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플라스틱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에요. 그간 플라스틱을 대체할 친환경 원료나 재활용이 더 용이한 소재들이 개발되었고, 실제로 많은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죠. 하지만 이런 시도들의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해요. 친환경 원료를 생산하거나 재활용을 하는 데에 더 많은 에너지가 쓰인다든가 하는 또 다른 문제를 낳기도 하거든요.
그렇다면 보다 본질적이고 획기적인 해결 방안은 없는 걸까요? 이를 테면 아예 쓰레기의 발생량 자체를 0으로 만드는 거예요. 다소 무모하고, 도전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이런 방향으로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일조하는 브랜드가 있어요. 싱가포르의 ‘크런치 커틀러리(Crunch cutlery)’예요.
크런치 커틀러리는 일회용 수저 대신, ‘먹을 수 있는’ 수저를 사용해 쓰레기양을 줄이고자 해요. 음식을 먹을 때 사용하는 수저를 ‘식용’으로 만들어, 음식을 다 먹고 난 후 디저트처럼 먹을 수 있는 제품을 개발했어요.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이런 아이디어, 어떻게 현실화했을까요?
크런치 커틀러리 미리보기
• #1. 음식으로서 입지 다지기 - 맛있고 건강하게
• #2. 커틀러리로서 포지셔닝하기 - 용도는 뾰족하게
• #3. 비즈니스로서 경쟁력 갖추기 - 제품이 아닌 기술을 중심으로
• 누군가의 실패는 시작할 동기가 된다
우리가 아는 ‘콘 아이스크림’은 언제 처음 등장한 걸까요? 콘 아이스크림이 등장하기 전, 원래 아이스크림은 컵에 담아 먹는 것이 보편적이었어요. 과자로 만든 원뿔 위에 아이스크림을 얹어 먹는 콘 아이스크림은 1904년, 미국의 세인트루이스 세계 박람회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죠.
이 박람회에서 콘 아이스크림을 선보이며 판매한 인물은 아이스크림 상인 ‘찰스 맨체스(Chalers Menches)’예요. 찰스는 우연히 박람회에서 와플을 말아 꽃을 담는 사람을 보고 콘 아이스크림 형태에 대한 힌트를 얻었어요. 와플을 콘 모양으로 말아 꽃이 아닌 아이스크림을 담아 판매할 수 있겠다 싶었죠.
마침 아이스크림을 담아 팔던 컵이 동이 났고, 옆에서 와플을 팔고 있던 상인의 도움을 받아 아이스크림을 얹을 콘을 만들었어요. 뜨거운 상태의 얇은 반죽을 원뿔 모양으로 접은 뒤 식혀 굳히자, 아이스크림을 올려 먹을 만큼 단단해졌죠. 이 날 콘 아이스크림은 큰 주목을 받았고, 이후 콘을 대량 생산하는 기계가 개발되며 콘 아이스크림의 시대가 도래했어요.
지금에야 당연해 보이는 콘 아이스크림이지만, 발상 자체는 획기적이에요. 일회용 혹은 다회용으로 쓸 만한 아이스크림을 담는 ‘용기’를 먹는 것으로 바꾸었으니까요. 사실 아이스크림 콘이 개발되기 전에는 일회용 용기조차 대중화되지 않았던 시대였어요. 그래서 상인들은 아이스크림 컵을 매번 다시 세척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고, 손님들도 아이스크림 가게에서만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컵을 다시 매장에 가져다줘야 했죠. 이에 아이스크림 콘은 아이스크림을 담는 기능은 물론, 먹는 재미와 맛까지 더해 상품의 부가 가치를 높였어요.
콘 아이스크림이 등장한 지 120년이 흐른 지금, 꼭 콘이 아니더라도 더 이상 용기 때문에 불편한 일은 없어요. 각종 다회용 용기는 물론, 플라스틱 일회용 용기가 보편화되었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편리함은 또 다른 문제를 초래했어요. 과잉 생산된 용기들, 그리고 버려지는 용기들 때문에 환경 문제가 대두되고 있죠. ‘국제자연보전연맹’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매년 4억 6천만 톤 이상의 플라스틱이 다양한 용도로 생산되고, 약 2천만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환경에 버려진다고 해요. 그 양 또한 갈 수록 늘어나는 추세예요.
이런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또 한 번, ‘먹을 수 있는’ 도구가 등장했는데요. 이번에는 아이스크림을 담는 용기가 아니라, 무엇이든 먹을 때 쓸 수 있는 숟가락과 포크예요. 불편함보다는 환경 문제를 개선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 커틀러리로, 음식을 먹을 때 숟가락과 포크로 쓰다가 마지막에 과자처럼 먹을 수 있는 제품이에요. 이 커틀러리를 개발한 브랜드는 싱가포르의 ‘크런치 커틀러리(Crunch cutlery)’예요.
ⓒCrunch Cutlery
ⓒCrunch Cutlery
하지만 환경 친화적이라고 해서, 선한 의지를 가졌다고 해서, 사업적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워요. 친환경적인 건 기본, ‘음식’으로서 맛과 건강을 고려해 제품의 경쟁력까지 갖추는 게 관건이죠. 크런치 커틀러리는 맛있고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커틀러리인 것은 물론, 사업적 확장까지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어요. 크런치 커틀러리는 어떤 숟가락과 포크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을까요?
#1. 음식으로서 입지 다지기 - 맛있고 건강하게
크런치 커틀러리에 대한 아이디어는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2020년에 시작되었어요. 3명의 공동창립자 중 한 명인 안나 램(Anna Lam)은 봉쇄 기간 동안 집에 머무르며 외부 음식을 픽업해 오거나 배달 시켜 먹는 일이 많았어요. 그 때마다 일회용 커틀러리가 함께 딸려 왔고, 안나는 집에 있는 개인 수저를 사용하느라 이 플라스틱 수저들을 쓸 일이 없었죠.
시간이 지나며 사용하지 않은 일회용 수저들이 집에 쌓이기 시작했어요. 안나는 이 수저들을 버리며, 싱가포르의 모든 인구들이 이만큼의 일회용 수저들을 버린다면 엄청난 쓰레기가 발생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죠. 해결책을 고민하던 중, 한 번 쓰고 ‘버리는’ 커틀러리가 아니라 ‘먹는’ 커틀러리를 만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어요.
어떻게 하면 강도가 있으면서도 먹을 수 있는 커틀러리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안나는 구글링을 하다 ‘하드택(Hardtack)’이라는 비스킷에 대해 알게 되어요. 하드택은 밀가루, 소금, 오일, 물만으로 만든 크래커인데, 주로 긴 항해나 군용으로 소비되는 과자죠. 단단하고 건조해 오랜 시간 동안 보관이 가능했거든요. 안나는 하드택에서 힌트를 얻어 초창기 크런치 커틀러리의 레시피를 개발하기 시작했어요.
이후 안나는 집에서 숟가락을 몰드 삼아 반죽을 숟가락 모양대로 성형하고, 오븐에 구워 냈어요. 그렇게 과자처럼 먹을 수 있는 베타 버전의 크런치 스푼이 시작되었죠. 하지만 초창기 크런치 커틀러리는 영 인기가 없었어요. 시도나 아이디어에 공감한 몇몇 고객들이 크런치 커틀러리를 구매했지만, 재구매율이 매우 낮았죠.
이에 크런치 커틀러리 팀은 ‘식품’으로서 경쟁력을 갖추고자 음식의 관점에서 제품을 업그레이드하기 시작했어요. 먼저 기본적으로 맛이 있어야 했어요. 컨셉 구현에 집중했던 초반과 달리, 다양한 맛을 개발했죠. 딸기, 토마토, 카라멜 오츠, 바나나 피스타치오, 맛차 등 이름만 들어도 군침이 도는 맛들을 출시했어요. 사람들이 기꺼이 식사 후 디저트 혹은 간식으로 먹을 만한 맛들이었죠. 딸기는 분홍색, 카라멜 오츠는 오트밀 색, 블루 피 리치는 파란색 등 각 맛을 컬러로 직관적으로 표현했어요.
ⓒCrunch Cutlery
식품에서 맛 만큼이나 중요한 축이 한 가지 더 있어요. 바로 ‘영양’이에요. 건강한 디저트 혹은 음식을 먹을 때 쓰고 곁들여 먹는 커틀러리인만큼, 크런치 커틀러리 자체도 건강한 식재료로 만든 균형 잡힌 영양 간식이에요. 아마씨, 치아씨드, 통밀, 올리브오일 등의 슈퍼 푸드를 함유하고 있죠. 크런치 커틀러리를 통해 오메가3, 비타민, 식이섬유 등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영양 성분들을 섭취할 수 있어요.
ⓒCrunch Cutlery
“우리는 영양가 있고 맛있는 것이 아시아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건강한 재료를 사용하고 다양한 맛을 실험함으로써 즐겁고 유익한 제품을 만들고자 합니다.”
- 안나 램, 크런치 커틀러리 창업자, <Food Navigator> 인터뷰 중
이로서 크런치 커틀러리는 단일 제품으로 도시인들의 플라스틱 폐기물과 영양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스타트업이 되었어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최초의 사례이기도 했죠.
#2. 커틀러리로서 포지셔닝하기 - 용도는 뾰족하게
맛있고 건강한 식용 커틀러리를 개발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과가 보장된 건 아니었어요. 이런 특성들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필요 조건일 뿐, 충분 조건은 아니니까요. 사람들이 실제로 ‘먹고 싶어하는’ 숟가락이 될 필요가 있었어요. 그런데 여기에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모순이 하나 있었죠.
“수저라고 하면 보통 강도와 재사용성을 먼저 떠올려요. 하지만 먹을 수 있게 만들려면 강도를 낮춰야 해요. 정말 모순되는 이야기죠.”
- 안나 램, 크런치 커틀러리 공동창업자, <보이드 덱>과의 인터뷰 중
식용 수저라는 개념 자체가 모순을 품고 있었어요.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러우면 강도가 약해져 수저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고, 수저의 기능에 초점을 맞추면 너무 딱딱해 먹기가 힘들었죠. 이에 크런치 커틀러리는 강도와 식용 사이의 균형점을 찾고자 했어요. 수저의 기능을 하기에 충분히 단단하면서도 먹기에 바삭한 정도의 강도를 구현하기 위해 힘썼죠.
여기에 한 가지 더. 기술적 연구만큼이나 중요한 게 있었어요. 바로 언제, 무엇을 먹을 때 쓰느냐의 ‘포지셔닝’ 문제였어요. 모든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튼튼하면서 먹을 만한 커틀러리를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도 했고, 커틀러리의 속성을 고려하면 그럴 필요도 없었어요. 왜냐하면 커틀러리란 본래, 특정 음식에 따라 세분화되어 있었거든요. 굴 나이프, 디저트, 나이프, 앙트레 스푼처럼요.
이에 크런치 커틀러리도 특정 음식에 맞는, 특정 식용 수저류를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타깃을 좁힌 게 바로 ‘수제 아이스크림’이었죠. 심지어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크런치 커틀러리를 사용하면 아이스크림을 먹는 효용이 올라가는 것은 물론, 기존에 소비자들이 느꼈던 소소한 문제까지 해결하는 효과가 있었어요.
크런치 커틀러리가 등장하기 전, 수제 아이스크림은 컵 또는 콘을 선택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많은 소비자들이 과자처럼 먹을 수 있는 콘 대신 일회용 컵을 선택하고 있었어요. 컵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개발된 와플 콘이지만, 컵보다는 안정성이 떨어져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떨어 뜨리는 불상사를 경험하기도 했거든요. 이런 문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맛있는 와플 콘을 포기하는 소비자들이 많았던 거예요.
그런데 이 때 크런치 커틀러리를 사용하면 아이스크림을 떨어뜨릴 염려도 없고, 와플 콘처럼 과자를 먹는 재미까지 즐길 수 있어요. 문제는 해결하고, 각각의 장점은 그대로 누릴 수 있죠. 아이스크림과의 매칭을 강조하기 위해 크런치 커틀러리는 유통 채널이나 파트너십을 활용해요. 예를 들어 제로 슈가 아이스크림과 프로즌 요거트를 판매하는 ‘욜레(Yolé)’에 제품을 유통하고, 아이스크림과 번들 상품을 판매하는 식이죠.
ⓒCrunch Cutlery
이후 크런치 커틀러리는 수제 아이스크림이나 요거트 뿐만 아니라 포케 볼, 아사이 볼, 오트 밀크 등 건강하면서 상큼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가진 음식으로 저변을 넓혀요. 할인가에 번들 상품을 구성해 자연스럽게 크런치 커틀러리가 건강한 간식임을 어필하고, 이런 음식들을 먹을 때 사용하는 커틀러리임을 인지시키는 효과를 노렸어요.
#3. 비즈니스로서 경쟁력 갖추기 - 제품이 아닌 기술을 중심으로
크런치 커틀러리는 올해로 5년 차에 접어 들었어요. 싱가포르에서 시작되었지만 몇몇 국가에 수출을 시작하기도 했죠. 그런데 대부분의 사업이 그렇듯 브랜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문제에 봉착했어요.
문제점 하나는 먹을 수 있는 커틀러리조차 ‘포장’을 해야 한다는 점이었어요. 크런치 커틀러리를 감싼 포장지도 쓰레기가 될 수 있었죠. 특히 판매량이 많아질 수록 버려지는 포장도 많아져요. 먹을 수 있는 커틀러리를 만드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이를 통해 쓰레기를 줄이고자 하는 것이 목표인 브랜드로서 이런 추가적인 쓰레기 문제는 더 크게 다가왔어요.
또 하나의 문제는 수출 시 발생했어요. 2022년부터 물류 파트너를 통해 중국, 네덜란드 등 다른 국가로 제품을 보내기 시작했죠. 크런치 커틀러리를 다른 국가로 보내기 위해서는 필히 장거리 운송이 필요해요. 수출하는 물량만큼 포장 쓰레기가 발생하는 건 물론, 장거리 운송으로 인한 탄소 배출 문제도 있었죠. 게다가 오랜 시간 동안 먼 거리를 이동하다 보니 제품이 부서지거나 상해버리는 문제도 발생했어요.
크런치 커틀러리는 이 두 가지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해요. 바로 제품이 아니라 ‘기술’을 판매하는 방식으로요. 2024년, 크런치 커틀러리 팀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F&B 박람회인 SIGEP에서 자동화된 크런치 커틀러리 제조기를 선보였어요. 싱가포르의 기계 및 재료 분야의 국책 연구소인 ‘A*STAR’와의 협업을 통해 크런치 커틀러리가 제조한 반죽만 넣으면 자동으로 식용 수저가 제조되는 기계를 개발한 거예요. 이 기계는 F&B 매장에 놓고 사용할 수 있어요.
ⓒCrunch Cutlery
"매장에 식용 수저 제조기가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작업자는 하루 일과를 시작할 때 기계를 켜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면 수저가 웨이퍼 제조기나 아이스크림 제조기처럼 작동해요. 저희가 제공하는 것은 프리믹스뿐으로, 이 프리믹스는 저희의 특별한 포뮬러이자 영업 비밀이에요."
- 안나 램, 크런치 커틀러리 공동창업자, <보이드 덱>과의 인터뷰 중
이렇게 완제품이 아닌 식용 커틀러리 제조기를 판매하자 낭비 문제는 거의 즉각적으로 해결되어요. 커틀러리를 즉석으로 제조해 바로 고객들에게 내어주면 되니 포장 쓰레기를 줄일 수 있죠. 게다가 필요한 갯수만큼만 매장에서 생산하면 되기에, 재고를 쌓아 뒀다가 유통기한이 지나 버리는 일도 줄어들 거예요. 크런치 커틀러리가 개인 고객보다 건강식이나 비건 음식을 판매하는 기업 고객들을 위주로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유효한 전략이에요.
수출할 때에도 마찬가지예요. 완제품을 수출하기보다, 이 기계를 수출해 로컬 사이트에서 식용 커틀러리를 제조해 판매하도록 하는 거죠. 장거리 운송으로 인한 탄소 배출, 패키징 쓰레기 등을 감소시키면서 동시에 더 신선한 제품을 판매할 수 있어요.
“완제품보다 제조 역량을 수출하는 것에 포커스를 맞춤으로써, 핵심적인 지속가능성 원칙을 지키면서도 동시에 세계적으로 스케일업이 가능해졌어요. 경제적으로 실행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 램, 크런치 커틀러리 창업자, <푸드 네비게이터> 인터뷰 중
특히 싱가포르는 인건비와 생산비가 주변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에요. 싱가포르에서 생산한 완제품을 수출하면 기본 단가가 높을 수 밖에 없죠. 완제품보다 소형 자동화 기계를 통한 기술 수출이 가격 경쟁력 관점에서도 더 유리할 수 있는 거예요.
누군가의 실패는 시작할 동기가 된다
이처럼 크런치 커틀러리는 지속가능성이라는 궁극적인 가치를 향해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요.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마주해야 하는 문제들 앞에서도 목표를 잃지 않고요. 누군가는 크런치 커틀러리의 여정을 보며 고유한 컨셉을 잘 잡은 퍼스트 펭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사실 크런치 커틀러리가 먹을 수 있는 ‘최초의’ 커틀러리는 아니에요. 과거에도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슷한 아이디어를 구현하고, 사업화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몇 번 있었죠. 크런치 커틀러리가 출범하기 전, 인도에서 비슷한 프로젝트가 출범한 적이 있어요. ‘베이키스(Bakeys)’라는 이름의, 세계 최초 식용 커틀러리였죠.
베이키스는 2017년, 미국의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킥스타터’를 통해 쌀, 밀, 수수 등으로 만든 식용 커틀러리를 판매했어요. 당시 친환경 주방 용품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무려 9,293명의 후원자들로부터 278,874달러, 약 4억 원에 가까운 후원금을 모았죠. 뜨거운 반응이 무색하게 이 프로젝트는 처참히 실패했어요. 후원자들에게 제품을 배송하는 데에 실패했거든요.
안나 램도 후원을 하고도 제품을 받지 못한 사람 중의 하나였어요. 그녀는 킥스타터에서 이 프로젝트를 처음 봤을 때, 본인보다 앞서 비슷한 생각을, 현실로 구현한 아이디어에 가슴이 뛰었을 거예요.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실패를 보며 실망감도 컸겠죠.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런 어처구니 없는 결과에 이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제품화하는 건 힘든 일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안나 램은 오히려 이런 실패를 보고 불가능을 점치기 보다,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할 동기를 찾은 셈이에요. 몇 년 뒤, 그녀가 후원했던 아이디어로 브랜드를 론칭하고, 사업화했으니까요. 누군가의 실패에서 도전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찾는 것이 아니라, 도전해야 할 이유를 찾는 것. 어쩌면 그 마음 가짐이 세상에 변화를 가져오는 시작점이 아닐까요?
Reference
Edible Cutlery: An Appetising Answer to Plastic Waste
Crunch Cutlery's Successful Collaboration with A*STAR's Innovation Factory
Collaborating with local startup to build a healthier and sustainable future
Products from Edible cutlery: the tasty solution to plastic pollution + benefit of nutrition.
This S’pore Startup Lets You Eat Your Spoon When You’re Done With It To Reduce Plastic Waste
ISSUES BRIEF Plastic pollu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