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5, A6, A7, 종이 규격의 물병이 바꾸는 미래

메모보틀

2023.08.09

‘메모보틀’의 물병 모양은 특이해요. 둥글거나 정방형 형태로 균형 잡힌 모양이 아니라, 직사각형 모양의 수통처럼 생겼어요. 그런데 그 직사각형 모양의 물병 크기가 낯설지 않고 눈에 익어요. 글로벌하게 통용되는 용지 크기로 디자인했거든요. 라인업의 이름도 용지 크기를 뜻하는 A5, A6, A7이에요. 참고로 A4는 297 x 210mm 크기이고, A에 붙은 숫자가 커질수록 크기가 반씩 줄어들어요.  


그렇다면 왜 물병 디자인을 원형이 아니라 종이 모양의 직사각형으로 했을까요? 사람들이 물병을 휴대할 때 가방에 물병을 넣어 다니는 것에 착안했기 때문이에요. 가방 안에 책이나 공책을 넣듯이 물병도 차곡차곡 넣을 수 있도록 유도한 거죠. 제품 자체가 아니라 제품을 휴대하는 맥락을 고려한 디자인이에요. 이렇게 하니 물병을 가방에 넣었을 때 가방 모양이 툭 튀어나올 일도 없어요. 가방에 주로 넣고 다니는 공책, 책, 서류 등과 위화감도 없어지고요.


그런데 메모보틀의 이러한 차별적 디자인은 시작에 불과해요. 다회용 물병을 지속적으로 쓰도록 여러 장치들을 마련했죠. 메모보틀이 일회용 컵 소비를 줄이면서 어떻게 지구의 미래를 바꾸고 있는지 알아볼까요?


메모보틀 미리보기

• 가방 휴대에 최적화된 물병의 탄생

• 갖고 싶은 물병의 완성, ‘물병 꾸미기’

• ‘영원히 No 할인’ 정책을 고수하는 진짜 이유

• 넛지의 정석, 이 3가지를 지켜주세요




한 때 한국을 강타했던 물병이 있었어요. 2014년, 심플한 디자인에 내용물을 예쁘게 보여주는 투명한 물병인 ‘마이 보틀(My bottle)’이에요. 마이 보틀은 도쿄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투데이즈 스페셜(Today’s Special)’이 일본 리버스(Riverse) 사에 의뢰해 만들었어요. 마이 보틀의 정확한 이름은 몰라도, 아마 SNS에서 이 물병을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었을 거예요.



ⓒToday’s Special


마이 보틀은 500ml짜리 물병인데요. ‘트라이탄’이라는 소재로 만들었어요. 트라이탄은 젖병에 쓰이는 소재로 영하 40도부터 영상 100도까지 견딜 수 있죠. 그러니 뜨거운 물을 부어도 환경호르몬 걱정 없이 쓸 수 있어요. 이러한 특징을 바탕으로 일회용 물병을 대체할 친환경 제품으로 포지셔닝해 삽시간에 그 인기가 번져 나갔어요.


마이 보틀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냐면요. 한국에서 구매 대행 가격이 7만원을 넘기기도 했어요. 일본 현지 정가가 1,500엔(약 1만5천원)이었던 걸 생각하면 무려 400%의 웃돈이 붙은 셈이에요. 당시 마이 보틀은 도쿄 지유가오카와 시부야에 위치한 투데이트 스페셜 매장과 공식 온라인 웹사이트에서만 판매했는데, 인기가 치솟자 품절되기 일쑤였어요. 나중에는 사재기가 극심해지자 1인당 2개까지 밖에 구매할 수 없도록 상한선이 생기기도 했고요.


인기가 사그라지지 않고, 오리지널의 수량에 제한이 생기니 카피캣들이 발 빠르게 등장했어요. 물병 디자인은 물론 마이 보틀의 폰트와 이름까지 비슷한 ‘식스 보틀(Six bottle)’, ‘잇 보틀(It bottle)’ 등이 대거 생겨났죠. 식스 보틀은 카페 브랜드인 ‘망고 식스’에서, 잇 보틀은 용기 브랜드인 ‘락앤락’에서 출시한 제품이었어요.


카피캣으로 등장한 제품 중 일부는 투데이즈 스페셜의 마이 보틀을 제조한 리버스 사에 제조를 의뢰해 소재 스펙까지 아예 똑같이 만들기도 했어요. 심지어 마이 보틀과 동일한 제조사에서 만들었다는 것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기도 했죠. 이런 카피 제품들에 대한 비난이 있었지만, 마이 보틀, 그리고 마이 보틀을 닮은 투명 물병에 대한 소비자들의 갈망은 한 동안 지속됐어요.


그렇다면 마이 보틀의 인기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친환경적인 사용성, 넓은 범위의 온도를 견디는 내열성 등 여러 장점이 있지만, 인기의 비결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해요. 다회용 물병은 마이 보틀 이전에도 오래 전부터 존재했고, 트라이탄도 이미 2007년에 개발된 소재거든요. 결국 마이 보틀의 가장 큰 무기는 ‘예쁜 비주얼’이었어요. 당시 SNS를 타고 너도 나도 나만의 예쁜 마이 보틀을 자랑하기에 바빴어요. 입소문이 아니라 ‘눈소문’이 난 거죠.


그런데 유행하는 많은 아이템들이 그렇듯 마이 보틀의 인기는 채 오래 가지 못했어요. 여전히 투데이즈 스페셜에서는 스테디셀러로 마이 보틀을 판매하고는 있지만, 예전 같은 인기는 사그라 들었어요. 2014년 당시 마이 보틀을 구매했던 사람들 중에서 지금까지 마이 보틀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도 찾아보기 어렵고요.


SNS에서 자랑하는 트렌드가 사라졌다고 하더라도, 제품 자체의 사용성이 좋았다면 여전히 일상에서 마이 보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독보적이고 지속적인 다회용 물병이 되기에는 비주얼만으로는 부족했던거죠. 대체재들도 많이 생겨났고, 무엇보다 매번 물병을 챙겨 다녀야 하는 번거로움은 여느 다회용 물병들과 다를 바가 없었으니까요.



가방 휴대에 최적화된 물병의 탄생

투데이즈 스페셜의 마이 보틀이 한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2014년, 지구 반대편 호주 멜버른에서는 새로운 디자인의 물병이 등장했어요. 투명하고 깨끗한 비주얼은 기본, ‘물을 편리하게 들고 다니세요(Carry water conveniently)’라는 슬로건을 달고 등장한 ‘메모보틀(Memobottle)’이에요. 이 물병은 한 때의 광풍적인 인기보다는 출시 이후 꾸준히 진화하며 사랑 받고 있어요. 첫 제품이 출시된지 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요.



ⓒMemobottle



ⓒMemobottle


메모보틀은 ‘이동 중에도 간편하게 수분을 섭취할 수 있는’ 장점이 무기예요. 제품을 상용화하기 위해 킥스타터의 힘을 빌렸는데, 애초에 1만5천 호주달러(1천3백만원)을 목표로 했던 프로젝트에서 무려 26만 호주달러(약 2억2천3백만원)를 펀딩 받으며 세상에 데뷔했어요. 도대체 메모보틀은 어떤 물병이길래 시제품만으로도 이런 지지를 받을 수 있었을까요?



ⓒMemobottle


메모보틀의 차별점은 디자인에 있어요. 예쁘기만한 디자인이 아니라, 다회용 물병의 휴대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거든요. 둥근 모양의 기존 물병들과 달리 메모보틀은 납작한 직사각형 모양이에요. 그리고 이 직사각형을 무작위의 네모 형태가 아니라 A7, A6, A5 등 글로벌 용지 크기와 유사하게 디자인했어요. 가장 폭이 좁은 물병만 유일하게 글로벌 용지 크기가 아닌 ‘슬림(Slim)’이라는 자체 사이즈로 제작했는데, 슬림 사이즈는 핸드폰과 비슷한 너비로 한 손에 쏙 들어와 가방의 작은 주머니에 꼭 맞는 형태예요.



ⓒMemobottle



ⓒMemobottle


그렇다면 왜 물병 디자인을 원형이 아니라 네모로 했을까요? 사람들이 물병을 휴대할 때 가방에 물병을 넣어 다니는 것에 착안했기 때문이에요. 가방 안에 책이나 공책을 넣듯이 물병도 차곡차곡 넣을 수 있도록 유도한 거죠. 제품 자체가 아니라 제품을 휴대하는 맥락을 고려한 디자인이에요. 이렇게 하니 물병을 가방에 넣었을 때 가방 모양이 툭 튀어나올 일도 없어요. 가방에 주로 넣고 다니는 공책, 책, 서류 등과 위화감도 없어지고요.



ⓒMemobottle


또한 제품 사이즈에 따라 효용과 고객군도 달라져요. 가장 작은 A7 메모보틀은 어린 아이들이나 클러치와 같은 작은 가방을 많이 쓰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아요. 메모보틀 중에 가장 많이 팔린 A6 사이즈는 범용성이 높고요. 가장 큰 A5는 노트북 가방이나 사첼백과 같이 큰 사각형 가방에 알맞아요. 그렇다 보니 남자 고객들이 많이 찾는 사이즈예요.



ⓒMemobottle



ⓒMemobottle



ⓒMemobottle


위화감 없이 휴대하기 좋은 디자인 덕분에 메모보틀에는 자꾸만 손이 가요. 자연스럽게 일회용 물병에 대한 소비가 줄고,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도 감소하죠. 이처럼 메모보틀은 다회용 물병의 편리함을 극대화해 환경을 지키는 셈이에요. 환경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의 선의에 기대기보다 사람들이 환경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디자인의 힘을 레버리지한 거죠.


메모보틀의 디자인 혁신은 눈에 보이는 외관에만 있지 않아요. 물병에 물을 채우고, 마시고, 물을 마신 후 뚜껑을 닫아 보관하는 일련의 사용 과정에서 불편함이 없도록 심리스(Seamless)한 설계에 심혈을 기울였어요. 특히 스테인리스로 제작한 메모보틀의 경우, 뚜껑 직경을 수도꼭지보다 조금 큰 28mm(1인치)로 디자인해 물을 쉽고 빠르게 채울 수 있도록 했죠. 게다가 휴대용 물병임을 감안해 실리콘 씰로 누수 방지 기능을 탑재한 건 물론이고요.



ⓒMemobottle



갖고 싶은 물병의 완성, ‘물병 꾸미기’

글로벌 용지 기준으로 물병을 디자인한 메모보틀은 혁신성을 인정 받아 내로라하는 글로벌 디자인 어워드에서 여러 차례 수상했어요. 2016년에는 오스카 시상식에서 시상식 공식 후보에게 주어지는 선물 가방에 하나씩 제공되기도 했죠. 유니크하면서도 혁신적인 메모보틀의 디자인은 유명세를 타고 현재는 호주뿐만 아니라 유럽, 아시아, 북미 등 전 세계로 수출되고 있어요.


메모보틀의 디자인은 본체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를 인정받고 있어요. 하지만 메모보틀의 디자인 혁신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아요. 메모보틀과 호환되는 액세서리를 디자인해 메모보틀의 수명을 늘리고, 사용성을 높이고 있거든요. 메모보틀 전용 액세서리들은 메모보틀을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보완하는 동시에, 사용자의 개성과 스타일을 드러내는 장식적 역할도 하죠. 물병에 왠 액세서리냐고요? 하나씩 알아볼게요. 



ⓒMemobottle



ⓒMemobottle



ⓒMemobottle



ⓒMemobottle


먼저 메모보틀 전용 슬리브. 실리콘으로 제작된 슬리브는 메모보틀의 외관이 상하는 것을 방지해줘요. 또한 단열 기능도 있죠. 모든 사이즈별로 7가지 컬러가 준비되어 있으니, 자신이 사용하는 사이즈에 따라, 자신의 취향에 따라 사이즈와 색상을 고르면 돼요. 한편 메모보틀 전용 뚜껑도 별도로 구매가 가능해요. ‘글로스 화이트’, ‘매트 블랙’, ‘코퍼’, ‘스테인리스 스틸’ 등 색상과 소재가 다양해 심플한 메모보틀의 디자인에 자신만의 한 끗 디테일을 뽐낼 수 있어요.



ⓒMemobottle


다음은 메모보틀 전용 ‘데스크 스탠드’. 이 스탠드는 스타일을 넘어 사용하는 과정에서 편리함을 배려한 액세서리예요. 메모보틀은 직육면체로 디자인되어 바닥에 세울 수 있어요. 하지만 바닥 면적을 넓게 하면 면적을 많이 차지하고, 물의 무게 때문에 다시 집어 올리기 불편한 단점이 있어요. 반대로 좁은 면적을 바닥에 닿게 하면 안정감이 떨어져 바닥이 조금만 기울어지거나 살짝만 스쳐도 바로 쓰러지죠. 마치 책을 세로로 세우면 안정감이 떨어지는 것처럼요.


데스크 스탠드는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는 메모보틀 전용 거치대예요. 메모보틀의 좁은 면적보다 조금 더 큰 너비에, 살짝 기울어진 형태로 디자인해 메모보틀을 세로로 꽂아 세울 수 있어요. 메모보틀을 책상 위에 두고 사용할 수 있는 거예요.



ⓒMemobottle


이 밖에도 메모보틀을 더 잘 사용하기 위한 제품들도 있어요. 메모보틀은 입구가 좁고 물통의 너비가 넓으니 세척할 때 단점이 있는데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전 모양 세척제인 ‘클리닝 태블릿’도 팔아요. 또한 소지품을 잘 잃어버리는 사람들을 위해 개발한 메모보틀 전용 가죽 끈 등이 개발했고요. 하나같이 메모보틀의 가치와 사용성을 높이는 제품들이에요.



ⓒMemobottle



‘영원히 No 할인’ 정책을 고수하는 진짜 이유

메모보틀은 디자인으로 넛지하면서 일회용 물병 사용을 줄여 환경에 기여하고 있어요. 실제로 메모보틀을 개발하게 된 계기도 환경 오염에 대한 문제 의식에서 출발했죠. 메모보틀의 공동 창업자 제시 리워시(Jesse Leeworthy)와 조나단 버트(Jonathan Byrt)는 멜버른 남쪽의 작은 해안 마을에서 자랐는데요. 일회용 플라스틱 물병이 바다에 미치는 파괴적인 영향을 직접 목격했죠. 그리고 이 문제가 비단 호주에만 국한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들은 일회용 플라스틱 물병 소비를 줄이고, 손이 자주 가는 다회용 물병을 개발하기 위해 고민했어요. 고민 끝에 메모보틀을 디자인하게 됐죠.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메모보틀이기에 소재 선정에도 고민이 많았어요. 내구성과 심미성은 물론이고, 동시에 가방에 넣고 다니기 편하도록 휴대성도 좋아야 했어요. 여기에 더해 원료에서 제품 제조, 최종적으로 사용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의 양을 고려했죠. 그러다 보니 메모보틀이 도달한 소재는 ‘재사용 가능한 플라스틱’이었어요. 플라스틱은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알려져 있는데, 무슨 말이냐고요?


플라스틱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진짜 문제는 한 번 사용하고 바로 폐기되는 플라스틱이 너무 많다는 점이에요. 오히려 이미 만들어진 플라스틱을 재사용하는 한, 플라스틱은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소재예요. 알루미늄, 유리 등에 비해 생산 및 가공 과정에서 배출하는 탄소 양이 더 적은 소재기도 하고요. 그래서 메모보틀은 BPA, BPS가 없는 재사용 가능한 플라스틱으로 물병을 만들고, 사회에 재사용에 대한 메시지를 던져요.


가격 정책도 환경을 생각하는 철학의 연장선에 있어요. 메모보틀 사전에 할인은 없어요. 심지어 영원히(No discounts for good)요. 할인은 불필요한 과소비 문화를 주도하고, 소비자가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사도록 유도해요. 진짜 필요해서 소비하기 보다는, 정상가보다 ‘저렴하니까’ 소비하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이유 없는 할인은 불필요한 자원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하죠. 특히 블랙 프라이데이와 같은 시기에 큰 폭의 할인을 적용하면 수요가 몰려 추가적으로 물류가 발생하고, 이는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하는 효과를 낳게 돼요.


게다가 가격 할인은 단기적인 매출을 올리는 데에는 유리할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비즈니스에도 좋을 게 없어요. 할인은 결국 마진을 줄여 사업적으로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비용 절감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져 제품에 대한 고객 만족도가 떨어질 위험이 있어요. 할인 효과를 강조하고 큰 폭의 할인율을 적용하기 위해 정상가격을 부풀리는 유혹에 빠지기도 하고요.


메모보틀은 단기 매출을 노린 플래시 세일을 하지 않아요. 그보다는,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가격으로 일년 내내 제품을 사용할 수 있기를 바라는 거죠. 물을 자주 섭취하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건 블랙 프라이데이나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넛지의 정석, 이 3가지를 지켜주세요


“지구, 사람, 고객을 생각하는 브랜드로서 메모보틀을 판매하는 더 나은 방법을 찾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라고 믿습니다.”


메모보틀의 웹사이트에 적혀 있는 내용이에요. 가격 할인을 하는 대신, 제품의 가치를 높이고 소비자들의 기대치를 초과하며 세상을 위한 더 많은 일을 하는 방향을 택하는 것이죠. 메모보틀은 지속 가능한 포장, R&D 등에 돈을 투자하고, 자선 프로젝트에 기부를 해요. 개발 도상국에 깨끗한 식수를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Water.org에 매출에 비례하는 금액을 5개월마다 정기적으로 기부하고 있고요.


그뿐 아니라 메모보틀은 B Corp의 일원이기도 해요. B Corp 인증은 영리 기업들의 ‘사회 및 환경 성과’에 대한 인증으로, 비즈니스로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회사들에게 부여돼요. 메모보틀은 B Corp의 일원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자신의 잠재력을 사회적, 환경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할 책임이 있다고 밝히죠.


메모보틀의 기저에 깔린 사회와 환경을 위하는 철학은, 다회용 물병을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메모보틀의 디자인을 더 가치 있게 만들어요. 이렇게 간접적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유도하는 걸 행동경제학에서는 ‘넛지(Nudge)’라고 부르는데요. 넛지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행동을 하도록 부추기며 옆구리를 슬쩍 찌르는 것’이에요.


넛지는 기본적으로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자는 의도를 가지고 있어요. 그럼에도 오용되는 걸 막기 위해 행동경제학에서 ‘넛지’라는 개념을 정립하고 널리 알린 책 <넛지>의 공동 저자 리처드 탈러(Richard H. Thaler) 교수는 누군가 자신의 저서에 사인을 요청할 때마다 ‘좋은 목적을 위해 넛지해 주세요.(Nudge for good.)’라는 말을 덧붙이죠. 그러면서 그는 넛지 사용에서 다음 세 가지 원칙을 꼭 지켜야 한다고 강조해요.


1. 모든 넛지는 투명해야 하고, 절대로 상대방을 오도해서는 안 된다.

2. 넛지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면 쉽게 빠져나올 수 있어야 한다. 마우스 클릭 한 번만으로 그렇게 할 수 있다면 가장 좋다.

3. 넛지를 통해 유도된 행동이 그 영향을 받은 사람들의 삶을 더 낫게 만든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메모보틀의 넛지는 행동경제학의 거장, 리처드 탈러 교수가 제시한 세 가지 원칙에도 부합해요. 좋은 넛지의 정석이라고 볼 수 있죠. 물병 디자인을 직사각형으로 바꾸었을 뿐인데, 그 안에 담긴 가능성에 전 세계가 공감하고 환영하는 이유예요.




Reference

메모보틀 공식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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