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기를 배우고 싶어도 막상 도장을 찾아가긴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바 옆에 도장이 붙어 있다면 어떨까요? ‘파이트 클럽 428’에서는 술을 마시다가 격투기를 체험할 수도, 강습 신청을 할 수도 있습니다.
파이트 클럽 428 미리보기
•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파이트 클럽
• #1 손님을 부르는 ‘바’ - 접근성
• #2 체험을 부르는 ‘링’ - 가능성
• #3 체력을 부르는 ‘짐’ - 지속성
• 강해지기 위한 규칙이자, 건강해지기 위한 규칙
규칙 제1조: 클럽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
규칙 제2조: 클럽에 대해서 ‘절대’ 말하지 않는다.
영화 〈파이트 클럽〉의 입회 규칙입니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일상의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파이트 클럽을 만듭니다. 이곳에서는 사회가 정한 규율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싸울 수 있습니다. 공평하게 싸움을 하기 위한 규칙들만 지킨다면 언제든, 누구와도 싸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파이트 클럽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열리는 공간도, 시간도 은밀합니다. 파이트 클럽에 참여하는 회원들을 제외하고는 누가 멤버인지 알 수 없습니다. 앞자리의 상사도, 단골집의 웨이터도 파이트 클럽의 회원이지만 격투가 끝나면 파이트 클럽의 존재에 대해 함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첫째도 비밀, 둘째도 비밀을 유지하려는 파이트 클럽의 규칙입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파이트 클럽
도쿄 시부야의 한 골목. 무심코 지나가는 바의 작은 창문 사이로 격투기 도장에서나 볼 수 있는 링이 보입니다. 바와 격투기 링이라는 낯선 조합에 이끌려 가게 안으로 들어서면 술잔을 부딪치는 소리와 미트를 치는 소리가 섞이고, 술을 따르는 바텐더의 손길과 미트를 치는 사람의 주먹이 칵테일처럼 어우러지는 곳임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곳은 시부야의 ‘파이트 클럽 428’입니다. 영화 〈파이트 클럽〉의 문은 아무에게나 열려 있지 않았지만, 파이트 클럽 428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동명의 클럽이지만 전자는 숨김으로써, 후자는 드러냄으로써 클럽의 정체성을 알립니다.
시부야 뒷골목을 걷다 보면 창문 사이로 링이 보이는 이색적인 모습의 바를 찾을 수 있습니다. ⓒ시티호퍼스
격투기를 시작하기가 어려운 이유는 계기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격투기를 배우고 싶어도 헬스장이나 조깅 코스처럼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곳이 격투기장입니다. 계기만큼 필요한 것은 용기입니다. 도장을 찾았더라도 직접 찾아가는 건 더욱 어렵습니다. 격투기에 대한 막연한 어려움과 격투기장의 낯선 환경이 진입장벽입니다.
“하는 것도, 보는 것도 부담스럽지 않은 격투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파이트 클럽 428의 대표 오노 우미히코의 말입니다. 그는 이러한 철학을 기반으로 격투기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파이트 클럽 428을 만들었습니다. 술을 마시는 바와 운동하는 체육관의 결합이라는 독특한 업태였지만, 초기 투자를 위한 크라우드 펀딩이 시작 2시간 만에 목표금액을 초과 달성했습니다. 오픈 이후에도 매일 격투기를 관람하거나 체험하고자 하는 손님들이 끊이지 않습니다. 일회성 체험이 아닌 꾸준히 격투기를 단련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바와 짐이라는 언뜻 보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어떻게 고객들을 부르는 것일까요?
#1 손님을 부르는 ‘바’ - 접근성
파이트 클럽 428을 방문한 손님들을 가장 먼저 반기는 건 바텐더와 술병들입니다. 여느 바 못지않은 칵테일 메뉴와 술 종류들을 구비해놓고 노련한 솜씨로 칵테일을 제조합니다. 일반적인 바와 다른 점이 있다면, 파이트 클럽 428의 바는 손님의 지갑이 아닌 마음을 열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바에 처음 방문한 초보자들은 격투기에 대한 마음을 열고, 자주 방문하는 회원들은 서로에 대한 마음을 엽니다.
손님들은 링 바로 옆 바에서 부담없이 칵테일을 마시며 격투기를 관람합니다. ⓒ시티호퍼스
공감은 공간에 반비례합니다. 물리적인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심리적인 거리는 가까워진다는 뜻입니다. 격투기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관심은 있지만 용기가 없는 초보자들도 눈앞에서 스파링을 하는 모습이나 경기를 하는 모습을 보면 없던 관심과 용기가 저절로 생깁니다. 파이트 클럽 428은 링과 바를 바로 붙여놓음으로써 그 효과를 극대화하였습니다. 편하게 칵테일을 마시면서도 시각적으로는 강력한 펀치에 자극을 받고, 청각적으로는 미트를 강타하는 소리에 빨려들어 갑니다. 칵테일 한잔을 마시면 격투기를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이유입니다.
부담 없는 관람만큼이나 칵테일 가격도 부담이 없습니다. 판매하는 대부분의 칵테일 가격이 약 500엔으로, 도쿄 시내의 평균 칵테일 가격이 1100엔 정도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절반 이상 저렴한 편입니다. 격투기에 대한 진입장벽뿐만 아니라 바 자체에 대한 가격 장벽도 낮추어 고객을 유인했습니다. 또한 프로틴 보드카 등 재미있는 시그니처 칵테일들도 만들어 가게의 콘셉트를 공고하게 했습니다.
바가 손님들에게 애피타이저라면, 회원들에게는 보충제입니다. 운동을 마친 회원들은 바에 둘러앉아 얘기를 나누고 술을 걸칩니다. 친목도모를 위한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격투기라는 공통 관심사를 가지고 있기에 처음 온 회원들도 금방 친해질 수 있습니다. 자주 방문하는 회원들의 부담을 줄이고 멤버십의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가게에서는 일반 가격보다 더 저렴한 회원용 드링크 메뉴를 제공합니다. 단백질 보충제를 100엔에, 근피로 회복용 보충제를 200엔에, 그리고 다이어트 보조식품을 300엔 등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가격만 저렴한 것이 아니라 회원들의 건강도 챙기는 건강한 술집입니다. 적은 마진을 남기고 음료를 제공하는 것이 비효율적으로 보이지만, 그들이 더 건강하게 더 오랜 기간 파이트 클럽 428의 회원이 됨으로써 주는 효용을 생각해보면 남는 장사입니다.
#2 체험을 부르는 ‘링’ - 가능성
입구의 바가 손님의 관심을 끌었다면, 중앙의 링은 손님의 발걸음을 끕니다. TV의 이종격투기 채널에서나 나올법한 스파링 케이지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단순히 콘셉트를 위한 장식용이나 인테리어용이 아닙니다. 링은 초보자들과 전문가들이 만나는 교집합의 장소이자 바와 체육관을 이어주는 매개체입니다. 초보자들에게 링은 체험을 위한 오락실이며, 회원들에게는 꿈을 키우는 연습실입니다.
중앙의 스파링 케이지에서 손님은 격투기 체험을, 선수는 격투기 연습을 할 수 있습니다. ⓒ시티호퍼스
바를 이용하는 손님들은 500엔이라는 가격으로 3분 동안 1라운드의 격투기 체험을 해볼 수 있습니다. 격투기 규칙을 알지 못하더라도 전문선수들이 직접 코칭하고 자세를 교정해주기 때문에 별다른 준비가 필요 없습니다. 퇴근 후 바로 들러 정장 차림이어도 상관없습니다. 언제든 편하게 운동할 수 있도록 갈아입을 수 있는 체육복과 짐을 맡길 수 있는 로커를 제공하고 샤워시설도 갖췄습니다. 칵테일 한잔을 마시는 만큼이나 가볍게 격투기를 체험해볼 수 있는 것입니다. 망설이고 있는 고객들에게는 선수들이 가볍게 스파링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눈앞에서 즐거운 표정으로 땀을 흘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덧 손님들도 마음이 동합니다.
손님들은 500엔짜리 1라운드 코스와 3000엔짜리 하루 코스로 격투기를 체험해볼 수 있습니다. ⓒ시티호퍼스
가벼운 체험이라도 격투기는 격투기입니다. 바와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파이트 클럽 428에서는 안전에 더욱 철저합니다. 특제 글러브, 헤드기어 등의 도구를 갖추게 하고, 전문선수들이 직접 1:1로 코칭함으로써 초보자들의 부상 위험을 최소화합니다. 격투기에 대한 부담과 걱정은 줄고 재미는 커지기에 링에서의 체험은 격투기에 대한 장기적인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초보자들에게는 하루의 이벤트이지만 회원들에게는 매일의 단련입니다. 스파링 케이지 안에서 미트를 치고 펀치를 날리며 경기를 위한 역량을 키웁니다. 매주 토요일에는 회원들 간의 실제 경기가 이루어집니다. 격투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관람을 하기 위해 모여듭니다. 일본의 격투기 협회 라이진 FF(Rizin FF)에서 주최하는 경기의 1일 VIP 티켓이 10만 엔, 제일 낮은 등급의 티켓도 5000엔이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칵테일 한 잔 값인 500엔을 내고 격투기를 눈앞에서 실감 나게 보는 효익은 큽니다. 회원들도 경기를 통해 기량을 닦으며, 찾아오는 관객들의 응원은 회원들이 더욱 큰 무대로 나갈 수 있는 발판이 되기도 합니다. 가게 입장에서는 매출의 증대뿐만 아니라 경기를 통해 가게를 홍보하고 마케팅할 수 있습니다.
#3 체력을 부르는 ‘짐’ - 지속성
“나는 한 번에 발차기를 만 번 하는 사람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하나의 발차기를 만 번 연습한 사람은 두려워한다.”
절권도 창시자 이소룡의 말처럼 연습은 격투기의 기본입니다. 연습이 없는 주먹은 힘이 없으며, 단련되지 않은 육체는 쉽게 지칩니다. 파이트 클럽 428 가장 안쪽에 체력단련을 위한 체육관이 있는 이유입니다. 격투기에 흥미를 가지고 파이트 클럽 428의 문턱을 넘어온 고객들을 위해 만든 공간입니다. 격투기를 수련하고 체력을 단련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고 운동기구로 채웠습니다. 운동기구가 공간을 채웠다면, 시간을 채우는 것은 회원들의 몫입니다. 파이트 클럽 428의 영업시간은 아침 7시부터 밤 24시까지입니다. 하지만 혼자서 그 시간을 전부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파이트 클럽 428의 시간은 이분화됩니다. 누군가의 휴식시간은 누군가의 일과시간이고, 누군가의 일과시간은 누군가의 휴식시간입니다.
바, 링을 지나면 나오는 짐은 격투기를 정기적으로 연습하는 회원들이 체력 단련을 하는 곳입니다. ⓒ시티호퍼스
파이트 클럽 428의 밤은 초보자들의 시간입니다. 업무 또는 수업을 마치고 오는 일반인들이 격투기의 기초를 배웁니다. 격투기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체력이 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문제없습니다. 파이트 클럽 428에서는 수준에 맞는 다양한 수업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운동하는 여성들을 타깃으로 한 레이디 및 다이어트 클래스부터 현역 격투 선수를 초빙한 종합 격투기 클래스까지 다양합니다. 격투기 체험을 해보고 싶지만 등록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위해 1일 체험 학습도 제공합니다. 격투기를 배우는 여러 고객군의 다양한 니즈에 부응하기 위한 파이트 클럽 428의 노력입니다.
파이트 클럽 428의 낮은 밤보다 화려합니다. 파이트 클럽 428의 밤이 체력을 기르기 위한 일반인을 위한 시간이라면, 파이트 클럽 428의 낮은 실력을 기르려는 선수들의 시간입니다. 개인적인 셀프트레이닝도 가능하며, 현역 격투 선수들이 트레이너로 있어 실전과 같은 훈련도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바는 술을 팔기 위해 새벽 늦게까지 영업을 하고 낮에는 문을 열지 않습니다. 하지만 파이트 클럽 428의 바는 술을 파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에 12시에 영업을 종료합니다. 다음 날 아침 일찍부터 체육관으로서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낮과 밤이 끊임없이 돌아가며 파이트 클럽 428의 지구력을 길러주는 것입니다.
강해지기 위한 규칙이자, 건강해지기 위한 규칙
영화 〈파이트 클럽〉과 마찬가지로 파이트 클럽 428에서도 7가지 규칙이 있습니다.
7가지의 규칙은 경기에 이기기 위한 것도, 싸움을 더 잘하기 위한 것도 아닙니다. 파이트 클럽 428의 목적은 스파링을 통한 승리가 아닙니다. 관람이든 체험이든 격투기를 더 편하게 받아들이고, 격투기를 통해 심신을 단련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파이트 클럽 428의 7가지 규칙은 강해지기 위한 규칙이자 건강해지기 위한 규칙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Rule #1. Be strong.
Rule #2. Be kind.
Rule #3. Be healthy.
Rule #4. Better than yesterday.
Rule #5. Don’t over do it.
Rule #6. Don’t drink and fight.
Rule #7. Enjoy.
파이트 클럽 428은 바, 링 그리고 짐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공간들을 결합해서 만들었습니다. 어울리지 않는 공간들이 따로 또 같이 어우러지며 고객들에게 격투기에 입문할 계기와 용기를 제공합니다. 어울리지 않는 공간들의 어울림이 계속되는 한, 그리고 격투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끊이지 않는 한 파이트 클럽 428은 시부야의 뒷골목에서 고객들을 계속해서 부를 것입니다.
Reference
• Rizin FF 공식 홈페이지
• 谷に24h利用できるジム、ファイトクラブをつくる!〜習う・闘う・観る・飲む〜. Enjine
• 業界初!24時間利用できる格闘技フィットネスジム『FIGHT CLUB 428』 がクラウドファンディング「ENjiNE」にて、公開後2時間で目標額を達成, PR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