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가 유행하던 때가 있었어요. 건강에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순간의 도파민을 위해 기꺼이 선택하게 되는 것들이죠. 하지만 팬데믹을 지나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지금, 길티 플레저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로 대체되었어요.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는 동시에 건강까지 챙기겠다는 태도예요. 반짝했던 길티 플레저와 달리 헬시 플레저는 유행을 넘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았어요. 시간이 지날 수록 운동, 식사, 디저트 등 더 넓은 영역으로 퍼져 나가는 중이죠. 헬시 플레저 트렌드는 주류 업계마저 접수했는데요. 술을 마시는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몸에 좋지 않은 알코올은 없는 '논알코올' 주류에 대한 인기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거든요. 실제로 비즈니스 데이터 플랫폼 '스태티스타'에 의하면 2018년 225억 달러 규모였던 전세계 논알코올 맥주 시장이 2028년에는 512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었어요. 맥주 시장의 성장률과 비교하면 그 격차가 더욱 실감나는데요. 2023년, 미국 전체 맥주 판매 성장률은 1% 수준이었던 반면, 논알코올 맥주는 35%나 성장했죠. 이렇게 점점 사람들이 술을 찾지 않는 현상, 주류 회사나 술집 입장에서는 호재일까요, 악재일까요? 주류를 구매하거나 술집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 테니 악재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런데 발빠른 업계의 플레이어들은 이런 소비자들의 변화에 맞춰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어요. 술의 본질은 알코올이 아니라 술이 가져다 주는 즐거움, 사람들을 한 데 어우러지게 만드는 힘으로 재정의하면서요.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는 새로운 술 문화는 어떤 모습일까요? 1️⃣ 스마도리 바 일본의 성인 인구 중 술을 마시지 않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요? 놀랍게도 절반 정도는 술을 마시지 않아요. 스마도리 바는 술을 파는 바이지만,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을 타깃했죠. 그리고는 이들을 분석했어요.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현상은 동일하지만, 사람마다 술을 마시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니까요. 시장을 세분화하니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바를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실마리가 보이는 듯 해요.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은 크게 두 가지 부류로 구분할 수 있어요. 체질적으로 알콜을 섭취할 수 없는 사람, 그리고 체질적으로는 술을 마실 수 있는 사람. 전자는 알콜을 섭취할 수 없어도 술자리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술집 자체를 불편해 하는 사람들로 또 한 번 나뉘고요. 후자의 경우 술이 받기는 하지만 알콜이나 술집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죠. 정리하자면, 밖에서 술을 마시지 않는 데에는 체질과 공간이 두 가지 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그래서 스마도리 바는 이 두 가지를 바꿨죠. 이렇게 하면 바가 어떻게 달라질까요? 2️⃣ 굴루 구루 타이베이는 칵테일 씬(Scene)의 숨은 강자예요. 창의적이고, 임팩트 있는 곳들이 수두룩 하죠. 웬만한 내공이 아니고서는 칵테일 바가 살아 남기 힘든 환경이죠. 이런 타이베이 칵테일 씬은 크게 2가지 방향성을 갖고 있어요. 하나는 ‘고급화’. 그 바만의 테크닉, 맛, 퍼포먼스 등으로 어디서도 보기 힘든 희소한 경험을 선사해요. 단순히 칵테일의 맛뿐만 아니라 고객의 오감을 자극하거나 고객 경험에 서사를 부여하죠. 대표적인 예가 ‘언더 랩’ 이에요. 칵테일과 핑거 푸드가 코스로 준비되는 언더 랩의 ‘테이스팅 메뉴’는 인당 10만 원이 훌쩍 넘기도 하죠. 또 다른 하나는 ‘대중화’. 칵테일을 만드는 방식, 칵테일을 소비하는 맥락을 바꾸어 합리적 가격에 간편한 칵테일을 판매하죠. 대표적인 예가 탭 칵테일의 시초인 ‘드래프트 랜드(Draft Land)’와 칵테일계의 편의점을 꿈꾸는 RTD 칵테일의 힙스터 ‘왓(WAT)’이에요. 이 두 가지 흐름에서 ‘굴루 구루’는 어디쯤 위치해 있을까요? 방향성만 따지자면 대중화에 가깝지만, 방법적인 측면에서 시장의 허를 찔렀어요. 어떻게냐고요? 3️⃣ 아사히 맥주캔에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이대자 ‘팩맨’ 게임이 실행됩니다. 맥주 캔은 미로로 변신하고, 미로 안 팩맨이 고스트를 피해 쿠키를 먹기 시작하죠. 일본의 맥주 업계 1위, ‘아사히’가 2023년 말, 신제품 ‘아사히 수퍼 드라이 드라이 크리스털’을 출시하며 기획한 게임이에요. 게임의 이름은 ‘드라이 크리스털 X 팩맨’. 2023년 10월 11일에 출시되어 2024년 1월 4일까지 플레이된 이 게임은 25만명의 참가자를 모았어요. 누구나 아는 클래식한 게임인 팩맨에 AR 기술을 접목시켜 새로움을 더했더니 젊은 세대의 관심도가 높았죠. 맥주를 잘 마시지 않던 소비자들도 이 게임을 즐기기 위해 맥주를 구매할 정도였고요. 바로 이 지점이 아사히가 노린 바예요. 아사히는 요즘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맥주를 마시지 않는 사람들을 고객으로 포섭하는 데에 열심이거든요. 팝업 매장을 열거나, 신제품을 출시할 때에도 비애주가들을 타깃하고 있죠. 그런데 맥주를 마시는 고객이 설득하기 더 쉽고, 경쟁사 고객을 데려온다고 생각하면 숫자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아사히의 생각은 그게 아닌가 봐요. 업계의 넘버 원이 아니라 온리 원을 꿈꾸는 맥주 회사, 아사히의 이야기를 들어 볼게요. 4️⃣ 사이초 김치볶음밥에 산도 높은 이태리 끼안티 와인, 드셔 보셨나요? 한식에, 그것도 쿰쿰하고 새콤한 신김치가 들어간 볶음밥에 와인이라니, 생소하다고 생각할 거예요. 하지만 이 김치의 신맛과 끼안티 와인의 산도는 의외로 궁합이 좋아요. 김치볶음밥만, 끼안티 와인만 따로 먹었을 때는 경험하기 힘든 맛의 조화를 경험할 수 있죠. 의외의 조합에서, 생각 이상의 미식을 맛보는 것. 이게 바로 페어링의 묘미예요. 그런데 여기에서 잠깐. 와인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이라면요? 체질적으로 알코올 분해가 어렵거나, 건강 상의 이유로 알코올 섭취를 지양하는 사람은 이런 미식의 재미를 포기해야 하는 걸까요? 여기에 대해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즐거운 미식을 경험할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하는 브랜드가 있어요. 바로 런던의 논알코올 스파클링 티 브랜드, ‘사이초(Saicho)’예요. 비단 맛있는 무알코올 음료를 넘어, 음식과 페어링했을 때 감칠맛이 폭발하는 음료로, 와인이나 샴페인의 완벽한 대체재를 지향하죠. 사이초가 이끄는 술 없이도 맛있는 페어링의 세계, 함께 알아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