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공예 산업은 쇠락해가고 있어요. 전성기였던 1980년대만 해도 약 5,400억엔(약 5조 4천억원) 정도의 크기였던 일본 공예 시장이 2000년대에는 1/6 수준인 약 900억엔(약 9천억원) 정도로 급감했죠.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일본 공예 산업의 부흥을 위해 발벗고 나선 곳이 있어요. 바로 일본 공예품 편집숍인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이에요.
‘일본 공예를 활성화하자!’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의 비전이에요. 하지만 편집숍만으로 일본 공예 산업을 활성화시키는 게 가능할까요? 그래서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은 유통을 너머 기획, 생산의 영역으로 확장하면서 4가지 영역에서 자체 브랜드를 런칭했어요. 그뿐 아니라 기술력은 높지만 요즘의 라이프스타일과 경영 방식을 따라가지 못하는 장인들의 제품을 컨설팅해 리브랜딩시켜주기도 했죠. 결과는 어땠을까요?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 미리보기
• 같은 업계의 다른 회사를 도와주는 이유
•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서 ‘브랜드를 양성’하는 관점으로
• 브랜드에는 위기를 견디는 힘이 있다
• 공예의 미래는 ‘여행’과 함께 한다
일본에는 100년 이상된 기업은 5만 개, 200년 이상된 기업은 3천 개가 넘어요. 그 중 하나인 ‘쿤교쿠도(薫玉堂)’는 1594년부터 무려 400년이 넘는 시간동안 향을 만들어 왔어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향 제조업체이기도 하죠. 쿤교쿠도의 본점은 교토 니시혼간지 절 앞에 위치해 있는데, 위치에서 유추할 수 있다시피 원래 절에서 피우는 향과 집 안의 불단에서 피우는 향을 만드는 곳이었어요.
ⓒKungyokudo
그런데 2010년대 들어 쿤교쿠도의 22대 오너이자 대표인 카즈오 시노는 문제를 발견했어요. 사찰용 향의 매출은 안정적이었지만, 일반 가정용 향 제품의 매출히 꾸준히 감소했기 때문이에요. 그도 그럴 것이 집에 불단을 만드는 가정도, 부처에 분향하는 풍습도 점차 줄어들고 있었거든요. 오히려 젊은 세대들은 불단에 향을 피우는 문화를 생소하게 느끼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100년 후에도 향을 계속 만들고 싶습니다. 그런 점을 염두에 두고 우리도 변해야 한다고 판단했어요.”
카즈오 시노가 2014년, 쿤교쿠도의 변화를 다짐하며 했던 말이에요. 쿤교쿠도는 불단용 향을 제조하는 회사를 넘어 ‘종합적인 아로마 브랜드’가 되기로 했어요. 불교나 불단에 대한 관심은 줄어 들었지만, 공간을 채우는 향과 향을 피우는 행위는 여전히 멋진 라이프스타일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무엇보다 오래 가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변화가 절실한 상황이었죠.
쿤교쿠도의 리브랜딩은 스스로의 관습을 깨는 것으로부터 시작했어요. 쿤교쿠도는 원래 긴 향은 절에서 사용하는 용도로, 짧은 향은 가정용으로 생산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방에서 향을 태우는 시간이 길수록 더 스타일리시하다는 것을 깨닫고 긴 향을 가정용으로 출시했죠. 교토의 명소와 특산품에서 영감을 받은, 이 가정용 인센스 스틱의 향 시리즈는 쿤교쿠도의 시그니처 상품이 되었고요.
교토의 벚꽃 향을 담은 인센스 스틱이에요. ⓒKungyokudo
ⓒKungyokudo
쿤교쿠도는 ‘종합 아로마 브랜드’로서 인센스 스틱뿐만 아니라 아로마 캔들, 아로마 오일, 비누 등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회사의 핵심 역량인 천연 향 블렌딩 기술을 활용해 현대적인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제품들을 런칭한 거예요. 그 결과 쿤교쿠도의 B2B 고객은 불교 관련 매장이나 절에서 생활 잡화 매장으로 확대됐어요. 고객층도 넓어졌죠. 집에서 불단에 향을 피우는 노년층에서 기분 전환을 위해 향을 즐기는 젊은 고객들로요.
ⓒKungyokudo
이런 변화 덕분에 쿤교쿠도는 기존 불단용 향의 부진을 만회하며 실적을 개선했어요. 그뿐 아니라 쿤교쿠도의 본고장인 교토를 넘어 도쿄, 요코하마, 오사카 등 일본 주요 도시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어요. 츠타야 티사이트, 아코메야 등 트렌디한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에 입점하는 것은 물론, 도쿄의 킷테(KITTE), 요코하마의 뉴우먼(NeWoman), 오사카의 신사이바시 파르코(PARCO) 등 대형 백화점에 단독 매장을 낼 정도죠.
같은 업계의 다른 회사를 도와주는 이유
4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쿤교쿠도의 성공적인 리브랜딩에는 숨은 조력자가 있었어요. 변화에 대한 오너의 의지가 리브랜딩의 계기였지만, 그 동기를 성공으로 이끈 데에는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中川政七商店)의 역할이 컸어요. 쿤교쿠도에 가정용 향을 길게 디자인하라고 조언을 해 준 것도, 새롭게 바꾼 제품 디자인에 반신반의하던 카즈오 시노를 설득한 것도 모두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이었죠.
ⓒNakagawa Masashichi Shoten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의 본업은 수공예품 도소매업이에요. 1712년에 일본 나라 현에서 섬유 도매상으로 시작해 지금은 생활용품 전반을 취급해요. 이름의 ‘쇼텐’은 일본어로 ‘상점’이라는 의미로, 동일한 이름의 자체 브랜드도 운영하면서 다른 수공예 브랜드의 제품도 선별해 판매하고 있어요. 도쿄에만 14개 매장, 일본 전역에는 약 6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요.
나카가와 나사시치 쇼텐 시부야 매장이에요. ⓒ시티호퍼스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은 수공예품 도소매뿐만 아니라 쿤교쿠도와 같은 오래된 공예 브랜드들의 부활을 돕는 컨설팅 사업도 하고 있어요. 2022년 2월 기준,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의 연 매출은 약 62억 엔(약 620억 원) 정도인데, 그 중 컨설팅 매출은 약 1억 엔(약 10억 원) 정도로 미미해요. 그럼에도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이 컨설팅 비즈니스를 지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본 공예를 활성화하자!(Revitalize Japanese Crafts!)’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의 비전이에요.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은 일본 공예 산업의 존속에 위기 의식을 느끼고 산업 전체를 부흥시키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있어요. 일본 공예의 전성기였던 1980년대만 해도 약 5,400억엔(약 5조 4천억 원) 정도의 크기였던 일본 공예 시장이 2000년대에는 1/6 수준인 약 900억엔(약 9천억 원) 정도로 급감했죠.
2009년에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은 시장 전체의 위기를 타계하고자 자신들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오래된 공예 브랜드들을 위한 컨설팅 비즈니스를 시작했어요.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의 13번째 회장인 준 나카가와는 공예 사업자들이 폐업하는 경우를 크게 2가지로 분석했어요.
① 변화한 현대적 라이프스타일에 상품이 맞지 않는 경우
② 공예 기술은 있지만 경영자의 마인드가 없는 경우
특히 공예 사업자는 10명 이하의 회사가 많아 나라나 지방 자치단체가 지원하는 보조금으로 사업을 존속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고 외부 디자이너를 영입하는 등 다양한 돌파구를 찾지만 ‘회사를 경영한다’는 인식이 없으면 제대로 된 성과를 얻기가 힘들죠.
이처럼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은 각 브랜드가 직면한 문제에 공감하고 함께 해결책을 찾으면서 지금까지 약 30개 브랜드의 컨설팅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그 중 대다수의 제품들은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을 통해 판매되고 있고요. 400년 동안 하청만 하던 파산 직전의 도자기 회사와 함께 만든 도자기 브랜드 ‘Hasami’, 유명 옷 브랜드에 직물을 납품하던 회사를 위해 기획한 여행용품 브랜드 ‘TO&FRO’ 등이 대표적이에요.
하사미의 식기류예요. ⓒHasami
TO&FRO의 에코백이에요. ⓒTO&FRO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이 컨설팅 비즈니스를 통해 일본 공예 산업에 기여하고자 하는 건 언뜻 보면 사회적 소명 의식에 가까워 보여요. 하지만 공예 산업 전체가 탄탄해야 결국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도 존속이 가능해요. 공예 시장이 커져야 실력있는 제조 업체들이 많이 생기고,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도 이들과 함께 수준 높은 제품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의 제품 큐레이션에 경쟁력이 생기는 건 물론이고요.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서 ‘브랜드를 양성’하는 관점으로
다른 공예 브랜드들의 존속을 돕는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의 노하우는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요?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도 한 때는 위기에 직면했던 오래된 브랜드였어요. 준 나카가와는 지금까지 다른 브랜드들의 컨설팅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마치 자신이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에 처음 입사했던 2008년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말해요. 직면한 위기를 직접 해결하며 체득한 노하우니 그 레벨이 남다를 수 밖에요.
준 나카가와가 입사했을 당시,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은 크게 2가지 사업을 하고 있었어요. 하나는 아버지가 담당하는 차기류(Tea utensils) 도매업과 또 하나는 어머니가 담당하는 생활 잡화 도매업이었죠. 그런데 장부를 열어 보니 차기류 매출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생활 잡화 판매 사업은 적자가 나고 있었어요. 자체 브랜드가 없어 소비자들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요.
준 나카가와는 이대로라면 가족 사업이 위기에 처할 거라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도매업에서 벗어나 유통과 소매업에 진출하고자 했죠. 당시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은 본거지인 나라현과 도쿄 에비스에 매장이 있긴 했지만, 판매 목적보다는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한 안테나숍 정도였거든요.
그래서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은 공예 업계 최초로 디자인, 생산, 유통, 판매까지 도맡아 하는 SPA 브랜드,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을 런칭하기 시작했어요. 제품의 품질과 스토리를 고객에게 직접 전달하면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진다는 믿음 때문이었죠. SPA 브랜드 런칭과 동시에 직영점 오픈에 박차를 가한 것도 이 때문이었고요.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은 SPA 브랜드의 제조를 위해 일본 전역의 공예품 생산자들과 제휴했어요. 그런데 공예품의 생산은 공정마다 분업을 하는 경우가 많아, 하나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여러 생산자들과의 제휴가 필요해요. 양질의 공예품 생산업자들이 많이 필요한 이유이자,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이 공예품 생산자들을 위한 컨설팅 비즈니스를 시작한 계기가 되기도 했고요.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의 제품들이에요. ⓒNakagawa Masashichi Shoten
그렇다면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은 어떻게 SPA 브랜드를 만들고, 또 다른 공예 생산자들의 SPA 브랜드 기획을 도왔을까요? 준 나카가와가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어요.
“내가 생각하는 브랜딩의 정의는 ‘커뮤니케이션 되어야 하는 것들의 체계를 세우고 정확히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입니다.”
브랜드가 가진 기술과 스토리 중에서 어떤 부분이 고객에게 전달되어야 하는지를 먼저 정의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브랜드 내부를 먼저 들여다 볼 필요가 있죠. 이 회사의 정체성이 무엇이고, 어떤 강점이 있고, 어떤 시장에서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지를 생각해야 해요.
시장과 타깃까지 정했다면 다음은 제품을 기획하고 고객에게 전달할 차례예요. 이때는 제품의 장점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이 공감하고 팬이 될 수 있는 ‘스토리’를 찾아 ‘킬러 아이템’을 기획해야 하죠. 그리고 이 정리된 스토리가 일정한 톤앤매너로 고객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대표부터 매장 직원까지 동일한 목소리를 가져야 해요. 준 나카사와는 브랜딩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함께 이렇게 덧붙여요.
“제품 판매에서 브랜드 만들기로 사고를 전환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물건을 잘 만들면 팔린다’는 시대는 지났어요. 물론 제품의 중요성은 변하지 않았습니다만, 소비자에게 이를 전달하는 방법에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브랜드에는 위기를 견디는 힘이 있다
현재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은 총 4개의 SPA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어요. 매장명과 같은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은 기능성과 심미성을 모두 갖춘 생활용품을, ‘유 나카가와(遊 中川)’는 현대적 감각으로 디자인한 일본 전통 옷감을, ‘니폰이치(日本市)’는 일본 전역에서 생산된 공예품과 각 지역의 유니크한 모티브를 중심으로 개발한 일본 기념품을, ‘차론(茶論)’은 차의 아름다움을 전달하는 다기를 판매하죠.
나카가와 나사시치 쇼텐의 로고예요. 로고에서부터 오랜 역사가 느껴지는 듯 해요. ⓒNakagawa Masashichi Shoten
유 나카가와와 패브릭 제품이에요. ⓒNakagawa Masashichi Shoten
후지산을 모티브로 한 니폰이치의 제품이에요. ⓒNakagawa Masashichi Shoten
생활용품, 패션, 기념품, 다기. 일본 전통 공예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듯하는 이 SPA 브랜드들은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의 매출을 견인하며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렸어요. 2002년에 4억엔이었던 매출이 2019년에 64억엔까지 약 16배 성장했고, 점포 수도 3개에서 61개까지 늘어나며 주목할 만한 결과를 이끌어 냈죠.
그런데 2020년 초,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도 속수무책으로 코로나 펜데믹의 직격탄을 맞았어요. 2020년 5월부터 6월까지 약 한달 간,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나라 시 시내의 모든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이 문을 닫았던 시기도 있었고요.
이 때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어요. 직영점 매출이 0에 가까웠음에도 온라인 매출은 오히려 3배 정도 증가했어요. 사람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식기, 행주 등 집에서 사용하는 라이프스타일 제품에 대한 관심도가 올라 갔기 때문이에요. 그 동안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이 구축한 브랜드 덕분에 집에서 양질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들이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을 떠올린 거죠.
온라인 매출이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 매출의 비중이 워낙 커서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연간 매출은 소폭 감소했어요. 하지만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은 코로나 팬데믹에서도 버틴 탄탄한 브랜딩을 바탕으로 향후 영업 실적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 냈죠.
특히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처럼 장인들이 만든 제품을 브랜딩하는 건 요즘과 같은 시대에 더 큰 강점이 될 수 있어요. 물건이 범람하는 시대에 사람들은 제품 너머의 가치와 브랜드를 선택하고 있으니까요. 비즈니스 환경이 브랜딩을 잘하는 기업에게 점점 더 유리해지고 있는 셈이에요.
공예의 미래는 ‘여행’과 함께 한다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이 지난 20년 간 이룬 결과를 보면 일본 공예업을 부흥시키고자 했던 비전에 가까이 와 닿은 듯해요. 유형적으로나, 무형적으로나 쇠퇴하던 일본 공예업을 부활시켰다는 데에 이견이 없죠. 하지만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은 브랜드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공예 업계가 마주한 현실을 극복하는 데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공예는 사람의 손으로 만드는 것이고, 공정마다 분업을 하기 때문에 후임자가 없으면 아무리 잘 만든 브랜드라도 지속하기 어려워요. 물론 수직적 통합(Vertical integration)을 통해 공예의 전 공정을 한 회사에서 총괄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어요. 하지만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공예 회사에서 투자를 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에요. 인력 확보와 수직적 통합을 위해서는 지역 자체가 경쟁력을 가져야 해요.
여기에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은 ‘산업 관광(Industrial Tourism)’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려요. 산업 관광은 공장, 장인, 제품 등 지역 고유의 산업과 관련된 것을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는 여행을 뜻해요.
“예를 들어 공장을 칙칙한 철근 콘크리트 건물로 만드는 대신 외관이 아름다운 단층 목조 공방으로 만들고 언제든 방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거예요. 숙박시설 등을 마련하기도 하고요. 방문객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요. 그러면 수직적 통합보다 투자가 더 의미가 있을 거예요.”
준 나카가와는 포브스 재팬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산업 관광을 이렇게 설명했어요. 그리고 그의 아이디어는 2021년,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의 발상지인 나라 현에 구현됐어요. 약 126평 부지에 3층 짜리 건물을 지어 나카가와 마사시치 상점의 플래그십 매장을 지었어요. 이 곳에는 800명 이상의 공예업자들이 만든 약 3,000개의 아이템을 판매하고 있어요.
나라현에 위치한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의 플래그십 매장이에요. ⓒNakagawa Masashichi Shoten
오른쪽에 불이 켜져있는 건물이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이에요. 건물 주변 동네와 위화감 없이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이 특징이에요. ⓒNakagawa Masashichi Shoten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의 이런 시도는 나라 현에서도 반가워할 만한 프로젝트예요. 나라 현을 방문하는 관광객 1인당 소비량은 한 때 일본 최저 수준을 기록한 적도 있었고, 이후로는 전국 평균 이하를 유지하고 있어요. 간사이 지방의 오사카, 도쿄 등 주요 도시와 가깝기 때문에 숙박객도 적고, ‘당일 여행’이 많기 때문이에요.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은 플래그십 매장을 중심으로 주변 6개 블록을 개발할 예정이에요. 매장을 넘어 거리 전체를 개발하는 거죠. 이 거리는 나라 현 관광의 상징이 되어 나라 현을 방문하는 이유이자 기회가 될 거고요. 그리고 이 시도가 성공한다면, 미래에는 일본의 다른 지역에 활기를 불어 넣겠다는 포부도 있어요. 마치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은 자신의 성공 방정식으로 다른 공예 브랜드를 소생시킨 것처럼요. 일본 전역의 지역 관광과 함께 더 큰 시장이 될 일본 공예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예요.
Reference
• 津久井 悠太, 実家の中川政七商店に“転職”し、工芸品のブランド刷新, Nikkei Business
• 中沢 康彦, 中川政七商店・中川会長 工芸界を救え、勇んで臨んだコンサル業, Nikkei Business
• 中沢 康彦, 中川政七商店・中川会長 小売り進出決めた古い商習慣への怒り, Nikkei Busin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