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병에 커피콩을 담아 파는 카페, 커피계의 ‘그랑 크뤼’를 발굴하다

그랑 크뤼 카페 긴자

2025.06.27



도쿄 긴자를 대표하는 백화점, 긴자 식스의 최상층에는 카페가 하나 있어요. 보통 백화점의 최상층에는 비싼 레스토랑이나 바가 자리하기 마련인데, 상대적으로 객단가가 낮은 카페로 어떻게 자리를 유지하는 걸까요?


이 카페는 커피가 아니라, ‘커피콩’을 판매해요. 커피콩을 구매하면 커피는 서비스로 내려주죠. 그런데 그냥 평범한 원두가 아니에요. 원두를 ‘와인병’에 밀봉해 판매하거든요. 병 단위로만 원두를 구매 가능하고, 마치 위스키처럼 보틀 키핑 서비스를 제공하죠. 2주 내로 재방문하면 킵해뒀던 보틀 안의 커피 원두로 또 커피를 내려줘요.


와인병에 담긴 커피 원두라니, 지독한 컨셉이냐고요? 그럴리가요. 지독한 ‘진심’이에요. 실제로 와인병에 병입된 원두들은 최고의 밭에서 재배된 최상급, 와인으로 치면 ‘그랑 크뤼’급 원두들이거든요. 이런 원두를 취급하는 카페답게 카페 이름도 ‘그랑 크뤼 카페 긴자’.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카페, 정체가 무엇일까요?


그랑 크뤼 카페 긴자 미리보기

 와인의 포도처럼 커피의 원두를 존중하는 카페

 와인에 등급이 있듯 커피에도 등급이 있다

 커피 원두를 가꾸어 커피 문화를 바꾼다

 ‘커피 헌터’의 역발상, 업계의 수준을 높이다




도쿄의 긴자는 유서 깊은 상권이에요. 100년 이상된 노포들은 물론, 긴자 미츠코시, 마츠야 긴자 등 대형 백화점마저 100년 역사를 지녔어요. 하지만 이런 전통의 강호들 사이에서 긴자를 대표하는 백화점 중 하나로 자리 잡은 곳이 있어요. 개업한지 10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오픈 전부터 업계의 주목을 받았던 ‘긴자 식스(GINZA SIX)’예요.


긴자 지역의 후발 주자인 긴자 식스는 두 가지 요소로 기존 백화점들과 차별화를 꾀했어요. 먼저 ‘체류성’이에요. 긴자 식스는 뉴욕 현대미술관을 디자인한 ‘다니구치 요시오’가 설계했는데, 그는 일부 구역의 매장 동선을 구불구불하게 디자인했어요. 긴자 지역의 골목길 정취를 구현해 산책하는 기분을 살리려는 목적이죠.


또한 백화점의 중앙 천장에 ‘쿠사마 야요이’, ‘장 줄리안’ 등 유명 작가의 거대한 작품을 전시하고, 곳곳에 리빙 월 아트나 퍼블릭 아트를 전시해 갤러리처럼 꾸몄어요. 여유롭게 머무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함이에요. 그뿐 아니라 6층 공간은 ‘츠타야 서점’과 ‘스타벅스’를 중심으로 구성했어요. 쇼핑이 목적이 아니더라도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만든 거예요.


ⓒGINZA SIX


ⓒGINZA SIX


ⓒGinza Tsutaya Books


두 번째는 ‘현장성’. 긴자 식스가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매장들로 공간을 구성해 현장성을 살렸어요. 방법은 3가지인데요. 첫째로 일본에 처음 상륙하는 해외 브랜드 매장을 입점시켰고, 둘째로 지방의 강호들 중 도쿄에 처음으로 진출하는 매장들을 섭외했으며, 셋째로 도쿄에서 이미 만날 수 있는 브랜드라면 일본 내 최대의 플래그십 스토어로 꾸몄어요.


덕분에 긴자 식스는 현지인은 물론 관광객들에게도 필수 쇼핑 핫스팟으로 자리 잡았어요. 꼭 무언가를 구매하지 않더라도, 긴자 식스에 머무는 것 자체가 경험이 되었거든요. 이렇게 이미 유명해질대로 유명해져 버린 긴자 식스지만, 여기에도 아는 사람만 아는 공간이 있어요. 긴자 식스의 최상층인 13층이에요.


긴자 식스가 지하 2층부터 6층까지만 있다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을 거예요. 그도 그럴 것이, 7~12층까지는 오피스 공간으로 외부인 출입이 제한되거든요. 그런데 이 오피스 플로어들을 지나 13층에 다시 누구나 드나 들 수 있는 층이 있는데요. 물론 누구나 드나들 수 있지만, 아무나 들어가기에는 망설여지는 곳이기는 해요. 고급 미식의 향연이 펼쳐지는 곳이거든요.


프라이빗하면서 유니크한 미식 경험이 가능한 ‘더 그랜드 긴자(The Grand Ginza)’, 엄선한 찻잎을 활용해 고유한 테크닉으로 칵테일을 만드는 ‘믹솔로지 살롱(Mixology Salon)’ 등 긴자 식스 13층에서만 가능한 고급 F&B 매장들이 자리하고 있죠.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매장이 하나 있는데요. 매장 밖 디스플레이에 와인병이 늘어서 있는 걸로 봐서 와인 바처럼 보여요. 그런데 가까이 가서 살펴 보니 와인병 안에 든 건 와인이 아니라, ‘커피콩’이었어요. 매장 안 셀러를 가득 채운 것 또한 커피콩이 든 와인병이었죠. 이 수상한 매장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요?


ⓒGINZA SIX



와인의 포도처럼 커피의 원두를 존중하는 카페


이 매장의 이름은 ‘그랑 크뤼 카페 긴자(Grand Cru Café Ginza, 이하 그랑 크뤼 카페)’예요. 이름을 봐도 여전히 의문점은 풀리지 않아요. ‘카페’이니 커피를 파는 곳인가 싶다가도, 와인 업계에서 최고 등급 와인을 뜻하는 ‘그랑 크뤼’를 보면 또 와인바인가 싶죠. 이 곳의 정체는 최고급 와인을 다루듯, 커피를 다루는 카페예요. 누구에게는 그저 잠을 깨는 용도인 커피일지도 모르지만, 이 곳에서만큼은 커피가 귀한 대접을 받죠.


ⓒGINZA SIX


ⓒGINZA SIX


그랑 크뤼 카페는 진정한 커피 애호가를 위한 살롱으로, 전통과 명성을 자랑하는 긴자에 걸맞는 커피를 선보인다는 자부심이 있는 곳이에요. 이 곳에서는 커피 음료가 아니라, 커피콩, 그리고 커피콩을 보관하는 서비스를 판매해요. ‘커피 셀러 오너(Coffee cellar owner)’라는 멤버십 프로그램을 연 단위로 판매 중이죠. 이 멤버십에 가입하면 그랑 크뤼 카페가 선보이는 생두를 구매하고, 그 생두를 그랑 크뤼 카페가 커피 셀러에 보관해줘요. 그리고 그랑 크뤼 카페에 방문해 원할 때마다 추가 결제 없이 로스팅해주죠.


ⓒGINZA SIX


ⓒGINZA SIX


이 때 커피콩을 보관하는 패키지가 바로 와인병을 본 뜬 유리병이에요. 와인병이 와인의 산화를 막고 와인을 오랫 동안 보관하기에 최적이듯, 커피콩의 풍미를 보존하기에도 제격이거든요. 이렇게 병입한 생두를 고객의 이름이 적힌 특수 상자에 넣어 커피 셀러에 보관하는 것이죠. 그랑 크뤼 카페의 커피 셀러 또한 와인 셀러처럼 온도와 습도가 엄격하게 관리되어요. 만약 이 생두를 집에서 즐기고 싶다면 500g 단위로 로스팅해 집까지 배송해주기도 해요.


ⓒGINZA SIX


ⓒGINZA SIX


ⓒGINZA SIX


이렇게 커피콩을 소중하게 다루는 건 보여주기 위한 컨셉이 아니에요. 그럴 만한 원두에, 그만한 관리를 하는 것일 뿐이죠. 그랑 크뤼 카페에서 판매하는 커피콩은 마치 와인의 포도처럼 다뤄져요. 여타 카페들이 커피콩을 원산지에 따라 분류할 때, 그랑 크뤼 카페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농장, 재배한 밭의 고도, 커피콩 품종, 심지어 생산년도까지 커피를 분류하는 기준으로 활용하죠. 커피의 맛이 각 요소에 따라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에요.


현재 그랑 크뤼 카페에서는 6개국, 9개 농장의 커피콩을 맛볼 수 있어요. 그리고 각 커피콩마다 여러 생산년도에 재배된 커피콩들이 준비되어 있어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볼게요. 그랑 크뤼 카페에는 과테말라의 산 세바스티안 농장의 해발 2천 미터 고지에서 재배된 부르봉 품종을 내추럴 방식으로 가공한 원두가 준비되어 있어요. 이 원두의 경우, 2019년 산은 비스킷 같은 고소한 향기에 굵고 강한 맛의 구조감, 부드럽게 퍼지는 꽃향이 균형감을 이뤄요. 반면 2021년 산은 오렌지 껍질을 연상시키는 향기로 시작해 상쾌한 풍미가 특징이죠. 마치 같은 떼루아(Terroir)에서 재배한 같은 품종의 포도라도, 빈티지에 따라 와인의 풍미가 달라지는 것과 같은 이치예요.


“심지어 쌀의 경우에도, 사사니시키와 고시히카리는 맛과 질감이 다르고, 원산지에 따라서도 맛이 다르잖아요? 안타깝게도 커피는 수확 연도, 원산지, 품종을 명확하게 표시하지 않고 판매하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은 ‘커피는 다 똑같다’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커피는 농산물이자 과일입니다. 와인처럼 커피도 같은 밭에서 재배한 해에 따라 맛이 달라지고, 생두를 그대로 두면 산화되어 풍미가 떨어집니다. 햅쌀이 맛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모든 원두에 수확 연도를 표시하고, 햇콩의 풍미를 유지하기 위해 엄격한 온도 관리를 하며, 공기와 접촉하지 않도록 전용 커피 저장고에 보관합니다.”

- 가와시마 요시아키, 그랑 크뤼 카페 긴자 대표, <NTT 컴웨어>와의 인터뷰 중


그랑 크뤼 카페가 양질의 커피 원두를 선별하고, 자체적인 기준을 세워 관리하는 건 고급화를 위한 컨셉이 아니예요. 커피애호가들에게 커피콩의 정수를 최대한 보존해 전달하고자 하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자연스러운 수순이죠. 컨셉을 위한 컨셉이 아니라, 이유가 있는 컨셉이기에 고객들이 그랑 크뤼 카페에 공감하는 거예요.



와인에 등급이 있듯 커피에도 등급이 있다


그랑 크뤼 카페의 창립자인 가와시마 요시아키 대표는 아직도 1년에 절반 이상을 커피 농장을 발굴하고 방문하는 데에 써요. 지금까지 약 3천 개 이상의 농장을 방문했죠. 그럼에도 그는 눈을 반짝이며 이렇게 말해요.


"여행할 때마다 새로운 발견을 합니다. 며칠 전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한 노인이 제가 전에 본 적 없는 가지치기 방법을 알려주었죠."

- 가와시마 요시아키, 그랑 크뤼 카페 긴자 대표, <Xtrend Nikkei>와의 인터뷰 중


그런데 제 아무리 비싸고 좋은 커피를 판매한다고 해도, 정말 이 카페 하나만을 위해 회사의 대표가 절반 이상을 커피 원두를 발굴하는 데 써도 되는 걸까요? 이 작은 매장에서 그만한 수익을 올리는 게 가능할까요? 그랑 크뤼 카페의 매출을 추산해 볼게요. 그랑 크뤼 카페의 매출원은 크게 2가지예요. 커피 셀러 오너 멤버십의 연회비와 워크인으로 방문하는 비회원들의 구매 금액이죠.


멤버십 연회비의 경우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으니 차치하고, 비회원들로부터 나오는 매출을 계산해 볼게요. 그랑 크뤼 카페에서는 병 단위로만 커피 콩을 구매할 수 있어요. 병당 최소 1만엔(약 10만원)부터 시작이니, 1병당 5~6잔이 나온다고 가정하면 커피 1잔당 2천엔(약 2만원) 정도예요. 커피는 한 번에 여러 잔 마시는 음료가 아니기에 한 번에 1잔을 마시고 나머지를 매장에 킵(Keep)해 둔다고 가정하면, 1인당 1회 방문 시 객단가는 2천엔(약 2만원)이에요.


매장의 좌석 수는 총 18석. 그 중 절반만 워크인 고객이 사용, 한 번에 1시간 체류한다고 가정, 여유있게 운영되는 공간인 만큼 좌석 이용률을 평균 50%로 가정해 볼게요. 오전 11시부터 저녁 9시까지 주문을 받으니 영업 시간을 하루 10시간으로 잡으면 하루 매출은 약 9만엔(약 90만원)이에요. 월 매출로 환산하면 약 270만엔(약 2천7백만원) 정도예요. 여기에 원가, 인건비, 임대료, 운영비 등을 제외하면 이 매장에서 월에 남는 수익은 많지 않을 거예요. 멤버십 수익을 더한다고 하더라도 중남미, 아프리카 등 장거리 출장을 수개월씩 커버하고도 유의미한 수익을 남기기에는 무리가 있죠. 그렇다면 그랑 크뤼 카페는 어떻게 돈을 버는 걸까요?


ⓒGINZA SIX


ⓒGINZA SIX


사실 그랑 크뤼 카페는 플래그십 매장 같은 개념이에요. 좋은 커피 원두를 발굴하고 시장을 개척하는 선구자로서 끝판왕을 선보이는 거죠. 그랑 크뤼 카페를 운영하는 본체는 가와시마 요시아키 대표가 2008년에 설립한 ‘미카페토(Mi Cafeto)’예요. 미카페토는 그랑 크뤼 카페에서 취급할 최고급 원두 뿐만 아니라 품질별로 원두를 수입, 판매해 합리적 가격대의 커피까지 일본에 유통하고 있어요. 와인에도 최고급 와인부터 일상적으로 편하게 마실 와인이 있듯, 커피에도 품질에 피라미드가 있으니까요.


그랑 크뤼급까지는 아니어도 높은 수준의 원두 시리즈인 ‘리제르바(Riserva)’, 우량한 농원의 일급 밭에서 재배한 원두 시리즈인 ‘프리미에 크뤼(Premier Cru)’, 시장에 소개되지 않았지만 일상적으로 즐기기에 좋은 ‘커피 헌터스(Coffee Hunters)’ 등으로 원두 시리즈를 세분화해 고급 커피 시장 뿐만 아니라 대중을 위한 양질의 커피를 취급해요. 심지어 분말 형태의 ‘카페 레보르시온(CAFÉ REVOLUCIÓN), 종이팩에 담긴 액체 커피인 ‘리퀴드 아이스드 커피(Liquid Iced Coffee)’처럼 편의성에 중점을 둔 라인업도 준비되어 있죠.


ⓒMi Cafeto


ⓒMi Cafeto


ⓒMi Cafeto


그 중 리제르바까지는 오프라인 매장인 그랑 크뤼 카페에서만 즐길 수 있고, 프리미에 크뤼부터는 온라인에서 구입이 가능해요. 각 시리즈별 타깃 고객과 취급 목적에 따라 유통 채널을 달리 운영하는 거죠. 도쿄의 기치조지에는 ‘미카페토’의 이름을 단 카페를 운영하기도 해요. 이 곳은 그랑 크뤼 카페와 달리 양질의 커피를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도록 1천엔(약 1만원) 이하의 커피를 판매해요. 테이크아웃도 가능하고요.


그렇다고 가격에만 초점을 맞춘 커피를 판매하는 건 아니에요. 산지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커피를 대량으로 유통하는 건 이미 많은 커피 회사들이 하고 있는 일이기도 하고, 미카페토의 비전과는 상반된 영역이니까요. ‘진짜 커피의 맛과 즐거움’을 알리기 위해 미카페토를 만들었기 때문이에요.



커피 원두를 가꾸어 커피 문화를 바꾼다


미카페토는 가격대를 다양하게 취급하면서도 ‘밭’, 즉 원두의 산지에서 시작해요. 품종의 선별, 재배, 수확, 수송, 로스팅, 보관, 추출에 이르는 모든 공정에 미카페토만의 독자적인 품질 기준을 적용하죠. 먼저 그간 쌓아온 50개국 이상, 3천 개가 넘는 커피 농장과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농장, 밭, 심지어 어떤 ‘나무’까지 선택하고 있어요. 같은 농장에서도 고도와 밭에 따라 재배 환경이 차이가 나거든요. 마치 와인업계에서 같은 와이너리라고 해도 밭에 따라 다른 라벨이 붙고, 등급이 나뉘는 것과 같은 이치예요. 이에 미카페토는 토양, 기온, 강수량, 일조량, 풍향 등 재배 환경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들을 고려해 최적의 밭을 찾아요. 


이렇게 찾은 밭과 계약을 맺고 가장 맛있는 커피를 수확하는 시기에 완전히 익은 원두만을 수확해요. 단맛은 선명하고, 쓴맛은 최소화한 고품질 커피를 위한 선택이죠. 밭마다 최적의 수확기에 맞춰 수확한 원두는 등급이 매겨 지고, 각 원두의 특성을 고려해 생산자와 함께 가공 방식을 논의하고 결정해요. 이후 원두는 20일 이상 햇볕에 건조된 뒤 약 60일 간의 ‘큐어링(Curing)’ 과정을 거쳐요. 일정 기간 동안 온도와 습도가 조절되는 어두운 곳에 보관해 원두의 품질을 안정화하는 거죠.


큐어링까지 마친 원두는 비로소 생산지에서 일본으로 수송되는데요. 이 때 그랑 크뤼 카페 이름을 단 원두들은 선적보다 비싸지만 더 빠르고 안정적인 항공편을 통해 운송되어요. 나머지 원두들 또한 생두 운반에 적합한 특수 플라스틱 가방에 넣어 16도 온도로 설정된 리퍼 컨테이너를 통해 일본으로 들어오죠.  패키지만 와인과 비슷한 것이 아니라, 생두를 마치 와인의 포도처럼 생산, 관리, 운송해 커피의 퀄리티와 격을 높이고 있어요.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커피 원두에 공을 들이는 걸까요? 커피 원두, 산지에 대한 집착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요. 가와시마 요시아키 대표는 “좋은 원두를 선택한다면 일본은 세계 최고의 커피 강국이 될 수 있다”고 말해요. 일본은 지리적으로 커피 생산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양질의 원두를 선별하기가 어려웠어요. 대신 로스팅 기술과 추출 기술을 발전시켜 커피 맛을 끌어 올렸죠. 커피를 다루는 테크닉의 관점에서 이미 세계 최고의 수준이기에, 원두만 받쳐 준다면 일본의 커피 산업이 세계적인 수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거예요.


“과거에는 일본에는 달콤한 디저트 와인만 있었습니다. 하지만 업계가 협력하여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일본에 와인 문화를 만들었어요. 반면 커피는 1980년대부터 커피숍 문화가 꽃피기 시작했지만, 뿌리를 내리지 못했습니다. 업계가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커피의 매력을 널리 알리기 위해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 가와시마 요시아키, 그랑 크뤼 카페 긴자 대표, <Xtrend Nikkei>와의 인터뷰 중


가와시마 요시아키 대표는 비단 회사의 미래를 넘어 업계 전반과 문화를 가꾸고 있어요. 심지어 커피를 생산하는 사람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고 꾸준히 일할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것을 ‘사명’이라고 말하죠.


“커피 시장은 석유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입니다. 그리고 종사자 수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것이 커피 산업이에요. 정말 맛있는 고급 커피를 생산자가 만들어 소비자를 그 커피를 즐기고, 그 가치에 돈을 지불하죠. 그 사이클이 실현되면 생산자의 생활이 풍요로워지고, 소비자도 만족하며, 모두가 행복해질 거예요. 나는 커피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기를 진심으로 원합니다.”

- 가와시마 요시아키, 그랑 크뤼 카페 긴자 대표, <スルガ銀行>와의 인터뷰 중



‘커피 헌터’의 역발상, 업계의 수준을 높이다


커피에 대한 남다른 철학과 고집이 있는 가와시마 요시아키는 업계에서 불리는 별칭이 있어요. 바로 ‘커피 헌터’. 아직 일본에 소개되지 않는 산지나 커피콩을 발굴하는 그의 행보에서 나온 별명이죠. 사실 커피에 대한 그의 열정은 꽤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는데요. 그는 커피 도매업을 하던 집안에서 태어나 엘 살바도르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국립 커피 연구소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어요.


이후 20대 중반에 일본 커피 회사 UCC 우에시마 커피에 입사해 직영 농장 개발을 담당했죠. 이 때 농장주들과의 인연을 시작으로 커피 원두의 가치를 정당하게 평가하는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어요.


ⓒMi Cafeto


“같은 블루 마운틴에서도 산의 남사면과 북사면에서 품질이 다르고, 수확하는 해에 따라서도 완성도가 달라져요. 그들을 전부 ‘블루 마운틴이니까 최고급’이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죠.”

- 가와시마 요시아키, 그랑 크뤼 카페 긴자 대표, <Xtrend Nikkei>와의 인터뷰 중


모두가 ‘블루 마운틴’이라는 이름에 혹해 그 명성의 본질을 찾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던 거죠. 이에 가와시마 요시아키 대표는 산지를 더 세분화하고, 명성에 걸맞는 품질의 블루 마운틴 원두를 발굴한 것이고요.


커피콩을 세분화해 등급화하고, 더 좋은 원두를 선별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품질 관리를 위해 업계의 관례를 뒤집기도 했어요. 원래 블루 마운틴은 나무통에 담아 운반해야 한다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품질 보존에 더 적합한 밀봉 용기를 채택한 것도 가와시마 요시아키 대표가 최초였죠. 이처럼 당연하다고 여기던 업계의 기준과 방식을 하나씩 뒤집으며 일본 커피 업계의 최전선을 개척해 왔어요. 커피의 힘을 강화해 온 커피 헌터 덕분에 업계가, 문화가, 일상이 더욱 향긋해질 수 있었던 것 아닐까요?





Reference

grandginza 홈페이지

サントリー・ボスの味を上げた「コーヒーハンター」と呼ばれる男

川島良彰 wikipedia

JALコーヒーディレクター José. 川島良彰が語るおいしさの秘密

「コーヒーで世界を変える、僕は本気でそう信じているんです。

世界を旅する〈コーヒーハンター 川島良彰〉の仕事道 コーヒーで、世界中の人々を幸せに変える!

茶の湯のもてなしに通じる、編集力と融通無碍なもてなし力

「色と香り」で大人の色気を身につける、ザ・ビューティクルーズ

GRAND CRU CAFÉ GINZ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