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차 생산량으로도, 소비량으로도 압도적 1위인 나라예요. 아무리 그렇다 해도 노년층이 차를 즐기고 젊은 세대는 커피를 마시지 않냐고요? 중국의 커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건 맞지만, 오히려 중국의 MZ세대는 차 소비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어요. 차 브랜드들이 전통에 머무르지 않고, MZ세대의 소비 트렌드에 맞춰 변화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일부 브랜드들은 중국에서의 성공을 등에 업고 한국을 포함한 해외 시장에도 진출했죠. 중국, 그 중에서도 트렌드에 민감한 상하이의 MZ들이 열광하는 차 브랜드들을 알아 볼까요? 1️⃣ 카이지 차관 카이지 차관은 시끄러운 찻집이에요. 들어가면 목소리를 줄여야 할 거 같은 다른 찻집과 달리, 이곳에선 저마다 차를 앞에 두고 왁자지껄 떠들고 있는 풍경을 접할 수 있어요. 사람들 앞에 놓인 차들을 보니 제각기 모양도 달라요. 차 주전자와 찻잔이 놓여 있는 원목 트레이부터 맥주병처럼 생긴 아이스차, 우유 거품을 올려 라떼를 연상케 하는 차까지. 주문 카운터 앞에는 따뜻한 차를 우리고 있는 차 항아리들이 놓여 있고, 뒤편에는 생맥주 탭을 연상시키는 차 탭들이 나와 있죠. 가게 벽면과 유리창엔 ‘청년차관(찻집)’이라는 슬로건이 적혀 있고요. 그렇다면 젊은 사람들만을 위한 찻집이란 뜻일까요? 여기에서 청년은 젊은 사람들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카이지 차관이 지향하는 차 문화의 방향을 가리켜요. 올드한 문화가 돼버린 차 문화를 다시 젊음으로 되돌리겠다는 의지가 반영되어 있죠. 단순히 힙한 찻집이 아니라 철학이 우러나는 이 찻집, 한번 살펴볼게요. 2️⃣ 티스톤 ‘티 세레모니(Tea Ceremony)’. 서구 사회에서 동아시아 문화를 떠올릴 때 클리셰처럼 등장하는 단어에요. 단정한 복장으로, 허리를 펴고 곧게 앉아 차를 우리고 마시는 모습은 우아하고 품격 있는 행위로 묘사되죠. 영어로는 Tea Ceremony로 퉁치지만 한국, 일본, 중국이 이를 부르는 이름은 미묘하게 달라요. 한국은 다례(茶禮)라고 부르며, 예를 갖춰 차를 대함을 강조해요. 일본은 ‘도’를 붙인 다도(茶道)로, 차를 매개로 한 정신 수양에 초점을 맞추죠. 중국은 예술을 뜻하는 ‘예’를 사용해 다예(茶艺, 차 예술)라고 부르고요. 예술이란 단어가 들어가면 무엇이든 난이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기름진 음식을 먹고 난 후엔 차를 마시거나 줄 서서 차 음료를 마시는 중국인들에게도 ‘차'는 어려워요. 진정한 의미로 차를 즐긴다는 경지에 이르려면 다예를 익혀야 한다는 인식이 있거든요. 이러한 이유로 중국 젊은 세대들은 찻집을 잘 방문하지 않아요. 그런데 최근 상하이의 한 찻집이 돌연 핫플로 떠오르기 시작했어요. 밤 9시가 넘는 늦은 시간에도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인데, 손님들의 대부분이 MZ세대에요. 대체 비결이 뭘까요? 3️⃣ 패왕차희 “중국 여인 vs 서양 여인의 대결" 경극 여배우를 닮은 빨간 로고와 스타벅스의 초록색 세이렌 로고가 서로 마주한 사진이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어요. 빨간 로고 속 여인은 중국 4대 고전 미녀로 꼽히는 ‘우희’로, 유혹의 상징인 ‘세이렌'과 나란히 있는 모양이 묘한 경쟁 구도를 연상시키죠. 우희를 모티브로 한 이 빨간 로고는, 중국의 밀크티 브랜드 ‘패왕차희(霸王茶姬)’의 로고예요. 패왕차희의 창업자 장쥔제는 대내외적으로 스타벅스를 벤치마킹한다며 공공연히 알려왔어요. 실제로 굿즈, 공간 인테리어 등이 스타벅스를 닮아 있기도 해요. 이로 인해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역설적으로 스타벅스의 로고를 닮은 로고를 개발한 해에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냈어요. 2024년에는 중국 식음료 부문에서 스타벅스를 꺾을 거라고 공언할 정도죠. 일각에서는 매출 기준으로 패왕차희가 스타벅스를 이미 넘어섰다고 말이 나오기도 해요. 스타벅스를 따라한 카피캣을 넘어, 벤치마킹을 통해 패왕차희만의 밀크티 왕국을 만들었기 때문인데요. 패왕차희는 어떤 밀크티를, 어떻게 팔길래 이렇게 빠른 성장을 이룰 수 있었을까요? 4️⃣ 희차 ‘희차가 흑화했다!’ 흑화(黑化)는 선량한 인물이 특정 사건을 계기로 인격과 성향이 180도 변하는 것을 가리켜요. 보통 드라마나 애니메이션 등 이야기 속에서 극적인 재미를 주기 위한 장치로 종종 쓰이죠. 그런데 2022년 4월, 중국 유명 밀크티 브랜드인 ‘희차’가 흑화했다는 소식이 소셜미디어를 뒤덮었어요. 긍정적인 이미지를 줘야 할 브랜드가 흑화되었다니 이게 무슨 말일까요? 국민 밀크티가 부정적인 사건에라도 휘말린 걸까요? 혹은 의도적인 노이즈 마케팅인 걸까요? 희차가 10주년을 맞이해 공개한 ‘흑화’는 스트리트 패션의 대부라 불리는 후지와라 히로시와 컬래버레이션한 결과물이에요. 이 컬래버레이션으로 과열된 크로스오버 마케팅의 새로운 획을 그었죠. 어떻게냐고요?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포함해 브랜드를 넘어 콘텐츠가 된 희차의 마케팅 전략을 하나씩 살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