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훤히 보이는 ‘투명한’ 스마트폰, 테크의 본질적 재미를 말하다

낫싱

2025.05.14



스마트폰 이름이 ‘아무것도 없음’이라는 뜻의 ‘낫싱(Nothing)’이에요. 하지만 그 이름과는 다르게, 낫싱은 꽤 많은 것을 보여주는 브랜드예요. 심지어 많이 보여주다 못해, 스마트폰 속까지 보여주고 있어요. 스마트폰이 ‘투명하게’ 디자인되어 있거든요.


전 세계 Z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 중인 낫싱은 외관만 독특한 게 아니에요. 기성 스마트폰 브랜드들과는 다르게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컬트 브랜드’를 지향하죠. 실제로 낫싱의 온라인 커뮤니티는 10만 명 이상의 유저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고, 심지어 이 커뮤니티에서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커뮤니티 에디션’ 스마트폰을 만들기도 해요.


낫싱은 왜 이런 스마트폰을 만든 걸까요? 낫싱의 창립자 칼 페이의 이야기와 함께, 낫싱이 스마트폰이라는 아이템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건 무엇인지 함께 알아볼까요?


낫싱 미리보기

 #1. 대기업들이 꽉 잡은 시장을 선택한 이유

 #2. 모두가 ‘추가’할 때, 과감하게 ‘생략’하다

 #3. ‘커뮤니티’가 있는 ‘컬트 브랜드’를 지향하다

 대기업의 시장에서 대기업과 정반대로 가다




2023년 7월, 마포구 상수동 리셀 플랫폼 크림(KREAM)의 쇼룸에 한 브랜드의 팝업 스토어가 문을 열었어요. 크림과의 협업이니 패션 브랜드냐고요? 아니에요. 예상 밖에 스마트폰 브랜드였죠. 그럼 애플이나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이냐고요? 그것도 아니에요. 주인공은 영국 런던에 본사가 있는 ‘낫싱(NOTHING)’이었어요.


낫싱은 외관부터 눈에 띄어요. 일반적인 스마트폰과 다르죠. 전면은 평범한 화면이지만, 뒷면은 훤히 비치는 ‘투명’이거든요. 유리판 안 쪽에 스마트폰을 구성하는 하드웨어 부품들이 그대로 노출되죠. 이 낯선 스마트폰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상수로 모여들었어요. 오전 11시 오픈을 앞두고, 긴 웨이팅 줄이 늘어섰죠. 한정 수량으로 판매되는 낫싱의 ‘폰(2)(Phone (2))’ 제품을 손에 넣기 위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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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md.studio


낫싱의 인기는 우리나라에서만 엿볼 수 있는 게 아녜요. 2024년 11월에는 도쿄 하라주쿠에서 개최던 팝업 스토어가 화제였어요. 하라주쿠 팝업에서는 전세계 한정 1천 대만 판매되는 ‘폰 (2a) 커뮤니티 에디션’이 판매됐죠. 개장하자마자 커뮤니티 에디션은 바로 매진됐다고 해요.


ⓒNOTHING


ⓒらる


특히 낫싱은 인도나 인도네시아 같은 개발도상국에서 인기가 많아요. 2023년 7월 인도 벵갈루루의 쇼핑몰 루루 몰에서 열린 팝업 스토어에는 당시 새로 출시된 ‘폰(2)’를 구매하기 위해 수백 명의 인파가 몰렸죠. 낫싱의 CEO ‘칼 페이(Carl Pei)’는 인도에서 낫싱의 경쟁 상대가 애플이라고 말해요. 애플이 인도에서 지배적인 브랜드가 되기 전에 직접 경쟁해 주도권을 잡고 싶다고 밝혔죠.


ⓒNOTHING


실제로 낫싱은 전세계적으로 ‘애플의 대안책’이라고 평가 받고 있어요. 특히 젊은 테크 매니아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죠. 실제로 낫싱의 글로벌 사용자 중 50%가 31세 이하일 정도로 젊은 층의 환영을 받고 있는데요. 2020년 설립된 테크 스타트업 낫싱은 어떻게 애플의 대안책이 된 걸까요?



#1. 대기업들이 꽉 잡은 시장을 선택한 이유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과 삼성 등 잘 알려진 대기업들이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어요. 글로벌 기술 시장 리서치 회사 ‘카운터포인트(Counterpoint)’에 따르면, 2024년 4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이 23% 점유율, 삼성이 그 뒤를 잇는 16% 점유율을 차지했다고 해요. 둘이 합쳐 39%에 달하죠. 3위 업체 샤오미(점유율 13%)까지 합치면 전 세계인의 과반수 이상이 세 기업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거예요.


이 장벽 높은 시장에서 낫싱은 스타트업의 신분으로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고 있어요. 2022년 출시된 ‘폰(1)’은 전세계에서 150만 대가 넘게 판매됐고, 2023년 출시된 ‘폰(2)’는 출시된 첫 날에만 10만 대가 판매됐다고 하죠. 군더더기 없는 이름만큼이나 저력 있는 결과치예요.


이런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는 낫싱, 누가 만든 걸까요? 낫싱의 창립자는 칼 페이라는 인물인데요. 칼 페이는 2013년에 중국의 스마트폰 브랜드 ‘원플러스(OnePlus)’를 공동 창업한 인물 중 한 명이에요. 원플러스는 지금도 안정적으로 운영 중인 회사예요. 그런데 칼 페이는 왜 굳이 성숙 단계에 들어선 원플러스에서 나와, 새로운 스마트폰 브랜드를 만들고자 한 걸까요?


칼 페이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봐요. 칼은 중국 베이징에서 알츠하이머 연구자였던 부모님 아래 태어났어요. 1993년, 아버지가 연구직을 위해 미국으로 이주하며 칼도 함께 이민 길에 오르죠. 하지만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등 생활은 쉽지 않았어요. 3년 후, 다시 한 번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이주하며 더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었죠. 칼 페이는 어린 시절 미국에서 키운 강인함으로 성장기를 버텼다고 말해요.


칼은 어린 시절부터 돈을 벌고 싶어했어요. 특히 한 선생님이 페이에게 HTML을 가르쳐 주면서 인터넷에 대한 그의 열정이 시작됐죠. 무려 12살 때 포켓몬 게임 가이드북 웹사이트를 만들었고, 14살 때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게임 다운로드 웹사이트를 운영하기에 이르러요.


칼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고향인 중국으로 건너갔어요. 그 곳에서 웹사이트를 운영해 번 돈으로 전자상거래를 시작했죠. 컴퓨터 시장에서 구매한 전자제품을 직접 만든 홈페이지에서 판매하거나, 이베이에서 판매했어요.


이런 경험들은 칼을 스마트폰 업계로 이끌었는데요. 전자제품을 취급하다 보니, 좋아하는 브랜드도 생겼어요. 칼은 중국의 스마트폰 브랜드 ‘메이주(Meizu)’의 팬 사이트를 운영했는데, 순식간에 7만 명이 넘는 사용자가 모였어요. 이후 2011년, 메이주에 본격 합류하게 된 거죠. 칼은 메이주에서 해외 홍보를 위한 국제 홍보 및 마케팅을 담당해요.


칼이 원플러스를 창업하게 된 건 2012년 ‘오포(OPPO)’로의 이직이 계기가 됐어요. 오포 역시 중국의 스마트폰 및 전자제품 제조 기업이었지만, 오프라인 유통 중심이었죠. 당시 온라인 기반의 샤오미가 부흥하면서 오포는 샤오미에 대응할 사업 모델이 필요했어요. 그 결과 자회사 원플러스를 설립하게 된 거죠.


칼은 원플러스에서 7년을 보냈어요. 그 동안 원플러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마트폰 브랜드가 되어갔죠. 하지만 페이는 2021년, 원플러스를 떠나 낫싱을 설립해요. 그의 인생에서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순간이라는 확신이 생겼던 거예요. 이젠 누군가가 만들어둔 길에서 자리를 잡는 게 아니라 스스로 기술에 기여해야겠다고 판단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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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하필 이미 성숙해져서 진입 장벽이 높은 스마트폰 시장에 도전한 걸까요? 그는 애플 역시 처음엔 컴퓨터 시장에 진입했다는 사실을 회상해요.


“흥미로운 기술을 만들려면 일단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애플에 비유하자면, 애플은 컴퓨터로 시작했지만 컴퓨터가 애플을 크게 만든 제품은 아니죠. 아이팟을 통해 애플은 성장할 수 있었고, 그 후 아이폰과 다른 제품들로 성공을 거두었죠. 우리가 스마트폰 산업에 진출한 건 애플이 컴퓨터 산업에 진출한 것과 비슷합니다. 성숙한 시장이지만, 차별화를 통해 소비자층을 확보할 수 있다면 궁극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사업이 될 겁니다.”

- 칼 페이, 낫싱 창립자, <The Verge> 인터뷰 중


애플이 컴퓨터를 출시했을 당시, 컴퓨터는 이미 성숙한 시장이었어요. 하지만 아이팟의 경우 혁신적인 새로운 제품이었죠. 이런 혁신을 만들기 위해선 우선 시장에서 자리를 잡고, 신뢰를 먼저 쌓아야 한다는 게 칼의 생각이었어요.


“저희 전략은 규모가 크고 성숙한 카테고리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스마트폰은 매년 10억 대 이상, 무선 헤드폰은 매년 3억 대 이상 판매되죠. 거기서 차별화를 시도하는 겁니다. 적어도 저희만의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점진적으로 더 혁신적인 영역으로 확장하는 게 목표예요.”

- 칼 페이, 낫싱 창립자, <The Verge> 인터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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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모두가 ‘추가’할 때, 과감하게 ‘생략’하다


즉, 낫싱의 관건은 차별화였어요. 거대 스마트폰 회사들이 점령하고 있는 시장에서 눈에 띄기 위해선 남달라야 했죠. 대부분의 기성 회사들은 새로운 제품보다는 익숙한 제품에 머물러 있기를 선택했어요. 이 사실을 일찍이 알고 있던 칼은 처음부터 낫싱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이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바로 ‘디자인’이었어요.


낫싱의 첫 번째 스마트폰 제품 ‘폰(1)’을 한 번 볼까요? 화면을 꽉 채운 전면은 다른 제품과 별 다를 바 없지만, 놀라운 부분은 뒷면이에요.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투명한 재질로 되어 있거든요. 낫싱은 이런 독특한 인터페이스를 ‘글리프 인터페이스(Glyph Interface)’라고 불러요. ‘글리프’의 원뜻은 타이포그래피와 컴퓨팅에서 문자 형태 혹은 디자인을 나타내는 그래픽 기호죠. 마치 화면 속 문자가 반짝이는 것처럼, 낫싱은 휴대폰 뒷면 유리 안 쪽에 표시등을 설치했어요. 벨이나 알림이 울릴 때 특정한 글리프 패턴이 적용되며 표시등이 반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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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리프 인터페이스는 단순히 예뻐 보이려고 만든 게 아니에요. 기능적으로도 역할이 있어요. 예를 들어 연락처마다 특정 패턴을 설정해두면 화면에 이름을 보지 않아도 누구에게 전화가 왔는지 알 수 있어요. 또 충전 진행률을 표시하는 게이지 역할도 하죠. 벨소리와 동기화하면 각 알림에 대한 오디오-비주얼 경험을 제공하고요. 사진 촬영을 할 때 환한 빛으로 조명을 대신할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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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싱의 투명한 스마트폰은 기대 이상의 반응을 불러 왔어요. 다른 스마트폰이 갈수록 디자인 요소나 기능을 추가할 때, 오히려 색을 빼고 투명한 스마트폰을 만들어 ‘기계’라는 본질을 보여준 전략이 통한 거죠. 특히 젊은 세대는 이런 낫싱의 디자인을 ‘쿨한 태도’라고 느꼈어요.


폰(1)’은 스마트폰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고, 특히 젊은 사용자들 사이에서 새로운 대안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걸 입증했죠. 애플은 안드로이드를 꾸준히 추격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젊은 세대에게 매력적인 대안이 없었어요.”

- 칼 페이, 낫싱 창립자, <Forbes> 인터뷰 중


뿐만 아니라 낫싱은 기존에 비어있는 스마트폰 업계의 틈새시장을 공략했어요. 고가 시장에서 벗어나 한화 약 40만 원~70만 원 대의 가격대를 전략적으로 선택했죠. 또,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주요 고객층은 영국이나 미국에 집중되어 있지 않아요. 오히려 인도나 인도네시아 같은 개발도상국이 주요 시장이죠. 기존 브랜드의 비싼 기기를 구매하기 어려운 시장을 공략한 거예요.


전에 없던 독특한 ‘투명 디자인’으로 ‘애플의 대안책’을 마련하고, 중급형 시장과 개발도상국을 공략한 덕에 ‘폰(1)’은 출시 1년 만에 약 75만 대가 판매됐어요. 이는 1세대 아이폰 판매량의 약 절반에 이르는 수치죠. 현재까지의 누적 판매량은 150만 대가 넘는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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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독특한 ‘투명 디자인’은 스마트폰뿐 아니라 이어버드(Earbuds) 디자인에도 적용돼요. 낫싱의 이어버드 제품은 총 3종이 있어요. 오픈형 이어버드 ‘Ear(open)’, 기본형 ‘Ear’, 마지막으로 ‘Ear(a)’가 있죠. 이어버드는 사실 스마트폰 제품보다 먼저인 2021년 출시됐어요. 낫싱의 테스트 베드였던 셈이죠.


당연히 시작은 어려웠어요. 이제 막 출발한 스타트업과 거래하고자 하는 공급 업체가 몇 없었기 때문이죠. 이는 대기업 제품의 시장 장악력이 너무 높은 탓에 다른 기업의 이어버드 제품들이 연이어 실패했기 때문이었어요. 그러나 우려와 달리 낫싱의 이어버드 제품은 성공적이었어요. 칼에 따르면 첫 제품이었던 ‘Ear(a)’는 거의 60만 대를 생산해야 했는데, 초기 아이팟 판매량보다 많은 수치라고 하죠.


‘Ear(a)’의 성공에는 역시 독특하고 투명한 디자인이 한 몫 했어요. 낫싱은 이 투명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남들과 다른 생산 시설이 필요해요.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먼지가 내부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숨길 수 없이 눈에 띄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 가습기를 통해 공기를 습하게 만들어, 먼지 입자가 벽이나 바닥 등 표면에 달라붙도록 만들어요. 낫싱의 생산 시설이 마치 열대우림처럼 습한 이유죠. 심지어 바닥에는 얇은 수면이 생길 정도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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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커뮤니티’가 있는 ‘컬트 브랜드’를 지향하다


낫싱의 차별점은 디자인에만 있지 않아요. 낫싱은 스스로를 ‘기술 기업’이 아닌 커뮤니티 중심의 ‘컬트 브랜드’처럼 브랜딩하죠.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가능한 전략이에요. 만약 대기업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다고 해서 진정성 있고 공감 가는 인상을 주기는 힘들죠. 이 점을 우려해, 낫싱의 팀원들은 브랜드로서가 아닌 개인으로서 온라인 채널을 운영하고 있어요.


낫싱의 유튜브 채널에 들어가 볼까요? 칼 페이를 포함한 낫싱의 팀원들은 한 기업의 직원이 아니라 ‘테크 유튜버’처럼 영상을 제작해요. 아이폰을 리뷰하기도 하고, 타 브랜드가 낫싱 제품의 가격으로 낫싱만큼의 품질을 재현할 수 있을지 계산해보기도 하죠. 




뿐만 아니라 X, 틱톡 등 다양한 SNS 채널을 통해 고객들과 직접 소통해요. 특히 눈에 띄는 건 홈페이지의 커뮤니티 게시판이에요. 2025년 5월 현재, 낫싱의 커뮤니티 통계에 따르면 총 10만 명 이상의 유저가 커뮤니티를 사용하고 있어요. 커뮤니티에서는 낫싱 제품에 대한 토론뿐 아니라 테크 전반에 대한 논의, 나아가 낫싱으로 촬영한 사진 응모전 등 다양한 주제의 대화가 열리죠.


낫싱은 커뮤니티를 강화하기 위해 커뮤니티를 통한 제품을 만들기도 해요. ‘더 커뮤니티 에디션 프로젝트(The Community Edition Project)’가 바로 그것이죠. 낫싱은 2024년 3월, 낫싱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커뮤니티 회원들의 제품 제작 참여를 응모 받았어요. 세계 47개국에서 900건 이상의 응모가 이어졌고, 디자인 스튜디오, 크리에이티브 팀, 브랜드 팀, 마케팅 팀 등 각 분야 별로 사내 심사를 거쳐 파트너가 선발됐죠.


낫싱과 커뮤니티 일원이 함께 만든 ‘폰(2a) 커뮤니티 에디션 패키지’는 ‘자신의 빛을 찾자(Capture your light)’는 컨셉으로 완성됐어요. 커뮤니티 에디션의 배경화면과 본체 뒷면 디자인은 마치 초록색 빛이 둥글게 돌아가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어요. 어둠 속에서 초록빛은 마치 반딧불이처럼 빛나요. 해당 디자인은 iF 디자인 어워드 골드상을 수상하기도 했어요.


커뮤니티를 향한 낫싱의 애착은 남달라요. 2022년부터는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커뮤니티 보드 옵저버’를 커뮤니티에서 선출하기 시작했어요. 옵저버는 이사회에서 직접 커뮤니티 의견을 낫싱에 전달할 수 있고, 낫싱으로부터 받은 정보를 커뮤니티에 공유하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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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싱은 커뮤니티를 홈페이지의 커뮤니티 게시판을 사용하는 회원들로 한정 짓지 않아요. 그들은 궁극적으로 전세계의 모든 테크 마니아들을 낫싱의 커뮤니티로 품고 싶어하죠. 커뮤니티를 향한 이런 애정은 제품에서도 나타나요. 낫싱의 서브 브랜드 ‘CMF’는 소비자 중심의 기술 브랜드로, 전세계 테크 매니아들의 도전 정신을 불러 일으키거든요. 


CMF는 2023년 출시됐어요. CMF는 색상(Color), 소재(Material), 마감(Finish)의 약자로, 디자인의 기본에 집중하겠다는 철학이 담긴 이름이죠. 그런데 진짜 독특한 점은 따로 있어요. 스마트폰을 주문하면, 조립 장비가 같이 온다는 거예요. CMF는 소비자가 직접 휴대폰의 뒷면을 조립해 자신만의 스타일로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게 제작됐거든요.


CMF 스마트폰을 구매하면 함께 제공되는 스크루드라이버로 휴대폰 뒷면의 나사 4개를 수동으로 풀고, 뒷면을 새로운 색상으로 바꿔 끼거나 추가 구매한 액세서리를 직접 설치해요. 스탠드, 카드 케이스, 스트랩, 카메라 렌즈 등의 액세서리를 연결할 수 있죠. 이런 방식은 굉장히 전통적이고, 손이 많이 가요. 하지만 굳이 직접 손으로 휴대폰을 조립하게 만든 것은 낫싱의 전략이죠. 테크 매니아들에게 분해와 조립은 가장 즐거운 놀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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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시장에서 대기업과 정반대로 가다


“테크를 다시 재미있게 만들자!(Let’s make tech fun again!)”


칼 페이의 SNS 소개글에 적혀 있는 말이에요. 낫싱이 전에 없던 디자인으로 속이 훤히 보이는 스마트폰을 만든 이유, 커뮤니티 회원들과 함께 제품을 만든 이유, 그리고 고객이 직접 조립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만든 이유는 모두 단 한 가지예요. 테크의 재미를 알려주려는 것이죠.


애초에 칼 페이가 원플러스에서 퇴사해 낫싱을 설립한 이유가 바로 즐거움을 되찾기 위해서였어요. 칼 페이는 당시 기술의 발전은 더뎌졌고, 때문에 지루했다고 말하죠.


“지난 몇 년 동안 많은 것을 경험했지만, 업계에 심한 지루함을 느껴 낫싱을 시작했습니다. 변화를 만들고, 더 재미있고 영감을 주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싶었죠.”

- 칼 페이, 낫싱 창립자, <Forbes> 인터뷰 중


낫싱의 모험은 이제 시작됐을 뿐이에요. 칼 페이가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일은 안정화된 기술의 세계에 다시 한 번 혁명을 끼얹는 거죠. 페이는 5년 뒤에는 스마트폰이나 이어버드 같은 안정화된 카테고리가 아닌, ‘이 다음의 컴퓨터’를 만들고 있는 게 목표라고 하죠.


애플, 삼성과 같은 대기업의 혁신 덕분에 우리는 지금 기술의 편안함 속에 살고 있어요. 하지만 갈수록 효율적으로 변하는 기술은 우리에게 ‘분해와 조립’, 그리고 기계를 만지는 손맛에 대한 즐거움을 잊게 했죠. 바로 그 점에서 페이는 기술의 즐거움을 되돌릴 수 있는 건 기술 대기업이 아닌 낫싱과 같은 스타트업이라고 믿어요. 그의 새로운 시도는, 낫싱이 만들어낸 새로운 테크 제품은, 그래서 더 의미가 있죠.


“독립 기업이라면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고, 더 위험해 보이는 일도 도전할 수 있습니다. 대기업은 큰 위험을 감수하지 않죠. 지금처럼 완전히 새로운 일을 하는 건 잘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우린 잃을 게 없습니다. 우리는 늘 대기업의 정반대로 해나갈 겁니다.”

- 칼 페이, 낫싱 창립자, <Forbes> 인터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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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若者引きつける新興スマホブランド「Nothing」 急成長の裏側

Nothing CEO Carl Pei on the Phone 2, AI, and the future of gadgets

The Story of Nothing

Revolutionizing the Smartphone Market: An Interview with Nothing’s CEO Carl Pei

Carl Pei: His Net Worth And All About The Man Behind OnePlus, Nothing

Nothing's Carl Pei has reeled us in and he better live up to all his hype

Nothing Phone (2): Carl Pei Talks Exclusively About The iPhone Challenger

Nothing Ear (2): Founder Carl Pei Teases Secrets Of The Next Cool Earbuds

How Nothing CEO Carl Pei is breaking barriers

Nothing’s Drops pop-up store gets pretty good response in Bengalu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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