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용 기준인 ‘밀스펙’으로, 라이프스타일을 저격한다

브리핑

2023.07.17

‘밀스펙(MIL-SPEC)’이라는 말이 있어요. Military Specification의 줄임말로 군인들이 사용할 제품을 선정하는 기준인데요. 통상적으로 미국 육군에서 다양한 물품들을 평가하는 기준인 ‘MIL-STD-810G’를 말해요. 혹독한 환경과 목숨이 달린 전투 상황에서도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고르기 위한 미군의 엄격한 기준이죠.


밀스펙의 까다로운 기준 덕분에 군인 이외에도 거친 환경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이나 아웃도어를 취미로 즐기는 사람들도 밀스펙을 통과한 제품을 선호해요. 내구성이 튼튼하니까요. 대신 디자인적인 요소는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패션 브랜드 ‘브리핑’은 밀스펙을 지키면서도 특유의 빨간 원사 장식으로 디자인마저도 탄탄한 제품들을 만들어요.


그런데 이 브리핑이 제품을 제조하는 방식이 흥미로워요. 보통의 경우 생산비 절감을 위해 인건비나 물가가 저렴한 국가에 공장을 짓는데요. 브리핑은 거꾸로 인건비와 물가가 비싼 미국에다가 공장을 뒀어요. 도대체 미국까지 건너가서 제품을 만드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브리핑 미리보기

 군사용 기준인 ‘밀스펙’으로 만든 일상용 가방

 굳이 생산비가 비싼 미국의 공장과 손잡은 이유

 두 번의 위기로 품질에 대한 진정성을 증명하다

 효율적인 생산보다 중요한 효율적인 ‘제품’

 라인업을 늘리는 3가지 축

 가방 디자인은 라이프스타일을 따른다




역사를 되짚어보면 크고 작은 전쟁들이 끊임없이 있었어요. 특히 두 번에 걸친 세계 대전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이었죠.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 됐지만, 역설적이게도 전쟁을 치르면서 다양한 산업이 발전했어요. 패션 업계도 예외가 아니에요. 레전드 아이템 중 일부는 전쟁 때 개발한 군인용품에서 탄생한 경우가 많아요. 트렌치 코트, 필드 자켓, 에비에이터 선글라스, 그리고 손목 시계 등까지. 거친 전장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군인들을 위해 개발된 아이템들이에요.


그뿐 아니라 생활용품 중에서도 군사용으로 개발된 것들이 있어요. 대표적으로 의자를 살펴볼까요? 1차 세계 대전 후반부 때였어요. 본체 전체가 알루미늄으로 된 ‘Junkers F13’ 항공기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알루미늄 제조 기술이 발전할 수 있었어요. 이후로 알루미늄을 이용한 다양한 제품들이 탄생하게 됐죠. 2차 세계 대전이 시작되면서 알루미늄 성형 기술은 더더욱 발전했어요. 2차 세계 대전에 참전한 미국은 잠수정에서 사용할 튼튼한 의자가 필요했고, 알루미늄을 소재로 의자를 만들기로 했어요.



최초의 풀 알루미늄 바디 항공기 Junker F13 Source: Wikimedia


이 때 디자인과 생산을 맡은 기업이 에메코에요. 에메코는 해류의 충격에 계속해서 흔들리는 잠수정 안에서도 부서지지 않는 튼튼한 알루미늄 의자를 만들어냈어요. 이 의자는 특유의 단순한 디자인과 내구성으로 80년이 지난 지금도 ‘네이비 체어(NAVY Chair)’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끌고 있죠. 소재도 디자인도 군대로부터 시작된 거예요.



에메코 네이비 체어 ©Emeco


네이비 체어보다 유명한 의자도 군사용으로 탄생했어요. 바로 세계적인 가구 브랜드 ‘허먼 밀러’의 ‘임스 체어’예요. 임스 체어는 미국 가구 디자인의 선구자인 임스 부부가 디자인하고 허먼 밀러에서 생산한 의자예요. 특유의 인체공학적인 디자인에다가 목재를 사용해 경량성와 내구성까지 챙기면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죠. 임스 체어처럼 특정 모양을 띄는 목재를 성형 합판이라고 부르는데요. 딱딱한 목재를 열처리를 통해서 곡선의 형태로 휘게하는 것은 어려운 기술이었어요. 이 기술이 발전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2차 세계 대전이 있었죠.



(좌) 2차 세계 대전 당시 쓰인 부목, 다리의 굴곡에 맞게 모양을 성형했어요. ©Eames office LLC / (우) 허먼 밀러에서 판매하고 있는 임스 체어 LCW 모델이에요. ©Herman Miller


전쟁 당시 골절상을 입은 병사들이 쓸 수 있는 부목이 필요했어요. 하지만 딱딱하고 직각의 목재를 그대로 사용하자 부드러운 신체 부위와 유격이 생기면서 지지 효과가 떨어졌고 치료가 더뎌졌죠. 이 때 성형 합판 기술이 발전되고 병사들의 몸에 딱 맞는 목재 지지대를 만들게 되면서 목재를 변형시키는 기술의 완성도가 높아졌어요. 임스 부부는 이를 활용해서 우리 몸의 곡선에 딱 맞는 목재 의자를 만들 수 있었던 거죠.


이렇듯 일상에서 사용하는 많은 제품들이 군대에서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어요. ‘브리핑(Briefing)’도 그중 하나예요. 군인들이 사용할 제품을 선정하는 기준을 ‘밀스펙(MIL-SPEC, Military Specification의 줄임말)’이라고 하는데요. 브리핑은 밀스펙을 기준으로, 그 이상의 내구성을 가진 일상용 가방을 만드는 브랜드예요.



군사용 기준인 ‘밀스펙’으로 만든 일상용 가방

밀스펙은 ‘군 규격’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데요. 통상적으로 미국 육군에서 다양한 물품들을 평가하는 기준인 ‘MIL-STD-810G’를 말해요. 혹독한 환경과 목숨이 달린 전투 상황에서도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고르기 위한 미군의 엄격한 기준이죠. 전면전을 포함한 격렬한 전투와 초고온, 극저온, 방사능 같은 극한의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물품들만 통과할 수 있어요.


밀스펙의 까다로운 기준 덕분에 군인 이외에도 거친 환경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이나 아웃도어를 취미로 즐기는 사람들도 밀스펙을 통과한 제품을 선호해요. 내구성이 튼튼하니까요. 대신 디자인적인 요소는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브리핑은 밀스펙을 지키면서도 특유의 빨간 원사 장식으로 디자인마저도 탄탄한 제품들을 만들어요. 그런데 이 브리핑이 제품을 제조하는 방식이 흥미로워요.


밀스펙을 따르는 가방이라는 설명을 들으면 브리핑이 미국에서 탄생했다고 생각하기 쉬워요. 하지만 예상과 달리 브리핑은 일본에서 시작한 브랜드예요. 모든 기획과 디자인은 일본에서 이뤄지고, 생산만 미국에서 하죠. 전 세계적으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특이한 구조예요.


보통의 경우 패션 기업들은 생산 비용 절감을 위해 공장을 인건비나 물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가에 세워요. 이익을 추구하는 합리적인 기업이라면 응당 그래야할 거 같지만 브리핑은 거꾸로 생산비가 높은 미국에다가 공장을 지었어요. 도대체 왜 이런 결정을 내린걸까요? 그 배경에는 브리핑의 대표인 유지 나카가와의 꿈이 있어요.



굳이 생산비가 비싼 미국의 공장과 손잡은 이유

1998년, 브리핑은 ‘센즈 리미티드(현 유니온 게이트 그룹)’에서 운영하는 레이블로 시작했어요. 센즈 리미티드를 세운 유지 나카가와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 패션 디자이너로 일했어요. 일본 최대 라이프스타일 그룹 사자비 리그에서 최연소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했을 만큼 업계에서 촉망 받는 ‘유망주’였죠. 사자비 리그는 애프터눈 티라는 문화를 처음 일본에 소개했고, 스타벅스도 일본에 들여온 라이프스타일 기업이죠.


스물넷의 젊은 나이에 퇴사를 결심하고 자신의 사업을 시작한 나카가와. 그는 여러 가방 브랜드들의 OEM/ODM 생산을 하면서 사업적 기반을 닦았어요. 일본의 우수한 가방 생산 기술을 배워 승승장구하고 있었지만, 더 이상 미국 빈티지를 본뜨는 복각 제품을 만들거나 남의 브랜드를 위한 제조를 하고 싶지 않았어요. 미국에서 만들어진 과거의 명작들을 연구하고 복각해서 최고의 제품을 생산하더라도 결국 그 제품들은 ‘Made in Japan’이 찍힌 레플리카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예요. 


그 후 나카가와는 자신이 이미 구축해 놓은 일본의 가방 브랜드나 공장과의 네트워크를 뒤로 한 채 아무것도 없이 미국 현지 공장을 찾아 떠났어요. 브랜드에 ‘Made in USA’를 찍기 위해서였죠. 미국의 패션을 모방하는 일본의 ‘아메카지’ 흐름을 몸소 겪은 세대는 아니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미국 제품들을 많이 써보고 사자비 리그에서 커리어를 쌓는 과정에서 미국 제품에 대한 동경이 싹텄기 때문이었어요. 그렇다고 나카가와가 처음부터 밀스펙 기반의 가방을 제작하겠다는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기술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옷 공장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죠.


한편 나카가와가 미국 옷 공장을 찾아다니던 90년대 후반, 미국은 점점 높아지는 인건비와 생산 원가로 인해 공장을 점점 해외로 이전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는 이러한 흐름과 관련 없는 공장을 발견했어요. 바로 미 육군을 비롯해 다양한 미 정부 기관과 단단한 커넥션을 가지고 있는 군용 가방 공장이었어요. 굳건한 소비층이 국내에 있기 때문에 굳이 해외로 공장을 옮기지 않아도 됐죠. 그는 이 중에서도 규모가 가장 큰 군용 가방 공장에 컨택을 했어요.



©Briefing


나카가와는 협상을 해보려 했지만 주문 단위가 소량이라 무시당했어요. 아무래도 미 육군과 정부 기관에 납품할 제품만으로도 잘 되는 공장이었고, 나카가와가 만들고자 한 브랜드는 이제 막 시작해서 매출도 없었으니 공장 입장에서는 당연한 반응이었죠. 계약은 고사하고 연락도 잘 되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나카가와는 지속적으로 협상을 시도했어요. 하지만 언어의 장벽과 계속되는 무시로 그의 인내심은 폭발해 버리죠. 결국 그는 ‘더러워서 내가 만든다’는 심정으로 원단과 부속품을 사서 프로토타입을 제작했어요.


그는 브랜드를 같이 이끌어가기로 한 디자이너 신슈 코스즈메와 함께 상식을 깨는 창의적인 샘플을 만들기로 했어요. 그렇게 디자인한 제품이 토트백이었어요. 사실 토트백은 군대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형식의 가방이에요. 손의 자유도를 위해 주로 백팩을 사용하는 군인들에게 한 손으로 들고 다녀야하는 토트백은 말이 안 되는 형태였죠. 하지만 애초에 나카가와가 생각한 타깃은 군인이 아니었어요. 일상 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내구성이 견고한 제품을 만들고 싶었죠. 여러 군용 가방을 참고해 포켓의 위치 하나하나까지 실용성을 계산하면서도, 참신하게도 밀리터리 업계에서는 고려하지 않았던 토트백이라는 형태를 도입한 거예요.


처음으로 완성한 프로토타입은 직장인들의 니즈를 저격했어요. 사람이 가득 들어찬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직장인들에게는 백팩보다는 들고 다니기 편한 토트백의 형태가 제격이었죠. 그리고 단단한 원단을 사용하면서 얻게 된 견고한 구조는 토트백 안에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아도 가방이 바닥에 서 있을 수 있게 했어요. 지친 퇴근길에 지하철 안에서 잠시 토트백을 내려놓아도 넘어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죠.


나카가와가 가져온 토트백을 본 당시 ‘존 카버’ 공장 대표는 곧바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어요. 본인들이 만든 원단과 부속품의 기술력을 극대화하면서 민간용 시장을 타깃한 프로토타입에 흥미가 끌린 거죠. 사실 이 공장도 갈수록 올라가는 생산 원가 때문에 가격을 높이기 어려운 정부 계약 이외에 민간용 시장으로 진출을 원하고 있었어요. 군사용과 민간용 매출을 5:5로 가져가고 싶다는 존 카버의 포부와 함께 협상은 일사천리로 진행됐죠. 소량의 계약 조건을 비롯해 여러 부분에서 나카가와의 조건이 받아들여지면서 그는 브리핑이라는 브랜드를 시작할 수 있었어요. 



두 번의 위기로 품질에 대한 진정성을 증명하다

브리핑의 성장 과정에서는 두 가지 큰 고비가 있었어요. 첫 고비는 바로 2002년에 일어난 9.11 테러였어요. 미국의 군수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브리핑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준 사건이죠. 사건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미 정부에 따라 갑자기 미군에 납품해야 하는 보급량이 급증했어요. 이 때문에 미국 현지 공장은 생산량이 적은 브리핑의 가방 생산을 뒷전으로 미루고 주어진 군용 생산량을 맞추는 데에 집중했어요. 급기야 2002년부터 약 2년동안은 브리핑의 생산이 중단되기까지 했죠. 사업 전개 자체가 불투명해진 절체절명의 순간이었어요.


최악의 상황에서 브리핑은 다시 한 번 상식과 반대되는 결정을 내려요. 다른 국가로 생산 공장을 옮길 수도 있었지만 브리핑은 그러지 않고 생산 가능한 제품만큼만 팔기로 했어요. Made in USA라는 브랜드 정체성에 대한 나카자와의 진심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죠. 브랜드의 존폐를 건 배수진이었지만, 효과가 있었어요.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미국의 밀리터리 공장에서 생산한다는 브리핑의 진정성에 대한 믿음을 가지게 된 거죠.


두 번째 위기는 어찌보면 황당한 위기였어요. 브리핑은 9.11 테러라는 위기를 잘 넘기고 정식으로 제품을 출시해 일본에서 순조롭게 판매를 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판매 초창기 미국 공장으로 수리 요청과 컴플레인이 계속 들어왔어요. 밀스펙을 가뿐히 통과할 수 있는 견고한 가방인데도 불구하고 가방의 원단이 찢어지거나 부속품이 깨졌다는 고객들의 불만이 계속됐어요.


브리핑 관계자들과 공장 직원들은 당황했어요. 도대체 어떤 환경에서 얼마나 험하게 사용했길래 군인들도 사용할 수 있는 가방이 파손됐을지에 대한 원인을 찾기 시작했죠. 오랜 시간 원인을 파악한 끝에 황당한 결론에 도달하게 돼요. 바로 군인들이 있는 전장보다 일본의 통근 환경이 더 혹독하다는 거였어요.



Source: Wikimedia


실제로 도쿄의 통근길은 러시아워에 거리가 가득 찰 정도로 유동인구가 많아요. 특히 지하철에 사람을 밀어넣어주는 ‘푸시맨’이 있을 만큼 살인적이죠. 사람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지하철을 타고 내릴 때 가방이 여기저기 부딪치고 걸리면서 도시 속 ‘극한’ 환경이 조성됐어요. 브리핑은 밀스펙을 지키는 견고한 제품들도 파손될 수 밖에 없는, 상상을 초월하는 도쿄의 출퇴근 환경을 위기로 받아들였어요.


브리핑은 곧바로 스펙을 수정하고 원단과 부속품들을 업그레이드한 제품을 출시했어요. 다행히 개선한 제품은 큰 탈이 없었고, 이후로는 수리 문의가 사라졌어요. 처음엔 일본의 통근 환경을 고려하지 않았지만 우연히 파악한 새로운 ‘극한’ 환경에 맞게 제품의 기능성을 더욱 향상시켰고, 더 많은 고객들을 설득할 수 있게 된 거죠. 어떻게 보면 황당하기도 하고, 어찌할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이런 시그널을 조기에 포착하고 제대로 분석한 후 성능을 개선한 것도 제품에 대한 브리핑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에요.



효율적인 생산보다 중요한 효율적인 ‘제품’

Made in USA 그 자체만을 위해 100% 미국 생산을 택한 건 아니었어요. 나카가와는 미국에서 찾은 공장에서 가방을 만드는 방식과 자신이 일본에서 배웠던 방식의 차이점에 집중했어요. 바로 제품을 만드는 접근 방식에 차이가 있었어요. 미국 공장은 ‘효율적인 제품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일본에서는 ‘제품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에 집중했어요. 얼핏 보면 비슷한 말처럼 보일수도 있지만 방점이 찍힌 부분이 달라요.



©Briefing


미국 공장에서는 철저하게 고객 입장에서 사용했을 때 실용성과 기능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물건을 생산하고 있었어요. 원단 자체의 힘으로 제품의 견고한 만듦새를 구현하고자 원단을 아끼지 않고 사용했죠. 또한 스티치를 최소화해서 공정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량의 가능성 자체를 낮췄어요. 생사가 오가는 군인들이 쓸 제품을 생산하면서 체득한 노하우였죠. 이렇게 스티칭이 줄어드니 원단이 가지고 있는 내구성과 방수 기능 등이 도드라지는 건 덤이었어요.


일본의 방식은 살짝 달랐어요. 생산 단가와 효율성에 초점을 맞춰 제조가 이루어지고 있었죠.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원단을 아끼기 위해서 봉제를 통해 제품을 견고하게 했어요. 박음질로 원단을 아끼면서 단단한 질감을 만드는 거예요. 물론 혹자는 이렇게 정성들인 봉제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기도 해요. 제품의 퀄리티나 마감이 더 좋기도 하고요. 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원단이 가지고 있는 기능성을 100% 활용할 수 없어요. 늘어난 봉제로 인해 자연스럽게 생기는 미세한 바늘 구멍들이 방수 기능을 상대적으로 떨어뜨리거든요.


브리핑은 미국 공장에서 얻게 된 새로운 시각을 적용하면서도 일본에서 해왔던 유려한 디자인을 접목시켰어요. Made in USA 태그 이상의 시너지가 생긴 셈이죠. 오랜 시간동안 극한 상황에서 제품을 사용하는 군인들의 편의를 최우선으로 뒀던 미국 공장의 노하우를 벤치마킹해서 브리핑이 추구하는 ‘Urban & Town Militarism’을 완성한 거예요.


이처럼 브리핑은 유려한 디자인에 밀스펙을 충족시키고도 남는 품질을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철저하게 사용자 중심이죠. 그런데 디자인이나 소재뿐만 아니라 가방의 구조에서도 사용자를 최우선으로 한 설계를 볼 수 있어요. 대중교통으로 통근하는 직장인들이나, 출장 업무가 잦은 직장인들을 위해서 한 가방을 다양한 방법으로 들고 다닐 수 있도록 만든 제품도 브리핑의 시그니처 제품이죠. 장시간 이동으로 인해 무거운 가방이 부담이 될 때는 백팩, 숄더백, 토트백 등 다양한 형태로 가방을 들 수 있어요.



한 가방을 백팩, 숄더백, 토트백 형태로 이용할 수 있어요. ©Briefing



라인업을 늘리는 3가지 축

시그니처 제품을 포함해 브리핑은 지금까지 7개의 라인에서 400개 이상의 모델을 출시했어요. 브리핑의 각 라인업은 각기 다른 소재들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방탄복에 쓰였던 발리스틱 나일론과 불에 취약한 나일론의 단점을 보완한 코듀라가 대표적인 소재예요. 게다가 보통의 나일론보다 밀도가 높은 1050 데니어의 나일론 소재를 사용하고 있어 내구성도 높고요. 그뿐 아니라 더블 바스켓 방식의 원단으로 만들어서 작은 구멍이 나도 원사가 빈공간을 다시 메우는 자가 치유 능력도 가지고 있을 정도죠.


브리핑이 나일론 소재만 고집하는 건 아니에요. 일본 기업이라는 이점을 살려서 일본의 우수한 가죽 가공 기술도 활용해요. 유일하게 일본에서 생산하는 Made in Japan 라인업은 나일론 소재와 방수 처리한 가죽을 활용해서 보다 미니멀한 디자인의 제품들을 만들어요. 클래식한 취향을 가진 직장인 고객들의 니즈를 저격한 라인이에요.


소재 외에도 상황에 따른 라인업도 확대하고 있어요. 2017년에 런칭한 브리핑 골프 라인은 나일론 소재를 사용해서 골프 라운딩 중 끌고 다녀도 상처가 나지 않고 오염에 강한 가방으로 유명세를 탔어요.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골프 열풍이 불면서 새롭게 브리핑의 대표 라인이 됐죠.



화이트 마운티니어링 콜라보 ©Briefing


또한 타 브랜드와의 콜라보도 활발하게 진행해요. 빔즈 플러스와 유나이티드 애로우즈와 같은 일본의 편집숍들과의 콜라보 제품이 대표적이에요. 앞서 설명한 다양한 방식으로 들 수 있는 디자인도 빔즈 플러스와 진행한 콜라보에서 처음으로 만든 디자인이구요. 최근에는 화이트 마운티니어링 같은 하이테크 아웃도어 브랜드와의 협업해서 화려한 패턴을 사용한 제품도 선보이면서 미니멀했던 디자인에 다양성을 더했어요.



다양한 형태의 콜라보 가방. 백팩에 숄더팩을 연결한 모습도 볼 수 있음. XPAC 소재 특유의 X 모양도 눈에 띄임 ©thisisneverthat


우리에게 친숙한 한국 브랜드와도 콜라보를 했어요. 바로 ‘디즈이즈네버댓’이에요. 2023년 3월, 디즈이즈네버댓과의 콜라보로 스트릿한 감성의 캐주얼한 제품들도 만들었죠. 브리핑은 시그니처 소재인 나일론과 코듀라 소재의 단단하고 밀리터리한 느낌을 내려놓았어요. 대신 부드럽고 가벼운 XPAC 소재를 사용했죠. 무게가 가볍고 방수 기능까지 있는 XPAC 소재로 기능성도 챙기고 캐주얼한 제품을 만들어낸 거예요.


고객의 편의성을 생각하는 브리핑의 특성도 그대로 살렸어요. 디스이즈네버댓과 콜라보로 출시한 숄더백의 경우에는 백팩에 장착해서 함께 들고 다닐 수 있어요. 간편성과 가방 용량의 확장성까지 살리면서 실용성 극대화했죠. 이렇게 브리핑은 함께하는 브랜드의 특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기능성을 더하는 콜라보를 추구하고 있어요.



가방 디자인은 라이프스타일을 따른다

신슈 코스즈메는 브리핑이 미국 공장을 찾아다니던 처음부터 모든 제품의 디자인을 맡아왔어요. 지금도 매일 가방을 사용할 직장인들의 니즈를 찾고자 노력하죠. 그의 요즘 최대 관심사는 갈수록 자유로워지는 직장인들의 근무 환경이에요. 최근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가방을 사용할 사람을 얼마나 최우선으로 생각하는지 들어볼게요.



디자이너 신슈 코즈즈메 씨 ©Briefing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직장인들의 옷차림에 따라서 가방 디자인도 변해왔어요. 캐주얼한 복장에 가죽으로 만든 각진 가방은 어울리지 않아요. 갈수록 직장인들이 사용하는 도구들은 얇아지고 가벼워지고 최소화되고 있죠. 게다가 일터와 일상의 영역이 점점 모호해지면서 과거와 같은 디자인은 이제 소용 없어요. 갈수록 콤팩트하고, 쓰기 쉽고, 모든 상황에도 어울리는 가방이 필요해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제품들을 개선하고 있어요.”

-브리핑 공식홈페이지 블로그포스트8 중


그의 디자인 철학대로 브리핑의 가방은 조금씩 매해 진화하고 있어요. 브랜드를 런칭한지 30년 가까이 된 지금까지도 그는 여전히 자신이 디자인한 가방을 사용하면서 개선할 부분과 직장인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상황을 연구하고 있어요. 앞으로 브리핑은 어떤 소재와 참신한 디자인으로 바쁘고 고된 출퇴근길을 조금이나마 가볍게 해줄까요?




Reference

 브리핑 공식 홈페이지

 [이슈&트렌드] 군 납품기준에 맞는 극한의 튼튼함, '밀스펙'이란 무엇인가?, Daily Pop, 배근우

 미국을 대표하는 가구회사, 허먼밀러, 네이버블로그, 디자인프레스

 Philosophy of beams plus no.8: Tote bag, Beams

 【"ハワイに住む"を叶えた人々】中川 有司さん, ハワイに住むnet, 更新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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