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는 ‘세포라 키즈(Sephora Kids)’라는 현상이 큰 화제가 되었어요. 화장품 전문 매장인 세포라에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찾아와, 고가의 성인용 제품을 구매하는 모습을 일컫는 말인데요. 어린아이들이 성인을 위한 제품을 사용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걱정을 불러일으켰죠.
그런데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다 이유가 있어요. SNS에서는 뷰티 크리에이터들이 날마다 새로운 스킨케어 제품을 추천하면서 구매욕을 불러일으키는데, 시장에는 아이를 위한 브랜드가 거의 없었거든요. 유아용, 성인용 스킨케어 브랜드는 많아도 그 사이는 공백으로 남아있었던 거죠.
이 틈새시장을 메우며 등장한 호주의 스킨, 보디케어 브랜드가 있어요. 이름은 ‘올카인즈(Allkinds)’. 이들은 스스로를 ‘알파 세대를 위한 브랜드’라 부르죠. 그런데 단순히 제품 성분이나 포뮬러만 아이에 맞게 바꾼 게 아니에요. 화법, 표현 방식, 제품 개발까지 모두 아이들의 시선에 맞췄죠. 알파 세대를 타깃하는 올카인즈의 문법은 무엇이 다를까요?
올카인즈 미리보기
• #1. 유아도, 성인도 아닌 ‘어린이’를 공략하다
• #2. 아이처럼 생각하고 아이처럼 말한다
• #3. 스킨케어 브랜드가 아니라, 셀프케어 브랜드다
• 빈틈은 메우고 존재감은 키운다
화장품 전문 매장에 갔는데 스킨케어 제품을 고르는 아이가 보여요. 겨우 열 살도 안 되어 보이는 친구가 인기 제품을 손에 든 채 “레티놀은 아직 이르겠지?”라고 친구에게 묻죠. 장난치거나 농담하는 게 아니에요. 이들은 꽤 진지해요. 옆에 대화를 듣고 있던 성인들만이 경악할 뿐이죠. 레티놀은 비타민 A의 유도체로, 피부 재생을 촉진하고 주름, 색소침착 등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어 성인용 안티에이징 제품에 주로 쓰이거든요.
이는 미국에서는 벌어지고 있는 ‘세포라 키즈(Sephora Kids)’ 현상에 대해 묘사한 장면이에요. 세포라 키즈란, 초등학생이나 심지어 유치원생 같은 어린 나이의 아이들이 세포라 같은 코스메틱 전문 매장에 방문해 고가의 스킨케어 제품이나 메이크업 제품을 소비하는 문화를 가리켜요. 즉, 초등학생들이 성인용 뷰티 제품을 사서 사용하는 거죠.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SNS가 있어요. 틱톡이나 유튜브 쇼츠에 올라오는 스킨케어 루틴 영상들이 아이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거든요. 아이들은 유명한 뷰티 크리에이터들이 소개하는 제품을 따라 사고, 따라 바르기 시작했죠. 부모가 사주는 걸 받아쓰기만 하던 시대가 끝나고, 이제는 직접 고른 제품으로 관리하겠다는 아이들이 늘어난 거예요.
그런데 이건 단순히 유행으로 넘길 일이 아니에요. 아이들의 피부는 성인보다 훨씬 민감해서 레티놀이나 각질 제거제 같은 건 해가 될 수 있거든요. 성인용 제품을 사용하면 겉으론 예뻐 보일 수 있어도, 실제로 피부 장벽은 무너질 수 있죠. 그리고 무엇보다 큰 문제가 있어요. 아이들이 너무 이른 나이부터 외모에 대한 기준을 세우게 된다는 거예요. 스스로를 남과 계속 비교하고, 나를 꾸며야 할 대상이라고 여기면서요.
이때 ‘알파 세대를 위한 뷰티 브랜드’라는 새로운 컨셉을 들고 등장한 브랜드가 있어요. 호주의 ‘올카인즈(Allkinds)’예요. 이 브랜드는 아이들의 피부와 정서에 딱 맞는 제품을 만들며 관리에 진심인 알파 세대에게 건강한 해결책을 제시해요. 게다가 쉽고 재미있게 셀프케어에 접근할 수 있게 해서 호주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고 있죠. 알파 세대를 위한 뷰티 브랜드는 뭐가 다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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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아도, 성인도 아닌 ‘어린이’를 공략하다
올카인즈의 시작은 사람들의 예상보다 훨씬 앞서 있어요. ‘알파 세대’라는 단어가 생기기도 전에, 이 세대만을 위한 스킨, 보디케어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마음먹었으니까요. 알파 세대는 2010년 이후에 태어난 아이들을 가리키는데요. 구분에 따르면 알파 세대 중 최고령자는 15세에 불과해요. 유아도, 성인도 아닌 과도기적인 나이대죠.
이 시기가 되면 스스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개성을 마음껏 드러내고 싶은 욕망도 자라나요. 그러려면 자신을 더 돋보이게 도와주는 제품이 필요하죠. 그런데 시중에 존재하는 어린이용 스킨, 보디케어 제품들은 대부분 유아용이었어요. 초등학생과 초기 청소년만을 위한 제품이랄 게 따로 없었죠.
게다가 과거의 어린이 고객들은 최종 소비자일지언정, 구매자는 아닌 경우가 많았어요. 부모가 사다주는 스킨케어 제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죠. 하지만 요즘의 알파 세대는 어릴 때부터 SNS에 노출되어 본인의 취향이 확고하고, 모바일 결제 수단의 발달로 인해 최종 소비자는 물론 구매자가 되기도 해요. 올카인즈의 창업자인 폴라 고먼(Paula Gorman)은 이런 시장의 변화와 빈틈을 보고 아이들을 위한 제품을 만들기로 결심했어요.
2020년, 3년의 준비 끝에 올카인즈가 세상에 나왔어요. 이 브랜드의 가장 큰 차별점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이었죠. 기존 브랜드들이 단순히 어린이 제품 라인을 추가한 것에 불과하다면, 올카인즈는 처음부터 이 연령대를 메인 타깃으로 삼았어요. 스킨케어, 보디케어, 헤어, 네일 등 400가지가 넘는 상품들이 전부 아이의 피부 상태, 라이프스타일, 감수성에 맞게 구성되어 있죠.
타깃만 뾰족한 게 아니에요. 브랜드 철학도 남달라요. 올카인즈라는 이름에는 모든 개성과 다름을 인정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어요. 로고 속 문자 ‘i’에 있는 색색의 점은 우리 모두가 서로 다르며, 끊임없이 변하고, 탐험하며 성장해나가는 존재라는 걸 상징하고요. 어린아이들이 사회가 정한 미적 기준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넌지시 말을 건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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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알파 세대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스킨, 보디케어 제품을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즐기는 어린 세대들은 나이에 딱 맞는 전용 제품의 등장에 환호했어요. 무엇보다 올카인즈의 밝고 재밌는 패키지는 수집할 만한 가치가 있었죠. 올카인즈는 기능만 좋은 제품이 아니라 방 한쪽에 모아 세워두는 ‘트로피 컬렉션’ 같은 존재가 됐어요. 여기에 더해 틱톡을 중심으로 퍼진 뷰티 열풍은 올카인즈의 인기 상승에 불을 지폈죠.
두 팔 들고 환영한 것은 사용자인 아이들만이 아니에요. 부모도 마찬가지였어요. 이들이야말로 자녀들이 나이에 맞는 건강한 제품을 사용하기를 바랐으니까요. 지지 하디드와 같은 모델과 셀러브리티들은 딸과 함께 사용한 제품을 SNS에 올리며 입소문에 힘을 보탰어요. 올카인즈는 브랜드 철학이 탄탄하며, 사용자인 아이들이 좋아하고, 부모도 안심하는 브랜드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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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이처럼 생각하고 아이처럼 말한다
올카인즈가 틈새 시장을 노렸다는 이유만으로 아이들과 부모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던 건 아니었을 거예요. 올카인즈가 차세대의 셀프케어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가장 큰 비결은 남다른 ‘표현법’ 덕분이에요. 제품 개발부터, 화법, 그리고 오프라인 매장 구성 모두 아이들의 시선에 맞게 눈높이를 조정했거든요.
우선 제품 개발. 대표적인 예시는 베스트셀러인 샤워 제품이에요. 흔히 볼 수 있는 보디 샴푸와는 달리, 휘핑크림 캔을 꼭 닮은 휘핑 샤워 폼(Whipped Shower Foam)을 만들었죠. 생김새도, 사용법도 휘핑크림을 짜 먹을 때와 똑같아요. 심지어 텍스처도요. 여기에 포근한 마시멜로 향기, 아침 식사로 익숙한 메이플 크런치 시리얼 향기, 달콤한 츄파춥스 향기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향까지 제품에 입혔어요. 아이들이 익숙하고 좋아하지만, 화장품과는 전혀 관련 없는 제품에서 모티브를 얻어 재미있는 기시감을 자아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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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 아니에요. 올카인즈는 제품과 함께 사용하는 스펀지까지 아이들의 취향을 세심하게 반영했어요. 아이스크림, 와플, 파티 케이크에서 영감을 받은 귀엽고 재치 있는 디자인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씻는 시간을 놀이처럼 느끼게 하죠. 덕분에 일상 속 루틴을 자연스럽고 즐겁게 지속할 수 있어요. 이는 올카인즈가 강조하는 ‘건강한 습관 형성’에 보탬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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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화법이에요. 아이들의 감각은 어른과는 달라요. 세상을 이야기로 기억하고, 경험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죠. 올카인즈는 이 감각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브랜드예요. 그래서 제품 컬렉션을 독창적으로 기획했어요. 여행 가방을 싸는 설렘을 담아낸 ‘레이지 데이즈(Lazy Days)’, 여름날 해변으로 놀러 간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헤이 베케이(Hey Vacay)’, 친구들과의 파티를 떠올리게 하는 ‘스위트 토크(Sweet Talk)’처럼요.
게다가 각 컬렉션의 제품 소개 문구를 보면, 향이나 사용법을 설명하는 방식이 타 브랜드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케이크 먹는 순간’, ‘바닷바람에 실려오는 코코넛 향기’, ‘베리 스프링클이 가득한 파티’ 같은 장면 묘사를 통해 상상력을 불러일으키죠. 이 상품 설명을 읽고 있으면 마치 하나의 짧은 동화를 읽는 듯한 느낌이에요.
마지막은 매장 구성이에요. 올카인즈는 오프라인 매장을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라, 아이들이 마음껏 체험할 수 있는 놀이 공간에 가깝게 만들었어요. 매장은 브랜드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6개 컬렉션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마치 사탕 가게에 들어온 듯한 즐거운 분위기를 자아내요. 다채로운 색감과 향기는 아이들의 감각을 자극하죠. 공간 디자인 역시 제품처럼 성별에 관계없이 설계되어 아이들이 모든 섹션을 편안하게 둘러보게 유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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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는 아이들이 제품을 만지고, 향을 맡고, 피부에 발라보는 것을 적극적으로 권해요. 일반적인 매장에서는 부모들이 자녀가 제품 만지는 것을 꺼려 하지만, 올카인즈에서는 오히려 이런 행동을 장려하면서 제품을 직접 사용해 보도록 권장도하죠. 아이들은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셀프케어의 즐거움을 배울 수 있어요.
이처럼 올카인즈의 제품 기획, 홍보, 매장 설계는 아이들이 단순히 ‘관리받는’ 존재가 아닌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존재로 성장해가도록 도와요. 아이들은 자신에게 맞는 향과 기능을 골라 쓰는 경험을 통해, 어릴 때부터 자기주도적인 루틴을 만들어 나갈 수 있죠. 이는 곧 자존감과 자립심을 키워나가는 과정이기도 해요.
#3. 스킨케어 브랜드가 아니라, 셀프케어 브랜드다
전용 제품의 탄생으로 아이들도, 부모들도 기뻐했지만, 여전히 의문 하나가 남아 있어요. 아이들에게 진정 ‘피부 관리’가 필요하냐는 거예요. 성인이야 피부 노화를 막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은 굳이 어른들처럼 관리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이에 대한 올카인즈의 생각은 어떨까요? 이들이 제공하려는 건 더 예뻐지기 위한 피부 관리가 아니에요. 세안, 보습, 보호라는 3가지 핵심 요소를 지키는 ‘건강’ 관리죠.
“트윈(Tween)*에게는 10단계나 되는 스킨케어 루틴이 필요하지 않아요. 깨끗하고, 촉촉하고, 보호할 수 있는 기본적인 제품만 있으면 되죠.”
- 올카인즈, <7NEWS> 중에서
*트윈: 아동기와 청소년기 사이에 있는 어린이를 일컫는 용어로, 어정쩡한 ‘사이(between)’에 있다는 의미에서 유래했어요.
올카인즈는 아이들에게 ‘안티에이징’ 대신 ‘건강한 피부’가 어떤 것인지 알려주고자 해요. 그래서 연령대에 맞게 유해 성분 없이 순하면서도 효과적인 제품을 만들죠. 예를 들어 스킨케어 라인의 경우 카테고리부터 간결한데요. 일반적인 피부를 위한 기본 관리 라인인 ‘클래식 케어’, 여드름이 나기 쉬운 피부를 위한 라인인 ‘클리어링 케어’, 민감한 피부를 위한 저자극 라인인 ‘젠틀 케어’ 3가지 종류예요. 모두 다양한 피부 컨디션을 지닌 아이들이 고민을 해결하도록 도와주죠.
©allkinds
그런데 올카인즈는 ‘아이들의 피부 고민을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삼지 않아요. 이들의 진짜 지향점은 따로 있어요. 아이들의 결점을 고쳐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셀프케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돕는 것이죠. 기존의 스킨케어 브랜드들이 주로 외모 개선이나 결점 보완에 초점을 맞춘 반면, 올카인즈는 다른 관점으로 접근한 거예요.
“우리는 문제나 결점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의 외모에 대해 ‘문제’라 여길 것은 없어요. 우리는 곱슬머리를 응원하는 친구일 뿐, 곱슬머리를 없애거나 해결해야 하는 대상이라고 보지 않죠. 물론 어떤 신체적 특징은 좀 더 관리가 필요할 수 있어요. 하지만 고쳐야 하는 대상은 아니죠. 우리는 그저 아이들이 스스로 돌보는 법을 배우도록 돕기만 하면 돼요.”
- 브랜드뱅크 그룹 홈페이지 중
결국 올카인즈가 추구하는 건 외적인 변화가 아니라, 내면의 안정과 자기 존중이에요. 스스로를 돌보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을 통해, ‘나 자신을 존중하는 태도’를 기르게 하려는 거죠. 아이들이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루틴을 통해 자신과 친해질 수 있도록 도우면서요.
그래서 올카인즈는 자기 자신부터 고객인 아이들을 존중해요. 이런 태도는 제품을 기획할 때부터 반영되죠. 대표적인 예시로, 올카인즈에서는 제품을 남아용, 여아용으로 따로 구분해서 개발하지 않아요. 선택은 그저 아이들의 취향에 맡길 뿐이죠.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에 드는 제품을 시도해 보고, 최애 제품을 발견한 뒤, 기분 좋은 루틴을 만들기만 하면 돼요.
빈틈은 메우고 존재감은 키운다
8세 정도의 어린아이들까지 피부 관리에 관심을 갖는 트렌드는 마냥 유쾌하게만 볼 수는 없는 현상이었어요. 성인을 타깃으로 만들어진 각종 크림, 마스크팩, 필링 제품 등을 어린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것은 그 자체로 우려할 만한 일이니까요. 게다가 이들은 세포라 같은 매장에 가서도 직원들에게 조언을 구하지 않아서 맞지 않는 제품을 구매할 확률도 높았죠.
하지만 올카인즈는 이 우려를 새로운 기회로 바꾸며 어린 소비자는 물론 그들의 부모님까지 안심시키고 있어요. 나이가 어리다고 시장에서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만을 위한 특별한 틈새시장을 창출했죠. 그 결과 알파 세대의 감각과 라이프스타일을 가장 잘 이해하고 지원하는 브랜드가 됐고요.
그리고 이 아이들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답게 이 기분 좋은 감각을 서로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있어요. 올카인즈의 틱톡 팔로워는 20만 명에 이를 정도로 빠르게 확산 중이죠. 유아용 제품과 성인용 제품 간의 공백을 채운 올카인즈의 존재감은 앞으로 어떻게 커져 나갈까요? 알파 세대가 성장하면 할수록 더 큰 파급력을 가지게 될 올카인즈의 미래가 기대돼요.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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