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머시브(Immersive)’는 연극, 전시, 광고 등의 앞에 자주 붙어요. 보는 사람의 몰입감을 극대화했다는 의미죠. 분야가 무엇이든, '이머시브'하면 흔히 떠올리는 게 '미디어 아트'예요. 시각을 자극하는 화려한 미디어 아트를 압도적인 스케일로 구현해 몰입감을 높이는 거예요.
그런데 이런 몰입형 경험, 꼭 미디어 아트를 구현하는 기술이 있어야만 하는 걸까요? 몰입형 경험의 핵심은 말 그대로 사용자의 '경험'이에요. 뛰어난 기술이 아니라 '경험을 어떻게 디자인하느냐'가 더 본질적인 문제죠. 오늘은 미디어 기술보다 사용자의 경험에 초점을 맞춰 몰입형 엔터테인먼트를 구현한 사례들을 만나 볼게요. 인사이트에 몰입될 준비, 되었나요?
1️⃣ 앤소포스
잘 만든 오리지널 콘텐츠, 열 브랜드 안 부럽습니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토대로 세계관을 펼쳐 나갈 수도 있고, 다양한 형태로 멀티 유즈(Multi-use)하면서 사업을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제대로 된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기 어려울 경우는 어떻게 해야하죠?
라이센싱을 해서 누군가가 만든 오리지널 콘텐츠의 캐릭터나 스토리 등을 활용할 수 있어요. 물론 그만큼 비용이 들죠. 하지만 이 마저도 어려운 경우가 있어요. 저작권료를 낼 만큼 자본력이 없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럴 땐 과거의 콘텐츠를 활용해 보는 것도 방법이에요. 저작권자가 사망한 후 70년이 지나면 저작권료를 내지 않고도 오리지널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죠.
70년이 넘은 콘텐츠를 누가 보냐고요? ‘앤소포스’를 보면 생각이 달라질 거예요. 누구나 아는 이야기를, 누구도 본 적 없게 만들었거든요. 고객들이 줄을 서는 건 물론이고요.
2️⃣ 뮤지엄 오브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건강상의 이유로 안먹는 사람이 있겠지만, 아이스크림은 대체로 남녀노소 구분할 것 없이 누구나 좋아하죠. 그렇다면 이런 아이스크림을 주제로 박물관을 만든다면 사람들이 찾아갈까요? 아마 사람들의 발길을 불러모으기가 쉽지는 않을 거예요. 아이스크림이 맛있으면 됐지, 굳이 아이스크림에 대한 역사나 제조 방법, 관련 정보 등의 내용을 궁금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테니까요.
그런데 뉴욕에는 아이스크림을 주제로 박물관을 만들어서 사람들을 줄 세우는 곳이 있어요. 이름도 ‘뮤지엄 오브 아이스크림’이에요. 뮤지엄이라는 이름을 달았지만, 이곳에서는 아이스크림에 대한 정보는 있는 듯 없는 듯 제공해요. 대신 아이스크림을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게 하고, 아이스크림을 소재로 경험할 수 있는 다채로운 공간을 구성했죠. 그래서 뉴욕에 있는 모든 뮤지엄 중에 입장료가 가장 비싸도 사람들이 줄을 서요.
뮤지엄 오브 아이스크림은 무엇이 다르길래, 뮤지엄으로 아이스크림 가게에서도 보기 어려울만큼의 긴 줄을 세울 수 있는 걸까요? 힌트는 스스로를 뮤지엄이 아니라 ‘익스피리움(Experium)’으로 정의하는 데 있어요.
3️⃣ 하우스 오브 예스
‘하우스 오브 예스’는 클럽이자 공연장이에요. 이름에서 벌써 어떤 곳인지 딱 감이 오죠?
인종, 성 지향성, 나이, 체형 등과 관계 없이 누구나 환영하는 클럽이에요. 보통의 클럽과 달리 하우스 오브 예스에서는 들어오려는 사람을 함부로 허락하거나 거절하지 않는 거예요. 클럽이 정한 모양새에 맞아서가 아니라, 스스로가 있는 그대로 인정받을 만한 사람임을 느낄 수 있게 해주죠.
클럽의 핵심을 포기했는데, 누구나 오라고 해서 사람들이 가겠냐고요? 브루클린에 위치한 이곳은 뉴욕에서 가장 핫한 클럽 중 하나예요. 인기의 이유는 철학에 있어요. 클럽을 세운 창업자는 이곳을 새로운 사회적 패러다임을 실험하고 수정해나가는 ‘리허설 스튜디오’로 표현하죠. 이곳의 구성원들은 그들이 꿈꾸는 사회의 모습을 실험하고, 누리고 싶은 자유를 연습해 보고 있는 거예요.
그렇다면 클럽 안에서는 어떤 흥미로운 실험들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뉴욕에서 가장 뉴욕다운 하우스 오브 예스를 소개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