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4년에 지어져 양조장으로 쓰이다 수십 년간 방치된 부지가 있었어요. 그것도 타이베이 시내 한복판에요. 예술가와 시민 운동가가 제기한 문제 의식을 시작으로, 대만 정부가 주축이 되어 이 장소를 문화 예술 산업의 중심지로 개발하고자 했죠. 하지만 결과는 실패.
심폐소생할 길 없어 보였던 여기에 구원투수가 나타난 건 2007년의 일이었어요. 출판사를 운영하던 왕롱웬 회장이 ‘대만문화창의발전 유한회사’를 세우고 이 곳의 경영권을 인수한 거예요. 이름은 ‘화산1914 문화창의원구’. 17년이 지난 지금, 화산1914는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연 방문객만 300만명 이상. 타이베이 전체 인구가 한 번 이상 방문한 숫자예요. 도대체 화산1914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길래 강력한 집객력을 갖게 된 것일까요? 참고로 화산1914는 책을 출판하듯, 공간을 ‘출판’하면서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어요.
화산1914 문화창의원구 미리보기
• #1. 팝업 명소가 된 옛 양조장 - 지도가 주기적으로 바뀐다
• #2. 발길을 이끄는 편집의 힘 - 공간을 ‘출판’한다
• #3. 창작자와 소비자 사이 - 집객은 곧 응원으로 이어진다
• 문화 창조를 넘어 문화 창조 ‘산업 생태계’를 만든다
1997년, 대만의 ‘골든 보우 극장(Golden Bough Theatre)’의 멤버들이 공연을 하다가 기소를 당한 사건이 있었어요. 심지어 경찰서에 구금되기까지 했죠. 이들은 대만의 땅과 역사를 중심으로 대만만의 오페라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지극히 사회 공헌적인 성격마저 띄고 있는 단원들이었어요. 그런데 어떤 혐의로 기소가 된 것일까요?
문제는 공연을 한 장소에 있었어요. 골든 보우 극장의 단원들이 사전 허가 없이 ‘국유지’에서 공연을 한 거예요. 이 국유지는 대만이 일본의 통치를 받던 1914년부터 양조장으로 쓰이던 공간이었어요. 일본 정부가 주류 독점을 시행하면서 이 양조장도 국유화되었죠. 일제 강점기가 끝난 이후에는 대만 정부가 전매권을 이어 받아 쭉 양조장을 운영했고요.
그런데 1987년에 이 양조장이 타이베이 린커우 지구로 자리를 옮기면서, 건물과 부지가 10년 간 방치됐어요. 골든 보우 극장의 단원들을 포함한 예술가와 시민 운동가 그룹은 이 역사적인 공간을 보존하고 싶었어요. 타이베이에서 오랜 역사를 간직했을 뿐만 아니라 시내 한 가운데에 넓은 부지를 차지하고 있으니 모두를 위한 문화 공간이 되기를 바랐거든요. 그래서 이 곳에서 공연을 펼친 거였죠.
단원들이 구금된 이 사건은 이 공유지가 이후 수십 년간 겪을 부흥과 변혁의 출발점이었어요. 과정이 다소 과격했지만, 변화의 계기가 되었거든요. 1999년에 대만 정부가 이 지역을 ‘화산 예술 문화 구역(華山藝文特區)’으로 지정했고, 2003년에는 ‘창조 문화 공원(創意文化園區)’으로 거듭났어요. 거대한 부지에 있는 양조장 건물과 유휴 공간을 활용해 대만의 문화와 예술을 부흥하려는 시도들이 이어졌죠. 하지만 정부 주도 하에 이 넓은 부지를 활성화하기란 쉽지 않았어요. 속도도 느리고, 구체적인 방향성 설정에도 계속해서 실패했어요.
그러다 2007년, 구원 투수가 등장해요. ‘위안류출판’의 ‘대만문화창의발전 유한회사’가 대만 정부의 문화부로부터 이 산업단지의 경영권을 인수한 거예요. 이후 이 부지는 대만 최초의 문화 창조 산업 단지이자, 지금의 ‘화산1914 문화창조산업단지(華山1914文化創意產業園區, 이하 화산1914)’로 이름을 바꾸며 본격적인 사업화에 착수했죠.
ⓒHuashan1914
ⓒHuashan1914
그렇게 바뀐 지금의 화산1914는 어떤 모습이냐고요? 1년 내내 전시, 공연, 팝업, 플리마켓 등이 이어지며 그야말로 문화 창조 산업의 주력 기지가 되었어요. 2007년부터 2022년까지 15년 동안 22,722건의 행사를 개최했고, 누적으로 3천8만명의 방문객을 유치했어요. 현재는 연간 300만명 정도가 이 곳을 방문하고 있고요. 대만 사람들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도 몰리면서 타이베이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죠.
화산1914는 어떻게 했길래, 수십 년간 갈피를 잡지 못하던 유휴 부지를 ‘대만에서 가장 성공한 문화 창조 산업 단지’로 탈바꿈시킬 수 있었을까요? 문화와 예술, 그리고 산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화산1914의 생생한 현장으로 함께 떠나볼게요.
#1. 팝업 명소가 된 옛 양조장 - 지도가 주기적으로 바뀐다
화산1914는 양조장으로 쓰였던 여러 동의 건물들과 넓은 공원 부지로 구성되어 있어요. 오래된 건물들은 각종 문화, 예술 브랜드들의 매장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전체 매장의 약 1/3이 팝업 매장 또는 전시 공간으로 운영요. 팝업의 특성상 일정 기간에만 문을 열었다 닫으니 화산1914에는 끊임없는 변화가 생겨요.
ⓒ시티호퍼스
그런데 단순히 중구난방으로 팝업을 여는 것이 아니라, 분기마다 ‘테마’에 따라 팝업 신청을 받아요. 2024년을 예로 들어 볼게요. 1~3월의 팝업 주제는 ‘시각 예술’, 4~6월은 ‘그린’, 7~9월은 ‘지역 문화’, 10~12월은 ‘창의적인 라이프스타일’이에요. 해당 기간 동안에는 각 테마에 맞는 이미지 IP, 디자인 제품, 식료품, 공예품 등을 다루는 브랜드들이 팝업을 열 수 있는 자격을 얻죠.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물론 신청한다고 해서 모든 브랜드가 팝업을 열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테마와의 적합성’, ‘브랜드의 철학’, ‘독창성’, ‘디스플레이 및 공간 디자인’의 4가지 기준을 25%씩 반영해 최종 팝업 브랜드를 선정해요. 이런 과정을 통해 브랜드에게 공정한 기회를 만들어 주는 거죠.
2024년 2월 중순 기준, 어떤 팝업들이 진행되었는지 살펴 볼까요? 당시 ‘시각 예술’이 테마였기 때문에 인기 영상 콘텐츠 IP를 오프라인에 펼친 팝업들이 눈에 띄었어요.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오징어 게임>과 <기묘한 이야기>를 테마로 한 팝업이 대표적이에요. 극중 하이라이트가 되는 장면과 인물을 그대로 재현하고, 포토 부스나 게임, 이벤트 등을 운영하고 있었죠.
ⓒHuashan1914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유료 몰입형 체험 전시도 있었는데요. 공포영화 <컨저링> 시리즈와 그 외 외전 영화들을 중심으로 하는 시네마틱 유니버스인 <컨저링 유니버스>를 소재로 한 전시였어요. ‘컨저링 유니버스 투어’라는 이름의 이 몰입형 체험 전시는 <컨저링 유니버스> 중 7편의 공포 영화 속 시공간을 여행하며 영화에 나오는 초자연적 현상까지 직접 경험할 수 있어요. 스크린 너머로만 보던 기이한 공포를 체험하며 타이베이의 무더위를 한 번에 날려주는 오싹함을 느낄 수 있죠.
ⓒ시티호퍼스
한편 국적을 막론하고 사랑 받는 캐릭터들의 팝업이 열리기도 해요. 헬로키티, 스누피, 리락쿠마 등 이름만 들어도 아는 캐릭터들이 팬들을 기다리고 있죠. 산리오의 슈퍼스타, 헬로키티는 ‘미래와 친구가 되세요’라는 제목으로 50주년 전시를 진행 중이었어요. 헬로키티의 탄생, 캐릭터 스토리, 외모 변천사 등을 멀티 미디어를 활용한 6개의 인터랙티브 전시로 만날 수 있는 공간이에요.
ⓒ시티호퍼스
스누피는 아트 라이센싱(Art licensing)으로 원본 아트 피스를 새로운 형태로 재해석하는 ‘아티스토리(ARTiSTORY)’와 협업 전시를 열었어요. 빈센트 반 고흐, 가쓰시카 호쿠사이, 에드워드 뭉크, 클로드 모네 등 고전적인 예술 거장들의 그림에 스누피 캐릭터를 넣어 위트 있는 예술 작품들을 선보였죠. 회화 갤러리, 포토 부스, 맞춤형 레이저 조각 공예 등 다양한 섹션으로 전시를 구성해 참여하는 재미가 있었죠.
ⓒHuashan1914
ⓒ시티호퍼스
“’독창성’은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창작자들이 비전과 능력을 갖도록 장려하려면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만드는 것도 필요합니다.”
- 대만문화창의발전 유한회사 회장 왕롱웬(王榮文), 잉글리쉬 커리어(English Career) 중
화산1914에서 유난히 원천 IP를 활용한 팝업과 전시가 많이 진행되는 이유예요. 왕롱웬 회장은 문화 창조 산업의 핵심이 ‘독창성을 장려하는 것’이라고 믿어요. 텍스트, 만화, 애니메이션, 음악, 영화 등 오리지널 IP를 개발하면 OSMU(One Source Multi Use)의 시작점이 생기는 거니까요. 스누피나 헬로키티 같은 캐릭터가 만화화, 영화화 되고, 전시가 되고, 굿즈가 되는 식으로 하나의 IP가 문화 산업의 영역을 가로지를 때 문화의 산업화가 가능해 지는 거죠.
#2. 발길을 이끄는 편집의 힘 - 공간을 ‘출판’한다
현재의 화산1914를 이끈 장본인인 왕롱웬 회장은 대만문화창의발전 유한회사의 모기업인 위안류출판의 회장이기도 해요. 그는 화산과 위안류출판의 운영이 같은 논리라고 말해요. 화산1914가 일종의 ‘공간 출판’이라고 말하죠.
“화산1914와 출판의 차이점은 출판에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편집자이고, 화산1914에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큐레이터라는 점입니다.”
- 왕롱웬, 500Times 중
편집자가 한 권의 책을 내기 위해 콘텐츠를 기획하고, 편집하듯 화산1914도 공간을 기획하고, 그에 맞는 브랜드들을 큐레이션해요. 화산1914의 이런 관점은 상설 매장에서 잘 드러나요. 음식, 음악, 디자인, 책 등 문화를 구성하는 각 분야에서 독창적인 정체성을 가진 브랜드들에게 자리를 내어줬죠.
현재 화산1914에는 이런 상설 매장이 22개가 있는데, 화산1914가 집객력과 상징성을 가진 만큼 이 매장들은 해당 브랜드의 플래그십 매장처럼 운영하고 있어요. 규모나 큐레이션의 관점에서 해당 브랜드를 대표할 만한 매장이죠.
여기에 하나 더. 화산1914에서는 상설 매장이라고 해서 늘 같은 멈춰 있는 게 아니에요. 상설 매장에서도 연간 1,500건에 가까운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팝업 못지 않은 생동감과 변화로 즐길 거리를 제공해요. 게다가 형태적으로도 팝업이나 숍인숍(Shop in shop)처럼 매번 새롭고 감도 높은 큐레이션을 선보이는 매장들이 많고요.
대만 라이프스타일 산업의 대모, VVG의 그레이스 왕이 디렉팅한 ‘웨이라이시(未来市)’, 라이프스타일 잡지에서 시작해 ‘잡지를 3D화 한다’는 컨셉을 가진 편집숍 ‘샤오르즈(小日子), 타이베이의 츠펑제(赤峰街)를 정평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샤오치(小器)’ 등이 대표적이에요. 간단한 브랜드 설명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죠.
‘웨이라이시’는 아시아의 수준 높은 디자인 브랜드들을 큐레이션한 편집숍이에요. 아시아의 디자인 감각을 선보이는 ‘디자인 IP 플랫폼’을 지향하는 만큼 매장 내부 구성이 독특해요. 숍인숍 형태로 하나의 브랜드에 하나의 작은 흰색 부스를 배정하고, 각 브랜드들이 각 부스를 가장 그 브랜드답게 꾸미죠. 웨이라이시에 입점한 브랜드 라인업이 바뀌기도 하고, 각 브랜드의 제품 라인업이 바뀌기도 하기에 늘 새로운 디자인들이 넘쳐 나요. 팝업 못지 않은 신선한 즐길 거리들이 마련되는 셈이에요.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웨이라이시 바로 맞은편에는 샤오르즈가 있어요. 샤오르즈는 원래 대만 사람들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일상을 다루는 ‘라이프 디자인 잡지’로 시작했어요. 매호마다 ‘저녁 먹으러 집에 가자’, ‘일상에는 음악이 필요해요’, ‘서민 도시락’, ‘사적인 공간에서의 삶’, ‘문구를 활용한 생활 실천 노트’ 등 일상과 관련된 다정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요. 이 잡지는 각 호의 주제 제품, 브랜드들에 대한 얘기를 다루죠. 그리고 각 호에 등장한 제품과 브랜드들을 샤오르즈 매장에서 판매해요. 잡지가 새로 발간될 때마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들도 바뀌는 거예요.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또한 타이베이 츠펑제에 본거지를 둔 샤오치는 일본의 그릇들을 수입해 판매하는 작은 그릇 가게로 시작했어요. 이후 츠펑제를 따라 일본 술을 판매하는 보틀숍 ‘샤오치 우메슈야’, 샤오치가 수입하는 그릇에 일본 가정식을 내어주는 식당 ‘샤오치 쉬탕’, 공예로서의 그릇과 그 아름다움을 전시 및 판매하는 갤러리 ‘샤오치이랑’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죠.
ⓒ시티호퍼스
츠펑제 상권의 터줏대감이자 정갈한 라이프스타일의 표본인 샤오치는 화산1914에서 라이프스타일 편집숍과 식당을 함께 운영하고 있어요. 기본적으로 편집숍이기 때문에 제품 라인업이 자주 업데이트될 뿐만 아니라, 식당 메뉴도 계절에 따라 정기적으로 리뉴얼하죠. 이처럼 상설 매장들도 끊임없는 변화로 매번 방문객들에게 기대감을 심어주고 있어요.
#3. 창작자와 소비자 사이 - 집객은 곧 응원으로 이어진다
화산1914를 방문하는 고객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화산1914의 2022년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방문객의 92%가 ‘만족 이상’의 만족도를 보였고, 재방문 의사가 있는 사람은 98.6%, 1년에 3회 이상 방문하는 사람의 비율도 41.5%나 된다고 해요. 탄탄한 브랜드 큐레이션과 흥미로운 팝업 덕이 커요.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
화산1914는 공간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을 오고 싶게 만들어요. 먼저 널찍하고 탁 트인 공공 녹지가 잘 조성되어 있어요. 공원으로 피크닉을 왔다가 구경을 하다 가기도 하고, 매장을 구경하러 왔다가 공원에서 쉬었다 가기도 해요. 화산1914 부지 자체가 기꺼이 오고 싶은 스팟인 거예요. 자연스럽게 유동 인구가 많죠.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그런데 이 녹지 공간, 휴식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에요. 매주 ‘테마’가 있는 페스티벌과 플리마켓이 열리는 장소예요. 봄 음악 축제, 슬로우 푸드 축제, 핸드메이드 디자인 축제 등 장르도 다양해요. 팝업 매장과 마찬가지로 축제의 테마에 맞게 창작자들을 모집하고요. 이렇게 화산1914는 공예, 디자인, 음악, 요리 등 다양한 분야의 스몰 브랜드들을 위해 소비자들과 만날 수 있는 장소를 기꺼이 마련해요.
ⓒ시티호퍼스
플리 마켓과 축제가 열리는 야외 공간은 거리 예술가들의 무대가 되기도 해요. 그뿐 아니라 화산1914 곳곳의 골목도 무대로 활용되죠. 음악 공연, 1인 정적 공연, 규모가 큰 일반 공연 등 공연 형태에 따라 적합한 스테이지를 배정해 줘요. 화산1914를 채워 주는 이런 거리 예술가 덕분에 볼 거리가 더욱 풍성해져요. 거리의 예술가들이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관객과 호흡할 수 있는 건 물론이고요.
ⓒ시티호퍼스
야외 공간과 더불어 건물 중 일부 또한 아직 빛을 보지 못한 창작가들을 위해 운영하고 있어요. 화산1914에 위치한 영화관, ‘스팟 화산 시네마(Spot Huashan Cinema)’가 대표적이에요. 이 영화관에서는 신작을 상영하지 않아요. 대신 신입 감독들의 데뷔작, 현재는 상영하지 않는 명작, 영화제 당선작 등 대만 영화 씬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영화들을 상영하죠. 게다가 테마별 영화제를 개최하기도 하고, 영화 관련 강연, 전시 등도 열려요. 영화를 감상하는 것을 넘어 영화와 관련한 문화 콘텐츠를 발신하는 거예요.
ⓒ시티호퍼스
비슷한 취지로 개관한 ‘화산 우메이 극장(Huashan Wumei Theatre)’은 댄스 스튜디오, 아치홀 등 공연 예술에 적합한 공간이에요. 대학교 졸업 무대부터 소규모 예술 단체의 연극, 서커스, 댄스 공연까지 다양한 형태의 공연이 진행되죠.
이처럼 화산1914는 문화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집객력을 레버리지해 아직 빛을 보지 못한 예술과 대중 간의 거리를 좁혀요. 화산1914에 놀러 온 사람들에게는 취향에 꼭 맞는 영화나 공연을 발견할 수 있는 소소한 재미를 선사하는 거예요. 화산1914의 이런 노력 덕분에 대만의 문화 예술 산업은 입체적으로, 그리고 풍성하게 성장 중이에요.
문화 창조를 넘어 문화 창조 ‘산업 생태계’를 만든다
“공간은 정적인 반면 화산공원은 역동적이에요.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공간에 다양하고 혁신적인 문화와 창의적 콘텐츠를 접목시키면 방문객이 지속적으로 찾아오게 될 것입니다. 화산1914는 문화 창조 산업화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구축하고 문화 창조 산업을 위한 생태계 시스템을 구축했어요.”
- 왕롱웬, 화산1914 공식 웹사이트 중
화산1914는 대만의 문화 예술 씬을 부흥하면서, 동시에 ‘산업’으로서도 성공시켰어요. 화산1914를 본격적으로 부흥시키기 시작했던 초기에는 몇 년 간 지독한 적자가 이어졌지만, 2015년부터는 흑자로 돌아섰어요. 이후 줄곧 흑자를 기록하며 2022년에는 약 4억 5,310만 대만달러(약 190억원)의 연 매출을 달성했어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국경이 폐쇄되면서 잠시 주춤했던 매출이 2022년부터는 다시 회복세로 접어 들었고요.
이제 화산1914는 문화와 예술을 중심으로 한 명실상부한 ‘산업단지’가 되었어요. 안정적인 매출은 물론, 보이지 않는 부가 가치까지 창출하며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었죠. 왕롱웬 회장은 처음 화산1914의 경영을 맡았을 때 3가지 성공 지표를 설정했다고 해요.
1. 문화적인 스타와 창의적인 인재가 모이는 곳이 될 수 있을까?
2. 방문객에게 감동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문화 관광 명소가 될 수 있을까?
3. 투자자들이 문화적이고 창의적인 인재를 찾을 수 있는 장소가 될 수 있을까?
그가 사업 초기에 설정했던 목표는 모두 이룬 듯 해요. 화산1914는 제작자와 브랜드가 모이고, 소비자가 모이고, 투자자들이 투자 대상을 찾는 장소가 되었으니까요.
동시에 화산1914는 주객이 전도된 상업화를 경계해요. 과거 대만의 문화 관련 정책에서는 경제성이 창의성보다 앞선 경우가 많았어요. 문화 산업화를 위해 처음부터 KPI를 설정하고, 그에 따라 임대료를 책정하는 식으로 결국 자본의 논리에 예술성이 밀려나고는 했죠.
왕롱웬 회장은 이 산업이 생존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문화 창의 콘텐츠, 산업 가치 사슬, 수출 등 전체적인 생태계가 유기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말해요. 화산1914는 창의적인 콘텐츠가 계속 나올 수 있도록 무대와 시장을 마련하는 플랫폼의 역할을 할 거예요. 더 나아가 창의적 예술성을 중심으로 시장에서 유통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대만만의 오리지널 IP를 개발하는 데에 힘쓸 것이고요.
대만의 문화 예술 산업을 이끌어 갈 화산1914이기에, 앞으로도 상업성와 예술성 사이에서 고민을 계속 할 거예요. 문화 창조 산업의 가치를 어떻게 창출할 것인지, 상업적 응용을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상업화가 문화와 예술의 순수성을 파괴할 것인지 등 대만의 문화 창의 산업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을 파고들면서요. 이런 고민들을 하나씩 해결하다보면 산업 생태계가 더 건강해지지 않을까요? 화산1914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이자, 타이베이를 갈 때마다 화산1914를 꼭 들르고 싶은 이유이기도 해요.
Reference
錢欽青, 陳昭妤, 【優人物】從遠流到華山 王榮文 為興趣做事 打造流傳萬世的創意江湖, 500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