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네를 아티스트들로 채우자.’
(Let’s fill this town with artists.)
동네를 아티스트들로 채우고 싶어하는 ‘카스 아트’는 미술용품을 판매하는 매장이에요. 아티스트들이 가득한 동네를 만들기 위해 카스 아트는 미술용품의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췄어요.
“모든 아이들은 예술가다. 문제는 어떻게 그 아이들을 자라서까지 예술가로 유지시키느냐이다.“고 표현한 피카소의 문제의식에 대한 카스 아트 나름의 답인 셈이에요. 카스 아트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도 도구가 비싸서 엄두도 못내는 사람들을 위해 가격 문턱을 낮추어 예술 활동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돕죠.
이쯤되면 자선 사업이 아닌가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다양한 방법을 통해 미술용품을 낮은 가격으로 제공하는 데 집중하는데요. 하지만 가격을 낮춘다고 해서 동네 사람들이 아이였을 때의 예술가적 감각을 되찾을 수는 없어요. 그래서 카스 아트는 동네를 아티스트들로 채우기 위해 더 큰 그림을 그리죠. 그렇다면 카스 아트는 어떻게 동네 사람들의 예술가적 감각을 되찾아주고 있는 걸까요?
💡 브랜드도 진화합니다. 이번 런던 위크에서는 <퇴사준비생의 런던>에서 소개했던 매장, 공간, 브랜드, 기업 등의 그동안의 변화를 업데이트 해봅니다.
카스 아트 미리보기
• 도구의 가격을 내릴수록 올라가는 예술의 가치
• #1. 다가가는 만큼 가까워지는 동네의 아티스트들
• #2. 설명하는 만큼 늘어나는 동네의 아티스트
• #3. 키워내는 만큼 보존되는 동네의 아티스트
• 카스 아트가 그리는 그림이 진짜인 이유
‘붙잡히지 말 것’
스트리트 아티스트들의 암묵적인 룰이에요. 스트리트 아트가 거리를 감각적으로 만들기는 하지만 공공시설을 훼손하는 일이므로 원칙적으로는 불법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 적용에 있어서는 인심이 후해요. 그림을 그리는 동안 현장에서 걸리지만 않는다면 사후에 추적해서 처벌하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아티스트들은 20분 내로 작업을 하고 도망칠 수 있는 정도로 작품을 구상해 그들의 예술성을 뽐내요. 20분 정도를 경찰관들이 CCTV를 보고 출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보는 거예요.
시간 제약이 예술 활동을 하는 데 꼭 불리한 것만은 아니에요. 현장에서 잡히지 않기 위해 표현 방식에 창의성이 더해지고 작품에 시그니처가 생기니까요. 대표적인 스트리트 아티스트는 뱅크시(Banksy)예요. 그는 정치적, 사회적 풍자를 담은 그래피티 작품들을 주로 그리는데, 단속에 걸리지 않기 위해 스텐실 기법을 사용해요. 스텐실 기법은 종이에 글자나 그림 등을 그려 오려낸 후 그 구멍에 스프레이를 뿌려 작품을 완성하는 거예요. 미리 준비한 종이를 벽에 대고 스프레이만 분사하면 되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작품을 그리고 사라질 수 있죠.
스텐실 기법을 사용하는 뱅크시의 작품입니다. 뱅크시가 유명해지자 커버를 씌워 작품을 보존하고 있습니다. ©시티호퍼스
스트리트 아트에는 그래피티 외에도 다양한 방식이 있어요. 프랑스 출신의 예술가 클렛 아브라함(Clet Abraham)은 교통 표지판을 캔버스로 삼고 표지판의 기호들에 스티커를 붙여 스트리트 아트를 표현해요. 사전에 제작한 스티커를 교통 표지판의 적절한 위치에 붙이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걸릴 가능성이 낮죠. 교통 표지판이 가진 퉁명스러움과 엄격함을 비판하기 위해 스티커 작품으로 유머와 위트를 더한 거예요. 규칙과 규율에 인간성을 더하고자 하는 시도에 표지판에 생기가 돌아요.
교통 표지판에 스티커를 붙이는 클렛 아브라함의 작품입니다. 그의 스트리트 아트 덕분에 표지판에 위트가 생깁니다. ©시티호퍼스
클렛 아브라함이 표지판을 캔버스 삼았다면 조네시(Jonesy)는 표지판을 지탱하는 봉에 관심을 가졌어요. 봉 위에 청동으로 주조한 작품을 접착하여 스트리트 아트를 완성하죠. 그가 봉 위에 주목한 이유도 단속과 관계가 있어요. 경찰들이 쓴 모자 챙 때문에 상단의 시야가 가려져 있어 작품이 눈에 잘 안 띌 수 있다는 거예요. 물론 거리를 두고 보면 보이겠지만, 경찰관의 대표적 오브제인 모자 챙을 작품의 스토리에 녹여내 스트리트 아트에 스릴을 더했어요.
표지판의 봉 위에 스트리트 아트를 표현하는 조네시의 작품입니다. 눈여겨 보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습니다. ©시티호퍼스
단속을 피해야 하지만 현장에서만 걸리지 않으면 괜찮기 때문에 과감하게 얼굴을 드러내는 예술 작가도 있어요. ‘벽 위의 내 얼굴(My face on the walls)’이라는 작품명에서 알 수 있듯이 그레고스(Gregos)는 다양한 표정의 자기 얼굴을 조소로 복제한 후 그 위에 유머코드가 있는 그림을 입혀 거리 곳곳에 붙여요. 주로 건물의 벽이나 기둥 등 원래 있었을 것만 같은 자리에 골라 붙여서 오히려 없으면 허전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때로는 벽면에 설치된 CCTV 옆에 붙이는 과감함을 보이기도 하고요.
자기 얼굴을 조소로 복제해 그 위에 그림을 그려 거리 곳곳에 붙이는 그레고스의 작품입니다. CCTV 안내문이 붙어 있는 벽면에 작품을 표현한 대담함이 돋보입니다. ©시티호퍼스
보통의 스트리트 아티스트들이 단속을 피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한다면, 벤 윌슨(Ben Wilson)은 작업 과정을 보란듯이 드러내요. 그의 캔버스는 길바닥에 눌러붙은 추잉껌이에요. 버려진 추잉껌은 공공시설이 아니라 쓰레기이기 때문에 단속의 대상이 아니에요. 처벌을 하려면 껌을 뱉은 사람을 찾아야지 버려진 껌 위에 그림을 그리는 그를 처벌할 수는 없다는 판결도 있을 정도죠. 오히려 껌 얼룩으로 지저분해진 거리를 아름답게 하는 효과를 고려하면 상을 줘도 모자라죠. 법과 예술의 경계에서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셈이에요.
특히 그는 테이트 모던 뮤지엄(Tate Modern Museum)으로 이어지는 밀레니엄 브릿지(Millenium Bridge)를 자신의 갤러리로 만들기 위해 다리 위에 버려진 껌들을 하나하나 작품으로 채색하고 있어요. 테이트 모던 뮤지엄에 가려는 사람 누구나 건너는 다리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던 바닥을, 모두를 위한 갤러리로 꾸민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예술적이에요.
테이트 모던 뮤지엄과 세인트 폴 성당 사이를 잇는 밀레니엄 브릿지입니다. 추잉껌 아티스트 벤 윌슨은 이 다리 위를 갤러리로 꾸미려는 계획으로 작품 활동을 펼칩니다. ©시티호퍼스
길바닥에 눌러붙은 추잉껌을 예술 작품으로 바꿉니다. 아무도 관심이 없던 다리의 바닥을, 모두를 위한 갤러리로 꾸민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예술적입니다. ©시티호퍼스
스트리트 아트는 갤러리에 갇혀 있던 예술을 거리로 끄집어내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요. 스트리트 아트처럼 모두를 위한 예술의 힘은 보기보다 강해요. 음침한 빈민가였던 쇼디치(Shoreditch) 지역을 트렌드를 이끄는 곳으로 탈바꿈시켰을 정도니까요. ‘카스 아트(Cass Art)’는 이러한 예술의 가치와 잠재력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동네를 아티스트들로 채우기 위해 거리 곳곳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어요.
카스 아트 이즐링턴점 매장 전경입니다. 3개의 층으로 구성된 700m2 규모의 플래그십 매장입니다. ©시티호퍼스
도구의 가격을 내릴수록 올라가는 예술의 가치
“이 동네를 아티스트들로 채우자.”
(Let’s fill this town with artists.)
동네를 아티스트들로 채우고 싶어하는 카스 아트는 미술용품을 판매하는 매장이에요. 아티스트들이 가득한 동네를 만들기 위해 카스 아트는 미술용품의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췄어요. “모든 아이들은 예술가이고, 문제는 어떻게 그 아이들을 자라서까지 예술가로 유지시키느냐이다.”라고 표현한 피카소의 문제의식에 대한 카스 아트 나름의 답인 셈이에요. 카스 아트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도 도구가 비싸서 엄두도 못내는 사람들을 위해 가격 문턱을 낮추어 예술 활동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돕죠.
카스 아트 이즐링턴점 1층은 물감, 붓, 연필, 잉크, 파스텔 등 그리는 도구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시티호퍼스
카스 아트 이즐링턴점 2층은 캔버스, 스케치북, 종이 등 그림의 판 역할을 하는 제품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시티호퍼스
카스 아트 매장에 들어서면 알록달록한 색감의 미술용품만큼이나 가격표가 눈에 들어와요. 미술용품의 종류와 브랜드에 따라 10~60%까지 가격을 할인해주죠. 가격 할인으로는 만족하지 못할 고객들을 위해 ‘최저 가격 보장(Guaranteed lowest prices)’ 태그를 덧붙여요. 여기에다가 최저 가격 보장이라는 표시로도 부족해 ‘카스 아트 특별 가격(Cass Art exclusive)’이라는 태그까지 붙은 제품들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어요. 영국의 전통있는 물감 브랜드 윈저 앤 뉴튼(Winsor & Newton), 독일의 대표적 문구 브랜드 스테들러(Staedtler) 등과 제휴해 카스 아트 고객만을 위한 특별 가격으로 판매하는 거예요.
윈저 앤 뉴튼, 스테들러 등의 브랜드 제품을 카스 아트 특별 가격으로 판매합니다. 최저 가격 보장은 기본입니다. ©시티호퍼스
최저 가격 보장이나 특별 가격 표시가 없다면 카스 아트에서 자체 제작한 상품일 가능성이 높아요. 자체 제작한 제품들의 가격은 상대적으로 더 저렴해요. 가격표만 놓고 보면 유명 브랜드들의 할인된 가격들과 엇비슷하지만, 제품 용량이 보통 2배 정도이기 때문에 단위 용량당 가격은 절반 수준인 셈이에요. 가격만으로도 충분히 돋보일 만한데 제품 패키지까지도 절제된 디자인을 뽐내고 있어서 고객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해요.
아크릴 물감의 경우, 카스 아트 자체 제작 제품의 용량이 ‘달러 로우니 시스템 3’ 브랜드 제품 대비 2배 큰데 판매가는 동일합니다. ©시티호퍼스
카스 아트 자체 제작 제품은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제품 패키지 디자인이 감각적이어서 구매 욕구를 자극합니다. ©시티호퍼스
여기서 그치지 않아요. 할인 쿠폰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이미 할인된 가격에 추가 할인 혜택을 제공해요. 첫 구매 시 구매금액과 관계없이 10%를 할인해주는 쿠폰을 비롯해 일정 금액 이상 구매 시 10%를 할인해주는 쿠폰, 스케치북, 이젤, 연필 등 특정 미술용품을 살 때 20%~50%까지 할인해주는 쿠폰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자들의 부담을 더욱 줄여주죠. 예술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을지 판단이 안 서는 초보자들에게는 부담없는 시도를 하면서도 혜택을 받을 수 있게 일회성으로 10% 할인해주고, 예술을 꾸준히 즐기려는 동네의 아티스트들에게는 구매 금액에 따른 할인은 물론 미술용품별로 할인 혜택을 주어 다양한 예술 활동을 계속해서 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거예요.
이쯤되면 자선 사업이 아닌가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카스 아트는 예술이 부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미술용품을 낮은 가격으로 제공하는 데 집중해요. 하지만 가격을 낮춘다고 해서 동네 사람들이 아이였을 때의 예술가적 감각을 되찾을 수는 없어요. 그래서 카스 아트는 동네를 아티스트들로 채우기 위해 더 큰 그림을 그리죠.
#1. 다가가는 만큼 가까워지는 동네의 아티스트들
카스 아트의 첫 매장은 1984년에 채링 크로스(Charing Cross) 지역에 오픈했어요.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이나 클로드 모네(Claude Monet)와 같은 저명 인사들이 주요 고객이었고 100년 가까이 운영해 인지도가 있던 미술용품 매장 자리에 카스 아트의 이름을 걸고 영업을 시작한 거예요.
원래부터 미술용품을 판매하던 곳이었고, 내셔널 갤러리(National Gallery) 바로 뒤에 위치했기 때문에 고객은 많았어요. 하지만 창업자 마크 카스(Mark Cass)는 이미 예술을 하던 제한적인 고객들에게만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쉬웠죠. 그는 예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을 예술의 세계로 초대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예술가들만이 모이는 지역이 아닌 장소에 매장을 열기로 했어요.
마크 카스는 17년 만에 두 번째 매장을 오픈하면서 대중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펜타그램(Pentagram)이라는 디자인 컨설팅 회사와 머리를 맞대고 리브랜딩을 시도해요. 리브랜딩의 핵심은 예술의 대중화였어요. 이를 위해 매장의 인테리어를 고객들이 편하게 들어올 수 있도록 리모델링해 미술용품 매장의 문턱을 낮췄어요. 조명과 텍스트 등을 모던하면서도 캐주얼하게 바꿔 미술용품을 파는 가게라기보다 색감이 살아있는 사탕 가게와 같은 분위기로 연출한 거예요. 로고도 스텐실 형식으로 변경해 감각을 더했고요. 또한 ‘이 동네를 아티스트들로 채우자’라는 미션과 이에 따른 6가지 선언문을 작성해 리브랜딩의 구심점을 만들었죠.
2001년에 고급 주택가인 켄싱턴(Kensington) 지역에 오픈한 2호점부터 리브랜딩 컨셉을 적용하기 시작했어요. 2003년에는 런던의 대표적인 번화가인 소호(Soho)에 3호점을 열었죠. 2004년에는 본점인 채링 크로스 매장도 리브랜딩 컨셉에 맞게 새단장했고요. 그 후 2006년에는 떠오르는 번화가인 이즐링턴(Islington)에 700m2 규모의 3층짜리 플래그십 매장을 오픈했어요. 예술가들이 모여 있던 곳에서 벗어나 모두에게 다가갈 수 있는 동네로 매장을 늘려나간 셈이에요.
그뿐 아니라 2010년부터는 햄스테드(Hampstead)와 킹스턴(Kingston) 등 런던 외곽으로 거점을 확대해요. 런던과 그 주변 지역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2013년부터는 런던 외 지역으로 뻗어나가며, 스코틀랜드의 글라스고, 잉글랜드의 브리스톨, 리버풀, 브라이턴, 버밍엄, 맨체스터 등 영국 내 14곳에 매장을 런칭해요. 동네에서 시작해 영국 전역을 아티스트로 채우겠다는 포석이 담겨 있는 매장 전개예요. 또한 동네를 아티스트로 채우기 위해선 지역마다 거점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기에 가능한 일이죠.
#2. 설명하는 만큼 늘어나는 동네의 아티스트
미술용품 매장을 오픈한다고 해서 동네가 아티스트들로 채워지는 것은 아니에요. 문턱을 낮춰 누구나 쉽게 들어올 수 있게 해도 형형색색으로 펼쳐져 있는 미술용품 앞에서 초보자들은 여전히 어려워하죠. 예술에 문외한 이들을 예술에 관심을 갖게 만들기 위해서는 초보자들에게 작품을 만드는 도구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줄 전문가가 필요해요.
그래서 카스 아트는 약 130여 명의 모든 스태프들을 예술가로 구성했어요. 호칭만 예술가가 아니라 실제로 예술 활동을 하며, 미술 도구를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는 사람들이에요. 제품 가격을 낮추려고 안간힘을 쓰는 카스 아트이지만 직원만큼은 비용 절감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고 핵심역량으로 여기죠. 고객들이 제품에 대해 잘 모를 경우, 스태프들에게 문의를 하면 제품의 특징, 브랜드 간 차이, 사용 방법 등을 자세히 알려줘요. 제품 문의를 했을 때 위치를 찾아주는 단순한 역할과는 달라요.
예술가인 직원들이 그림을 직접 그려서 보여주며 제품별 특징을 설명합니다. ©시티호퍼스
특히 카스 아트의 플래그십 매장인 이즐링턴 매장에서는 예술가인 직원들이 제품의 특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시연을 진행해요. 매번 똑같은 시연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미술과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장르를 요일별로 다르게 구성해요. 월요일은 데생, 화요일은 유화, 수요일은 수채화, 목요일은 아크릴화, 금요일은 공예 등 주요 장르를 여러 브랜드 제품들로 직접 그려서 보여주는 식이에요. 주말인 토요일에는 그날의 직원이 선호하는 장르로, 일요일에는 새로 나온 제품을 소개하는 쇼케이스 등으로 변주를 주며 시연 프로그램을 다채롭게 꾸미죠.
지하층에는 지역 아티스트들이 전시와 워크숍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2층의 한쪽 벽면에는 지역 아티스트들의 소식과 이벤트를 알리는 게시판이 있습니다. 지역 아티스트의 활동을 장려하기 위함입니다. ©시티호퍼스
또한 카스 아트는 자체적으로 전시회를 개최하여 스태프들의 역량을 보여주는 장을 마련하기도 해요. 2015년에는 ‘비전’을 주제로, 2016년에는 ‘보통의 물건들’을 주제로 회화, 데생, 조소 등 여러 장르의 작품들을 소개하는 전시를 했어요. 카스 아트의 전시회는 스태프들에게 작품 활동을 펼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줘 동기를 부여할 뿐만 아니라 고객들에게 스태프들의 전문성을 알려 카스 아트 매장의 차별적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예요. 또한 홈페이지에서는 작가로 활동하는 스태프들의 작품과 작품 설명을 올려 놓기도 해요. 스태프들을 말로만 예술가라고 소개하는 것과 작품을 전시해 증명하는 것의 간극은 효과적인 측면에서 차이가 크죠.
#3. 키워내는 만큼 보존되는 동네의 아티스트
피카소는 모든 아이들은 예술가라고 말했어요. 문제는 아이들이 자라서까지 예술가적 기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죠. 카스 아트도 피카소의 통찰력에 공감해요. 그래서 예술성을 품고 사는 아이들이 예술을 계속해서 즐길 수 있도록 아낌없는 투자를 하죠. 전체 매출에서 학생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25% 수준이지만, 카스 아트가 학생들에게 영감과 조언을 주고 최고의 제품을 합리적 가격으로 제공해 젊은 예술가들의 성장을 돕는다면 그들이 성공하여 다시 카스 아트를 찾고 예술 산업의 기반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학생들에 대한 투자는 가격 할인과 교육 후원 등으로 이루어져요. 학생들은 ‘코발트 블루 카드(Cobalt blue card)’라는 멤버십 카드를 발급받아 추가로 10% 할인을 받을 수 있어요. 또한 매년 학생의 날(Student day)을 열어 학생들을 초청해요. 이날은 모든 제품을 20% 할인해주고, 50파운드(약 7만 5,000원) 이상 구매하면 65파운드(약 10만 원)에 해당하는 제품들을 럭키 박스 형태로 제공하며, 유명 예술가를 초빙해 워크숍도 진행해요. 게다가 젊은이들의 영감을 자극하기 위해 ‘내셔널 아트 앤 디자인 토요일 클럽(National art & design Saturday club)’을 무료로 운영하는 재단인 소렐 파운데이션(Sorrel foundation)을 후원하는 등 학생들이 예술과 가깝게 지낼 수 있도록 앞장서죠.
학생들보다 예술적 감수성이 더욱 풍부한 아이들이 예술에 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키즈 섹션에도 신경을 써요. 이즐링턴 지점의 지하에서는 키즈 섹션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어 아이들에게 적합한 소재, 크기, 용도로 된 제품을 판매하고 있어요. 그리고 판매 공간의 한켠에서는 일요일마다 워크숍을 열어요. 1주차에는 색칠, 2주차에는 데생, 3주차에는 판화, 4주차에는 공예 등 매주 장르를 달리 구성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또한 매주 목요일에는 방문 수업(Home educated classes)과 방과후 수업(After school classes) 등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며 아이들의 미술 교육에 대한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워크숍을 진행하고, 아이들에게 적합한 제품을 판매하는 등 아이들이 예술에 더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키즈 섹션을 지하층에 별도로 구성했습니다. ©시티호퍼스
교육을 통해 예술성을 고양시키려는 카스 아트의 노력은 아이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방위적이에요. 미술이나 디자인 분야의 대학교 교수 또는 강사, 그리고 미술 치료사들만 가입할 수 있는 ‘비리디안 카드(Viridian card)’를 멤버십으로 운영하거든요. 10% 할인해 주는 것은 기본이고, 유명 브랜드에서 출시하는 신제품들을 테스트 해볼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하며, 비리디안 카드로 결제하는 금액의 5%를 소렐 파운데이션에 기부하고 있어요. 교육 대상자들을 위한 혜택뿐만 아니라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인들도 살뜰하게 챙기는 거예요. 또한, 헤비 유저인 교육자들이 미술용품 구매에 사용한 금액의 일정 부분을 교육 대상자에게 재투자해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기도 하죠.
카스 아트가 그리는 그림이 진짜인 이유
유동 인구가 넘쳐나는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National Gallery) 앞에는 또 다른 유형의 거리의 예술가들이 있어요. 이들은 스트리트 아티스트와 달리 생계를 꾸리기 위해 거리에서 예술을 하죠. 거리에서 예술을 보여주고 행인들의 기부를 받는 방식으로 돈을 벌어요. 행인들의 시선을 붙잡고 마음을 사로잡아야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내셔널 갤러리 앞 거리의 예술가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자기 표현을 해요.
공중 부양이나 캐릭터 분장 등 흔한 방식의 예술가들도 있지만, 타깃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예술가들도 있어요. 어떤 예술가는 바닥에 분필로 다양한 국기를 그려 국기 위에 기부를 받아요. 내셔널 갤러리의 특성상 외국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데 국기 위에 놓여있는 돈의 양으로 경쟁을 부쳐 관광객들의 애국심을 자극하는 거예요.
또한 내셔널 갤러리에 오는 고객들이 지적인 콘텐츠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아는 어떤 예술가는 길바닥에 감각적인 글씨체와 감동적인 문장으로 시를 써요. 글로 행인들의 발길을 오랜시간 붙잡아두며, 마지막에 “이 일로 생계를 꾸리니 기부를 해주시면 내일도 예술을 나눌 수 있습니다.”는 문구로 호소해 행인들이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게끔 하죠.
또 다른 아티스트는 아이들이 큰손이라고 판단해 거대한 비눗방울을 뭉게뭉게 만들어 동심을 유혹해요. 아이들은 그에 화답하듯 비눗방울을 더 보기 위해 부모들을 졸라 예술가의 돈 바구니에 신나는 표정으로 돈을 넣어요.
거리의 예술가들도 행인들의 시선을 붙잡고 후원을 받기 위해 자기만의 방식으로 차별화를 고민합니다. ©시티호퍼스
이런 풍경이 펼쳐지는 내셔널 갤러리 앞마당에서 고개를 돌리면 트라팔가 광장(Trafalgar Square)이 보여요. 넬슨(Nelson) 제독 동상이 트라팔가 광장의 중심을 잡고 있고, 장군에 시선을 빼앗겨 놓칠 수 있지만 4개의 조형물이 광장의 각을 잡고 있어요. 그중 하나의 조형물은 해마다 바뀌어요. 런던시가 ‘4번째 기둥 어워드(Fourth plinth award)’를 열어 매년 조각 작품을 선정해 전시하기 때문이에요. 런더너뿐만 아니라 전 세계 관광객들이 찾는 내셔널 갤러리 앞에서 전시를 하는 것이기에 예술가들에게는 영광스런 기회죠.
카스 아트는 이 이벤트에 영감을 받아 학생들의 꿈을 키워주기 위해 런던시와 제휴하여 ‘4번째 기둥 스쿨 어워드(Fourth plinth schools award)’를 운영해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모의 어워드 형식이긴 하지만 매년 3,500개 이상의 작품들이 경쟁할 만큼 인기예요. 출품한 작품들 중에서 우수 작품들을 선정해 런던 시청에 6주 동안 전시하죠. 수상작들을 대중이 모이는 곳에 전시해 학생들의 예술성을 알리면서 그들의 예술 활동을 장려하는 거예요.
학생들에게 모의의 방식으로라도 기회를 제공하며 카스 아트가 꿈꾸는 세상을 그려나가는 붓놀림에, 어쩌면 카스 아트의 바람처럼 온 동네가 아티스트들로 가득 채워질지도 모를 일이에요.
Reference
• Cass Art Promo Code - Up to 10% off, GLAMOUR
• Cass Art Revenue and Competitors, Growjo
• First: Alessandra Rigillo, Second and Third: Jurga Vilimaite, Cass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