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세대, Z세대, 알파세대까지. 세상은 끊임없이 새로운 세대를 주목해요. 그들이 즐기는 문화를 조명하고, 다가올 세대가 기성 세대와 어떻게 다른지 얘기하죠. 이 주제는 특히 마케팅 씬(Scene)에서 늘 화두예요. 새로운 세대의 마음을 얻어야 트렌드를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하지만 현실과 인식 사이, 오해가 생길 여지가 있어요. 세대에 대한 논의가 대부분 해당 세대가 아닌 사람들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이에요. 그렇다 보니 미디어에서 묘사하는 모습을 쉽게 믿거나 ‘카더라’가 여론을 조성하기도 하죠. 2024년 현재, 10~20대인 Z세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에요. 우리가 아는 Z세대의 모습과 현실의 Z세대 사이에는 괴리가 있죠.
이에 도쿄의 마케팅 회사 ‘시부야109 랩’은 Z세대의 진짜 목소리를 듣고 트렌드를 분석해요. 수백 명의 Z세대를 대상으로 일, SNS, 뉴스, 연애 등의 주제를 정해 설문 조사와 인터뷰를 진행하죠. 시부야109 랩이 밝힌 Z세대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그간 Z세대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함께 풀어봐요.
시부야109랩 미리보기
• #1. 칼퇴만 바라는 Z세대? - 달라진 일의 기준과 의미
• #2. 과시하길 좋아하는 Z세대? - 진정성을 고민하다
• #3. 자기밖에 모르는 Z세대? - 더 나은 사회를 꿈꾼다
• Z세대? 알파세대? 이제는 ‘퍼레니얼’이다!
걸그룹 뉴진스가 일본 데뷔를 앞두고 ‘이 곳’에 대형 포스터를 내걸었어요. 세븐틴, 스트레이 키즈 등다수의 케이팝 그룹도 일본 활동의 거점으로 여기를 택했죠. K팝 아이돌들의 일본 활동의 시작을 알리는 이 곳은 어디일까요? 바로 도쿄 시부야 한 복판에 위치한 10층짜리 대형 쇼핑몰 ‘시부야109’예요. 일본 Z세대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곳이죠.
ⓒShibuya109
시부야109는 어마어마한 규모뿐 아니라 최적의 입지를 자랑해요. 시부야의 상징, ‘시부야 스크램블’이라 불리는 교차로 바로 옆에 위치해 있는데요. 멀리서 봐도 건물 꼭대기에 걸린 커다란 ‘109’라는 숫자 덕분에 눈에 확 띄죠. 시부야 스크램블은 유동 인구가 많기로 손꼽혀요. 오가는 사람이 얼마나 많으냐고요? 한 번 신호가 바뀔 때마다 교차로를 건너는 사람이 무려 1천~2천5백명이래요. 일본 내에서는 물론, 세계적으로 봐도 엄청난 번화가죠.
시부야109가 트렌드의 거점이 된 건 거대한 규모와 번화한 위치 때문만은 아니에요. 시부야109가 지닌 ‘상징성’도 무시할 수 없죠. 1979년 개장한 이래로 일본 10~20대의 패션을 책임져 왔거든요. 국내에는 ‘갸루 화장’, ‘갸루 패션’으로 알려진 갸루(ギャル) 문화 역시 이곳을 중심으로 퍼져 나갔고요. 시부야109에는 120개 넘는 가게가 입점해 있어요. 다양한 패션, 뷰티 브랜드와 식음료 매장에 더해 스티커 사진, 팝업 스토어 등의 활동도 즐길 수도 있죠. 상품을 넘어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거예요.
이런 시부야109를 운영하는 회사의 이름은 ‘시부야109 엔터테인먼트’인데요. 교통, 부동산 개발, 리테일, 건설, 호텔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있는 ‘도큐 그룹’의 자회사예요. 시부야109 엔터테인먼트는 시부야109 운영을 도맡아 오다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발견했어요. 도쿄의 10~20대 패션 트렌드가 모이는 쇼핑몰을 운영하다 보니, 자연스레 젊은 세대와 기업 및 사회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었어요. 이에 시부야109 엔터테인먼트는 마케팅 비즈니스에서 기회를 봤죠.
그러나 단순히 마케팅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에 그치지 않았어요. 10~20대, 소위 말하는 ‘Z세대’의 트렌드를 분석하고 연구해 마케팅 인사이트를 발굴하는 역할까지 했죠. 그 일환으로 ‘시부야109 랩’이라는 연구소를 세웠어요.
시부야109 랩이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예요. 먼저 연구소라는 뜻의 이름에 걸맞게 Z세대의 관심사와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해요. Z세대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해 그들의 ‘진짜 목소리’를 들으려 하죠. 이 결과를 바탕으로 한 해의 트렌드를 결산하거나, 트렌드 예측 콘텐츠를 발행하기도 해요. ‘카페 부문’, ‘아티스트 부문’, ‘콘텐츠 부문’ 등 카테고리별 주목할 만한 키워드를 공개하죠. 한편으로는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들을 활용해 기업의 마케팅 전략 수립을 도와요. 시부야109에서 프로모션을 진행하거나 오프라인 광고를 진행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기도 하고요.
시부야109 랩이 공개한 Z세대의 진짜 이야기는 어떨까요? 흔히 미디어에서 풍자되는 모습과 같을까요? 시부야109 랩이 Z세대를 직접 조사하고 공개한 리포트를 통해 Z세대의 일, SNS, 가치관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알아봐요.
#1. 칼퇴만 바라는 Z세대? - 달라진 일의 기준과 의미
Z세대는 정말 ‘별난’ 세대일까요? 미디어에서 희화화되는 Z세대의 모습을 보면 회사에서 눈치 없고, 이기적이고, 칼같이 퇴근 시간을 지키는 모습으로 묘사되어요. 그런데 이거, 사실이 맞나 의심스러워요. 현실보다 과장되게, Z세대의 단면만 부각시켜 오히려 편견을 조장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현실 속 Z세대의 진짜 모습을 이해하기 위해, 시부야109 랩이 취업을 앞둔 학생 400여 명을 대상으로 일에 관해 물었어요.
시부야109 랩의 조사 결과를 보면, Z세대가 생각하는 ‘일’에 대한 편견이 깨져요. 일에 욕심 없고 열정 따위는 없을 것이라는 편견과 달리, 10명 중 7.5명이 일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올리길 바란다고 답했거든요. 심지어 편한 직장엔 입사하고 싶지 않다는 사람도 있었어요. 에너지 넘치는 시기를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거였죠. Z세대는 그 어떤 세대보다 성장하려는 욕구가 강한 세대예요.
하지만 기존 세대와 다른 점이 있어요. 바로 ‘속도’예요. 응답자 10명 중 8명이 “자신의 속도대로 성장하고 싶다”고 답했어요. 누구보다 빨리 성장하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과반수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죠. 남들보다 빠르게 꼭대기로 올라가고자 했던 기성세대와는 눈에 띄게 다른 지점이에요. 이러한 변화에는 어떤 배경이 있을까요?
인공지능의 등장과 발전으로 인해 많은 일이 사람에서 기계로 옮겨갔어요. 완전히 대체되거나 그렇게 되어가는 직업도 여럿이고요. 그만큼 새로운 일이 생겨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신경 쓰여요. 갓 입사하거나 취직을 준비하는 Z세대에게는 더욱 그렇죠.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10명 중 7명이 “AI로 대신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싶다/기술을 지니고 싶다”고 답했어요. 이제 Z세대들의 경쟁 상대는 내 옆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상대적 ‘뛰어남’보다 절대적 ‘차별화’가 중요한 시대가 된 거죠.
한편으로는 변화에 익숙한 세대답게 인공지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요. 32.9%의 응답자가 입사 전형 과정에서 AI 툴을 사용해봤다고 답했죠. 챗GPT를 활용해 기업의 사업 내용을 파악하거나, 입사지원서의 초안을 작성한다는 거예요. SNS를 통해 기업에 대해 조사한 뒤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건 물론이고요. 새로운 기술의 등장과 그에 따른 시대의 변화를 마냥 두려워하기보다, 받아들이고 활용하는 태도가 돋보여요.
일만큼 동료와의 관계도 중요하게 생각해요. 입사 후 어떻게 활약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1, 2위를 차지한 답변은 이랬어요. “주변 사람에게 의지가 되고 싶다.”, “함께 일하는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다.” 일의 성과와 관계 모두 훌륭히 해내고 싶은 거죠. 일에 진심이 아니라면 나오기 어려운 답변이에요.
ⓒShibuya109 lab
그렇다면 Z세대가 가고 싶은 직장, 가기 싫은 직장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일과 생활의 균형, ‘워라밸’을 빼놓을 수 없어요. 87.9퍼센트의 응답자가 “워라밸을 지키고 싶다”고 대답했죠. 또한 Z세대는 윤리적이고 태도가 좋은 회사에서 일하고 싶어 했어요. 아무리 규모가 큰 기업이라도 설명회나 채용 과정에서 문제 되는 발언이 있었다면 피하려고 하죠. 용모 등 업무 능력과 무관하다고 생각되는 제재가 많은 곳도 선호하지 않아요.
일에 열정이 있고 성장하고 싶다고 하더니, 워라밸도 중요하다고 답했어요. 언뜻 보면 모순적으로 보이는 이 답변은, 오히려 더 깊이 헤아려보면 지극히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워요. 회사를 까다롭게 고르는 것도, 어렵게 들어간 직장에서 워라밸을 찾는 것도, 모두 일에 열정적이기 때문이거든요. 무슨 말이냐고요?
Z세대는 더 오래, 더 잘 일하기 위해서 워라밸을 중시해요. 여기에서 일본의 사회적 변화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어요. 일본은 2010년에 이미 초고령사회로 접어들었어요. 총 인구 중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20퍼센트를 넘긴 거예요. 법정 정년은 60세지만, 계약직 등으로 고용을 이어나가기 때문에 사실상 65세까지는 일하죠. 도요타자동차는 사실상 정년을 70세까지 늘릴 예정이라고 하고요. 노년층과 기업에는 기회지만, Z세대의 입장에서는 어떨까요? 완주해야 할 거리가 늘어난 만큼, 여정을 함께할 파트너를 고르는 데 신중해지는 건 당연할지도 모르겠어요. 지치지 않도록 페이스를 유지하려는 자세는 당연한 걸 넘어 꼭 필요할 테고요.
#2. 과시하길 좋아하는 Z세대? - 진정성을 고민하다
인스타그램부터 X(구 트위터), 틱톡까지, Z세대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SNS죠. Z세대들은 여러 가지 SNS를 오가며 활발히 활동해요. SNS를 활발하게 하는 세대이기 때문에 보여지는 것을 중시한다는 오해가 있어요. 하지만 Z세대가 SNS를 어떻게, 왜 사용하는지 알고 나면 그 편견이 깨질 거예요. Z세대가 SNS를 사용하는 건 보정으로 다시 태어난 셀카를 올리기 위한 것도, 새로 산 옷을 자랑하기 위한 것도, ‘좋아요’를 많이 받기 위한 것도 아니거든요. 시부야109 랩이 15~24세의 남녀 460여 명을 대상으로 SNS 사용 행태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어요.
ⓒShibuya109 lab
‘불특정다수’와 ‘과시’는 SNS와 떼려야 뗄 수 없는 키워드예요. 하지만 SNS 계정을 비공개 계정으로 운영한다면요? Z세대 중 68.7퍼센트가 메인 계정을 비공개로 설정해 놨다고 해요. 다수의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적지만 친밀한 몇 사람과의 소통이 주된 이유라는 거죠. 자기가 그린 그림을 올리는 등의 부계정은 예외지만, 그마저도 기록의 목적이 크다고 해요.
트위터, 인스타그램에 게시물을 올리는 이유. 트위터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가 1, 2위를 차지했고, 인스타그램에서는 ‘추억을 기록하기 위해서’가 1위를 차지했다. ⓒShibuya109 lab
사실 SNS에 대한 이상과 현실에는 약간의 괴리가 있어요. 설문에 응한 Z세대 57.9퍼센트가 “SNS상에서 인정받고 싶은 사람으로 비춰지고 싶지 않다”고 응답했어요. 한편 SNS를 통해 인정 욕구가 충족된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과반수(60.2%)가 ‘그렇다’고 답했죠.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기는 하지만, 그 도구가 SNS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더불어 과도하게 보정한 사진을 올리거나, 너무 자주 게시물을 업로드하는 걸 경계하기도 해요. 어떤 심리일까요?
일본에서 ‘비 리얼(Be Real)’이라는 SNS가 히트를 친 이유에서 힌트를 찾아볼 수 있어요. 비 리얼은 2020년에 프랑스에서 출시된 소셜 미디어 서비스예요. 하루 한 번, 무작위로 알람이 울리면 2분 안에 사진을 찍어 올려야 하죠. 전후면 카메라가 동시에 촬영되고, 필터 기능도 없어서 리얼한 결과물이 나올 수밖에 없어요. 게시물은 친구에게만 공개되고, 새로운 게시물을 올리면 이전 건 사라지죠. 하루 업로드 횟수는 1회로 제한되어 있고요.
ⓒBeReal
이 새로운 소셜 미디어는 2022년과 2023년, 일본의 Z세대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어요. 일본공영방송(NHK)에 따르면, 2022년 8월엔 앱 스토어 다운로드 수 1위를 차지했죠. 비 리얼의 인기는 젊은 세대가 기존 SNS에 피로도가 높았음을 방증해요. 꾸며진 모습을 보고, SNS 속 타인과 현실의 자신을 비교하는 데 지친 거죠. 그렇지만 또래와 소통하려면 SNS를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고요. 이런 상황에 때맞춰 등장한 비 리얼은 ‘진정성’ 있는 소통을 가능하게 해줬어요.
진정성에 대한 Z세대의 수요는 분명해요. 시부야109 랩에 따르면, 응답자 과반수가 “공개적인 자리보다 개인적으로 칭찬받는 걸 선호한다”고 했어요. 또한, 일상생활 속에서 인정 욕구가 충족되는 경우를 묻는 질문에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답변은 “다른 사람이 나를 의지할 때”였죠. 인스타그램의 ‘좋아요’ 수가 많을 때가 아니라요.
#3. 자기밖에 모르는 Z세대? - 더 나은 사회를 꿈꾼다
우리가 Z세대에 대해 제대로 파악해야 할 또 하나의 오해는, Z세대는 자기밖에 모른다는 인식이에요. 다른 사람은 물론 세상사에 관심이 없다고요. Z세대는 정말 자기만 옳다고 믿고, 자기만 잘 살면 된다고 생각할까요? 사실 Z세대는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세대예요. 사회의 숙제가 ‘생존’에서, ‘어떻게 하면 더 잘 살 수 있을까?’로 넘어왔기 때문이죠. 양적 성장은 어느 정도 이룬 상태에서, 질적 성장을 고민하는 거예요.
Z세대 앞에 놓인 대표적인 사회 문제로는 젠더 평등 이슈가 있어요. Z세대는 이 주제에 익숙해요. 학교 수업 과정에서 논의되기 때문이에요. 57.8퍼센트가 “젠더에 관한 수업을 받은 적 있다”고 답했죠. 뿐만 아니라 주변이나 미디어에서 전보다 쉽게 성 소수자들을 접하며 익숙해지기도 했어요. 변화 수용성이 높은 세대답게, 이러한 변화를 자연스럽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죠.
성별은 더 이상 사람의 특성을 파악하고 구분 짓는 기준이 되지 못해요. Z세대는 성별로 규정되고 고정되지 않아요. 패션에 있어서도 그렇죠. 성별과 패션에 대한 물음에 71.7퍼센트의 응답자가 “성별에 얽매이지 않고 스타일을 즐기고 싶다”고 답했어요. 일부러 남성용 의류를 구매했다는 여학생도 있었죠. 넉넉한 핏이 귀엽다고 생각해서요. 스타일에 따라 고른 옷이 알고 보니 남성용이어도 아랑곳하지 않아요. 반대로 남학생이 여성용 패션 아이템을 착용하기도 하고요.
카고 팬츠, 헤드폰 코디는 성별과 무관하게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스커트와 긴 머리, 네일 아트는 더 이상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다. ⓒShibuya109 lab
ⓒShibuya109 lab
스스로가 다양한 스타일을 즐기듯, 다른 사람의 취향도 존중해요. Z세대 10명 중 7.8명이 “젠더리스 패션을 즐기는 것은 그 사람의 자유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죠. 교복도 마찬가지예요. 성별과 무관하게 교복 바지 혹은 치마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죠. 학교들도 학생들의 인식 변화에 맞춰 달라지고 있어요. 대다수의 학교가 여학생도 교복 바지를 입을 수 있도록 옵션을 두었죠.
그렇지만 사회에는 여전히 선입견이 존재해요. 예를 들어 식당은 남자 손님은 많이, 여자 손님은 적게 먹을 거라고 생각해 ‘레이디 세트’를 만들어놨어요. 양이 적은 남학생은 ‘레이디’라는 이름 때문에 양이 적은 메뉴를 고르길 주저하죠. 화장품 가게를 들어갈 때도 머쓱하게 입장하거나 발걸음을 돌리곤 해요.
절반이 훌쩍 넘는 응답자가 ‘여성다움’, ‘남성다움’을 강요받는 것에 위화감과 불평등감을 느낀다고 답했어요. 젠더와 관련해 차별적인 발언을 들으면 불쾌함을 느꼈고요.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현상뿐 아니라 기저에 깔린 인식 자체가 변하고 있는 거예요. 한편으로는 타인의 언행에 불편해하는 만큼,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도록 신경 썼어요. 응답자 중 66.6퍼센트가 “젠더에 관해 차별적이거나 부적절한 발언을 하지 않도록 의식하고 있다”고 답했죠.
Z세대는 다양한 가치를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동시에 모두의 생각이 같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죠. 10명 중 7.9명이 젠더를 포함한 다양성에 대해 “가치관이 맞지 않는 사람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어요. 비슷한 비율의 응답자가 “가치관이 맞지 않는 사람과는 싸우지 않고 거리를 두고 싶다”고 밝혔고요.
Z세대는 젠더 감수성만 뛰어난 게 아니에요. 전반적인 사회에 대한 관심도도 높죠. 응답자 중 70%가 하루에 1번 이상 뉴스를 본다고 답했어요. 하루 2번 이상 뉴스를 확인하는 비율은 40%였고요. 관심 분야도 다양했어요. 문학/과학이 33.3%, 세대 차이나 젊은 세대에 관한 화제가 32.7%, 스포츠가 32.7%로 여러 분야에 걸쳐 비슷한 수준의 관심을 보였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 해외 뉴스에도 큰 관심을 보였어요. 스스로와 아주 밀접한 문제가 아니더라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거죠.
Z세대가 SNS를 활용하는 법. 인권,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Shibuya109 lab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뉴스 정보를 취합하는 과정이에요. 신문을 구독하거나 뉴스를 시청하는 것이 전부였던 때와는 상당히 다르죠. 우선, 1개의 뉴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때 1개의 수단만을 사용하지 않아요. 다양한 출처를 통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죠. 평균적으로 1개의 뉴스를 파악하는 데 3.23개의 매체를 본다고 해요. 체크하는 정보로는 ‘동영상 및 시각 자료 증거’가 제일 먼저 손꼽혔어요. SNS에서 접한 뉴스는 TV나 신문 등 매스 미디어에서도 보도되고 있는지 확인했고요. 그래프 같은 수치적 근거도 살폈어요. 모두 내용의 진위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예요.
Z세대는 결코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세대가 아니에요. 오히려 스스로 존중받기를 원하는 만큼, 나와 다른 사람도 존중하고자 하죠. 세상 돌아가는 일에 무관심하지도 않아요. 넘치는 정보 속에서 가치 있는 정보를 걸러내기 위해 수고를 들이죠. 필요한 건 더 나은 사회를 고민하는 Z세대의 노력이 아니라, 그들에 대한 오해를 거두는 일이 아닐까요?
Z세대? 알파세대? 이제는 ‘퍼레니얼’이다!
데이터에 기반해 Z세대를 제대로 알고 나니 그간의 편견이 사라져요. 달라진 일의 기준, 진정성 있는 소통,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고민… 그런데 Z세대의 이런 모습은 그들만의 이야기인 걸까요? Z세대라는 말을 떼고 보면,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모습과 닮아 있어요.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을 포함한 많은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해요. “세대가 아니라 시대”라고요. 시대가 변함에 따라 마주하는 문제들이 바뀌었다는 거죠. 달라진 우선순위도, 새로운 생활양식과 고민거리도 특정한 세대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일인 거예요.
여기에 글로벌 트렌드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 마우로 기옌(Mauro Guillen) 교수가 새로운 개념을 제안했어요. ‘퍼레니얼(perennial)’. 원래는 ‘다년생식물’을 뜻하는 단어지만, ‘자신이 속한 세대의 생활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세대를 뛰어넘어 살아가는 사람’을 의미하는 말로 쓰였어요. 여러 세대가 어우러져 기술, 문화, 환경을 공유함에 따라 40대가 20대 같은 가치관을, 20대가 40대 같은 취향을 가질 수 있는 거죠.
“2050년이 되면 최대 9~10세대가 함께 살게 될 것이다. ‘나이에 걸맞게 행동하라’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인생의 다양하고 복합적인 전환이 보장되는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라.”
- 마우로 기옌, 《멀티제너레이션, 대전환의 시작》 중
Z세대에 대한 오해를 바로 잡자, 시대의 흐름이 보여요. 퍼레니얼의 시대, 이제는 세대를 뛰어넘어 교류하는 태도가 필요해요. Z세대의 진짜 목소리를 조명해 이해도를 높였던 것처럼, 그리고 Z세대가 세상에 관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처럼요.
Reference
SHIBUYA109 lab. MATEが選ぶ SHIBUYA109 lab.トレンド大賞2023, PR TIMES
일본, 정년 넘긴 ‘65~69살’ 절반 이상 일한다, 한겨레
日, 한국과 같은 60세 정년인데 기업 99%가 65세까지 고용, 동아일보
“일손이 모자라”... 日 도요타자동차, 정년 70세까지 늘린다, 조선일보
インスタ映えにさよなら?“映えない”新SNSヒットの背景, NHK
마우로 기옌, <멀티제너레이션, 대전환의 시작>, 리더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