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초의 ‘캐슬 스테이’, 수백 년 전의 일상을 살아본다

밸류 매니지먼트

2024.04.09

고향이 하나 둘 사라져가고 있어요. 어렸을 적 뛰어다니던 동네의 거리는 활기를 잃어가고, 자주 가던 단골 가게에도 불이 꺼진 지 오래죠. 가게뿐만이 아니에요. 동네 사람들이 살고 있던 집조차 텅 비어버렸으니까요. 모두 저출산과 고령화, 수도권 과밀화에서 비롯된 ‘지방 소멸’의 현실이죠.


이때, 국가에서도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지방 소멸을 막아보고자 등장한 구원투수가 있어요. 이름은 ‘밸류 매니지먼트’. 그런데 그 방식이 좀 독특해요. 몇 백 년도 더 된 예전의 일상을 살아볼 수 있게 해주거든요. 도시의 역사를 품고 있는 오래된 건물을 되살려서 말이죠. 오사카성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성의 유일한 주인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는 것도 가능해요. 심지어 마을 전체가 타임 머신을 탄 듯 과거로 돌아 가기도 하고요.


밸류 매니지먼트는 기업의 이름처럼 오래된 건축물의 진가를 알아보는 눈을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그 가치를 시대에 맞게 조금만 조정해서 누구나 찾아오고 싶게 만들죠. 그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떠나볼까요?


밸류 매니지먼트 미리보기

 #1. 휴면 모드가 해제된 문화재

 #2. 집객의 유인책이 된 기념일

 #3. 거리 전체가 호텔이 된 마을

 본질적인 가치는 사라진 적이 없다



어느 날 갑자기 고향이 사라져 버린다면 어떨까요? 어린 시절을 보낸 동네에 찾아갔더니 사람은 아무도 없고, 추억이 많은 가게들도 전부 폐점한 거죠. 어떻게 된 상황인지 묻고 싶지만, 동네 어느 곳에서도 인기척을 발견하기 어렵고요. 만약 이 이야기가 영화 속에 나오는 가상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면, 잠시 고개를 일본의 지방 도시로 돌려볼게요. 그곳에서는 ‘지방 소멸’이 한창 진행 중이니까요. 수도권 과밀화와 고령화, 저출산이 가속화되며 지방 도시에 빈집이 점점 늘어가는 중이에요. 도로, 수도, 전기 등 기초 인프라를 유지하는 것조차 어려워지고 있죠. 


좀처럼 소멸의 속도를 늦추기 어려운 이때 등장한 구원투수가 있어요. ‘노트(NOTE)’라는 기업이죠. 노트는 일본의 지방 도시에는 ‘일본의 중요한 것’이 남아 있다며 도시를 찾아가 생명을 불어 넣고 있어요. 이미 사람의 온기를 잃은 지 한참이 지난 오래된 민가를 호텔로 바꿔서 말이죠. 이미 한번 외면 당한 마을이 다시 주목 받으려면 호텔이 아니라 유명 관광지가 필요한 것 아니냐고요? 노트의 생각은 달라요. 지역 재생을 위해 꼭 유명한 관광 자원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오히려 각 땅에는 오랜 시간에 걸쳐 계승되고 있는 전통과 생활이 있는 만큼, 그것들을 체험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여행을 제안하기로 했죠.


그렇다면 노트가 개조한 호텔 중 한 곳을 살펴볼게요. 기후현 미노시에 있는 한 민가를 개조해서 오픈한 ‘닛포니아 미노(NIPPONIA Mino)’예요. 언뜻 평범해 보이는 이 호텔은 지역의 전통을 품은 결정체예요. 기후현 미노시는 1,300년의 역사를 가진 일본 전통 종이 ‘미노 와시(美濃 和紙)’로 유명한데, 호텔이 바뀌기 전 민가의 주인은 종이 원료를 파는 도매상이었죠. 노트는 이곳을 개조하면서 최고급 품질의 미노 와시로 객실 인테리어를 꾸미고 어메니티도 제작했어요. 그 뿐 아니라 숙소 부지 내에는 일본 종이 전문점 ‘와시나리(Washi-nary)’도 있고, 손님들은 일본 종이 젓가락을 만들거나 활판 인쇄를 해보는 경험도 할 수 있죠. 


ⓒNIPPONIA美濃商家町 Instagram


버려진 민가의 부동산적 가치는 0원이에요. 하지만 이 민가를 역사와 생활이 담겨 있는 하나의 시공간으로 정의하면 이야기는 달라져요. 유명 관광지가 아닐지라도 지역의 유일무이한 전통과 생활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면 사람들은 기꺼이 찾아와 비용을 지불할 테니까요. 그래서 노트는 소멸 중인 지역들을 하나씩 찾아가 민가를 기점 삼아 도시를 재생시키는 중이에요. 모든 것은 노트가 ‘세련된 시설’이 아니라 ‘오래된 생활’을 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그런데 일본에는 노트보다 더 파격적인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곳이 있어요. 각 지역의 아이콘이나 다름없는 역사적 건축물들을 되살려서 문화를 지키는 ‘밸류 매니지먼트(Value Management)’예요. 옛 건축물을 얼마나 독특하게 활용하냐고요? 밸류 매니지먼트 덕분에 사람들은 일본 최초로 성박(Castle stay)을 할 수 있게 됐어요. 숙박비는 하룻밤에 100만 엔(약 1,000만 원)이나 되지만 사람들은 하루라도 성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귀한 경험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죠. 이건 시작에 불과해요. 오래된 지방 도시를 지키기 위한 유효 전략을 찾아낸 밸류 매니지먼트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만나볼게요. 



#1. 휴면 모드가 해제된 문화재


흔히 문화재는 감상의 대상으로 여겨져요. 각 국가에서는 문화재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관람 규칙을 정하고, 이에 따라 시설을 운영하죠. 그런데 만약 문화재를 멀찍이서 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사용도 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2005년에 설립된 밸류 매니지먼트는 이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현실로 만들었어요. 문화재를 ‘보는 것’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바꿔나가고 있거든요. 어떻게냐고요?


밸류 매니지먼트는 오래된 건축물들을 가치 있고 쓸모 있는 시설로 바꾸는 건물 재생 비즈니스를 하고 있어요. 이 건축물들은 연식이 오래되어 낡았지만, 만만하게 봐선 안돼요. 모두 지역의 아이콘이나 다름없는 역사적 자산이거든요. 쇼와 시대* 초기에 지어진 은행, 다이쇼 시대**부터 있었던 기업 오너의 저택, 1900년에 지어진 저택 등이 있는데요. 문화청에 등록된 유형 문화재이거나 도도부현이 지정하는 중요 문화재인 경우가 많아요.


*쇼와 시대: 일본의 연호로, 1912년 7월 30일부터 1926년 12월 25일에 해당돼요.

**다이쇼 시대: 1926년 12월 25일부터 1989년 1월 7일에 해당돼요.


그런데 이쯤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겨요. 중요 문화재로 등록될 만큼 의미 있는 건축물들을 왜 국가가 아닌 기업이 관리하냐는 거죠. 여기에는 한 가지 안타까운 사정이 있어요. 지금까지는 일본의 문화재와 역사적 건축물들이 세금과 기부 등으로 보존되어 왔는데, 인구가 감소하면서 세수도 줄어들었어요. 한 국가의 역사적 유산을 지키는 경제적 모델이 붕괴될 조짐을 보이자 민간 기업인 밸류 매니지먼트가 나선 거예요.


그렇다고 밸류 매니지먼트가 단순히 국가를 대신해서 건축물들을 관리해 주는 것은 아니에요. 그저 방치되어 있던 건물들을 호텔이나 레스토랑으로 바꾸는 독특한 방식으로 역사적 자원들을 지키죠. 사실 이 건축물들은 시간이라는 축으로 바라보면 한없이 낡기만 한 존재예요. 하지만 밸류 매니지먼트는 이를 역으로 활용하기로 했어요. 이제 막 지어진 세련된 건축물로는 절대 구현할 수 없는 비일상적인 경험을 만들어내기로 한 거죠. 


건물의 용도를 바꿀 때는 한 가지 원칙을 꼭 지켰어요. 건물 외관을 그대로 두는 것은 물론, 내부 구조와 형태도 본래 모습 그대로 두는 것이었죠. 물론 수익성 관점에서 보았을 때는 내부의 벽을 허물어 최대한 많은 인원을 수용하는 편이 좋았어요. 하지만 밸류 매니지먼트는 이와 반대의 결정을 내렸죠. 아무리 외관이 그대로라고 해도 내부 구조를 다 바꿔버리면 그 즉시 지역의 문화나 역사도 끊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심지어 일부러 투자액을 높여서라도 예전의 형태를 복원하려고 했죠. 


그렇다면 밸류 매니지먼트의 손길이 닿은 건축물을 한번 만나볼까요? 일본 효고현에는 일명 ‘천공의 성’이라 불리는 다케다성(竹田城)이 있는데요. 밸류 매니지먼트는 이 성터에 있는 400년 역사의 주조장에 주목했어요. 이 주조장은 일본 정부에 의해 유형 문화재로 등록될 정도의 기나긴 역사를 지니고 있었어요. 하지만 폐업을 거친 후에는 방치된 신세가 되었죠. 밸류 매니지먼트는 이 건물의 역사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외관과 내장의 본래 형태를 최대한 유지한 채, ‘다케다성 타운 호텔 EN’으로 개조했어요. 


ⓒVMG HOTELS & UNIQUE VENUES


ⓒVMG HOTELS & UNIQUE VENUES


이 호텔의 역할은 단순 숙박업소 정도가 아니에요. 숙박객들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곳에서 머물며 가구, 조각, 도예 등 지역 장인의 워크숍에 참여해요. 현지 농가와 함께 된장이나 간장을 만들기도 하고요. 머무르는 시설은 물론 각종 액티비티들이 400년 전의 일상을 떠올리게 하는 덕분에 마치 옛 시대를 살아가는 듯한 기분을 경험할 수 있죠. 게다가 현지인들과 시간을 보내는 동안 자연스러운 유대 관계가 쌓이기도 하죠. 이곳을 찾은 숙박객들은 마치 새로운 고향을 얻은 듯한 기분으로 다음 여행을 기약하곤 해요.


ⓒVMG HOTELS & UNIQUE VENUES


단순히 흉내만 낸 게 아니에요. 밸류 매니지먼트는 역사적 문화재를 어떻게 재생시킬지 결정하기 위해 언제나 건물의 역사부터 꼼꼼히 파헤쳐요. 문헌을 찾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서 역사적 배경을 파악하고, 이 내용들을 식사 메뉴나 액티비티 등에 반영하면서 개성과 색채를 더해 나가죠. 건축물이라는 유형 문화재를 지키면서 동시에 일본의 문화를 방어하고 있어요. 



#2. 집객의 유인책이 된 기념일


밸류 매니지먼트는 국가의 세금으로는 더 이상 지키기 어려워진 버려진 건축물들에 새 활기를 불어 넣어요. 이를 통해 예로부터 전수되는 문화를 지키고요. 그런데 밸류 매니지먼트의 창업자이자 대표인 타리키노 준(이하 타리키노)은 이 정도로 만족하지 않았어요. 일단 건축물의 용도를 바꿔 공간에 생기를 불어 넣었더라도,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찾아오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나 오래된 거리와 건물, 그것들이 가진 문화를 남기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습니다. 사람이 찾아와 시간을 보내며 돈을 쓰지 않으면 문화는 결국 쇠퇴하고 맙니다. 사람을 모을 수 있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합니다.”

-밸류 매니지먼트 대표이사 타리키노 준, 포브스 재팬


결국 핵심은 집객력이었어요. 그래서 밸류 매니지먼트는 고객이 어떤 타이밍에 찾아와 어떤 마음으로 비용을 지불하는지 ‘고객 여정(Customer journey)’을 가시화해 나가죠. 그 결과 주 고객층에게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어요. 고객들은 기념일처럼 특별한 날, 기억에 남는 추억을 만들기 위해 찾아와 비용에 관계없이 돈을 쓰고 있었어요. 


밸류 매니지먼트에서 운영하는 호텔의 숙박비는 1박 당 평균 6만 5천 엔(약 65만 원, 2인 1실 기준) 정도 수준이에요. 결코 저렴하지 않은 금액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은 기억에 남는 여행을 만들기 위해 기꺼이 먼 지방까지 찾아왔어요. 이 사실을 확인한 밸류 매니지먼트는 사업 모델을 더 튼튼히 하기 위해서 2가지 전략을 병행하기로 했어요.


하나는 ‘숙박 시설’ 자체의 매력을 키워 외지로부터 수요를 끌어내는 거예요. 숙박시설은 보통 지역의 인기 관광지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밸류 매니지먼트는 숙박시설 자체의 가치를 극대화해서 외지에서 사람들이 찾아오게 만들고자 했어요. 호텔 자체가 여행의 목적지가 되는, ‘데스티네이션 호텔’이 되고자 했죠.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이 방치된 역사적 건축물을 되살리고, 유일무이한 경험을 제공해야 했어요.


두 번째는 ‘축하와 기념’이라는 이벤트를 이용해 내수를 활성화시키는 것이었어요.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축하할 만한 순간은 과연 언제일까요? 인생을 함께 보내고 싶은 사람과 함께 첫 발을 내딛는 결혼식일 거예요. 그래서 밸류 매니지먼트는 건축물의 용도를 결혼식을 올릴 수 있는 ‘애니버서리 웨딩’ 공간과 프러포즈, 금혼식, 생일 등 기념일을 축하하기에 제격인 ‘애니버서리 레스토랑’으로도 바꿔보기로 했어요. 한 사람의 기억과 장소를 연결해 놓으면 앞으로도 그 공간이 사라지지 않기를 응원하게 돼요. 평범한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는 이런 감정을 느끼기 어렵죠.


ⓒVMG HOTELS & UNIQUE VEN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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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결혼식장 중 하나는 도시의 랜드마크이자 국가 등록 유형 문화재인 ‘후나추르 교토 가모가와 리조트’예요. 이곳은 1870년 설립 이후 교토를 대표하는 료칸으로 활약해 왔지만 2007년에 문을 닫았어요. 한때 밤마다 멋쟁이 문인들이 모여있던 이 공간은 이제 결혼식장이 되어 축하를 위해 모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죠. 물론 고유의 분위기는 여전히 그대로인 채로요. 이 유형 문화재에서 웨딩을 치른 신랑과 신부는 추억의 장소가 사라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요. 오히려 자식, 자손이 대대로 같은 결혼식장을 사용하는 일이 가능할지도요.



#3. 거리 전체가 호텔이 된 마을


이처럼 역사적 건축물을 중심으로 재생 비즈니스를 펼쳐온 밸류 매니지먼트는 스케일을 더 확대해요. 기존에는 건물 1동을 기준으로 삼았다면, 이제는 특정 지역 내의 10동을 기준 단위로 삼아 물리적 범위를 넓히기로 한 거죠. 사업의 단위가 시설에서 거리로 확장된 셈인데요. 과밀화의 반대, ‘과소화’에 의해 쇠퇴하는 거리 전체를 본격적으로 재생시켜보기로 했어요.


특히 이렇게까지 스케일을 키운 것은 사람들에게 해당 지역을 찾아와야 하는 명확한 동기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는데요. 무엇이 사람들에게 ‘찾아와야 할 이유’를 만들어 주었을까요? 오랜 역사가 있는 거리, 그리고 맛있는 식당은 일본 전국에 있어요. 이 2가지 요소만으로 사람들을 집객 하는 데는 한계가 있죠. 따라서 지역을 다시 부흥시키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요인을 제시해야만 했어요. 


이에 대한 밸류 매니지먼트만의 참신한 접근 방식을 살펴볼게요. 밸류 매니지먼트는 에히메현 오즈시와 제휴 협정을 맺고 일본 최초로 ‘캐슬 스테이’를 시작했어요. 오즈성 중심부에 있는 망루에서 일반인들이 성박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든 거죠. 하루 숙박비만 100만 엔(약 1천만 원). 숙박 시설이라고 생각하면 터무니없이 비싼 금액이지만 하루 동안 오즈성의 주인이 되어본다고 생각하면 누구나 욕심 내볼 법 하죠.


ⓒVMG HOTELS & UNIQUE VEN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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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밸류 매니지먼트의 계획은 이게 다가 아니에요. 아무리 특별한 성박 프로그램을 기획해도, 거기서 멈추면 성을 좋아하는 사람들만 찾아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되면 ‘오즈시 성박 프로그램’은 잠시간의 화제로 그칠 뿐 지방 도시는 활성화될 수 없겠죠. 그래서 밸류 매니지먼트는 성에 숙박하는 것만이 아니라, 성을 아이콘으로 하는 ‘마을 만들기’를 동시에 진행했어요. 오즈성 근처에는 역사적인 건축물도 많지만, 빈집이 늘어나며 집을 철거하거나 매각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했어요. 그래서 이 빈집들을 개조해 분산형 호텔 ‘닛포니아 호텔 오즈 캐슬 타운(NIPPONIA Hotel Ozu Castle Town)’을 오픈했죠. 


ⓒVMG HOTELS & UNIQUE VENUES


서로 다른 역사와 개성을 뽐내는 분산형 호텔의 숙박용 건물들은 총 11동이에요. 이 저택들 가운데에는 국가 등록 유형 문화재도 있죠. 리셉션과 객실, 레스토랑 시설들은 거리에 뿔뿔이 흩어져 있어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오즈시 거리를 걸어 다니게 돼요. 마을 전체를 하나의 호텔로 만들자 경험의 농도가 이전보다 더 짙어졌죠. 그 뿐 아니라 사람들이 두 발로 걸어 다니며 소비를 한 덕분에 마을의 관광업이 활성화 되면서 고용 창출 효과까지 생겼어요. 이렇게 역사적 자원을 활용해 관광 지역을 개발한 점을 높게 평가 받아 밸류 매니지먼트는 2021년에 일본 굿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했죠.


“역사적 건축물을 활용하는 숙박 시설로 알려져 있지만, 특히 오즈시에서 수상의 포인트가 된 부분은 ‘문화재는 행정 기관에서 유지, 관리하는 것’이라는 종래의 사고방식을 타파해서 민간사업자의 수익으로 보전을 시도하는 점입니다. ‘일본 최초의 성박’이라고 하는 화제성을 바탕으로 오즈라는 거리의 이름을 홍보한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 2021년 굿 디자인 어워드 심사위원 평 중에서


건축물을 뛰어넘어 마을 단위로 사업을 전개하기 시작하면서 국가 및 지방 자치 단체와의 제휴도 빈번해지고 있어요. 앞으로 밸류 매니지먼트는 오즈성의 사례를 포맷화해서 전국에서 도시가 살아남는 것을 도와주는 국가의 카운터 파트너가 되고자 해요. 또 한발 더 나아가 전통문화, 전통 산업 등 무형 문화를 보존하는데도 힘을 쏟는 중이고요. 오래된 창고를 개조해서 직접 일본 차를 끓이는 법을 알려주는 등 문화적 명맥을 이어나가기 위한 도전도 계속될 거예요.



본질적인 가치는 사라진 적이 없다


비즈니스 모델로 지방을 재생시키는 밸류 매니지먼트는 애국 기업이나 다름없어요. 인구 감소, 고령화, 저출산 등 복잡한 사회 현상이 뒤섞여 만들어낸 지방 소멸 문제를 국가 대신 해결해나가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정작 밸류 매니지먼트의 창업자 타리키노가 이 사업을 시작한 계기는 아주 개인적이었어요. 


1995년 1월 17일, 타리키노는 ‘고베 대지진’으로 알려져 있는 한신·아와지 대지진을 겪었어요. 그가 아직 스물한 살일 때였죠. 지진은 고베의 온 거리를 순식간에 무너뜨렸고, 타리키노는 뼈저린 교훈을 얻게 돼요. 한번 없어진 거리는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었죠. 물론 재해 복구의 과정을 거친 고베의 거리는 다시 깨끗해졌지만, 그 모습은 타리키노가 늘 보고 자랐던 본 모습과는 차이가 있었어요. 


“어제까지의 당연함이 갑자기 없어져 버린 현실을 앞에 두고, 무력함을 느꼈어요. 마을의 복구 작업에도 임했지만 소용없었고, 생활을 위해 급수차를 기다리는 나날만 계속됐죠. 당시 대학을 졸업하면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생활을 지키는 것조차 여의치 않으면서 사회에 통하는 비즈니스는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창업 시기를 30세로 수정하고 20대 동안에는 제가 해야 할 사업에 대해 철저히 생각하기로 했죠.”

-밸류 매니지먼트 대표이사 타리키노 준, 오사카 신 ‘사장 인터뷰’


그 결과 타리키노는 자신의 가치관과 사회적 과제가 중첩되는 영역을 찾아냈어요. 그게 바로 밸류 매니지먼트의 시작이었죠. 사업을 시작한 이유도, 사업을 이끌어나가는 동력도 모두 지극히 개인적인 기억에서 비롯됐던 거예요. 타리키노의 이야기는 내세울 만한 대의명분 없이도 기업가가 충분히 사회적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요. 


“지금 세상이 필요로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본질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면 시대에 맞게 조정해 다시 필요로 하는 것으로 되살릴 수 있어요. ‘가치 있는 것을 매니지먼트의 힘으로’라고 하는 사명은 그런 의미를 담고 있어요.”

-밸류 매니지먼트 대표이사 타리키노 준, 오사카 신 ‘사장 인터뷰’


밸류 매니지먼트가 되살리는 거리와 건축물들은 본래의 가치를 잃은 적이 없어요. 단지 시간이 흐르며 사회와 시대가 그 가치를 잠시 외면하고 있을 뿐이죠. 하지만 화려한 재생술을 선보이는 밸류 매니지먼트와 같은 기업이 있다면, 앞으로 그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한 국가의 역사와 전통은 그 명맥을 이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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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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