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의 중심에 선 선물의 대명사, 이름표 떼고 반격에 나서다

4℃

2024.08.27



소중한 사람의 생일날, 특별한 하루를 보내고 싶어서 미리 주얼리를 샀어요. 그리고 당일, 기뻐할 모습만을 상상하며 선물을 건넸죠.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요? 선물을 풀어보더니 기뻐하기는커녕 표정이 살짝 굳어지더라고요.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은 걸까요?


일본 온라인 게시판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던 고민 글이에요.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이 지나면 비슷한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죠.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것은 1972년에 첫 선을 보인 일본 주얼리 브랜드 ‘4℃’. 4℃의 제품을 받은 고객들은 선물을 받고도 기뻐하지 않았어요. 심지어 이런 반응을 보인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라 ‘4℃ 논쟁’이라는 이름까지 붙었어요.  


그런데 4℃가 처음부터 이런 존재였던 것은 아니에요. ‘19살 생일에 4℃ 주얼리를 선물받으면 행복해진다’는 유명한 속설까지 있었을 정도니까요. 4℃가 90%가 넘는 인지도를 자랑하게 된 건 ‘선물용 주얼리의 대명사’로 큰 사랑을 받아왔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고객의 이러한 태세 전환을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까요? 4℃를 운영하는 F.C.D 프로덕트는 브랜드의 원점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어요. 그리고 일단 이름을 지웠죠. 그 후 무슨 일이 일어났냐고요?


4℃ 미리보기

 선물 논쟁의 중심에 선 주얼리 브랜드

 #1. 정체를 감춘 주얼리 뷔페와 손가락 피팅룸

 #2. 지구가 디자인 한 보석 한 조각

 #3. 젠더리스 주얼리로 높이는 고객 생애 가치

 #4. 사람만이 아니라 지구에게도 친절한 주얼리

 섭씨 4도의 온도감으로




서프라이즈로 주얼리를 선물해 본 사람들은 알 거예요. 주얼리 선물은 난이도가 상당하다는 것을요. 제품을 구매하면 끝인 것 같지만, 그게 다가 아니에요. 브랜드 이미지는 어떤지, 디자인은 취향에 맞을지, 가격대는 적당한 지 등 신경 써야 할 요소가 한두 개가 아니죠. 주얼리 전문가도 아니고 언제 이걸 다 알아보냐고요? 다행히 일본에서는 이런 고민을 덜 수 있어요. 선물용 주얼리의 대명사인 브랜드 ‘4℃’가 있거든요.  


4℃는 일본 주얼리 업계의 선구자예요. ‘주얼리’라고 하면 고가의 해외 명품 주얼리만 떠올렸던 시절인 1972년에 일본의 젊은 청년 몇몇이 수제 주얼리를 만든 것이 4℃의 시작이죠. 4℃는 상품 자체의 화려함을 강조하기보다 착용한 사람의 매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주얼리를 추구해요. 그래서 어떤 옷과도 코디하기 쉽고, 다른 브랜드의 주얼리와 레이어드하기도 좋죠. 4℃ 특유의 심플한 아름다움은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을 사로잡았어요. 많은 여성들이 자기 자신을 위해 4℃ 제품을 구매했죠. 


그런데 1980년대 말에 들어서며 조금씩 구매 패턴에 변화가 생겼어요. 당시 남성을 중심으로 연인이나 부인에게 주얼리를 선물하는 문화가 퍼졌거든요. 생일 등 기념일은 물론,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남성들이 너도나도 선물용 주얼리를 구매했어요. 일본 주얼리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죠. 이때 까르띠에나 티파니와 같은 해외 명품 주얼리를 구매하기 어려운 젊은 남성들이 선택한 브랜드가 바로 4℃예요. 세련되지만 가격은 적당하고, ‘여성에게 선물하기 좋은 브랜드’로 알려져 실패할 확률도 적었죠.


자연스럽게 4℃의 브랜드 인지도는 일본 정상급 수준이 됐어요. 20대부터 50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성의 브랜드 인지도는 90%, 남성은 50%에 이르렀죠. 그런데 고객에게 ‘지나치게 안전한 선택지’가 된 것이 문제였을까요? 2010년대에 들어서자 공고했던 브랜드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어요. 인터넷과 SNS를 중심으로 4℃에 대한 부정적인 글들이 꾸준히 올라온 거예요. 



선물 논쟁에 중심에 선 주얼리 브랜드


상품이나 품질 문제가 아니었어요. 관건은 브랜드 이미지였죠. 선물한 사람의 의도와는 달리 4℃ 제품을 선물받은 여성들이 그다지 기뻐하지 않았다는 고객 평이 잇따라 올라온 건데요. 설상가상으로 매출 대목인 크리스마스 시즌이 지나자마자 경매 사이트 ‘야후!옥션’과 중고거래 플랫폼 ‘메루카리’에 4℃ 제품들이 대거 등록됐어요. 고객들이 사용하지 않은 새 상품을 팔기 위해서였죠. 인터넷 게시판과 SNS에 이런 현상을 비꼬는 글들이 올라오며 불난 데 기름을 부었어요.


선물용 주얼리로 성장했는데, 선물을 받으면 기분이 상하는 브랜드. 갑작스러운 고객들의 태세 전환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요? 4℃를 운영하는 ‘F.D.C. 프로덕트(F.D.C. Products)’는 우선 주된 원인을 주얼리 선물 시장의 변화에서 찾아냈어요. 예전에는 사람들이 주얼리를 선물할 때 미리 알리지 않고 서프라이즈로 주었다면, 이제는 상대방에게 확실히 취향을 물어보고 선물하는 시대가 된 거죠. 그러니 상대방 의사를 제대로 묻지 않고 ‘이 브랜드 제품이라면 문제없겠지’라며 고른 주얼리는 더 이상 통하지 않았던 거예요. 


4℃ 고유의 젊은 이미지도 한몫했어요. 예전부터 4℃와 관련한 유명한 속설이 하나 있었는데요. ‘열아홉 살 생일에 4℃ 제품을 선물로 받으면 행복해진다’는 것이에요. 4℃ 주얼리가 10대의 마지막을 기념하는 대표적인 선물이 되면서 10대들이 처음 갖는 ‘퍼스트 주얼리’라는 이미지가 강해졌죠. 그럼 기업 입장에서 좋은 것 아니냐고요? 안타깝게도 부작용이 함께 나타났어요. 성인이 된 이후에 4℃ 제품을 선물받으면 ‘연령이나 취향에 맞지 않는 선물을 받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으니까요. 브랜드 강점이 제 발목을 잡은 것이나 다름없었어요.


이와 같은 미스매치 현상 때문에 크리스마스만 되면 온라인에서 ‘4℃ 논쟁’에 불이 붙었는데요. 당사자인 F.D.C. 프로덕트는 이 논쟁을 유심히 살펴보다가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돼요. 조사 결과 인터넷 게시판이나 SNS에 올라온 댓글 중 부정적인 내용은 단 15%뿐이고, 나머지 85%는 긍정적인 의견이었던 거예요. 일종의 현상 왜곡이 있었던 거죠. 


F.D.C. 프로덕트는 이를 보고만 있을 수 없었어요. 소수의 의견이 마치 대세인 것처럼 확대 재생산되고, 각종 미디어가 기사를 내서 부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고착화시켰으니까요.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 문제를 해결하기로 마음 먹었죠.



#1. 정체를 감춘 주얼리 뷔페와 손가락 피팅룸


F.D.C. 프로덕트는 SNS 상에서 만들어진 브랜드 이미지는 SNS에서만 바꿀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문제를 정면돌파하기로 결정했죠. 그래서 야심찬 포부를 가지고 2023년 9월 8일부터 24일까지 하라주쿠 캣스트리트에 기간 한정 팝업 스토어를 오픈했는데요. 이 팝업 스토어를 보면 정면돌파와 거리가 꽤 멀어 보여요. 매장 어느 곳에서도 4℃라는 이름을 찾아볼 수 없거든요. 어떻게 된 일이냐고요? 


©FDCPRODUCTS INC.


팝업 스토어의 이름은 ‘익명 보석점’. 의도적으로 4℃의 이름을 지웠어요. 주얼리 본연의 매력과 제품 퀄리티만으로 승부하기 위해서였죠. 사람들이 제품을 보면 반드시 강점과 가치를 느낄 수 있을 거라고 믿었기에 할 수 있는 시도였어요. 


또, 4℃는 이 공간에서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하나 있었어요. 진짜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주얼리가 아니라 고객이라는 것이었죠. 이것은 4℃가 창업 이래 50년 넘게 지켜온 철학이에요. 주얼리는 고객의 피부 위에서 비로소 완성된다고 생각하는 만큼, 사람들이 익명 보석점에서 자신을 빛내줄 주얼리를 찾길 원했어요. 


그렇다면 고객들이 이곳에서 어떤 체험을 할 수 있는지 살펴볼게요. 누구나 팝업 스토어에 방문할 수 있지만 일부 고객에게 미리 초대장을 전달했는데요. 초대장에는 ‘브랜드명이 아니라 물건을 보고 주얼리를 골라달라’는 익명 보석점의 컨셉이 적혀 있었어요. 맨 마지막 페이지에 있는 가려진 부분을 살짝 긁어보면 안에 4℃의 이름과 ‘우리의 정체를 비밀로 해주세요’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었죠. 고객들이 시작부터 브랜드와 비밀을 공유하면서 체험을 시작하게 된 거예요. 


2층으로 올라가면 ‘전시 에어리어’가 있어요. 이곳에서는 자신에게 꼭 맞는 주얼리를 찾기 위한 진단을 받아볼 수 있어요. 고객들이 얼굴형, 목 길이, 퍼스널 컬러 등 개인별로 진단을 받고 나면 그 내용을 ‘주얼리 진료 기록 카드’에 작성하도록 했죠. 또 딱 맞는 반지 사이즈를 확인할 수 있게 손가락 사이즈 측정기도 함께 비치해 뒀어요.


3층은 ‘피팅 에어리어’예요. 이곳에는 브라이덜 주얼리, 젠더리스 주얼리 등 4℃가 전개하는 8개 카테고리의 주얼리들을 전시해 직접 착용할 수 있게 했어요. 또한 착용한 모습을 모든 각도에서 볼 수 있게 다양한 형태의 거울을 이곳저곳에 배치해 뒀죠. 주얼리 제품은 보는 것과 착용했을 때의 차이가 꽤 커요. 골격, 피부 톤 등 신체적인 특성 때문인데요. 그런데 착용한 모습을 다양한 관점으로 체크할 수 있으니 만족도가 올라갈 수밖에 없었죠. 게다가 인형의 집을 닮은 듯한 포토 부스인 ‘손가락 피팅룸’은 기념사진을 남기거나 SNS에 자랑하기에 최적이었어요.


©匿名宝飾店 by 4℃ Instagram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았던 코너는 ‘주얼리 뷔페’였어요. 뷔페에서 원하는 음식만 접시에 골라 담는 것처럼, 원하는 주얼리를 마음껏 담아 착용해 볼 수 있는 코너였죠. 일반적인 주얼리 매장을 떠올려 보면 이는 꽤 파격적인 시도예요. 보통 매장에서는 마음에 드는 주얼리가 있어도 착용해 보려면 매장 점원에게 요청해야 하니까요. 반면 익명 보석점에서는 주얼리를 전부 쇼케이스 밖에 꺼내두어 고객들이 원하는 스타일을 부담 없이 시도할 수 있었어요. 4℃는 손에 주얼리를 든 사람들의 반짝거리는 눈과 표정을 보며 팝업 스토어의 성공을 예감했죠.  


©FDCPRODUCTS INC.


모든 에어리어를 다 둘러본 고객은 최상층인 4층에 있는 ‘판매 에어리어’에서 제품을 구매했어요. 4℃는 브랜드의 가장 큰 자부심이자 강점을 ‘접객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창업 후 입소문이 빠르게 퍼질 수 있었던 것 또한 매장에서의 친절한 커뮤니케이션과 만족스러운 접객 덕분이었죠. 총 4층으로 구성된 익명 보석점은 4℃의 강점을 마음껏 뽐내는 무대가 됐어요. 


그렇다면 패션 중심지인 하라주쿠에서 기세 좋게 오픈한 익명 보석점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약 2주가 넘는 기간 동안 5,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방문했어요. 팝업 종료를 4일 앞둔 시점에는 익명 보석점의 진짜 주인이 4℃라며 비밀을 공개했는데, 그 후 더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몰려들었죠. 고객들은 편견이라는 렌즈를 빼고 4℃를 있는 그대로 봐 주었어요. 방문자 중 약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99%가 ‘4℃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졌다'라고 답했죠. 


모두 4℃의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였어요. 하지만 이는 단순히 팝업 스토어의 기획이나 마케팅이 만들어낸 우연한 결과가 아니에요. 4℃는 더 이상 ‘선물용 주얼리’에 머무르지 않고 여성에게 인정받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 긴 시간 분투해 왔거든요. 특히 4℃는 ‘신선도 높은 주얼리’를 만드는 데 집중했어요. 음식도 아니고 보석에 신선도가 웬 말이냐고요? 


그동안 4℃가 추구했던 것은 언제 어디서나 착용할 수 있는 심플하고 베이직한 주얼리였어요. 그렇다 보니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것도 스테디셀러 제품이었죠. 하지만 4℃는 전략을 바꿔 시즌마다 시류에 맞는 신상품을 발표하기로 했어요. 여름에는 여름에 맞고, 겨울에는 겨울에 맞는 디자인을 내서 쿨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잡기로 한 거죠. 신상품 발표 주기 또한 1년에 7회에서 8회 정도로 확대했고요. 이는 주얼리 업계에서 흔치 않은, 어려운 일이지만 4℃는 ‘업계의 이단아’가 되기로 했어요. 상품 신선도를 높이면 몇 년에 한번 오던 고객이 1년에 한 번, 반 년에 한 번, 3개월에 한 번 찾아올 테니까요.


그 결과 ‘상품을 보면 반드시 그 장점이 전해질 것’이라던 4℃의 예측은 정확히 들어맞았어요. ‘익명 보석점’을 다룬 인터넷 기사 댓글 창은 고객들의 응원 코멘트는 물론, 브랜드를 둘러싼 다양한 추억 이야기로 가득 찼어요. 특히 ‘익명 보석점’에서 누구보다 큰 힘을 얻은 것은 4℃ 직원들이에요. 브랜드에 대한 애착이 큰 직원들은 고객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보며 다시 한번 기운을 냈죠. 



#2. 지구가 디자인한 보석 한 조각


익명 보석점은 4℃의 브랜드 이미지 전환에 결정적으로 기여했어요. 하지만  F.D.C. 프로덕트는 익명 보석점과 같은 방식은 단 한 번만 쓸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익명 보석점을 출발 삼아 연이어 또 다른 도전을 이어나가기로 했죠. 당장의 매출이나 이익보다는 브랜딩에 집중해 향후 3년 안에 성과를 내는 것이 목표였어요. 


2023년 11월 20일, F.D.C 프로덕트는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며 세상에 출사표를 던졌어요. 그런데 이번 도전도 익명 보석점과 비슷한 구석이 있었어요. 일부러 4℃라는 이름을 넣지 않고 ‘카케라(KAKERA)’라는 브랜드를 만들었거든요. 지금껏 새 브랜드를 론칭할 때 Canal 4℃,  EAU DOUCE 4℃처럼 브랜드명에 ‘4℃’를 넣었던 것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어요. 


카케라는 소재와 제품 컨셉에 있어서도 익명 보석점처럼 ‘주얼리 그 자체를 즐긴다’는 원칙에 충실했어요. 내추럴함이 돋보이는 천연석을 주요 소재로 삼아 광물이 가진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자 했죠. 디자이너들은 직접 천연석을 고르고 디자인한 뒤 일일이 수작업으로 주얼리를 가공했어요. 그러자 오래된 광물에 다시 한번 생기가 돌기 시작했죠. 이 밖에도 식물과 곤충 등을 모티브로 한 주얼리 컬렉션도 있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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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정말 다양해지고 있어요. 지금은 옛날처럼 히트 상품 라인을 만들어 계속 같은 것을 파는 시대가 아닙니다. 주얼리는 좀처럼 새로운 것이 나타나기 어려운 업계예요. 카케라는 최고급 다이아몬드의 빛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일종의 안티 테제를 내세우는 브랜드입니다.”

-타키구치 아키히로 전 F.D.C. 프로덕트 대표, IT 미디어 인터뷰 중에서


‘파편’이라는 뜻인 카케라는 광물에 들어간 불순물조차 다른 시선으로 바라봐요. 하나의 광물에 여러 액체와 기체가 뒤섞인 모습이야말로 자연이 빚어낸 아름다움이라고 정의하죠. 카케라에 따르면 오랜 세월에 걸쳐 지구에서 형성된 광물은 그 자체로 시간의 궤적을 나타내요. 무엇 하나 같은 게 없는 거예요. 그 때묻지 않은 자연미는 카케라가 추구하는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닮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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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케라의 브랜드 컨셉은 패키지와 판매 전략에서도 엿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카케라에서 제품을 구매하면 리본 등 선물 포장을 일절 해주지 않아요. 대신 제품을 심플한 상자와 투명한 가방에 담아 최소한의 포장으로만 제공하죠. ‘타인을 위한 선물용 주얼리’가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 직접 구매하는 주얼리’를 지향하기 때문이에요. 주 타깃은 30대 중반 이후의 여성으로, 주얼리를 좋아하는 여성이 데일리로 착용하기 위해 구매하는 제품을 상정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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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4℃의 실제 고객층과 비교했을 때 차이가 있어요. 4℃ 고객 중에는 여성보다 남성 고객이 더 많거든요. 그런데 카케라로 여성 고객에만 집중하면 손해인 것 아니냐고요? F.D.C. 프로덕트는 고객 창출의 선순환 구조를 언급했어요. 여성이 선택하고 지지하는 주얼리 브랜드가 되면 언젠가 여성 고객이 남성 고객을 데리고 매장에 방문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남성이 다시 혼자 매장을 찾는 사이클이 만들어진다는 거예요. 


현재로선 F.D.C. 프로덕트는 카케라와 같이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할 때 이름에 4℃를 넣을 예정이 없어요. 다양한 가치관과 매력을 단 하나의 브랜드로 망라하기 어려운 만큼, 아예 별개의 브랜드를 전개해서 4℃의 이미지에 얽매이는 함정에서 벗어나는 것이 목표거든요. 



#3. 젠더리스 주얼리로 높이는 고객 생애 가치


이처럼 F.D.C 프로덕트는 브랜드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여성 고객의 인정을 받고자 하지만, 그렇다고 남성 고객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에요. 오히려 그 반대죠. F.D.C 프로덕트는 2021년에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주얼리가 가진 아름다움을 전달하기 위해 젠더리스 라인인 ‘4℃ HOMME+’를 론칭했어요. 4℃ HOMME+는 특정 상황이나 장면에 국한되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품위 있게 즐길 수 있는 심플한 주얼리 디자인을 자랑해요.


©FDCPRODUCTS INC.


©FDCPRODUCTS INC.


젠더리스 주얼리는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착용할 수 있는 주얼리예요. 남녀 가리지 않고 위화감 없이 사용할 수 있어서 4℃ HOMME+ 제품을 공유하는 커플도 많죠. 특히 체인이나 탄생석, 진주를 사용한 제품이 많은데요. 일반적으로 ‘진주’라고 하면 여성용 주얼리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이를 체인과 조합해 어른스럽고 쿨한 분위기를 강조했어요. 


공교롭게도 F.D.C 프로덕트가 젠더리스 주얼리를 출시하게 된 계기는 4℃가 가진 ‘여성 선물용 주얼리’라는 이미지 덕분이었어요. 4℃에 찾아오는 손님 중 과반수는 선물을 구매하러 온 남성 고객이었죠. 그런데 이렇게 많은 남성이 방문하고 있는데 매장에 남성을 위한 주얼리가 없다는 게 아이러니했어요. 이때 남성도 착용할 수 있는 주얼리 브랜드를 처음 떠올리게 된 거예요. 


F.D.C 프로덕트는 본격적인 브랜드 론칭에 앞서 사내 설문조사를 실시했어요. 여성 직원에게 ‘남성이 주얼리를 착용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물었더니, ‘호감이 있다’는 목소리가 많아서 여성의 눈높이에서도 잠재적인 니즈가 높다고 판단했죠. 한편 남성 직원에게는 ‘주얼리를 착용할 의향이 있는지, 주얼리는 보통 어디서 구매하는지’에 관해 물었어요. 그랬더니 80%의 남성이 주얼리를 착용하고 싶다고 대답한 것에 비해, 절반이나 되는 남성이 어디서 사야 할지 모르겠다는 답변을 들려줬죠. 


타깃 고객은 좁혀졌어요. 주얼리를 착용하고는 싶지만 어디서 사야 할지는 모르는 남성으로요. 그 후 타깃 그룹의 패션을 떠올려보니 주로 패스트패션 브랜드를 활용해 심플하게 코디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이 착장에 어울리는 주얼리를 디자인하기로 했죠. 기존 4℃ 주얼리 디자인은 아름다운 곡선미가 가장 큰 특징인데요. 4℃ HOMME+는 이 장점은 살리되 좀 더 강인함을 느낄 수 있도록 직선적인 디자인을 더하기로 했어요. 더불어 남녀 모두가 착용할 수 있도록 적정한 사이즈를 찾아나가기 시작했죠. 


F.D.C 프로덕트가 4℃ HOMME+를 통해 목표하는 것이 있어요. 장기적으로 고객 생애 가치를 높이는 거예요. 예를 들어 4℃ HOMME+에서 쇼핑을 한 남성이, 다음번에는 4℃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주얼리를 구매하는 것처럼요. 이렇게 고객 인생의 다양한 장면에서 접점을 늘려나갈 수만 있다면 4℃ HOMME+라는 개별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것은 곧 4℃ 전체의 가치를 향상시키는 일이 돼요. 



#4. 사람만이 아니라 지구에게도 친절한 주얼리


이처럼 F.D.C 프로덕트는 다양한 주얼리 라인을 론칭하며 다양한 고객층으로부터 사랑받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요. 사람만이 아니라 지구에게도 좋은 브랜드로 남고자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어요. 창립 50주년을 앞둔 2021년에 서스테이너블 주얼리 브랜드 cofl by 4℃를 론칭했거든요.


©FDCPRODUCTS INC.


cofl by 4℃는 4℃ 최초의 지속 가능한 브랜드로서 지구 환경에 부하를 주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해요. 소재는 물론이고 제조법과 케이스, 쇼핑백 등 모든 부분에 있어서 친환경을 추구하죠. 브랜드 명인  'cofl'에는 이런 태도가 담겨 있는데요. 이름의 유래는 'circle of life'예요. 생명의 순환을 소중하게 여겨 자연환경을 파괴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하죠. 


다만 환경을 지키면서 주얼리를 만든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아요. 주얼리 소재로 쓰이는 다이아몬드와 금속류는 흙을 파내는 채굴 과정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환경 파괴나 삼림 벌채 등의 문제가 발생하게 되죠. 그래서 cofl by 4℃는 모든 주얼리를 자연 친화적인 소재로만 만들기로 했어요. 리사이클 메탈이나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같은 소재로요. 물론 주얼리의 퀄리티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지만 외형과 사용감에 있어서 사실상 차이가 없어요. 


소재뿐만 아니라 제작 공정도 고려했어요. 그런데 이 부분은 특히나 쉽지 않았죠. 주얼리 제작에 쓰이는 체인, 피어싱 등의 부품은 제작하는 공장이 다 달라 오직 cofl by 4℃만을 위한 공장 라인을 별도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에요. 소재까지 별도로 공급받아야 하니 공장 입장에서는 제작 공정 단계가 훨씬 복잡할 수밖에 없었죠. 이는 그만큼 생산 비용이 올라가는 것을 의미했는데요. F.D.C 프로덕트는 높은 제작비를 D2C 판매 전략을 통해 상쇄했어요. 오프라인 매장이 없어 인건비나 임대료를 대폭 절감할 수 있었죠. 


cofl by 4℃는 취지만 좋은 브랜드가 아니에요. 4℃의 강점인 부드러운 착용감은 계승하면서도 기존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디자인을 시도해 또 다른 면모를 보여주죠. cofl by 4℃의 디자인 컨셉은 한 마디로 ‘기하학’이에요. 직선이나 곡선을 사용해 규칙적인 형태의 무늬를 만들죠. 제작을 맡은 것은 일본 각지의 장인들로, 주얼리계의 지산지소를 지향해요. ‘메이드 인 재팬’ 주얼리인 만큼 제품 제작 후 비행기나 배로 수송할 필요가 없어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어요.


©FDCPRODUCTS INC.


또한 쇼핑백과 제품 케이스에도 cofl by 4℃의 철학이 담겨 있어요. 100% 재생지로 만든 쇼핑백, 우유 팩을 재활용한 재생지로 만든 케이스 등으로 환경을 배려하고자 했죠. 이런 노력들은 주로 지구에게만 좋은 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고객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데도 큰 영향을 끼쳐요. 


“누군가를 위해 착용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주얼리를 착용하고 싶다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서스테이너블 주얼리에 대한 니즈가 높아요. 자기 기분은 자기 스스로 만드는 시대잖아요. '아름다운 주얼리를 착용함으로써 지구나 사회에 공헌하고 있다'라는 실감이 들면, 역시 조금이라도 기분이 좋아져요.”

-시미즈 요시에 cofl by 4℃ 디렉터, 4℃ 공식 홈페이지 중에서


cofl by 4℃의 디렉터는 앞으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환경친화적인 주얼리를 일본에 더 깊게 뿌리내리고 싶다고 밝혔어요. cofl by 4℃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 늘어나 지구도 한결 더 아름다워지는 미래를 꿈꾸죠.



섭씨 4도의 온도감으로


4℃는 다양한 브랜드를 통해 그 모양을 자유자재로 바꿔왔는데요. 이는 4℃의 브랜드 네임과도 관련이 있어요. 그렇다면 섭씨 4도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길래 브랜드명이 4℃가 된 걸까요? 매장에 찾아온 수많은 고객들이 그 의미를 묻곤 해요. 


“사실 4℃는 얼음이 얼었을 때의 바닥 온도를 가리켜요. 물은 자유분방하게 그 모습을 바꾸면서도 본질은 결코 변하지 않고 지구상의 모든 생명에 윤기를 가져다 주죠. 그런 ‘윤기를 가져다주는 물’과 같은 존재이고 싶다는 것이 4℃의 시작입니다. 물론 앞으로도 그 생각은 변함없이 간직하고 싶어요.”

-칸지마 료코 F.D.C 프로덕트 판매촉진부 과장, 4℃ 공식 홈페이지 중에서


물과 같은 브랜드를 꿈꾸는 F.D.C 프로덕트가 바라보는 주얼리는 장식품도, 전시품도 아니에요. 주얼리는 사람의 몸에 닿는 것이니만큼 내면에 무엇을 전할 수 있는지가 훨씬 중요하다고 보죠. 주얼리로 행복, 자신감, 애착 등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F.D.C 프로덕트는 앞으로도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새 상품을 선보일 계획인데요. 2023년 3월에 자신 있게 도쿄 긴자 티파니 매장 바로 앞에 플래그십 매장을 오픈한 만큼, 장밋빛 미래를 기대해 봐도 좋지 않을까요?





Reference

F.D.C.PRODUCTS 공식 홈페이지

「4℃」が仕掛けた謎の宝石店 ネガティブなパーセプションに危機感

「匿名宝飾店」が話題となった4℃、ジュエリーより好調な事業とは?

F.D.C Products Recruiting S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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