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살의 소녀 리 웨이첸은 생계를 위해 야시장에서 당근이 들어간 김치를 팔았어요. 그런데 김치를 만드는 과정에 딜레마가 있었어요. 김치를 만들려면 많은 양의 고추기름이 필요한데, 제품을 싸게 구입하자니 화학 첨가제가 들어있는 등 품질이 너무 낮았고, 좋은 제품을 사자니 가격이 확 올라갔던 거예요. 결국 직접 고추기름을 만들기로 했어요.
하지만 얼마 안 가 두 번째 난관에 부딪혔어요. 기름을 뽑고 버려지는 고추가 너무 많았던 거죠. 버려지는 고추가 아까웠던 리 웨이첸은 고추에 대해 공부했어요. 고추의 캡사이신은 항산화 작용과 면역력 증진, 피로 회복과 다이어트에 도움이 됐어요. 매운 맛을 고통으로 인식한 혀가 뇌의 신경세포를 자극해 엔돌핀 분비를 활발하게 하면서 스트레스 완화에도 효과가 있었고요. 고추가 영양적으로 뛰어나다는 걸 알게 된 리 웨이첸은 2년의 연구 끝에 2004년에 고추 과자 개발에 성공했어요. 그러고는 ‘두자’라는 브랜드를 런칭했죠.
이처럼 두자는 자투리에서 시작했어요. 하지만 참신하면서도 매콤한 시도들을 이어가며 고추를 음식의 조연에서 주연으로 끌어올려 놓았죠. 두자는 어떻게 고추 하나로 키치한 브랜드를 만들었을까요?
두자 미리보기
• 카피캣을 따돌린 고추 과자집의 캐릭터
• 고추를 일상에 밀어넣는 키치한 방법
• 고추계의 에르메스 ‘스파이시 오일’을 만든 이유
• 고추의 가능성을 끌어올리는 매운 진정성
고추 소비 트렌드에 대한 재밌는 보고서가 나왔어요. 테이스트와이즈(Tastewise)가 2023년에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고추에 대한 소셜 대화량이 지난 1년간 0.98% 감소했다는 내용이에요. 감소폭이 크지 않으니 큰 의미가 없는 수치일 수 있어요. 하지만 영역을 나눠보면 흥미로운 포인트가 보여요.
고추는 다양한 음식에 들어가는데요. 고추 사용량이 가장 많은 식단이 라면도, 패스트푸드도, 일반식도 아니라 비건 채식이었죠. 소비자 니즈가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영역은 스낵 부문으로 나타났고요. 우리가 흔히 아는 매운 고추가 들어간 음식보다 비건 채식, 고추 스낵이 새로운 음식 트렌드로 올라섰다는 거예요.
고추에 대한 이러한 니즈를 일찍부터 알아본 브랜드가 있었어요. 2010년 시작된 대만의 고추 스낵 브랜드 ‘두자 크리스피 크리스피 페퍼(DoGa香酥脆椒)’예요.
ⓒDoGa
이름을 직역하면 ‘두자 바삭바삭한 고추’예요. 고추를 튀겨서 손으로 집어먹는 안주처럼 만든 건데, 마트에서 파는 안주용 견과류를 생각하면 오산이에요. 두자는 고추를 조미료로만 사용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고추를 요리의 주연으로 격상시켰거든요.
예를 들면 국수와 피자에 고추가 들어가는 것처럼 고추로 차나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고추에 다양한 시즈닝을 조합해요. 고추의 맵기를 고객들의 입맛에 따라 조절하면서, 고추를 일상생활에 함께하는 동반자로 올려놓기도 하죠. 그래서 이 브랜드에게 고추는 맵고 자극적이기만 한 식재료가 아니에요. 요리의 질을 판가름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이자 그 자체로 맛있는 음식이 돼요.
오로지 고추만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는데 한 해 매출은 1억위안(약 45억원)을 기록할 정도예요. 개성 강한 오프라인 매장을 잇달아 내며 2030세대와 연결고리를 구축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콘텐츠 기업으로까지 한걸음 내딛었어요. 전통적이고 향토적이기까지 한 고추로 이렇게까지 할 수 있나 싶은데, 정말 ‘이렇게까지’ 트렌디한 일을 하나하나 벌리고 있는 독특한 식료품점. 대만을 빨갛게 물들이고 있는 두자의 세계로 들어가 볼게요.
카피캣을 따돌린 고추 과자집의 캐릭터
15살의 소녀 리 웨이첸은 생계를 위해 야시장에서 당근이 들어간 김치를 팔았어요. 그런데 김치를 만드는 과정에 딜레마가 있었어요. 김치를 만들려면 많은 양의 고추기름이 필요한데, 제품을 싸게 구입하자니 화학 첨가제가 들어있는 등 품질이 너무 낮았고, 좋은 제품을 사자니 가격이 확 올라갔던 거예요. 결국 직접 고추기름을 만들기로 했어요.
하지만 얼마 안 가 두 번째 난관에 부딪혔어요. 기름을 뽑고 버려지는 고추가 너무 많았던 거죠. 버려지는 고추가 아까웠던 리 웨이첸은 고추에 대해 공부했어요. 고추의 캡사이신은 항산화 작용과 면역력 증진, 피로 회복과 다이어트에 도움이 됐어요. 매운 맛을 고통으로 인식한 혀가 뇌의 신경세포를 자극해 엔돌핀 분비를 활발하게 하면서 스트레스 완화에도 효과가 있었죠. 고추가 영양적으로 뛰어나다는 걸 알게 된 리 웨이첸은 2년의 연구 끝에 2004년에 고추 과자 개발에 성공했어요.
ⓒDoGa
처음엔 김치의 곁가지 상품으로 지인들에게 판매했지만 점점 입소문이 났어요. 2010년에는 온라인 공동구매 플랫폼에 고추 과자를 올리게 됐죠. 1분당 1박스씩 팔려나갔어요. 빠른 시간 내에 100만 박스가 모두 품절됐어요. 매출이 김치를 넘어서자 리 웨이첸은 사업의 방향성을 고추 과자로 완전히 돌리기로 결정해요.
그즈음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데요, 고추 과자가 유명해지면서 카피캣이 등장하기 시작한 거예요. 심지어는 직원들이 생산 공정의 노하우를 베껴 사업을 하는 경우도 발생했죠. 리 웨이첸에게는 고추 과자의 생산 노하우를 넘어 더 확실한 무기가 필요했어요. 두자가 고추 과자의 원조임을 알게 해줄 ‘브랜딩’이었어요. 2013년, 그렇게 두자의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기로 했죠.
입점 기획을 짜고 있을 때 마케팅 담당자가 이런 조언을 건넸어요. “테마가 있으면 더 화제성이 있을 거예요.” 그 말을 듣고 매장이 들어서기로 한 타이난 안핑의 부지를 둘러보자 곧장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안핑은 과거 네덜란드의 지배를 받은 지역이었고, 매장 위치는 타이난 운하의 바로 옆이었죠. 어떤 테마를 가져가야 할지 너무도 명확했어요.
타이난 안핑 플래그십 스토어 ⓒDoGa
매장의 위치는 운하 옆에 자리한 네덜란드 풍의 통나무 집이었어요. 처음엔 테마파크나 모텔로 착각해 드나드는 고객이 많았고 그러다보니 두자 플래그십 스토어는 차츰 인기를 얻었어요. 블로그 후기와 미디어 인터뷰가 쇄도하며 두자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안핑에 성공적으로 안착했어요.
이 건물은 네덜란드 풍 외관 외에도 시선을 사로잡는 게 하나 더 있었어요. 바로 토끼 캐릭터였죠. 맨 처음 팔았던 당근 김치에 착안해 당근을 좋아하는 토끼를 브랜드의 마스코트로 선정했던 거예요. 두자의 토끼는 당근 대신 고추를 좋아한다는 설정이었어요. 고추를 먹고 나면 귀가 타오르는 불꽃으로 변하고, 양손에는 고추 쌍절곤이 들려 있었어요. 순박하고 귀여운 토끼가 아닌 열정적이고 용맹한 토끼. 매운 고추를 닮은 강렬한 복서 토끼였어요.
ⓒDoGa
외부 벤치, 매장 내부에 크게 자리 잡은 토끼는 손님들에게 포토 스팟이 되어줬어요. 마스코트 역할을 톡톡히 해내던 이 복서 토끼는 2022년에 두자가 리브랜딩하면서 2세대 토끼로 진화하게 돼요. 두자의 주 타깃층은 매운 고추를 잘 먹지 못하는 아이들이 아닌 어른들인데, 너무 만화스러운 1세대 복서 토끼는 아이들에게만 인기가 좋았죠. 주 소비층과 브랜드의 마스코트가 일치하지 않았던 거예요.
ⓒDoGa
로고도 기존의 만화 같은 이미지에서 더 성숙한 느낌으로 리브랜딩됐어요. ⓒDoGa
새롭게 바뀐 토끼는 남녀노소가 좋아할 만한 귀여운 캐릭터로 변모했어요. 두자는 앞으로 이 캐릭터를 기반으로 확장된 스토리와 브랜드 콘텐츠를 개발해나갈 계획이에요. 고추 브랜드의 다음 도전 과제가 자체 캐릭터의 IP 확장이라니, 이들이 만들어나갈 콘텐츠가 대만 식품업계에 어떤 영향력을 미칠지 지켜볼 만 해요.
고추를 일상에 밀어넣는 키치한 방법
ⓒDoGa
새롭게 바뀐 건 토끼만이 아니었어요. 토끼 옆에 동물 패밀리가 생겼죠. 오리지널 고추 과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맛을 개발한 두자가 각 상품마다 동물 캐릭터로 마스코트를 만든 거예요. 할라피뇨, 자두, 사천 고추, 쿠민, 태국식 사워 앤 스파이시, 크림치즈, 와사비, 레몬 솔트 앤 페퍼 등 총 8종의 시즈닝이에요. 물론 모든 메뉴에는 고추가 조금씩 들어가 있고요.
고추 과자 제조 과정 ⓒDoGa
그렇다면 이러한 두자의 과자들은 어떻게 제조되고 있을까요? 먼저 두자는 추적이 가능한 농가와 계약을 맺고 394개의 무농약, 12개의 안심 식품 테스트를 거친 유기농 고추만을 사용하고 있어요. 화학물을 일절 첨가하지 않죠. 신선하고 건강한 고추가 공장에 도착하면 대형 기계로 갈거나 부수는 대신, 사람의 손을 이용해 직접 고추의 양 끝을 자르는 작업을 거쳐요. 고추씨를 95% 가량 제거하고, 그 안을 흰 참깨로 채운 뒤 볶으면 고추 과자가 완성돼요.
ⓒDoGa
그다음은 포장이에요. 두자는 포장재를 통해서도 고추 과자의 신선도를 보존해요. 방부제 대신에 건조제와 탈산소제 패킷을 넣어 습기와 공기를 최소화하죠. 식품의 부패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거예요. 마지막으로 제품은 습기와 공기, 빛과 열 차단까지 뛰어난 알루미늄 지퍼백 안으로 쏙 들어가 밀봉돼요. 이 알루미늄 지퍼백을 사용한 뒤, 두자의 고추 과자 보관 기간은 3개월에서 12개월로 늘어났어요. 대량 판매에도 유리해져 일거양득의 사업적 효과를 누리게 됐어요.
고추의 맛과 영양분을 살린 제조, 부패를 막는 포장재로 두자의 제품은 iTQi, 몽드 셀렉션, DLG 등 국제 식품 대회에서 수많은 상을 차지했어요. iTQi는 뛰어난 미각을 제공하는 식품에 부여하는 상이고, 몽드 셀렉션은 ‘식품업계의 노벨상’이라 불릴 만큼 소비자의 삶에 진정성 있게 녹아든 브랜드, 품질이 우수한 제품에 수여하는 상이에요.
ⓒDoGa
두자의 고추 과자를 사용한 아이스크림 ⓒDoGa
또한 두자는 맛을 설명하는 방식도 특별해요. 유명 블로거 누구가 추천한다는 문구가 디자인도 되지 않은 진지한 문체로 상세 설명에 써 있어, 얼핏 고추 과자의 효능처럼 보이고요. 일상에서 스낵을 즐길 수 있는 상황을 시각화로 보여주기도 해요. 맥주, 국수, 아이스크림, 피자와 함께 먹을 수도 있고 소셜 활동을 하거나 친구들과 놀 때, 빈지 워칭을 할 때, 피크닉과 드라이브, 축구 관람 시에도, 아니면 그냥 ‘쿨해 보이고 싶은 순간’에도 고추 과자를 즐길 수 있다고 추천하죠.
그뿐 아니라 두자는 사람들의 다양한 식습관을 반영해 과자를 분류하기도 해요. 비건, 오신채(사찰에서 금지하는 5가지 매운 나물) 비건, 락토 비건(유제품까지는 먹는 베지테리안), 육식, 견과류를 안 먹는 경우 등을 따로 표시하면서요. 이렇게 20가지가 넘는 상황과 채식 유형에 따른 제품을 제공해주니,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과 겹치는 부분을 만날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이런 것이야말로 소비자의 마음을 두드리는 진짜 비결이 돼요. 사람의 손을 거친 제조 과정, 우수한 식품 보존 능력, 수상 이력은 브랜드에게는 자랑스런 아웃풋이지만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건 아니거든요. 그러나 오늘도 마주했고 내일도 반복될 나의 일상에 고추 과자의 쓰임을 캐릭터와 함께 밀어넣어준다면 이야기가 달라져요. 두자는 확실히 소비자에게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는 방법을 알고 있어요.
고추계의 에르메스 ‘스파이시 오일’을 만든 이유
소비자를 유혹하는 법을 아는 두자는 2022년에 리브랜딩을 하면서 타이베이 ‘디화제(Dihua street)’에 새로운 매장을 냈어요. 그리고 독특한 매장 공간을 구성하면서 20, 30대의 젊은 소비자를 공략하고 나섰죠. 이름하여 반반 인테리어. 절반은 대만의 고풍스런 옛 은행을 모티브로 하면서, 나머지 절반은 메탈 톤의 펑키한 분위기를 연출했어요.
타이베이 디화점 ⓒ시티호퍼스
ⓒDoGa
매장이 들어선 타이베이 디화제는 대만에서 가장 큰 규모와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 재래시장이에요. 100년이 넘은 상점이 많고 중국식, 일본식, 유럽의 바로크 건물이 혼재해요. 우리나라 종로처럼 약재, 차, 전통 과자, 도기류 등의 옛 물건도 가득하죠. 그런데 요즘 이 오래된 거리의 건물들에 모던한 상점들이 들어오면서 새로운 에너지를 발산하기 시작했어요. 하나의 공간에 오래된 삶과 새로운 삶을 모두 담은 두자 디화점은 이런 도시의 정체성을 닮은 매장이에요.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디화점에서 두자는 새로운 맛을 런칭했어요. 고추의 매운 맛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고추가 아닌 완두콩, 마라, 와사비, 새우칩, 먹물 오징어칩 등의 과자를 개발했죠. 굿즈도 제작했어요. 재활용 종이백, 티셔츠, 스티커, 엽서, 마스킹 테이프 같은 일반적이고 가성비 좋은 굿즈들이 많은데 그중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있어요. 젊은 세대의 대담함과 두려움 없는 마인드를 닮은 스케이트보드예요. 열정적이고 용맹한 토끼 캐릭터와 일맥상통하는 굿즈인 셈이죠.
아마(A-Ma)는 중국 호키엔족 말로 ‘할머니’를 뜻해요. ⓒDujia A-Ma
그런데 매장을 둘러보고 나오면 맞은편에는 ‘두자 아마(Dujia A-Ma)’라는 매장이 보여요. 혹시 눈치채셨나요? 두자 아마는 두자에서 운영하는 매장이지만, 두자의 기존 매장과 발음은 같아도 표기법이 달라요. 사실 ‘Dujia’는 어렸을 때부터 리 웨이첸을 키워준 할머니의 이름이에요. 리 웨이첸은 자신에게 음식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가르쳐준 할머니를 기리기 위해 처음부터 브랜드 명을 할머니 이름의 영어식 표기인 ‘DoGa’로 지었던 거죠. 그렇다면 할머니의 이름을 그대로 따라 지은 두자 아마는 기존 매장과 어떻게 다른 걸까요?
ⓒDujia A-Ma
이곳은 고추의 경험을 무한대로 확장시켜주는 컨셉 스토어예요. 두자를 한층 업그레이드해, 고추를 삶의 저변으로 끌어당기는 매장이죠. 매장에는 5개의 테이블이 있어요. 고추 제품을 소스, 오일, 가루, 차, 음식으로 나눠 각 테이블을 5개 카테고리의 무대로 만든 거예요. 구매 전에 직원의 자세한 설명을 듣고, 향을 맡거나 맛을 시식하며, 함께 넣어 먹을 수 있는 요리를 배워볼 수도 있어요.
왜 이런 매장을 지었냐고요? 단지 할머니에 대한 추억을 담기 위해서만은 아니에요. 리 웨이첸이 고객 설문 조사를 해봤더니 응답자의 70%가 매운 음식을 먹긴 하지만, 그중 40%가 향 수준의 식감만 추구할 뿐 매운맛을 좋아하지는 않았대요. 그리고 대부분의 최대 관심사가 건강이라는 사실까지 파악할 수 있었죠. 매운맛에 집중하는 건 요즘 사람들의 니즈에 맞지 않다고 판단해, 고추의 ‘향’과 ‘얼얼함’에 집중한 컨셉 스토어를 열게 된 거예요.
두자 아마에선 46가지 자체 제품을 판매하고 있어요. 소스 테이블로 가면 각 소스의 특징, 매운 정도, 얼얼한 느낌, 향, 함께 먹으면 좋은 음식 등이 도표에 쓰여 있어요. 오일 테이블에는 오향마늘 고추기름, 아마씨 고추기름 등과 함께 비건, 식물성 오향이 들어간 제품도 따로 표시해뒀죠.
스파이시 오일 ⓒDujia A-Ma
그중에서 스파이시 오일 제품은 특히 시선을 사로잡아요. 향수처럼 작은 병에 담겨져 있는데 이 투명한 유리병은 일본 제조사에 의뢰해 맞춤 제작한 거예요. 네모난 모서리에 손이 닿는 느낌, 잡을 때의 그립감, 기름을 쏟을 때 방울의 형태 등을 신중하게 고려해 만들었죠. ‘시각적 아름다움도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인기 상품인 샤오촨 고추기름도 패키지부터 병 모양까지 와인처럼 만들었고, 일반 매장에서 볼 수 있는 바삭한 고추 과자도 두자 아마에서만큼은 고급스럽게 포장했어요.
샤오촨 고추기름 ⓒDujia A-Ma
두자 아마의 고추 과자 패키지 ⓒDujia A-Ma
두자 아마의 냉국수 패키지 ⓒDujia A-Ma
이 외에 핫브루와 콜드브루로 분류한 스파이시 티, 두자 아마의 소스로 절인 냉동식품과 국수를 선보이는 음식까지. 두자 아마는 도시에 사는 여성 고객을 타깃해 작은 병에 제품을 담기도 했어요. 고추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선사하는 방식과 예쁘고 실용적인 패키지 등 이런 디테일을 통해 빠르게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죠. 1인당 평균 지출액이 1,900위안(약 85,000원) 정도일 만큼요. 기존 매장에서 과자 한 봉지가 250위안(약 11,300원)에 판매되는 것과 비교하면 객단가의 차이가 큰 거죠.
가루 제품 ⓒDujia A-Ma
차 제품 ⓒDujia A-Ma
이처럼 두자는 ‘판매’가 아닌 ‘경험’에 중점을 두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고객 경험을 연계하고 있어요. 온라인에 의존하는 건 이들에게 철 지난 옛 방식이죠. 타이난 안핑의 플래그십 스토어, 타이베이 디화의 새 매장, 그리고 컨셉 스토어 두자 아마는 두자가 원하는 방식대로 가장 빠르게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는 매장들이에요. 두자는 그렇게 고객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물리적 채널을 하나하나 늘려가면서 더 공고하게 브랜딩을 쌓아가고 있어요.
고추의 가능성을 끌어올리는 매운 진정성
2022년에 타이베이 디화점과 함께 타이난 정싱에도 새 매장이 생겼어요. 컨테이너 하우스의 모습을 띠면서 기존 매장의 반반 디스플레이를 그대로 가지고 와 더 힙한 매장이 되었죠. 정싱점에선 더 맛있는 레시피를 개발하는 플레이버 랩도 함께 둬 소비자에게 더 새로운 고추의 참맛을 선사하고 있어요.
타이난 정싱점 ⓒDoGa
각각의 매장에 다른 컨셉을 부여해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두자. 전통적이고 구수한 식재료를 요즘 사람들이 찾는 라이프스타일 상품으로 탈바꿈시킨 두자. 이렇게 보면 새로움에 도전하고 성공시키는 데 도가 튼 것처럼 보이지만, 그 뒤엔 숨은 노력들이 있었어요.
여전히 두자는 대형 연속식 식품 처리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고추 세척과 씨 제거, 흰 참깨 넣기를 사람이 직접 해요. 기계를 사용하면 고추의 여린 살이 손상되고 씨 제거율도 떨어지기 때문이에요. 초반엔 이런 수작업 때문에 고추의 캡사이신이 너무 매워 일을 그만둔 직원도 많았어요.
타이난 산상구 공장 픽업점 ⓒDoGa
또한 두자 아마를 열기까지 1년 반의 시장 조사 기간을 거쳤고, 46개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수백가지가 넘는 레시피를 시도했죠. 고추를 힙하게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은 천재적인 머리와 마케팅 능력이 아니라 본질을 지키겠다는 오기와 진정성 덕분이었어요.
14년째 생일을 맞이한 두자는 이제 연 매출 1억위안(약 45억원)을 넘긴 단단한 브랜드가 됐어요. 비교군에 따라 큰 숫자가 아닐 수도 있지만 오직 고추에 대한 진심만으로 이뤄낸 성과예요. 지금 이 순간에도 타이난 공장의 많은 두자 패밀리는 열심히 땀을 흘리며, 대만 사람들의 삶에 고추를 살며시 밀어넣고 있어요. 고추를 요리의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일상과 함께하는 친구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거예요.
Reference
• Chili pepper consumption trends, analysis and statistics 2023 report, Tastewise
• 「DoGa香酥脆椒」辣椒變零嘴，唰嘴不油膩越吃越上癮, 微笑台灣
• 亞洲首間香料體驗概念店「杜甲A-Ma」坐落大稻埕，不只發揚辣椒文化，也乘載對阿嬤的思念, SILVIA SUN, Vogue Taiw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