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중 가장 덥고 습한 날의 누들 수프 점심’에서 영감을 받은 초콜릿은 어떤 맛일까요? ‘여름 밤에 마시는 시원한 맥주’에서 영감을 받은 초콜릿은 또 어떻고요. 누가 이런 초콜릿을 만들기는 할까 싶지만, 이런 맛의 초콜릿을 만드는 브랜드가 있어요. 대만의 ‘푸완 초콜릿’이에요.
푸완 초콜릿이 이렇게 독특한 맛의 초콜릿은 개발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어요. 대만의 정체성을 초콜릿의 맛에 녹이기 위한 목적이에요. 고온다습한 기후의 대만에서 일상적으로 마주할 수 있는 장면에서 영감을 받아 초콜릿을 만든 거죠.
사실 푸완 초콜릿은 ‘대만’이라는 나라의 국가대표급 초콜릿 브랜드예요. 전 세계 최초로 대만산 카카오 빈으로 초콜릿을 만든 주인공이자, 독자적인 초콜릿 가공 기술까지 갖춰 대만을 초콜릿 산업의 신생국으로 발돋움시킨 주인공이거든요. 게다가 초콜릿 관련 온갖 글로벌 어워드에서 상을 휩쓸기까지 했고요. 카카오 불모지에서 초콜릿 세계의 주목을 받기까지, 푸완 초콜릿은 어떻게 자기만의 달콤함을 만들어 왔을까요?
푸완 초콜릿 미리보기
• 우연히 발견한 ‘대만산’ 카카오로 가능성의 씨앗을 심다
• ‘대만산’으로는 부족하다, 초콜릿에 ‘대만다움’을 녹여내는 법
• 빈투바 다음의 초콜릿, ‘트리투바’
• 초콜릿 산업의 생태계까지 달콤하게 만들다
‘떼루아(Terroir)’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있나요? 프랑스어로 ‘땅’이라는 뜻의 떼루아는, 일반 명사이기도 하지만 특히 와인 업계에서 흔하게 사용되는 용어예요. 주로 와인이 만들어지는 자연환경이나 특정 환경에서 발현된 향미를 뜻해요. 포괄적으로는 주재료인 포도가 재배되는 토양, 기후, 재배법 등 와인을 만드는 데 필수적인 3가지 요소를 통틀어 의미하죠. 와인에 있어서 떼루아는 정말 중요해요. 같은 품종의 포도로 와인을 만들더라도 이 3가지 요소에 의해 다양한 와인이 만들어질 수 있거든요.
그런데 떼루아가 와인의 세계에서만 중요할까요? 떼루아가 의미를 가지는 세계가 또 있어요. 바로 ‘초콜릿’이에요. 초콜릿의 주재료이자 원재료는 카카오 열매에요. 포도와 마찬가지로, 카카오 열매도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재배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풍미를 뿜어내죠. 초콜릿 메이커들이 직접 산지에 찾아가서 앞다퉈 고품질의 카카오 원두를 조달해 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에요.
대만에도 카카오의 ‘떼루아’에 주목해서 남다른 초콜릿을 만드는 브랜드가 있어요.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 등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양질의 카카오 원두를 선별해 오고, 과정 하나하나에 장인 정신을 쏟아내는 곳이죠. 바로 타이베이에 위치한 ‘테라(Terra)’예요.
ⓒTERRA
테라는 떼루아와 동일한 의미의 라틴어에요. 기본적으로 ‘땅’을 의미하죠. 브랜드의 미션 또한 전 세계의 땅으로부터 온 카카오의 본연의 맛, 떼루아를 탐험할 수 있게 하는 거예요. 각기 다른 초콜릿의 떼루아를 탐험하게 한다니, 상상이 잘 가시나요? 조금 어렵게 느껴지기도 해요. 다크 초콜릿, 화이트 초콜릿, 딸기 초콜릿 등은 맛도 보이는 것에도 차이가 분명 하지만, 카카오 ‘본연의 맛’에서도 차이를 느낄 수 있을까요?
그래서 테라가 브랜드의 미션을 고객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선택한 방식은 ‘싱글 오리진 빈투바(Single Origin Bean-To-Bar) 컨셉’이에요. 빈투바란 초콜릿을 만드는 방식 중 하나인데, 카카오 원두부터 바 형태의 초콜릿을 만들기까지 모든 과정을 초콜릿 메이커가 직접 컨트롤하는 것을 의미해요. 빈투바에 충실한 테라는 전 세계 각지에서 직접 원두를 선별하고, 최상급 원두를 공급해 와요. 그리고 원재료 본연의 풍미를 강조하기 위해 하나의 초콜릿에 하나의 원두만 사용하는 ‘싱글 오리진’을 고집하죠. 탄자니아, 페루, 인도, 베트남, 그리고 대만 등 다채로운 산지에서 온 원두를 활용해 초콜릿을 만들고 있어요. 대만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싱글오리진 초콜릿 바를 만드는 곳이기도 하죠.
원재료가 좋다고 끝이 아니에요. 최상급 원두는 테라만의 레시피에 따라, 발효, 건조, 로스팅, 분쇄, 혼합까지, 장인의 손길로 심오하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요. 이런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차별화된 달콤함이 탄생하는 거죠. 고객들은 초콜릿 메이커가 직접 선별한 세계 각지의 카카오 원두에, 가장 최적화된 과정으로 만들어진 초콜릿을 통해 다양한 지역의 떼루아를 탐험할 수 있어요. 초콜릿으로 세계 여행을 떠나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TERRA
테라 매장 또한 싱글 오리진 빈투바 컨셉을 살려, 마치 초콜릿 박물관 같아요. 다양한 산지의 카카오로 만들어진 싱글 오리진 초콜릿이 쭉 진열되어 있죠. 고객들은 각 산지의 카카오 원두의 향을 직접 맡아보고, 초콜릿을 시식해 볼 수 있어요. 메뉴판에는 각 원두의 테이스팅 노트가 친절하게 적혀 있어서, 고객들은 자유롭게 맛을 상상하며 취향에 맞는 초콜릿을 고를 수 있어요.
ⓒTERRA
테라는 전 세계 카카오의 떼루아에 주목해서 초콜릿 세계의 지평을 넓혔어요. 그런데 타이베이에는 싱글 오리진, 그 중에서도 ‘대만’이라는 산지에 주목한 초콜릿 브랜드가 있어요. 바로 ‘푸완 초콜릿(Fu wan Chocolate)’이에요. 최초로 카카오 재배에서부터 초콜릿 제조까지 모두 대만에서 소화하며 '동방의 카카오'를 전 세계에 알리고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죠.
푸완 초콜릿은 현지에서조차 생소했던 대만의 카카오를 어떻게 세계적인 위치로 올려놓았을까요? 자국의 카카오를 발견하고 초콜릿 세계에 입문해 버린 창업자의 이야기부터, 실험정신으로 개발한 독자적인 제조 방식과 메뉴까지. 푸완 초콜릿은 어떻게 ‘대만’이라는 키워드로 다채로운 초콜릿 경험을 설계하고 있는 것일까요?
#1. 우연히 발견한 ‘대만산’ 카카오로 가능성의 씨앗을 심다
초콜릿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어요. 기존 공식을 깨는 신흥 강자가 나타났거든요. 몇 세기 동안 카카오 생산 강국은 서아프리카와 중남미, 초콜릿 강국은 유럽이라는 공식이 존재해 왔어요. 초콜릿의 주원료인 카카오나무는 열대 기후에서만 자라기 때문에, ‘카카오 벨트’라고 불리는 서아프리카와 중남미 지역에서 주로 재배되었죠.
여기서 재배된 카카오 원두는 대부분 유럽의 초콜릿 제조사로 옮겨지고, 다양한 방식으로 가공되어 초콜릿 시장이 발전해 나갔어요. 스위스,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등 초콜릿을 떠올렸을 때 유럽의 국가들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에요.
그런데, 견고하던 초콜릿 세상의 고정관념을 깨는 사례가 등장했어요. 서아프리카도, 중남미도, 유럽도 아닌, ‘대만’에서 재배된 카카오가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거예요. 사실 이러한 배경 뒤에는 기후 변화도 크게 작용했어요. 지구 온난화로 지구 전체의 온도가 올라가게 되자, 동양의 몇몇 지역에서도 카카오가 재배되기 시작했고, 대만도 그중 하나였거든요.
대만의 카카오는 대만 최남단에 위치한 ‘핑둥 현’이라는 지역에서 재배돼요. 규모로 따지면 아시아 최대 카카오 생산국인 인도네시아의 10분의 1을 조금 넘는 수준이에요. 규모는 작지만 카카오의 뛰어난 품질은 물론, 재배 방식, 기술력 등을 인정받고 있어요. 2019년 ‘세계 최고의 카카오 베스트 50(World Cocoa of Excellence Best 50)’에 선정되어 ‘동방의 카카오’로 이름을 날리고 있죠. 심지어 이 카카오로 만들어진 초콜릿이 ICA 및 AOC 금메달을 비롯해 100개 이상의 국제 초콜릿 상을 휩쓸었어요.
ⓒFU WAN CHOCOLATE
어떻게 가능한 일이었을까요? 후발주자에, 규모도 터무니 없이 작은데 말이죠. 여기에는 푸완 초콜릿의 공이 커요. 카카오 콩 생산부터 가공까지, 모두 대만에서 이루어진 최초의 ‘대만산’ 초콜릿을 개발했으니까요.
푸완 초콜릿의 ‘푸(福)’는 ‘행운’, ‘축복’을, ‘완(灣)’은 ‘대만’을 의미해요. 따라서 푸완은 행운, 축복이 가득한 대만의 것을 세상에 알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죠. 브랜드의 이름처럼, 푸완 초콜릿의 창업가 슈화렌(許華仁)이 대만산 카카오를 발견하게 된 것도 행운 같은 우연으로부터 시작되었어요.
슈화렌은 원래 리조트 총괄 셰프였어요. 셰프라는 직업상 늘 새로운 식재료에 관심이 많았는데, 특히 현지 식재료를 발굴하고 자신의 요리에 적용하는 것에 큰 흥미를 느꼈죠. 그러던 2011년, 늘 그래왔듯 레스토랑 메뉴에 쓰일 현지 식재료를 찾던 중 우연히 핑둥현에 있는 카카오 농장을 발견하게 돼요.
이때 당시만 해도 대만산 카카오는 대만 현지에서도 생소했어요. 중남미나 아프리카 등, 적도 부근에서만 재배되던 카카오가 지구 온난화로 인해 대만 남부 지역에서도 이제 막 재배되기 시작했거든요. 하지만 슈와렌은 그곳에서 대만산 카카오의 가능성을 발견해요. 무엇보다 현지의 카카오 농부가 투박하게 만들어준 핫 초콜릿을 맛보고 확신이 생겼죠. 그때부터 그는 본격적으로 ‘대만산 초콜릿’에 대한 꿈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FU WAN CHOCOLATE
하지만 슈와렌은 초콜릿 생태계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었어요. 셰프로서 식재료와 요리법에 대한 이해도는 높았지만, 초콜릿 메이커로써의 경험은 전무했으니까요. 그래서 그는 몇 년간 초콜릿 전문가가 되기 위한 여정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요. 가까운 일본으로 날아가서 곳곳에 숨어있는 디저트 장인들을 통해 견문을 넓히고, 런던에 가서 국제 초콜릿 및 카카오 시음 협회로부터 인증을 취득했죠.
카카오의 발생지인 페루, 초콜릿 제조 기술로 유명한 영국 등에서 초콜릿 전문 기관의 교육 과정을 밟으며 차곡차곡 전문성을 쌓아 나가요.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슈와렌의 초콜릿에 대한 꿈은 날이 갈수록 커졌어요. 그리고 2015년, 그는 드디어 푸완 초콜릿이라는 이름으로 초콜릿 세계에 입문해요. 동방의 카카오를 알리는 첫 발걸음을 떼게 되죠.
#2. ‘대만산’으로는 부족하다, 초콜릿에 ‘대만다움’을 녹여내는 법
대만산 카카오에 착안해, 대만산 초콜릿을 만드는 초콜릿. 그런데 이 컨셉을 강화하고, 국제적인 무대에서 차별화될 수 있었던 요인이 하나 더 있어요. 바로 맛에도 ‘대만’과 ‘푸완’의 정체성을 녹이는 거예요. 푸완 초콜릿의 실험 정신과 기술력을 모두 보여주기에 손색이 없는 방식들이에요. 푸완은 과연 어떻게, 어떤 초콜릿을 만들고 있는지, 메뉴판을 펼쳐 볼게요.
첫 번째로 대만의 카카오에 ‘대만의 식재료’를 더한 메뉴에요. 대표적으로 ‘대만의 찻잎’을 넣은 초콜릿 시리즈가 있어요. 대만은 인구의 약 60%가 매일 차실 정도로 찻잎 재배도, 소비도 많은 나라예요. 홍우롱차, 철관음차, 홍옥차, 동방미인차 등 대만에서 잘 알려진 찻잎을 파우더로 만들어 초콜릿에 넣었어요. 초콜릿을 한입 베어 물면, 향긋한 찻잎의 향과 쌉싸름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지죠. 차의 종류에 따라 색다르고 복합적인 풍미를 즐길 수 있어요.
ⓒFU WAN CHOCOLATE
찻잎뿐만 아니라 꽃잎을 넣기도 해요. 바로 ‘꽃 초콜릿’ 시리즈에요. 이 초콜릿이 더 특별한 이유는 대만 핑둥 현의 봄, 여름, 가을, 겨울에 피는 제철 꽃을 활용한 점이에요. 고객들은 이 초콜릿을 통해서 꽃의 향뿐만 아니라 대만의 4계절을 경험할 수 있어요.
ⓒFU WAN CHOCOLATE
두 번째는, ‘대만의 일상’에서 영감을 받은 ‘영감(Inspiration)’ 시리즈예요. 8개의 맛으로 구성된 이 에디션은 모두 슈와렌이 일상 속에서 얻은 영감으로 만들어진 메뉴예요. 어김없이 대만의 식재료가 킥(kick)이 되고요.
창업자의 경험을 재해석한 메뉴인 만큼, 제품의 개발 스토리도 맛도 흥미로워요. 예를 들어 볼게요. ‘여름 중 가장 덮고 습한 날의 누들 수프 점심(Noodle Soup Lunch in the dog days)’에서 영감을 받아 대만산 흑후추가 들어간 초콜릿을 개발했어요. 비오는 날 먹는 알싸하고 뜨끈한 국물을 연상케 하는 맛이죠. 이 밖에도 고향에서 많이 먹던 핑크 새우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핑크 새우 화이트 초콜릿’, ‘덥고 습한 여름 밤에 마시는 시원한 맥주’에서 영감을 받은 ‘대만 백후추 & 꽃소금 초콜릿’ 등이 영감 시리즈에 속해 있어요. 초콜릿을 먹는 동안 지극히 대만스러운 일상을 연상시켜요. 대만산 초콜릿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에요.
ⓒFU WAN CHOCOLATE
ⓒFU WAN CHOCOLATE
이런 푸완 초콜릿의 대만스러움을 가장 다채롭게 경험할 수 있는 곳이 있어요. 바로 푸완 초콜릿의 매장들이에요. 푸완 초콜릿은 2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가지고 있는데, 한 곳은 타이베이 중심의 다안(Da’an) 지역에 있고, 나머지 하나는 카카오 농장이 있는 핑둥 현에 있어요. 푸완 초콜릿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어쩌면 아직 낯설고 생소한, 그러나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대만의 초콜릿의 세계를 펼쳐요. 그리고 고객들이 더 가까이에서, 더 다채롭게 그 세계를 탐험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시티호퍼스
푸완 초콜릿의 모든 초콜릿 상품은 물론, 매장 익스클루시브한 메뉴들도 있어요. 초콜릿을 활용한 음료, 디저트, 그리고 전문 셰프와 쇼콜라티에와 함께 개발한 ‘시크릿 메뉴’가 준비되어 있어요. 이 메뉴는 계절마다 바뀌기 때문에, 한정 메뉴이기도 해요.
그 중 화룡 점정은 푸완 초콜릿의 여러 가지 초콜릿을 맛보고 비교할 수 있는 ‘초콜릿 테이스팅 메뉴’예요. 초콜릿 세계를 자유롭게 ‘탐험’하길 바라는 뜻에서 초콜릿 원더(Chocolate wander)라는 부제가 붙죠. 테이스팅 메뉴에는 3가지가 있어요. 5가지 술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알콜 프리 초콜릿으로 구성된 ‘디오니소스의 테이블(Dionysus’s Table)’, 국제적인 ‘ICA 골드 어워즈’에서 수상한 6개의 초콜릿을 제공하는 ‘올림푸스 산(Mt. Olympus)’, 그리고 대만의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생초콜릿으로 이루어진 ‘3개의 축복(The Three Graces)’이라는 메뉴가 있죠.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올림푸스 산’ 테이스팅 메뉴를 주문하면 발효된 카카오 빈과 로스팅된 카카오, 6개의 초콜릿 조각이 제공되어요. 메뉴와 함께 테이스팅 순서, 테이스팅 방법, 테이스팅 노트 등이 적힌 카드도 함께 나와요. 초콜릿의 근원인 카카오 빈부터 각 초콜릿의 차이를 천천히 느껴볼 수 있도록 가이드를 제공하는 거예요. 고객은 이 가이드 덕분에 더 깊고, 정확하게 대만산 초콜릿의 세계로 녹아들 수 있어요.
#3. 빈투바 다음의 초콜릿, ‘트리투바’
그런데 푸완 초콜릿은 초콜릿의 ‘맛’만 바꾼 게 아니에요. 대만산 카카오로 시작한 최초의 브랜드답게, 카카오가 초콜릿이 되기까지 과정에서도 최초의 시도를 도입해요. 별다를 것 없을 것 같은데 초콜릿 제조 과정에, 푸완 초콜릿은 어떤 새로움을 녹인 걸까요?
딱딱한 카카오 열매가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달콤한 초콜릿이 되기까지, 그 과정은 생각보다 정교하고 복잡해요. 특히 원재료인 카카오 열매를 카카오 ‘파우더’로 만드는 과정은 초콜릿의 맛과 품질이 결정된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하죠. 누가, 어디서,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는 거예요. 그래서 좋은 카카오 빈 선별만큼이나 초콜릿 가공 과정도 중요해요.
푸완 초콜릿도 독자적인 가공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몇 년을 연구와 실험에 매달렸어요. 당시 대만은 카카오 생산을 시작한 지 10년도 채 되지 않은 카카오 신생 국가였어요. 그래서 대만산 카카오에 대한 노하우와 데이터가 터무니없이 부족했죠.
모든 걸 처음부터 만들어 나가야 하는 상황 속, 시행착오는 당연했어요. 3년 동안 푸완 초콜릿의 공장은 마치 실험실과 같았죠. 친환경 농법을 고수하는 현재 카카오 농부와 밀접하게 소통하며 최상의 수확시기와 숙성 기간을 정했어요. 발효, 건조, 로스팅, 분쇄까지 모든 과정 하나하나를 기록하고 시스템화 했고요. 대만산 카카오의 맛을 최상으로 끌어올릴, 푸완만의 노하우와 데이터를 쌓은 결과, 2017년, 푸완 초콜릿이 최초로 도입한 시스템이 ‘트리투바(Tree-to-bar)’예요.
ⓒFU WAN CHOCOLATE
보통의 초콜릿 메이커들이 내세우는 건, ‘빈투바’예요. 즉 초콜릿을 만드는 과정이 카카오 콩부터 시작된다는 의미죠. 그런데 푸완 초콜릿의 트리투바는 카카오 콩 이전의, 카카오 나무 단계부터 시작된다는 의미예요. 카카오 빈 원산지와 가공 지역이 같은 푸완 초콜릿만이 할 수 있는 말이에요.
트리투바의 가장 큰 경쟁력은 ‘신선도’에 있어요. 수확할 당시 아무리 뛰어난 품질의 카카오 콩이었다고 해도 수천 킬로미터 이상을 이동해야 한다면, 처음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힘들 거예요. 하지만 푸완의 초콜릿은 카카오 재배부터 가공 및 제조까지 모든 공정이 대만 ‘현지’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재료의 신선도를 최상의 상태로 유지할 수 있는 거죠. 비용적, 환경적 측면에서도 큰 이점이 있어요. 유통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줄어든 이동 거리 만큼 탄소 배출이 감소하는 효과도 있죠.
ⓒFU WAN CHOCOLATE
푸완 초콜릿의 트리투바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발효 및 향미 과정으로 한 번 더 힘을 받아요. 푸완 초콜릿이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죠. 슈와렌과 와인 전문가이자 코코아 소믈리에인 첸리셴(Chen Li-shen)은 ‘이중 발효과정’을 개발했어요. 처음에는 카카오 열매에 비밀 재료와 작은 바나나 잎 조각을 섞어 와인처럼 나무통에서 발효해요. 이후 발효된 콩은 8~10일 동안 건조한 뒤 이차 발효를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는 맛과 향이 더 둥글고 복잡해지죠.
ⓒFU WAN CHOCOLATE
“카카오의 맛은 와인과 같을 수 있습니다. 최고의 발효 공정을 통해 딸기, 바나나, 멜론 등의 풍미를 가진 와인, 샴페인과 유사한 향을 얻을 수 있죠. 우리는 실제로 샴페인 생산에 사용되는 발효 기술을 초콜릿에 적용하고 있어요.”
- 첸리셴, South China Morining Post
푸완 초콜릿은 ‘풍미’하면 대표적인 아이템인 와인에 대한 배경 지식을 초콜릿에 적용했어요. 덕분에 와인만큼 다채로운 풍미를 내는 초콜릿을 개발할 수 있었죠. 카카오 빈부터 식재료, 발효 기술까지 푸완 초콜릿만의 방법을 개척해 온 셈이에요.
“어떤 사람들은 우리를 ‘초콜릿 계의 NASA’로 간주합니다. 푸완 초콜릿을 우리만의 방식으로 세계에 보여주기 위해서, 독자적인 발효 과정, 기술 및 재료를 혁신하고 실험할 의향이 있습니다.”
- 슈와렌, South China Morining Post
‘최초’의 무게와 포부가 느껴지는 발언이에요. 푸완 초콜릿만의 실험 정신과 장인 정신으로 가장 대만스러운 초콜릿을 만들어 왔지만, 앞으로도 그 실험적 행보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고 있어요. ‘대만’이라는 정체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초콜릿 세계를 개척해 나갈 푸완 초콜릿의 미래를 응원하고 싶어지는 이유예요.
초콜릿 산업의 생태계까지 달콤하게 만들다
‘나무부터 바까지, 토양부터 영혼까지(From tree to bar, from soil to soul)’
푸완 초콜릿의 슬로건이에요. 카카오 열매는 대만의 땅과 자연으로부터 얻은 것이에요. 그리고 생산자들의 노력이자 결실이기도 하죠. 돌보고 가꾸지 않으면 영원한 것은 없듯, 푸완 초콜릿도 계속해서 대만에서 카카오 열매를 얻기 위해서는 돌봐야 할 문제가 있었어요. 토지와 농업 환경에 대한 문제였죠.
슈와렌이 본 초콜릿 생태계는 전혀 달콤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씁쓸했죠. 무작위로 벌어지고 있는 토지 및 환경 파괴, 노동 착취 및 농가의 빈곤 문제가 몇 세기 동안 이어지고 있었어요. 그는 초콜릿의 미래를 위해서는 초콜릿 생태계에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2021년, ‘지속 가능한 초콜릿 비즈니스 모델’을 고안해 내죠.
가장 먼저 카카오 농장이 있는 핑둥 현의 환경부터 바꿔 나갔어요. 환경에도, 농가에도 지속 가능하고, 건전한 구조를 만들기 위해 23개의 농가와 친환경 농법을 고수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죠. 뿐만 아니라 핑둥 현에 푸완 초콜릿의 공장과 플래그십 스토어를 만들어 핑둥 현 지역을 활성화하는 데에 힘쓰고 있어요.
ⓒFU WAN CHOCOLATE
대만의 카카오 농가, 지역 농가, 초콜릿 제조사, 소비자 간의 선순환을 만들어 내는 이 비즈니스 모델은 2022 굿디자인 어워즈에서 지속 가능한 초콜릿 비즈니스 모델로 수상을 하게 돼요. 푸완 초콜릿이 바꾸려는 생태계가 해외 무대에서도 공감을 얻은 거예요.
ⓒFU WAN CHOCOLATE
“대만에서 발견한 카카오와 초콜릿의 초능력으로 여러분에게 즐거운 시간을 선사하고, 땅과 사람들에게 더 많은 대화를 가져오고, 세상에 더 많은 사랑과 평화의 힘을 가져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
슈와렌이 대만의 카카오를 발견한 건 어쩌면 행운이었는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가 맛 본 달콤함을 고객들에게 전하기 위해, 더 나은 초콜릿 생태계를 위해 묵묵히 찍어온 발자국은 운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치열하게 성취해 낸 것들이었죠. 하지만 그의 말처럼 이 선순환이 가져다줄 행운이 또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요? 대만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의 초콜릿 생태계가 지속 가능하게 바뀌는, 달콤한 세상을 꿈꿔 봐도 좋을 것 같아요.
Reference
• Fine Chocolate Industry Association (FCIA), Building a Chocolate Community in Taiwan
• Tiwan Regional Revitalization Foundation, 永續發展目標
• 2022년 굿디자인 어워즈 지속 가능한 초콜릿 비즈니스 모델
• PR TIMES, 台湾発チョコレートブランド「フーワンチョコレート」の持続可能なビジネスモデルが、応募総数5,715件の中から『2022年度グッドデザイン賞 金賞(経済産業大臣賞)』を受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