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을 깨면 업계가 진화해요. 타이베이의 칵테일 바 씬(Scene)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났죠. ‘드래프트 랜드‘는 칵테일 바에서 당연하게 여겼던 바텐더를 없앴어요. 대신 칵테일을 미리 만들어서 탭으로 내려 마실 수 있게 한 거예요. 마치 맥주를 탭에서 내려 마시듯이요.
동시에 어려운 이름, 비싼 가격 등 칵테일과 고객 사이를 가로 막던 문제들까지 해결했어요. 심지어 칵테일과 함께 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기 위해 테이크아웃으로만 즐길 수 있는 매장과, 대낮부터 칵테일을 파는 스핀오프 매장인 ’데일리 바이 드래프트 랜드‘도 런칭했죠.
이처럼 칵테일과 고객 간의 거리를 좁히자, 칵테일 바의 설 자리가 넓어져요. 그렇다면 칵테일 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면서, 칵테일 바 씬의 풍경을 바꿔나가고 있는 드래프트 랜드로 함께 가볼까요?
데일리 바이 드래프트 랜드 미리보기
• 칵테일은 섞는 것이 아니라 계량하는 것이다
• 칵테일은 흔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내려 주는 것이다
• 칵테일은 마니아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것이다
• 칵테일은 술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이다
• 바텐더의 틀을 깬 바텐더
타이베이 바 씬(Scene)에 눈에 띄는 변화가 있어요. 생맥주처럼 ‘탭(Tap)’으로 내려 마시는 ‘탭 칵테일(Tap cocktail)’을 판매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는 거예요. 이러한 변화는 특히 원래 생맥주를 파는 맥주집에서 더 두드러져요. 생맥주를 내리는 탭이 이미 갖추어 있기에 맥주 대신 칵테일을 넣어 탭 칵테일을 판매할 수 있으니까요.
타이베이 바에 탭 칵테일이라는 개념을 최초로 도입하고 널리 퍼뜨린 칵테일 바가 있어요. 바로 ‘드래프트 랜드(Draft Land)’예요. 드래프트 랜드의 창업자 앙구스 주(Angus Zou)는 기존과 다른 칵테일 바를 만들기 위해 2가지의 문제 의식을 가지고 고민을 시작했어요.
첫째는 제조 방식에 대한 의문이에요. 지금이 과거 대비 칵테일이 가장 비싼 시대이지만, 제조 방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어요. 비싼 만큼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 부가가치를 높이거나 가격을 낮추기 위한 혁신을 시도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 생각했죠. 요리에서도 조리 방식의 틀을 깨고 과학적 관점에서 음식을 해체하는 '분자 요리'가 생겨 났듯이, 칵테일을 만드는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거예요. 그는 흔들고 섞는 전통적인 바텐딩 방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바텐딩을 선보인다면 칵테일의 저변을 넓힐 수 있을 거라 판단했어요.
둘째는 고객 관점에서의 접근이에요. 그는 고객과 칵테일의 거리를 좁힐 여지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생각했어요. 칵테일 마니아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고객들은 칵테일을 주문할 때 익숙한 이름의 칵테일을 주문하는 경우가 많아요. 애초에 칵테일을 제대로 다양하게 경험해 볼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에 알고 있는 칵테일 중에 적당한 것을 선택하는 거죠. 그래서 앙구스 주는 바텐더의 관점이 아니라 고객의 관점에서 칵테일을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쉽게 칵테일을 이해하고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칵테일을 마시는 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 테니까요.
이러한 2가지의 문제 의식을 바탕으로 그는 누구나 칵테일을 마시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2018년, 드래프트 랜드의 문을 열었어요. 드래프트 랜드는 비싸지 않은(Affordable), 빠른(Fast), 지속 가능한(Sustainable), 양질의(Quality) 칵테일을 추구해요. 그 과정에서 칵테일을 제조하고, 서빙하고, 또 고객이 칵테일을 소비하는 일련의 과정을 혁신했죠.
ⓒDraft Land
그들의 포부처럼 드래프트 랜드는 문을 연 이래로, 대만의 칵테일 문화를 바꾸어 놓았어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많은 바와 술집이 어려움을 겪는 동안에도 진화를 멈추지 않았죠. 2020년에는 칵테일을 마시는 시간대를 낮으로 확장했고, 2021년에는 칵테일을 길에서도 마시는 문화를 만들어 냈거든요. 그 변화의 방향 또한 칵테일의 대중화, 칵테일을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을 향하고 있었어요.
칵테일은 섞는 것이 아니라 계량하는 것이다
먼저 드래프트 랜드가 어떤 곳인지, 어떻게 칵테일을 만드는지 살펴 볼게요. 본래 칵테일이란 바텐더와 떼놓기 어려운 조합이에요. 고객이 칵테일을 주문하면 바텐더가 칵테일을 즉석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보통이죠. 하지만 드래프트 랜드에는 바텐더가 없어요. 즉석으로 칵테일을 만들어 주는 대신, 미리 칵테일을 만들어 두는 것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거든요.
그래서 드래프트 랜드의 직원들은 스스로를 바텐더가 아니라 ‘엔지니어’로 정의해요. '즉석 제조'보다는 '정확한 계량'에 무게 중심을 두고 칵테일을 만들거든요. 엔지니어들은 칵테일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를 정확히 계량하고, 재료를 섞는 시스템을 만들고, 일정한 비율을 유지하며, 새로운 맛을 연구하죠.
이렇게 정확한 계량을 통해 칵테일을 미리 만들어 두면 기존 칵테일 바의 약점들을 보완할 수 있어요. 먼저 기존의 칵테일 바에서는 같은 칵테일을 주문하더라도 바텐더의 역량이나 스타일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달라져요. 반면 정확하게 계량한 재료들과 높은 압력의 특수 가스를 섞어 만드는 드래프트 랜드의 칵테일들은 언제 마셔도 한결같은 맛이이에요. 게다가 바텐더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 바텐더별 편차를 고려하지 않아도 되죠. 덕분에 새로운 메뉴를 쉽게 출시할 수 있고, 바텐더가 그만 두어 생기는 리스크로부터도 자유롭고요.
바텐더가 없어지자 확장도 용이해져요. 바텐더가 중심이 되는 바들은 그 바텐더가 없으면 바의 정체성이 흔들려요. 꼭 스타 바텐더가 아니더라도, 바텐더에 의존하는 칵테일 바는 그 바의 정체성을 다른 지점에 적용하는 것이 쉽지 않아요. 비슷한 매장 인테리어로 겉모습은 흉내낼 수 있다 하더라도, 판매하는 칵테일에서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드래프트 랜드의 경우에는 재료의 종류와 비율만 공유하면 어디에서든지 똑같은 맛의 칵테일을 만들 수 있어요. 드래프트 랜드는 이런 장점을 활용해 도시와 국가를 넘나드는 매장 확장을 추진해요. 2018년 1월, 타이베이 1호점을 시작으로 약 1년 뒤에 홍콩에 2호점을 냈어요. 이후 타이중에도 매장을 열었고 현재는 싱가포르 진출을 준비 중이에요.
칵테일은 흔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내려 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드래프트 랜드는 미리 만들어 둔 칵테일을 어떻게 고객에게 서빙할까요? ‘드래프트 랜드’라는 이름에 힌트가 있어요. 맥주를 큰 통에 담아 탭으로 내려 마시는 맥주를 '드래프트 맥주'라고 부르 듯, 탭으로 칵테일을 내려서 서빙해요. 이런 역할을 하는 매장 직원들도 바텐더가 아닌 ‘드래프텐더(Draftender)’라고 부르죠.
ⓒ시티호퍼스
맥주나 와인에 적용되던 탭을 칵테일에 적용한 방식이에요. 탭은 드래프트 랜드의 정체성을 이루는 한 축이 되어 지점을 확장할 때에도 시그니처의 역할을 해요. 칵테일을 셰이크(Shake)하지 않고 탭(Tap)하자, 칵테일 바의 풍경이 확연히 달라져요.
일단 매장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요. 기존의 칵테일 바처럼 각종 기주들과 리큐어들을 매장 전면에 비치해 둘 필요가 없어요. 적게는 수십 가지, 많게는 수백 가지에 이르는 주류들이 위치했던 자리에 칵테일이 나오는 탭만 있으면 돼요. 미리 만들어 둔 칵테일이 들어 있는 케그는 고객들의 시야에 보이지 않도록 탭 너머 주방 쪽에 배치하고, 케그의 앞 부분은 메뉴판 자리로 활용하죠.
게다가 손님이 칵테일을 주문하면 미리 만들어 둔 칵테일을 탭에서 내리기만 하면 되니 칵테일을 제조하는 시간이 단축되고 서빙이 빨라져요. 손님들이 그만큼 빨리 칵테일을 제공받을 수 있어 회전율이 높아지는 효과는 덤이고요.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고객 입장에서도 장점이 있어요. 탭으로 칵테일을 서빙하자 테이스팅이 가능해져요. 기존의 칵테일 바에서는 고객이 칵테일을 주문하기 전 칵테일을 맛볼 수 없었어요. 그래서 새로운 칵테일을 시도하기보다는 익숙한 칵테일로 메뉴 선택의 타협점을 찾죠.
하지만 미리 만들어진 칵테일을 탭에서 내리기만 하면 되는 드래프트 랜드에서는 칵테일을 주문하기 전에 궁금한 칵테일들을 맛볼 수 있어요. 칵테일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다양한 칵테일을 맛보며 좋아하는 칵테일을 찾는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거예요.
모든 드래프트 랜드 매장의 직원들은 적극적으로 테이스팅을 권유해요. 고객이 원하는 칵테일에 얼음까지 동동 띄워 내어 주죠. 견물생심이라고, 여러 종류의 칵테일을 맛보다 보면 추가로 칵테일을 주문하는 일은 자연스러운 결과예요. 무료로 내어 주는 칵테일 한 모금이 칵테일 한 잔의 매출이 되어 돌아올 확률이 높죠.
칵테일은 마니아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것이다
미리 만들어 둔 칵테일을 탭으로 서빙해 칵테일에 대한 문턱을 낮추자, 드래프트 랜드에는 기존 칵테일 바들이 놓치고 있던 고객군이 모여 들어요. 새로운 칵테일을 시도하는 것이 부담스러웠거나 칵테일을 잘 몰라 칵테일 바를 방문하지 않았던 고객들이에요.
드래프트 랜드는 주문 과정에서도 초보자들의 편의를 배려해요. 드래프트 랜드의 각 칵테일에는 숫자가 붙어 있는데, 그저 순서대로 메뉴를 정리하기 위해 붙인 숫자가 아니에요. 다소 복잡한 칵테일 이름을 외우지 못하는 초보자들을 위한 장치예요. 칵테일을 주문할 때 이름이 아닌 번호로 주문을 하거든요. 드래프텐더들도 칵테일 이름 대신 숫자로 주문을 재확인하고요.
ⓒ시티호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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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프트 랜드는 가격으로 한 번 더 칵테일에 대한 문턱을 낮춰요. 칵테일 한 잔당 200~300위안(약 9천원~1만4천원)정도로, 비슷한 수준의 다른 칵테일 바의 2/3 정도 되는 가격이에요. 바텐더를 고용하지 않아 줄어든 인건비를 가격에 반영한 결과예요. 바텐더들에 비해 드래프텐더들은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없어서 인건비가 더 적게 들거든요.
게다가 재고 구매 및 관리 비용도 보통의 칵테일 바 대비 더 낮아져요. 클래식 칵테일 바들은 당장 팔리지 않거나 수요가 적은 술도 갖추고 있어야 해요. 반면 드래프트 랜드는 판매할 칵테일에 필요한 재료만 구입하여 칵테일을 제조하면 돼요. 기술로 비용을 줄이고, 가격을 내리자 비싼 가격 때문에 칵테일을 마시지 않던 잠재 고객들도 고객이 되는 거죠.
또한 드래프트 랜드 본점에는 특징이 하나 있어요. 자리의 절반 이상이 서서 마시는 자리라는 점이에요. 벽과 창가 쪽에 서서 마시는 자리를 마련해 두고, 남는 공간에 2~3인용의 작은 원형 테이블 3개를 비치해 두었어요. 테이블 좌석이 주를 이루는 기존의 바들과 공간 구성에서 차이를 두었고, 바 자리의 경우에는 의자를 없애 마시는 방식을 달리했어요.
서서 마시는 자리는 혼자 들러 가볍게 한 잔 하고 나가기에 좋아요. 1인 고객 친화적인 서서 마시는 자리가 매장의 대부분이다보니, 자연스럽게 1인 고객들이 늘어나요. 혼자 오더라도 어색하지 않고 시끄러운 환경에 노출될 일도 거의 없어요. 기존 칵테일 바들의 주요 고객층이 아니었던 1인 고객들을 타깃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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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프트 랜드가 1인 고객에 눈을 돌린 것은 단순히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추세를 따른 것이 아니에요. 칵테일을 마시는 상황을 늘리기 위한 것이죠. 술은 여럿이도 마시지만, 혼자서도 마셔요. 사람에 따라서는 술을 마실 기회가 전자보다 후자에 더 많기도 해요. 그런데 맥주나 와인과 달리 칵테일은 혼자 마시는 경우가 드물어요. 칵테일 바 또한 데이트를 하거나 모임을 할 때 주로 찾는 장소죠.
칵테일을 좋아해 혼자 칵테일을 마시러 칵테일 바를 방문한다고 해도, 바 안의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섞이지 못하고 서둘러 자리를 일어나게 되어요. 하지만 드래프트 랜드에서는 혼자 칵테일을 마시는 고객들이 주인공이에요. 드래프트 랜드의 서서 마시는 자리에는 칵테일이 혼자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술로도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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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은 술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이다
드래프트 랜드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본점 이외에 2개의 매장을 추가로 열었어요. 드래프트 랜드 신이점과 ‘데일리 바이 드래프트 랜드(Daily by Draft Land)’예요. 이 두 매장은 본점과 마찬가지로 ‘칵테일의 대중화’라는 공통적인 목표를 갖고 있어요. 하지만 같은 원칙을 적용하면서도 다른 방식으로 칵테일을 판매해요.
먼저 2021년에 문을 연 드래프트 랜드 신이점은 테이크 아웃 전문 매장이에요. ‘신광 미츠코시 백화점’ 1층에 위치해 있는데, 매장 입구가 백화점 안쪽이 아닌 길 쪽으로 나 있어요. 별도의 좌석 없이 칵테일을 테이크 아웃해 길에서 마시라는 의미예요.
실제로 매장 앞 공용 벤치나 길거리에 앉아 드래프트 랜드 칵테일을 즐기는 사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어요. 꼭 각잡고 칵테일 바를 방문하지 않아도, 버블티나 커피를 사 마시듯 칵테일도 캐주얼하게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하는 거죠.
ⓒ시티호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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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이름까지 달리하며 보다 본격적으로 스핀오프한 매장, 데일리 바이 드래프트 랜드로 가 볼게요. 데일리 바이 드래프트 랜드는 칵테일을 즐기는 시간대를 연장했어요. 칵테일이란 본래 저녁 식사 이후 밤늦게 마시는 술이에요. 하지만 데일리 바이 드래프트 랜드는 하루 종일 언제든 원하는 시간대에 자유롭게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곳을 지향하고 있어요. 그래서 금,토,일 오후 3시부터 9시까지, 낮 시간대를 포함해서 문을 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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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영업 시간을 앞당긴다고 해서 사람들이 칵테일을 즐기러 대낮부터 바를 찾을리 만무해요. 그래서 메뉴도, 공간도 낮에 마시는 칵테일에 적합하게 바꾸었어요. 여전히 탭 칵테일을 판매하지만, 저알콜이나 무알콜 칵테일을 위주로 판매해요. 6가지 칵테일과 2가지 무알콜 칵테일이 탭 칵테일로 준비되어 있죠.
ⓒ시티호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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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더해 아직은 낮에 칵테일보다 커피를 마시는 것이 익숙한 사람들을 위해 커피가 들어간 4가지 칵테일도 개발했어요. 커피에 리치, 딸기, 설탕, 토닉 워터 등 칵테일 뉘앙스를 내는 재료들을 섞어 내어주는 메뉴예요. 1가지를 제외하고는 모두 무알콜에 가격대도 130~150위안(약 6~7천원)으로 커피보다 약간 비싸고 칵테일보다는 저렴한 수준이에요.
ⓒ시티호퍼스
공간 분위기는 또 어떻고요. 밖에서 언뜻 봤을 때에는 여느 카페나 다름 없어요. 매장의 입구가 있는 한 쪽 면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매장 내부가 전체적으로 밝아요. 테라스 좌석도 있고, 내부의 가구도 푹신한 소파나 의자, 따뜻한 나무 테이블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밤보다는 낮에 어울릴 만한 공간감을 연출했어요. 곳곳에 손님들을 위한 책과 잡지도 눈에 띄고요.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팀이 방문했을 때에도 혼자서 칵테일을 마시며 책을 읽는 사람, 유모차를 끌고 아이와 함께 방문한 사람 등 다양한 고객들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운영 시간대, 메뉴, 공간 등을 바꾸니 칵테일을 즐기는 고객군과 맥락이 넓어진 셈이에요.
바텐더의 틀을 깬 바텐더
칵테일 바의 틀을 깬 칵테일 바, 드래프트 랜드는 칵테일에 대한 문제 의식에서 출발했어요. 그렇다면 드래프트 랜드를 만든 앙구스 주는 어떻게 이런 문제 의식을 포착하고, 비즈니스 기회로 만들어 냈을까요?
바텐더가 없는 바를 만든 앙구스 주는 역설적이게도 대만 칵테일 계의 대부라 불리는 바텐더예요. 그는 명성있는 세계 바텐딩 대회에서 수차례 수상하고, 해외의 유명한 바에서 게스트 바텐더로 초청할 정도의 인지도를 갖고 있어요. 게다가 2012년 앙구스 주가 오픈한 타이베이의 스피크이지 바 '알케미(Alchemy)'는 오픈한지 얼마되지 않아 아시아 최고의 바 상위 15위 안에 들기도 했고요.
앙구스 주는 알케미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탑 클래스에 올려둔 후, 2016년 홀연히 바를 떠나요. 바를 떠난 이후, 앙구스 주가 향한 곳은 바가 아닌 레스토랑이에요. 앙구스 주는 세계적인 스페인 레스토랑 '엘 셀러 드 칸 로카(El Celler de Can Roca)'에서 이 곳의 유명 셰프와 협업할 기회를 가졌어요.
그 과정에서 그는 셰프와 그의 팀이 요리에 대한 정보를 얻고, 과거의 경험을 활용하고, 관례를 바꾸는 과정을 지켜보게 되어요. 이 때 앙구스 주는 바텐더로서 스스로를 되돌아 보며 바텐더의 관점으로만 칵테일을 바라보던 자신의 한계를 깨야겠다고 결심하죠.
칵테일을 만드는 사람이 아닌 칵테일을 마시는 사람들의 시각으로 관점을 바꾸자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개선점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창할 것 없이 합리적 가격에 양질의 칵테일을 마시고 싶어 하는 반면, 칵테일 바들은 화려함을 추구하며 그만큼 더 비싼 칵테일을 만들고 있었거든요. 이런 괴리를 해소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 바로 드래프트 랜드예요.
드래프트 랜드는 고객 친화적 마인드를 바탕으로 칵테일을 민주화하는 곳이에요. 드래프트 랜드가 지향하는 칵테일의 민주화는, 더 빠르게 칵테일을 서빙하고, 더 쉽게 칵테일을 접할 공간을 제공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양질의 칵테일을 즐길 수 있게 만드는 것이죠.
앙구스 주는 드래프트 랜드를 계기로 칵테일이 특별한 술이 아닌 일상적 술이 되기를 바라요. 그래서 드래프트 랜드의 낮은 문턱은 드래프트 랜드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칵테일을 편하게 마시는 문화를 위한 것이고요. 앙구스 주가 드래프트 랜드를 통해 증명했듯, 자신의 틀을 깬 사람만이 진화하고, 업계를 진화시키는 것 아닐까요?
Reference
• “No garnish, no bullshit”– Angus Zou re-thinks cocktail service, plus two other Taipei openings
• 把自己做好,就是讓別人也好:Draft Land 創辦人 Angus 的調酒對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