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없는 디자인 회사가 있어요. CEO만 없는 게 아니에요. 회사 조직도를 그린다면, 수평선 하나에 모든 위계를 담아낼 수 있어요. 사무실도 마찬가지예요. 뉴욕, 런던, 오스틴, 베를린에 있는 사무실 공간 모두 평평해요(flat). 마치 공유 오피스의 라운지처럼 그 어떤 벽도, 프라이빗한 사무실도 찾아볼 수 없는 오픈 공간이죠.
평등과 자율성, 독립성과 협력을 추구하는 이 회사의 조직 문화에서 우리가 한 번쯤 접해본 유수의 디자인 작업이 탄생했어요. 영국 지상파 방송사 채널 4(Channel 4)의 마스터 브랜딩, 런던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뮤지엄(V&A)과 자연사 박물관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뉴욕 현대미술관 MoMA, 쉐이크쉑(Shake Shack),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Prime Video) 브랜딩, 윈도우 8 로고, 마스터카드(Mastercard) 리브랜딩,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비주얼 아이덴티티 리디자인 모두 이 회사의 작품이에요. 아, 용산에 있는 아모레퍼시픽 본사의 디자인 컨설팅도 있네요!
브랜드 아이덴티티 작업부터 북 디자인, 디지털 디자인, 전시 디자인, 산업 디자인, 사운드 디자인까지 경계를 넘나드는 이 회사 포트폴리오의 스펙트럼은, 하나의 특징으로 요약하기 어려울 만큼 다채로워요. 오늘은 1972년 런던에서 다섯 명의 동료가 시작해, 세대교체를 통과하고, 50년 넘게 맥을 잇고 있는 디자인 스튜디오 펜타그램(Pentagram)을 소개할게요.
펜타그램 미리보기
• #1. 미시를 기반으로 거시를 공략할 것
• #2. 곧장 알아차릴 수 없게 은근하게 표현할 것
• #3. 트렌드를 초월하는 타임리스 디자인을 완성할 것
• 오너십의 무게를 감당하는 천생 디자이너들이 모인 곳
“세상에서 펜타그램만큼 유명한 디자인 하우스는 없다.”
2017년, 미국의 비즈니스 매거진 패스트 컴퍼니(Fast Company)가 디자인 하우스 ‘펜타그램’을 소개한 말이에요. 다른 매체들도 펜타그램을 가리켜 “지구에서 가장 높이 평가되는 디자인 스튜디오”라느니, “모든 젊은 디자이너들이 꿈꾸는 곳”이라느니 앞서거니 뒤서거니 펜타그램을 치켜세워요. 디자인 업계에서 펜타그램은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이름처럼 느껴지죠.
그런데, 이 회사 좀 특이해요. 회사라고 부르는 게 맞을지 고민될 정도예요. 회사 소개 페이지엔 응당 있어야 할 CEO도 CFO도 없어요. 23명의 파트너 얼굴과 이름이, 또 그들의 팀원들 이름이 가지런히 적혀있을 뿐이죠. 회사 내 위계가 안 보여요!
조직도만 그런 게 아니에요. 사무실을 둘러봐도 마찬가지죠. 펜타그램은 뉴욕, 런던, 오스틴, 베를린 등에 있는 사무실을 두고 있는데요. 공간 모두 평평해요(flat). 마치 공유 오피스의 라운지처럼 그 어떤 벽도, 프라이빗한 사무실도 찾아볼 수 없는 오픈 공간이죠.
이건 펜타그램의 독특하고도 유명한 플랫(flat) 구조 때문이에요. 펜타그램에서는 프로젝트 창작자(파트너)가 곧 비즈니스 오너가 돼요. 소속 디자이너 개개인이 곧 각 프로젝트의 오너가 되는 거예요. 별도의 대표이사도 관리자도 필요하지 않은 이유죠. 동등한 꼭짓점 다섯 개가 있는 오각형을 뜻하는 펜타그램이라는 이름을 지은 것도 이를 상징했고요.
딱히 주인이랄 것도, 관리자랄 것도 없는 조직이다 보니 펜타그램은 구성원이 들고남에 따라 계속 변하는데요. 그럼 결과물도 들쭉날쭉한 거 아니냐고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디자인 하우스인데 그럴 리가요. 평등과 자율성, 독립성과 협력을 추구하는 이 회사의 조직 문화에서 우리가 한 번쯤 접해본 유수의 디자인 작업이 탄생했어요.
예를 들어 볼게요. 영국 지상파 방송사 채널 4(Channel 4)의 마스터 브랜딩, 런던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뮤지엄(V&A)과 자연사 박물관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뉴욕 현대미술관 MoMA, 쉐이크쉑(Shake Shack),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Prime Video) 브랜딩, 윈도우 8 로고, 마스터카드(Mastercard) 리브랜딩,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비주얼 아이덴티티 리디자인 모두 이 회사의 작품이에요. 아, 용산에 있는 아모레퍼시픽 본사의 디자인 컨설팅도 있네요!
브랜드 아이덴티티 작업부터 북 디자인, 디지털 디자인, 전시 디자인, 산업 디자인, 사운드 디자인까지. 경계를 넘나드는 이 회사 포트폴리오의 스펙트럼은, 하나의 특징으로 요약하기 어려울 만큼 다채로워요. 그럼에도 펜타그램의 결과물들을 보면 공통분모를 발견할 수 있어요.
ⓒPentagram
ⓒPentagram
#1. 미시를 기반으로 거시를 공략할 것
펜타그램이 잘하는 게 있어요. 바로 미시를 기반으로, 거시를 공략하는 거예요. 무슨 말이냐고요? 쉽게 말해, 브랜드든 로고든, 디자인 대상이 로컬에서 가지는 의미와 뉘앙스를 깊게 이해한 뒤에 그걸 기반으로 글로벌 레벨에서의 확장까지 고려한 디자인을 한다는 뜻이에요.
2012년 진행한 모호크 제지 회사(mohawk) 브랜드 아이덴티티 구축 프로젝트로 예를 들어볼게요. 모호크는 1931년 뉴욕에서 시작한 북미 최대 제지회사 중 한 곳이에요. 창업 이후 탄탄한 가족 경영을 이어왔죠. 그런데 2000년대에 들어서며 시장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디지털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이 종이를 사용하는 방식이 달라진 거예요. 모호크는 시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웹을 기반으로 한 공간을 새로이 마련해야 할 필요를 느꼈죠.
펜타그램 파트너인 마이클 비에루트(Michael Bierut)는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모호크를 재탄생시켰어요. 비에루트와 그의 팀은 오랜 시간 미국인의 삶과 함께한 모호크의 헤리티지는 지키면서도, 모호크란 브랜드가 기꺼이 변화하고 진화하는 곳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팀은 우선 모호크의 M을 기반으로 로고를 만들었어요. 종이가 실린더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제지 과정과 인쇄 과정을 연상시키는 실린더 형태의 그래픽을 사용해 M의 정체성을 담은 틀을 디자인했어요. 회사 이름의 첫 글자를 따, 회사의 상징을 담아내는 동시에 글로벌 고객의 입장에서도 한눈에 식별 가능한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구축한 거예요.
로고는 검은 선으로 그린 심플한 흑백 스타일부터, 12개의 색 조합을 활용한 화려한 디자인까지 다채롭게 변형할 수 있게 고안했어요. 볼드한 형태와 컬러를 사용해, 모호크의 혁신성과 탄력성을 보여주려고 했죠.
새로운 로고로 단장한 모호크의 새로운 홈페이지에는 회사의 헤리티지가 정연하게 담겨 있어요. 뉴욕에서 시작한 회사의 여정, 뛰어난 종이 품질을 향한 헌신, 책임감 있는 기업이 되겠다는 약속 따위의 이야기가 들어있죠. 동시에, 종이 특유의 질감을 드러내는 사진과 영상을 웹사이트 곳곳에 배치해 젊고 감각적인 톤을 표현해요. 모호크의 뿌리를 기반으로, 다양하게 확장할 수 있는 시각 브랜딩이 완성된 거예요.
ⓒPentagram
ⓒPentagram
ⓒPentagram
ⓒPentagram
ⓒPentagram
ⓒmohawk
또한 아모레퍼시픽 서울 본사의 간판과 건축 브랜딩, 환경 그래픽 작업도 펜타그램의 솜씨예요. 아모레퍼시픽은 K뷰티의 선봉에 선 한국 기업 중 한 곳이죠. 이 프로젝트를 맡은 파트너 사샤 로베(Sascha Lobe)는 회사의 뿌리를 드러내되, 그것이 글로벌 레벨에서도 자연스럽게 인식되는 무언가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결과, 한글에서 영감을 받은 글꼴이 탄생해요. 회사의 시작점인 한국의 언어를 활용해, 글로벌하게 읽힐 수 있는 일관된 픽토그램(Pictogram)을 만든 거예요. 용산 아모레퍼시픽 건물을 찾은 사람은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무엇이든지, 회사 건물 내 픽토그램으로 표현된 표지를 보고, 쉽게 방향과 위치를 확인할 수 있어요.
ⓒPentagram
ⓒPentagram
ⓒPentagram
ⓒPentagram
ⓒPentagram
ⓒPentagram
#2. 곧장 알아차릴 수 없게 은근하게 표현할 것
펜타그램이 잘하는 또 한 가지. 바로, 은은한 차이를 담아내는 거예요. 세세한 디자인 요소에 티 안 나게 공을 들여, 최종 디자인에 깊은 층위를 더하죠. 딱 보자마자 모든 것이 뚜렷하게 읽히는 게 아니라, 시간을 들여 천천히 알아차릴 수 있게 디자인하는 거예요.
영국 런던의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뮤지엄(V&A)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작업이 좋은 예예요. 1989년 앨런 플레쳐(Alan Fletcher)가 작업한 고전적인 로고는 박물관의 닉네임인 V&A, 세 글자를 따서 만들었어요. 그는 클래식한 보도니(Bodoni)체를 사용해, 박물관의 클래식함을 표현하고자 했어요. 이때, 과감하게 A의 왼쪽 절반을 지우고 앰퍼샌드(&) 기호가 A의 지워진 절반을 채워주는 모양이 되게 디자인했죠. 그 결과 우아하고 고상하면서도, 확실하게 식별되는 V&A 시그니처 마크가 탄생했어요.
결과물만 보면, 군더더기 없는 로고가 너무나도 당연해 보이지만, 최종 마크를 고르기까지 플레쳐와 그의 팀은 수 주에 걸쳐 가장 아름다운 방식으로 세 글자를 정렬하기 위해 이리저리 자르고, 붙이고, 지우고, 더하기를 반복했어요. 대충 보면 그저 보도니체로 쓴 V&A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세세한 계산과 디테일이 눈에 들어오죠.
ⓒPentagram
ⓒPentagram
ⓒPentagram
ⓒPentagram
마스터 카드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에도 세세한 디테일이 숨어 있어요. 빨간색 원과 노란색 원이 반쯤 교차하며 주황색 교집합을 그리는 로고. 단순해 보이지만, 리브랜딩 프로젝트를 맡은 파트너 마이크 비에루트와 루크 헤이맨(Luke Hayman)은 마스터카드의 대표적인 색상을 수정하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마스터카드 로고가 그려지는 카드만 봐도 흰색부터 검은색, 회색까지 다양하잖아요. 어떤 배경 위에 올려도 밝고 빛나 보일 수 있도록 수백 번의 테스트를 거쳐 세밀히 보정했어요.
또, 마스터 카드의 기존 워드마크였던 MasterCard의 대문자 C를 소문자로 변경해 ‘카드’에 들어가는 강조를 약화했어요. 마스터카드 브랜드가 물리적인 카드 시장만이 아니라, 디지털 세계에서 다른 결제 수단까지로 계속 확장해 나갈 것이라는 의미를 녹여낸 아이디어예요.
ⓒPentagram
ⓒPentagram
ⓒPentagram
ⓒPentagram
이처럼 알파벳의 선 하나, 휘어진 각도 하나, 대문자와 소문자 차이, 글자 간격, 색상의 채도와 명도의 디테일까지 대부분의 사람은 딱히 알아차리지 못할 모든 요소를 고려해 디자인을 완성하는 정신. 여기에서 펜타그램의 결과물의 차이가 만들어지는 것 아닐까요?
#3. 트렌드를 초월하는 타임리스 디자인을 완성할 것
타임리스(timeless)는 펜타그램의 디자인 작업에서 핵심적인 키워드 중 하나예요. 타임리스한 디자인이란, 세월이나 트렌드에 구애받지 않고 오랜 시간 의미 있는(relevant) 디자인을 말하죠. 대체로 단순하고, 간결하고, 기본적인, 그래서 세련된 디자인이 타임리스하다고 여겨져요. 앞서 살펴본 V&A 마크만 해도, 1989년 만들어졌는데, 2024년에 봐도 여전히 세련되게 느껴지잖아요. 펜타그램이 잘하는 일입니다.
타임리스한 디자인, 그래도 아직 감이 안 오나요? 하이엔드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앤코(Tiffany & Co.)의 로고 타입과 패키징, 신문사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 본사 건물의 과감한 간판, 매거진 타임지(TIME)의 아이코닉한 커버를 떠올려 보세요.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유효한 디자인이죠. 모두 펜타그램 파트너들의 작품이에요.
ⓒPentagram
ⓒPentagram
ⓒPentagram
ⓒPentagram
파트너 폴라 셰어(Paula Scher)의 필라델피아 미술관 사이니지(signage)와 길표지 그래픽 디자인도 타임리스 디자인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포트폴리오예요. 그는 1928년 완공된 역사 깊은 미술관 건물에 크게 개입하거나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도, 그 건물과 공간 그리고 전시품이 주는 고전적인 느낌에 어울리는 표지판을 설치해야 했어요. 셰어와 그의 팀은 간결하고, 방문객이 적재적소에서 읽을 수 있어야 하되, 그 자체가 주목을 끌어서는 안 되는 무언가를 디자인하기 위해 고심했죠.
건축물을 최대한 그대로 보존하려면 건물에 액자를 붙이거나, 핀으로 글자를 고정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했어요. 대신, 안내 표지판과 현재 위치를 알려주는 대형 사인을 독립적으로 서 있는 키오스크 간판 형태로 배치하기로 했죠. 이때 키오스크는 금속과 유리를 사용한 짙은 황동 컬러로 마감해 박물관 전체 무드에 자연스레 녹아들게 디자인했고요. 이 작업을 맡은 셰어는 “사람들이 이 건물이 미술 박물관이라는 것을, 훌륭한 예술로 가득하다는 것을 알기를 바랐어요. 그것이 전체적인 목적였죠.”라고 말했어요.
ⓒPentagram
ⓒPentagram
ⓒPentagram
ⓒPentagram
또한 2020년 작업한 영국의 리버티 백화점(Liberty) 리브랜딩도 있어요. 1875년에 문을 연 리버티는 런던 하면 떠오르는 상징적인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백화점이죠. 펜타그램은 리브랜딩을 통해 리버티의 풍부한 유산을 담아내면서도 현대적인 아이덴티티를 선보였어요.
로고부터 볼까요? 담당 파트너 해리 피어스(Harry Pearce)는 기존 로고에는 없던 온점을 브랜드 이름 끝에 더해, “LIBERTY.”라는 새로운 로고타입을 만들었어요. 온점을 더함으로써, 리버티가 단순한 브랜드가 아닌 어떤 선언적인 이름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과감한 접근이에요.
여기에다가 백화점 로고는 어디에 있든 시각적으로 한눈에 알아볼 수 있으면서도, 어디에 배치해도 어울리는 유연한 디자인이 필수예요. 제품 포장, 쇼핑백, 상품의 태그, 표지, 포스터 등 다양한 곳에 쓰이니까요. 이에 어울리는 딱 맞는 폰트를 찾지 못한 피어스와 그의 팀은 고민 끝에 리버티 창업자의 이름을 따 라젠비 산스(Lasenby Sans)체를 만들어냈어요. 공들여 만든 것처럼 보이면서도, 억지스럽지 않게 현대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서체로 리버티 특유의 클래식함과 럭셔리함을 잘 담아낸 폰트죠.
ⓒPentagram
ⓒPentagram
ⓒPentagram
ⓒPentagram
ⓒPentagram
위에서 설명한 사례들처럼 시각적으로는 간결하고 명료하지만, 그 너머의 역사와 내러티브가 느껴지는 디자인. 그게 펜타그램이 선보이는 타임리스 디자인이에요.
오너십의 무게를 감당하는 천생 디자이너들이 모인 곳
펜타그램 소속 디자이너들에겐 펜타그래머라는 호칭이 붙어요. 그렇다면 이 다채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펜타그래머들은 몇 명이나 될까요? 전 세계 네 곳의 오피스에 근무하는 펜타그램 파트너 수는 고작 23명, 각 파트너의 팀원을 다 합쳐도 100명도 채 되지 않아요. 펜타그램이 해내는 일의 규모에 비하면 소수죠.
그중에서 펜타그램의 파트너 자리는 디자이너로서 프로젝트 전체를 총괄하는 데 필요한 독립성과 자율성을 모두 보장받는 곳이에요. 수평적 구조 안에서 말 그대로, 프로젝트의 오너가 되는 자리죠. 함께 작업할 팀원을 고용하고, 프로젝트를 선별하는 자율권, 쉽게 가질 수 없겠죠? 어마어마한 책임감도 함께 짊어질 각오가 필요해요.
“우리 비즈니스 모델의 흥미로운 점은 각각 파트너가 성공해야 한다고 느끼는 압력에 있어요. 펜타그램에서는 보통 파트너들이 가장 늦게까지 일합니다. 다른 회사에서 일했을 땐, 주니어 레벨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고 야근하곤 했죠. 펜타그램에서는 거꾸로예요. 훌륭한 작업을 완수할 압박이 파트너들에게 있으니까요.
우리 이름이 걸려 있고, 또 수익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동료 파트너를 향한 책임감도 느껴요. 어떤 파트너가 진짜 잘 해내고 있는데, 나는 그렇지 못하다면 빚을 지는 느낌을 받거든요. 시니어 레벨이 회의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쓰는 다른 회사들과는 다르게, 펜타그램에선 모두가 항상 일을 하느라 바쁩니다.”
-마리나 윌러(Marina Willer), 크리에이티브 블로크에서
이런 책임감과 압박은 펜타그램에서 선순환을 일으키는 동력이 됩니다. 보통 이 정도 규모의 회사만 돼도, 일이 틀어졌을 때 누구도 책임지려고 하지 않는 경우가 많죠. 모두 내 책임이 아니라고 떠밀다가, 유야무야 없던 일이 되기도 하고요. 펜타그램에서는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없어요. 파트너들이 개별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오너로서, 펜타그램의 수익과 포트폴리오, 사무실 공간을 공유하기 때문이에요.
이런 고유한 펜타그램의 구조가 신뢰할 수 있는 디자인 결과물을 만들고, 그게 차곡차곡 쌓여 펜타그램의 현재 명성을 완성한 것 아닐까요? 간섭 없는 창의적 자유와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주어지는 자리에서 펜타그래머들은 앞으로 또 어떤 놀라운 디자인을 보여줄까요?
ⓒPentagram
Reference
A Day at Pentagram New York: an insight into the partners, politics and personalities
New Pentagram partner Samar Maakaroun on how to make good things happen
We interview partner Angus Hyland as Pentagram marks 40 years at the top of the design industry
How to run your studio like Pen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