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최초’ 타이틀이 수두룩, 츠타야도 한 수 배운 서점의 미래

에스라이트

2023.06.30

서점의 혁신을 쓴 츠타야에게는 귀감이 되어준 ‘선배’가 있었어요. 세계에서 맨 처음으로 서점에 24시간 운영 방식을 도입해 츠타야에게 영감이 되어준 곳, 서점과 갤러리를 함께 개관해 복합문화공간의 초석을 마련한 곳. 대만의 ‘에스라이트’예요. 현재 에스라이트는 영화관, 뮤직홀, 백화점, 호텔까지 운영해요. 에스라이트 이름을 건 와인 샵, 카페, 식자재 마켓, 강연 플랫폼, 영화관도 따로 있죠. 아시아에 40개 이상의 매장을 두고 있고요.


책보다 사업성이 좋은 사업 영역이 생겼으니, ‘책’이라는 칼날은 좀 무뎌진 건 아닌가 싶겠지만 그 반대예요. 에스라이트는 더 크게 성장할수록, 책이라는 본질을 놓지 않아요. 오히려 책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백화점 모델을, 호텔의 모습을, 도시의 미래상을 제시하고 나서죠. 그 결과 에스라이트 서점은 타이베이에서 가장 지적이면서도 친숙한 곳이 되었어요.


책을 중심에 놓은 에스라이트의 실험은 지금까지도 성공을 이어가고 있어요.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에스라이트가 어떻게 책으로 비즈니스를 키워가는지를 살펴 볼까요?


에스라이트 미리보기

 #1. 서점 이름을 전면에 내건 독특한 백화점

 #2. 서점의 형태를 무너뜨린 서점

 #3. 방마다 작은 도서관을 품은 호텔

 #4. 크리에이터의 성장을 돕는 엑시비션과 엑스포

 점점 더 동네로 파고드는 테마 서점




서점은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기도 해요. 뉴욕에는 스트랜드 북스토어, 런던에는 돈트북스, 파리에는 셰익스피어앤컴퍼니, 포르투에는 렐루서점, 도쿄엔 츠타야가 있죠. 타이베이에는 ‘에스라이트(eslite 誠品)’가 있어요. 방대한 서적과 함께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팔고 있다는 점이 츠타야와 비슷하지만 사업 영역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을 거예요. 서점을 넘어 영화관, 뮤직홀, 백화점, 호텔도 운영하고 있거든요. 대만, 홍콩,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 등에 40개 이상의 매장도 운영하고 있어요.


에스라이트는 1989년에 ‘책과 책 밖의 것’을 좁히겠다는 사명으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문을 연 건 서점만이 아니었어요. 서점과 동시에 갤러리의 문도 열었죠. 에스라이트 갤러리는 대만 작가들을 발굴해 전시회를 개최하고, 대만 최초로 세계 최대 미술 시장인 아트 바젤에 초청되기도 했어요. 당시로서는 생소했던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첫발을 내디딘 거예요.



에스라이트 던난점 ⓒ에스라이트


그로부터 10년 후인 1999년, 에스라이트는 24시 서점을 열었어요. 세계 최초였어요. 2020년에는 첫 24시간제를 채택했던 던난점을 폐쇄하고 신이점을 리뉴얼해 ‘완전히 새로운 24시간 서점’을 만들었죠. 여기선 서점뿐만 아니라 20만여 종의 음악 콘텐츠가 있는 에스라이트 뮤직홀까지 24시간 개방해버려요. 또 다시, 세계 최초로요. 그렇게 신이점은 밤에도 잠들지 않는 대만 최대의 종합 쇼핑몰이자, 독서와 삶을 위한 박물관으로 우뚝 섰어요.



신이점 ⓒ에스라이트


그런 에스라이트가 최근에는 지역 주민을 타깃한 소규모 동네 서점을 열였어요. 심지어는 2024년까지 동네 서점을 100개나 오픈하겠다고 발표했어요. 그 유명한 셰익스피어앤컴퍼니조차 개점 이래 처음으로 온라인 구매를 호소할 만큼 ‘서점의 위기’가 불어닥친 시대에 에스라이트의 시계는 거꾸로 흘러만 가는 것 같아요. 성공이 증명된 적 없는, 성공은커녕 본전치기조차 가늠할 수 없는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니까요. 그렇다면 에스라이트는 왜 무모할지도 모르는 시도를 이어가는 걸까요?


“읽는다는 것은 천 번의 삶을 사는 것이고, 여행은 세상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 문장은 서점, 호텔, 홈페이지 등등에서 에스라이트가 강조하는 메시지예요. 창업자 로버트 우는 타인을 밟고 올라서야 살 수 있는 승자독식의 경쟁 체제 속에서, 인간은 오히려 서로 의존해야만 하는 존재라는 걸 깨달았죠. 한 사람 한 사람의 지성이 모일 때 문화, 정치, 경제가 서로 견제하고 균형도 이루며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요.


결국 우리의 삶이 성숙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선 지성의 결정체 중 하나인 책라는 매개체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에스라이트는 사업을 시작하고 확장해 나가면서 서점과 갤러리의 조합, 서점과 음악의 조합, 서점과 호텔의 조합을 과감히 실행하는 등 책을 놓지 않아요. 규모를 키우는 동시에 점점 더 지역 사회로 파고들기도 하고요.



ⓒ에스라이트


그러나 여전히, 에스라이트가 너무 방대해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는 분도 계실 거예요. 그런 분들을 위해 시티호퍼스가 에스라이트를 이해하기에 딱 적합한 곳을 다녀왔어요. 지난 번에 ’낡음을 품은 공간에서, 영감의 씨앗을 싹틔운다‘에서도 소개했던 ‘송산문화창조단지’예요. 면적은 무려 2만평. 1937년에 담배 공장으로 시작해 이제는 온갖 아이디어가 실현되는 크리에이티브 허브로 거듭난 곳이죠.


송산문화창조단지 한가운데에는 에스라이트의 이름을 단 커다란 건물이 두 개나 있어요. 이곳에서 에스라이트의 세계를 자세히 탐방해 볼게요. 그러고 나면 이 거대한 기업의 본질에는 언제나 책이 있어왔다는 사실을 더 오롯이 느낄 수 있을 거예요.



#1. 서점 이름을 전면에 내건 독특한 백화점



에스라이트 스펙트럼 송얀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에스라이트 서점은 단독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에요. ‘에스라이트 스펙트럼 송얀(이하 스펙트럼)’이라는 백화점 안에 있어요. 백화점이라 하면 보통 1층에 명품 브랜드가 있고 꼭대기 층이나 지하로로 가면 먹거리가 나오잖아요? 그런데 이곳은 1층에 들어서자마자 독특한 조형물이 손님들을 반겨요. 그리고 에스라이트의 이름이 붙은 와인 숍과 카페가 정면으로 눈에 들어오죠.



2층 엑스포 ⓒ시티호퍼스


2층으로 올라가면 일반 백화점에서는 보기 어려운 커다란 부스가 있어요. 창의적 시도를 아끼지 않는 대만의 소규모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 ‘에스라이트 엑스포’라는 곳이에요. 에스라이트가 직접 발굴해 키워주는 브랜드를 한데 모아 두었죠. 부스를 벗어나면 유리 공방, DIY 목공방, 주얼리 공방 등에서 사람들이 뚝딱뚝딱 물건을 만드는 광경을 볼 수 있어요. 그리고 3층에 가서야 비로소 서점을 만나게 돼요. 



3층 서점 ⓒ시티호퍼스


창의적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는 송산문화창조단지에 위치하고, 백화점이라는 이름을 달았지만 창작자를 위한 공간을 중심으로 구성하는 등 기존 백화점의 공식을 파괴하며, 지식의 집합소인 서점도 운영하는 등 스펙트럼은 위치부터 입점 브랜드, 층별 테마까지 ‘크리에이티브와 영감의 원천’이라는 정체성을 명확히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어요. 단순히 사업성만 보고 목 좋은 위치를 선정한 게 아니란 소리죠. 그렇다면 이제 스펙트럼을 넘어, 에스라이트 자체를 파헤쳐볼 차례예요. 먼저 에스라이트의 중심인 서점부터 들어가볼게요.



#2. 서점의 형태를 무너뜨린 서점들

송산문화창조단지에 있는 에스라이트 스펙트럼 송얀은 2013년에 생겼어요. 지금이야 에스라이트 서점, 하면 이곳이 대표적인 인기 지점이 되었지만 원조 인기 서점은 따로 있죠. 바로 타이베이 교통의 심장부, MRT 타이베이 메인역점이에요.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서점이 있는 거야 그럴 수 있는데, 이 서점은 형태가 흥미로워요.


에스라이트는 1998년에 메인역의 180평이 넘는 공간에 서점을 열었어요. 이 서점은 에스라이트 그룹이 2012년에 메인역 지하상가의 경영권을 획득하면서 더 큰 인지도를 얻게 됐죠. ‘타이베이 메인역은 곧 에스라이트역’이라는 이미지가 생길 정도로요. 지하상가에 둥지를 튼 에스라이트는 그만큼 친숙하고 대중적인 서점으로 인식되게 돼요. 게다가 지하상가의 특성에 따라 근처에 왓슨즈, 스포츠 레저 브랜드, 팝업 패션 매장, 음식점이 들어서면서 활자 애호가뿐만 아니라 더 다양한 인구의 수요를 충족하게 되고요.



R79 ⓒ에스라이트


2017년에 에스라이트는 이 지하 세계의 서점을 더 기다랗게 확장하면서 한 번 더 업그레이드해요. MRT 라인을 따라 메인역에서 솽리엔역까지 이어지는 270m의 산책로를 에스라이트 책 거리로 만들었어요. 200개의 책장, 6만 권 이상의 책이 빼곡한, 대만에서 가장 긴 서가 에스라이트 R79이 탄생했죠.


R79은 인문, 문학, 비즈니스, 예술, 라이프스타일 등 총 5개의 테마 공간으로 쭉 이어진 공간이에요. 메인역점의 확장판답게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위치적 특성을 고려해, 대만의 현지 문화를 추천하는 책과 대만어 및 아시아 국가들의 언어 학습 공간도 마련해놓았죠.



R79 ⓒ에스라이트



R79의 레코드 샵 ⓒ에스라이트


이 긴 거리를 물론 책으로만 장식한 건 아니에요. 창의적인 대만 수공예품 브랜드의 집합소인 에스라이트 엑스포를 집결시켰거든요. 또 에스라이트 어린이 전용 서점, 에스라이트 스타일 문방구, 에스라이트 뮤직홀도 함께 입점시켰어요. 주변에는 스타벅스, 퍼즐 샵, 신발 및 의류 가게, 전시 공간도 있어 사람들은 그저 길을 걷다가, 재미난 광경에 눈을 빼앗겼다가, 자신도 모르는 새 책의 바다를 거닐게 돼요. 


이제 지상으로 올라와볼게요. 지상엔 스펙트럼 송얀점보다 앞서 독보적인 인기를 끌었던 에스라이트 신이점이 있어요. 2006년에 개장해 지금까지 다녀간 방문객만 2억명. 카페, 서점, 푸드코트, 리빙 패션, 서점 등 전형적인 대형 백화점의 모습을 띠고 있지만 이곳의 재미난 점은 따로 있어요. 매장 내 디스플레이의 중간중간에 서가가 팝업처럼 뿅 나타난다는 것이죠. 그래서 캠핑 섹션을 걷다가도, 화장품이나 향수 섹션을 걷다가도 아담한 면적을 차지하고 들어선 책과 잡지를 만날 수 있어요.



신이점 내부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제대로 된 서점 공간은 3층에 있어요. 17만권의 도서 컬렉션 중 외국어 책은 2만권에 달해요. 해외의 베스트셀러 및 외국의 유명 작품을 찾을 수 있는 독서 트렌드 섹션도 있죠. 신이구라는 지역적 특성과 외국인의 수요를 염두에 두고 기획한 구성이에요.


신이점은 2020년, 던난점에게서 ‘24시 서점’의 바통을 이어받았어요. 20만여 종의 바이닐, 음반, 오디오 장비 등이 있는 뮤직홀까지 24시간 개방하고, 현지 농산물 식재료를 판매하는 ‘에스라이트 플레이버 마르셰’도 24시간 열어놓았죠. 에스라이트 카페는 새벽 1시까지 영업하고요. 에스라이트 신이점은 그렇게 언어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밤에도 환하게 빛나는 서점이자 독서와 삶의 박물관을 구현했어요.



에스라이트는 신이점을 2023년 12월 폐점하고, 송얀점과 통합해 새로운 ‘24시 서점’을 선보이겠다고 발표했어요. ⓒ에스라이트



#3. 방마다 작은 도서관을 품은 호텔

앞서 소개한 송산문화창조단지에 두 개의 커다란 에스라이트 건물이 있다고 했죠? 하나는 백화점인 스펙트럼 송얀, 다른 하나는 에스라이트 호텔이에요. 호텔의 104개 객실에선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게 있는데요. 침대와 발코니, 욕조 같은 기본적인 시설이 아닌 책장이에요.



ⓒ시티호퍼스


서재용 책상 위에는 문구류 세트가 가지런히 놓여 있고, 책장과 입구 서가에는 잡지가 꽂혀 있어요. 잡지는 객실을 빠져나와서도 게스트를 따라다닙니다. 호텔 복도, 앉아서 쉴 수 있는 발코니, 체크인 데스크 앞 등 게스트가 가는 동선마다 계속해 나타나거든요. 하지만 에스라이트 호텔의 진짜 하이라이트는 로비 라운지에 있어요.



ⓒ시티호퍼스


보이시나요? 분명 호텔 로비인데 고급스러운 도서관처럼 보여요. 책을 읽고 업무를 볼 수 있는 좌석도 넉넉하게 준비돼 있어요. 게스트는 호텔에 들어서자마자 이 널따란 라운지를 마주하게 돼요. 체크인 데스크는 코너를 돌아야만 만나볼 수 있고요. 사람들이 먼저 책으로 ‘체크인’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한 거예요. 이곳 역시 24시간 잠들지 않는 도서관인 셈이에요. 참고로 라운지와 붙어 있는 다이닝룸의 이름은 ‘챕터’예요. 덕분에 라운지에서 다이닝룸으로 넘어가는 과정조차 책의 한 페이지를 넘기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죠.



스위트룸 ⓒ에스라이트



ⓒ에스라이트


호텔의 정점은 하나 더 있어요. 바로 스위트룸이에요. 보통의 호텔이라면 스위트룸을 가장 럭셔리하고 특별하게 꾸미겠지만, 에스라이트는 벽 한 면을 책으로 가득 채워 완벽한 서재로 만들었어요. 이곳에서 에스라이트가 엄선한 라이프스타일, 예술, 인문학 등의 책을 읽어볼 수 있어요. 에스라이트 호텔에서도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듯이, 그들이 전개하는 모든 비즈니스의 중심에는 책이 있어요.



#4. 크리에이터의 성장을 돕는 엑시비션과 엑스포

1989년, 에스라이트는 매장을 처음 시작할 때 서점과 함께 갤러리를 개관했어요. 이 갤러리는 쑥쑥 성장해 세계 최대의 미술 시장 아트 바젤에 대만 최초로 초청됐고, 2009년에는 타이베이 시립미술관과 전시회를 공동 주최해 22만명이라는, 대만 역사상 가장 많은 관람자 수를 기록했어요. 그런가 하면 1999년부터 시작한 에스라이트 뮤직홀은 대만의 바이닐 레코드 판매를 250배나 성장시키기도 했죠.



ⓒ에스라이트



ⓒ에스라이트


2013년에 출범한 에스라이트 엑시비션은 한마디로 지식과 미학의 전달자가 되겠다는 선언이었어요. 그러고는 지금까지 3,000개 이상의 강좌를 개설했죠. 함께한 전문가 수는 650명, 유료 수강생 수는 23만명에 달해요. 그뿐 아니라 에스라이트는 전국에 영화관을 3개 보유하고 있고, 5,000회 이상 예술 문화 공연을 개최했어요. 그동안 에스라이트가 주관한 공연의 총 관람객 수는 1억 4,400만명을 넘어가요.


시작부터 문화와 지식의 발판을 마련해온 에스라이트. 대만 시민들의 문화 의식이 이만큼 함양된 데는 에스라이트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어요. 실제로 에스라이트는 대만의 얼굴을 넘어, 대만의 자부심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예요. 그런데 에스라이트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아요. 그동안 축적한 문화와 지식 비즈니스 노하우를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사용하기로 마음 먹죠. 엑스포를 통해서 말이에요.


2013년에 에스라이트는 엑스포 시스템을 가동하고 지금까지 200개 이상의 브랜드와 손을 잡았어요. 작지만 잠재성이 뛰어난 브랜드에게 비즈니스를 다음 단계로 가속화할 기회를 제공하는 거예요. 그런데 여기에는 단계가 존재해요. 에스라이트의 선택을 받았다고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뜻이에요. 브랜드는 자신의 경쟁력을 입증하며, 매번 다음 단계로 레벨업을 해야 해요.


먼저 자격을 갖춘 브랜드는 3개월 동안 스펙트럼 1층에 팝업 부스를 열게 돼요. 그 뒤 2층 엑스포 부스에 팝업 형태로 ‘승격’하죠. 이때부터 에스라이트의 본격적인 지원이 들어가요. 사업자를 교육하고 제조 및 마케팅 자원을 제공하며, 운영 노하우도 공유하거든요. 


이 팝업 부스에서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 브랜드는 엑스포를 졸업해 스스로 사업을 운영하며, 6개월 동안 성공적으로 사업체를 이끌어야 해요. 그 마지막 관문까지 통과했다면 스펙트럼 혹은 에스라이트 매장의 한 섹션을 영구적으로 얻을 수 있죠. 여기서 한발 나아가 또 다른 검증 단계를 거치면, 에스라이트 해외 지점으로 진출할 기회도 얻게 되고요. 즉, 에스라이트는 스몰 브랜드에 투자와 지원을 아낌없이 쏟아붓는 인큐베이터의 역할까지 자처하는 거예요.


그렇게 해서 백화점의 영구 섹션을 차지한 브랜드에게는 검증된 유통 채널이 확보되고, 에스라이트에게는 다른 백화점에선 찾을 수 없는 오리지널리티가 생겨요. 에스라이트가 제시하는 어려운 관문을 모두 통과한 곳이니 구매 경험이 없더라도 일단 ‘믿고 보는 마음’이 생기는 거예요. 문화와 지식을 나누겠다는 사명으로 시작한 엑스포는 어느새 에스라이트에게도 이익이 되어 돌아오고 있어요.



점점 더 동네로 파고드는 테마 서점



에스라이트 미 타임 ⓒ에스라이트


2021년에 에스라이트는 새로운 서점을 시작했어요. 지역 커뮤니티 고객을 타깃해 그들의 수요에 맞는 상품과 도서를 제안하는 커뮤니티 스토어 ‘에스라이트 미 타임’이에요. 1호점의 위치는 타이베이 네이후. 직장인이 많은 지역 특성을 반영해 퇴근길에 구매하기 편한 포장 식품, 도시락 등을 책과 함께 판매하고 있어요.



3호점 ⓒ에스라이트


3호점은 타오위안 린커우로 잡았어요. 특히 병원과 체육공원 등 주거 시설이 밀집한 위치를 선정했어요. 이곳에서 눈길을 끄는 건 부모와 자녀가 함께할 수 있는 넓은 레크리에이션 공간이에요. 동화책과 놀이 교구, 푹신푹신한 소파를 가득 구비해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 놓았죠. 아이들이 미 타임과 함께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향후 어린이 테마 독서 클럽도 열어갈 계획이에요. 그렇다면 에스라이트는 왜 지역 서점을 표방하는 미 타임을 런칭한 걸까요?


“종이책을 읽는 데 필요한 텍스트 소화력과 집중력은 점차 사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될 것입니다.”


로버트 우의 창업 정신을 이어받은 에스라이트 회장 머시 우는 이렇게 말해요. 텍스트 소화력과 집중력. 이 특별한 능력을 보다 많은 사람에게 심어주기 위해, 잠재 수요가 충분하지 않더라도 지역 사회에 오프라인 서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거였죠. 에스라이트가 번화한 도시의 24시 서점과 해외 진출에만 여념하지 않고, 대만의 지역 커뮤니티로 영역을 확장하는 이유였어요. 책이 일상의 자연스러운 풍경이 될수록 사회는 더 균형을 이루며 성장할 수 있을 테니까요.


알고 보니 에스라이트는 그저 크고 대중적이기만 한 복합쇼핑몰이 아니었어요. 책을 중심으로 대만 시민들의 일상을 직조하는 크리에이터에 가까웠죠. 대만 사람들의 자부심을 넘어, 대만 문화의 상징이 된 이들의 다음 발자국은 어디를 향하게 될까요? 새로운 길을 앞서 걷는 에스라이트이기에 짐작하기는 어렵지만 한 가지만은 분명할 거예요. 새로운 걸음의 중심엔 언제나 책이 있을 거란 사실 말이에요.




Reference

 에스라이트 공식 웹사이트

 송산문화창조단지 공식 웹사이트

 Eslite launches longest underground book street, Taipei Times

 誠品下一間 24 小時書店在松菸!看得到天空晨昏雲影、書量擴增三倍等 10 大亮點搶先看, 洪雅筠, Shopping Design

 Eslite bookstore, Hong Kong. Humanities and art: connecting the dots between four cultural hubs, Lampoon Magazine

 대만의 서점산업, 소형화로 활로를 찾다, 박소영,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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