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종이 넘는 원두를 소개하는 카페에, 정작 ‘자기 원두’는 없어요. 커피를 팔지만 직접 로스팅은 하진 않고, 시그니처 블렌드도 만들지 않죠. 그렇다면 이곳은 어떤 커피를, 무슨 기준으로 팔고 있을까요? 도쿄의 스페셜티 커피 편집숍 ‘커피 마메야 카케루’는 로스팅대신 ‘곱셈’을 선택했어요. 고유한 맛을 만들기 보다, 전 세계 로스터리의 원두를 선별해 손님의 취향을 곱하기 시작했죠.
이곳에선 바리스타의 역할도 남달라요. 의사처럼 흰 가운을 입고 등장해, 커피를 내리기 전에 고객의 취향부터 진단해요. 어떤 산미나 바디감을 좋아하는지 대화를 나누며, 가장 어울리는 원두를 찾아가죠. 이 과정에서 바리스타는 원두를 선별하고 제안하는 ‘큐레이터’에 가까워요. 그런데 코스가 시작되면 분위기가 달라져요. 바리스타는 눈앞에 창의적인 레시피를 선보이고, 한 잔 한 잔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주죠. 커피에 식초를 더해 디저트를 만들기도 하고요. 그 모습은 커피를 새롭게 해석하는 ‘크리에이터’에 가까워요.
그리고 마지막엔, 지금까지의 대화를 되짚으며 맞춤형 커피 처방전까지 작성해줘요. 이땐, 가장 어울리는 커피를 안내하고 처방하는 ‘카운셀러’가 되죠. 이처럼 마메야 카케루에서의 바리스타는 세 가지 역할을 넘나들며, 원두와 고객 사이를 취향으로 연결해요. 100% 예약제에, 취향 찾아주기에 진심인 이 카페. 그렇다면 마메야 카케루가 제안하는 커피는 도대체 무엇이 다른 걸까요?
커피 마메야 카케루 미리보기
• # 1. Curator: 사심 없이 커피를 제안하는 큐레이터
• # 2. Creator: 커피 한 잔으로 무대를 연출하는 크리에이터
• # 3. Counselor: 취향을 진단하고 커피를 처방하는 카운셀러
• 커피의 세계를 키우는 곱셈의 힘
커피는 원래 갈색이 아니라 초록색이에요. 모든 커피는 녹색빛 생두에서 시작되죠. 생두는 커피나무의 열매, 일명 ‘커피 체리’의 씨앗인데요. 커피 체리에서 껍질과 과육은 제거하고, 씨앗만 건조시키면 생두가 돼요. 이 상태의 생두는 향도 맛도 거의 느껴지지 않아요. 이 밋밋한 씨앗이, 어떻게 향긋한 커피로 변신할까요? 생두가 한 잔의 커피가 되기까지, 맛을 결정하는 세 가지 순간이 있어요. 볶을 때, 내릴 때, 그리고 조합할 때예요.
첫 번째, ‘로스팅’이에요. 생두를 불에 볶으면, 갈색으로 변하면서 향과 맛이 살아나기 시작해요. 이때, 볶는 시간과 온도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데요. 가볍게 볶아낸 ‘라이트 로스트’는 원두 본연의 개성과 산미를 살리는 방식이에요. 과일이나 꽃처럼 경쾌한 맛에 바디감이 가벼워, 주스 같다고도 표현하죠. 반면, ‘다크 로스트’는 높은 온도에서 오랜 시간 볶아, 산미는 줄고 로스팅 자체의 풍미가 강조돼요. 초콜릿 같은 고소한 향과 묵직한 바디감이 특징이죠.
두 번째는 ‘브루잉’, 추출이에요. 같은 원두를 써도, 카페마다 커피 맛이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로스팅된 원두를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향과 맛이 크게 달라지거든요. 브루잉을 결정 짓는 요소는 다양한데요. 우선, 물의 온도. 90도에 가까운 뜨거운 물로 빠르게 추출하면, 향과 산미가 강해져요. 반면, 온도를 낮추고 천천히 우려내면 부드러운 맛이 나죠. 또, 온도가 너무 낮으면 맛과 향이 약해지고, 너무 높으면 쓴 맛이 강해질 수 있어요.
그뿐 아니라 추출 도구도 중요한 변수예요. 종이 필터를 사용하는 핸드드립은 천천히 추출하기 때문에 깔끔하고 맑은 맛이 나요. 반면, 모카포트는 압력을 이용해 짧은 시간에 진하게 추출되서, 묵직한 다크 로스트 원두에 잘 맞죠.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브루잉하는 바리스타의 역할이에요. 원두의 특성을 이해하고, 어떤 방식이 이 원두의 매력을 가장 잘 살릴 수 있을지 결정해야 하니까요.
세 번째은 ‘레시피’예요. 어떤 레시피를 더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음료가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카페마다 시그니처 메뉴가 있죠. 스타벅스도 마찬가지예요. 같은 에스프레소지만, 메뉴에 따라 맛이 달라져요. 예를 들면, 스테디셀러인 ‘돌체 라떼’는 무지방 우유에 돌체 시럽을 더해 묵직한 단맛이 특징이에요. 반면, ‘바닐라 더블샷’은 에스프레소와 얼음을 함께 핸드쉐이킹해서 만든 차가운 음료로, 가볍고 산뜻한 끝맛이 있죠.
이처럼 커피의 맛은 로스팅, 브루잉, 레시피 등 세 가지의 과정을 거치며 완성돼요. 그런데 이중 로스팅은 내려놓고 커피를 ‘내리고 조합하는 방식’에만 집중하는 카페가 있어요. 바로, 도쿄의 스페셜티 원두 편집숍 ‘커피 마메야 카케루(koffee mameya Kakeru, 이하 마메야 카케루)’예요. 이곳은 로스팅 없이도 시그니처를 갖는 커피 편집숍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었어요. 3가지 ‘C’의 역할을 자처하면서요.
©KOFFEE MAMEYA Kakeru
1. Curator: 사심 없이 커피를 제안하는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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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마메야는 도쿄에 두 곳의 매장이 있어요. 오모테산도의 ‘마메야’와 키요스미시라카와의 ‘마메야 카케루’죠. 이 중 ’마메야 카케루’는 일반적인 카페와 운영 방식이 달라요. 예약제로만 운영되고, 한 번에 최대 네 명까지만 입장할 수 있죠. 왜 이렇게까지 제한된 방식으로 운영할까요? 이곳은 커피를 파는 곳이라기 보다는, 커피 취향을 찾아주는 곳에 가깝거든요. 어떻게 다른지, 지금부터 마메야 카케루 안으로 가볼게요.
문을 열고 들어서면, 정면을 가득 채운 원두 선반이 시선을 사로잡아요. 전 세계 로스터리에서 공수한 로스팅된 원두들을 나무 프레임 안에 정갈하게 진열해 놓았죠. 선반 아래 바 테이블에는, 오늘 준비된 원두 샘플들이 아크릴 상자에 담겨있고요. 그런데, 특이한 점이 있어요. 10개가 넘는 샘플 중 어디에도 ‘마메야’의 이름이 보이지 않거든요. 보통은 자체적으로 로스팅한 원두도 판매하는데 어떻게 된 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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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메야는 자기 원두가 없는 카페예요. 직접 로스팅을 하지 않죠. 대부분의 커피 브랜드라면 당연해 보이는 역할을 의도적으로 내려놓았어요. 이유는 분명해요. 마메야가 지향하는 건 브루잉 카페가 아니라, 커피 편집숍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좋은 커피를 ‘만드는 일‘보다, ‘소개하고 제안하는 일’에 더 집중해요. 직접 원두를 만들게 되면, 자연스럽게 자사 제품을 설명의 중심에 두게 돼요. 고객의 취향보다 브랜드의 의도가 드러나게 되죠.
마메야는 그런 구조를 경계했어요. 그래서 스스로를 비운 채 모든 원두를 동등하게 소개하죠. 고객이 주체가 되어 취향을 발견할 수 있도록요. 그래서 마메야의 바리스타는 판매자 이상이에요. 고객의 취향을 진단하고, 원두를 제안하는 ’큐레이터’에 더 가깝죠. 여기서 마메야는 이 역할에 더 집중하기 위해, 커피가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다시 들여다봤어요. 마메야가 보는 커피 한 잔은 세 명의 전문가를 거쳐 완성되는데요. 생산자, 로스터, 바리스타예요.
마메야는 이 세 전문가의 역할이 분명할수록, 커피는 더 정교해질 수 있다고 믿어요. 그래서 바리스타의 큐레이션에 집중하고, 로스팅은 로스터에게 맡기기로 했어요. 그래야 로스터들의 개성이 담긴 원두를 왜곡 없이 소개할 수 있으니까요. 묵직한 풍미가 특기인 로스터에게는 깊은 맛을, 산미가 강한 로스터에게는 산뜻한 향을 맡기는 식이죠. 그렇게 선별된 원두 라인업은 고객에게 더 넓고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요.
그렇다면, 이렇게 다양한 라인업을 어떻게 보여줄까요? 자리에 앉으면, 총 네 장의 메뉴판을 받게 되는데요. 두 장은 원두 정보를, 나머지 두 장은 커피 코스와 커피 칵테일 메뉴를 담고있어요. 먼저, 원두 정보 메뉴판부터 살펴볼게요. 그중 하나는 흑백 격자로 구성된 ‘원두 매트릭스’예요. x축과 y축 좌표에 알파벳들이 점처럼 흩어져 있고, 각각의 위치는 원두의 성향을 나타내요.
x축은 ‘로스팅의 정도’, y축은 입 안에서 느껴지는 무게감, 즉 ‘마우스필(mouth feel)’을 의미하죠. 왼쪽 위로 갈수록 가볍고 산뜻한 커피, 오른쪽 아래로 갈수록 묵직하고 쌉쌀한 커피를 뜻해요. 그런데, 이 알파벳 하나하나는 어떤 원두를 가리키는 걸까요? 그 해답은 함께 받은 컬러 메뉴판에 있어요. 이 메뉴판에는 원두 정보가 카드 형태로 담겨있거든요.
이날 준비된 원두는 총 16종. 시즌과 수급 상황에 따라 구성이 바뀌기 때문에,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라인업을 만날 수 있어요. 각 카드에는 4가지의 정보가 담겨 있는데요. 가장 위에는 로스터리의 이름이, 아래로는 원두의 산지, 품종, 가격이 적혀 있죠. 거기에, 로스팅 강도를 색상으로 표현했고요. 이 컬러 메뉴판을 원두 매트릭스와 함께 보면, 원두의 복합적인 특징이 직관적으로 이해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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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코스 메뉴판이 있는데요. 코스는 총 세 가지. ‘시그니처’, ‘시즈널 스페셜’, ‘칵테일 코스’예요. 이 중 처음 방문한 손님에게 추천하는 건, 시그니처 코스죠. 가격은 약 6,500엔(약 65,000원). 커피 가격치고는 꽤 높은 편이지만, 구성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져요. 세 잔의 커피와 한 잔의 목테일, 그리고 푸드 페어링까지 포함되어 있거든요. 재미있는 점은 어떤 음식이 나올지 미리 알려주지 않는다는 거예요. 서프라이즈처럼 펼쳐지는 이 코스, 어떻게 진행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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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reator: 커피 한 잔으로 무대를 연출하는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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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니처 코스는 여러 종류의 원두가 아니라 단 하나의 원두로 펼쳐져요. 이번 코스에 사용한 원두는, 산뜻한 산미를 지닌 에티오피아산 ‘라레사 워시드(Lalesa Washed)’인데요. 같은 원두로 얼마나 다채로운 코스를 구성할 수 있을까요? 바리스타는 이 원두 하나로 추출 방식과 페어링을 다르게 하며, 잔마다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요.
먼저 에피타이저 역할로 등장한 건, 초콜릿이에요. 복숭아 향이 감도는 카카오 초콜릿이 스푼에 담겨 나오죠. 쌉쌀한 풍미 속에 복숭아의 맑은 단맛이 퍼지며, 입맛을 깨워줘요. 이어지는 두 번째 코스는 아메리카노와 젤리. 살구 젤리에, 레몬 글라스와 백앙금이 얇게 코팅되어 있어요. 이 페어링은 젤리의 산미로 커피의 신맛을 끌어올려요. 처음에 초콜릿으로 입맛을 돋우고 나면, 젤리는 맛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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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코스는 밀크브루예요. 라떼처럼 보이지만, 만드는 방식은 전혀 다르죠. 콜드브루의 밀크 버전이거든요. 물 대신 차가운 우유에 커피가루를 넣고 천천히 우려내서 만들어요. 쓴맛은 라떼보다 덜하고, 설탕 없이도 은은한 단맛이 느껴지죠. 여기에다가 더 흥미로운 건, 함께 페어링된 음식이에요. 일본식 피클과 콩조림이 나오거든요. 커피와 피클이라니, 생소한 조합이지만 이유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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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피클, 그냥 먹는 게 아니에요. 바리스타는 이 피클로 ‘마우스 시즈닝(mouth seasoning)’을 권하죠. 시즈닝이 음식의 맛을 돋우는 조미료라면, 마우스 시즈닝은 입안의 감각을 미리 조율하는 거예요. 방법은 간단해요. 커피를 마시기 전에, 피클을 잠시 입 안에 머금고 가볍게 굴려보면 돼요. 그다음 커피를 마시면, 짭짤한 감칠맛과 부드러운 커피가 만나 색다른 풍미로 변하죠. 커피 맛이 음식 페어링을 통해서도 확장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요.
다음 이어지는 코스는 필터커피예요. 원두의 캐릭터를 가장 또렷하게 보여주는 잔이자, 바리스타의 브루잉 실력이 드러나는 순간이기도 해요. 커피를 내리기 전, 먼저 분쇄된 원두의 향을 맡게 하는데요. 향으로 미리 맛을 예상해보는 시간이에요. 그다음, 바리스타는 원두의 성향에 맞게 추출 온도와 속도를 세심하게 조절해 커피를 내려줘요. 작은 변수에도 맛이 달라지는 만큼, 바리스타의 집중력과 감각이 잔에 담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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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지막 단계예요. 목테일과 디저트. 그런데 그 전에, 바리스타가 낯선 향이 나는 작은 병을 건네요. 향을 맡아보니, 시큼한 식초예요. 왜 갑자기 커피 코스에 식초가 등장했을까요? 여기서부터, 커피를 음료가 아닌 요리의 재료로 확장하는 실험이 시작돼요. 바리스타는 앞서 마신 밀크브루에 식초를 붓는데요. 치즈를 만들 때처럼, 단백질과 산이 만나면서 우유가 천천히 두 층으로 분리돼요.
위에는 크림 같은 ‘커드’가, 아래에는 투명한 ‘유청’이 생기죠. 이걸 필터로 걸러내면, 부드러운 커드만 남아요. 바로 이 커드를, 커피 치즈로 만들어서 슈크림 디저트로 사용하죠. 한편, 아래로 걸러진 유청은 투명한 커피 목테일로 만들고요. 이처럼 커피를 요리의 재료로 분리하고 다시 조합해 음료와 디저트로 만드는 과정은 커피의 확장성을 보여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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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코스를 통해, 같은 원두라도 추출 방식, 온도, 페어링 등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을 낼 수 있다는 걸 경험할 수 있어요. 그런데 더 놀라운 건, 바리스타가 그 변화를 어떻게 이야기로 풀어내느냐예요. 눈앞에서 코스를 만들면서, 원두가 자란 땅부터 레시피가 완성되기까지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주거든요. 마시기 전에, 눈으로 과정을 따라가고, 귀로 들으며 경험이 풍부해지죠. 코스가 끝나가니 아쉬움이 생겨요. 이렇게 풍성한 한 잔을, 집으로 가져갈 순 없을까요?
3. Counselor: 취향을 진단하고 커피를 처방하는 카운셀러
©KOFFEE MAMEYA Kakeru
카페에서 마신 커피가 좋아서 원두를 사 왔지만 집에선 다른 맛이 나 당황했던 경험, 있을 거예요. 하지만 마메야에선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돼요. 맛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 친절한 원두 처방전을 만들어 주거든요. 코스를 마친 후, 원두 구매를 결정하면 바리스타는 먼저 사용하는 커피 기구를 물어봐요. 에스프레소 머신, 드립, 모카포트 등 어떤 방식으로 추출하는지에 따라 추천하는 분쇄도와 브루잉 방식이 달라지니까요.
그 다음, 고객에게 맞춘 ‘레시피 카드’를 손글씨로 적어줘요. 원두의 양, 물의 온도와 양, 추출 시간, 분쇄 굵기까지 꼼꼼히 기재되어 있죠. 여기에다가 가장 맛있는 굵기로 추출되는 ‘분쇄 샘플’까지 챙겨 주는데요. 직접 비교하며 분쇄하라는 섬세한 배려가 담겨있죠. 이뿐만이 아니에요. 카드 뒷면의 ‘바리스타 코멘트’에는, 원두의 산지, 로스터, 향미의 특징이 정리돼 있어요. 구매한 커피를 더 깊이 이해하고 취향을 찾아가는데, 지도 같은 역할을 하게 돼요.
이런 카운셀링 철학은 원두 판매 방식에도 드러나요. 메뉴판을 보면, 모든 원두가 150g 단위로 판매되고 있어요. 한 잔당 15g 기준이면, 딱 열 잔 분량. 스타벅스나 일반 로스터리가 보통 200~250g 단위로 파는 것과 비교하면 적은 양이에요. 그런데도, 마메야는 150g이라는 기준을 고수해요. 왜 그럴까요? 이 숫자에서도 마메야의 철학을 엿볼 수 있어요.
스페셜티 커피는 신선도가 생명이에요. 로스팅 직후부터 향미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하죠. 특히 플로럴 향이나 산미처럼 섬세한 풍미는 미세한 변화에도 예민하게 반응해요. 그래서 개봉 후 2주 이내에 커피로 마시는 것을 권장하죠. 하루에 1~2잔 마시는 기준으로 봤을 때, 150g은 그 기간에 알맞게 소진할 수 있는 양이에요. 커피를 가장 좋은 상태로 즐기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용량인 거예요.
또 다른 목적도 있어요. 마메야는 커피를 대량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취향을 탐색하는 여정으로 보길 원하거든요. 그래서 그램수를 줄여 다양한 로스터리의 원두를 자주 바꿔 마시며, 차이를 체험하고 취향을 찾아가길 바라는 거죠. 이러한 마메야의 철학이 한층 더 입체적으로 드러나는 순간이 있는데요. 바로 마메야가 아홉 번째 이어온 행사, ‘이퀄(=equal)에서죠. 그런데 여기서 이퀄은 무엇과 무엇이 같다는 걸까요?
커피의 세계를 키우는 곱셈의 힘
이퀄 시리즈는 원두를 둘러싼 세 전문가가 함께 만드는 콜라보 이벤트예요. 바로 생산자, 로스터리 그리고 바리스타인 카케루죠. 이 세 팀이 하나의 원두를 각자의 시선으로 해석하고, 함께 한 코스를 완성해요. 말 그대로, 세 감각이 동등하게(equal) 곱해진 결과예요. 예를 들어, ‘이퀄 8’ 행사에선 에콰도르의 농장과 덴마크의 로스터리, 그리고 카케루가 협업해, 하나의 원두를 다섯 가지의 방식으로 풀어낸 코스를 선보였어요. 생산자의 손에서 시작된 커피가, 로스터리의 해석을 거쳐, 카케루의 방식으로 구현되는 과정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거예요.
그런데 맛있는 커피를 선보이기 위한 이 콜라보 방식, 이름인 ‘커피 마메야 카케루(KOFFEE MAMEYA KAKERU)’에서도 엿볼 수 있어요. 마메야(豆屋)는 ‘콩가게’를, 카케루(かける)는 ‘곱셈’을 뜻하거든요. 다양한 콩가게를 곱셈한다는 의지의 표현이에요. 여기에 ‘커피(COFFEE)’ 대신 ‘KOFFEE’인 이유는, 더 일상에서 자주 만나도록 키오스크(kiosk)의 K에서 따온 거고요. 이처럼 ‘일상에서 다양한 커피를 큐레이션한다’는 철학을 이름 속에 응축해 두었어요.
마메야는 자신의 브랜드만 고집하거나 내세우지 않아요. 전 세계 로스터리의 시선을 모으고, 그 개성을 존중하며 큐레이션하죠. 로스터의 의도가 드러날 수 있도록, 자신을 비워내기도 하고요. 이렇게 곱셉으로 엮어낸 선택들 덕분에 한 잔의 커피는 매번 새롭게 완성돼요. 마메야의 이퀄한 곱셈이 이어지는 한, 마메야 카케루가 제안하는 커피의 세계는 더욱 커져갈 거예요. 곱셈의 힘은 세니까요.
©KOFFEE MAMEYA Kake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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