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의 모빌을 옮겨와, 책상 위의 여유를 선물한다

블루발코니

2024.08.14




바쁜 일상을 보내다 보면, 한 숨 돌리고 싶을 때가 있죠. 그런 현대인들을 위해 책상 위 여유를 만드는 브랜드가 있어요. 바로 데스크 모빌을 만드는 ‘블루발코니’예요. 


블루발코니는 키네틱 아트의 선구자, 알렉산더 칼더의 영향을 받아 모빌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서울에서 시작된 이 작은 브랜드의 모빌이, 국립현대미술관, 모마(MoMA)와 같은 전 세계 주요 미술관의 눈길과 선택을 받았죠. 


블루발코니는 ‘정서적 환기’라는 추상적인 테마를 모빌을 포함한 다양한 제품들로 제작해 풀어내고 있는데요. 이들은 왜 모빌을 만들까요? 그리고 어떻게 미술계의 주목을 받게 됐을까요? 


블루발코니 미리보기

• #1. 마음에도 발코니가 필요하다

• #2. 푸른빛 이미지를 책상 위 모빌로 

• #3. 예술을 일상으로 가져온다는 건

• 선물하는 마음으로 팬덤을 만들다




천장에 거대한 조형물이 걸려 있습니다. 붉은색, 흰색, 노란색, 검은색의 조각들이 나뭇가지에 매달린 것 같은 모양이죠. 조각들은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립니다. 흔들리는 나뭇잎 같기도, 어떤 생물의 날갯짓 같기도 해요.


세로 317cm, 가로 309cm의 이 거대 조형물은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의 작품, 마리포자(Maripoza)예요. 스페인어로 나비라는 뜻이죠.


ⓒSotheby’s


ⓒCalder Foundation


천장에 달린 채 움직이면서 즐거움을 주는 조각. 이 조각은 모빌(Mobile)이에요. 모빌이라고 하면 아이용 장난감 정도로 생각하게 되지만, 사실은 미국의 조각가 알렉산더 칼더가 처음으로 발명해낸 조각 형태예요.


알렉산더 칼더는 움직이는 미술, 키네틱 아트의 선두주자로 알려져 있어요. 사실 그는 공학을 전공한 공학도였지만, 화가였던 어머니, 조각가였던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아 예술에 열정을 쏟아부었어요. 그리고 공학을 공부했던 덕에 모빌과 같은 기하학적이고 파격적인 조각품을 탄생시킬 수 있었죠. 


그가 모빌을 발명한 건 1930년대. 모빌을 처음 시도하고 이름 지은 사람은 마르셀 뒤샹이었지만, 먼저 훌륭하게 모빌을 재현해낸 알렉산더 칼더에게 ‘최초’의 자리를 양보했어요. 그 뒤, 칼더는 마리포자와 같은 모빌 작품들을 꾸준히 만들어왔죠. 칼더 재단에 따르면, 그가 살면서 그리고, 조각한 작품은 총 22,000점에 달한다고 해요.


절제되어 있는 형태와, 그 와중에 눈에 띄는 컬러. 칼더의 모빌이 이런 모습을 하고 있는 이유는 초현실주의 작가인 피에트 몬드리안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기 때문인데요. 어느 날 칼더는 몬드리안의 작업실에 방문하고는, ‘몬드리안의 작품을 움직이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피에트 몬드리안, <빨강, 파랑, 노랑의 구성(1930)>


알렉산더 칼더의 모빌은 조각상을 받침대에서 해방시키면서, ‘조각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통념을 과감하게 뒤엎었어요. 현대 미술사에 새로운 획을 그은 거죠.


모빌은 굳이 갓난 아이가 아니더라도 사람의 마음에 평온을 줘요. 거대한 형체가 바람에 따라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내 마음도 조각을 따라 움직이는 것 같죠. 하지만 수억 원에 달하는 칼더의 작품을 집안에 들여놓을 수는 없는 일이에요.


그래서 알렉산더 칼더에 영감을 받은 이 브랜드는 직접 모빌을 만들기로 결심했어요. 책상에 올려두기만 해도 마음에 환기가 되는 모빌이죠. 마치 칼더의 작품처럼 푸른색, 붉은색, 하얀색 조각들이 바람에 따라 유유히 흔들려요. 국립현대미술관, 뮤지엄 산 등 국내 미술관뿐 아니라 모마(MoMA), 구겐하임(Guggenheim) 같은 세계적인 미술관 숍에도 입점해 있는 국내 브랜드, ‘블루발코니(Blue Balcony)’의 모빌이에요.


ⓒBlue Balcony



#1. 마음에도 발코니가 필요하다


인테리어 소품 브랜드는 많지만, 모빌을 대표하는 국내 브랜드가 있던가? 뮤지엄 산, 여의도 더현대의 아트 디자인 스토어 HBYH, 국립현대미술관 등. 발길이 닿는 곳마다 이 브랜드가 자꾸만 눈에 밟혔어요. 특히 모빌을 대표 제품으로 내세우는 리빙 브랜드라는 점에서 눈길이 갔죠. 전에 없던 카테고리를 들춰낸 브랜드처럼 느껴졌죠.


궁금한 마음에 응암동에 위치한 블루발코니 작업실로 직접 찾아갔어요. 버스에서 내려, 초등학교를 지나, 시장 근처의 한 골목길. 블루발코니의 작업실은 고감도의 예술 작품 같은 제품과 사뭇 다른 분위기의, 사람 사는 동네에 있었어요. 황아람, 김경인 두 공동대표와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죠.


블루발코니가 지향하는 디자인은 ‘일상의 환기’였어요. 마치, 일상을 살아가는 동네를 거닐다가 블루발코니 작업실 문이 열렸을 때 느껴졌던 감각과 비슷했죠. 심플한 화이트톤 인테리어에 군데군데 뚜렷한 색상의 모빌, 조각상 같은 인센스 홀더가 놓여 있었어요. ‘이 곳만큼은 여유롭구나’ 싶은 감각. 그게 바로 블루발코니의 정체성이었죠.


머릿속에 처음 떠오르는 질문은 간단했습니다. ‘왜 하필 모빌이었냐’는 것이죠.


“모빌을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어요. ‘조각’이라는 걸 모르던 어린 시절에도 움직이는 아트에 대한 호감이 무의식 중에 있었던 거예요. 모빌을 보고 있으면, 그 움직임이 참 정적인데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잖아요. 성인이 된 이후에도 모빌을 찾으러 발품을 팔고 돌아다녔죠. 하지만 국내에는 디자인 모빌이라는 개념조차 없었어요. 거의 수입품이었고요.”

-황아람 대표, 시티호퍼스 인터뷰에서


황아람 대표에게 모빌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유년 시절의 아늑함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는 아이템이었어요. 황 대표는 광고 회사의 프로모션 PD로 8년을 일한 참이었죠. 쉬지 않고 숨 가쁘게 달려오던 그에게 쉴 틈이 필요했습니다. 그건 꼭 맘에 드는 모빌이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였어요. 


어린 시절 모빌을 갖고 놀던 황아람 대표 ⓒ황아람


그런 황 대표에게 “그럼 네가 직접 만들어보라”고 먼저 제안한 것이 김경인 대표였습니다. 둘은 광고 회사에서 잠시 함께 일했던 계기로 친해진 10년지기 친구 사이였죠. 그렇게, 평소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지만 기술이 부족했던 황 대표와 손으로 만드는 건 뭐든 자신 있었지만 브랜딩 능력이 부족했던 김 대표가 합심해 ‘모빌 브랜드’를 만들기로 합니다.


2018년 겨울, 창업을 결심한 황 대표는 친언니가 살고 있는 뉴욕으로 떠납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블루발코니에 대한 영감을 얻어오죠. 알렉산더 칼더의 작품을 직접 두 눈에 담고 온 것은 물론, 뉴욕의 라이프스타일 그 자체가 ‘어떤 브랜드를 만들어야 하는지’ 알게 해줬어요. 뉴욕에 있는 3개월 내내, 매일 밤 서울에 있던 김경인 대표에게 흥분한 목소리로 연락하고는 했죠.


“미국 사람들의 볼드한 모습 자체가 영감을 줬어요. ‘내가 내 멋대로 사는데 누가 뭐라 할 거야’ 이런 마음가짐이 되게 용감하게 다가왔죠. 남의 시선 신경 쓰지 않아야 한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지만, 막상 실천하지는 못 하잖아요. 그들과 실제로 부대껴 살아보니 그냥 나도 이들처럼 나 하고 싶은 거 해도 되겠다, 그리고 타인의 시선이 아닌 나의 감정이 더 중요한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 온몸으로 다가왔어요.”

-황아람 대표, 시티호퍼스 인터뷰에서


‘블루발코니’라는 이름은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지었습니다.


“발코니는 집 안의 내부와 바깥의 외부를 이어주는 공간적인 요소잖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발코니라는 공간을 굉장히 좋아해요. 집이라는 안식처에서 세상과 마주하는 그 공간은 마치 나만의 케렌시아(피난처, 안식처) 같았죠. 발코니에 가면 정서적인 환기가 됐어요. 그래서 발코니를 정서적인 공간이라고 명명했죠.”

-황아람 대표, 시티호퍼스 인터뷰에서


“블루는 저희 둘 다 가장 좋아하는 색이에요. 블루는 레드나 옐로우처럼 독단적으로 튀지 않으면서도, 본연의 개성을 가지고 있죠. 하지만 그 어떤 색과 함께 두어도 조화롭게 잘 어우러져요. 조화를 의미하는 블루와, 정서적 안정감을 의미하는 발코니를 합쳐서, ‘블루발코니는 일상에 조화롭게 스며드는 정서적 환기를 주자’고 생각했어요.”

-김경인 대표, 시티호퍼스 인터뷰에서


블루발코니의 슬로건은 ‘당신의 마음 가득한 순간을 위해서(For your mindful moment)’입니다. 이와 함께, 블루발코니는 제품을 통해 ‘마음 챙김’을 지속적으로 말하고 있죠. 두 대표가 실제로 바쁜 삶에 치여 숨통이 필요했던 것처럼, 블루발코니의 제품이 고객들의 일상 속에서 조금이나마 숨 쉴 틈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거예요.


응암동 작업실에서 작업 중인 김경인 대표(왼쪽)와 황아람 대표(오른쪽) ⓒ시티호퍼스



#2. 푸른빛 이미지를 책상 위 모빌로


여유를 주는 모빌을 만들고 싶었지만, 그 일은 여유롭지 않았습니다. 2018년 처음 구상을 시작해, 2020년 첫 모빌 제품을 선보였어요. 준비 기간만 2년이 걸린 셈이죠. 그 2년 동안 아이디어 구상을 하고, 모빌에 필요한 평행 축을 계산하고, 각기 다른 소재를 테스트했어요. 직장 생활을 하며 모은 돈 2,000~3,000만 원으로 시작한 소자본 창업이었기에, 재료 구하는 데에도 오랜 기간이 들었죠.


하지만 그보다 가장 걱정되었던 것은 모빌에 대한 시장의 평가, 진입 장벽이었어요.


“기존의 모빌은 우선 공간이 커야 했어요.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행잉에 대한 거부감이 있죠. 전월세에 사는 분들이 많다 보니, 집에 못질을 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보다 가깝고 친근한 데스크부터 시작하자고 생각했죠.”

-황아람 대표, 시티호퍼스 인터뷰에서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블루발코니는 데스크용 모빌을 제작했어요. 데스크 제품이라면 집 크기와 상관이 없었고, 코로나 19팬데믹에 우리가 가장 많이 머무는 공간이기도 했죠. 


그렇게 2020년 처음 선보인 데스크 모빌 시리즈는 조각이 주는 감정에 따라 이름을 붙였어요. 초록색 무광의 동그란 조각이 달린 모빌은 ‘그린 힐(Green Hill)’, 노란 세모 조각과 아이보리 색감의 풍등 같은 원형 조각이 달린 모빌은 ‘소프트 터치(Soft Touch)’와 같은 식이죠.



(좌) 그린 힐 ⓒBlue Balcony   (우) 소프트 터치 ⓒBlue Balcony


이러한 모빌은 하나를 만드는 데에 2~3년이 걸리기도 해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디자인이 완성되면, 3개월 동안 종이나 아크릴 같은 간단한 소재로 형태를 만들어 테스트 기간을 거치죠. 실제로 그 형태가 공간과 잘 어우러지는지 확인하는 과정이에요. 테스트를 통과하면, 그때부터 기나긴 제작의 시간이 시작돼요. 하나의 모빌에 들어가는 소재만 4개가 넘습니다. 생산성이 떨어지더라도, 모빌의 질감이 완벽하게 구현돼야 소비자에게 의도한 감정으로 전달되기 때문이에요.


“첫 데스크 모빌 시리즈의 기둥은 황동을 사용했고, 조각은 아연, 플라스틱 등 각기 다른 소재로 되어 있어요. 아래 받침대는 석고로 만들었죠. 그 소재들이 주는 힘이 있어요. 아크릴이 파란색과 만나는 느낌, 철이 검은색과 만나는 느낌이 다 달라요. 제작에 조금 더 오랜 시간이 걸릴지라도 우리가 전하고픈 감정이 극대화되는 소재를 선정해야 의미가 있어요. 그게 모빌의 존재 이유니까요.”

-김경인 대표, 시티호퍼스 인터뷰에서


추상적인 감정을 전하는 물체. 그게 블루발코니가 생각하는 모빌의 정의입니다. 그 추상적인 감각을 손에 잡히는 물성으로 만드는 일은 철저히 ‘이미지’에 의존할 때가 많아요. 황 대표과 김 대표의 모든 아이디어 구상 역시 ‘이미지화’로 시작되죠.


“자기 전에 눈을 감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기록해두는 거예요. 건물 창문을 통해 비춰지는 빛의 모양, 꿈 속에 나온 이미지의 색감들, 어떤 때는 그날 하루의 기분 좋았던 장면이 한 편의 추상화처럼 그려지기도 하죠. 늘 머리맡에 아이패드를 두고 그런 추상적인 이미지가 떠오를 때마다 기록을 해둬요.”

-김경인 대표, 시티호퍼스 인터뷰에서


마치 색종이의 모서리를 접은 듯한 모습의 인센스 홀더 역시 이미지화를 통해 탄생한 제품이에요. 황 대표의 어린 조카가 종이 비행기를 날리는 모습을 추상적인 이미지로 재현한 것이죠.


“5살 짜리 조카가 종이 비행기라면서 A4 용지를 그냥 뚝딱 접어줬어요. 사실 종이 비행기 모양이라고 하기에도 투박했죠. 그런데 그게 허공을 가르면서 날아가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운 거예요. 투박하지만 자유로워 보이는 바람을 만드는 모습. 바람은 연기를 만들어내니까, 이걸로 인센스 홀더를 만들자고 생각했죠.”

-황아람 대표, 시티호퍼스 인터뷰에서


ⓒBlue Balcony


그중에서도 블루발코니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미지의 요소는 ‘컬러’입니다. 모든 제품을 기획할 때 가장 먼저 컬러 웨이를 정하죠. 블루발코니 제품들이 공통적으로 파랑, 빨강, 노랑 등의 톡톡 튀는 색감으로 이루어진 이유입니다. 


“원초적인 색이 주는 강렬한 힘이 있어요. 그래서 디자인에 그 색을 입히면 그 제품이 주고자 하는 메시지에 힘이 실리죠. 러시아 화가 바실리 칸딘스키가 이런 말을 했어요. 컬러만이 유일하게 아무 이유와 조건 없이 영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요(Color is a power which directly influences the soul).”

-황아람 대표, 시티호퍼스 인터뷰에서


가령 2024년 3월 출시된 ‘플라워 베이스 스탠딩 모빌’의 경우, ‘만개할 용기(Courage to Bloom)’가 주제인데요. 3년을 공들여 제작한 이 모빌을 블루발코니는 “치열하고도 아름다운 청춘에 헌정하고 싶었다”고 하죠. 이런 주제에 따라, 가장 위에 솟아 있는 꽃 모양의 조각은 ‘청춘’을 상징해요. 


“플라워 베이스 스탠딩 모빌의 컬러 웨이는 하늘색과 빨간색이었어요. 포인트가 되는 부분은 하늘색 꽃이에요. 하늘색은 미성숙하지만 에너지를 내뿜고 있는 인상이에요. 그게 마치 이 시대의 청춘 같았어요. ‘만개할 용기’라고 부제를 붙인 이유도 이 꽃이 저절로 피어나는 게 아니라, 있는 힘껏 힘을 다 짜내서 아름답게 만개한다는 걸 말하고 싶었죠. 용기가 필요한 거예요.”

-황아람 대표, 시티호퍼스 인터뷰에서


ⓒBlue Balcony



#3. 예술을 일상으로 가져온다는 건


블루발코니의 제품은 내 책상 위, 작은 예술품 같기도 합니다. 실제로 김경인, 황아람 대표는 두 명의 사업가이기 이전에, 조각품을 만드는 작가에 가까워요. 두 사람은 여전히 직접 재료 하나하나를 이어 붙이며 수공예 작업으로 모빌을 완성해나가죠. 밤을 새워가며 하루에 18시간 씩 작업을 할 때도 많습니다.


그들의 열정을 알아본 걸까요? 그들은 막연히 ‘언젠가는 모마(MoMA)에 입점하고 싶다’는 꿈을 꿔왔는데요. 모마에서 먼저 입점 제안을 해왔어요. 마침, 미국에 제품을 알리고 싶다는 목표로 두 대표가 뉴욕에 가있던 타이밍에 모마로부터 메일을 받았죠. 그렇게 하루 만에 미팅과 입점이 성사됐어요.


2021~2022년에 걸쳐 국립현대미술관, 뮤지엄 산 등에서 러브콜을 받았고, 2023년 3월에는 모마를 시작으로 베니스의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 등 세계적인 뮤지엄에서 연락을 해왔어요. 어찌 보면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디자인 제품 바이어들, 즉 예술 업계 전문가들에게 먼저 눈에 띈 거예요. 그렇다면 블루발코니의 제품은 상품 이전에 예술품의 정체성이 더 큰 것일까요?


블루발코니는 상업적인 상품과 예술품을 따로 구분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요.


“저희가 모빌이란 제품을 선택한 이유도, 결국 모빌이 움직이는 조각이고, 그게 예술을 일상으로 불러오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었어요. 저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예술이란 어려운 거라고 생각해왔어요. 그런데 제품을 만들다 보니까 결국 어떤 현상이 내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그게 뭐든 다 예술인 것 같아요. 그게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나에게 감정적인 영향을 주는 게 바로 예술이죠. 내가 만든 모빌이 다른 사람에게 ‘여유’라는 감정을 느끼게 한다면, 이 또한 예술이고요.”

-황아람 대표, 시티호퍼스 인터뷰에서


블루발코니는 모빌 외에도 대중이 더 가볍게 다가갈 수 있는 제품들을 만들고 있어요. 4만 원 대의 그래픽 포스터, 2만 원 대의 키링, 1만 원 대의 마그넷 모두 블루발코니를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품목들이죠.


ⓒBlue Balcony


ⓒBlue Balcony


ⓒBlue Balcony


“모빌을 만들 때마다 그 테마에서 파생된, 더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을 따로 만들어요. 저희 모빌이 23만 원이에요. 그냥 데스크테리어 제품이라고 생각하면 쉽게 구매할 수 없는 고객들도 많아요. 뮤지엄에 왔다가 블루발코니가 주는 감정이 마음에 들어서 기념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열려 있는 제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키링과 마그넷 같은, 한 단계 더 낮은 진입 장벽의 아이템들을 만들어두는 거죠.”

-김경인 대표, 시티호퍼스 인터뷰에서


블루발코니의 초기 데스크 모빌 모델에 디퓨저 기능이 있는 것 또한, 좀 더 일상과 조화로울 수 있는 조각품을 만들기 위해서였어요. 모빌이란 것은 사실 관상물에 지나지 않는데, 그저 관상하기 위해 20만 원 대의 모빌을 구매할 소비자가 얼마나 될까 생각했던 거죠. 그래서 석고 받침대에 오일을 떨어뜨리면 발향이 되는 디퓨저 기능을 넣어서 셀링 포인트를 더했어요. 이 디퓨저 기능을 넣는 데에만 1년 이상이 소요됐죠.


ⓒBlue Balcony


하지만 구태여 실용적 기능을 넣지 않더라도 관상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그동안 쌓인 판매지표와 고객들의 피드백을 통해 알게 됐어요. 제작자는 모빌을 두고 ‘이것만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까?’ 걱정한 일을, 소비자가 ‘충분히 의미 있다’고 답해준 거나 마찬가지죠.


그래서 가장 최근작인 플라워 베이스 스탠딩 모빌에는 디퓨저 기능을 과감히 없앴어요. 모빌이 모빌 그 자체로 기능을 하게 된 거예요. 어찌 보면, 블루발코니의 모빌이 일상 속에서 예술의 기능을 온전히 하고 있다는 증명인 셈이에요.



선물하는 마음으로 팬덤을 만들다


블루발코니는 천천히 움직이는 브랜드예요. 느리고, 빠르게 흘러가는 사회 속에서 숨통이 트이도록 만들어주는 게 블루발코니의 역할이니까요. 황 대표는 광고 PD 시절을 이렇게 회상하죠.


“8년 동안 광고 회사에서 너무 치열하게 살았어요. 밤샘도 많이 하고, 거의 몸을 갉아먹었죠. 저는 천성적으로 여유가 필요한 사람인데, 그 여유가 없으니까 사람이 망가지더라고요.”

-황아람 대표, 시티호퍼스 인터뷰에서


김경인 대표 역시 여유를 찾아 방황했었어요. 꽃을 팔아보기도 하고, 액세서리 디자이너로 오랜 기간 일해보기도 하면서, 진짜 여유는 어디에 있는지 헤매왔죠.


“그렇게 방황하며 알아낸 건, 여유는 외부적인 요인으로 돈이 많아야지, 시간이 많아야지 생기는 게 아니라, 바쁜 생활 속에서도 내 스스로 어떻게든 찾아내야 하는 거였어요. 가령, 숨 가쁘게 작업을 하다가도 문득 책상 위에 올려진 모빌을 보고 여유를 찾는 거예요.”

-김경인 대표, 시티호퍼스 인터뷰에서


그래서 블루발코니는 고객에게 여유를 선물하는 브랜드가 되고자 합니다. 주문이 들어오면 10일에 걸쳐 제작과 배송을 마무리하죠. 그 과정에서 반드시 하는 일이 있다고 하는데요. 배송 박스에 송장 스티커를 붙이면서, 그 제품을 받게 될 고객에게 “감사합니다.” 인사하는 거예요.


블루발코니는 빠르게 성장하거나, 큰 매출을 목표로 하는 브랜드가 아니에요. 이제 막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 단계에 왔다고, 두 대표는 말합니다. 하지만 한 명 한 명에게 선물하는 마음으로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팬층이 두터워지고 있는 중이죠. 2023년 말 참여한 홈데코 페어에서 직접 만나본 고객들은 자신을 “블루발코니의 팬”이라고 소개하며, 반가워했다고 해요.


그렇게 만나는 고객들은 놀랍게도 7:3의 비율로 남성 고객이 더 많아요. 블루발코니의 타깃은 기존 인테리어 소비층에서 벗어나, ‘삶의 여유를 찾고자 하는 현대인’으로 확장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처음 저희 모빌을 구매해주셨던 고객의 리뷰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저희가 첫 판매이니 감사의 인사와 함께 리뷰를 부탁드린다고 쪽지를 써서 배송했는데, 본인의 개인 인스타그램에 리뷰를 올리셨더라고요. ‘박스를 뜯는 순간부터 선물을 받는 느낌이었다. 이 모빌 하나로 이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 수 있다’는 내용이었죠.”

-황아람 대표, 시티호퍼스 인터뷰에서


블루발코니는 그들의 열정과 감각을 제품으로 인정 받고, 제품으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목표는 시계, 옷장 등으로 카테고리를 넓혀 더 포괄적인 리빙 브랜드로 거듭나는 것이죠. 그리고 그때가 올 때까지, 추상적인 감각을 제품으로 소리 내는 이들의 노력이 계속될 것이고요. 


ⓒBlue Balc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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