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일은 쉬워야 한다’는 믿음을 가진 브랜드가 있어요. 인센스 스틱, 무드 워터 등 ‘향’ 제품으로 유명한 ‘콜린스(Collins)’예요. 콜린스는 향을 중심으로 한 제품들을 주력으로 하지만, 단순한 아로마 브랜드가 아니에요. 핵심은 따로 있죠.
‘지극히 개인적인 순간을 더 아름답게 만들 것.’
콜린스가 지극히 개인적인 순간의 분위기에 주목한 데에는 이유가 있어요. 남들과는 공유하지 않는, 남들이 이해하지 않아도 되는 나만의 개인적인 순간을 아름답게 가꿀 수 있다면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이런 철학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가 향이었던 거죠.
성수동에 위치한 콜린스의 사무실에서 브랜드를 기획한 이광배 디렉터, 디자인을 맡은 김문희 디자이너를 만나고 왔어요. 브랜드의 기획부터 스토리텔링 전략, 그리고 브랜드 디자인까지, ‘분위기’로 비즈니스를 만드는 과정을 들어봤어요.
콜린스 미리보기
• #1. 소비자와 서비스 사이의 공백에서 기회를 찾다
• #2. 콘텐츠와 캐릭터로 브랜드 철학을 알리다
• #3. 디자인으로 리추얼을 유도하다
• 분위기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 세계인의 공감을 얻다
뮤지컬 <킹키부츠>, 영화 <파묘>, K-POP 스타 ‘세븐틴’,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 몰트 위스키 ‘싱글톤’… 각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이들이 컬래버레이션 파트너로 찾는 하나의 브랜드가 있어요. 바로 인센스로 유명한 ‘콜린스(Collins)’예요.
ⓒCollins
ⓒCollins
콜린스와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브랜드가 인센스라는 물건으로 재탄생하고 있어요. 영화 <파묘>와의 협업을 볼까요? 콜린스의 시그니처인 틴케이스 인센스 패키지에는 붉은색 글씨로 ‘EXHUMA’가 적혀 있어요. <파묘>의 영문 제목이에요. 본품인 인센스 스틱은 흑빛 바디에, 끝은 붉게 그을린 것 같은 모습이에요. 향은 꽃내음이 나는 플라워. 영화 <파묘>의 음산한 기운이 느껴지는 듯하죠.
매 협업마다 파트너 브랜드의 이야기를 인센스로 선보여온 콜린스. 콜린스는 2020년 시작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대표 제품인 인센스는 2021년 출시됐어요. 첫 제품은 손소독제였고, 이후로는 홈웨어, 인센스, 비누, 향 스프레이 등 다양한 제품군을 출시하고 있죠. 그런데 콜린스를 단순히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라고 부르기에는 그 이상의 브랜드예요.
먼저 콜린스는 브랜드 스토리부터 남다른데요. 콜린스는 한 우주비행사에서 따 온 이름이에요. 아폴로 11호 사령선을 조종했던 ‘마이클 콜린스’죠. 1969년 아폴로 11호 사령관이었던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처음 착륙한 순간, 그는 홀로 달 뒤편을 비행하고 있었어요. 외로웠겠다고요? 마이클은 당시, 의외의 말을 했어요. “작고 아름다운 나만의 공간을 소유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고요.
브랜드 콜린스는 바로 그 ‘나만의 순간’에 집중했어요. ‘지극히 개인적인 순간’이 중요하다는 걸, 마이클 콜린스의 이야기와 함께 알리고 싶었죠. 그리고 그 개인적인 순간을 채우는 건 ‘분위기’라는 것도요. 즉, 콜린스는 ‘나만의 분위기를 채울 수 있는’ 물건을 만드는 브랜드예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중에서도, 개인의 무드를 만드는 ‘무드 브랜드’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요?
지극히 개인적인 순간을 디자인하는 콜린스가 궁금해 직접 성수동에 있는 콜린스 사무실로 찾아갔어요. 그 곳에서 이광배 디렉터, 김문희 디자이너와 함께 콜린스의 스토리텔링과, 디자인에 대해서 들어봤어요.
#1. 소비자와 서비스 사이의 공백에서 기회를 찾다
콜린스를 운영하는 회사는 ‘깃컴퍼니’예요. 2016년 말 설립되어, 2017년부터 운영을 시작했죠. 콘텐츠 미디어 회사 ‘피키캐스트’에서 만난 네 명의 공동창업자가 함께 만든 회사예요. 그 중 한 명이 콜린스를 지휘하고 있는 이광배 디렉터죠. 네 명의 창업자는 피키캐스트를 함께 나와 넥스트 스텝을 고민했어요. 그렇게 탄생한 게 깃컴퍼니의 첫 브랜드, 반려 동물 용품 구독 서비스 ‘베이컨 박스’였죠.
“당시 반려견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기회를 봤어요. 동시에, 우리가 정말 애정을 갖고 할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죠. 창업이란 결국 개개인의 어떤 욕망, 희망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거든요. 저희의 공통된 희망은 ‘우리가 키우는 강아지와 함께, 우리가 만든 회사로 출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거였어요.”
- 이광배 디렉터, 시티호퍼스 인터뷰 중
온라인 위주의 콘텐츠를 만들던 네 사람이, 갑자기 반려 동물 용품을 만들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거예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물성’에 대한 도전 의식이 있었죠.
“창업자들이 모두 온라인에 모태를 두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에 대한 갈증이 있었어요.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걸 만들고 싶다는 막연한 희망이 있었죠. 사람들은 누구나 물리적인 물건을 영유하면서 살아가니까요. 제품을 만든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는 채로, 무지하니까 용감하게 시작한 거죠.”
-이광배 디렉터, 시티호퍼스 인터뷰 중
손에 만질 수 있는 제품, 그리고 자신 있는 온라인 생태계가 결합된 비즈니스 모델. 그게 바로 구독형 서비스였어요. 베이컨 박스를 구독하면, 매달 새로운 반려 동물 용품을 받아볼 수 있었죠. 2017년 당시 획기적인 서비스였어요. 구독자가 꾸준히 늘었고, 많은 관심을 받았죠.
ⓒBACON BOX
깃컴퍼니는 또 한 번 성장을 위한 고민을 시작했어요. 어떻게 하면 고객층을 더 확장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사회 분위기를 포착했죠.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은 바뀌었는데, 서비스는 변화에 뒤처질 때가 있어요. 베이컨 박스를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였죠. 반려견이 가축이 아닌 가족처럼 여겨진 건 한참 전의 일인데, 강아지를 위한 서비스는 별로 없었어요. 그 갭을 메울 때 좋은 서비스가 되죠.
콜린스로 메우고 싶었던 갭은 ‘개인적인 순간’이었어요. 1인 가구가 많아지고 주체성, 자존감이란 키워드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죠. 하지만 그걸 채워주는 서비스는 불충분해 보였어요. 그럼 우리가 ‘개인의 시간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이광배 디렉터, 시티호퍼스 인터뷰 중
‘가장 개인적인 제품을 제공하자.’ 그게 콜린스의 목표였어요. 마이클 콜린스를 브랜드의 페르소나로 여긴 이유도 이 때문이죠. 우주에 나 혼자뿐인, 지극히 사적인 시간. 그 시간을 분위기 있게 보낼 수 있을 때 자존감이 채워지고, 개인의 삶이 행복해진다고 콜린스는 믿고 있어요.
“삶을 행복하게 해주는 요소는 굉장히 많아요. 가족도 있고, 친구도 있고, 좋은 집도 있고. 굉장히 여러 가지가 있는데, 사람들이 과소평가하는 것도 있어요. 그게 바로 ‘개인적인 순간의 분위기’예요. 특히 한국 사회는 메가 트렌드를 즐기는 성향이 있죠. 2002년에는 모두가 월드컵을 응원했어야 하고, 모두가 봉준호 영화를 봐야 하고…
그런데 남들과 공유하지 않는, 남들이 이해하지 않아도 되는 나만의 개인적인 순간들도 있거든요. 만약 그런 순간을 더 아름답게 가꿀 수 있다면 유행에 따르지 않아도, 좋은 집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어요. 이 믿음을 콜린스를 통해 전하고 싶었죠.”
-이광배 디렉터, 시티호퍼스 인터뷰 중
콜린스 제품의 카테고리는 ‘개인적인 제품’들이에요. 단순히 생활 용품이라고도, 라이프스타일 제품이라고도 묶기 힘들죠. 첫 제품은 내 개인적인 몸가짐을 챙길 수 있는 손소독제였어요. 두 번째 제품은 집이라는 개인적인 공간에서만 입는 홈웨어였고요.
ⓒCollins
ⓒCollins
두 제품에 대한 반응은 뜨뜻미지근했어요. ‘개인적’이라는 키워드는 사수했지만,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제품’과는 거리가 멀었던 거예요. 콜린스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기 시작한 건 2021년 10월, 인센스를 출시한 이후였어요. 인센스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팀원 3명이서 TF 팀을 꾸려 만든 제품이었죠. 인센스는 출시 1년 만에 약 1,900만 스틱이, 2025년 4월 기준 누적 약 6,000만 스틱이 판매됐어요.
“인센스가 출시되고 나서야 고객들이 ‘약속을 지켰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콜린스가 꾸준히 내뱉었던, ‘좋은 분위기로 당신을 돕겠다’는 약속을요. 제가 건축을 전공했던 시절, 유현준 교수님께 배운 게 있습니다. 1인 가정에서 큰 돈 안 들이고 근사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빛이고, 다른 하나는 향이죠. 인센스야말로 콜린스가 말했던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답이었던 거예요.”
-이광배 디렉터, 시티호퍼스 인터뷰 중
ⓒCollins
#2. 콘텐츠와 캐릭터로 브랜드 철학을 알리다
개인적인 분위기를 돕는 제품에 대한 나름의 답을 찾은 콜린스. 콜린스는 비즈니스에 대해서도 나름의 답을 찾았어요. 콜린스는 비즈니스를 3가지 요소로 바라보는데요. 피플, 프로덕트, 스토리. 피플은 고객, 프로덕트는 제품이잖아요. 사업 아이템을 정할 때 고객의 니즈를 고려해야 한다는 건 쉽게 이해되는데, 스토리는 뭘까요?
콜린스는 사실 제품보다 ‘피플-스토리’의 관계를 먼저 정립한 브랜드예요. SNS를 통해 스토리를 먼저 발신하고, 이에 공감하는 고객을 모으고, 그렇게 모인 고객들로부터 제품을 제안 받았죠. 제품 없이 콘텐츠만 만든 시기가 무려 9개월이에요.
“우선은 콜린스의 미션에 동의할 수 있는 유효한 청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인스타그램을 위주로 ‘콜린스 모먼트’라는 콘텐츠를 발행했죠. ‘개인적이고 행복한 순간’을 계속 노출한 거예요. 가령, ‘20대 후반 디자이너 누구누구 씨의 콜린스 모먼트는 퇴근 후 끓는 물에 라면을 넣을 때예요’와 같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콘텐츠를 매일 올렸어요. 자연스럽게 댓글로 ‘저는 치실로 이빨 사이 이물질을 뺄 때 행복해요’, ‘강아지 꼬순내 맡을 때 행복해요’ 등 자신만의 순간을 공유하는 청중이 늘어났죠.”
-이광배 디렉터, 시티호퍼스 인터뷰 중
어떤 콘텐츠를 매일매일 올리면 청중은 그 콘텐츠를 ‘중요하다’고 인식하게 돼요. 그게 바로 콘텐츠의 ‘지속성’이 중요한 이유라고, 이광배 디렉터는 말하죠. 마치 양치질을 매일 하는 것처럼, 콜린스 모먼트를 매일 알리면 청중도 습관처럼 콜린스의 메시지를 받아들이게 되는 거예요. 인스타그램 외에도 유튜브에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올리고, 에세이를 연재하는 등 콜린스는 제품 출시 전부터 콘텐츠에 집중했죠. 모두 콜린스의 메시지를 고개들에게 ‘루틴화’시키기 위한 전략이었어요.
ⓒCollins
손소독제, 홈웨어, 인센스라는 아이템 모두 그렇게 모인 청중들의 제안이었어요. 제품을 출시한 뒤에도 ‘스토리’는 콜린스의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예요. 콜린스의 인스타그램은 다양한 스토리로 빽빽하죠. “어느 날, 사자가 내 방으로 들어왔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박한평 작가의 에세이, 야생 주니퍼를 찾아 스코틀랜드로 떠난 무드 워터 다큐멘터리 영상, 벌꿀오소리 인센스 스틱 챔버를 망치로 부수는 영상 등 재밌는 콘텐츠들이 한 가득이에요.
ⓒCollins
그렇다고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를 보여주는 게 아녜요. 콜린스는 고객에게 들려줘야 하는 스토리를 세 종류로 구분해요. 무드 스토리, 메이커 스토리, 그리고 오리진 스토리예요.
ⓒCollins
“무드 스토리는 판타지를 만드는 거예요. ‘여기 벌꿀오소리 인센스 스틱 챔버에서 연기 나오는 것 봐봐. 너무 멋지지 않니? 당신의 순간도 이렇게 분위기가 좋아질 거야’ 이런 얘기를 하는 거죠. 무드 스토리는 비주얼을 뇌리에 심기 위해 필수적이지만, 무드 스토리만 있으면 결국 외면 당해요. 소통이 없으니까요. 사람들은 차려진 밥상만 즐기지 않고, 주방에 기웃거리기를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주방 문을 열어 놓고 ‘음식 곧 나갑니다, 준비하고 있어요’ 이런 얘기를 하는 게 메이커 스토리죠. 인센스 챔버를 부수고 제작하는 과정을 낱낱이 공개한 콘텐츠 같은 게 여기에 속해요. 조회수가 100만을 넘겼어요.
세 번째 오리진 스토리는 우리가 만드는 제품의 기원이에요. 고객들에게 이 분위기가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알려주는 거예요. 예를 들면 인센스 스틱이 나무와 기름을 손으로 섞어서 만든 방향제라는 걸 설명해주는 식이에요. 이 기원을 알아야 사람들은 더 큰 애착을 느끼거든요.”
-이광배 디렉터, 시티호퍼스 인터뷰 중
ⓒCollins
스토리가 중요한 만큼, 스토리텔링 전략에도 공을 들여요. 콜린스의 트레이드마크인 ‘벌꿀오소리’ 캐릭터가 그 예죠. 벌꿀오소리는 동물이라는 친근한 소재를 통해, 콜린스가 지향하는 분위기를 더 쉽게 알리는 ‘무드 스토리’의 역할을 해요.
벌꿀오소리는 용기 있는 동물의 대명사예요. 사자를 상대로도 겁 먹지 않죠. 당차고 자존감 높고 주체적인 삶의 태도를 가진 캐릭터. 콜린스의 트레이드마크로 딱이었던 거예요. 2020년부터 지금까지 벌꿀오소리는 콜린스의 스토리텔링을 대표하고 있죠.
“사자와의 대결이 매번 승리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이러한 상황을 통해 우리의 내면은 더욱 단단해져 갑니다. 극복할 수 없을 것 같은 장애물을 이겨내고, 마침내 자신이 원하는 분위기를 손에 거머쥐는 벌꿀오소리처럼 말이죠.”
-박한평, 콜린스 벌꿀오소리 에세이 시리즈 중
혹자는 스토리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콜린스를 의아해하기도 해요. ‘그렇게까지 해야 할 일인가’ 싶은 거죠. 하지만 콜린스는 겉으로 알리는 스토리가, 내밀한 브랜드 철학을 대변할 수 있다고 믿어요.
“인류학자 유발 하라리가 이런 말을 한 적 있어요. ‘대개의 이야기는 탄탄한 기초보다 무거운 지붕으로 지탱한다’. 건축을 할 때 기초 공사를 하고, 기둥을 세우고, 가벼운 지붕을 얹는 방식도 있지만, 반대로 고인돌처럼 가장 무거운 걸 위에 쌓아서 하중을 버티게 하는 방식도 있죠.
이처럼 많은 이념과 정치, 문화는 껍데기처럼 보이는 지붕이 더 중요할 수도 있어요. 저희가 아무리 ‘우린 이런 브랜드예요’ 말해봤자 사람들은 듣지 않죠. ‘마이클 콜린스라고 아세요? 달을 밟지도 못 했대요.’ ‘벌꿀오소리 아세요? 사자한테도 안 진대요.’ 자꾸 이런 바깥의 이야기를 해야, 사람들이 저희 가치관을 알아볼 거예요.”
-이광배 디렉터, 시티호퍼스 인터뷰 중
ⓒCollins
#3. 디자인으로 리추얼을 유도하다
스토리텔링만큼 콜린스에게 중요한 요소가 또 있어요. 바로 제품 디자인이죠. 콜린스의 제품은 패키지부터 ‘콜린스답다’는 느낌이 있어요. 빈티지하면서 팝하고, 귀엽기도 하면서 트렌디하죠. 콜린스의 디자인은 초기부터 현재까지 김문희 디자이너가 맡고 있어요. 김 디자이너에게 콜린스 디자인의 기획을 물었죠.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디자인할 때 중요한 건 두 가지였어요. 페르소나와 시대성. 첫째로, 마이클 콜린스라는 콜린스의 페르소나를 최대한 연결지었죠. 1960대, 마이클이 자주 다녔던 펍의 분위기를 많이 참고했어요. 또, 그 당시는 미국의 경제 호황기였어요. 콜린스는 개인의 시간이 중요한 만큼, 풍요로운 시대상을 담고 싶었어요. 사실, 풍요로워야 나의 개인적인 순간에 더 신경 쓸 수 있고 투자할 수 있거든요. 이런 풍토를 시각적인 디자인에 녹인 거죠.”
-김문희 디자이너, 시티호퍼스 인터뷰 중
인센스 스틱 패키지 디자인을 살펴볼까요? 스틱을 보관하는 틴케이스는 향마다 디자인이 달라요. ‘과수원의 흙’ 향의 틴케이스는 블랙 컬러에 흰색 점박이 문양이 들어가요. 마치 마이클 콜린스가 비행했던 우주를 연상시키죠. ‘과일’ 향은 쨍한 주홍색의 틴케이스에, 채도가 낮은 베이지색 스틱이 들어가 있어요. 대비를 이루는 컬러가 빈티지한 느낌을 자아내죠.
ⓒCollins
디자인은 브랜드의 첫인상이기도 해요. 콜린스는 ‘분위기’를 중요시하는 브랜드이지만, 사실 분위기란 주관적이고 추상적이에요. 그 추상적인 요소를 고객에게 비주얼로 제시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거예요. 김문희 디자이너는 콜린스의 디자인을 통해 어떤 분위기를 제안하고 싶었을까요?
“저에게 좋은 분위기란 ‘거슬리는 게 없는 것’이에요. 어떤 소품을 살 때도 내 테이블에 올라가면 거슬리지 않을지를 가장 먼저 고려해요. 눈에 띄고 예뻐야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거슬리지 않고 주변과 어우러져야 그 물건이 오래 쓰여요. 콜린스의 인센스 제품들이 다소 낮은 채도로 디자인된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어느 하나가 튀기보다도 질감, 향, 이 모든 게 어우러지는 게 더 중요하죠.”
-김문희 디자이너, 시티호퍼스 인터뷰 중
즉, 디자인이 분위기를 제시하기 위해선 ‘주변과의 어울림’이 가장 중요한 거예요. 특히 ‘무드워터’ 제품에서 그 철학을 엿볼 수 있어요. 무드워터는 모마(MoMA) 디자인 스토어에 입점되기도 했죠.
무드 워터의 패키지는 ‘이목을 끌어야 한다’는 디자인의 첫 번째 원칙에 집중했어요. ‘남해 유자’ 향에는 유자나무가, ‘프렌치 바이올렛’ 향에는 바이올렛 꽃이, ‘스코티시 주니퍼’ 향에는 주니퍼베리 위에 앉아 있는 새가 등장해요. 화려한 일러스트가 박스 패키지에 큼지막하게 그려져 있죠.
반면, 패키지를 열어 본품 스프레이를 꺼내면 분위기가 사뭇 달라요. 플라스틱 보틀에 ‘MOOD’라고 적힌 글씨, 벌꿀오소리 일러스트, 그리고 콜린스의 로고와 용량 표기가 전부예요. 심플하죠.
ⓒCollins
ⓒCollins
ⓒCollins
“무드워터의 경우에는 패키지와 본품의 디자인 밀도 차이가 많이 나요. 패키지에서는 그래픽과 일러스트레이션 요소를 굉장히 많이 넣었어요. 컬러도 두세 개씩 들어가고요. 반면, 본품에서는 로고와 제품명, 바디, 스프레이. 딱 네 가지만 보여요. 패키지는 눈길을 끌어야 하지만, 본품은 사람들이 이걸 매일 손에 잡으면서 사용하는 거잖아요. 그러려면 질리지 않아야 하고, 거슬리는 게 없어야 하죠.”
-김문희 디자이너, 시티호퍼스 인터뷰 중
콜린스의 디자인은 시각적인 요소에서 그치지 않아요. 고객이 구매해서 비닐을 뜯고, 제품을 처음 사용할 때의 촉각까지 고려하죠. 인센스를 일반적인 종이 박스가 아닌 틴케이스에 넣은 이유도 시각부터 촉각까지 설계한 결과예요. 틴케이스라는 물성을 통해 ‘소장욕’을 자극하는 거죠.
“고객이 틴케이스를 오픈하면 부드러운 종이로 된 슬리브를 한 번 만지게 되고, 그 다음엔 차갑고 매끄러운 클립을 한 번 만지게 되고, 그 다음엔 까끌까글한 설명서 종이를 한 번 만지게 되고, 그 다음에서야 컬러와 질감이 있는 인센스 스틱을 꺼내게 돼요. 이런 프로세스를 디테일하게 설계해야 제품을 통해 온전한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죠. 제품 디자인이 일종의 리추얼을 유도하는 거예요.”
-이광배 디렉터, 시티호퍼스 인터뷰 중
ⓒCollins
분위기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 세계인의 공감을 얻다
제품과 브랜드 철학, 콘텐츠, 디자인에서 자기만의 답을 콜린스는 벌써 6년 차에 접어들었어요. 콜린스가 말하는 개인적인 순간, 그리고 분위기에 대한 생각은 한국을 너머 글로벌 시장에서도 공감을 얻고 있어요. 미국, 캐나다, 유럽, 중국, 일본 등 다양한 나라의 소비자들이 콜린스 인센스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해요.
콜린스가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공감을 받는 이유가, 단순히 ‘사적인 시간의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알리기 때문일까요? 물론 이런 메시지도 힘이 있지만 더 중요한 건 콜린스가 분위기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췄다는 점이에요. 콜린스의 인센스는 홀더 없이 동봉되어 있는 클립으로 인센스 스틱을 고정할 수 있고, 원룸에 적합한 9
.5cm 길이에 15분~20분의 연소 시간을 가지죠. 나무를 태우는 짙은 향이 아니라,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정도예요. 향의 종류도 흙 냄새, 과일 향 등으로 보다 친숙하고요.
콜린스의 타깃은 원래부터 분위기에 민감하고, 인센스를 즐겨 피우는 사람이 아니에요. 생활하는 데 급급해 나의 개인적인 시간을 소홀히 했던 사람들이, 보다 쉽게 좋은 분위기를 즐길 수 있도록 돕는 게 이들의 목표죠.
“좋은 분위기를 즐기는 일은 쉬워야 해요. 개인적인 분위기를 즐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분위기를 인지조차 못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예를 들어 <폭싹 속았수다>의 양관식 같은 사람이죠. 희생적이고,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 나이가 다 들고 나서야 ‘아 맞다, 나 음악 좋아했지. 차 좋아했지.’ 떠올리는 사람들이죠. 콜린스는 양관식처럼 바쁜 사람들을 도와야 해요. 그래서 진입 장벽이 있으면 안 되죠. ‘우리 분위기 좋아, 따라와’ 이게 아니라 ‘야, 너도 분위기 즐길 수 있어. 너도 해 봐’에 가까워요.”
-이광배 디렉터, 시티호퍼스 인터뷰 중
콜린스는 인센스 스틱을 넘어 스프레이 형태인 무드워터, 주머니 형태의 방향제 사쉐(Sachet), 퍼퓸 비누 등 분위기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향’ 제품에 집중하고 있어요. 하지만 앞으로는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시도할 수 있다고 말하죠. 무드등, 포스터, 심지어 세탁 용품까지. 사실, ‘분위기’는 어떤 상황이든 우리 주변에 항상 함께 해요. 콜린스의 확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이유죠. 앞으로 콜린스가 ‘무드 브랜드’로서 어떻게 우리의 무드를 가꾸어 나갈지 응원하고 싶어져요.
제품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이광배 디렉터와 김문희 디자이너. ⓒ시티호퍼스
ⓒCollins
Refer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