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가 넘치는 시장에서, ‘건전한 독점’을 하는 법

시티즌M호텔

2023.05.30

호텔 방 가격은 어떻게 정해질까요? 브랜드, 호텔 위치, 서비스, 투숙 시기, 예약 시점, 예약률 등 호텔의 가격을 결정하는 변수는 다양해요. 하지만 가격 체계의 중심을 잡고 있는 건 호텔의 등급이에요. 5성급 호텔은 4성급 호텔보다 더 나은 공간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더 높은 가격을 받아요. 반대로 등급이 내려갈수록 공간과 서비스 수준이 낮아지며, 호텔 가격은 그만큼 저렴해지죠. 어쩌면 경제 논리에 따른 당연한 결과예요.


‘시티즌M 호텔의 공동 창업자 마이클 레비는 의심의 대상이 아니던 호텔의 경제학에 의문을 품었어요. 원래부터 호텔 사업에 관심이 있었던 게 아니라 멕스라는 의류 회사를 운영하면서 겪었던 딜레마 때문이에요. 의류 회사다 보니 디자이너들이 시장조사를 위해 해외 패션 박람회에 갈 일이 잦았는데, 비즈니스 호텔을 이용하자니 디자이너들의 만족도가 떨어졌고, 그렇다고 5성급 호텔에 머무르기에는 회사의 예산이 부족했죠.


5성급 호텔을 3성급 호텔 가격에 이용할 수는 없을까요? 시티즌M 호텔의 출발점이에요. 기존 호텔 사업자들에게는 낯선 질문이었지만, 의류 회사의 대표에게는 날선 고민이었어요. 그렇다면 시티즌M 호텔은 어떻게 호텔의 경제학을 외면하는 호텔을 만들었을까요?


💡 브랜드도 진화합니다. 이번 런던 위크에서는 <퇴사준비생의 런던>에서 소개했던 매장, 공간, 브랜드, 기업 등의 그동안의 변화를 업데이트 해봅니다.


시티즌M 호텔 미리보기

 호텔의 경제학을 외면한 호텔

 #1. 선택할 권리가 만드는 객실의 가치

 #2. 예술적 감각이 만드는 호텔의 가치

 #3. 적당한 거리가 만드는 경험의 가치

 호텔의 경영학을 다시 쓴 호텔




비즈니스 클래스 항공권을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항공사 마일리지를 이용하거나, 무료 업그레이드를 기대하는 등의 뻔한 방법이 아니기에 더 솔깃하죠. 루프트 한자, 캐세이 퍼시픽, 에어 뉴질랜드 등 30여 개의 항공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 업그레이드 경매에 참여하는 거예요.


방식은 간단해요. 우선 출발일로부터 7일 전까지 이코노미 클래스 티켓을 끊어요. 업그레이드 목적이기 때문에 확약된 티켓이 있어야 하죠. 예약 완료 후 항공사 웹사이트의 예약 정보 페이지에서 업그레이드를 신청해요. 이 때 비즈니스 클래스로 업그레이드가 된다면 추가로 지불할 의향이 있는 금액을 입력할 수 있어요. 


항공사는 예약 상황을 토대로 당첨 가능성을 5단계로 나누어 알려주는데요. 경매 신청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시뮬레이션 현황을 보고 최종 금액을 제안해 경매에 참여하면 끝. 출발일로부터 3~7일 전에 높은 금액을 부른 고객 순서대로 비즈니스 클래스의 남는 좌석을 배정받을 수 있어요.


항공사는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고, 고객은 지불 가능한 수준에서 비즈니스 클래스를 탈 수 있는 혜택을 누리죠. 모두가 윈윈하는 모델이지만, 특히 고객 측의 만족도가 더 높아요. 고객 스스로가 책정한 가격이기에 업그레이드 받으면 아까울 게 없고 업그레이드가 안돼도 아쉬울 게 없으니까요. 이코노미 클래스 대비 3배가량 비싼 비즈니스 클래스라 엄두도 못냈는데 각자의 주머니 사정에 맞는 범위에서 탈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니 여행의 설렘이 커지는 일만 남죠.


온라인 업그레이드 경매는 항공권의 경제 논리를 흔드는 모델이에요. 더 넓은 좌석에는 그에 비례하는 비싼값을 치뤄야 한다는 가격 책정 기준에 금이 가기 때문이에요. 고객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는 모델이지만 경매의 특성상 모두가 혜택을 누릴 수는 없어요. 그래서 경매에 참여한 대부분의 고객들은 결국 이코노미 클래스를 타게 되죠.


하지만 런던으로 떠나는 시티호퍼스라면 아직 실망하기는 일러요. 5성급과 진배없는 호텔에 3성급 호텔의 가격으로 머무르면서 이코노미 클래스를 탈 수밖에 없었던 아쉬움을 달랠 수 있어서죠. ‘시티즌M 호텔(CitizenM hotel)’을 예약하면 경매에 따른 불확실성에서 벗어날 수도 있고, 업그레이드를 위해 추가 요금을 낼 필요도 없어요.



호텔의 경제학을 외면한 호텔

브랜드, 호텔 위치, 서비스, 투숙 시기, 예약 시점, 예약률 등 호텔의 가격을 결정하는 변수는 다양해요. 하지만 가격 체계의 중심을 잡고 있는 건 호텔의 등급이에요. 5성급 호텔은 4성급 호텔보다 더 나은 공간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더 높은 가격을 받아요. 반대로 등급이 내려갈수록 공간과 서비스의 수준이 낮아지며, 호텔 가격은 그만큼 저렴해지죠. 어쩌면 경제 논리에 따른 당연한 결과예요.


시티즌M 호텔의 공동 창업자 마이클 레비(Michael Levie)는 의심의 대상이 아니던 호텔의 경제학에 의문을 품었어요. 원래부터 호텔 사업에 관심이 있었던 게 아니라 멕스(Mexx)라는 의류 회사를 운영하면서 겪었던 딜레마 때문이에요. 의류 회사다 보니 디자이너들이 시장조사를 위해 해외 패션 박람회에 갈 일이 잦았는데, 홀리데이 인(Holiday Inn) 같은 비즈니스 호텔을 이용하자니 디자이너들의 만족도가 떨어졌고, 그렇다고 5성급 호텔에 머무르기에는 회사의 예산이 부족했죠.


5성급 호텔을 3성급 호텔 가격에 이용할 수는 없을까요? 시티즌M 호텔의 출발점이에요. 기존 호텔 사업자들에게는 낯선 질문이었지만, 의류 회사의 대표에게는 날선 고민이었어요. 5성급 호텔의 요소를 그대로 운영하면서 3성급 호텔의 가격을 받는다면 손해가 날 것이 뻔하므로 그는 5성급 호텔에서 일부 요소들을 빼고자 했어요.


하지만 사람마다 5성급 호텔을 이용하는 이유가 달라서 요소를 제거하는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었어요. 호텔을 재구성하기 위해 그가 주목한 건 타깃이에요. 타깃을 명확하게 설정해 그들이 원하는 것만 남기고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면 호텔의 경제학을 외면하는 호텔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시티즌M 호텔 타워 오브 런던점 전경입니다. 타워힐 지하철역과 연결되어 있고, 타워 오브 런던 맞은 편에 위치해 있습니다. ©시티호퍼스


이러한 고민의 과정을 통해 정한 타깃은 ‘자유롭게 이동하는 시민(Mobile Citizen of the World)’이에요. 그래서 호텔 이름도 모바일 시티즌을 뜻하는 ‘시티즌M’으로 지은 거죠. 시티즌M 호텔은 출장이나 주말 여행을 자주 다니는 모바일 시티즌들이 5성급 호텔을 선택할 때 고려하는 요소들만 유지하고 나머지는 없애서 가격을 3성급 호텔 수준으로 낮췄어요. 그렇다면 모바일 시티즌들은 이 호텔에서 어떤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일까요?   



#1. 선택할 권리가 만드는 객실의 가치

시티즌M 호텔에서는 체크인을 스스로 해야 해요. 호텔 가격을 낮추기 위한 자연스러운 수순이죠. 하지만 고객들이 불편함보다는 만족감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도록 설계했어요. 


우선 체크인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건 기본이에요. 비행기를 타고 온 여행객들은 한시라도 빨리 방을 배정받아 짐을 풀고 쉬고 싶어 해요. 그래서 체크인하러 줄을 서거나 체크인 절차가 까다로워 늘어지는 시간을 단축시켰죠. 보통의 호텔 체크인 가운터에는 3명 내외의 담당자들이 있는 반면 시티즌M 호텔 로비에는 10대 정도의 체크인 키오스크가 있어 10명이 동시에 체크인 하더라도 대기시간이 없어요. 또한 체크인할 때 필요한 정보도 최소한으로 받아 3분 내로 체크인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이 시간마저도 줄이고 싶은 고객들을 위해 온라인 체크인 서비스도 제공해요. 호텔 도착 전에 온라인으로 체크인이 가능하며, 이 때 받은 QR 코드를 체크인 키오스크에 인식시키면 바로 체크인할 수 있죠.



셀프 체크인 카운터입니다. 10명의 고객이 동시에 체크인할 수 있으며, 절차를 간소화해 체크인하는 데 3분이 채 걸리지 않습니다. ©시티호퍼스



남은 객실 중에서 선호에 따라 방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베일에 가려 있던 객실 배정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고객들이 자신이 원하는 방을 선택했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합니다. ©시티호퍼스


시간 단축 효과보다 더 강력한 건 ‘객실 선택권’이에요. 고객은 셀프 체크인을 할 때 남아있는 객실 현황을 보고 각자가 원하는 위치의 방을 선택할 수 있어요. 고층부와 저층부, 그리고 타워 오브 런던 뷰나 트리니티 광장 뷰 등 전망과의 조합 중에서 선호를 클릭하면 방이 정해져요. 기준을 알 수 없었던 방 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식은 셀프 체크인에 당위성을 부여하죠. 비용 절감을 위해 체크인의 수고를 고객에게 떠넘기는 게 아니라 고객 만족을 위해 객실 선택의 주도권을 위임하는 셈이기 때문이에요.


객실 선택권은 셀프 체크인에 대한 관점을 바꿔주기도 하지만, 객실에 대한 가치도 높여주는 역할을 해요. 시티즌M 호텔의 객실은 모두 똑같아요. 방의 크기도, 창문의 크기도 동일하며 트윈 베드는 없고 킹사이즈의 베드로 통일해 심플하게 구성했어요. 호텔을 설계하고 운영할 때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죠. 대신 모바일 시티즌들이 5성급 호텔을 이용할 때 중요시 여기는 요소인 쾌적한 침대, 수압 높은 샤워기, 숙면을 위한 방음시설은 강화했어요. 모든 방이 똑같아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객실 구성에 객실 선택권이 생기를 불어넣어요. 


특히 시티즌M 타워 오브 런던점의 경우 타워 오브 런던이 보이는 프리미엄 뷰는 35파운드(약 5만 2,500원)의 추가요금을 내야 예약 시점에 뷰를 확정할 수 있는데요. 체크인할 때 이 두 방향의 뷰가 남아 있다면 공짜로 업그레이드 받는 기분도 들죠. 꼭 추가 요금을 내야하는 뷰가 아니더라도 고객들은 남은 객실 중에서 가장 좋은 방을 선택했다는 뿌듯함이 생기며, 스스로 선택한 방이기에 같은 방이어도 만족도가 높아져요.



시티즌M 타워 오브 런던점에서 타워 오브 런던 뷰 방을 선택하면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시티호퍼스



#2. 예술적 감각이 만드는 호텔의 가치

시티즌M 호텔 로비는 감각적이에요. 호텔이 아니라 갤러리에 왔다는 착각이 들 정도예요. 아티스틱하고 아이코닉한 비트라(Vitra)의 가구들로 공용 공간을 구성했고, 크고 작은 예술 작품과 큐레이션한 책들로 벽면을 장식했으며, 여행 느낌이 나면서도 다소 긱(Geek)한 소품들을 곳곳에 배치했어요. 


여기에다가 힙한 음악을 곁들여 감각적 요소를 끌어올렸어요. 심지어 시티즌M 호텔 타워 오브 런던점의 경우 ㅁ자 형태로 설계한 건물 중앙의 빈 공간에 우산처럼 생긴 오브제로 키네틱 아트를 할 수 있도록 만들었죠. 3성급 호텔의 가격으로 운영하려면 초기 투자를 줄여야 수지타산이 맞을텐데, 이렇게까지 돈과 혼을 들여 로비 공간을 예술적으로 꾸민 이유는 무엇일까요?



건물 중앙의 빈 공간에서 우산으로 키네틱 아트를 연출합니다. 엘레베이터에서 내리면 키네틱 아트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시티호퍼스


공동 창업자인 라탄 차다(Rattan Chadha)가 컨템포러리 아트 뮤지엄을 만들고 싶어 할 정도로 디자인과 예술에 관심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비즈니스와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이에요.


감각적인 로비는 모바일 시티즌이 5성급 호텔을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예요. 그래서 객실은 모듈화를 통해서 심플하게 통일했지만 로비에는 과감한 투자를 했죠. 또한 모바일 시티즌에게 더 어울리도록 모던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모바일 시티즌들의 특성을 반영해 로비에서 서로 어울리거나 코워킹을 할 수 있도록 구성했어요. 객실뿐만 아니라 로비가 호텔을 선택하는 요소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거예요.




아티스틱하고 아이코닉한 가구들과 조명들로 공용 공간을 꾸며 감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모바일 시티즌들은 이 공간에서 서로 어울리거나 코워킹을 합니다. ©시티호퍼스


게다가 로비를 고급스럽게 만들면 레스토랑이나 바의 가치도 덩달아 높아져요. 보통은 중요한 미팅이나 데이트가 있을 때 5성급 호텔의 레스토랑이나 바를 이용하죠. 고급스러운 분위기에서 환대했다는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5성급 호텔의 레스토랑이나 바는 객실 이외의 추가 수익원이에요. 반면, 3성급 호텔들에게 레스토랑과 바는 투숙객들을 위한 부가 서비스이며, 운영비 문제로 이마저도 최소한으로 운영하는 곳들도 많아요.


시티즌M 호텔도 3성급 호텔로 인식되었다면 같은 이슈를 겪었을 거예요. 하지만 감각적 분위기의 로비가 레스토랑과 바를 5성급 호텔처럼 격상시키죠. 이러한 로비와 연결된 레스토랑과 바는 미팅이나 데이트를 위해 외부인들도 드나드는 핫플레이스가 되었고, 호텔이 추가 매출을 올리는 데 도움이 돼요.



7층에도 음료나 주류를 마시며 미팅 혹은 일을 할 수 있는 공용 공간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타워 오브 런던을 조망할 수도 있습니다. ©시티호퍼스


그럼에도 로비에 대한 초기 투자가 사업적으로 부담이 되지 않을까요? 객실을 들여다보면 근거있는 투자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시티즌M 호텔의 객실 크기는 14로, 5성급 호텔의 절반 크기예요. 보통의 비즈니스급 호텔과 비교해도 작아요. 지역의 땅값, 수요 등의 외부 변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우스워크(Southwark) 지역에 한정하여 객실 크기를 조사해 볼게요.


유럽 비즈니스 호텔의 대명사, 이비스 호텔의 블랙프라이어스 지점은 객실 크기가 16.4
로 시티즌M 호텔과 2.4 차이가 나요. 큰 차이 아닌듯 보이지만, 호텔 전체를 고려하면 계산이 달라져요. 이비스 호텔이 100개의 객실을 만든다고 했을 때, 같은 공간에 시티즌M 호텔은 117개의 객실을 만들 수 있거든요. 객실 매출을 17%가량 높일 수 있다는 뜻이에요. 힙한 로비가 작은 객실의 단점을 상쇄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3. 적당한 거리가 만드는 경험의 가치

로비의 격은 높였지만, 격식은 배제했어요. 시티즌M 호텔에는 체크인 데스크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컨시어지, 벨보이, 도어맨, 룸서비스 등도 없어요.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모바일 시티즌에게 과도한 서비스는 오히려 불편하니까요. 그들은 개개인의 이름까지 불러주지 않아도 직원들의 친절한 응대면 만족스러워 하고, 잦은 여행으로 짐이 가벼워 벨보이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괜찮죠. 시티즌M 호텔 유니폼을 입고 정해진 자리 없이 돌아다니는 ‘앰배서더(Ambassador)’로도 충분한 거예요. 앰배서더는 셀프 체크인을 낯설어하거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고객들의 불편함을 해결해줘요.


고객 경험을 더 쾌적하게 만들기 위해 직접적인 상호 교류는 줄인 대신, 간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은 늘렸어요. 호텔 내부 곳곳에 ‘시티즌M이 말하길(CitizenM says)’로 시작하는 문구를 통해서 친근함과 유쾌함을 채웠죠. 메시지를 보면 고객들의 여행 경험을 배려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어요.



펜에 적혀 있는 문구 덕분에 고객들은 망설일 필요 없이 펜을 가져갑니다. 펜을 기념품으로 제공하는 가장 낭만적인 방법입니다. ©시티호퍼스


출입카드에는 ‘사진을 찍어가는 만큼이나 많은 추억담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시기 바랍니다.’라고 적어 두어 여행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요. 방안의 펜에는 ‘이 펜을 훔쳐가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써보세요.’라고 제안하며 아낌없이 고객에게 펜을 내어주죠. 펜과 함께 놓여있는 노트에는 ‘위대한 소설, 예술 작품 또는 예상 밖의 시들 모두 여기서 출발합니다.’라는 글귀로 생각을 정리해보길 권유하고요. 또한 엘리베이터 문에는 ‘함께 해보세요.’라고 적어 놓아 어색할 수 있는 공간에서의 소셜한 분위기를 유도하기도 해요.


고객들을 향한 마음을 글로만 표현하지는 않아요. 고객 경험을 디자인하기 위해 특별 제작한 것들도 있어요. 눈에 띄는 건 샤워부스에 있는 샴푸와 바디워시예요. 보통의 호텔에서는 특정 브랜드 제품으로 어메니티를 구성해요. 특히 5성급 호텔은 어떤 브랜드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고객 경험이 달라지기 때문에 어메니티에 신경을 쓰죠.


이를 모르지 않는 시티즌M 호텔은 모바일 시티즌을 만족시키기 위해 기존 제품이 아니라 어메니티를 자체 제작했어요. 일반적인 구성과 달리 샴푸와 바디워시를 일체형으로 만들어 ‘시티즌AM’과 ‘시티즌PM’ 구분해 비치한 거예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시티즌AM은 아침의 상쾌한 기분에, 시티즌PM을 밤의 포근한 상태에 적합한 어메니티죠. 낯선 형태의 어메니티에는 새로운 시도를 한 기획의도를 위트있게 적어 두어 고객 감동을 더해요.



샴푸, 바디워시 등 용도별이 아니라 아침용, 저녁용 등 상황별로 어매니티를 구분했습니다. 고객의 기분까지 배려하는 고객 경험 디자인입니다. ©시티호퍼스


또한 새로운 타입의 여행자들인 모바일 시티즌을 위해 지도도 만들어 배포해요. 이들을 ‘탐험가(Explorers)’, ‘도보 여행자(Trekkers)’, ‘전문직 종사자(Professional)’ 등으로 구분해 각 타입의 여행자들이 갈 만한 곳들을 추천하는 거예요. 지도에서는 ‘나는 여행객이 아니라, 모바일 시티즌입니다.’라고 말하며 고객들의 정체성에 대해서 한 번 더 강조해요. 별거 아닐 수 있지만, 고객들은 이 말 한 마디에 소속감을 느끼며 충성 고객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도 있죠.



모바일 시티즌을 탐험가, 도보 여행자, 전문직 종사자 등으로 세분화하고, 각 성향의 사람들이 가볼 만한 곳들을 추천해 지도에 표시합니다. ©시티호퍼스


밀착 서비스가 아니어도 적당한 거리에서 고객과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다면 고객 경험의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을 시티즌M 호텔이 증명하는 셈이에요. 더 적은 비용이 드는 것은 물론이고요.



호텔의 경영학을 다시 쓴 호텔


“우리의 경쟁자가 누구인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시티즌M 호텔의 공동 창업자 마이클 레비의 말이에요. 호텔 산업의 주요 사업자를 모른다는 고백일 리 만무해요. 경쟁자는 알지만 무시할 만한 수준이라는 거만한 표현도 아니죠. 산업 간 경계가 무너져 경쟁자 파악이 어렵다는 소극적 변명일 리도 없고요. 기존의 호텔 경영 방식을 재구성해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했던 호텔로 만들었기 때문에 경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는 뜻이에요.


시티즌M 호텔의 객실 점유율은 90% 수준으로 업계 평균을 상회해요.
당 수익성은 5성급 호텔의 2배가 넘고요. 게다가 호텔을 다시 찾은 투숙객 비율은 43%에 육박하죠. ‘스타일리시’, ‘최첨단’, ‘저렴’ 등의 고객 평가가 말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재투숙으로 이어지는 거예요. 또한 마이 시티즌M 플러스(My CitizenM+) 멤버십을 운영하면서 충성 고객이 더 자주 올 수 있게 혜택을 줘요. 멤버십에 가입 후 매달 9파운드(약 13,500원)를 내면 방을 예약할 때나 식사시에 10% 할인을 해주고, 레이트 체크아웃도 추가 비용 없이 할 수 있게 해주거든요.   


비용 측면에서의 결과도 인상적이에요. 객실을 표준화해 건설비를 40% 정도 낮췄고, 인건비는 업계 평균 대비 50%가량 줄였어요. 호텔을 오픈한 첫해부터 수익을 냈고, 10년 만에 8개국에 19개 호텔을 여는 등 탄탄하게 성장하고 있죠. 많은 호텔들이 다른 주체가 소유한 호텔에 브랜드를 빌려주며 프랜차이즈 형태로 운영만 해주는 것과 달리, 모든 지점을 직접 소유하고 운영한다는 점도 특징적이에요.


건전한 경쟁은 시장을 더 건강하게 만들어요. 기업도, 고객도 혜택을 받죠. 그래서 권장의 대상이에요. 하지만 경쟁자를 모르는 시티즌M 호텔처럼 건전한 독점은 시장을 더 건설적으로 키워요. 기업도, 고객도 가치가 올라가죠. 그러니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라 막막하다면, 경쟁하지 말고 부쟁(不爭)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일이에요. 새로운 기회는 옆에 있는 기업의 숨은 정보가 아니라 앞에 있는 고객의 숨은 니즈에서 열리니까요.




Reference

 시티즌M 호텔 공식 홈페이지

 좌석 업그레이드 경매를 아시나요?, 항공여행정보

 블루오션 시프트(김위찬/르네 마보안 지음, 안세민 옮김, 비즈니스북스)

 5성급 분위기에 3성급 요금... 투숙률 90% 시티즌엠호텔, 한국 경제

 공유공간은럭셔리,객실은소박!스마트한비용절감,부티크호텔신화다시썼다, 동아비즈니스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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