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코엔지는 왠지 모를 운치가 있는 동네예요. 이 동네에는 고가로 지하철이 다니는데, 그 아래로 식당, 이자카야 등의 상점가가 소탈하게 줄지어 있죠. 이곳에서 이자카야 겸 교자 가게를 하던 가게 주인은 고민이 있었어요.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모객할 방법을 찾고 싶었던 거예요. 그러다 ‘0엔 교자’ 아이디어를 냈어요. 드링크를 시키면 교자를 무료로 주는 서비스죠.
반응이 폭발적이었어요. 인기를 끌고 화제를 모으자 이 서비스를 상시화했어요. 그래서 ‘도코로 다치바나’에는 ‘0엔 교자’라는 별칭이 붙었어요. 술을 처음 시킬 때만 교자를 서비스로 내주는 게 아니에요. 드링크를 시킬 때마다 교자 5개를 공짜로 줘요. 술을 여러 잔 마실 요량이면 교자를 배터지게 먹을 수 있죠.
그런데 0엔 교자의 메뉴판을 보면 흥미로운 메뉴가 보여요. 바로 교자 메뉴예요. 그들의 홍보대로라면 0엔이어야 하는데 버젓이 250엔(약 2,500원)이라는 가격이 붙어 있어요. 이자카야니까 손님들이 술을 마시러 왔을 거고 술을 시키면 교자 한 접시를 주니, 아마 이곳에선 제값을 내고 교자를 시키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예요. 그런데도 가격을 붙여 놓았어요.
왜 그랬을까요? ‘디코이 효과’와 ‘프레이밍 효과’로 설명할 수 있어요.
누가봐도 이상하게 생각할 선택지가 있어요.
온라인판 정기 구독이 59달러이고 오프라인판 정기 구독이 125달러인데, 둘을 합친 정기 구독 옵션도 125달러라니 이상하게 보일 수밖에요. 위의 보기대로라면 옵션 2번은 아무도 선택하지 않을 거예요. 같은 가격이면 사람들이 당연히 온라인판 정기 구독도 함께 있는 옵션 3번을 고를 테니까요.
뭔가 잘못 쓴 거 아니냐고요? 그렇지 않아요. 위 3가지 옵션은 영국을 대표하는 경제 매거진 <이코노미스트> 정기 구독 옵션이에요.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선택지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구독을 하거나 그냥 지나칠 거예요. 하지만 미국 듀크대학교에서 행동 경제학을 가르치는 댄 애리얼리 교수는 <이코노미스트>가 바보 같은 짓을 할리 없다고 판단해 실험을 해보죠.
MIT 대학을 다니는 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위의 3가지 옵션을 제시하고 선택하도록 했어요. 학생의 16%는 옵션 1을, 84%는 옵션 3을 선택했죠. 당연한 결과지만 옵션 2를 선택한 학생은 없었어요. <이코노미스트>의 정기 구독 옵션에 대한 선호 현황을 파악한 댄 애리얼리 교수는 다음 실험을 진행해요. 누구도 선택하지 않은 옵션 2를 제외하고 선택지를 준 거예요. 결과는 어땠을까요?
68%의 학생이 옵션 1을 선택했어요. 옵션이 3가지 있을 때와 반대의 결과예요. 옵션이 3가지 있을 때는 옵션 2와의 가격 비교를 통해 혜택을 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옵션 3을 선택하는 비중이 늘어나는 거예요. 설령 오프라인판에 대한 필요성을 못느낀다 하더라도 말이죠. 반면 옵션이 2가지뿐이라면 가격 비교 대상이 없어서 학생들이 오프라인판을 선택을 하지 않는 현상이 벌어져요.
이럴 경우 <이코노미스트>의 입장에선 당연히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옵션이 3가지 있으면 100명당 매출이 11,444달러인 반면, 2가지 옵션에서는 100명당 매출이 8,012달러로 30% 가량 감소하죠. 이처럼 옵션에 따라 고객의 선택이 달라지는 효과를 ‘디코이(Decoy) 효과’라고 합니다. 디코이는 미끼라는 뜻으로, 고객의 선택을 유도한다는 의미예요.
댄 애리얼리 교수의 실험이 떠오른 건, 실제로 디코이 옵션으로 고객을 유인하는 교자 가게를 발견했기 때문이에요. 도쿄에 있는 '도코로 다치바나' 만두 가게는 '0엔 교자'로 더 유명해요. 별칭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맥주 등 음료를 시키면 5개의 교자가 얹어진 한접시를 공짜로 나눠줘요. 한 접시만 무료로 내어주는 게 아니라 맥주 잔이 추가될 때마다 공짜 교자도 추가돼요. 원래는 가끔씩 이벤트를 열어 0엔 교자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인기를 끌고 화제를 모으자 상시화한 거예요.
ⓒ시티호퍼스
그런데 0엔 교자의 메뉴판을 보면 흥미로운 메뉴가 보여요. 바로 교자 메뉴예요. 그들의 홍보대로라면 0엔이어야 하는데 버젓이 250엔(약 2,500원)이라는 가격이 붙어 있어요. 이자카야니까 손님들이 술을 마시러 왔을 거고 술을 시키면 교자 한 접시를 주니, 아마 이곳에선 제값을 내고 교자를 시키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예요. 그런데도 가격을 붙여 놓았어요.
<이코노미스트>의 오프라인판 옵션처럼 바보같은 메뉴이지만, 이 메뉴 덕분에 고객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매출도 올라가요. 원래 맥주를 마시려고 했던 고객은 480엔짜리 맥주를 한 잔 마실 때마다 250엔의 혜택을 얻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져요. 또한 원래 교자를 먹으려 했던 손님은 교자를 시킬 바에야 230엔(480엔-250엔)을 추가해 맥주를 시켜서 공짜 교자를 먹으니 가게의 매출이 올라가죠.
ⓒ시티호퍼스
0엔 교자의 이러한 가격 체계가 더 인상적인 건, 디코이 효과뿐만 아니라 ‘프레이밍(Framing) 효과’도 동시에 누리기 때문이에요. 프레이밍 효과는 선택지의 틀에 따라 사람들의 판단이 달라지는 현상을 말해요. 똑같은 사안을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는 이론이죠.
그렇다면 0엔 교자는 프레이밍 효과를 어떻게 활용할 걸까요? 0엔 교자의 방식은 사실상 세트 메뉴와 똑같아요. 480엔에 맥주와 교자를 함께 주니까요. 결국 맥주와 교자로 이루어진 세트를 480엔에 파는 셈인데, 이를 세트 메뉴라고 하지 않고 교자를 공짜로 준다고 하니 손님이 줄을 서요. 프레이밍이 달라져 결과가 바뀌는 거예요. 세트 메뉴와 다를 게 없는데도 말이죠.
0엔 교자의 가격 체계에 담긴 인사이트를 소개하고 싶어서 매장을 방문했는데, 최종적으로는 콘텐츠화하지 못했어요. 인사이트가 없어서가 아니라 매장의 분위기가 여행의 경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아서죠. 고가 철도 아래 시장 같은 골목에 있어 현지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에 위치해 있다는 점은 여행의 경험에 도움이 돼요. 하지만 매장 내부는 담배 냄새가 깊게 배어있어 여행의 경험을 망칠 수도 있어요. 참고로 도쿄에는 예전보다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실내에서 흡연할 수 있는 식당이나 이자카야가 곳곳에 있죠.
비흡연자라면 도쿄에 갔을 때 0엔 교자의 인사이트를 경험하기 위해 매장을 직접 방문할 필요까진 없지 않을까요. 공짜 교자도 좋지만 건강이 더 중요하니까요. 물론 흡연자라면 여행에서 술 한 잔하기 딱 알맞은 장소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