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업은 사양 산업’이라고요? 하지만 이 출판사는 예외일지도 몰라요. 그 주인공은 1인 출판사, ‘터틀넥프레스’. 터틀넥프레스가 출간한 책은 70주 넘게 베스트셀러를 찍기도 했고, 독자들은 편지가 도착하듯 뉴스레터에 답장을 보내기도 해요. 이 모든 건, 진심으로 관계를 맺는 법을 아는 출판사의 방식 덕분이었죠.
터틀넥프레스는 ‘책을 만든다’는 말에 진짜 의미를 더해요. 책은 콘텐츠가 아니라 사람 사이를 잇는 매개라는 걸 증명하듯, 편집자와 작가가 친구처럼 기획하고, 독자와도 오랜 교감을 나눠요. 심지어 전시도 독자들과 같이 만들죠. 이렇게 유쾌하고 따뜻한 방식으로 책을 만드는 출판사라니, 궁금하지 않나요?
이번 인터뷰에서는 터틀넥프레스를 만든 김보희 대표의 이야기, 그리고 ‘출판은 진심의 사업’이라는 걸 증명해낸 여정을 담았어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니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만나야 할 브랜드. 읽다 보면 분명, ‘나도 이 출판사의 친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 거예요.
터틀넥프레스 미리보기
• #1. 만드는 사람과 읽는 사람이 함께 배우는 출판사
• #2. 기획의 시작은 유대 관계를 쌓는 것
• #3. 공급자와 소비자가 아닌 ‘친구’ 사이로
• 시장 상황과 관계 없이 진심은 유효하다
2025년 1월, 한 권의 책이 출간됐어요. <터틀넥프레스 사업일기:BEGINS>. 출판사 ‘터틀넥프레스’를 운영하는 김보희 대표가 쓴 15개월 간의 일기가 세세히 담겨 있어요. 19년 동안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다 퇴사를 한 순간부터,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거래처와 미팅을 하는 이야기까지. 김보희 대표의 솔직한 사업 일기는 독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죠.
단순히 책의 재미 때문에 화제가 된 건 아녜요. 이 출판사, 알고 보니 유명한 베스트셀러를 출간한 곳이죠. 2023년 12월 출간 이후 70주 이상 예술 부문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에디토리얼 씽킹>. 이 책을 만든 출판사가 바로 터틀넥프레스죠. <에디토리얼 씽킹>은 매거진 에디터로 20년을 일하며 기획자, 편집자의 노하우를 쌓아온 최혜진 작가가 세상을 ‘편집’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법을 전하는 책이죠.
놀라운 건, 이 베스트셀러를 출간한 곳이 1인 출판사라는 거예요. 터틀넥프레스는 지금도 김보희 대표가 혼자 운영 중이죠. 2023년 7월 첫 책 <기획하는 일, 만드는 일>을 시작으로 가장 최근작인 <터틀넥프레스 사업일기:BEGINS>까지. 터틀넥프레스의 책들은 꾸준히 사랑 받아 왔어요.
ⓒ터틀넥프레스
터틀넥프레스는 <시사IN>이 주최한 설문에서 2024년 출판편집자들이 주목한 루키 출판사로 선정되기도 했어요. 뿐만 아니라 교보문고가 주최하는 ‘내일이 기대되는 출판사’를 수상하며 업계의 주목을 한껏 받고 있죠. 만드는 책의 인기나, 출판사 자체나 1인 출판사로서 놀라운 성과예요.
알고 보니 김보희 대표는 ‘길벗’, ‘마음산책’, ‘웅진’, ‘휴머니스트’ 등 많은 출판사를 거치며 편집자 생활을 이어왔어요. 19년 동안 책에 대한 가치관과, 편집자로서의 철학이 굳건해졌죠. 이런 노하우를 담아 유유출판사를 통해 <첫 책 만드는 법>을 써내기도 했어요.
김보희 대표의 마지막 직장은 휴머니스트예요. ‘자기만의 방’ 시리즈를 만들면서 밀레니얼 세대를 타깃으로 많은 독자층을 확보했죠. 김보희 대표가 자기만의 방을 만들던 시기, 자기만의 방은 실제로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그런데 김보희 대표는 성장을 멈추지 않았어요. 2022년 봄, 탄탄대로를 달리던 브랜드에서 나와 자기만의 브랜드, 터틀넥프레스를 설립했죠. 김보희 대표의 이야기가, 그리고 터틀넥프레스가 업계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이 궁금했어요.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죠.
ⓒ터틀넥프레스
#1. 만드는 사람과 읽는 사람이 함께 배우는 출판사
김보희 대표는 자기만의 방 시리즈를 론칭하고 50권 넘게 책을 만들기까지 6년 동안 마지막 회사를 다녔어요. 회사 생활은 즐겁고 성과도 좋았지만, 어느 날 ‘여기서 머물면 안 된다’는 마음의 소리가 들려왔죠.
“정말 신기한 게, 아침에 산책을 하는데 머릿속에 일종의 계시처럼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판을 흔들어야 한다’. 그때부터 그 판이 뭘까 계속 고민했어요. 당시 브랜드도 안정기였고, 무엇보다 인생에 다시 이런 팀을 만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좋아하는 팀원들과 일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무렵엔 뭘 해도 설레지 않는 거예요. 저는 대체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너무 설레고 신이 나서 달려가곤 했었는데 말이에요. 고민 끝에 ‘흔들어야 하는 판은 내가 일하는 방식이구나’라는 나름의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회사를 ‘졸업’하기로 결심했어요.”
- 김보희 대표, <시티호퍼스> 인터뷰 중
김 대표가 퇴사가 아닌 ‘졸업’이라고 말한 이유는 그 브랜드 안에서 할 수 있는 걸 이미 다 했다는, ‘성장 완료’했다는 의미예요. 새로운 세계에 진입하는 게 두려워 모른 척 무시하고 있었던 넥스트 스텝을 이젠 정말 나아가기로 한 거죠. 그렇게 김 대표는 2022년 봄 다니던 직장을 졸업하고 홀로서기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홀로서기의 첫 단추가 다시 출판이라니. 의아했어요. 사실 김 대표가 출판업에 정착하게 된 계기 역시 의아하죠. 김 대표는 원래 영화 일을 하고 싶었다고 하거든요.
“대학을 다닐 때 영화를 찍어본 경험이 너무 좋았어요. 현장에 있을 때 너무 행복했거든요. 특히 좋았던 건 현장에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 가지 목표를 향해 열심히 힘을 모으는 거였어요. 그 에너지가 좋았어요.
사실 처음 출판사에 입사했던 것도 영화 공부를 위한 유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어요. 그런데 책 만드는 일이 영화 만드는 일과 너무 비슷한 거예요. 작가는 글을 쓰고, 디자이너는 시각적 구현을, 제작자는 물성 구현을, 그리고 편집자는 모든 과정의 PM 역할을,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해 협업하며 책을 완성하는 과정. 영화를 찍을 때 제가 좋아했던 지점을 출판에서도 느낄 수 있었어요.”
- 김보희 대표, <시티호퍼스> 인터뷰 중
ⓒ16p 매거진
결국 김 대표는 책 만드는 일에 마음을 붙이고 오랜 기간 편집자 생활을 이어갔죠. 출판사에서 일하면서 김 대표는 천천히 ‘좋은 책’에 대한 나름의 가치관을 찾아갔어요. 실용서, 경제경영서, 예술서, 문학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만들면서 그가 찾아낸 ‘좋은 책’의 답은 ‘지금의 나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었죠.
“좋은 책의 기준은 참 다양해요. 사람마다 다르고, 딱 하나의 기준으로 말하기 어렵죠. 그럼에도 통용될 법한 기준은 ‘지금의 나에게 도움을 주는 책’이라는 거예요. 내 안에 떠오른 질문에 힌트를 주거나, 문제를 해결해준다거나, 궁금했던 걸 알려주는 등. 분야도 상관없고, 수상작인지 아닌지도 중요하지 않아요. 어제도 내일도 아닌 ‘오늘’ 내게 도움을 주고, 필요로 하는 책이 좋은 책이라는 생각을 해요.”
- 김보희 대표, <시티호퍼스> 인터뷰 중
김 대표가 만든 브랜드 역시 이런 철학을 공유해요. 자기만의 방도 마찬가지였죠. 자기만의 방은 1986년생 김시영이라는 가상의 독자 페르소나를 만들어 그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책으로 만드는 것이 미션이었어요. 페르소나를 구체화하기 위해 가족관계, 직업, 취미나 좋아하는 브랜드 등의 프로파일링은 물론 86년생이 겪어온 사회문화적 배경들을 조사하기도 했어요.
터틀넥프레스도 어느 한 독자군을 타깃해 그 독자군이 필요로 하는 책을 만들어요. 다만, 터틀넥프레스의 시작은 가상의 페르소나가 아닌 ‘김보희 대표’ 본인이죠. 그래서 터틀넥프레스를 시작하기 위해 ‘나의 감정 알아보기’ 같은 자아 찾기 워크숍에도 많이 참여했다고 해요. 그런데, 왜 ‘나’로부터 시작되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던 걸까요?
“회사를 떠나 나만의 브랜드를 만든다면, 나답게 일해보고 싶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나답게란 어떤 거지?’라는 의문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나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각종 워크숍에도 참여하고, 일기를 엄청 썼어요.”
- 김보희 대표, <시티호퍼스> 인터뷰 중
그렇게 탄생한 터틀넥프레스. 모든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김보희 대표의 상징이기도 해요. 이름도 마찬가지예요. 직역하면 ‘거북목 출판사’라는 뜻이죠. 지인들과 함께 술자리에서 정한 이름이라고 해요. 해외의 한 게임 제작사 ‘커피 스테인(Coffee Stain)’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커피 스테인은 커피 자국이라는 뜻인데, 회의를 너무 많이 해서 항상 테이블에 커피 자국이 남는다는 의미로 만들어진 이름이죠. 자신들의 정체성을 이름에 담았던 거예요. 그렇다면 책 만드는 사람들의 정체성을 담은 이름은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에 생각난 게 ‘거북목’, 즉 터틀넥이었어요.
출간하는 책의 큰 주제 역시 김보희 대표 본인이 배우고 싶은 일이죠. 첫 책 <기획하는 일, 만드는 일>(장수연 저)을 통해 영상 PD들의 기획 노하우와 일을 대하는 태도를 배우고, <오늘도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한수희 저)를 통해 삶의 태도를 배우고, <인터뷰하는 법>(장은교 저)을 통해 나 자신과 타인을 알아보는 법에 대해 배우고, <에디토리얼 씽킹>(최혜진 저)을 통해 에디터적 사고법을 배우고자 했어요.
“브랜드를 준비하면서 나라는 사람에 대해 많이 공부했어요. 그 공부 끝에 찾은 키워드가 ‘함께, 배움’이었어요. 저는 함께하는 일에서 매력을 느끼고, 또 무엇이든 배우는 걸 좋아하거든요. ‘배운다’는 게 단지 지식만을 말하는 건 아니에요. 누군가의 경험, 노하우, 태도 등 무궁무진해요. 터틀넥프레스의 미션은 책 친구인 독자들과 ‘함께 배우고 싶은 것을 책으로 펴낸다’로 정리되었어요.”
- 김보희 대표, <시티호퍼스> 인터뷰 중
ⓒ터틀넥프레스
#2. 기획의 시작은 유대 관계를 쌓는 것
실제로 터틀넥프레스가 책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과정이 궁금해져요. 김보희 대표의 무기는 추상적이지만 확실한 ‘진심’이죠. 진심으로 작가를 대하고, 진심으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신뢰를 쌓아요. 한 책이 출간되기까지 중간중간 작가들과 개인적으로 친목을 다지는 자리도 자주 갖고요. 이로써 터틀넥프레스는 작가와 편집자 관계에서 넘어선 인간 대 인간으로 일하는 경험을 만들죠. 그렇게 쌓인 신뢰 관계는 쉽게 무너지지 않아요. <에디토리얼 씽킹> 역시 신뢰의 방식으로 일해온 김보희 대표를 위해 최혜진 작가가 ‘개업 선물’이라는 건넨 원고라고 해요.
<인터뷰하는 법>은 지인의 소개로 장은교 작가를 만나게 되면서 기획이 시작됐어요. 김보희 대표는 누군가를 만나기 전 ‘이 분과는 이런 책을 만들면 좋겠다’는 가설을 세우고 간다고 해요. 장은교 작가의 경우 신문기자로 19년 넘게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인터뷰 노하우를 담은 책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그 가설이 맞아 떨어져 <인터뷰하는 법> 출간을 준비하게 됐죠.
큰 주제가 잡히면 작가와 함께 기획안을 주고 받아요. 합의가 일어난 이후엔 본격 집필에 들어가죠. 김보희 대표는 ‘스프린트 마감제’를 추구해요. 일종의 연재물을 마감하듯이 일정 분량을 일주일에 한 번, 혹은 정해진 기간 동안 마감하는 거예요. 원고가 쌓이는 동안에는 큰 방향의 피드백만 주고받죠. 김보희 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핸들만 살짝 꺾는 피드백”이라고 해요.
ⓒ터틀넥프레스
그렇게 쌓인 원고를 다시 구체적인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수정해요. 인상적인 건, 세세한 피드백 과정에서도 ‘인간미’가 보인다는 거예요. 김보희 대표는 원고에 댓글을 달아가며 피드백을 전해요. 그 과정에서 ‘이 문장 너무 좋아요 ㅠㅠ’ 같은 날것의 수다스러움이 섞여 있죠. 바로 이게 김보희 편집자의 노하우였어요.
“평가하는 피드백이 아니라, 책에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글 피드백이라는 게, 사실 좋은 피드백 빼고는 다 마음에 걸리거든요. 지적이 아닌데도 지적처럼 느껴질 수도 있고, 글에 대한 피드백이 마치 그 사람에 대한 평가처럼 느껴질 수도 있고요.”
- 김보희 대표, <시티호퍼스> 인터뷰 중
그렇다고 큰 내용만 본다는 게 아니에요. 독자가 품을 수 있는 모든 궁금증을, 미리 해소하는 게 편집자의 역할이죠.
“의문이 생기거나, 궁금한 게 있으면 작가님을 많이 괴롭히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한수희 작가의 에세이에 스튜 만드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레시피가 줄글로 이어지는데, 각 단계가 맞는지 재차 확인했어요. 이걸 누가 따라 만들까 싶을 수도 있지만, 혹여 그게 단 한 명일지라도 저는 그 분을 위해 미리 질문하는 역할을 하는 거죠.”
- 김보희 대표, <시티호퍼스> 인터뷰 중
ⓒ터틀넥프레스
#3. 공급자와 소비자가 아닌 ‘친구’ 사이로
터틀넥프레스의 신뢰 관계 맺기는 작가에서 독자로 나아가요. 김보희 대표는 터틀넥프레스의 책을 좋아해주는 이들을 ‘팬’이 아닌 ‘친구들’이라고 명명하죠. 영업과 마케팅은 살면서 처음 해보는 일이지만 터틀넥프레스의 독자 대상 뉴스레터 구독자는 벌써 2,700명이 넘어요. 김보희 대표가 마케팅에 타고난 게 아니에요. 독자를 친구로 대하는 진심이 느껴져서죠.
“저는 지금 평생의 운을 다 끌어다 쓰는 기분이에요. 터틀넥프레스에는 ‘숨은 마케터’들이 정말 많아요. 사실, 출판사의 할 일 중 하나가 서점 매대에 책이 잘 놓여 있는지 확인하고 다니는 거거든요. 그런데 저는 혼자 운영하다 보니 모든 서점을 다니기가 녹록지 않죠. 그런 사정을 알고 계신 독자 분들이 서점에 갈 때마다 저희 책을 사진 찍어서 보내주세요. 독자들과 함께 일하는 기분이에요.”
- 김보희 대표, <시티호퍼스> 인터뷰 중
독자들이 진심으로 터틀넥프레스를 대하게 된 건, 김 대표가 먼저 독자들에게 진심을 보였기 때문이에요. <에디토리얼 씽킹>은 인터넷서점 알라딘의 북 펀딩으로 첫 출간을 했어요. 김보희 대표는 펀딩 리워드 상품인 엽서 세트를 더 정성을 담아 포장하고 싶어서 어려운 방법을 택했어요. 감사한 마음을 담은 편지도 동봉했고요. 서툴지만 정성을 쏟았다는 걸 알아봐 준 후원자들이 SNS에 공유하기 시작했고 입소문이 퍼지는 데에 도움이 되었죠.
ⓒ터틀넥프레스
김보희 대표는 천천히 형성된 터틀넥프레스의 독자층을 정말 친구들이라고 생각해요. 독자들과 탄탄한 유대 관계, 그리고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었던 건 모두 ‘친구 사귀기’와 똑같이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하죠.
“친구들하고 친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우정을 쌓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했어요. 답은 단순했어요. 자주 만나고, 많이 얘기하고, 편지도 쓰고 선물도 하는 교감이 있어야죠. 그렇게 독자들을 친구처럼 대하고 있을 뿐이에요.”
- 김보희 대표, <시티호퍼스> 인터뷰 중
실제로 김 대표는 독자들과 자주 만나기 위해 작은 규모의 행사도 최대한 참여하려고 해요. 최근에는 북토크를 20여 개나 진행했다고 해요. 뉴스레터 ‘거북목편지’도 정말 친구들에게 편지 쓰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에요. 그 마음이 느껴져서인지, 뉴스레터인데도 불구하고 회신을 보내오는 독자도 많다고 하죠.
ⓒ터틀넥프레스
더 나아가, 터틀넥프레스는 독자를 브랜드에 직접 참여시켜요. ‘찐친’들과 의견을 주고받는 것처럼요. 종종 터틀넥프레스는 거북목편지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이벤트를 개시해요. 그 중 하나가 2024년 진행한 ‘거북목 기획단’이죠. 독립서점 땡스북스에서 열린 전시 기획을 독자들과 함께 기획한 거예요. 뉴스레터를 통해 기획단 신청을 받았고, 그중 기획단에 위촉된 독자들은 김보희 대표와 회의를 하며 전시와 굿즈를 기획했고, 그 모습 그대로 전시가 진행됐죠.
“너무 놀라웠어요. 신청해주신 분들도 예상보다 많았고, 참여한 분들도 3시간 여를 집중해서 쉬지도 않고 회의를 했는데도 전혀 피곤해 하지 않고 즐겁다 하시더라고요. 터틀넥프레스는 독자들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고, 참여한 분들은 새로운 일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이런 상호작용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의미를 얻는 것 같아요.”
- 김보희 대표, <시티호퍼스> 인터뷰 중
ⓒ터틀넥프레스
시장 상황과 관계 없이 진심은 유효하다
김보희 대표의 진심으로 운영되는 터틀넥프레스는 이제 1인 출판계의 대표적인 얼굴이 되고 있어요. 사실, 2025년 현재 1인 출판, 독립서점을 포함한 독립출판계가 ‘핫하다’고는 할 수 없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1인 출판의 길을 걸어가는 김보희 대표의 마음이 궁금해졌어요.
“사실 출판계는 늘 불황이었어요. 제가 출판계에 들어왔을 때부터 출판은 사양산업이라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지금도 같아요. 출판은 여전히 사양산업, 불황이고 서점은 계속 줄고 있고요. 그러다보니 한편으로는 이런 시장상황에 무뎌지는 면도 있어요. 늘 나빴기 때문에 좋고 나쁘고는 상관이 없달까요. 독립서점도 많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또 새로운 서점들이 생기고요.”
- 김보희 대표, <시티호퍼스> 인터뷰 중
1인 출판이 막 시작되고 집중을 받았던 건 2014~2015년 무렵이죠. 지금 많이 안 보인다고 해서 없어진 게 아니라고, 김 대표는 말하죠.
“지금도 1인 출판이 진짜 많아요. 보이지 않을 뿐이죠.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1인 출판을 시작하고, 다양한 책을 만들며 애를 쓰고 있어요. 터틀넥프레스도 마찬가지예요. 저희 집 거실 테이블 앞에 앉아 고요히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 책들이 세상 곳곳에 닿기를 바라면서요. 앞으로 터틀넥프레스가 또 어떤 일들을 해나갈지 모르겠지만, 독자들과 거북목 멤버들 함께 나이 들어가고 싶어요. 책 친구로 오래 곁에 함께하고 싶어요.”
- 김보희 대표, <시티호퍼스> 인터뷰 중
터틀넥프레스는 출판사 이전에 ‘모임’이에요. 작가와 편집자, 독자와 출판사 대표가 ‘거북목’이 생길 정도로 무언가를 함께 배우는 것에 열중하는 모임. 이 진심 하나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터틀넥프레스의 미래를 응원하고 싶어져요.
ⓒ터틀넥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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