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물이 흐르는 집'이라는 의미의, 이 카페가 키아프에 초대된 이유

흑유재

2024.09.06





이번 키아프 서울 2024의 공식 F&B 파트너 중에, 눈에 띄는 카페가 있어요. 아트 페어가 한창인 현장에 널찍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검은색 벽과 오브제를 세워 존재감을 뽐내요. 그리고 그 어떤 부스보다 사람들이 북적이고요. 이 카페의 이름은 ‘흑유재’예요.


흑유재의 본진은 양평에 있어요. 그렇다고 흔한 양평의 대형 베이커리 카페를 떠올리면 곤란해요. 중후한 이름의 이 카페는 컨셉도, 공간도 우아하거든요. 카페 앞에 흐르는 천의 이름을 따, 검은 물에서 노니는 물고기들을 형상화하고 싶었다고 하죠. 서까래를 가진 한옥을 바탕으로 하는 듯하면서도, 내부는 마치 한남동의 현대적인 갤러리 같아요.


컨셉만 들어도 예술적인 이 공간을 시티호퍼스 팀이 직접 방문했어요. 흑유재의 이주연 대표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 봤죠. 알고 보니, 이주연 흑유재 대표는 오랜 시간 미술 작가로 활동해 온 작가였어요. 작가적인 마음으로 만들어낸 공간은 어떨까요?


흑유재 미리보기

 #1. ‘최소 기준치’를 올려야 완성도가 높아진다

 #2. ‘검은 물이 흐르는 집’이라는 이름의 의미

 #3. 브랜딩은 곧 ‘적정선’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예술적인 문화가 아닌, 사회적인 문화로




양평군 개군면 공세리. 양평역에서 차를 타고 시내를 지나 10분을 달리면 도착하는 한적한 시골 마을입니다. 길을 따라 흐르는 천과, 천을 둘러싼 산. 오래된 식당과 호텔이 있는 골목에 유독 모던한 건물이 한 채 들어서 있어요.


가로로 길게 세워진 건물은 액자처럼 이어지는 통창을 지나, 흑색 서까래를 가진 기와 지붕의 2층 건물로 연결되어요. 자갈이 깔린 정원에는 풍체가 큰 검은 바위 몇몇이 장식되어 있죠. 자동문을 열고 들어가면 짧고 어두운 복도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등장하는 오픈 바 형식의 카운터. 검은색 생활 한복을 입은 직원들이 커피를 내리고 있어요. 이곳은 앙평의 카페, 흑유재입니다.


마치 삼청동에 있을 만한 대형 갤러리처럼 보이기도 하고, 전통 문화를 품은 오래된 한옥 같기도 해요. 흑유재는 ‘현대와 전통의 융합’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대표적인 사례가 됐습니다. ‘수면의 아래와 위를 수십 번씩 오가는 현대인들에게 쉼을 공간을 주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지어진 곳이죠.


흑유재는 다른 ‘양평 대형 카페’와는 사뭇 달라요. 양평에는 주말에 드라이브 삼아 나들이를 나온 이들이 들를 만한 대형 카페가 많아요. 그 곳들은 대부분 비슷한 컨셉을 하고 있습니다. 2~3층짜리 건물에 베이커리를 판매하고, 테라스에서는 애완견들이 뛰어놀 수 있게 해 놨죠. 반면 흑유재는 베이커리가 없어요. 대신 전통 간식인 양갱과 오란다를 팔아요. 매달, ‘이달의 양갱’을 새로이 기획하죠. 


흑유재를 찾는 주체들도 남달라요. 흑유재를 평범한 카페 혹은 F&B 브랜드 그 이상으로 보기 때문인데요. 흑유재는 2024년 3월 ‘서울 리빙 디자인 페어’를 시작으로 이번 ‘키아프 서울 2024’에 참여해요. 12월에 있을 ‘공예 트렌드 페어’도 준비 중에 있죠. 뿐만 아니라 이 곳에서는 전통 음악의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거나, 디제이 프로젝트 팀 퍼밋(PERMIT)의 파티가 열리는 등 예술인들이 찾는 공간이 되었어요.


양평의 대형 카페로도, F&B 그 자체로도 독특한 포지션을 잡고 있는 흑유재. 예술과 상업 공간의 중간 지점이라고 할까요? 이 곳을 만든 사람의 정체가 궁금했습니다. 8월 말 늦여름, 흑유재 앞에 흐르는 흑천이 반짝이며 빛날 시기, 흑유재에 직접 찾아가 이주연 대표를 만났습니다.


ⓒ스페이스닷



#1. ‘최소 기준치’를 올려야 완성도가 높아진다


흑유재는 갤러리 카페가 아닙니다. 그림 작품 대신 소나무가 전시되어 있는, 전통을 추구하는 대형 한옥 카페에 가까워요. 그런데 어떻게 예술인들이 찾는 카페가 됐을까요? 왜 미술인들의 축제인 키아프에 부스를 내고, 젊은 예술인들과 함께 행사를 진행하는 걸까요? 답은 이주연 대표에게 있었습니다. 이 대표의 다른 직업은 미술 작가예요. 20년 넘게 미술 업계에 몸 담고 있었죠.


이주연 대표의 또 다른 일은 해외로 미술 유학을 가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었습니다. 유학 입시 학원 일을 9년 동안 이어갔죠. 이 대표가 브랜딩 스킬을 습득한 것도 바로 이 시기예요. 학교가 원하는 인재상에 맞춰 아이들을 가르치고,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컨설팅을 하고, 작품 설명을 하는 일은 마치 브랜딩과 비슷했죠.


“브랜딩을 하려면 ‘이 정도까지는 해야 한다’의 최소 기준치가 남들보다 높은 건 맞아요. 입시를 오래 했기 때문 같아요. 디테일로 가면 끝이 없죠. 입시는 한 끗 차이로 결정돼요. 특히 ‘안정권’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예를 들어 90점이 합격 커트라인이어도 95점 같은 느낌으로 만들어 놔야 하거든요.


카페를 만들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이 한 끗이 완성돼야 ‘그래도 좀 갖춰졌다’는 느낌이 들었죠. 밤을 새워서 매장 외벽, 카페 로고까지 직접 손으로 스케치 해 디자인 시안을 넘기는 식이었어요.”

-이주연 대표, 시티호퍼스 인터뷰에서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흑유재를 준비할 때도 어머니께 ‘언제까지 준비만 할 거냐’ 소리를 들을 때까지 준비했죠. 학원 일을 하면서 2년 동안 컨셉을 잡고, 레퍼런스를 공부했다고 해요. 거기에 공사 기간 1년, 총 3년을 준비해 만든 공간이죠.


학원 일을 하다가 갑자기 ‘카페를 열어야겠다’ 생각한 건 아니었습니다. 원래 흑유재 자리에는 환갑 잔치 등이 종종 열리던 대형 한정식 집이었어요. 20년이라는 세월을 겪으며 한정식 집은 점점 낡아갔죠. 그 일을 계기로 이 대표는 그 자리에 내가 직접 사업을 꾸려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해요. 잊혀지는 자리에, 다시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싶었죠.


2022년 1월, 학원을 정리하고 그 해 9월 흑유재를 정식 오픈했어요. 이 대표를 오래 알고 지냈던 미술계 사람들, 부모님, 친구들 모두가 말렸어요. ‘주연이 네가 무슨 장사냐’고요. 하지만 이주연 대표에게는 또 다른 바람이 있었어요. 흑유재를 마냥 사업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동네의 허브로 만들고 싶었던 거예요.


“이 동네 토박이이기 때문에 애정이 많아요. 그런데 참 안타까운 게 있어요.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면 어르신들이 그냥 집 앞에 의자 내어 놓고 하염없이 앉아 계세요. 그냥 지나가는 사람 구경 하시는 거예요. 적적하니까. 양평 개군면은 서종면처럼 서울 사람들이 주말에 자주 놀러 오는 곳이 아니에요. 잘 안 알려졌죠. 저는 이 곳에 활기를 더 하고 싶었어요. 사람들을 개군면으로 불러들이고 싶었죠.”

-이주연 대표, 시티호퍼스 인터뷰에서


흑유재에서 보이는 개군면의 풍경과 흑천. ⓒ시티호퍼스



#2. ‘검은 물이 흐르는 집’이라는 이름의 의미


흑유재의 설계는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스페이스 닷’의 이승원, 김경일 대표와 함께 했어요. 컨셉을 정할 때부터 이 대표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외곽 대형 카페와 달라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미술 작가로서 직업병이기도 했지만, 대형 카페가 많은 양평에서 그들과 비슷한 컨셉을 잡는다면 그저 똑같은 ‘신상 카페’에 불과할 것이라고 생각했죠.


“양평의 카페들은 대부분 컨셉이 엇비슷해요. 쉼과 휴식을 이야기하고, 베이커리 카페 아니면 갤러리 카페죠. 저는 이 둘 모두 하기 싫었어요. 차라리 한남동이나 이태원에 있는 오브제 편집샵처럼 만들고 싶지, 양평에 있는 수많은 갤러리 카페처럼 만들고 싶진 않았어요. 이 모든 걸 빼니 오히려 뭘 해야 할지 명확해지더군요.”

-이주연 대표, 시티호퍼스 인터뷰에서


대신 흑유재는 주변 자연환경에서 컨셉의 힌트를 얻었습니다. 흑유재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과 어우러지는 공간을 만든다면, 그건 오로지 흑유재만이 만들 수 있는 컨셉이었으니까요. 


가장 먼저, 흑유재의 앞에 흐르고 있는 천에 집중했어요. 천의 이름은 흑천(黑川). 천 상류에 있는 검은 돌이 마치 검은 해 같고, 그 돌이 맑은 물에 비쳐 검정 물이 된다고 해서 흑천이에요. 이 흑천을 중심으로, 카페에 오는 손님들을 검은 물에서 노니는 물고기들로 만들고자 했죠. ‘헤엄치는 물고기의 즐거움’이란 뜻의 사자성어, 영어지락(泳漁之樂)의 정신을 담은 거예요.


그래서 흑유재의 이름도 ‘검은 물이 흐르는 집’이란 뜻을 갖고 있죠. 내부로 들어오는 복도가 어두운 이유 역시 손님이 흑유재로 향하면서, 흑천으로 들어가는 시퀀스를 만들기 위한 목적이에요. 내부로 들어서면 중앙에 직사각형 형태의 ㅁ자 오픈바가 가장 먼저 나타나요. 고객이 바 주위를 한 바퀴 돌면서 마치 물고기가 노니는 듯한 동선이 만들어지도록 설계한 거예요. 


ⓒ시티호퍼스


ⓒ스페이스닷


홀의 인테리어 역시 흑천에 빠진 물고기들의 생활 공간처럼 보여요. 1층의 ‘무영공간(無泳空間)’은 직역하면 헤엄침이 없는 공간이라는 뜻이에요. 이 뜻대로 물고기들이 검은 돌멩이 사이 공간을 찾아 잠을 청하듯, 타인의 시선이 차단된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꾸며졌죠. 


이에 맞게 세로로 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건 반투명한 검은색 커튼이에요. 커튼 사이사이에 앉아서 쉴 수 있는 좌석이 있죠. 조명이 어두워 조용하고 나긋한 천의 하류층이 떠올라요. 커튼으로 채워진 길의 끝에 도달하면 물결을 표현하는 디지털 아트가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어요.


“우리는 타인과 얼굴을 맞대고 있을 때 피로감을 느껴요. 팬데믹을 거치며 그 사실이 더욱 저명해졌죠. 자기들만의 공간을 만들어서, 옆자리 사람, 시설이나 다른 요소를 신경 쓰지 않고 아늑한 느낌을 강조하고 싶었어요. 특히 ‘물’을 형상화할 수 있는 건축 자재를 찾다가 반투명하게 비치는 검은 천을 사용했죠. 에어컨 바람이 불면 천이 살랑이며 마치 물결 같아 보여요.”

-이주연 대표, 시티호퍼스 인터뷰에서


ⓒ스페이스닷


ⓒ시티호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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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계단을 올라가면 ‘유영공간(有泳空間)’이 나타나요. 흑천의 수면 아래를 표현한 무영공간과 달리, 햇빛이 가득한 수면 위를 형상화했죠. 그래서 어두운 분위기의 무영공간과 다르게 밝은 조명에 화이트 톤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개방되어 있는 홀에서 나아가 테라스로 나갈 수 있도록 만들었죠. 테라스에서는 가까이 흐르고 있는 흑천이 그대로 보여요.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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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브랜딩은 곧 ‘적정선’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흑유재를 보고 있으면 전통에 치우치지도, 현대에 치우치지도 않은 오묘한 경계선에 있는 듯해요. 지붕의 서까래는 흑유재가 위치한 양평 땅의 전통을 보여주지만, 모든 가구는 미드센츄리 스타일로 모던함을 뽐내고 있죠. 


디저트 역시 전통 간식인 양갱을 내세우지만, 대표 제품인 ‘과일 양갱 모둠’은 팝한 컬러감을 자랑해요. 망고, 귤, 블루베리 등의 과일 모양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표현했어요. 그 자체로 현대적인 미술 작품을 보고 있는 듯해요.



ⓒ흑유재


ⓒ흑유재


ⓒ시티호퍼스


이주연 대표에게 물었습니다. 흑유재는 근본적으로 전통을 중시하는지, 아니면 모던함을 더 중시하는지.


“’온고지신(溫故知新)’과 ‘법고창신(法古創新)’이라는 두 가지 사자성어가 있어요.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저는 약간 달리 해석했죠. 온고지신은 옛것을 통해 새로운 것을 안다는, 쉽게 말해 지식 습득에 가까운 표현이에요. 하지만 법고창신은 현실적인 필요에 의해 옛것을 참고해 현대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더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표현으로 봤죠. 흑유재는 제 나름의 법고창신의 정신을 담고 싶었어요. 그래서 전통에 기반을 두되, 가능한 한 현대적으로 보이게끔 만들었어요.”

-이주연 대표, 시티호퍼스 인터뷰에서


흑유재에 온 손님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서울에 있는 갤러리 같다’는 거예요. 양평에 역시 갤러리 카페가 많지만, 대부분 시골의 분위기를 담은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를 하고 있죠. 이주연 대표는 이들과 달라야 한다는 생각에 도심에 있을 법한 카페도 양평에 들여올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인테리어를 할 때 무조건 ‘심플’을 강조하다 보니, ‘고급스럽다’는 평가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고급스러움의 핵심은 ‘심플’이 아니라 ‘적정선’이라고 이 대표는 말하죠.


“흑유재가 전통과 현대의 적정을 지키고 있듯, 모든 브랜딩의 포인트는 적정선을 찾아가는 과정 같아요. 그 적정선을 넘어버리면 바로 촌스러워지거든요. 가령, 제가 흑유재의 한옥 컨셉을 극단으로 끌고 갔으면 직원들에게 갓을 씌웠을 거예요. 지금은 검은색의 생활 한복을 입는 정도지만요. 혹은 제가 모던함만을 추구했으면 원래 있던 서까래를 허물고 수영장 같은 카페를 만들었겠죠.”

-이주연 대표, 시티호퍼스 인터뷰에서


흑유재는 공간뿐 아니라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서도 적정선을 고민하고 있어요. 상업과 예술의 경계를 고민하는 거죠. 흑유재는 서울리빙디자인페어, 공간디자인페어, 키아프, 서울공예트렌드페어 등 한국 유수의 아트 페어에 초청되고 있는데요. 이주연 대표가 미술 업계에 오래 몸 담았던 이유도 있지만, 예술 업계가 보기에 흑유재는 예술과 상업의 적정선을 잘 지키고 있기 때문이에요.


키아프 서울 2024 흑유재 부스 ⓒ시티호퍼스


키아프 서울 2024 흑유재 부스 ⓒ시티호퍼스


평소에는 카페라는 상업 공간으로 열리지만, 예술 활동에 있어서 흑유재는 관대한 대관 정책을 보여요. 국악 음악의 뮤직비디오를 촬영할 때, 음악 크리에이티브 집단 퍼밋의 파티를 열 때 모두 저렴한 가격으로 공간을 오픈했죠. 앞으로도 예술 활동에 관련한 공간으로 더 환영 받았으면 좋겠다는 이 대표의 바람이에요. 하지만 이 활동에도 적정선이 필요합니다.


“예술 활동을 하더라도 우리 공간과 결이 잘 맞는가, 이게 최우선이 되어야 해요. 컨셉을 훼손시키지 않는 한, 예술에 도움이 되는 활동이면 최대한 지원할 생각이고요. 다만, ‘예술을 위한 흑유재’가 되면 안 되는 거죠. 흑유재는 예술로 가서도, 상업적으로 가서도 안 돼요. 오히려 이 공간이 예술과 상업을 적절하게 흡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정체성을 갖는 일이니까요.”

-이주연 대표, 시티호퍼스 인터뷰에서


퍼밋과 함께 한 디제잉 파티 ⓒ흑유재


퍼밋과 함께 한 디제잉 파티 ⓒ흑유재



예술적인 문화가 아닌, 사회적인 문화로


흑유재는 ‘문화적인 브랜드’가 되고자 합니다. 단순히 예술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뜻하는 게 아니에요. 예술보다는 좀 더 사회적인 브랜드를 바라보는 거죠.


“음식과 문화를 섞는 일을 자주 하고 있어요. 양갱의 맛을 매달 바꾸기도 하지만, 간혹 이벤트 양갱을 만들어요. 만우절에는 4개의 초록빛을 띄는 양갱을 만들어, 각각 청사과맛, 녹차맛, 쑥맛, 와사비맛으로 구성했죠. 일종의 복불복 게임 같은 메뉴였어요. 화이트데이에는 혼자 오는 손님들에게 양갱을 무료로 제공하기도 하고요.”

-이주연 대표, 시티호퍼스 인터뷰에서


즉, 흑유재는 사회 맥락을 담은 카페가 되고 싶은 겁니다. 흑유재가 흑천이 있는 개군면의 맥락을 공간에 담았던 것처럼요.


이주연 대표는 아직 흑유재가 만들어지는 중이라고, 흑유재가 어디로 향할지는 자기도 잘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그 모든 과정을 쌓아가는 과정이 바로 브랜딩이죠. 미술 작가로서 이주연 대표의 그림은 이런 ‘축적의 과정’을 담고 있어요. 불안정했던 유학 시절 작업했던 그림은 하루하루 겹겹이 물감을 쌓아 올리면서 완성했죠. 그 불안정한 시간이 쌓인 결과예요.


시간이 쌓인다는 것은 브랜딩과 닮아 있습니다. 결과물만 보고는 브랜딩이라 할 수 없듯, 흑유재가 참여하는 모든 페어와, 흑유재가 만드는 모든 음료와 디저트가 흑유재를 완성시키는 요소가 되죠. 그리고 이주연 대표의 할 일은 그 과정이 즐겁거나 괴롭더라도 그 순간에 최선을 다 하는 겁니다. 


ⓒ이주연


ⓒ이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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