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과 자연이 함께 자라며, ‘자연 지향’의 삶을 구현하다
굿 디자인 어워드 2024 #1.친자연적 일과 삶
2024.10.28
’굿 디자인 어워드’는 일본을 대표하는 국제적 권위의 디자인 공모전이에요. 1957년부터 60년 넘는 시간 동안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를 사회에 알리고 있죠. 일본산업디자인진흥회가 주관하는 이 어워드에서는 단순히 사물의 아름다움이나 디자인의 우열을 겨루지 않아요. 디자인이 어떻게 문제 해결을 촉진하는지, 사람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죠.
특히 올해 심사의 테마는 ‘용감한 태도, 유기적 디자인(Brave Attitude, Organic Design)’이었어요. 그 해의 심사 테마는 사회의 변화를 반영하는데요. 디자인의 역할은 이제 ‘전에 없던 것을 만드는 것’에서 ‘있던 것을 개선하는 것’으로 진화하고 있어요. 이 진화의 과정에서 용기 있고 유기적인 사고 방식 및 시스템은 다양한 디자인이 탄생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해요.
2024년 굿 디자인 어워드에서는 총 5,773건의 심사 대상 중 1,579건이 수상했어요. 그 중에서도 시티호퍼스는 다양한 삶의 형태를 존중하고, 맥락을 고려하는 디자인으로 우리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수상작들을 소개하고자 해요. 오늘은 자연과 더 가까운 라이프스타일을 구현하는 데 기여하는 공간 디자인들을 만나 볼게요.
굿 디자인 어워드 2024 #1. 친자연적 일과 삶 미리보기
• #1. ‘정원’에서 ‘자연’으로 진화하는 주택
• #2. 거목과 건물이 함께 커가는 사무실
• #3. 체리밭에서 피어난 가장 로컬스러운 사옥
• 자연을 담아, 자연을 닮은 공간의 미래
‘바이오필릭 디자인(Biopilic Design)’. 생명을 의미하는 ‘Bio’와 사랑을 의미하는 ‘Philia’가 결합한 바이오필리아(Philia)에서 나온 단어어요. 오랜 시간 자연과 함께 살아온 인간은 태생적으로 자연과 연결되어 있으며 본능적으로 자연과 함께 있을 때 정서적으로 안정되기에 일상의 공간에 자연적인 요소를 더해야 한다는 거예요.
바이오필릭 디자인은 단순히 집에서 식물을 키우거나, 정원을 가꾸는 개념을 넘어 자연광을 끌여들이거나, 자연을 연상시키는 인테리어를 하거나, 공기나 소리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드는 등 종합적인 영역이에요. 2005년 처음 개념이 등장하고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는데, 정서적인 안정은 물론이고 일상의 공간에서 자연이 주는 실질적 효과를 보면 그저 놀라울 뿐이죠.
오피스: 생산성 8% 향상, 실직에 대한 불안감으로 필요 이상으로 직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시간 감소
호텔: 투숙객의 23% 자연이 잘 보이는 객실에 추가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음
교육시설: 학습 속도 20~25% 증가, 집중도 및 출석률 증가, ADHD 영향 감소
의료공간: 수술 후 회복 시간 8.5% 감소, 진통제 투여 시 22% 감소
리테일: 고객들은 자연적 요소가 있는 공간에서 8~12% 더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밝힘
주거: 지역의 범죄 발생률 7~8% 감소, 부동산 가격 4~5% 인상
그래서 많은 공간들은 바이오필릭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구현해요. 숲과 실내 폭포를 실내에서 구현한 싱가폴의 창이 공항, 30개국에서 40,000여종의 식물을 가져온 아마존 본사 사옥, 광활한 녹지의 조성으로 자연과 도시의 공존을 고려한 설계 아자부다이 힐스까지. 목적과 용도는 달라도 자연과 일상이 함께하는 공간이에요. 이번 시티호퍼스에서는 굿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공간들을 소개할게요.
Changi Airport ©Jewel Changi
The Spheres ©Enclos
Azabudai Hills ©Danny with love
#1. ‘정원’에서 ‘자연’으로 진화하는 주택
집에 정원이 있다면 어떨까요? 자연을 보며 안정감을 느끼고, 피톤치드와 함께 산책하면 마음도 평온해지죠. 바쁜 일상에서 벗어가는 것 만으로도 편해지고요. 1804년 설립되어, 2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정원 분야의 전문성을 지닌 영국 원예 협회(RHS)에서는 정원이 심리정서적, 사회적, 인지적 기능을 개선한다고 얘기해요.
단순히 느낌적인 느낌은 아니에요. 매일 정원을 보며 식물과 밀접한 생활을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웰빙 지수는 6.6%가 높고 스트레스는 4.2% 낮다고 해요. 게다가 정원 가꾸기는 중강도의 신체 활동이에요. 정원을 가꾸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주당 42분 더 많은 신체 활동을 하고 이에 따라 체지방 감소, 혈압 감소 등의 이점도 제공하죠.
물론 정원에 대한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들도 있어요. 정원이 오히려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주장이에요. 정원을 가꾸려면 물도 많이 필요하고, 사용되는 화학 비료가 오히려 환경 오염을 일으키기도 하니까요. 정원 자체가 자연이 아닌, 인간이 만들어낸 개념이기 때문이에요.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기에 태생적으로 인위적인 요소를 없애는 것이 어려운 공간이라는 거죠.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시작해,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추구하는 건축물이 있어요. 도쿄에 위치한 쓰루오카 저택이에요.
“과학지 네이처에 따르면, 2020년 지구상의 인공물의 질량이 생물의 질량을 넘었다고 해요. 그리고 그 요인은 건축 자재라고 하고요. 오로지 인간만을 위한 건축을 지을 수 있는 시점에 한계가 왔다는 거예요. 건축가로서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자연과 인공물의 밸런스를 더 이상 부수지 않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없을까 하고요.”
- 다케다 키요아키, 건축가, Archidaily 인터뷰 중에서
©Kiyoaki Takeda
쓰루오카 저택이 시작된 이유에요. 쓰루오카 저택은 2021년 완공된 2층 구조의 개인 주택이에요. 인공물과 자연과의 균형을 생각한 건축을 목표로하는 건축가 다케다 키요아키의 이념을 구현했죠.
정원을 집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경우, 보통은 같은 땅 위에서 수평적으로 집과 정원을 배치해요. 다케다 키요아키는 이러한 설계가 단순히 정원과 집이 가까워질 뿐, 진정한 의미에서 자연과 인간의 균형이라고는 보기 어렵다고 해요. 쓰루오카 저택은 자연의 공간과 인간의 공간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수직의 구조를 택했어요. 1층과 2층 그리고 옥상에 모두 정원을 만들어 어느 공간에 있든 자연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이를 서로 연결했어요. 어떻게 연결했냐고요?
©Kiyoaki Takeda
연결의 핵심은 건축 자재에 있어요. 바로 흙이거든요. 각층의 천장과 기둥에는 콘크리트와 철근 대신 흙이 그 자리를 메꾸고 있어요. 천장 두께만큼 두꺼운 흙 덕분에 포용할 수 있는 식물의 종류가 늘어나 더욱 다양한 나무, 관목, 식물이 자라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죠. 덕분에 쓰루오카 저택에서는 100종류 이상의 식물을 만나볼 수 있어요.
건물을 흙으로 채우니 물이 순환되는 효과도 있어요. 비가 내리면 루프탑의 빗물은 밖으로 배출되는 것이 아니라, 천장과 기둥 속 흙을 타고 내려가 2층과 1층의 정원으로 전달되어요. 외벽에 떨어지는 빗물도 아치형 구조를 타고 자연스럽게 아래로 떨어지죠. 이러한 구조와 자재 덕분에 쓰루오카 주택은 온갖 동물과 식물 벌레가 함께 공존하는 생태계가 되었어요.
©Kiyoaki Takeda
물론 자연물과 인공물의 균형을 찾는 건축 디자인은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정확한 계랑이 가능한 인공 자재와 달리, 자연물은 통제 가능하지 않으니까요. 비가 오면 건물의 내부를 차지하고 있는 흙의 하중이 증가하는데, 비가 오는 정도도 매번 달라서 예측하기가 쉽지 않죠. 매년 건물을 뒤덮고 잇는 식물이 자라는 성장 속도도 고려해야 하고요. 전에 없던 새로운 식물이 자라거나 동물이 서식을 시작하는 일도 있으니까요. 건축 디자인을 하며 수 없이 고민하고 개선해야 했던 포인트죠.
그럼에도 왜 이렇게까지 ‘자연을 위한 건축’을 위해 에너지를 쏟았을까요? 그것은 자연을 위한 건축이 사람을 위한 공간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어요. 두꺼운 흙이 공간을 감싸는 것만으로도 공간에 있는 사람들이 여름철을 서늘하게 보낼 수 있고 겨울철에는 흙에 축적된 열이 공간을 따뜻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이렇게 '쓰루오카 저택'은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생물의 존재도 받아들이려고 시도한 건축이에요. 시간이 나며 나무가 자라고, 날아가는 새와 벌레도 들어오며 하나의 작은 숲이 태어날지도 지도 모르죠. 물론 이 건축 하나만으로 지구 환경을 개선할 수는 없겠지만, 인간과 자연이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시작점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2. 거목과 건물이 함께 커가는 사무실
애플 망고 드셔보셨나요? 사과처럼 붉은빛이 특징인 애플 망고는, 일반 망고보다 당도가 높아 인기가 많아요. 일반 망고가 약 12브릭스 수준이라면, 애플 망고는 1.5배가 넘는 20브릭스를 자랑하죠. 그러한 애플 망고의 최대 생산지 중 하나가 타이완이에요. 1년에 170,000톤, 약 5억개 분량의 망고를 생산하죠. 덕분에 대만 사람들은 1년에 평균적으로 21개의 망고를 즐겨요.
망고가 자라는 망고나무 뿐 아니라 대만은 산림 보호에 진심인 나라에요. 무분별하게 이루어지는 벌목에 경각심을 가지고,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기 시작했죠. 자국에서 사용되는 목재의 99%를 수입하여 자국 나무가 벌목되지 않게 하고, 100년 넘은 나무의 벌목은 금지해 버리는 법안도 통과되었어요. 덕분에 이제는 전국적으로 200여개 품종의 나무가 토지면적의 59% 이상을 차지하는 나라가 되었죠. 나무들을 소중하게 보호하려는 노력 덕분에 다양한 디자인 아이디어도 생기고 있고고요.
©SUEP
2022년 대만 남부에 위치한 카오슝 지역에 ‘백유 오피스’라는 이름의 사무실 건물이 들어섰어요. 건물을 자세히 보니, 가운데 망고 나무가 자리 잡고 있어요. 무려 100년이 넘은 나무죠. 건물과 나무가 함께하는 건물들은 더러 볼 수 있어요. 나무가 건물의 상징성을 나타내기도 하고, 디자인적인 아름다움을 전해주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이 나무에는 더 특별한 이야기가 있어요.
"주어가 사람이든, 나무든 모두에게 쾌적한 환경이 되기를 바란다."
- 스에코 히로카즈 / 스에미츠 요코, 건축가, 공식 홈페이지
이 건물의 가장 큰 특징은 중앙에 위치한 망고나무예요. 나무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철저하게 건물을 설계했거든요. 그래서 건물의 도면이 아니라 나무의 상태부터 분석했어요. 드론으로 나무를 3D 스캐닝하고, 나무를 투과할 수 있는 트리 레이더로 뿌리의 분포도 확인하여 나무에 충분한 영양분이 공급될 수 있도록 연면적 제한했어요. 심지어 수목의를 통해 건강상태를 진단받고, 상처 부위는 치료하기까지 했죠.
드론 3D 스캐닝 ©SUEP
수목의 ©SUEP
건물 설계의 중심에도 망고 나무가 있어요. 망고 나무의 평균 수명은 250년까지도 가는데, 100년 된 망고나무가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도록 건물의 높이와 구조를 결정했어요. 사계절 필요한 햇빛을 충분히 얻을 수 있도록 겨울과 여름의 일조량을 시뮬레이션하고, 건물의 디자인에 반영했어요. 성장에 필수적인 물도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도록 지붕은 오픈형으로 열려있고, 타원형 슬레이트 구조 덕분에 중앙으로 물이 모여 망고나무로 집중되어요.
여름과 겨울 일조량 시뮬레이션 ©SUEP
그렇다고 나무만을 위한 건물은 아니에요. 사람과 나무 모두를 위한 건물을 추구한 만큼,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요. 가오슝은 대만에서도 남쪽에 위치해 기온도 높고 일조량도 많은 지역이에요. 겨울에도 평균 온도가 25도에 육박하죠. 망고나무의 그림자가 건물에 최대한 많이 펼쳐질 수 있는 범위를 역산해 디자인하고, 자연통풍을 최대한 살리는 창을 이용해 쾌적한 실내를 유지하게 했죠. 나무를 둘러싼 나선형 계단을 걸으면 얻는 상쾌함은 덤이고요.
덕분에 대만에서는 보기 어려운 ZEB(제로 에너지 빌딩)으로 꼽히기도 하는데 이 모든 것이 현재 진행형이에요. 완공이 되면 끝나는 일반적인 건축물과 달리, 이 건물은 계속 통풍량, 일사량 등을 관측하고 데이터를 수집해 건물 운영 등에 반영해요. 망고 나무가 계속해서 자라는 만큼 건물도 함께 성장하는 셈이죠.
©SUEP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적인 부분도 고려했어요. 건물을 환경 교육을 위한 투어나 이벤트의 거점으로도 운영되고 있고 준공 과정을 그림책으로 삼아 어린이들에게 자연과 공생하는 소중함을 전달하고 있기도 해요. 아낌없이 주는 나무 덕분에 사람도, 나무도 모두 윈윈할 수 있어요.
자연과 공생한다. 살아있는 건축을 목표로.
백유 오피스를 건축한 SUEP 건축 사무소의 철학이에요. "자연과 공생"하는 건축 디자인을 통해 지구 환경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숲 컨셉의 복합문화공간 ‘다이칸야마 포레스트 게이트(굿 디자인 어워드 2024년)’, 사람과 숲과 에너지의 공생을 컨셉으로 만들어진 ‘숙박 시설 룹 나수(굿 디자인 어워드 2020년)’ 등을 디자인했죠. 시간이 지나며 자연과 함께 성장할 이들이 앞으로 디자인할 공간이 더욱 기대가 되는 이유에요.
#3. 체리밭에서 피어난 가장 로컬스러운 사옥
일본의 노동 인구가 사라지고 있어요. 일본의 인구는 2008년 1억 3천만여명을 정점으로 2100년까지 50% 수준인 6,300만명 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해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9.1%로 세계 최고 수준이고요. 저출생·고령화로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거예요
지방은 문제가 특히 더 심각해요. 일본의 ‘지방소멸’ 문제를 다룬 마스다 히로야에 따르면 도시 규모가 작을수록 인구 감소를 더 실감하고 있고, 지방 소멸 위기까지 대두되고 있다고 해요. 이유는 인프라 부족이에요. 지방에서는 사회적 네트워크, 생활 인프라, 직업 기회 등의 부족으로 젊은이들이 지방에서 생활하고 일하는 것을 꺼리고 있거든요.
"지방에서 일하는 이미지, 그리고 건설업의 이미지를 바꾸고 싶다."
- 사이토 신지, 사장, 치키즈칸 인터뷰 중에서
©Onishi Hyakuda
도쿄에서 차로 약 5시간 거리에 떨어진 야마가타라는 곳에는 건설회사 OTIAS(이하 오티아스)가 있어요. 건축, 토목, 설비, 부동산 등 폭넓게 사업을 영위하고 있죠. 이들이 바꾸고 싶었던 편견은 지방에서 일하는 이미지, 그리고 건설업계의 이미지였어요. 건설업 특유의 보수적인 문화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외면하고 있었고, 지방에 위치한 지리적 단점이 더해지며 사람을 구하기가 더욱 힘들어졌거든요.
©Onishi Hyakuda
이 곳 체리로 유명한 밭이 있었는데, 밭을 가꿀 사람이 없어 경작을 포기한채로 방치되어 있었어요. 원래대로라면 남겨진 체리 나무를 모두 자를 예정이었지만 오티아스의 의뢰로 건축사무소 오니시 햐쿠다와 함께 하며, ‘지역과 자연이 함께하는 공간’으로 재탄생했어요.
“체리밭 안에서 일하며, 그곳에서 흐르는 시간을 경험한다”가 컨셉입니다. 이것은 도쿄에서는 절대 경험해 볼 수 없어요. 애초에 이런 땅이 없으니까요. 이처럼, 도쿄에서는 할 수 없지만 야마가타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디자인했습니다.”
- Maki Onishi / Yuki Hyakuda, 건축가, 공식 홈페이지 중에서
©Onishi Hyakuda
새로운 사옥은 체리나무 밭 안에 지어졌어요. 통유리를 이용해 체리밭과 자연을 그대로 볼 수 있죠. 지붕은 주변의 산맥을 형상화하여 디자인했고 널찍한 내부 공간 덕분에 회의도, 업무도 쾌적하게 할 수 있어요. 내부 공간 뿐 아니라 야외 공간도 신경썼어요. 체리밭을 비롯해 자재 보관소, 사원용 주차장, 연못 광장 등 다양한 야외 공간이 조성되었죠. 건설회사가 이러한 공간을 구성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공간은 회사를 위한 사옥이기도 하지만, 지역 사회를 위한 커뮤니티 공간으로도 활용되기를 바랬어요. 건설사 직원들 옆에서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이 숙제를 하고, 은퇴한 분들은 체리밭에서 손질을 돕고, 사무실에서 강연이 열리기도 하는, 지역과 자연이 하나된 공간이 목표였죠. 남녀노소 여러 사람이 모여 일하고 배우고 살아가는, 지역을 위한 새로운 사무실의 모습을 목표로 했어요.
©Ready to Fashion
지역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서 바꾼것은 사옥 뿐만이 아니에요. 누구나 알기 쉽게 미션이나 비전 등의 구상을 언어화 하고, 이를 홈페이지랑 리플릿을 통해 오프라인/온라인 등으로 발신했어요. 사원이 착용하는 유니폼도 유명 라이프스타일 디자인 브랜드 투머로우 랜드와 콜라보하여 리뉴얼합니다. 이쯤되면 도쿄에서 출퇴근 하고 싶어지는 직원들도 생기지 않을까요?
굿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한 사옥의 의뢰인 오티아스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하나는 창업자의 이름이에요. 오티아스(OTIAS)를 거꾸로 하면 SAITO라는 이름이 되죠. 다른 하나는 새로운 아이디어에 열려 있다는 Open To new IdeAS의 약자에요. 새로운 아이디어를 소중하게 여기고, 당연하다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고정 관념을 버리고 나아가다보면 야마가타 현도 더욱 젊어지지 않을까요?
자연을 담아, 자연을 닮은 공간의 미래
2024년 굿 디자인 어워드의 출품작은 5,773개, 수상작은 1,579개에요. 1,579개의 수상작 중에서도 특별히 더 뛰어나거나 의미가 있는 작품들 중 100개를 골라 ‘Good Design Award Best 100’을 선정해요. 그런데 위에서 소개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공간들 모두 Good Design Award Best 100에 들었어요.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많고 많은 수상작 가운데서도 위에서 소개한 수상작들은 순위 이외에도 공통점이 있어요. 자연과 인간을 동일한 존재로 인식하고,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보다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닌 서로가 서로를 보완하는 디자인이라는 점이에요.
예를 들어 쓰루오카 저택은 자연을 일상속으로 가져와 일상속에 생태계를 만들어 버린 공간이고요. 바이유 오피스는 망고 나무의 성장과 함께 사무실 공간도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이에요. 마지막으로 오티아스의 사옥은 자연의 부지를 그대로 활용하면서도 커뮤니티로서의 지역 공헌에 대해서도 고려해볼 수 있는 케이스죠.
건축 디자인 하나가 환경 문제를 전부 해결해 줄 수는 없어요, 하지만 이러한 시도들이 모이고 모이면, 사회에 유의미한 환기를 불러 일으킬 수 있죠. 자연과 사람의 연결을 시도하고, 둘 사이의 균형점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자연과 사람이 진정한 의미에서 공존하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요?
Reference
Tsuruoka House, Good Design Award
BY-YOU OFFICE, Good Design Award
Office in a Cherry Field, Good Design Award
鶴岡邸 / 武田清明建築設計事務所, Tecture Ma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