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된 것에는 모방하기 힘든 가치가 있어요. 쉽게 가질 수 없는 '시간'이 쌓여 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오랜 시간이 쌓였다는 건, 양날의 검이기도 해요. 그만큼 큰 힘을 가지기도 하지만, 그만큼 낡아 요즘 시대에는 맞지 않기도 하니까요.
그럼에도 어떻게 재해석하느냐에 따라 오래된 전통은 독보적 컨셉의 시발점이 되기도 해요. 분명한 건, 아무나 쉽게 따라할 수 없는 가치를 품고 있으니까요. 오늘은 오래된 제품이나 문화를 재해석해 현대와 소통하고, 그 안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브랜드들을 소개할게요.
1️⃣ 홀 러브 교토
일본에는 예로부터 신어오던 신발이 있어요. ‘조리’와 ‘게타‘예요. 바닥이 평평하냐 굽이 있냐의 차이가 있지만, 둘은 유사하게 생겼어요. 발등 부위에 ‘하나오’라는 V자 형태로 된 끈이 공통적으로 있어서죠. 이 끈을 중심에 두고 엄지 발가락과 검지 발가락을 넣어서 신어요.
서양 문물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일상에서 모두가 신던 신발이었어요. 하지만, 구두나 운동화가 보급되고 나서는 상황이 바뀌었어요. 특별한 날 또는 전통 의상을 갖춰 입는 특정 직업이 아닌 이상 일상에서 전통 신발을 신는 사람을 찾아보기는 어려워요. 그렇게 일본인들의 발에서 하나오는 사라져갔죠.
그런데 전통 신발의 하나오를 다시 일상에 끌어들일 수 있는 방법을 찾은 브랜드가 있어요. 바로 ‘홀 러브 교토 (Whole Love Kyoto, 이하 WLK)’예요. WLK는 나무판 대신 하얀색 스니커즈 위에 하나오를 장착해 패션 소품으로 재해석했어요. 이름하여 ‘하나오 슈즈’. 이 신발은 일본의 요즘 젊은이들은 물론이고 런던, 밀라노 등에서도 인기를 끌었어요.
하나오 슈즈는 WLK가 전통을 재해석한 일부일 뿐이에요. 그렇다면 WLK가 재해석한 전통은 또 무엇이 있을까요? WLK가 선보인 것들을 보면 ‘장인의 제품을 재해석하는 장인’이라는 생각이 들 거예요.
2️⃣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
일본 공예 산업은 쇠락해가고 있어요. 전성기였던 1980년대만 해도 약 5,400억엔(약 5조 4천억원) 정도의 크기였던 일본 공예 시장이 2000년대에는 1/6 수준인 약 900억엔(약 9천억원) 정도로 급감했죠.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일본 공예 산업의 부흥을 위해 발벗고 나선 곳이 있어요. 바로 일본 공예품 편집숍인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이에요.
‘일본 공예를 활성화하자!’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의 비전이에요. 하지만 편집숍만으로 일본 공예 산업을 활성화시키는 게 가능할까요? 그래서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은 유통을 너머 기획, 생산의 영역으로 확장하면서 4가지 영역에서 자체 브랜드를 런칭했어요. 그뿐 아니라 기술력은 높지만 요즘의 라이프스타일과 경영 방식을 따라가지 못하는 장인들의 제품을 컨설팅해 리브랜딩시켜주기도 했죠. 결과는 어땠을까요?
3️⃣ 미소노미
‘써머 선셋(Summer Sunset)’, ‘오렌지 선라이즈(Orange Sunrise)’, ‘러쉬 포레스트(Lush Forest)’. 각양각색의 계절, 색깔, 풍경을 떠오르게 하는 단어들이에요. 예술 작품이나 음료, 칵테일 등의 이름인가 싶어요. 하지만 뜻밖에도 일본식 된장국인 ‘미소시루’의 이름들이에요. 간편식 미소시루 브랜드 ‘미소노미’의 제품들이죠.
미소노미는 점차 젊은 세대의 밥상에서 멀어지는 미소시루를 다시 한 번 밥상의 주연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미소시루를 재해석했어요. 된장과 두부가 전부였던 밋밋한 미소시루 대신, 예술 작품처럼 예쁜 미소시루를 디자인했죠.
물론 예쁜 이름이나 비주얼이 다가 아니에요. 브랜드 컨셉부터 제품 개발, 심지어는 된장국을 먹는 공간까지 어느 하나 예술적이지 않은 게 없어요. 미소노미는 어떻게 감각적인 미소시루로 젊은 세대와 미소시루 간의 간극을 줄이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