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의 고객은 ‘발’이다, ‘풋 헬스웨어’로 거듭난 양말의 사연
굿 디자인 어워드 2024 #4. 케어소쿠
2024.10.31
’굿 디자인 어워드’는 일본을 대표하는 국제적 권위의 디자인 공모전이에요. 1957년부터 60년 넘는 시간 동안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를 사회에 알리고 있죠. 일본산업디자인진흥회가 주관하는 이 어워드에서는 단순히 사물의 아름다움이나 디자인의 우열을 겨루지 않아요. 디자인이 어떻게 문제 해결을 촉진하는지, 사람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죠.
특히 올해 심사의 테마는 ‘용감한 태도, 유기적 디자인(Brave Attitude, Organic Design)’이었어요. 그 해의 심사 테마는 사회의 변화를 반영하는데요. 디자인의 역할은 이제 ‘전에 없던 것을 만드는 것’에서 ‘있던 것을 개선하는 것’으로 진화하고 있어요. 이 진화의 과정에서 용기 있고 유기적인 사고 방식 및 시스템은 다양한 디자인이 탄생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해요.
2024년 굿 디자인 어워드에서는 총 5,773건의 심사 대상 중 1,579건이 수상했어요. 그 중에서도 시티호퍼스는 다양한 삶의 형태를 존중하고, 맥락을 고려하는 디자인으로 우리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수상작들을 소개하고자 해요. 오늘은 양말 한 켤레로 신체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양말 브랜드 ‘케어소쿠(CARE:SOKU)’를 만나볼게요.
굿 디자인 어워드 2024 #4. 케어소쿠 미리보기
• #1. 신으면 신을수록 건강해지는 ‘양말’
• #2. 중요한 것은 발이 가진 ‘자연 치유력’
• #3. ‘발’이 좋아할 만한 양말을 개발한 이유
• 양말이 아니다, ‘풋 헬스웨어’다
발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계시나요? 피부 톤에 맞는 메이크업, 체형에 맞는 코디, 두상에 어울리는 헤어스타일에는 관심이 많아도 자신의 ‘발’ 상태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 거예요. 다른 신체 부위에 비해 외관상 잘 드러나지 않다 보니 평소 유심히 들여다보는 일도 흔치 않죠.
발바닥은 신체 표면적의 약 2%에 불과하지만, 그렇다고 발의 존재감을 쉽게 보면 안 돼요. 지면에 맞닿아 있어 전신의 무게를 지탱하는 발은 신체의 균형을 유지시켜줄 뿐만 아니라 보행과 이동을 책임지죠. 그뿐 아니라 심장에서 보낸 혈액을 다시 온몸으로 순환시켜주는 역할도 해요. 그래서 발은 ‘제2의 심장’이자 ‘인체의 축소판’으로 불리기도 하죠.
하지만 역할의 중요도에 비해 발 관리는 상대적으로 미흡한 게 현실이에요. 그렇다 보니 발뒤꿈치에 쌓인 각질이 또 다른 피부 질환으로 이어지거나, 바르지 못한 걸음걸이가 신체 전반에 뒤틀림을 낳는 일도 다반사죠.
가까운 일본을 살펴보면, 평균적으로 2명 중 1명이 발가락이 지면에 고루 닿아있지 않고 떠 있는 상태인데요. 이런 경우 신체 밸런스가 불안정해져 발에 피로와 통증이 누적되고, 발이 변형되기도 해요. 게다가 발가락이 땅에 제대로 닿아있지 않으니 걸을 때마다 무릎에 부담이 가고, 무릎의 뒤틀림이 연이어 허리에 부담을 주는 악순환까지 일어나죠.
이처럼 발에서 시작된 문제는 발뿐만이 아니라 신체 전체에 영향을 끼쳐요. 그런데 다행히도 일본에서는 발 건강 관리를 좀 더 쉽고 간편하게 할 수 있죠. 얼마나 간단하냐면, 양말 한 켤레만 신으면 돼요. 1958년에 창업한 일본 기업 ‘야마추’의 양말 브랜드 ‘케어소쿠(CARE:SOKU)’가 그 주인공이에요. 케어소쿠는 양말을 통해 사람들이 건강을 유지하고, 발 관련 질병을 예방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양말 브랜드 케어소쿠의 제품 중 ‘토토노에루(ととのえる)’는 2024 굿 디자인 어워드 수상작이에요. ‘굿디자인 베스트 100’과 ‘굿 포커스 어워드 - 전통과 기술 디자인 부문’을 수상했죠. 토토노에루는 ‘발이 쉽게 피로해진다', '발뒤꿈치가 까칠까칠하다' 등 일상적인 고민을 해결할 뿐만 아니라, 발 본래의 기능을 되살려 건강 관련 문제를 미연에 방지해 줘요. 그야말로 양말 한 켤레가 건강을 지켜주는 셈이죠. 대체 어떤 디자인이길래 신으면 신을수록 건강해지는 거냐고요?
#1. 신으면 신을수록 건강해지는 ‘양말’
‘맨발보다 기분 좋은 양말’
창업 이래 60년 넘게 양말 만들기에만 매진해 온 야마추의 양말 브랜드 ‘케어소쿠’를 나타내는 말이에요. 아무리 양말의 소재와 기능이 좋아도 맨발이 훨씬 편하기 마련인데, 맨발보다 나은 양말이라니 무슨 뜻일까요? 이건 그저 듣기 좋은 말이 아니에요. 케어소쿠의 제품 중 토토노에루는 2024 굿 디자인 어워드 수상을 통해 높은 수준의 기술과 기법이 더해진 디자인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았어요.
©CARE:SOKU
토토노에루는 신는 것만으로 신체 밸런스를 보정해 사람들이 건강하게 걸을 수 있게 도와주는 기능성 양말이에요. 알다시피 이런 역할은 지금껏 양말이 아닌 ‘기능성 신발’이 도맡아 왔는데요. 야마추는 이를 매일 긴 시간 신고 생활하는 ‘양말’로 풀어냈어요. 그래서 스스로도 양말이 아니라 ‘양말 모양의 건강 기구’를 판다고 말하죠.
가격도 그에 걸맞는 수준이에요. 독특한 디자인과 편안한 착용감이 두드러지는 토토노에루는 1켤레에 무려 2,750엔(약 27,500원) 정도예요. 눈에 보이는 차이만으로는 이 정도 가격 수준을 설명하기는 어려워요. 지금부터 토토노에루만의 양말 디자인을 하나씩 살펴볼게요.
우선 발가락 부분이에요. 보통 발가락 모양을 살린 양말이라면 발가락 부분이 다섯 개로 나뉘어 있는 디자인을 떠올리기 쉬운데, 토토노에루는 그렇지 않아요. 겉은 평범해 보여도 양말 이너의 발가락 부분이 5개로 나뉘어 있는 구조죠. 이는 발가락의 위치를 제대로 잡아주고 고정시키기 위해서인데요. 일반적인 발가락 양말은 신어도 구부러진 발가락 형태가 그대로 유지되는 반면, 토토노에루는 발가락 하나하나의 형태를 내부에서 다 잡아주어서 땅에 닿게끔 만들어요.
©CARE:SOKU
다음은 뒤꿈치 부분이에요. 자체 개발한 ‘벌집 쿠션'을 넣어 발뒤꿈치로부터 관절이나 근육에 전달되는 충격을 대폭 줄였어요. 게다가 이 쿠션은 걸을 때마다 체중이 발뒤꿈치에 몰리는 현상을 개선해 줘요. 무게중심이 발의 앞부터 뒤까지 고루 분산되면 사람들이 발가락을 더 잘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야마추의 연구 결과, 토토노에루를 신은 사람들은 손상된 발톱이 완화되는 부차적인 효과도 경험했어요.
©CARE:SOKU
마지막은 양말의 옆면이에요. 양말 중간 부분에 있는 단단한 띠 형태가 횡아치를 잡아주죠. 횡아치는 발의 안쪽과 바깥쪽을 이어주는 가로 부분을 일컫는데요. 횡아치의 형태가 무너져 쇠약해지면 발바닥 통증, 무지외반증 등의 질병으로 이어져요. 발바닥이 제대로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면 발 앞쪽에 부담이 가서 굳은살과 티눈 등이 생기기도 하고요. 그래서 야마추는 토토노에루에 횡아치를 지지하는 디자인을 삽입해 각종 발 트러블을 완화시켰죠.
©CARE:SOKU
최근 야마추에서는 토토노에루의 새로운 시리즈인 ‘토토노에루 스포츠’도 출시했어요. 토토노에루 기본형이 일상생활용이라면, 이번 신제품은 역동적인 운동을 하거나 스포츠 경기에 참여할 때 적합해요. 기본형과의 차이는 크게 2가지가 있죠. 먼저 토토노에루 스포츠는 발가락 안쪽 부분이 총 3개 파트로만 나뉘어져 있어요. 엄지발가락과 새끼발가락만 따로 분리시킨 구조를 통해 사람들이 두 발가락에 더 주의를 집중하고 온전히 활용하게끔 했죠.
이는 신체 균형을 잡는 데 있어 가장 바깥쪽에 위치한 엄지발가락과 새끼발가락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정작 이 두 발가락을 제대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드물죠. 그래서 사람들의 발을 보면 바깥쪽 발가락이 안쪽으로 구부러져 있거나 땅에 닿아있지 않은 경우가 특히 많아요. 그래서 야마추는 많은 사람들이 미처 의식하지 못한 발가락에 주목해 본연의 기능을 살리고, 운동할 때도 도움이 되도록 디자인했어요. 신축성이 뛰어난 겉뜨기 방식으로 양말을 짜서 착용감도 높였고요.
©CARE:SOKU
또 다른 차이는 벌집 쿠션의 위치예요. 기본형과는 달리 벌집 쿠션을 발 앞 부분에 부착시켰죠. 이렇게 하면 발이 지면에 닿았을 때 전달되는 충격이 줄어들뿐더러, 발 앞부분에 높낮이가 생겨 발가락으로 땅을 딛는 감각이 발달하게 돼요. 또 쿠션이 발 앞부분의 피부를 보호해 스포츠 훈련의 질을 더욱 높여주죠. 게다가 벌집 쿠션과 발뒤꿈치 부분에는 미끄럼 방지 처리가 되어 있어 신발 안에서 발이 어긋날 일도 없어요. 순발력을 필요로 하는 격렬한 스포츠에는 특히나 제격이죠. 토토노에루 스포츠는 운동화를 신었을 때 효과가 더 극대화되도록 설계되어 있어요.
©CARE:SOKU
이처럼 케어소쿠의 ‘토토노에루’ 시리즈는 사람들의 일상은 물론 운동까지 일상 속 모든 장면에서 발의 기능을 서포트하는 역할을 해요. 신으면 신을수록 발가락이 올바른 위치에 자리 잡아 발 본연의 기능이 되살아나는 토토노에루는 사람들의 건강까지 정돈시키는 중이죠.
#2. 중요한 것은 발이 가진 ‘자연 치유력’
케어소쿠는 야마추가 창업 60주년을 맞이했던 2018년에 시작됐어요. 2024 굿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한 ‘토토노에루’를 포함해, ‘우루오스(うるおす)’와 ‘아타타메루(あたためる)’까지 총 3개의 상품군으로 구성되어 있죠. 셋 다 전문가와의 공동 연구를 바탕으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개발한 상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요. 다만 발에 대한 접근법은 다 달라요. 토토노에루는 발의 ‘구조’를, 우루오스는 발의 ‘피부’를, 아타타메루는 발의 ‘온도’를 고려해 상품을 개발했죠.
그렇다면 나머지 2개의 상품은 어떤 특징이 있는지 살펴볼게요. 먼저 ‘우르오스’는 발뒤꿈치의 보습력은 높여주면서도 피부를 짓누르지 않아 착용감이 편안한 양말이에요. 이 양말은 사이타마현에 위치한 한 종합병원의 피부과 의사인 타카야마 카오루와 함께 개발한 상품이죠. 어쩌다 피부과 의사가 양말 개발에 뛰어들게 되었냐고요?
타카야마 카오루는 의사로서 평소 발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에 참여해 왔어요. 진료 이외에 상담회를 열기도 하고, 발 건강을 지키는 법에 관한 동영상을 제작해 배포하기도 했죠. 발의 중요성이나 건강 노하우에 관한 대중의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본인의 사명이라 생각했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여러 활동을 해오던 중 야마추의 회장인 나가바야시 코이치를 만나게 돼요. 이를 계기로 당시 야마추의 스테디셀러 상품이었던 ‘아시우라 미인(足うら美人)’이라는 발 보습 전용 양말을 개선해 보자고 제안하게 됐죠.
©CARE:SOKU
피부과 의사 입장에서 보았을 때 당시 ‘아시우라 미인’은 발뒤꿈치 보습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양말이었어요. 유사품은 많았지만 타 브랜드와 품질이 천지차이였죠. 타카야마 카오루는 이 제품의 보습 기능은 그대로 유지하되, 오래 신어도 발이 붓지 않는 기능을 더하면 더 좋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간 피부과에 찾아온 고령 환자들을 보면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 다리가 부어있기 십상이었거든요. 이렇게 부어있는 피부는 건조해지면 상처가 나기 더 쉬워지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미리 막고 싶었어요.
그 결과 야마추와 함께 개발해 만든 양말 우르오스는 발에 있는 수분을 그대로 유지시켜주면서도 붓기를 방지해요. 양말을 신은 흔적이 생기지 않을 만큼 착용감이 좋은데 발을 너무 조이지도, 그렇다고 너무 헐거워 느슨하지도 않죠.
물론 그 적정선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개발팀이 꽤 고생하긴 했지만, 우르오스를 직접 신어 본 사람들은 ‘신자마자 폭신하게 감긴다’는 후기를 들려주곤 해요. 양말을 신어도 발에 스트레스가 전혀 쌓이지 않는다는 물리적인 장점은 마음까지 편안해진다는 정신적인 장점으로도 이어지죠.
©CARE:SOK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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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어소쿠의 마지막 시리즈는 ‘아타타메루’ 양말이에요. 이 양말은 발이 가진 본래의 열을 놓치지 않고 따뜻하게 유지해주는 기능이 있죠. 원래 발은 사람의 신체 가장 끝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혈액이 잘 흐르지 않아 차가워지기 쉬운 부위인데요. 이렇게 발이 차가워지면 신체는 몸 전체의 체온 저하를 막기 위해 발에 전달하는 혈류량을 줄이게 돼요. 그렇게 되면 결국 발은 더 차가워질 수밖에 없죠. 아타타메루는 발을 따뜻하게 유지해 체온 저하를 막아주기 때문에 반대의 선순환을 일으킬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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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타타메루의 상품 개발에 최종 감수 역할을 맡은 것은 일본 아오바 병원의 명예원장 나카죠 토시오예요. 평소 의사의 입장에서 혈액순환의 중요성에 대해 알리고 있는 나카죠 토시오는 아타타메루의 기능을 개선하기 위한 조언들을 아끼지 않았어요.
예를 들어 누워 지내는 고령자나 사무실에서 일하는 여성도 편하게 신을 수 있도록 양말의 원단이나 형태에 관한 아이디어를 제공했죠. 그 결과 탄생한 아타타메루는 두꺼운 원단으로 발끝 온도를 유지할 뿐 아니라, 튀어나와 있는 뼈도 부드럽게 감싸줘요. 젊은 직원들의 의견에 따라 다양한 색깔로 출시되어 여성들에게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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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 양말이 멋진 것은 '그 사람 자신의 힘으로 발끝을 따뜻하게 한다'는 점이에요. 손난로처럼 외부의 열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혈액순환을 좋게 함으로써 안쪽에서부터 몸을 따뜻하게 해주죠. 이것은 인간이 본래 가지고 있는 생존을 위한 기능을 개선해 나간다는 접근법이에요. 발의 체온 상실이 줄어든 것을 신체가 느끼면, 하지로 가는 혈액을 늘려도 괜찮다고 판단하게 되고, 발끝에 닿는 혈액량이 늘어나요. 혈류가 좋아지면 혈관이 굵어지고 뼈와 근육의 강도도 올라가 욕창도 잘 생기지 않게 되죠.”
-나카죠 토시오, 아오바 병원 명예원장, 케어소쿠 홈페이지 중에서
케어소쿠의 양말 시리즈는 접근법은 달라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어요. 토토노에루, 우르오스, 아타타메루 모두 발이 본래 가지고 있는 기능을 끌어낸다는 거죠. 과학적인 증거나 의료 분야의 지식에 기반해 ‘자연 치유력’을 키워주는 케어소쿠 제품들은 발이 반길 수밖에 없는 양말이에요. ‘발 그 자체가 기뻐하는 양말’은 케어소쿠의 컨셉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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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발’이 좋아할 만한 양말을 개발한 이유
이처럼 야마추의 케어소쿠 시리즈는 현대인의 발 건강을 다양한 방면에서 해결하고 있는데요. 아무리 60년 넘게 양말을 만들어왔다고 해도 어떻게 ‘발 건강’에 특화된 상품들을 연이어 개발할 수 있었을까요? 물론 야마추가 긴 시간 질 좋은 양말을 만들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양말 제조사가 의학적, 과학적 지식을 다 갖추기란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또 양말을 잘 아는 것과, ‘발’과 ‘걸음걸이’를 이해하는 것에는 기본적인 차이가 있기도 하고요.
케어소쿠의 탄생은 야마추의 제조 신념에서 비롯됐어요. 야마추의 대표는 앞으로 사업을 이어나가려면 ‘발’ 자체에 대해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죠. 또 양말을 만드는 회사로서 진정한 고객이 누구일까 고민해 보았을 때, 그것은 ‘발’이라는 결론에 이르기도 했고요. 그렇다면 더더욱 발의 구조나 발이 몸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제대로 파악해, 발이 좋아할 만한 양말을 만들 필요가 있었어요. 그래서 과학에 더 의지하게 됐죠.
이때 야마추는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2가지의 노력을 기울였어요. 첫째로, 양말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데이터를 측정하기 시작했죠. 이때 사용한 기계가 '족저압 측정기'예요. 이 기계는 올라서는 것만으로 발바닥에 가해지는 압력과 분포도는 물론, 발에 관련된 각종 데이터를 측정할 수 있어요. 야마추는 여러 사람들을 대상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보며 발이 감각 수용 기관으로서 얼마나 섬세하고 치밀한지 절감했죠. 더불어 이 기계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들로 토토노에루의 효과성도 검증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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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로, 야마추는 수집한 데이터를 전문가와 함께 해석했어요. 물론 데이터의 수치 변화는 눈에 명확히 보였지만, 자체적인 역량만으로는 이 데이터가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해석할 수 없었거든요. 그래서 각 의학 분야 전문가들을 파트너로 초대했고, 그들의 과학 지식을 더해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는 데에 활용했어요. 물론 여기서 그치지 않고 사내에 ‘발 연구회’를 열어 보행의 메커니즘이나 족저압 데이터 판독법 등을 강의로 전달하며 역량을 키웠죠.
이렇게 ‘제조의 시선’과는 다른 ‘과학적 시선’으로 발을 보면서, 야마추는 발의 중요성에 대해 더 크게 배웠어요. 발 상태는 사람의 전신과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었죠. 예를 들어 무릎에 통증이 있는 사람은 높은 확률로 평발인 경우가 많았어요. 이는 땅에 닿을 때의 충격을 발이 흡수하지 못해 그 부담이 곧장 무릎에 전해졌기 때문이죠.
또, 발바닥에 가해지는 압력이 왼편이나 오른편에 치우쳐 있는 사람은 허리 건강이 좋지 못한 경우가 대다수였는데요. 이는 발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상반신에 비틀림이 생겼기 때문이었어요. 이것만 봐도 발은 건강의 밑거름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죠.
“일본은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운 나라가 되었지만, 그 결과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바뀌어 발이 가진 본연의 기능이 퇴화해 버렸어요. 발은 우리가 건강하게 살기 위한 밑거름이며, 거창하게 말하면 나라의 밑거름이기도 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점점 더 가속화될 고령화를 생각하면 가정 내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인 '낙상'을 막는 것은 사회적인 과제라고도 할 수 있죠.”
-나가바야시 코이치, 야마추 회장, 케어소쿠 홈페이지 중에서
발의 중요성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야마추는 앞으로도 사람의 건강뿐만 아니라 사회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양말을 만들고자 해요. 평범한 양말이 아니라 질병이나 부상을 미연에 막아주는 ‘양말 모양의 건강 기구’를 만들어 판매하는 거죠.
양말이 아니다, ‘풋 헬스웨어’다
‘양말’ 대신 ‘건강’을 파는 야마추의 시작은 양말 행상이었어요. 니가타현 가모시에서 형제들이 모여 창업을 했는데, 초창기에는 기계 한 대로 양말을 짠 다음 스스로 보따리상이 되어 양말을 팔고 돌아다녔죠. 이 시절에 야마추는 훗날 제품 개발의 지침이 될 교훈을 얻었어요. 직접 고객을 만나 그들의 니즈를 피부로 느껴봐야만 좋은 양말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죠.
©CARE:SOKU
야마추의 태도는 6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어요. 케어소쿠 양말 한 켤레를 기계로 짜는 시간은 약 60분. 평범한 양말을 짜는 것에 비해 무려 10배나 되는 시간이죠. 그렇다 보니 하루에 기계 한 대가 생산하는 양말은 단 스무 켤레밖에 되지 않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양말의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제조 중이에요.
“야마추에서는 케어소쿠를 기존 양말의 개념을 뛰어넘은 ‘풋 헬스웨어(FOOT HEALTH WARE)’라고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는 상품을 통해 ‘건강’이라는 사회 과제에 임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이기도 합니다.”
-케어소쿠 홈페이지 중에서
양말 행상인으로 시작해 양말로 건강을 지키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야마추는 스스로 양말의 존재 이유를 늘려 나가는 중이에요. 양말계의 새로운 한 페이지를 써나가는 야마추의 행보는 과연 어디까지 뻗어나갈까요? 변치 않는 ‘행상인의 마음’을 간직하는 한 그들의 도전에는 한계가 없을 거예요.
Reference
2024 グッドフォーカス賞 [技術・伝承デザイン] - ケアソク ととのえる
「研究を、世の中のために」共同開発者 阿部薫教授がケアソクに込めた想い
「フットケアの定着を推進する一手に」監修医師 高山かおるのケアソクへの期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