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엔숍과 중고 제품 거래 플랫폼은 경쟁 관계일까요?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 관점에서 보면 그럴 수 있어요. 보다 저렴한 제품을 찾으니까요. 하지만 중고 물건을 판매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생각하면 협력 관계일 수도 있어요. 왜냐고요?
우선, 개인들이 배송으로 중고거래할 때는 포장재가 필요해요. 퀄리티는 중요하지 않고 가격이 싼 게 더 중요하죠. 그래서 100엔숍에서 포장재를 판다면 상호보완이 될 수 있어요. 또한 중고 물건을 팔았다면 새 제품으로 빈자리를 채우고 싶어져요. 100엔 숍에서라면 중고 물건 팔아 생긴 자투리 돈으로 추가 부담 없이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으니 고객을 공유할 수 있죠.
그래서 100엔숍 ‘다이소’가 일본의 대표적인 중고 제품 거래 플랫폼 '메루카리'와 손을 잡았어요. 매장 내 문구 코너에 메루카리와 함께 개발한 포장재를 진열해두고, 메루카리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사람들이 다이소에서 제품을 포장해 배송까지 할 수 있는 메루카리 포스트를 설치한 거예요.
그런데 제품을 팔고 쇼핑을 하려고 보면 이 매장엔 특이한 점이 하나 더 있어요. 옆에 붙어 있는 2개의 300엔 숍을 하나의 매장처럼 넘나들면서 쇼핑을 할 수 있죠. 어떻게 된 일일까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 일본 유통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격 전쟁의 양상을 살펴 볼게요.
다이소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 미리보기
• 100엔 숍이 런칭한 무인양품의 대항마 - 스탠다드 프로덕츠
• ‘어른의 귀여움’을 타깃한 300엔 숍 - 쓰리피
• 100엔 숍의 틀을 깬 100엔 숍 - 다이소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
• 무인양품이 500엔 숍을 런칭한 이유
유통업계에서 가격 전쟁이 시작됐어요. 물론 경쟁사끼리야 오래전부터 그래왔어요. 하지만 최근의 양상은 달라졌어요. 업태 간에도 가격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거예요. 보통의 경우 슈퍼마켓이나 대형 마트는 대체로 더 다양한 상품을,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요. 반면 편의점은 어디에나 있고 24시간 문을 여는 대신 품목이 적고 상대적으로 더 비싼 가격에 팔죠. 이처럼 업태 간에는 보이지 않는 경계가 있었는데, 슬쩍 선넘기가 진행되고 있어요.
특히 편의점의 시도가 두드러져요. 편의점 강국, 일본의 사례를 들어 볼게요. 일본 편의점 시장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는 ‘세븐일레븐’은 원래 ‘세븐 프리미엄’이라는 PB 브랜드를 운영해 왔어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가격보다는 품질에 더 집중한 브랜드예요. 각 분야의 유명 브랜드와 협업하여 고품질의 제품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죠.
ⓒItoyokado
그러던 세븐일레븐이 2021년, 새로운 PB 브랜드인 ‘세븐 더 프라이스’를 런칭했어요. 세븐 더 프라이스는 저가형 PB 브랜드로, 기존의 세븐 프리미엄 중 일부를 세븐 더 프라이스로 교체하기도 했어요. 세븐 더 프라이스는 디자인과 색상을 줄이고, 물류와 생산 효율을 높이고, 상품을 최대한 단순화해 가격을 낮췄어요.
ⓒItoyokado
ⓒItoyokado
세븐일레븐뿐만이 아니에요. 비슷한 시기, 업계 2위인 ‘패밀리마트’도 중구난방으로 런칭했던 여러 개의 PB 브랜드를 ‘패미마루(Famimaru)’로 통합하고 리브랜딩했어요. 동시에 ‘도전적 저가 공약’을 내세웠고요. 전국의 패밀리마트에서 패미마루 이름을 단 생필품 10개 품목의 가격을 인하하기도 했어요. 사람들이 ‘편의점에서 사면 비싸다’고 생각하는 생필품의 가격을 대폭 낮춰 기존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시도였어요.
ⓒFamilyMart
일본 편의점 업계 1,2위 브랜드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전략을 구사한 건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는 어려워요. 시장 반응을 민감하게 반영한 전략적 선택이죠. 매장 수를 기준으로 세븐일레븐과 패밀리마트의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전체 시장의 약 70%예요. 그러니 저가형 PB 제품을 개발하는 건 편의점 업계의 흐름이라고 봐도 무방해요.
2021년은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시기예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사람들의 쇼핑 행태가 달라졌어요. 일본 프랜차이즈 협회에 따르면 한 점포에서 일괄 구매하는 ‘원스톱 쇼핑’이 늘어났죠. 집에 있는 기간이 길어져 한 번에 여러 품목을 많이씩 구매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편의성보다는 생필품 품목이 많고 가격이 더 저렴한 쇼핑 장소를 찾게 된 거예요.
이에 편의점에서는 신선식품, 디저트, 냉동식품 등의 생필품을 경쟁력있는 가격에 제공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어요. 그렇지 않으면 슈퍼마켓, 드럭스토어 등 다른 형태의 소매점에 고객을 뺏길 위기에 처했으니까요. 이런 위기 의식을 느낀 편의점들이 재빠르게 대응해 저가형 PB 상품들을 개발한 거고요. 실제로 저가형 PB 브랜드를 런칭하자 그 자체의 수익도 있었지만, 다른 제품들이 함께 판매되어 매출이 전체적으로 증가했어요. 덕분에 편의점 업계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위기 속에서도 자리를 지킬 수 있었죠.
100엔 숍이 런칭한 무인양품의 대항마 - 스탠다드 프로덕츠
그간 흡수하지 못했던 고객층을 맞이하기 위해 변화하는 건 편의점뿐만이 아니예요. 100엔 숍도 마찬가지죠. 일본 100엔 숍 시장을 개척한 ‘다이소(Daiso)’가 대표적이에요. 다이소는 그간 압도적 가성비로 100엔 숍 시장을 이끌어 왔어요. 덕분에 100엔 숍 시장은 성장했지만,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졌고 무엇보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수익성이 한계에 다다랐죠.
그렇다고 명색이 100엔 숍인데 무작정 가격을 올릴 수도 없는 노릇이에요. 제품의 질을 높인다하더라도 ‘저렴한 가격’이 컨셉인 매장에 온 고객에게 설득력을 갖기 힘들죠. 가격대가 높아도 품질이 좋은 제품을 찾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100엔 숍을 방문할리 만무하고요. 고객 기반을 확장해야 하는 건 분명한데 기존 100엔 숍만으로는 힘이 부쳐 보이는 요즘, 다이소는 어떤 변화를 꾀하고 있을까요?
다이소 운영사 다이소산교는 2021년 3월, 시부야에 ‘스탠다드 프로덕츠(standard products)’라는 300엔 숍을 열었어요. 전체 상품의 70% 이상이 300엔(약 3천원)으로 구성되어 있는 매장이죠. 가격보다는 품질에 더 집중한 매장이기 때문에 1천엔(약 1만원)을 넘는 제품들도 있고요.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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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가격대뿐만 아니라 실제로 제품의 종류, 품질, 매장 외관 등 모든 것이 다이소와 달라요. 제품군이나 디스플레이 방식 등이 무인양품을 연상케할 정도로 미니멀하고 정돈되어 있어요. 미리 알고 가지 않으면 다이소에서 런칭한 매장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죠. 그런데 가격을 200엔 정도 높였다고, 전반적인 분위기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 걸까요? 조금 더 들여다보면 단순히 가격 차이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어요.
‘조금 더 좋은 것이 계속 좋다(ちょっといいのが、ずっといい。)’
스탠다드 프로덕츠의 슬로건이에요. 조금 더 비싸지만 그만큼 더 좋고, 더 좋은 만큼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판매한다는 뜻이에요. 지향점이 ‘더 오래’에 있어요. 그렇다면 스탠다드 프로덕츠는 어떻게 조금 더 비싸지만 그만큼 더 좋고, 그래서 더 오래가는 제품들을 만들고 있을까요?
스탠다드 프로덕츠는 주로 일본 전역의 장인, 제조 기술 회사, 또는 브랜드 등과 협업해 제품을 개발해요. 예를 들어 금속 세공술이 발달한 니가타현의 츠바메시의 금속세공단지와 커틀러리를 개발하고, 오사카부 사카이시에 위치한 염색 장인과 일본 전통 방식으로 염색한 무명 수건인 ‘테누구이’ 핸드 타올을 디자인하는 식이에요.
ⓒ시티호퍼스
이렇게 개발한 제품 중에는 스탠다드 프로덕츠의 베스트셀러가 된 것도 있어요. 기후현 세키시의 칼 제조 장인들과 함께 만든 주방 나이프 시리즈예요. 심지어 가격도 1,100엔(약 1만 1천원)으로 300엔 숍의 다른 제품들보다 훨씬 비싼 데도 런칭 직후 품절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어요.
ⓒStandard Products
기후현 세키시는 독일의 졸링겐, 영국의 셰필드와 함께 세계 3대 커틀러리 생산 지역이라고 인정 받아요. 역사도 800년 이상 되었을 정도로 길고요. 그래서 일반적으로 세키시에서 생산된 칼은 한 자루에 수십 만원을 호가해요. 하지만 스탠다드 프로덕츠는 재료의 구성을 단순화하고 칼을 최대한 얇게 디자인해 가격을 낮췄어요. 대신 칼을 뜨거운 온도에서 달군 뒤 빠르게 식히는 열처리 방식을 통해 얇은 칼의 강도를 높였고요. 장인의 기술이 있기에 가능한 시도예요.
스탠다드 프로덕츠는 이렇게 개발한 제품의 품질과 제품 속 기술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도 놓치지 않아요. 협업을 통해 개발한 제품 옆에는 각 제품을 만든 제조사, 장인, 지역 등에 대한 정보를 볼 수 있는 QR코드를 배치해 두거든요. 그리고 이 QR코드는 작은 명함의 형태로 제작되어 무료로 가져갈 수 있도록 했어요.
ⓒ시티호퍼스
‘어른의 귀여움’을 타깃한 300엔 숍 - 쓰리피
스탠다드 프로덕츠는 미니멀한 심미성에 실용적인 라이프스타일 제품들이 주를 이뤄요. 색감도, 형태도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이 특징이에요. 그런데 다이소산교가 운영하는 또 하나의 300엔 숍, ‘쓰리피(Threeppy)’는 스탠다드 프로덕츠와는 완전히 달라요. 쓰리피 역시 다이소 또는 스탠다드 프로덕츠와 같은 회사의 브랜드라고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다른 외연과 구성을 갖추고 있어요.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쓰리피는 300엔 숍의 ‘3(Three)’와 행복하다는 뜻의 ‘Happy’를 합쳐 만든 이름이에요. 쓰리피는 직설적인 이름처럼 300엔의 행복을 구매할 수 있는 매장이에요. 쓰리피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80%가 300엔(약 3천원) 짜리죠. 나머지는 150엔(약 1,500원)부터 1,500엔(1만 5천원)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들이고요. 게다가 판매하는 2,400여 가지 제품 중 90% 이상이 오리지널 제품으로 쓰리피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어요.
‘어른들을 위한 귀엽고 잡다한 물건을 파는 곳’
쓰리피의 컨셉이에요. 2018년 3월에 런칭한 쓰리피는 2022년에 현재의 모습으로 리브랜딩하면서 브랜드의 전반적인 컨셉을 재정비했어요. 같은 귀여움이라도 ‘20~30대 여자 어른의 귀여움’이라는 더 세분화된 컨셉하에 식기, 액세서리, 패션 아이템 등을 위주로 제품을 개발했죠.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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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피는 주요 컬러와 톤을 설정하고 전체 제품에 시각적 통일성을 부여했어요. 20~30대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파스텔톤의 회색, 분홍색, 민트 이 3가지 컬러를 주로 사용해요. 컵, 쿠션, 운동기구, 액세서리 등 카테고리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제품을 이 3가지 색상으로 출시하면서 쓰리피만의 세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어요.
ⓒ시티호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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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쓰리피의 브랜드 컬러와 판매하는 제품은 또 언제 바뀔지 몰라요. 쓰리피의 정책 방향이 지루함을 경계하면서 동시에 다양한 고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트렌디한 제품을 개발하는 거니까요. 브랜드에 고객을 맞추는 게 아니라 고객에 브랜드를 맞춰 나가는 거라 볼 수 있죠. 팬데믹 기간 동안 홈 트레이닝 기구, 홈케어 디바이스 등 집에서 사용하는 제품들이 잘 판매되었지만, 앞으로는 액세서리나 여행 제품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해요. 이에 따라 쓰리피는 변화하는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할 것이고요.
100엔 숍의 틀을 깬 100엔 숍 - 다이소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
스탠다드 프로덕츠, 쓰리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저렴함이 무기였던 다이소는 저렴함 외에 다른 무기를 갖기 위해 저변을 확대해 왔어요. 그런데 전방위적으로 고객 기반을 넓히기 위한 다이소의 노력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 있어요. 2022년 4월, ‘다이소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가 ‘마로니에 게이트 긴자(Marronnier Gate Ginza)’ 6층에 문을 열었거든요. 이 곳에는 다이소, 스탠다드 프로덕츠, 쓰리피 3개 매장이 한 자리에 모여 있어요.
ⓒ시티호퍼스
이 매장에서는 마치 100엔 숍의 울타리를 넘어서겠다는 듯, 3개 매장에서 쇼핑한 제품들을 한 번에 결제할 수 있어요. 그야말로 어떤 니즈를 가졌든 원스톱 쇼핑이 가능해진 것이죠. 3개 매장에서의 쇼핑 경험을 통합해 매끄럽게 디자인한 데에는 이유가 있어요. 사람마다 각기 다른 니즈를 갖고 있기도 하지만, 한 사람이 여러 가지 니즈를 갖고 있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사무실에서는 100엔짜리 저렴한 펜을 사용해도, 집에서 자기만의 일기를 쓸 때는 몇 천 엔짜리 좋은 펜을 쓰기도 하는 것처럼요.
다이소는 스탠다드 프로덕츠, 쓰리피를 통해 위화감없이 한 자리에서 취급할 수 있는 가격대를 상방으로 확장했어요. 덕분에 고객 기반이 흔들릴 걱정 없이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할 수 있게 되었고요. 다이소는 긴자의 다이소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를 시작으로 3개 매장이 결합된 형태의 플래그십을 계속 확장할 계획이에요. 이미 도쿄 이케부쿠로에는 긴자 매장보다 더 큰 규모의 매장이 들어섰고요.
한편 글로벌 플래그십 매장 안 다이소에서도 새로운 모습이 보여요.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메루카리 포스트(Mercari Post)’예요. 메루카리는 일본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이에요. 월 2천만명 이상의 액티브 유저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예요. 다이소는 메루카리와의 제휴를 통해 메루카리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사람들이 다이소에서 제품을 포장해 배송까지 할 수 있는 메루카리 포스트를 설치했어요. 메루카리 포스트를 통해 잠재 고객이 매장을 방문하도록 유도한 거예요.
심지어 매장 내 문구 코너에는 메루카리와 함께 개발한 비닐 봉투, 배송 봉투, 배송 상자 등 다양한 포장재가 준비되어 있어요. 개인들이 중고거래할 때 이런 포장재를 구매해야 하는데, 한 자리에서 배송까지 한 번에 해결되니 메루카리에서 거래하는 개인 고객이라면 다이소 글로벌 플래그십 매장을 찾을 만한 거예요.
다이소와 메루카리가 함께 개발한 상자예요. ⓒDaiso
메루카리 거래를 하려고 이 곳을 찾았다가, 다이소, 스탠다드 프로덕츠, 쓰리피 중 한 곳에서는 필요한 제품을 구매할 확률이 매우 높아요. 집에 있던 중고 물건을 팔았다면, 새 제품으로 그 자리를 채우고 싶어할 테니까요. 여기에다가 각기 다른 제품군과 가격대로 무장한 3개 매장이 한 곳에 모여 있기 때문에 웬만한 니즈는 해결이 가능하죠. 고객을 매장에 오게만 만들면 높은 가능성으로 추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구조이기에 메루카리와의 제휴는 설득력을 가지는 전략이에요.
또한 다른 매장에서는 찾아 보기 힘들었던 지속가능성을 위한 노력도 하고 있어요. 널찍한 친환경 제품 코너는 기본, 매장에서 사용하는 쇼핑 바구니도 100% 재활용 재료로 만들었어요. 다이소는 앞으로도 ‘동전 하나로 시작하는 환경 보호’라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지속가능성을 실천해 나갈 예정이에요.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 친환경을 위한 다이소의 작은 노력들 또한 다이소로 사람들이 모이게 만드는 힘이 될 거예요.
무인양품이 500엔 숍을 런칭한 이유
더 넓은 고객 기반이 필요했던 건 저렴함을 내세우던 다이소뿐만이 아니에요. 디자인, 품질, 브랜딩으로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에 한 획을 그었던 무인양품도 마찬가지였어요. 무인양품은 고품질 제품을 만들지만 다른 브랜드의 유사한 제품보다 비싼 편이에요. 소비자들도 그렇게 인식하고 있고요.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 이후 엔화 약세로 원자재 가격과 물가는 상승하는 데 반해 임금은 그대로인 상황이 펼쳐졌죠. 이런 인플레이션 속에 사람들은 더 저렴한 제품을 찾기 시작했고, 무인양품도 이 변화에 대응할 필요를 느꼈어요. 2020년에는 7%, 2021년에는 3% 매출 성장을 기록하며 성장세에 타격을 받았으니까요.
그래서 무인양품은 2021년 9월, 중장기적으로 생활필수품을 최대한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할 것이라 발표한 바 있어요. 소재 선별, 공정 간소화, 포장 간소화 등을 통해 제품을 개발할 것이라고 덧붙였고요.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필요를 실행으로 옮기기 시작한 거예요.
그 노력의 일환으로 2022년 9월, 도쿄 미타카역에 ‘무지 500’ 1호점의 문을 열었어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곳은 500엔(약 5천원) 숍이에요. 판매하는 제품의 약 70%가 500엔 이하의 생활용품이에요. 청소용품, 주방용품, 세면 도구, 스킨 케어 제품, 문구류, 레토르트 식품 등 생활에 기본이 되는 제품 약 3,000가지를 판매해요. 그런데 기존의 무지 매장에서 더 낮은 가격대의 제품을 판매해도 될 텐데, 왜 굳이 별도의 서브 브랜드를 런칭했을까요? 몇 가지 이유가 있어요.
ⓒMUJI
먼저 가격. 이미 무지는 ‘비싸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매장 방문의 문턱이 있어요. 저렴한 제품을 판매한다고 해도 고객이 방문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죠. 그래서 무지 500으로 가격을 전면에 내세우고 문턱을 낮춰 부담없이 들를 수 있도록 한 거예요.
또 하나는 접근성. 무지 500은 일반 무인양품 매장보다 매장 면적을 줄여 컴팩트하게 운영해요. 매장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니 역세권 주거지역, 도심 등 고객이 일상적으로 쉽게 방문할 수 있는 지역에 매장을 열기에도 유리해요. 2023년 2월 기준, 벌써 일본 전역에 26개 매장을 열었어요. 빠른 속도로 매장을 확장하며 사세를 넓히는 중이에요.
마지막으로는 브랜딩. 무지 500에서도 여전히 양질의 제품을 판매하지만, 같은 기능을 가진 제품이라면 기존의 무인양품 매장에서 판매하던 제품 대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기존 제품보다 품질이 떨어지고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무인양품 매장에서 판매한다면 브랜드 이미지가 타격을 받을 여지가 있어요. 별도의 브랜드라면 ‘무인양품에서 나온 더 합리적 가격대의 브랜드’라고 인지하겠지만요.
무인양품은 무지 500을 통해 100엔 숍이나 드럭 스토어와의 전면전에 뛰어든 것이나 다름없어요. 무지 500의 기획 배경을 이야기하는 인터뷰에서 다이소 이름이 직접적으로 언급되기도 했고요. 다이소는 상방으로, 무인양품은 하방으로 고객 저변을 확대하며 점차 같은 시장에 진입하고 있어요. 경쟁할 일이 없을 것 같았던 두 브랜드의 경쟁 구도에서, 한계를 극복하고 고객 기반을 확장하는 묘를 배워 보는 건 어떨까요.
Reference
• 酒井 大輔, スーパー、コンビニ溶ける境界 ファミマがNB商品を値下げ, Nikkei Busin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