插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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