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초코 파우치에서 미래를 찾은, 초콜릿계의 네스프레소

호텔 쇼콜라

2022.11.29

이 브랜드, 초콜릿에 진심이에요. 초콜릿 맛을 위해서 카카오 농장을 구입했을 정도예요. 카카오를 공급받으면 되지 굳이 직접 운영할 필요 있냐고요? 와인의 맛이 포도에 의해 좌우되듯, 초콜릿도 카카오에 의해 맛이 달라져요. 그리고 카카오는 어느 토양에서,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자랐느냐에 따라 맛에 차이가 생기고요. 그래서 카카오 농장을 인수한 거예요. 


이렇게 단일 구역에서 재배한 카카오콩으로 세계 최초의 ‘싱글 코트 초콜릿’을 개발했어요. 그뿐 아니에요. 진, 럼주, 보드카 등을 섞어 술 초콜릿을 만드는가 하면 핫초코를 만드는 머신을 출시하고, 심지어 카카오가 들어간 뷰티 제품, 향초도 만들어요. 카카오 하나로 비즈니스를 확장했는데 런칭한 지 10년도 안 되어 영국에서 가장 지지받는 로컬 브랜드로 선정되죠. 바로 ‘호텔 쇼콜라’ 이야기예요. 


영국이 아무리 초콜릿의 나라라고 해도, 전통 강호들보다 뒤늦게 시작한 초콜릿 브랜드가 범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건 이례적인 일이에요. 물론 이유가 있었죠. 좋은 품질의 카카오는 그 이유중 하나일 뿐이고요. 호텔 쇼콜라가 초콜릿 애호가들을 사로잡은 달콤한 비결은 무엇일까요?


호텔 쇼콜라 미리보기

 초콜릿의 본질은 설탕이 아니라 ‘카카오’

• #1. 초콜릿계의 와인, ‘떼루아’가 초콜릿의 맛을 결정한다

• #2. 초콜릿계의 아마존, ‘지금 당신’을 위한 초콜릿을 추천한다

• #3. 초콜릿계의 구독경제, ‘다층적인’ 고객 관계를 구축한다

• #4. 초콜릿계의 ESG, 농부를 위한 ‘젠틀 파밍’을 실천한다

• 호텔 쇼콜라가 진짜 호텔을 세운 이유




영국은 초콜릿에 진심이에요. 1년 동안 한 사람이 먹는 평균 초콜릿 양은 8.1kg. 유럽의 1인당 연간 초콜릿 소비량이 5kg, 전세계 소비량이 0.9kg인 것에 비하면 어마어마한 숫자예요. 영국 성인의 절반이 넘는 56%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초콜릿을 먹고, 발렌타인데이에 초콜릿을 주고받는 문화도 19세기 영국에서 처음 시작됐어요.


그러니 영국에 초콜릿 강호들이 있는 건 당연한 이야기겠죠? 이 중에서 눈에 띄는 브랜드가 있어요. 바로 '호텔 쇼콜라(Hotel Chocolat)'예요. 초콜릿을 먹으면 현실에서 도피해 낙원에 온 듯한 마음 상태가 되는데, 이 환상적인 기분을 표현하기 위해 호텔 쇼콜라라는 이름을 지었죠. 초콜릿이 아닌 쇼콜라라는 발음을 선택한 것도 입안에서 더 부드러운 소리를 내고 몽환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이에요.


호텔 쇼콜라가 첫 매장을 연 2004년 당시, 영국 초콜릿 시장의 선두주자는 '손튼스(Thorntons)'였어요. 영국에 800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었고 벨기에, 스위스, 영국 스타일의 초콜릿 제품으로 이미 성숙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었죠. 더 이상의 프리미엄 초콜릿이 끼어들 틈은 없어 보였어요.


하지만 8년이 흐른 2012년, 호텔 쇼콜라는 영국 소비자들에게 가장 지지받는 로컬 브랜드로 선정됩니다. 지금은 영국에만 126개 매장이 있고 일본과 덴마크, 홍콩에도 약 40여개의 매장을 두고 있어요. 2016년에는 상장도 했죠.


"우리는 엣지와 차별점을 둠으로써 소비자에게 새로운 것을 줄 수 있었어요."


호텔 쇼콜라의 공동창업자 앵거스 설웰(Angus Thirlwell)의 말이에요. 이미 꾸준하고 성숙한 영국 프리미엄 초콜릿 시장에서, 후발주자 호텔 쇼콜라가 찾은 엣지는 무엇일까요? 힌트를 하나 드리자면, 호텔 쇼콜라는 다른 데 한눈 팔지 않아요. 오직 초콜릿 하나로 상상 이상의 비즈니스를 키워가고 있죠.



초콜릿의 본질은 설탕이 아니라 ‘카카오’ 

호텔 쇼콜라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눈길을 확 사로잡는 제품을 선보였어요. 정교하게 조각된 사슴과 펭귄 초콜릿, 트리 리스를 형상화한 초콜릿 등이에요. 너무 귀여운데 가격도 4파운드에서 20파운드 정도로 부담스럽지 않아요. 부활절 시즌에는 계란 컨셉의 초콜릿을 내놓았고요. 호텔 쇼콜라의 브랜드명이나 이런 독특한 디자인 컨셉을 보면 확실히 초콜릿보다는 엔터테인먼트나 예술에 초점을 맞춘 회사처럼 느껴져요.



ⓒHotel Chocolat



호텔 쇼콜라의 부활절 컨셉 초콜릿입니다. ⓒHotel Chocolat


하지만 호텔 쇼콜라의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은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엔터테인먼트나 예술적인 접근이 아니에요. '본질'이죠. 업계에 처음 등장했을 때 창업자 설웰은 이런 포부를 밝혔어요.


"우리가 꿈꾸는 건 카카오를 다시 영웅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소비자들이 와인처럼 다양한 코코아콩을 맛보고 토론하기를 원합니다."


본질에 집중한다는 건 초콜릿의 원형인 카카오에 집중한다는 뜻이에요. 대다수 초콜릿 회사는 카카오보다 설탕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어요. 일반적인 밀크 초콜릿에는 카카오보다 2배 이상의 설탕이 들어 있죠. 설탕 가격이 카카오보다 20배 저렴하기 때문이에요. 이런 높은 수준의 설탕 함량은 카카오 자체의 풍미를 둔하게 만들어 감귤류, 과일, 커피콩과 같은 자연이 생산해 내는 모든 미묘한 향을 가려버리죠.


호텔 쇼콜라는 '카카오는 더 많이, 설탕은 더 적게'라는 만트라를 실천해요. 밀크 초콜릿의 카카오 함유량은 50%, 화이트 초콜릿의 카카오 함유량은 36%까지 올렸죠. 초콜릿에 인공 향료나 색상은 섞지 않아요. 게다가 서로 다른 장소에서 온 카카오를 섞는 대부분의 초콜릿 제조사와 달리, 호텔 쇼콜라는 특정 지역에서 생산된 카카오만을 취급해요. 어떻게냐고요?



#1. 초콜릿계의 와인, ‘떼루아’가 초콜릿의 맛을 결정한다



세인트루시아의 라봇 사유지 ⓒHotel Chocolat


호텔 쇼콜라는 2006년 카리브해 세인트루시아라는 나라에 약 17만평에 달하는 카카오 농장 라봇 사유지를 사들였어요. 250년 역사를 간직한 라봇 사유지는 카카오 생산에 적합한 환경을 갖춘 노다지였어요. 풍부하고 비옥한 화산 토양, 해발 300미터의 높은 고도, 열대 우림에서 흘러나온 물 등 최고의 자원을 갖추고 있었죠. 호텔 쇼콜라는 이 농장에서 초콜릿 향미의 80%를 결정짓는 카카오 나무를 직접 재배해 '싱글 오리진 초콜릿'을 개발했어요.



싱글 오리진 초콜릿 '빈티지(Vintage)'는 블렌딩하지 않은, 각각 다른 수확처의 맛을 선보여요. ⓒHotel Chocolat


여기서 나아가 카카오의 세계로 더 깊이 들어가죠. 단일 원산지, 단일 사유지를 넘어 사유지 내 각 코트(떼루아 구역)에서 재배하고, 발효시킨 뒤, 분리 보관한 카카오로 세계 최초의 '싱글 코트 초콜릿'을 만든 거예요. 떼루아는 와인 업계에서 쓰는 용어예요. 포도를 생산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토양, 기후 등의 자연 환경이나 이로 인한 포도주의 독특한 향미를 뜻하죠.


싱글 오리진과 싱글 코트 초콜릿은 초콜릿계의 빈티지 와인과 같아요. 빈티지 와인은 한 지역의 토양, 기후, 강우에 중요한 영향을 받아요. 같은 지역에서 같은 기간 재배된 포도여도 수확 시기에 따라 맛이 달라지죠. 라봇 사유지의 카카오 역시 빈티지 와인처럼 매우 세심하고 까다롭게 관리되고 있어요. 싱글 코트 초콜릿의 경우 각각의 라벨에는 카카오콩이 구워지고 콘칭*된 기간, 제조자의 이름과 수확 연도까지 적혀 있어요. 빈티지 와인처럼요.

*콘칭: 50~90℃로 반죽을 데운 상태에서 계속 저어주는 작업을 말해요.



카카오 진(왼쪽) 보드카가 들어간 벨베타이즈드 초콜릿 크림(오른쪽) ⓒHotel Chocolat


진품 초콜릿은 직접 재배하고 수확한 카카오에서만 오는 게 아니에요. 아이디어에서도 비롯되죠. 호텔 쇼콜라의 쇼콜라티에들은 케임브리지셔 혁신 센터 공장에서 새로운 레시피를 연구해요. 그 결과 블랙커런트, 칠리, 진, 라임, 민트, 솔티드 캐러멜, 딸기까지 독특한 디자인을 뛰어넘는 다양한 맛의 초콜릿이 탄생할 수 있었죠. 참고로 이곳에선 매달 500만 개의 초콜릿이 생산되고 있어요. 



호텔 쇼콜라의 시그니처 캐비넷 ⓒHotel Chocolat



ⓒHotel Chocolat


라봇 사유지의 플랜테이션과 케임브리지셔의 제조 시설은 호텔 쇼콜라의 고객을 카카오와 직접 잇는 연결 고리예요. 2000년대 중반 프리미엄 초콜릿 시장을 장악했던 손튼스는 자체 매장뿐만 아니라 슈퍼마켓에서도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어요. 그러나 대중적인 슈퍼마켓에 다소 부담스런 가격의 고급 초콜릿은 어울리지 않았죠. 


손튼스의 가치가 과대평가 되었다는 여론이 슬슬 나오는 가운데, 호텔 쇼콜라는 적어도 맛볼만한 가치가 있는 좋은 초콜릿이라는 인식을 얻고 성장하기 시작해요. 카카오 농장을 가진, 새로운 아이디어를 끝없이 개발해 내는, 이 일을 할 수 있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독보적인 초콜릿 회사라는 타이틀과 함께요.



#2. 초콜릿계의 아마존, ‘지금 당신’을 위한 초콜릿을 추천한다


그녀를 위한 선물

나를 위한 초콜릿

샴페인 라이프스타일

하드 워커

로맨틱한 선물과 알콜…


이게 다 뭘까요? 호텔 쇼콜라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메뉴 이름이에요. 동시에 호텔 쇼콜라가 진짜 대중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죠. 발렌타인데이에 초콜릿을 주고받는 문화가 영국에서 시작됐다고 했죠? 우리는 보통 연인이나 짝사랑 상대에게 초콜릿을 주지만 영국에선 꼭 그렇지 않아요. 친구, 가족, 동료, 선생님 등 사랑을 표현하고 싶은 누구에게나 초콜릿을 선물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어요.



호텔 쇼콜라 메뉴 구성 ⓒHotel Chocolat


초콜릿, 사랑, 선물. 호텔 쇼콜라는 이 세 가지 키워드를 씨실과 날실처럼 엮어 방대한 큐레이션을 구성해요. 기념일에 따라, 수신인에 따라, 혹은 특정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초콜릿을 선물할 수 있도록 디테일한 하위 메뉴를 선보인 거예요.


'선물 아이디어' 탭을 누르면 생일, 결혼, 시험 같은 보편적인 항목 외에도 특이한 분류가 있어요. 가을, 세례, 이슬람교 축제인 이드, 집들이, 출산, 회복, 퇴직, 사과(Sorry)와 공감의 선물까지. 디테일한 상황 설정이죠. 단어만 들어도 머릿속에 저절로 떠오르는 주변 인물이 있지 않나요? 특별한 이벤트가 없더라도 '행운을 빌어요(Good Luck)'와 같은 항목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거예요.



호텔 쇼콜라는 너무 많은 선택지로 고민하는 고객들을 위해 ‘초콜릿 러브 매치’를 통해 취향과 상황에 어울리는 상품을 추천해 줍니다. ⓒHotel Chocolat


때와 상황에 맞는 제품을 횡단으로 큐레이션 했다면, 원하는 조건의 초콜릿을 찾을 수 있도록 종단의 카테고라이징 기능도 구축했어요. 상품 타입(비스킷, 박스형 초콜릿, 마카롱, 슬래브와 바통 등)부터 초콜릿 타입(카라멜, 밀크, 너트 등), 채식과 논알콜 유무, 코코아 퍼센티지와 가격 범위를 선택할 수 있죠. 화면에서 제품을 고를 땐 '트렌딩' 문구와 함께 최근 48시간 이내 판매된 갯수가 뜨고요. 현재 몇 명이 해당 제품을 보고 있는지도 표시돼요. 굳이 클릭해서 새 창을 열지 않아도 'QUICK BUY'라는 간소화 화면으로 상품 정보를 읽고 구매할 수 있죠.



호텔 쇼콜라의 박스형 초콜릿 ⓒHotel Chocolat



마카롱, 바통형 초콜릿 ⓒHotel Chocolat


이쯤 되니 뭔가 연상되지 않나요? 맞아요, 아마존이나 쿠팡 같은 종합 온라인 쇼핑몰이에요. 이렇게 상품군을 종횡으로 분류하고 아마존처럼 대응력 있게 웹사이트를 구성해 놓으니 온라인 사이트가 오프라인 매장을 보완하는 부수적인 공간으로 느껴지지 않아요. 그 자체가 실시간으로 돌아가는 거대한 몰처럼 느껴지죠. IT 관점에서 호텔 쇼콜라의 우선순위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모든 채널에 걸쳐 고객 경험을 개선하는 거예요. 제공 옵션을 확대하고 모바일 앱의 UX 성능 향상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이유도 그래서고요.


호텔 쇼콜라가 이렇게 개인화와 디지털화에 열중하는 이유는 물론 더 많은 고객을 모으기 위해서예요. 하지만 이보다 더 뾰족한 이유가 있어요. 더 많은 고객의, 더 높은 충성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죠.



#3. 초콜릿계의 구독경제, ‘다층적인’ 고객 관계를 구축한다

첫 매장을 연 건 2004년이지만 호텔 쇼콜라의 시작은 1993년이었어요. 온라인으로 주문이 들어오면 중개자 없이 고객에게 직접 초콜릿을 배달했죠. 아마존과 이베이가 존재하기도 전, 전자상거래를 시도한 영국 최초의 이 리테일러(E-Retailer)였던 셈이에요. 그리고 1998년 초콜릿 테이스팅 클럽을 열어 일찍이 구독 시장에 진출했어요.


설웰이 세인트루시아의 농장을 발견하고 사들인 것도 테이스팅 클럽을 통해서였어요. 한 멤버가 남편의 사무실을 정리하다가 먼지 쌓인 책더미 속에서 '코코아 & 초콜릿, 카카오 농장에서 소비자까지 그들의 역사'라는 책을 발견했어요. "당신이 보고 싶어할 것 같아서요."라는 편지와 함께 책을 설웰에게 보냈고, 설웰은 이를 계기로 카카오 원산지를 수색하게 됐죠.



ⓒHotel Chocolat


테이스팅 클럽은 호텔 쇼콜라의 성장을 이끄는 강력한 동인이에요. 매달 약 25파운드를 내면 구독자의 집앞으로 호텔 쇼콜라의 최고급 초콜릿 한 상자를 큐레이팅해 보내죠. 하지만 클럽의 방점은 그저 제품을 보내는 게 아니라, 반복적으로 호텔 쇼콜라에 참여하도록 만드는 거예요.


멤버들은 케임브리지셔의 발명실에서 개발한 새로운 맛을 미리 맛보고 피드백을 남길 수 있어요. 점수를 매기면 그 결과가 좋든 안 좋든 클럽 내부에 공유되죠. 새로운 메뉴 개발에 참고되는 건 물론이에요. 호텔 쇼콜라는 영업을 마친 매장에 멤버들을 불러 시음회를 여는 등 고객과 이야기할 수 있는 정기적인 기회를 만들어 나가요. 2018년까지 55,000명 정도였던 테이스팅 클럽 멤버는 현재 10만 명으로 커졌어요.



호텔 쇼콜라가 출시한 핫초코 및 라떼 머신 ‘벨베타이저’ ⓒHotel Chocolat


테이스팅 클럽 외에도 '홈 바리스타'와 'VIP Me'라는 멤버십 제도가 있어요. 홈 바리스타는 호텔 쇼콜라가 출시한 핫초코 및 라떼 머신 '벨베타이저'와 관련된 구독 모델이에요. 벨베타이저를 50% 할인된 가격인 50파운드에 구매할 수 있고, 곁들여 마실 수 있는 음료 파우치도 저렴하게 제공돼요. 벨베타이저는 오직 호텔 쇼콜라의 핫초코 파우치로만 호환이 가능해요. 벨베타이저를 합리적으로 사용하려면 홈 바리스타를 구독할 수밖에 없는 구조죠.



ⓒHotel Chocolat


VIP Me는 가입 시 일회성 15% 할인, 음료 및 아이스크림 20% 상시 할인, 생일 선물 등 기본적인 리워드를 제공하는데, 좀 더 온라인에 최적화된 서비스예요. 앱 푸시 알림으로 다양한 소식을 전하고 배송 업데이트 등을 보내 주거든요. 구독료를 낼 필요 없이 좀 더 열린 형태이기 때문에 멤버는 800만명에 달해요. 특히 일본에서 VIP Me의 반응이 좋은데, 일본 신규 고객 중 VIP Me 멤버의 비율은 50%에 근접하고 있다고 해요.


테이스팅 클럽과 홈 바리스타, VIP Me 멤버는 호텔 쇼콜라에 가장 높은 충성도를 가진, 가장 많은 지출을 하는 고객들이에요. 2019년 이후 이들의 영향력은 숫자로 나타나게 되죠. D2C 비즈니스로서의 뿌리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이점이 되었다는 사실이 입증된 거예요. 한 번 구체적으로 들여다 볼게요. 



#4. 초콜릿계의 ESG, 농부를 위한 ‘젠틀 파밍’을 실천한다



ⓒRetail Gazette


호텔 쇼콜라는 2022년에 미국 4개 매장 중 3개를 폐쇄하기로 결정합니다. 남은 한 개 마저 2023년에 문닫을 것으로 예상되죠. 사업이 어려워져서냐고요? 오히려 그 반대예요. 미국에서의 매출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150% 증가했어요. 특히 홈 바리스타 구독 성장률이 두드러졌죠. 이게 의미하는 바는 뭘까요? 이제 성장을 위해 반드시 오프라인 매장을 낼 필요는 없다는 거예요.


2021년도 호텔 쇼콜라의 전체 매출은 이전 연도 보다 21% 증가한 1억 6,500만파운드, 약 2,700억원이었어요. 그중 70% 이상이 온라인과 정기적으로 초콜릿 배달을 제공하는 구독 서비스에서 나왔죠. 전년도 전체 매출의 41%, 2019년 15%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급증한 수치예요. 이 결과는 호텔 쇼콜라가 매장 주도 브랜드에서 디지털 중심의 브랜드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가리키죠.



2021년 출시한 커피 머신 ‘더 팟스터’ ⓒHotel Chocolat


2018년에 호텔 쇼콜라는 벨베타이저를 출시해 구독 모델의 성장을 견인했어요. 마치 네스프레소가 네슬레의 성장을 견인한 것과 마찬가지로요. 또한 2021년에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더 팟스터'를 출시하죠. 핫초콜릿보다 더 큰 시장인, '커피'로 영역을 확장한 거예요. 초콜릿 회사가 만든 커피 머신이라니. 낯설어 할 사람들을 위해 네스프레소 캡슐과 호환이 가능하도록 만들었어요. 거기에 라봇 사유지의 커피 포드(티백으로 포장된 원두 가루)도 살짝 최적화시켰죠. 호텔 쇼콜라는 오프라인 매장을 늘려가지 않아도 이런 하드웨어 제품들을 구독 모델과 연계해 수익을 올릴 수 있음을 간파했어요.


구독 모델과 디지털 판매가 호황인 것은 맞지만, 오프라인을 완전히 배제하겠다는 건 아니에요. 미국 매장을 폐쇄하는 동안 일본에는 9개 매장을 추가로 열었어요. 온라인 판매 침투율이 영국, 미국보다 낮은 일본의 상황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었죠. 호텔 쇼콜라는 "디지털 우선 전략을 지속하면서도 두 채널이 보완적인 역할을 수행해 더 빠른 성장과 더 높은 고객 가치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해요.



호텔 쇼콜라는 ‘젠틀 파밍’이라는 윤리적인 경영 원칙을 지키고 있어요. ⓒHotel Chocolat


'더 높은 고객 가치'라는 키워드를 잠깐 주목해볼게요. 여기서 고객 가치에는 맛이나 편의성과 같은 기능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요소가 포함돼요. 착한 소비를 할 수 있게 돕는 거죠. 호텔 쇼콜라는 가나와 세인트루시아의 유기농 농장에서 카카오콩을 구입하는데, 자신들을 위해 일하는 농부들을 전문가로 여겨요. 그리고 카카오 재배자의 삶과 고급 초콜릿 사이에 존재하는 거대한 단절을 조금이나마 메우기 위해 농부들에게 정당한 소득을 보장하는 '젠틀 파밍'을 실천하죠.


이처럼 호텔 쇼콜라는 고객이 공동체의 일원임을 느낄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해요. 품질, 개인화, ESG 가치 등은 호텔 쇼콜라를 다른 기업과 차별화시키는 '다중 엣지'가 되죠. 이러한 다중 엣지는 궁극적으로 고객이 호텔 쇼콜라를 반복해 찾게 만드는 동기로 작용하고 있고요.



호텔 쇼콜라가 진짜 호텔을 세운 이유

호텔 쇼콜라가 비즈니스를 키워온 과정에서 볼 수 있듯이, 호텔 쇼콜라의 초콜릿에 대한 진심은 카카오만큼이나 진해요. 그런데 이런 호텔 쇼콜라의 포트폴리오에 의외의 이력이 하나 있어요. 2011년에 카카오 농장이 있는 부지에 고급 호텔 '부캉(Boucan)'을 세운 것이죠.



ⓒHotel Chocolat


"2006년에 부동산을 구입했을 때는 좋은 카카오 농부가 되려는 의도만 있었어요. 그 꿈을 이루고 어느 날 밤 럼주를 마시는데 너무 많이 마셔버린 거예요. 냅다 냅킨에 사업 계획을 그렸죠. 그러다가 부티크 호텔과 레스토랑에 대한 아이디어가 탄생했어요."


호텔 쇼콜라 이름의 기원, 기억나시나요? 초콜릿을 먹을 때 현실에서 벗어난 것 같은 기분과 마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지었다고 했죠. 공동창업자 두 명은 늦은 밤, 이제 꿈을 다 이뤘다고 믿은 그 순간에 할 일이 더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요. 달콤한 초콜릿을 닮은 진짜 유토피아, 부캉 호텔은 그렇게 완성됐죠.


유토피아는 단순히 호텔 쇼콜라만을 위한 게 아니에요. 호텔 레스토랑의 재료는 세인트루시아의 현지 농부, 어부들에게서 소싱해오고 있어요. 그리고 '빈 투 바(Bean to Bar)'를 넘어서는 '트리 투 바(Tree to Bar)'를 통해 호텔을 찾은 고객들에게 직접 카카오 열매를 따고 수제 초콜릿을 만드는 체험을 선사하죠. 현지인이 카카오 성분을 넣어 만든 뷰티 제품과 향초도 소개하고요. 해당 제품은 호텔 쇼콜라의 온라인 몰에서도 구매할 수 있어요. 젠틀 파밍은 초콜릿 소매, 레스토랑, 관광과 커머스라는 전혀 다른 영역을 넘나들며 순항 중이에요.


호텔 쇼콜라는 초콜릿의 영혼인 카카오와 함께 시작됐어요. 카카오 농장을 사들인, 미국 매장을 과감하게 도려내고 디지털을 장착한, 호텔을 세운 초콜릿 회사의 다음 도전은 과연 무엇이 될까요? 그들은 여전히 '초콜릿을 다시 흥미진진하게'라는 모토를 실천하고 있어요. 그래서 케임브리지셔 혁신 센터의 불은 오늘도 꺼지지 않고 있고요.




Reference

 호텔 쇼콜라 공식 홈페이지

 Mariana de la Rosa, The United Kingdom market potential for cocoa, CBI

 Charlotte Rogers, Hotel Chocolat on its mission to ‘democratise chocolate’, marketingweek

 Christopher Akers, Hotel Chocolat delivers a sweet performance, Investors' Chronicle

 Hotel Chocolat, Retail Week

 Emma Weinbren, Hotel Chocolat made chocolate subscriptions work. So why not supermarkets?, The Grocer

 CAMILLA CANOCCHI, Pandemic turns out to be sweet for Hotel Chocolat as jump in subscriptions and online sales lift profits to more than £10m, This is M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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